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18653997
view 6221
2023.01.10 18:01
1
 

늑대와 달

 

 

 

3. 새벽별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톰은 별자리를 길잡이 삼아 쉬지 않고 말을 달렸다. 꼬박 세 시간을 달리니, 고단한 눈을 감을만한 괜찮은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긴박감 넘친 전투에 말들도 지쳤으므로 오늘은 이쯤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톰의 지시에 부족 남자들은 말에서 내려 천막을 칠 땅을 골랐다.

 

론은 말을 매어 둘 기둥을 땅에 심었다. 세 마리를 잃었다. 뼈 아픈 손실이었지만, 예상보다는 나았다. 톰이 미리 테르반테이 마을 주변의 지형과 마을로 들어가는 샛길을 알아둔 덕분이었다. 톰은 저돌적인 아버지 알렉세이와 달리 피해를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했다. 그 덕분에 부자는 의견이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알렉세이가 이번 일에 대해 알게 된다면, 아마도 톰에게 나약한 놈이라 일갈하며 비난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천막을 쳤다. 냄비 가득 마유를 섞은 차가 부글부글 끓었다. 남자들은 차가 다 끓기만을 기다리며 꽁꽁 언 손을 불에 쬈다.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는 남자도 있었다. 고단한 얼굴이었지만, 승리에 고조되어 옅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보기 드물게 좋은 말이야. 분명 혈통이 좋을 거야. 브래드쇼 집안이 형편은 넉넉하지 않아도, 수완은 대단한가 봐. 그런 말을 구한 걸 보면.”

 

론은 그렇게 말하며 톰의 옆에 앉았다. 피트의 말은 덩치가 크고 날랬다. 피처럼 붉은 땀을 흘렸고, 윤이 돌았다. 지구력도 대단했다. 다른 말들은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는데, 놈은 오히려 기운이 펄펄 넘쳤다.

 

“탐내지 마, 슬라이더. 또 미끄러질라.”

 

톰은 찻잔을 건네며 툭 내뱉었다. 론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는 훌륭한 기수였지만, 말을 길들이는 데는 소질이 없었다. 새로운 말을 길들일 때마다 번번이 말에서 미끄러져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는 했다.

 

피트의 말 타르르크는 그가 성인식을 치르던 날 받은 선물이었다. 존 브래드쇼는 듀크 미첼이 남긴 얼마 되지 않은 재산에 자신이 그간 몰래 모은 재산을 털어 그 말을 샀다. 아직 덜 자라고 비루먹은 말이었지만, 명마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보았다. 상인은 보는 눈이 형편없는 남자였다. 그는 자신이 끌고 온 말 중, 가장 값진 것을 알아보지 못했고 헐값에 그 말을 팔았다.

 

피트는 아직 각성하지 못한 어수룩한 잘은 말에게 타르르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그 극진한 보살핌에 말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다. 덩치가 커지고, 힘이 좋아졌다. 푸석푸석하던 털도 반질반질해졌다. 곧 모두가 부러워하는 멋진 말이 되었다. 타르르크는 피트에게 닉 다음으로 사랑하는 가족이자 친구였다.

 

그러니 말에 유독 관심이 많은 론이 탐을 낼만도 했다. 하지만 톰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므로, 론은 괜한 말을 아꼈다. 유목민에게 말은 생존 수단이자 분신이었다.

 

 

***

 

 

천막 안으로 들어온 톰은 피트의 몸을 묶은 매듭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결박이 불편한지 피트는 앓는 소릴 내며 몸을 뒤틀었다. 풀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가까스로 얻은 보물이 스스로 달아나게 둘 순 없었다.

 

모처럼 만난 호적수. 희생 끝에 얻은 값진 신부. 날이 밝는 대로 출발하려면 당장에 눈을 붙여야 하나, 마음이 들떠 좀처럼 잠들기 어려웠다. 톰은 눈을 감는 대신에 피트의 곁에 앉아 가만히 그를 들여다보았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굳게 감겨 있던 눈꺼풀이 스르륵 열렸다. 바자르에서 보았던 그 초록색 눈동자다.

 

“깼어?”

“……구스? 구스는? 구스 어떻게 했어?”

 

피트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의식을 찾자마자 한다는 말이 친구의 안부를 묻는 것이라니. 내심 자신을 향한 매서운 저주와 시퍼렇게 날이 선 비난을 기대했던 톰은 김이 샜다. 한편으로는 역시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을 이끌 우두머리의 아내라면 사람이 귀한 줄 알아야 한다.

 

“내 얼굴 봐라.”

 

톰은 피트의 어깨를 조심스레 붙잡았다. 피트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매정하게 고개를 돌렸다.

 

“구스 어떻게 했냐고 물었잖아.”

“일단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 대답해줄게.”

 

피트는 마지못해 톰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얇은 천을 뚫고 들어온 어슴푸레한 달빛과 별빛 아래 반듯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재가 된 마을에선 불길에 휩싸여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보기 드물게 준수한 얼굴이었다. 그렇다고 어떤 감흥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봤어. 됐지?”

 

피트는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톰은 겨우 피가 멎은 상처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마부터 시작해 눈꺼풀을 지나 광대 언저리까지 그어진 상처였다. 칼이 스치던 순간 눈을 감은 덕분에 눈이 멀지 않은 게 톰에겐 천만다행이었다. 피트에겐 불행한 일이었지만.

 

“네가 만든 상처다.”

“그래서?”

“아물 때까지 네가 살펴줘. 넌 내 아내잖아.”

“헛소리 집어치워. 배에도 칼자국 만들어줘?”

 

어처구니없었다. 피트는 바동거리며 톰에게 달려들었다. 몸이 꽁꽁 묶인 탓에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톰은 너무나도 쉽게 피트의 몸부림을 피했다. 그리고 옆으로 쓰러진 피트의 몸을 바로 세우며 다시 입을 열었다.

 

“구스. 네 친구 말이다.”

 

구스의 이름이 나오자 피트는 멈칫했다. 그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덜컥 겁이 났다.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죽이지 않았어. 너와 함께 데려왔다. 조금 전에 정신을 차렸고.”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이어지는 톰의 말에 피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언젠가는 나를 위해서도 저렇게 눈물을 흘리겠지. 톰은 먼 훗날을 상상하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네가 아둔하지 않다고 믿는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하는 건 썩 내키지 않은 일이었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톰은 착잡한 심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가야 할 길은 멀고, 시간은 촉박했다.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상황을 통제해야만 했다. 주도권을 두고 힘을 겨루는 것은 피가 들끓는 일이었지만, 당장은 그 즐거움을 뒤로할 수밖에.

 

“……구스는 돌려보내 줘. 집에서 걱정할 거야. 구스는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어. 구스 어머님은 몸이 편찮으셔.”

“아둔하지 않다고 믿어.”

“구스만 무사히 보내주면, 구스만. 구스만. 그러면…… 네가 원하는 거…….”

 

피트는 말끝을 흐렸다. 초점이 풀린 눈동자가 흐리멍덩했다. 톰은 피식 웃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네 말대로 난 멍청한 놈 아니야. 뭘 기대하는지 정돈 알아.”

 

피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뻔한 일이다. 자신은 약탈당한 신부이고, 눈앞에 남자는 혈기가 넘칠 때이다. 몸이 달아오를 시기는 아니었지만, 불붙은 청춘이 배를 붙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욕정을 이기지 못해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눈이 맞은 상대와 함께 밤을 보냈다가, 덜컥 애가 들어서서 피치 못하게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거?”

 

차가운 손이 피트의 뺨을 스쳤다. 피트는 숨을 흡 참았다. 뺨을 더듬던 손이 목덜미로 내려왔다. 슬금슬금 움직이는 것이 꼭 벌레가 기어가는 것만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 톰의 손이 옷깃을 헤집고 안으로 쑥 들어왔다. 그의 숨결이 가까이 닿았다. 피트는 슬픔과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울지 않았다. 차라리 혀를 깨물면 깨물었지, 절대로 톰 카잔스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기대하던 순간이긴 하지만, 네가 날 원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안을 마음 없다.”

 

톰은 피트에게서 떨어졌다. 피트는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기침이 콜록콜록 나왔다.

 

“자, 건드리지 않을게. 다시 내 얼굴 제대로 봐.”

 

톰이 두 손을 들며 말했다. 피트는 씨근덕거리며 쏘아붙였다.

 

“아까 봤잖아. 또 봐야 해?”

“응.”

 

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해. 힘으로 제압하고 모욕할 줄 알았는데……. 피트는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들었다. 톰에게 반항하다가 흠씬 얻어맞을 각오도 했다. 그런데 톰은 카잔스키 씨족의 악명과는 달리 자신을 난폭하게 대할 마음이 없는 듯했다. 피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말없이 톰을 흘겨보았다.

 

“내 얼굴이 아직 서먹하지?”

“서먹? 서먹하면 차라리 다행이지. 당장에라도 찢어발기고 싶거든?”

“그래도 곧 정이 들 거다.”

 

톰은 피트의 뺨에 묻은 그을음을 문질렀다. 반질반질한 뺨이 보기 좋았다.

 

“타타흐 부족도 끝이군. 후계자가 정신 나간 놈이니까.”

“언젠가 너 스스로 나를 원해서 안길 날이 올 거야. 그 날을 기다릴게.”

“흙으로 돌아가도 그럴 일 없어.”

 

피트는 단호하게 일갈했다. 톰은 크게 웃었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 오히려 피트가 꼬리를 내리고 얌전하게 굴었다면 아쉬웠을 것이다. 쉬운 싸움은 지루하다. 기나긴 싸움 끝에 얻어낸 승리가 더욱 가치 있는 법이다. 톰은 인내심이 강한 사냥꾼이었다.

 

“아, 그렇지. 난 톰 카잔스키다. 사람들은 날 아이스라고 불러. 소개가 늦었네.”

“난 매발톱이야. 조만간 네 눈을 후벼팔 이름이지. 기억해둬.”

 

피트는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

 

“피트 미첼. 주변에선 매버릭이라고 부르고. 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안다.”

 

톰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 태도에 피트는 발끈했다.

 

“안다고?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내가 얼마나, 얼마나 이 결혼을 기대했는지 알아? 평생 오늘을 기다렸어. 가족이 생길 날만을 고대하며 살았다고. 그걸 네가…… 망친 거야. 내 심정이 어떤지 넌 몰라. 평생 모를 거야.”

 

역병도 피해 가는 아이. 전염병으로 일족이 모두 죽고, 홀로 살아남은 피트를 가리켜 사람들은 그렇게 수군거렸다. 브래드쇼 가족은 그런 피트를 기꺼이 품에 안고 보듬었지만, 끝내 채워지지 않은 갈증이 남아 있었다. 나만의 온전한 가족. 피트가 어릴 적부터 남몰래 키워온 꿈이었다.

 

“카자흐는 활도 제대로 쏠 줄 모르는 나약한 놈이다.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 넌 저 하늘 위에 매야. 네가 있을 곳은 더러운 돼지우리가 아니라 자유롭게 날갯짓할 수 있는 하늘이다.”

“그러는 넌 나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그럼.”

 

확신에 찬 얼굴이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피트는 부아가 치밀었다. 속이 뒤집히고 이가 갈렸다. 자신을 내리깔아 보는 저 얼굴에 또다시 칼자국을 새겨주고 싶었다. 몸이 묶인 게 원통할 따름이었다.

 

“우린 아이를 아주 많이 낳을 거다. 적어도 넷. 널 닮은 아이라면 용맹한 전사가 될 거고, 날 닮은 아이는 예쁘고 현명할 거야. 모두가 부러워할 가족이지. 네가 바라던 삶이 이루어질 거야.”

“그래서 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 하나?”

 

피트가 차갑게 되물었다. 톰은 잠깐 숨을 골랐다. 지지부진한 말싸움을 이어나갈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당장에 매듭지을 수 없는 문제였다. 어떤 문제는 시간 속에 허물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힘으로는 끊어낼 수 없다. 지금 당면한 이 문제가 바로 그랬다.

 

“사막의 밤은 춥고 길은 멀어. 야영지까진 꼬박 사흘을 더 달려야 해. 네 친구는 말에 깔려 다리를 다쳤어. 더는 말 않겠다.”

 

톰은 피트의 결박을 풀며 느릿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아직 어려 성마르고 충동적인 기질이 돋보이긴 하지만, 피트는 영민했다. 이만하면 딱히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들으리라 생각했다. 과연 톰의 기대대로였다. 피트는 자유로워진 손을 쥐락펴락할 뿐, 톰을 공격하거나 달아나지 않았다. 대신에 말했다.

 

“……배고파.”

“음.”

“결혼식이라고 종일 굶었어. 합방 전에 신부가 먹을 걸 입에 대면 부정 탄다고 야단이라 목만 축였어.”

“잘 생각했어.”

 

톰이 미소를 지었다. 서글서글한 웃음이었다.

 

 

***

 

 

“와…… 넌 어떻게 된 녀석이냐? 설움에 북받쳐 질질 짤 줄 알았는데.”

 

큼지막하게 썬 고기가 가득 담긴 그릇을 든 론은 혀를 내둘렀다. 테르반테이 마을에서 결혼식에 내놓으려고 잡은 양고기와 간식을 챙긴 게 천만다행이었다. 짐을 가볍게 하려고 그냥 떠났다면, 피트의 식성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찬 것은 좋다. 씩씩한 것도 좋다. 톰이 바자르에서 우연히 만난 피트에게 반해 자신의 신부로 삼겠다고 말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톰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범상치 않으리라 예상은 했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바로 전날 신랑을 잃고 납치당한 신부가 말짱한 얼굴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고기를 가져다 달라고 말하더니, 무섭게 그릇을 비웠다. 몸집은 크지 않은데 웬만한 장정 여럿보다 훨씬 잘 먹었다. 곡기를 끊고 시름시름 앓는 것보단 낫지만, 먹으 치우는 기세가 들불처럼 맹렬해서 론은 주눅이 들 지경이었다.

 

“이거 다 먹고 배가 차면 너도 죽일 거야.”

 

피트는 론이 가지고 온 그릇을 낚아챘다. 맑은 국물에 기름이 둥둥 떠다녔다. 비싼 향신료를 듬뿍 쳐서 독특한 냄새가 났다.

 

“그래, 네 마음은 알겠는데 그러다 체하겠다. 좀 천천히 먹어.”

 

론은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었다. 피트는 론을 본체만체하며 게걸스럽게 국물을 마시고 고기를 뜯었다. 커다란 고깃덩이를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켰다가 목이 막혔는지 켁켁 거렸다. 가슴을 두드리는 주먹이 다급했다.

 

“이런다고 톰이 너한테서 정떨어질 일 없어. 너한테 흠뻑 빠져서 정상이 아니거든. 오히려 잘 먹는 게 좋다며 기뻐할 거야.”

 

론은 혀를 끌끌 찼다. 피트는 그를 무시하고 먹는 데 열중했다.

 

“야, 내 말 듣고 있어?”

 

꾸역꾸역 삼키는 모습이 영 불안했다. 저러다 탈이라도 날까 봐 덜컥 겁이 난 론은 피트를 말리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피트는 론의 손목을 휙 잡아챘다.

 

“손대지 마! 내가 다 먹을 거야.”

“식탐 부리지 마. 네가 식량 다 축내고 있는 건 알아? 이러다 야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거덜이 날 거다. 너 때문에 다 쫄쫄 굶게 생겼다고.”

“잘됐네. 내가 다 먹어 치워서 그 금발이랑 네 놈이랑 너희 빌어먹을 것들 다 망하게 만들 거야.”

“금발이 아니라 톰. 톰 카잔스키, 네 남편.”

“웃기지 마, 누가 그런 놈을 남편으로 인정한다고 했어?”

“이봐.”

 

론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피트는 본능적으로 멈칫했다. 론은 자신의 손목을 쥔 피트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피트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네 의사가 무슨 상관이야. 아일라우는 죽었고, 테르반테이 마을은 잿더미가 됐어. 지금쯤 소문이 쫙 퍼졌을 거다. 이제 넌 어디에도 못 가. 널 데려가려면 우리 부족을 상대해야 하니까. 너도 이제 우리 식구다. 이게 네 운명이야.”

 

피트는 숨을 죽였다. 웃는 얼굴이 능글맞고 행동거지가 뺀질뺀질하다고 얕잡아 보았는데, 론 터너도 엄연한 타타흐 족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저 손으로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을까. 피트는 굳은살 박인 론의 손을 힐끔 쳐다보았다.

 

분해. 피트는 이를 악물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굴하게 꼬리를 내리고 몸을 숙이긴 싫었다.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다. 타타흐 족이 초원을 호령하는 전사라면 어떠한가. 자신의 몸에도 전사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지금은 한 줌 모래로 돌아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이름이지만, 미첼이란 이름은 한때 초지를 밟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떨게 했었다.

 

피트는 먹다 만 양 갈비 한 대를 집었다. ‘뭘 어쩌려는 거지?’ 론은 고개를 기우뚱거렸다. 피트는 보란 듯이 갈빗대의 살을 발라 먹었다. 그 와중에도 론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것 참.” 론은 말문이 턱 막혔다. 이내 깨끗하게 갈비를 먹어 치운 피트는 론의 얼굴에 뼈를 던졌다. 앙상한 갈빗대는 론의 각이 진 이마를 때리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

 

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황당했다. 주먹으로 맞은 일이야 꽤 많았지만, 먹고 남은 갈빗대로 얻어맞은 것은 처음이었다. 골이 지끈거렸다. 앞으로 저 얼굴과 부대끼며 살아갈 나날을 상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먹을 걸로 시답잖은 장난 치지 마라. 천벌 받는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피트는 일부러 밉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됐다, 됐어. 불청객은 이만 사라져줄 테니 혼자서 마음 편히 실컷 먹어라.”

 

말을 말자. 이래서야 끝도 없다. 론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천막 문을 걷었다.

 

“하나 묻자.”

 

피트는 문을 나서는 론을 돌려세웠다. 론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역광이 드리운 얼굴이 마치 단단한 바위처럼 보였다.

 

“뭘?”

“네가 구스를 다치게 했어?”

 

피트가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론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내가 네 친구를 찾았을 땐, 이미 말에 깔려 정신을 잃은 후였다.”

“누가 구스를 다치게 했는지는 알고?”

“옆에 쓰러져 있던 한스. 아마도. 근데 확신은 못 해. 죽었거든.”

“그래, 알았어.”

 

피트는 이만 가보라는 뜻으로 고갯짓했다. 그 순간 론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피트의 움직임이 느릿하게 흘렀다. 피트는 기름 묻은 단검을 헝겊에 슥슥 문질러 닦았다. 칼날이 예리했다. 하하. 론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

 

 

구름 한 무리에 별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추위는 전날보다 한결 거세졌다. 톰은 허공에 비스듬히 검을 들고 칼날을 더듬었다. 유리알처럼 빛나는 칼날에 회색 눈동자가 걸렸다. 반으로 갈라진 시야에 구시렁거리며 성큼성큼 걸어오는 론의 모습이 들어왔다. 톰은 검집을 고쳐잡았다.

 

“아이스. 네 신부는 새끼 양처럼 잡고 귀엽게 생겼는데, 성격은 야생마처럼 사납고 더러워. 저렇게 말을 안 듣는데 앞으로 어쩔 작정이야?”

 

론은 톰의 얼굴을 보자마자 불만을 늘어놓았다. 된통 당하고 온 모양인지 볕에 그은 얼굴이 시뻘겠다. 톰은 허리춤에 검을 고정하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네가 먼저 시비를 걸었겠지.”

“네 처라고 벌써부터 싸고돌아?”

“그래서, 슬라이더. 매질이라도 하라고?”

“버릇 고치려면.”

“난 내 물건에 흠집 나는 거 싫어.”

“그럼 무슨 수로 애를 만들래? 저렇게 말을 안 듣고 뻗대는데!”

 

론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언성을 높였다. 톰은 드넓은 초원을 가리켰다.

 

“내가 믿고 의지할만한 남편이라는 걸 증명하면 되겠지. 나한텐 저 초원을 빽빽하게 채울 만큼 많은 양과 염소가 있고, 쉬지 않고 꼬박 사흘을 달릴 수 있는 강한 말이 있어.”

“어, 그 대단한 가축 네 신부가 다 잡아먹을 거다.”

 

퉁명스러운 론의 반응에 톰은 피식 웃고 말았다. 론은 입이 쓴지 주머니에서 소금 한 조각을 꺼내어 입에 넣었다. 볼이 불룩해지니 더욱 퉁명스러워 보였다. 톰은 광활한 지평선을 응시하며 넌지시 물었다.

 

“닉 브래드쇼 말이다. 상처는 괜찮나?”

“의식은 또렷한데, 상처가 어떻게 될지…… 썩기라도 하면 목숨 장담 못 하거든. 날씨라도 춥고 건조해서 그나마 다행이지.”

 

론은 손바닥을 비비며 말을 아꼈다. 육중한 말에 깔리면 뼈가 부러지는 건 당연지사고, 부러진 뼈가 살을 뚫고 나오는 일도 허다했다. 그 지경이 되면 뼈가 무사히 붙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고, 절단하는 쪽이 예후가 좋았다. 천만다행으로 닉은 다리가 부러지지는 않았으나, 부서진 안장이 허벅지를 찔러 살점이 너덜너덜했다. 그 부위가 꽤 컸다. 피가 멎는 데만 한참이 걸려 하마터면 과다 출혈로 명을 달리할 뻔했다.

 

“일리야에게 잘 지켜보라고 해. 구스 그 친구가 죽으면 꽤 힘들어질 거야. 최대한 빨리 야영지로 돌아가자. 바샤 영감에게 치료를 맡기는 게 좋겠어.”

“같은 생각이다. 우린 이 허허벌판에서 네 신부한테 개죽음을 당할 거고, 시신은 말에 묶여 여기저기 나뒹굴겠지. 조상님들 볼 낯이 없을 거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

 

톰의 눈썹이 둥글게 휘어졌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론은 말을 돌렸다. ‘아까 날 죽일 기세였지.’ 괜스레 목이 간질간질하고 모골이 송연해졌다. 뼈에 붙은 살점을 바르던 칼날의 예리함이 떠올랐다. 죽음은 그림자처럼 사람을 따라다닌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염원하는 죽음의 방식이 있다. 론이 바라는 인생의 종장은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손자와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아이스, 널 못 믿어서가 아니야. 걱정이 돼서 그래. 감당할 자신 있어?”

“자신 없었다면 시작도 안 했어.”

 

이제 막 초석을 놓았다. 지리멸렬한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승부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톰은 자신이 거느린 가축과 사람들,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하는 책임의 무게를 느꼈다. 수많은 삶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었다. 단 하나도 놓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피트 미첼의 인생도 이제 이 손에 달렸다.

 

 

***

 

 

밤이 깊어지면 희미한 피비린내가 난다. 텁텁한 공기 중에 흩어진 그 냄새를 맡고 피트는 밤이 왔음을 알았다. 말에 실려 정처 없이 흔들린 몸이 찌뿌듯했다. 말발굽 소리와 채찍 소리만 요란스러웠는데, 드문드문 말소리가 들렸다. 오늘 밤 머물 초지를 찾은 모양이었다. 말에서 내린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고삐 풀린 말들이 히히힝 울었다.

 

아쉽게도 눈이 안대에 가려져 그 풍경은 볼 수 없었다. 피트가 길을 익히지 못하도록 이동 중에 안대를 씌우자고 제안한 건 론이었다. 말을 잃고 사람을 잃어가면서까지 얻은 귀한 신부이니, 달아나지 못하도록 말이다.

 

괜한 짓이었다. 피트는 당장에 달아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닉이 말에 깔렸다고 했다. 부상의 정도를 자세히 모르지만, 다친 닉을 데리고 이 사막 한복판에서 노련한 사냥꾼들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피트는 곧잘 무모한 짓을 저지르곤 했지만, 닉의 목숨이 달렸다면 얘기가 달랐다. 모두가 방심할 때를 노려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놓는 쪽이 나았다. 과연 그럴 기회가 올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러니 지금은 닉이 무사하기만을 바라자.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도 잠깐 멈추고, 애도의 노래는 다음날을 기약하자. 그러나 분노가 녹슬지 않도록 예리하게 벼려야 한다. 이 슬픔과 수모는 갑절로 갚아 줄 것이다.

 

단단한 두 팔이 피트의 몸을 감쌌다. 피트는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손을 허우적거렸다. 부드러운 옷자락이 손에 잡혔다. 그 아래 탄탄한 가슴팍이 느껴졌다. 조끼에 덧댄 가죽 냄새가 진했다. 맞닿은 살결에서 지푸라기 냄새가 났다. 피트는 조심스레 몸을 기댔다.

 

피트를 천막 안으로 데리고 온 톰은 조심스럽게 안대를 풀었다. 종일 어둠 속에 파묻혔던 눈동자가 어룽거리는 촛불을 따라 빠르게 흔들렸다. 톰은 피트의 코앞에 제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오늘은 어때? 이제 좀 정이 들어?”

 

피트는 대답 대신에 톰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아.” 톰이 낮게 신음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등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기운이 넘치니 보기 좋다.”

“거짓말. 열받지? 한 대 치고 싶지?”

“아니. 약속할게. 너한테 손찌검은 절대 안 한다고.”

“그 많은 사람을 죽여놓고서…… 자상한 체하지 마.”

“너한텐 자상한 남자가 되고 싶어.”

 

톰은 그렇게 말하며 피트의 무릎을 그러쥐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폭력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피트를 길들이는 데 그 수단을 동원하고 싶지는 않았다. 피트의 성정이 곧고 고집이 대단해서 어쭙잖게 손을 올렸다가는 도리어 부러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 피트와 함께 사냥을 하러 가서 활 솜씨를 겨룰 날은 기대되었다.

 

“매버릭,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 당장은 네가 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길고, 너와 나 사이엔 함께할 시간이 많이 남았어.”

“너하고 말 섞고 싶지 않아.”

 

피트는 쌀쌀하게 대꾸했다. 피곤했다. 몸이 고단한 것도 고단한 것이지만, 종일 어떻게 복수를 할지 궁리하느라 두통이 있었다. 톰 카잔스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존재가 될까? 목숨과도 맞바꿀 만큼 소중한 존재가 될까? 그러고 나서 그를 잔인하게 버릴까? 정말 아이를 가질까. 그리고 그 아이들을 전부 죽여버릴까. 그야말로 오만 생각을 했다.

 

“그래, 알았다. 저녁 식사 갖다줄게. 너한테 주려고 꿀을 좀 챙겨뒀어.”

 

톰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꿀?”

 

피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싫어해?”

“하, 한 번밖에 못 먹어봐서 어떤 맛인지 기억이 잘 안 나. 그것도 너무 예전 일이라…….”

 

비축한 식량을 거덜 낼 작정으로, 어떻게든 버틸 생각으로 꾸역꾸역 배를 채우긴 했지만 본래 피트는 남들보다 적게 먹는 편이었다. 또, 입맛이랄 것이 딱히 없었다. 몸이 비대해져 움직임이 둔해지지 않게, 그렇다고 비쩍 말라 골골대지 않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것에 감사하자는 것이 피트의 지론이었다.

 

“이참에 원 없이 먹어보면 되겠다.”

 

톰은 빙그레 웃었다.

 

“저어, 카잔스키.”

 

피트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구스는 어때. 한 번도 얼굴을 못 봤어. 정말 무사한 거 맞아?”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저녁을 먹는 대로 잠자리에 들어. 내일 새벽 출발하기 전에 만나게 해줄게. 날 믿어. 괜한 걱정으로 마음 쓰지 마라.”

 

그 말을 남기고 톰은 천막을 나섰다. 홀로 남은 피트는 몸을 웅크리고 소리 죽여 울었다. 스산한 바람 소리가 유령의 신음처럼 들렸다. 춥고, 쓸쓸했다. 차마 떨쳐낼 수 없는 두려움이 피트의 등을 껴안았다.

==

아이스매브 아이스맨 매버릭

2023.01.10 22:04
ㅇㅇ
모바일
존잼이에요 센세ㅠㅠ 아이스 넘나 다정해서 매브가 빨리 맘을 열었으면 좋겠으면서도 안 굽히는 매브도 너무 좋고..ㅠㅠㅠㅠ
[Code: d944]
2023.01.10 22:48
ㅇㅇ
모바일
모래 냄새 나는 거 같아요 센세 세상에 이걸 내가 공짜로 봐도 되는걸까
[Code: 9346]
2023.01.10 23:08
ㅇㅇ
모바일
센세 글 읽을때마다 눈 앞에 한번도 가본적없고 상상도해본적 없던 풍경이 확 펼쳐져서 깜짝놀라.... 막 냄새도 나.... 바람도 느껴져.... 그러다가 글이 끝나면 다시 화악하고 현실로 돌아와....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쓸수가있는거야.......
이건 글이 아니야.... 이건 빔프로젝터고 VR체험기고 타임머신이고 어디로든문이라고.....
정말사랑해
[Code: ca90]
2023.01.10 23:10
ㅇㅇ
모바일
아이스 꿋꿋하게 아이 넷 낳을거라고하는거 진짜 웃기다....ㅋㅋㅋㅋㅠㅠ 역시 한번 꽂히면 포기를 모르고 끝까지 이뤄내는 남자....
아맵이 아이 넷 낳고 그 아이들이 손주 여덟 낳을때까지 억나더 써줄거지....? 기다릴게...♡♡♡
[Code: ca90]
2023.01.10 23:46
ㅇㅇ
모바일
둘이 어떻게 가까워질지 짐작도 안 가서 앞으로의 전개가 너무 기대된다 대존잼 센세 어나더ㅠㅠ
[Code: f511]
2023.01.11 01:05
ㅇㅇ
모바일
내 센세가 성실하기까지 하다니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아이스와 매버릭은 세계관이 달라도 아이스 같고 매버릭 같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스는 자상하지만 강압적이고 매버릭은 말괄량이 같으면서도 인내할 줄 알아 아이스 하나만의 매버릭 길들이기가 아닌 아이스도 매버릭에게 잠차 길들여졌으면 좋겠다 둘이 빨리 사랑했으면 좋겠는데 매버릭이 쉽게 안 넘어갔으면 좋겠어ㅋㅋㅋㅋㅋㅋ 아 설렌다...
[Code: 24f2]
2023.01.11 01:30
ㅇㅇ
모바일
센세 오늘도 사랑해
[Code: 4df4]
2023.01.11 01:47
ㅇㅇ
모바일
감사합니다!!!
[Code: 7054]
2023.01.11 01:57
ㅇㅇ
모바일
매버릭 가여워ㅜㅜ안아줄래
[Code: 7054]
2023.01.11 02:00
ㅇㅇ
모바일
이 작품을 돈안내고 봐도 되는걸까....... 센세를 알게된 난 정말 행운아야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d2a0]
2023.01.11 04:32
ㅇㅇ
모바일
센세 정말 하버드수인인가봐 레전드영화한편 눈으로 보는느낌이에오...지하실 백평이면 될까요 센세 자쿠지에 수영장도 놓을게....
[Code: 1c49]
2023.01.11 20:17
ㅇㅇ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야 할 대작ㅜㅠㅜㅠ 1000년 뒤에도 봐ㅏㅏㅏㅏ
[Code: a82d]
2023.01.12 22:27
ㅇㅇ
모바일
이거 다 먹고 배 차면 니도 죽일거라는겈ㅋㅋㅋㅋㅋㅋㅌ 진짜 피트 오진놈..
[Code: ecf0]
2023.03.10 00:24
ㅇㅇ
모바일
“너한텐 자상한 남자가 되고 싶어.”
톰은 그렇게 말하며 피트의 무릎을 그러쥐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ㅁㅊ무릎을 그러쥐었다에서 정신 잃는줄... 뱉은 말에 대한 진심이 너무 잘느껴지는 터치여서 너무좋다ㅠㅜㅜㅜ 복수 어떻게 할 지 구체적으로 생각한 상황들 정말 찌통인데 짜릿해.. 그나저나 구스 다리 괜찮아야 할텐데
[Code: f2c4]
2023.03.21 04:33
ㅇㅇ
모바일
어떻게 죽일까 오만 궁리를 다하면서 꿀 얘기에 눈이 동그래진 매브 귀여워ㅋㅋㅋ 단거에 사족을 못쓰네ㅋㅋㅋ
[Code: c3f6]
2023.03.30 04:32
ㅇㅇ
모바일
날 닮은 아이는 예쁘고 현명할거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아이스 끝도 없이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모습 너무 좋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f08e]
2023.04.17 19:11
ㅇㅇ
모바일
햐ㅠㅠㅠ피트 너무 꼴리고 귀엽고 다 하네ㅠㅠ 센세 최고다
[Code: bae6]
2023.05.25 02:14
ㅇㅇ
모바일
저어 카잔스키래 귀여워ㅠㅠㅠ
[Code: b868]
2023.08.09 10:54
ㅇㅇ
모바일
자신감 넘치고 잔인하지만 다정한 아이스와 정말 매버릭 그 자체인 매브 캬... 유목민족 왤케 잘어울리죠 센세
[Code: 335b]
2023.08.13 10:19
ㅇㅇ
아이스 자꾸 얼굴 보라는게 얼굴 공격이 먹히는거 너무나 잘 아는 인생 살아온거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289e]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