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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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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달


50. 날개


여명이 밝았다.
먹구름이 갠 맑은 하늘 아래, 톰과 피트는 말 위에 올라 나란히 섰다. 
그들 앞에 황금빛 대지가 펼쳐졌다.

 
***


잘란가드. 핏빛 모래로 뒤덮인 쓸쓸한 불모지. 굶주린 짐승이 어슬렁거리다가 땅이 울리자 쏜살같이 자취를 감췄다. 시든 초목의 잔해가 말발굽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정찰을 나온 남자의 이마를 화살이 관통했다. 말들이 떨어진 남자의 시체를 밟았다. 으스러진 사지가 곤죽이 되어 땅에 스며들었다. 밤하늘 위로 쏘아 올린 불꽃을 시작으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세나메브 하마르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갑옷도 걸치지 않은 채 말 위에 올랐다. 남자의 스무 해 남짓 생애, 그의 모든 인연이 칼에 베여 쓰러졌다. 무너진 울타리를 뛰어넘은 말이 화로를 엎질렀다. 불붙은 천막 위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최후의 밤. 절규는 어린시절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들었던 자장가와 같았다.

멀리서 날아온 화살이 세나메브의 뺨을 스쳤다. 세나메브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까마귀 떼처럼 뒤덮인 사람들 어깨 너머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오손의 천막에서 죽어가던 어떤 고아였다. 자신의 몸집보다 큰 옷을 입고,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갈대처럼 불길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세나메브는 웃었다. 눈동자가 초록색이었구나. 그 순간 바람이 세나메브를 덮쳤다. 무리의 이탈자. 일렁거리는 잿빛 눈동자가 언젠가 갈망했던 태풍과 같았다. 세나메브는 검을 앞으로 겨누었다.

별자리처럼 드문드문 떨어진 제르메갈 부족의 마지막 보루마다 검은 썰물이 밀려들었다. 급히 세운 기둥과 가까스로 마련한 무기는 삽시간에 침몰했다. 잘린 말의 목이 바닥에서 펄떡펄떡 뛰었다. 온몸에 불이 붙어 고통스러워하던 남자가 스스로 죽기를 선택했다. 그의 죽음은 또다른 죽음으로 묻혔고, 죽음은 겹겹이 쌓여 드높은 산을 이루었다. 사람 목숨으로 이어진 산맥이 불모지에 우뚝 들어서고, 새로운 경계를 그었다.

정다운 이들이여 안녕히. 헤어짐은 찰나. 기약은 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서로 다른 인연으로. 검이 뒤엉키고 호흡이 섞여 혼탁해진 이때, 화마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마침내 세나메브 하마르가 무릎을 꿇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과 이 세상의 인연을 끊어 낸 호적수에게 경의를 표했다. 어깨부터 명치까지 사선으로 그어진 기다란 칼자국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높이 쳐든 검이 번쩍였다. 꿈틀거리던 세나메브의 목이 비스듬히 잘렸다. 그는 숨이 끊어지는 순간, 자신을 향해 달려오며 오열하는 친구의 슬픈 얼굴을 보았다.

죽은 이를 목놓아 부르짖는 산 사람도 곧 그의 뒤를 따랐다. 모든 목숨이 모래로 돌아갔다. 이제는 막을 내린 그들의 삶이 새로운 모래 알갱이가 되어 불모지 위에 쌓였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흘린 눈물이 이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언젠가 새로이 피어날 것이다.

 
***


새로운 아침이다.

톰은 피로 물든 얼굴을 닦았다. 시체가 쌓인 언덕 위, 사랑하는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톰은 천천히 피트를 향해 걸어갔다. 피트의 옷소매를 칭칭 감았던 끈이 풀려 바람에 나부꼈다. 무더위의 아지랑이. 삭막한 땅의 신기루. 톰은 손을 뻗었다. 허상 같던 피트가 손아귀에 잡혔다. 

두 사람은 죽음 위에 오도카니 서서 서로를 끌어안고 체온을 나누었다. 슬픔이 별빛 속에 섬멸했다. 새로이 피어난 희망이 두 사람의 가슴에 자리 잡았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눈동자에 꿈을 약속했다.



51. 귀향


한 달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마른 땅, 거센 바람에 바짝 마른 풀들의 허리가 꺾였다. 뉘엿뉘엿 저무는 노을에 지평선은 꼭 불이 붙은 것처럼 붉게 타들어 갔다. 야나는 바짝 엎드린 채로 땅에 귀를 붙이고 있었다.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벌레들이 땅 밑에서 바쁘게 기어 다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느껴지는 미약한 울림. 마치 세찬 빗방울이 땅을 두드리는 듯했다.

야나는 허리를 세웠다. 코를 킁킁거리니 바람결에 실려 온 다채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쇠붙이의 차가운 비린내, 뜨거운 피비린내, 말이 내뿜는 비릿한 숨결……. 야나의 눈이 커다래졌다. 소녀는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냄새를 따라 달렸다. 서쪽 하늘의 끝자락은 벌써 새카맣게 물들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희끄무레한 얼굴. 야나는 벅찬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톰! 피트!”
“야나, 또 새끼 양을 잃어버렸어?”

희미한 역광에 가려진 톰의 얼굴이 미소로 가득했다.

“……네.”

야나는 눈썹을 축 늘어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지며 점차 톰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의 옆에 나란히 선 피트의 얼굴도. 그들의 뒤로 다른 사람들이 마치 장난감 병정처럼 길게 늘어섰다.

“양은 내가 찾아서 데려가마. 먼저 가서 사람들에게 우리가 돌아왔다고 알려다오.”
“정말요? 톰이 대신 찾아 줄 거예요?”

톰은 고개를 돌려 피트를 바라보았다. 바자르에서 발견한 초록빛 불꽃. 전쟁터에서 되찾은 자신의 날개. 그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자신의 아내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또한, 이 순간에도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어린 양들도.

“그럼.”
“고마워요.”

야나는 활짝 웃으며 고삐를 당겼다. 지난겨울보다 훌쩍 자란 소녀는 곧 혼담을 앞두고 있다. 두 갈래로 땋은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유년기의 끝자락, 쌀쌀한 가을. 다가올 봄, 반질반질 윤이 나는 갈색 머리카락 위로 베일이 드리워질 것이다.



52. 결혼식 준비


망아지가 태어난 날, 손님이 찾아왔다. 알렉세이의 누나인 스베틀라나와 율리야였다. 이십여 년 전, 각자 짝을 찾아 태어나고 자란 땅을 떠난 두 사람은 이제 자식들을 전부 독립시키고 인생의 또 다른 황금기를 맞이했다. 집을 떠난 이후로 각자 가정을 돌보며 자식을 키우느라 그간 왕래가 잦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 옥사나와 바로 어제 헤어진 것처럼 친근하게 포옹했다.

옥사나와 스베틀라나, 그리고 율리야는 피트를 가운데 두고 둥글게 에워쌌다. 피트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세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이 집안 식구들은 다 나보다 커. 여자들도 나보다 커.’ 그는 어찌나 긴장했는지 침만 꼴깍 삼켰다. 세 사람 모두 장신이었다. 피트보다 키가 컸다. 특히 스베틀라나는 톰과 키가 엇비슷했다.

“어머나.”

스베틀라나가 두 손을 모으고 활짝 웃었다. 인생의 한창때를 보내는 성숙한 여자가 미소는 소녀 같았다.

“귀여워라.”

스베틀라나는 피트를 보자 몇 년 전에 시집간 막내딸이 떠올랐다. 그 딸도 작년에 딸을 낳았다. 건강하고 귀여운 아이였다. 스베틀라나는 삐져나온 금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리고 못 말리겠다는 듯이 혀를 찼다.

“톰은 나쁜 놈이네요. 이렇게 어린애를 납치했다고요?”
“너도 이만한 나이에 결혼했잖으냐.”

옥사나의 눈썹이 둥글게 휘어졌다.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전 이 나이 때 이것보단 더 컸던 것 같은데. 톰은 정말 파렴치하구나. 소꿉놀이도 아니고 어린애랑 살림을 차리다니. 알료샤가 뭐라고 말 안 했어요? 걔 성격에 가만히 있을 리 없는데.”
“스베타.”

옥사나가 점잖게 나무랐다. 턱을 만지작거리며 집요하게 피트를 꿰뚫어 보던 율리야가 대뜸 그의 뺨을 꼬집었다. 피트는 화들짝 놀라 주춤거렸다.

“뺨이 말랑말랑하네.”
“그래?”

스베틀라나도 질세라 피트의 뺨을 꼬집었다.

“어머, 정말이네.”
“빵 반죽 같아.”

율리야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스베틀라나보다 두 살 위인 그녀는 말수가 적고 잘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 움직임도 적고 신중했다. 얌전하다는 말보다는 과묵하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활발하고 잘 웃는 스베틀라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스베틀라나가 다른 형제들과 함께 사냥을 나갈 때마다, 율리야는 해가 잘 드는 곳에 앉아 조용히 자수를 놓았다.

자매는 피트의 뺨을 잡아당기며 즐거워했다. 피트는 얼어붙어 입도 벙끗하지 못했다. 스베틀라나는 아예 피트의 몸을 여기저기 더듬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딱딱한 뼈가 걸렸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니, 원래 이렇게 마른 앤가요? 톰도 알료샤처럼 가냘픈 여자를 좋아하나?”
“그건 아니다. 이 애는 그간 고생이 심해서 살이 좀 빠졌다.”
“흐음. 살부터 찌워야겠네요. 갈 길이 멀구나. 나만 믿으렴. 배부터 든든하게 채워줄게.”

스베틀라나는 피트의 어깨를 둥글게 쓸었다. 그녀는 요리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본래 이 땅에서 빵을 제일 잘 굽는 사람은 스베틀라나였다. 빵을 굽는 것뿐만 아니라 고기를 굽고 스튜를 끓이는 것도 남달랐다. 웬만한 일로는 자식을 칭찬하지 않는 옥사나도 스베틀라나는 마법 같은 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또, 입이 짧은 알렉세이도 스베틀라나가 만들어 준 음식은 남기지 않고 전부 먹었을 정도였다.

“매사냥을 하러 가기로 했어요…… 콘스탄틴 백부님이 매를 주신다고…….”
“잘 들으렴, 얘야. 코스탸 오빠와 매사냥을 가고 싶으면 먼저 우리 말을 잘 들어야 한단다.”

피트가 우물쭈물하며 말하자 스베틀라나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과연 자식을 다섯 명이나 키운 게 사람다웠다. 꾀를 부리는 어린애를 다루는 데는 도가 텄다. 피트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매사냥에 미련이 남아 스베틀라나를 졸랐다.

“지금 못 가요?”
“그래.”
“가면 안 돼요?”
“안 돼.”

스베틀라나는 검지를 까딱거렸다. “네…….” 피트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는 강단 있는 여자들에게 유독 약했다. 남자들에게는 곧잘 대들고 맞먹으려 들었지만, 나이가 지긋한 여자가 무어라 한마디 하면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분고분해졌다.

“자자, 할 일이 많아. 신부복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고, 결혼 전까지 살도 찌워야 하고,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하고.”
“마음의 준비는 이미 다 했어요.”
“그래? 그럼 몸도 준비하자꾸나. 실전은 다르거든.”
“살찌는 거요?”

피트는 스베틀라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내 조카는 정말 파렴치하구나.’ 스베틀라나는 피식 웃었다.

“어머니, 얘 톰이랑 아직이죠?”
“아마도.”

옥사나는 짤막하게 내뱉었다. “뭘 말인가요?” 피트가 다시 물었다. “성교.” 율리야가 불쑥 말했다. 그녀는 조용한 사람이었지만, 입을 열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이었다. 또,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언니도 참. 사람이 여전하네.” 스베틀라나가 유쾌하게 웃었다. 피트는 목덜미까지 새빨개졌다.

 
***


새로 태어난 망아지는 천방지축이었다. 꿀을 맛본 벌처럼 여기저기 쏘다녔다. 보다 못한 어미가 새끼의 앞을 가로막고 고갯짓하며 무리로 밀어 넣으려고 시도했다. 약삭빠른 새끼는 빈틈을 노리고 쏙 빠져나갔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망아지는 쫓아오는 어미를 피해 전력으로 달렸다. 소란스러운 오후였다.

날뛰는 망아지를 지켜보자니 괜스레 누군가 떠오른다. ‘피트가 고모님들이랑 잘 지내고 있어야 할 텐데.’ 톰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정리하며 망아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음이 좀처럼 놓이질 않았다. 그의 옆에 커다란 그림자가 우뚝 섰다. 콘스탄틴이었다. 그는 톰에게 말을 보러 가자고 불러낸 까닭이 따로 있었다. 날카로운 남자의 얼굴은 비장했다.

“잘 들어라, 톰.”
“예.”
“아내가 잠자리에서 만족해야 아이가 생긴다.”
“예?”
“내가 자식이 많은 이유다.”
“……예.”

콘스탄틴은 허리춤에 손을 얹고 부부 사이의 잠자리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장황한 이야기였다. 그는 촛불을 끄고 아내의 옷을 벗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내를 애무하는 법, 그리고 절정을 재촉할 때와 지연할 때를 구분하는 법까지 가감 없이 말했다. 톰도 이미 대강이나마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나, 대하기 어려운 백부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감회가 남달랐다. 민망하고 불편했다. 가장 듣기 낯뜨거웠던 대목은 백부가 막내아들을 어떤 체위로 얻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톰은 귀를 막고 싶었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이 잠자리도 마찬가지다. 네 아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여러 번 시도해보며 차차 알아가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말을 명심해라. 아내가 기쁨을 느껴야 아이가 생긴다.”

콘스탄틴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결혼해서 이미 자식을 여럿 두었으니, 후처와도 잠자리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젊은 아내는 전처와 다른 여자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으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서로 만족스러운 밤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백부님. 제가 서툴러서 아내를 아프게 하면요?”

지금껏 잠자코 듣기만 하던 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피트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과연 피트가 자신을 감당할 수 있을까. 키가 자랐다지만 피트는 여전히 자신보다 작다. 게다가 상체가 짧아서 자신을 온전히 품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알렉세이랑 똑같은 고민을 하는구나.”
“……예?”

톰은 떨떠름하게 반문했다.

“알렉세이도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지. 제수랑 잘 안 되었거든. 네 어머니는 몸이 약하고 가냘픈 사람이었다, 톰. 남들보다 쉽게 지치고 힘들어했지. 그에 반해 알렉세이는…….”
“저, 괜찮습니다. 더는 말씀하지 않으셔도…….”

톰은 사색이 되어 황급히 콘스탄틴의 말을 잘랐지만, 콘스탄틴은 아랑곳하지 않고 알렉세이와 타마라의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았다. 그는 이번에도 거침이 없었다. 톰은 꼭 과녁이 된 기분이 들었다. 벌집처럼 들쑤셔진 기분이었다. 참담했다.

몇 시간 내내 알고 싶지 않았던 내밀한 속사정을 듣고 나니, 톰은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얘기도 지루하고 그리 와닿지 않는데, 둘만의 비밀은 더욱더 곤혹스럽다. 알면 알수록 아버지라는 사람이 더 싫어졌다.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하나 싶었다. 

톰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론을 찾았다. 론은 울타리를 고치고 있었다. 그는 입에 물고 있던 못을 퉤 뱉으며 눈에 힘을 잔뜩 줬다.

“새신랑이 안색이 왜 이렇게 어두워? 막상 결혼한다니까 겁이라도 나?”
“……백부님이나 백모님의 사적인 얘기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적인 얘기는 알고 싶지 않았다.”

톰은 울타리를 붙잡고 숨을 골랐다. 힘겨워 보였다. 전쟁터 한복판에서도 빈틈을 보이지 않던 남자가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라니.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이거, 어지간히 고생한 모양인데.’ 론은 뻐근한 손목을 돌리며 톰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냈다.

“알고 싶지 않았어.”

톰은 씨근덕거렸다. 몹시 화가 난 눈치였다.

“나즐다랑 내 얘기는 궁금해했잖아.”
“그거야 네가 허파에 바람 들린 것처럼 실실 웃고 다니는 게 어처구니없어서 그랬고. 결혼한 게 그렇게 좋은가 싶었다.”
“나랑 나즐다 사이의 일이랑 어른들 일이 뭐가 다른데?”

론이 손톱을 딱 튕기며 심드렁한 말투로 물었다.

“다르다.”

톰은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그의 얼굴이 누렇게 떴다. 뺨이 씰룩거렸다.

“슬라이더, 속이 메스꺼워.”

톰은 그렇게 말하더니 허리를 숙이고 구역질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너 설마 토하는 거야? 아이스, 괜찮냐?”

론은 깜짝 놀라 얼른 톰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톰은 그 자리에서 신물까지 토해냈다. 부모의 과거가 그에게는 너무나도 메스꺼운 진실이었던 모양이다. 속을 비운 톰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우뚝 섰다. 삐걱거리는 울타리에 몸을 기대고 뻐근한 눈을 비볐다. 입안이 시큼했다. 또 토하고 싶어졌다.

 
***


해가 저물었다. 톰은 지친 발걸음을 옮겼다. 천막 앞에 서서 그는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옷매무시도 가다듬었다. 종일 찬바람을 맞아 차갑게 식은 손도 비벼 따뜻하게 만들었다. 차가운 손으로 만지면 피트가 싫은 소릴 했다. 톰은 심호흡하고 빙그레 웃었다. 피트에게 굳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했다. 톰은 사랑을 주고받는 기쁨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문을 열어젖혔다.

“나, 나, 힘들었어. 너무 힘들어. 너무너무 힘들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자신을 반겨주는 피트를 보고, 톰은 오늘 하루 고달픔을 잊어버렸다. 그의 속을 거북하게 했던 모든 것이 한낱 먼지처럼 의미 없는 것이 되었다. ‘얼굴이 반질반질하다. 고모님들이 뭘 어떻게 하신 거지.’ 톰은 깐 달걀처럼 매끈매끈한 피트의 얼굴을 보고 내심 감탄했다. 입은 투덜거리는데, 얼굴은 뽀얗다. 톰은 얼른 달려가서 피트를 부둥켜안았다.

“결혼식 꼭 해야 해?”
“또 그 소리. 못된 소리 하지 마라.”

안아주자마자 투정을 부리는 피트의 코끝을 가볍게 꼬집으며 톰은 딱 잘라 말했다. 피트는 울상을 지었다. 기다란 속눈썹이 아래로 처졌다. 그는 코가 막힌 소리를 내며 말을 이어 갔다.

“너무 힘들어. 이러다 죽겠어. 결혼식 안 하고 그냥 살면 안 돼?”
“오늘 많이 힘들었어?”
“응.”

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톰은 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이마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췄다. “으으으.” 피트가 앓는 소릴 내며 톰의 뺨에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그가 응석을 부리는 게 좋다. 톰은 뿌듯했다. 그는 툭툭 숨을 끊어 내뱉느라 오르락내리락하는 피트의 등을 문지르며 말했다.

“고모님들이 좀 유별나신 데가 있긴 하지.”
“유별난 정도가 아니야. 정말 죽는 줄 알았어.”
“고생 많았다.”
“나 안아줘. 수차 놀이해줘.”

피트는 톰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읏차.”

톰은 기합을 넣으며 피트를 번쩍 들었다. 몸이 공중에 붕 뜨자 피트는 신이 나서 웃었다. ‘힘이 세서 좋아.’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톰을 꼭 붙들었다. 톰이 돈이 많은 것만큼이나 힘이 세서 정말 좋았다.

수차 놀이는 최근 두 사람이 열을 올리는 놀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트가 좋아하는 놀이다. 바퀴가 물줄기의 힘으로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위아래로 들었다가 놓았다가 하는데, 때때로 낙차를 반영해 떨어트릴 것처럼 힘껏 놓았다가 쑥 들어 올리면 피트는 특히 좋아했다. 재미를 붙였는지 매일 밤 해달라고 졸랐다. 그러면 톰은 팔이 저릴 때까지 원 없이 놀아주었다.

“좀 더 빨리.”
“너무 빠르게 하면 토한다.”
“아, 괜찮아. 더. 어서. 더 세게.”
“정말 괜찮겠어?”
“응. 더 세게 해줘. 정신없이 해줘.”
“이렇게?”
“응, 좋아. 더, 더.”
“더?”
“으응, 더. 아, 좋아……. 조금만 더. 더 해줘.”

톰은 즐거워하는 피트를 보며 덩달아 웃었다. 피트와 이처럼 함께 놀 때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자신의 어깨를 짓누른 무거운 책임감도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고는 했다.

“왜 웃어?”

피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꼭 어린애 같아서. 아내가 아니라 동생이 생긴 것 같다.”

톰의 말에 피트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대뜸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피트는 팔짱을 끼고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또 저 표정.’ 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허둥지둥 변명했다.

“오해하지 마라. 좋다는 뜻이었어.”
“…….”
“정말이다. 내 얼굴 봐라, 매브. 응?”

톰은 안달이 나서 쩔쩔맸다.

“넌 내가 이것저것 다 양보하고 있다는 거 알아야 해. 내가 참고 살아주는 거야.”

피트는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 듯했다.

“그럼, 알고말고. 늘 고맙게 생각한다.”

톰은 피트의 변덕스러운 마음이 또 훌쩍 달아날까 봐 얼른 말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덧붙였다.

“나한테 마음을 열어줘서 고맙다.”

그제야 피트는 팔짱을 풀었다. “매버릭, 사랑해.” 하고 말하며 톰이 선선하게 미소 지었다.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단정하고 나긋나긋한 인상. 입술이 뭉클했다. ‘왜 저렇게 웃지.’ 피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웠다.

“졸려. 잘래.”

두근거리는 마음을 들키기 싫어 피트는 도로 등을 돌려버렸다. 톰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늘 이랬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귀에서 또 이명이 울렸다. 따사로운 봄, 벌들이 수면 위를 비행하는 것처럼.

“약 먹고 자야지.”
“으응.”

톰은 피트를 어르고 달래는 투로 돌려세웠다. 톰은 피트에게 먹일 약을 준비했다. 바샤 영감도 마음의 병에 대해선 잘 몰랐다. 긁어서 난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바르는 연고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는 약초를 달여 만든 물약을 처방한 게 고작이었다. 

약효는 미미했다. 피트의 증상은 나아지지도, 더 심해지지도 않았다. 식욕도 마찬가지였다. 접시 하나를 억지로 다 비우면, 절반은 토해냈다. 그러면 다음 끼니는 속이 불편하다며 걸렀다. 피트는 점점 더 여위어 가고 있었다. 안으면 깃털처럼 가볍다. 그래서 때때로 허상을 부둥켜안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바샤 영감 말로는 제대로 먹지 못하면 정말 끝이라고 했다. 그는 톰에게 피트가 이대로 계속 먹지 못한다면 어떤 처방도 효험이 없으니, 억지로라도 먹이며 잘 살피라고 당부했다. 

톰은 막막한 안개를 헤쳐나가는 기분이었다. 이고르가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 나섰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을 가져오리라 믿고 기다릴 뿐.

약이 어찌나 쓴지 피트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눈썹과 눈이 거의 하나로 붙을 정도였다. 톰은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피트의 입에 꿀을 가득 뜬 숟가락을 쏙 집어넣었다.

“있잖아, 톰. 결혼식에 누구누구 초대해?”
“일단 집안 어른들이랑 가까운 지인들은 당연히 초대할 거고, 경사이니만큼 인연이 닿은 사람은 전부 초대하려고 한다.”
“돈 부족하지 않아?”

피트는 숟가락을 쥐고 우묵하게 팬 단면을 핥았다. 

원래 준비했던 결혼식은 증인을 설 사람과 사제를 부르고, 가족들만 모인 자리에서 약식으로 올리는 것이었다. 그것만 하더라도 두 사람의 사정을 생각하면 신경을 많이 쓴 것이다. 떳떳한 재가도 초혼과 비교하면 간소하게 올렸다. 

한 번 결혼식을 올리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니, 재혼할 때마다 성대한 잔치를 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럴 만한 재력이 있어도 사람들 시선을 생각해서 자중한다. 물론 부족이나 마을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베풀어야 하지만, 체면을 차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집안끼리 서로 충분한 논의가 오간 일반적인 혼인의 경우고, 톰과 피트는 아니었다. 그러나 오손 투멘에게 납치당한 피트를 되찾고 나서, 톰은 결심했다. 피트를 그늘에서 데리고 나오겠노라고. 

이제 톰은 전례를 깨려고 한다. 주변에서 우려가 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하는 중이었다. 피트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악단도 부를 것이고, 광대도 부를 것이고, 아는 사람은 전부 초대할 것이다. 피트는 톰의 그런 마음이 고맙고 결혼식이 기대되는 한편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톰이 자상한 어조로 말했다.

“말했지. 넌 그런 걱정하지 말라고.”

톰이 다시 말했다. 피트는 숟가락에 묻은 꿀을 남김없이 핥고, 깨끗해진 숟가락을 톰에게 건넸다.

“저기, 그럼 내가 아는 사람도 초대해도 돼?”
“브래드쇼 집안 사람들은 당연히 초대할 거다. 네 가족이잖아. 하지만 그 마을 사람들은 올 자격 없다.”

아는 사람이라니? 톰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피트는 자신처럼 인맥의 폭이 넓지 않다. 존 브래드쇼도 그 완강한 성정 덕분에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피트가 아는 사람은 자신도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만했던 걸까. 불안해졌다.

“아니, 마을 사람들 말고…….”
“그럼 누구?”

톰은 피트에게 겁을 주지 않으려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풀었다.

“찾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오손한테 붙잡혀 있을 때,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신 어른이 계셔. 갈레프라는 이름의 의원인데, 그분만 날 사람대우해줬어. 그분이 아니었다면 난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 보답하고 싶어.”
“알았다. 힘닿는 대로 찾아볼게.”
“고마워.”
“널 도와준 사람이라면 나한테도 은인이다. 당연히 보답해야 한다.”

톰은 피트의 손을 잡고 그의 손등을 두드렸다. 피트는 졸음이 쏟아지는지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오고 있었다. 톰은 약을 담았던 그릇과 숟가락을 치우고, 침상에 이불을 펼쳤다. 피트는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갔다. 톰이 등을 쓸어주자 그는 곧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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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매브 아이스맨 매버릭
2023.04.24 2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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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스키네 진짜 노빠꾸네 ㅋㅋㅋㅋㅋ 알고싶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필터없이 그대로 ㅋㅋㅋㅋㅋㅋㅋㅋ 피트랑 톰 결혼식 무사하게 그리고 계획한대로 완벽하게 끝내면 좋겠다 ㅠㅠㅠㅠㅠ 피트 건강해지고 단단하고 따뜻한 가족을 만들자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db9]
2023.04.24 23: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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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메브 하마르의 명예로운 죽음과 마지막 전투에 대한 묘사가 너무 좋아 비장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묘사였어 센세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감탄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몇 시간 동안 백부와 부모님의 성생활 tmi에 시달리고 구역질까지 한 톰 정말 고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d69b]
2023.04.24 23: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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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의 고모들이 피트를 이뻐하는거 너무 좋아 보자마자 조카를 파렴치한으로 모는것도 웃기고 ㅋㅋㅋ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반나절 만에 피트의 얼굴을 깐 달걀처럼 반들반들하게 만드신걸까? 비법전수 받고 싶다 ㅋㅋ 톰이 돈이 많은 것 뿐 아니라 힘도 쎄서 좋다는 피트의 솔직함이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ㅋ
[Code: d69b]
2023.04.24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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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은 걸 토하고 계속 말라간다는게 불안해 갈레프 의원님의 치료와 스베틀라나의 요리로 피트가 병을 이기고 예전보다 더 튼튼해져서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초원을 달리면서 매사냥을 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
[Code: d69b]
2023.04.25 00:09
ㅇㅇ
톰 토하기 까지 할 정도로 힘들었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깐달걀처럼 뽀얘진 피트가 힘들었다고 얘기하는 모습이 다 그려져서 너무 행복하다.. 피트가 갈레프의원님 만나서 마음의병까지 나을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ㅠㅠㅜㅠ
[Code: 85b2]
2023.04.25 00: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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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카잔스키 집안 직설적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렉세이 누님들도 누님들인데 콘스탄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토미가 과연 사촌들과 자신이 생겼던 비화를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싶엇을까요...??? 세게 더 세게 해달라고 할때 아 이거 둘이 ㅎㅎ초야 치를때도 이러면 좋겠다ㅎㅎㅎㅎㅎ 개저같이 웃다가 맵 아직도 잘 못먹는단 말에 같이 속이 울렁거림 피트가 갈레프 찾아달랬으니까 해독 제대로 해서 얼른 건강해졌늠 좋겟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6af]
2023.04.25 00: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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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가 너무 심합니다 ㅋㅋㅋㅋ
[Code: a6a1]
2023.04.25 02: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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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라, 톰.”
“예.”
“아내가 잠자리에서 만족해야 아이가 생긴다.”
“예?”
“내가 자식이 많은 이유다.”
“……예.”

오호.. 더 자세히 알고싶어요 콘스탄틴 백부님.. 가녀리고 연약한 타마라와 반대로 알렉세이는요? 알렉세이가 대체 어떤데요 무슨 문제였고 어떻게 해결한거죠?!! 어떻게 아이스를 만드는데 성공했는지 더 자세히 알려주십쇼 콘스탄틴 센세..!
[Code: 4a66]
2023.04.25 02: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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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콘스탄틴 밤산책 나왔다가 수차놀이하는 아맵 소리 들으면 흡족해하는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4a66]
2023.04.25 0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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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내센세 오셨다!!!! 센세 정말 너무 좋아요ㅜㅜㅜㅜㅜ최고야
[Code: 3e9a]
2023.04.25 12: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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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갈레프 의원님이면 피트가 삼킨 독 정체를 알고 계실테니까 치료법도 알려줄수있겠네!!!! 피트 빨리 나아서 톰이랑 성생활도 열심히하고 예쁜 아이들도 낳고 해야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547]
2023.04.25 12: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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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네 고모들한테 기 잔뜩빨린 피트랑 부모님 성생활 tmi듣고 토하는 톰 개웃기고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 톰 그게 그렇게 토할 정도였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4547]
2023.05.25 13: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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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tmi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톰 고생이 많닼ㅋㅋㅋㅋㅋㅋㅋ
[Code: 995e]
2023.08.09 15: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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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틴 tmi 공격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이스 안에서 아버지 어디까지 떨어지냐고 토할 정도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7ed2]
2023.10.09 19: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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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아버지라는 사람이 더 싫어졌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알렉세이는 아무말안했는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db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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