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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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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달


12. 미풍


닉은 기둥을 잡고 힘겹게 일어섰다. 금세 콧잔등과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직도 다리에 통증이 심했다. 아직 목발 없이는 두 발로 서는 게 힘들었다. 바샤 말로는 상처는 잘 아물고 있다고 했다. 예전처럼 걷고 뛰는 건 순전히 본인 의지에 달린 일이라고도 말했다.

땀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닉의 잇새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결국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우당탕하는 요란한 소리와 동시에 천막 문이 열렸다.

“매브, 난 괜찮…….”

닉은 반사적으로 손을 들다가 말을 멈췄다. 당연히 피트가 자신을 찾아왔으리라 생각했는데, 바닥에 드리운 기다란 그림자는 피트의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드니 톰 카잔스키가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톰이 닉에게 손을 내밀었다. 닉은 착잡한 심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톰은 닉을 일으켜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브래드쇼, 몸은 좀 어때?”
“보다시피.”
“피트가 네 걱정하느라 맘고생이 심해. 이대로 쾌차했으면 좋겠군. 스스로 걸어야 하지 않겠나. 가족들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다지.”
“이봐, 카잔스키. 말은 바로 하자고. 그 애 꿈을 망친 건 너야.”

닉은 어처구니없어 피식 웃었다. 톰은 실언하지 않는 남자였다. 그는 자신의 약속대로 닉을 처가 식구로 삼아 훌륭히 대접했고, 타타흐 부족 사람들도 닉에게 예의를 차렸다. 하지만 닉이 바라는 것은 먹음직스러운 음식도, 편안한 잠자리도, 금붙이가 가득 든 주머니도 아닌 피트의 자유였다.

“네 원망은 타당해. 몸이 다 낫거든 얼마든지 설욕해라. 그런데 오늘은 그 일에 관해서 얘기하고자 온 게 아니다.”
“용건이 뭐지?”
“매버릭이 좋아하는 음식이 뭐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다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내일 바자르에 가는데, 뭐라도 사다 주고 싶거든.”

톰이 정중하게 물었다.

“그런다고 해서 매브가 기뻐할 것 같나?”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봐야지.”

톰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래, 매브를 상대하는 게 아주 쉬운 일은 아니지.’ 닉은 그렇게 생각했다. 잘된 일이다. 카잔스키는 남의 경사를 망친 파렴치한 놈이니, 이 정도 마음고생은 해야 한다. 그러나 닉 브래드쇼는 모질고 냉정한 사람이 아니다. 울적한 얼굴을 보자니 마음이 쓰여서 끝끝내 톰이 원하던 대답을 들려주고야 말았다.

“매버릭은 삶은 달걀을 좋아해. 아버지께서도 바자르에 다녀오실 때면 매브를 위해서 삶은 달걀을 꼭 사 오셨지.”
“알려줘서 고마워.”
“아일라우라면 매버릭이 매일 삶은 달걀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줬을 거다. 질려서 더는 안 먹겠다고 말할 때까지 말이야.”
“피트를 가족처럼 아끼는 거 잘 안다. 그런데 하나 분명히 해두자. 이제 피트는 내 아내다. 브래드쇼, 넌 네 가정에 충실해라.”

미소가 사라지고 고압적인 태도가 톰의 얼굴에 걸렸다. 턱을 비스듬히 들고 눈을 내리깐 모양새가 단호하면서도 오만했다.

“불쌍한 인간. 가진 건 그렇게 많으면서 여태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군.”

닉은 그런 톰의 태도가 불쾌했다. 톰은 피트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있다. 아름다운 아내는 남자의 자랑이요, 가장 귀한 보물이란 말이 있듯이 이름을 떨치고 다니는 사내들의 보편적인 가치관이다. 닉은 사랑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믿었고, 부부란 서로의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였다. 여느 남자들과는 다른 가치관의 소유자인 닉은 주변과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닉 브래드쇼, 너도 사랑하며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믿나?”
“절대로.”
“그래, 매버릭이 왜 그렇게 사랑에 목을 매는지 알겠어.”

톰은 또다시 쓸쓸하게 웃었다. 닉은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톰은 몸조리 잘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닉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기둥을 붙잡고 섰다. 어김없이 통증이 덮쳤다. 닉은 이를 악물고 아내와 아들의 얼굴, 그리고 피트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견뎠다.
 
***


소일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여자들로 피트의 천막은 언제나 말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장 자주 찾아오는 사람은 키르케였다. 그녀는 무리에서 동떨어진 새끼 양처럼 경계심 많고, 사고를 몰고 다니는 피트에게 유독 관심이 많았다.

오늘도 키르케는 바느질거리는 들고 어김없이 피트의 천막을 찾았다. 부러진 손목이 어느 정도 아문 덕분에 피트는 엊그제부터 다시 바늘을 잡았다. 함께 자수를 놓으며 수다를 떠는 것은 여자들의 안전하고 소박한 행복이었다. 밖에서는 차마 말할 수 없던 작은 비밀들이 입과 입을 타고 전해지며 옷감 위에 알록달록한 실로 새겨졌다.

피트는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망설임이 없고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키르케가 가르쳐준 문양을 곧잘 따라 수놓으며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쉬지 않고 바늘을 놀리는 피트의 손끝을 보며 키르케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피트, 손끝이 정말 야무지네요. 게다가 빠르기도 하고.”
“왜, 왜, 왜…….”

피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응? 왜 그래요?”
“자꾸 저한테 좋은 말만 해줘요…….”

키르케는 종달새 같은 여자였다. 그녀의 얇고 새침한 입술에선 언제나 듣기 좋은 말이 쏟아졌다. 어제는 피트가 말린 과일을 먹는 걸 보고 먹는 모습이 귀엽다며 한참을 떠들어댔다. 뺨이 통통한 게 보기 좋다고도 말했다. 듣기 좋은 말이지만,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부끄러워하네. 전 얼굴이 예쁜 사람을 좋아해요. 미인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거든. 톰은 이런 얘기 안 해요? 우리끼리는 톰이 피트 얼굴 보고 반했다고 얘기하는데. 역시 톰도 미인을 좋아하는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했다고요.”

키르케는 웃음을 터뜨리며 피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런 얘긴 안 했어요. 사실, 말을 잘 안 해요. 얼굴만 보면 싸우게 되니까.”

피트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도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문제로 싸웠다. 기어이 톰을 천막 밖으로 쫓아내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입이 썼다.

“힘이 넘치는 건 좋은 거예요. 즐거울 때네. 애들이 생기면, 애들 보느라 정신없어서 부부 사이에 함께 있을 시간도 별로 없어요.”
“카잔스키랑 저 사이에 자식이 생길 일은 없어요.”
“응? 아기 신발 만들고 있는 거 아니에요?”

키르케가 피트의 손에 들린 옷감을 가리켰다. 피트는 세차게 고개를 내저으며 허둥지둥 옷감을 등 뒤로 숨겼다.

“오랜만에 수를 놓는 거라 손을 풀려고 아무거나 만드는 거예요.”
“첫애는 역시 톰을 닮은 아들이면 좋겠죠? 든든할 거야.”
“……내 말을 아예 안 듣는구나.”

피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키르케는 한 번 꽂힌 화제에 푹 빠져드는 편이라, 옆에서 무어라 말해도 좀처럼 듣질 않는다.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머리카락 색이 어떨지 궁금하네. 톰은 머리카락 색이 밝잖아요. 하지만 전 남자는 머리카락 색이 어두운 게 더 근사하다고 생각해서, 내심 톰이 어두운 갈색 머리면 어떨까 상상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키르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았다. 피트는 건성으로 대꾸하며 다시 수를 놓는 데 집중했다. 여전히 키르케가 부담스럽고, 어색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브래드쇼 가족 외에 자신에게 이렇게 스스럼없이 다가온 사람은 사실상 키르케가 처음이었다. 

돌연 코끝이 시큰거렸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 여자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함께 수를 놓으며 수다를 떨었다. 피트는 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 옷감과 비단실을 잔뜩 들고 찾아갔다. 하지만 아이들은 남자고, 오메가이고, 역병에서 홀로 살아남은 불길한 아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피트를 무리에 끼워주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줄 생각으로 챙겨간 실은 한참 시간이 흘러서야 전부 쓸 수 있었다. 피트가 마을 아이들과 어울렸으면 하는 마음에 존 브래드쇼가 바자르에서 꽤 많은 돈을 주고 사다 준 실이었다. 피트는 존 브래드쇼가 마음 아파할까 봐 그 실을 다 쓸 때까지 숨겨둬야만 했다. 그리고 혼자 수를 놓을 때마다 몰래 울고는 했다.

닉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타고난 외로움. 여자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했고, 남자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다. 피트는 언제나 아름다운 이방인이었다. 멀리서 구경하기에는 썩 흥미롭지만, 같은 땅 위에 서고 싶지 않은 모난 존재. 어른들은 피트를 동정하면서도 끝끝내 껄끄러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청승 떨지 말자, 매버릭. 피트는 마음을 다잡으며 키르케가 보기 전에 얼른 눈물을 훔쳐냈다. 그때 천막 문을 열고 톰이 안으로 들어왔다. 톰은 발을 들이자마자 피트를 찾았다. 시야에 피트 외에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매버릭. 아, 키르케도 있었네.”
“바자르에 가는 길이지?”

키르케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그래. 뭐 필요한 거 있어?”
“남편한테 이미 말해뒀어.”
“그렇군.”

톰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내 정신 봐. 애들한테 심부름시킬 게 있었는데.”

키르케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렇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줄이야.’ 놀라웠다. 남자들과 어울릴 때는 무뚝뚝하고, 여자들과 어울릴 때는 비교적 상냥하지만 그래도 좀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톰이 지금은 맑은 개울물 같았다. 피트와 단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다른 사람이 있으니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 어어…….”
“먼저 가볼게요, 피트!”

키르케는 피트가 붙잡을 새도 없이 부랴부랴 짐을 챙겨 급하게 천막을 떠났다. 둘만 남은 자리가 어색했다. 피트는 톰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괜히 실만 비비 꼬았다. 톰은 조심스럽게 피트의 맞은편에 앉아 손을 뻗었다. 기다란 손가락이 피트의 손목을 휘감았다. 피트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어색해서 고개만 푹 숙일 뿐이었다.

“손목도 다 낫지 않았는데 무리하지 마라.”

톰이 부드러운 말씨로 말했다. 피트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따스했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지만, 톰의 가슴 속엔 벌써 따스한 봄볕이 환했다. 칼날처럼 매서운 바람도 어린아이의 뺨처럼 부드러웠다.

“네가 태워버린 예단을 다시 만들려면 잠잘 시간도 부족해. 좋은 집에 시집갈 거야. 결혼식 날에 사람들이 내가 만든 예단을 보고 자수 솜씨가 좋다면서 칭찬할 거고.”
“네 생각은 좋다. 그런데 예단을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건데, 그땐 너도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 혼기를 넘긴 오메가를 누가 데려가려고 하겠어. 그것도 남잔데. 나이가 많은 남자면 모를까.”

뭐라고? 톰의 말에 피트는 발끈해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되는대로 내뱉었다.

“그러면 더 좋지. 난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좋아. 존경할만한 남자. 젊은 애들처럼 난폭하지 않고, 점잖고 목소리가 멋있는 남자. 재산이 많고 모두가 따르는 그런 사람이면 더 좋겠지. 난 젊은 남자가 싫어. 젊은 사람들은 너무 제멋대로야.”
“……피트, 혹시 우리 아버지를 마음에 둔 건 아니겠지?”

톰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피트는 어안이 벙벙해서 제 귀를 의심했다. 그것도 잠시, 톰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며 날카롭게 외쳤다.

“미쳤어?”
“너는 내 어머니가 되고 싶은 건가?”
“미쳤구나.”
“나에게서 사랑이 아니라 효를 바라는 건가?”

톰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가 지긋하고, 존경할만한 남자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얼굴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늘 자신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노려보며 추궁하기 바쁜 아버지의 얼굴. 상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아버지와 피트가 서로 마음이 맞아 화기애애한 모습을 상상하니, 속에서 불길이 일었다.

“극진히 떠받들어 주는 거라면 지금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톰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트는 입만 벙긋거렸다.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인 말에 불과한데.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지? 평생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알렉세이의 순정에 내심 감동했던 터라, 그 감상을 망친 톰에게 화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안 돼. 내 손으로 아버지의 목을 베게 하지 마라.”
“넌 제발…… 아니다. 너랑은 말 안 할래.”

피트는 아예 등을 돌려버렸다. “매버릭.” 하고 톰이 불렀다. 피트는 못 들은 체하며 실타래를 풀었다. 톰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대뜸 피트를 껴안았다. 피트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덫에 걸린 짐승 같았다.

“다녀올게.”

톰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쓸쓸히 자리를 떠야만 했다. 홀로 남은 피트는 허공에 퍼진 향기를 들이마셨다. 톰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다.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말로는 들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장미꽃 향기. 장미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새파랄까? 아니면 불을 쬐는 톰의 얼굴처럼 붉고…….

“나도 미쳤나 봐.”

무심코 떠오른 생각에 피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장미꽃은 가시가 있다던데. 그래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카잔스키한테 수염을 길러보라고 할까 봐.’ 굳이 따지자면, 깔끔하게 면도한 말쑥한 얼굴을 더 좋아하지만, 까슬까슬한 수염이 올라온 거친 얼굴도 나쁠 것 같진 않았다.
 
***


‘오늘도 잘 안 풀렸나 보군.’ 말의 갈기를 쓰다듬던 론은 멀리서 걸어오는 톰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축 처진 어깨에 힘 빠진 걸음걸이, 애써 언짢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표정. 피트를 데리고 온 이후로 론이 가장 자주 보는 톰의 모습이었다. 약탈혼을 계획하던 기세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네 신부가 빛나는 머릿결에 황홀해하던?”

론이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머리를 감은 줄도 모르더라.”

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 위에 올랐다. 셋이서 함께 맞이한 초원의 아침, 피트가 했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아 그날부터 제 머리카락을 의식하게 됐다. 예전에는 머리 모양이란 보기에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하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보기 좋게 손질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굳이 시도 때도 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신경을 쓸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자에겐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트의 말을 듣고 난 이후로 검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고, 머리카락에 재라도 튀면 신경이 쓰였다. 어머니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금발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므로. 겨우 피트의 관심을 끌만 한 것을 찾았는데, 애석하게도 일이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여자들처럼 향유도 발랐는데 아쉽게 됐군.”

론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에 탔다. 요즘 틈만 나면 톰이 손으로 머리카락을 슥슥 빗어대는 게 거슬리던 차였다. 거울을 힐끔거리는 것도 꼴불견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머릿기름까지 바르다니. 알렉세이가 모르는 게 다행이었다. 그가 안다면 분명 망신이라며 노발대발할 것이다. 

“냄새가 거슬려.”

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퍼져나가는 향유 냄새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론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좀 떨어져서 가자.”
“슬라이더, 수염을 길러볼까?”

울타리를 지나며 톰이 불쑥 물었다.

“갑자기?”

론은 영문을 몰라 눈을 크게 떴다. 톰은 어색하게 웃으며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꾸만 아버지와 피트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떠올라서 심란했다. 그의 상상 속에서 피트는 알렉세이를 바라보며 바자르의 포도 넝쿨 아래, 자신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생명력 넘치는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톰은 생각을 떨쳐내려고 고삐를 힘껏 잡아당기고 말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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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매브 아이스맨 매버릭
2023.02.16 21:09
ㅇㅇ
미친 내 센세야??? 진짜 내 센세야?ㅠㅠㅠㅠㅠㅠㅠㅠ경건하게 다시 정주행해야지ㅠㅠㅠㅠㅠ
[Code: ccbe]
2023.02.16 21: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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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너네 그거 사랑이야ㅠㅠㅠㅠ 아 그건글코 구스 어서 나았으면ㅠㅠㅠ
[Code: 6e5c]
2023.02.16 2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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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 센세 사랑해.......센세를 위해 나 수염 기를게
[Code: 9160]
2023.02.19 04: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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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나름 열심히 향유도 바르고 다 했는데 몰라주는 피트ㅠㅅㅠ
[Code: 2188]
2023.02.24 09:48
ㅇㅇ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아이스 지지야 지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986a]
2023.03.10 1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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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점점 톰며드는뎈ㅋㅋㅋㅋㅋㅋㅋ 향유 맡다가 장미>색깔>톰얼굴>입덕 부정타임>장미꽃 가시>수염 길러보라 권유하는 생각까지 이어진 거 너무 귀엽닼ㅋㅋㅋㅋㅋ
[Code: 6c23]
2023.03.30 06: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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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머리빗고 향유바르는 톰을 지켜보는 론을 생각하니 너무 즐겁닼ㅋㅋㅋㅋㅋㅋ
[Code: 77f0]
2023.04.02 02: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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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은 좋다. 그런데 예단을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건데, 그땐 너도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 혼기를 넘긴 오메가를 누가 데려가려고 하겠어. 그것도 남잔데. 나이가 많은 남자면 모를까 >>> 의도치 않게 매브 열받게하는 화법 1급 톰 카잔스킼ㅋㅋㅋㅋㅋㅋㅋ미치겠닼ㅋㅋㅋㅋㅋ
[Code: 44fb]
2023.04.17 2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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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ㅋㅋㅋㅋ다들 알렉세이와의 관계를 한번쯤 의심하는거냐구
[Code: 1b49]
2023.05.25 03: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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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넼ㅋㅋㅋㅋㅋㅋ엉뚱하게 오해해서 질투하는 톰 귀엽닼ㅋㅋㅋㅋㅋㅋㅋ
[Code: a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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