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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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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달

14. 가마


커다란 호수와 산을 낀 아름다운 호시 마을은 비옥한 땅이었다. 일찍이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살았고, 질 좋은 흙으로 빚어낸 도자기로 유명했다. 마을에는 커다란 방앗간과 크고 작은 빵 굽는 가마들이 여러 개 있었다. 인근을 오가는 유목민들은 호시 마을에서 밀을 비롯한 곡식을 사고, 빵을 구웠다. 

타타흐 부족도 호시 마을과 예전부터 교류했다. 빵이야 야영지에서도 구울 수 있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리워질 때면 타타흐 부족 여인들은 호시 마을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타타흐 부족뿐만이 아니라 인근의 작은 마을이나, 지나가는 부족의 여인들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그리울 때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호시 마을의 가마로 모였다.

키르케는 피트에게 재미난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새벽 일찍 그와 함께 야영지를 나섰다. 피트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타고난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그가 브래드쇼 가족과 함께 살았던 작은 마을에도 빵 굽는 가마는 있었지만, 자주 가지는 못했다. 닉이 캐롤과 결혼한 이후로 그녀와도 몇 번 함께 갔지만, 낯선 얼굴인 캐롤도 기꺼이 반겨주는 사람들이 피트에게는 여전히 서먹했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마자 피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싯누런 모래색 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 지붕은 주로 주홍색과 짙은 분홍색이었고, 햇볕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다. 호시 마을 사람들이 입은 옷도 알록달록했다. 대개 두세 가지의 실을 사용해 자수를 놓지만, 이곳 사람들은 적어도 여섯 개의 색을 한 번에 사용했다. 옷감으로 쓰는 천도 미색부터 물 빠진 하늘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모자의 장식은 큼지막했고, 술은 풍성했다. 초원에서는 보기 드문 고양이들이 골목 여기저기를 누볐다. 호시 마을 사람들은 고양이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키르케가 즐겨 찾는 가마는 도자기 공방이 즐비한 골목 막다른 곳에 있었다.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었지만, 질 좋은 장작을 사용하여 화력이 아주 좋았고 이곳에서 빵을 구우면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건물 밖으로 여자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분위기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어서 와요, 키르케. 정말 오랜만이네.”

키르케의 등장에 가마에 줄지어 앉아있던 여자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며 하나둘씩 손을 흔들었다. 피트는 습관대로 키르케의 등 뒤에 숨어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낯선 사람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반짝이는 피트의 녹색 눈동자를 발견한 한 여자가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이분은?”
“톰의 신부예요.”

키르케는 몸을 내빼는 피트를 기어이 사람들 앞에 떡하니 세웠다. 

“세상에. 이분이? 톰이 결혼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여자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뭐라고? 톰? 톰 카잔스키 말이야?”
“그래, 아르샤. 카잔스키 댁 도련님.”
“그…… 여태 결혼 안 했다던? 그 집안이랑 혼사 놓으려던 곳이 꽤 많았지?”
“어어, 맞아. 칼라쉬 집안도 퇴짜를 맞았잖아.”
“웬일이야. 정말 결혼했나 보네.”
“뭐야, 무슨 일인데. 나도 좀 보자.”
“키르케가 새 신부를 데려왔대요.”

사람들이 피트는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섰다. 가장 먼저 피트를 발견하고 다가온 하즈메다가 가지런한 치열을 자랑하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전 아케이 킴벡과 사샤 킴벡의 딸, 하즈메다예요.”
“피트 미첼이에요…….”

피트는 멋쩍게 뺨을 매만지며 작은 목소리로 입술을 달싹거렸다. 자신에게 쏟아진 수십 개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여자들의 눈동자에는 악의가 보이지 않았고,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아르샤는 소매 사이로 드러난 피트의 손목을 보고는 아는 체했다.

“자기, 문신이 아직 없네?”
“그게…….”
“애가 태어나면 하려고? 뭐, 요즘은 다들 그렇게 한다지. 예정일이 언제예요? 아직 배가 부르진 않았네.”
“모르겠어요. 잘.”
“왜 몰라?”

아르샤가 능청스레 되물었다.

“매일매일 뜨거워서?”

아르샤의 어깨에 턱을 괸 다른 여자가 불쑥 끼어들었다. 피트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그럴 일 없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부끄러워하잖아, 피나. 너 때문에 다음에는 가마를 옮기면 어떡해?” 하즈메다가 피나의 모자를 잡아당기며 웃었다.

여자들은 피트가 입은 옷에 관심을 보이며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피트의 자수 솜씨가 좋다며 칭찬하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피트는 우쭐한 마음에 어느새 긴장을 풀고 몇 마디나마 여자들과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다. 옆에서 키르케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피트의 손끝이 아주 야무지다고 거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집마다 조금씩 다른 수 놓는 방법과 아끼는 문양에 관해 얘기하다가, 유독 피트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 아르샤가 돌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흐으으으음. 으으음.”
“왜 그러세요?”

피트가 눈썹을 치켜떴다.

“신기하네. 신부가 남자 오메가라고 해서 키가 크고 훤칠할 줄 알았는데. 우리랑 비슷하잖아? 기나젤보다 작은 것 같아. 기나젤, 이리 와봐!”
“네, 가요.”

아르샤의 외침에 구석에 있던 키가 크고 젊은 여자가 앞으로 나왔다. 기나젤은 피트와 또래로, 그녀도 얼마 전에 결혼식을 올린 새신부였다. 기나젤은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여자였다. 안색이 조금 창백했지만, 입술은 유독 붉었고 두건 아래 삐져나온 금발 머리가 탐스러웠다. 아르샤는 기나젤을 피트의 옆에 나란히 세우고 두 사람을 견주어 보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내 말 맞지? 기나젤보다 작지?”
“정말이네.”

하즈메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성숙한 기나젤의 옆에 세워놓으니 피트는 영락없이 어린애였다. 키도 기나젤보다 반 뼘이나 작았고, 뺨도 더 통통해 보였다. 게다가 턱이 아직 덜 자라 선이 둥글고 흐릿했다. 그래서 여자들은 피트가 기껏해야 열다섯쯤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 아직 덜 자라서 그래요. 더 클 거예요.”

피트는 발끈해서 항변했다.

“피트, 나이가 어떻게 돼요?”

피나가 물었다.

“열일곱 살이에요.”
“나랑 동갑이네? 반가워요. 가마에 자주 와요, 나도 얼마 전에 여기로 시집왔는데 아직 친구가 별로 없거든요. 또래 친구를 사귀고 싶었어요.”

기나젤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아…….”

피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기나젤의 높은 광대뼈와 근사하게 각이 진 턱, 그리고 큼지막한 입술이 내심 부러웠다. 동갑이라는데 기나젤은 벌써 어른 같았다. 느릿한 말씨와 간간이 섞인 비음이 매력적이었다.

“열일곱 살? 그러면 다 컸지. 난 하도 작아서 한 열셋쯤 된 줄 알았어.”

아르샤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더 클 거예요.”

피트는 고개를 확 쳐들고 말했다. 그러자 아르샤의 커다란 손이 앞으로 쑥 튀어나오더니 예고도 없이 피트의 몸을 마구 더듬어댔다.

“앗!”

피트는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아르샤는 피트의 뼈마디를 주무르고, 엉덩이까지 꽉 움켜쥐었다. 그도 모자라 피트의 양 뺨을 꼬집고 이리저리 흔들기까지 했다. 아르샤의 손에 실컷 놀아난 피트는 다신 새끼 양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새끼 양이 아무리 사랑스럽고 귀여워도,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만 보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뼈마디가 잘아서 더 자라도 많이 크진 않겠다.”

아르샤가 혀 차는 소릴 냈다. 아르샤는 애가 다섯이었다. 척하면 척이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의 손발만 보고도 아이가 얼마나 클지 알 수 있었다.

“너무 커도 별로야. 남자들은 한 품에 쏙 들어오는 걸 좋아해. 아담한 게 좋지.”

하즈메다는 피트가 주눅이 든 것을 알아차리고 슬쩍 말을 돌렸다.

“같은 생각이에요. 제 남편도 말로는 제가 가젤처럼 늘씬해서 좋다지만, 내심 좀 작았으면 하는 눈치거든요. 입 맞출 때 특히 그래요. 절 내려다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기나젤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말에 아르샤가 노발대발했다.

“뭐어? 데니스가 그런다고? 눈알을 확 뽑아버려. 망할 놈, 배가 불렀구먼.”
“안 그래도 조만간 그러려고요.”

기나젤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화제가 기나젤과 그녀의 남편 데니스의 이야기로 넘어갔다. 데니스는 호시 마을의 유명한 악동이었다. 어려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사고를 치고 다녔고, 그럴 때마다 호되게 야단을 맞아 종아리가 늘 시퍼렜다. 

그런 데니스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기나젤을 보고 한눈에 반해 꼭 기나젤과 결혼할 거라며 부모를 조르고, 지난날을 반성하며 건실한 사내로 살겠다고 약속했다. 호시 마을 사람들에게 데니스와 기나젤 부부의 신혼 이야기는 요즘 가장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고생했어요, 피트. 아주 잘했어.”

피트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동안 옆으로 물러나 지켜보고 있던 키르케가 슬그머니 피트의 팔짱을 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피트를 빈 가마로 데리고 갔다. 여자들 등쌀에 시달려 혼이 쏙 빠진 피트는 고개만 주억거렸다. 이래서야 빵을 굽기는커녕 이 자리에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


“쐐기, 쐐기, 쐐기, 키르케가 준 쐐기 모양 틀, 매 발톱을 닮았네, 초원의 사냥꾼…….”

피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빵 반죽 위에 틀을 찍어 모양을 냈다. 아무렇게나 붙인 가사에 음정은 변덕스러운 불꽃처럼 통통 튀었다. 피트는 혼자 흥에 겨워 아까 전부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자신에게 쏠린 줄도 모르고 틀을 꾹꾹 눌렀다. 부드러운 반죽이 푹푹 꺼지는 모양새가 재밌었고, 향긋한 냄새에 벌써 배가 고팠다.

여자들은 엉망진창인 피트의 노래를 즐겁게 감상했다. “기분이 좋은가 봐.” 하고 말하며 킥킥 웃는 여자도 있었다. “너무 그러지 마. 흥이 많으면 좋지.” 재잘거리는 여자들 목소리가 가느다랬다.

“어…….”

마지막 반죽을 완성한 피트는 뒤늦게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린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부끄러워서 몸을 한껏 웅크렸다. 머릿속이 좀 멍했다. 틀을 찍는 데 너무 집중해서 그런가. 피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눈만 연신 깜빡거렸다. 그러고 보니 요즘 몸이 영 찌뿌듯했다. 시시때때로 졸려서 오늘 오는 길에도 말 위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거기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배도 당겼다.

“피트,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

반대편에 앉은 하즈메다가 고개를 쭉 내밀며 물었다.

“네.”
“나도 그래. 입 꾹 다물고 일하면 지루한데, 노래를 부르면 시간이 금방 가거든.”

하즈메다는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호시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빵 굽는 노래였다. 하즈메다의 목소리는 은방울처럼 청아했고,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나갔다. 다른 사람들도 하즈메다를 따라 함께 노래를 불렀다. 피트는 얼떨떨했다. “같이 불러요.” 키르케가 피트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면서 부추겼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아름다운 노랫말이 실려 벽에 난 작은 창문을 타고 밖으로 흘러나갔다.

 
***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익은 빵이 탐스러운 자태를 자랑했다. 적당히 부풀어 보들보들했고, 결이 고왔다. 키르케는 그 자리에서 빵 한 덩어리를 큼지막하게 찢어 피트에게 권했다. 그리고 자신도 한입 먹었다. 피트는 빵을 우물거리면서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톰의 말대로다. 키르케가 구운 빵은 과연 특별했다. 키르케는 피트가 구운 빵도 한 조각 찢었다. 그녀는 한껏 가슴을 부풀리고 갓 구운 빵의 풍미를 느꼈다.

“잘 구워졌다. 피트는 빵도 잘 굽네.”
“고마워요. 키르케가 예쁜 틀을 줘서 그래요.”

피트는 웃으면서 빵을 차곡차곡 쌓아 정리했다. 여전히 키르케의 마를 줄 모르는 칭찬이 낯간지럽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반응하면 되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키르케가 칭찬의 말을 건네면 딱딱하게 굳어서는 입만 벙긋거렸는데, 크나큰 발전이었다.

“불이 좀 뜨거웠어요? 얼굴이 빨개.”

키르케가 턱짓으로 피트의 뺨을 가리켰다.

“조금. 그래도 괜찮아요.”

피트는 웃으면서 이마를 훔쳐냈다. 자꾸만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점점 더 심하게 당겼다. 오랜만에 먼 길을 나와서 그런 모양이었다.

“찬바람 맞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키르케는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빵을 전부 쌌다. 단숨에 정리를 마친 그녀는 자연스럽게 피트와 팔짱을 끼고 가마에 남은 사람들에게 먼저 가보겠다고 인사했다. 사람들은 피트에게 만나서 반가웠다며, 다음에는 기쁜 소식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기나젤이 피트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녀는 꼭 다시 만나자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정오를 막 지난 무렵이라 곳곳에서 음식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어느 집은 양고기스튜, 어느 집은 말린 양 넓적다리, 어느 집은 순무와 당근을 잔뜩 넣은 스튜……. 서로 다른 생김새만큼이나 풍요로운 냄새의 색채는 다양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따라왔던 말이 빵을 잔뜩 싣자 고개를 마구 저으며 투정을 부렸다. 키르케는 히힝 울어대는 말의 콧잔등을 찰싹 때렸다. “말 안 들으면 꼬리를 잘라버릴 거야.” 사납게 노려보며 다그치기도 했다. 협박에 겁을 먹은 말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땅을 퍽퍽 걷어찼다. 피트의 말 타르르크는 의젓하고 점잖은 성격이라 군 말없이 짐을 실었다. 피트는 그런 타르르크가 대견해서 얼굴에 마구 입을 맞췄다.

“오늘 어땠어요?”

호시 마을을 나서며 키르케가 넌지시 물었다.

“즐거웠어요.”

피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가슴은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요란스럽지 않고 시시한 즐거움. 빵이 익길 기다리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불협화음. ‘여러 사람이랑 어울리는 건 즐거운 일이구나.’ 피트는 예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행복을 찾았다. 그는 지금의 이 행복을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닉, 그리고 캐롤과 브래들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노래를 부른 건 처음이에요. 돌아가면 구스한테 얘기해줘야지.”
“톰한테는 말 안 하고?”
“걔는…… 아니에요.”

피트는 도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에서 미소를 지워버렸다. 키르케는 일부러 심술궂은 표정을 짓는 피트가 우스워서 배를 잡았다.



15. 비 그치고


아침 일찍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후가 되자 그쳤다. 톰은 피트에게 함께 말을 보러 가자고 청했다. 피트는 며칠 전부터 붙잡고 있던 모자를 내려놓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는 모자를 상자에 담고 톰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겼다. 회색 눈동자에는 무슨 색이 어울릴지 잘 몰랐다. 그래서 기껏 놓은 수를 몇 번이나 풀어헤쳤다. 여전히 모르겠다.

단비에 젖은 말들은 기운이 펄펄 넘쳤다. 톰과 피트는 키가 큰 나무 아래 앉아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았다. 추위에 옷을 벗는 나뭇가지마다 빗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가 아래로 축 늘어졌다. 빗방울이 두 사람의 머리와 어깨에 뚝뚝 떨어졌다.

톰은 말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눈물이 아닌 빗물에 젖은 피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슬픔이 희미해진 얼굴이 아름다웠다. 가냘픈 숨결이 따뜻했다. 톰의 가슴은 전에는 미처 몰랐던 충만함으로 가득 찼다. 처음 말을 길들였을 때도, 열두 살에 홀로 늑대를 잡았을 때도, 선두에 선 적의 머리를 베었을 때도 지금처럼 가슴 벅차지 않았다.

톰은 용기를 내어 슬며시 피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피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톰을 쳐다보았다. 단단한 손이 어찌나 뜨거운지 꼭 불덩이를 그러쥔 것 같았다. 톰은 드물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손. 이제 거칠지 않지?”
“응…….”

피트는 톰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톰은 피트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두 사람은 함께 나란히 초원을 걸었다. 손에서 자꾸만 땀이 배어 나와 축축했다. 그럴수록 톰은 피트의 손을 더 힘껏 잡았다. 손등이 새하얗게 질리고 얼얼해졌지만, 누구도 손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젖은 흙 위로, 듬성듬성 자란 풀 위로 비뚤비뚤한 발자국이 남았다.



16. 달 기우는 밤


흰 양 떼로 뒤덮인 초원은 뭉게구름으로 가득한 하늘과 같았다. 늙은 개 한 마리가 무리를 이탈하고 방황하는 양을 향해 달려갔다. 쿨라는 눈이 침침해지고, 예전보다 움직임이 둔해졌으나 양을 모는 노련함으로는 젊은 개들이 따라갈 수 없었다. 언젠가 쿨라의 자리를 물려받을 젊은 개들이 쿨라의 뒤를 따라다니며 양몰이를 배웠다.

카잔스키 집안은 거느린 양이 많아 개를 데리고 다녔다. 총 다섯 마리를 길렀는데, 하나같이 충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녀석들이었다. 양치기 개가 궁금하다는 피트의 말에 알렉세이는 직접 보여주겠다며 그를 데리고 목초지로 나왔다. 그리고 개들이 어떻게 양을 모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톰 카잔스키가 자신의 신붓감으로 데려왔지만, 수장인 알렉세이가 피트를 손님이라고 명명한 이상 타타흐 부족에서 피트는 귀한 손님이었다. 알렉세이는 실언하지 않는 남자였다. 그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고, 피트에게 지내는 동안 조금도 부족한 것 없이 융숭한 대접을 했다. 양치기 개를 손수 구경시켜주는 것도 그 일환이었다.

어렵고 두려운 상대였지만, 피트는 알렉세이와 함께 지내는 게 그리 싫지 않았다. 워낙 과묵한 남자라 주고받는 대화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피트는 알렉세이의 미묘한 표정을 읽으며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알렉세이는 피트가 영특해서 마음에 들었다. 덩치만 크고 아둔한 젊은 놈들보다 수십 배는 나았다. 피트는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제 눈빛만 보고 뜻을 헤아렸다. 가령 지금처럼 말없이 헛기침하며 눈썹만 꿈틀거려도, 새끼 양이 넘어진 걸 알고 재빨리 달려가 양을 일으켰다.

“어르신네 개들은 지칠 줄 모르네요. 쉬지 않고 뛰어다녔는데 기운이 넘쳐요.”

피트는 자신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치대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알렉세이는 새삼 놀랐다. 쿨라는 까다롭고 쌀쌀맞은 성격이라 사람을 그리 따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경계심도 많아서 사람들 보는 앞에선 밥도 먹지 않았다. 그런데 오가며 몇 번 스친 것이 고작인 피트에게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허물이 없었다.

“좀, 좀 가만히 있어 봐. 너 무겁단 말이야.”

쿨라가 꼬리를 빠르게 흔들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앞발로 피트의 허리를 마구 긁었다. 힘을 이기지 못한 피트가 휘청거리더니 기어이 쓰러졌다. 다른 개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피트에게 달려들어 그의 뺨을 핥아댔다. 피트는 간지러워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웃었다.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좋았지만, 몸은 이상하게도 축 늘어졌다.

개들에게 파묻힌 피트가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자 알렉세이는 발로 개들을 밀어냈다. 잔뜩 상기된 피트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알렉세이는 피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피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그의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흙투성이가 된 옷을 툭툭 털었다.

“피트. 안색이 안 좋구나.”

알렉세이는 피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며칠 전부터 속이 조금 불편하고, 몸이 축 처졌어요. 열이 좀 있고. 몸살인가 봐요. 푹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피트는 느슨해진 두건을 고쳐맸다. 평소보다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 움직임도 느렸다. 알렉세이는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피트에게 성큼 다가섰다. 커다란 그림자에 뒤덮인 피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르신?”
“가만히 있어라.”

알렉세이는 피트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콧잔등과 뺨이 붉었고,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초점이 풀려 몽롱하기도 했다.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니 미열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남자의 손길에 반응하며 저절로 벌어진 입술과 긴장감으로 떨리는 목과 어깨. 어떤 열렬한 기대를 품고 있는 나른한 얼굴.

달 기우는 날이구나. 알렉세이는 속으로 탄식했다. 짐승들이 짝짓기 철을 맞듯이, 사람도 배가 부르고 편안해지면 몸이 달아오른다. 발정기를 사람들은 달 기우는 밤이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달 기우는 밤을 보내는 법이 다 달랐다. 그 정도도 달랐다. 꼬박 며칠 동안이나 해소되지 않는 열망에 몸져눕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취기가 달아오른 정도로 기분 좋게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달 기우는 밤이 찾아오는 주기도 사람마다 달랐다. 시시때때로 몸이 달아 넘쳐흐르는 혈기를 자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단한 가뭄을 묵묵히 견디다가 찾아온 단비에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대개 배를 곯지 않고, 춥지 않고, 스스로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낄 때 찾아왔다. 굶주림에 허덕이며 죽어 가는데 아이를 가질 순 없는 법이다.

“아직 날이 추워서 적당한 때가 아닌데.”

알렉세이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피트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지내는 게 불편하진 않은 모양이군. 됐다.”

알렉세이는 손을 거두어들였다.

“어르신.”
“열일곱 살이라고 했지?”
“네.”
“그만하면 이골이 날 법도 한데. 역시 아직 어린애구나.”

파렴치한 놈. 알렉세이는 속으로 제 아들을 욕했다. 달 기우는 밤이 온 줄도 모르고 무방비하게 흐트러진 피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들이 더더욱 괘씸했다. 아마도 아직 덜 자란데다 그리 풍족하게 살지 못했으니 달 기우는 밤을 몇 번 맞이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러니 어떻게 밤을 보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도 속이 뒤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열일곱 살이면 달 기우는 밤이 찾아왔을 때 제 몸을 어떻게 지키는지 정도는 알 나이다. 열이 올려 허우적거리면서 선뜻 남자를 따라나서지는 않는 법이다.

“돌아가자.”
“네? 하지만 아직 양들이 풀을 덜 뜯었는데요?”

피트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알렉세이의 얼굴이 뿌옇게 보였다.

“두고 갈 거다.”
“두고 간다고요?”
“내버려 둔다고 큰일 안 난다.”
“길을 잃어버려서 영영 못 돌아오면요?”
“그럴 일 없다.”
“혹시 길 잃은 양이 생기면…… 무리랑 떨어져서 혼자 우는 양도 꼭 찾아오실 거죠?”
“그래.”

알렉세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피트는 몸이 달아 횡설수설했다. 아마도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그저 두렵고 또 두려워서 알렉세이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매달릴 뿐이었다.

“멍청한 놈이라 멀리멀리 떨어져도, 어르신이라면 꼭 찾으실 거죠?”
“찾을 거다.”
“혼자 내버려 두지 않으실 거죠?”
“절대로.”

알렉세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제야 피트는 마음이 겨우 놓였다. 몸이 저절로 쓰러졌다. 알렉세이는 쓰러진 피트의 몸을 받치고 주머니에서 말린 박하잎을 꺼냈다. 입이 마르고 심심할 때마다 씹는 것인데, 피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입술 사이로 말린 박하잎을 밀어 넣었다.

“아…….”
“입에 물고 있어라. 정신이 좀 맑아질 거다.”

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세이는 피트를 둘러업어 말에 태웠다. 피트는 알렉세이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다. 그의 체온이 좋았다. 자꾸만 파고들고 싶었다. 알렉세이가 자신을 힘껏 껴안아 주었으면 했고, 다부진 손으로 제 얼굴을 어루만져주었으면 했다. 갑자기 울음이 왈칵 터졌다. 알렉세이는 자신의 등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견뎌라.”

알렉세이는 말을 채찍질했다. 피트는 그의 허리를 꼭 붙잡았다. 알렉세이는 숨도 쉬지 않고 말을 몰았다. 서둘러 영지로 돌아온 알렉세이는 빨랫줄에 걸린 담요로 피트를 꽁꽁 싸매어 사람들이 그를 보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곧바로 톰을 찾았다.

“이반, 톰은 어딨지?”
“다리가 부러진 말이 있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말들을 묶어 놓은 곳에 있어요.”

불을 쬐고 있던 어수룩한 얼굴의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알았다. 넌 서쪽으로 가서 양을 데려와라.”
“피트는 왜 그러죠?”

이반이 알렉세이의 품에 안긴 피트를 알아보고 조심스레 물었다.

“감기다.”

알렉세이는 무뚝뚝하게 대꾸하고 발길을 돌렸다.

 
***


코흘리개 어린애가 서럽게 울어대는 소리가 요란했다. 태어나서 처음 말 위에 오르는 특별한 날, 아이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말이 제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라 넘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말은 다리가 부러졌다. 아이의 부모가 우는 아이를 달랠 동안, 톰과 론은 다친 말을 살폈다.

“톰, 이거 안 되겠는데.”

론이 혀를 찼다.

“이만 보내줘야겠어.”

론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쓰러진 말의 눈동자가 흐리멍덩했다. 코와 입에서는 거품이 질질 흘렀다. 말은 드넓은 초원을 달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스스로 일어설 수 없고 달릴 수 없다면 생명은 끝이 난 것과 마찬가지다. 삶에 대한 열망이 강한 놈들은 어떻게든 버텼지만, 대부분 몸져누운 동안에 상처가 썩거나 욕창 때문에 죽고는 했다.
 
“이놈은 팔자가 좋아서 자다가 죽을 줄 알았는데.”

톰은 여러모로 착잡했다. 아크노는 태평한 성격에 사람을 유독 따르는 숫말이라 어린아이가 말 타는 법을 배우는 데는 딱 제격이었다. 실제로 타타흐 부족의 많은 아이가 아크노를 통해 걸음마를 뗐고, 자신만의 말을 찾았다.

“오래 살았어. 복 받은 놈이다. 이놈이 본 자식이 몇이야?”
“생각나는 놈만 해도 다섯인데. 기특한 놈이었지.”
“칼 이리 줘. 내가 잡을게.”

론이 손을 까딱거렸다. 톰은 그에게 단도를 건넸다. 론은 쭈그려 앉아 헐떡이는 아크노의 목덜미에 손을 얹었다. 두 사람은 잠깐 고개를 숙이고 먼 길을 떠날 아크노를 위해 기도했다. 론은 이를 악물고 아크노의 숨통을 단숨에 끊었다. 워낙 몸이 단단하고 큰놈이라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해냈다. 붉은 피가 바닥에 떨어지고, 아크노는 길게 울더니 곧 잠잠해졌다.

“으음, 갑자기 바람이 거세게 부는 걸 보니 어르신이 오신 모양인데…….”

피 묻은 칼을 웃옷에 아무렇게나 닦던 론은 돌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슬며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알렉세이의 눈동자가 오늘따라 유독 서슬 퍼렇게 빛났다. 차디찬 얼굴은 꼭 잘 벼린 칼날과 같았다. 론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섬주섬 일어나 자세를 바로 했다.

“그래, 내 예상대로야. 어르신, 다녀오셨습니까? 양들이 벌써 배가 부른 모양이죠?”
“아직 풀어놨다.”

알렉세이가 쉰 음성으로 말했다. ‘이게 무슨 냄새지?’ 론은 어디선가 실려 오는 낯선 향기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가슴이 뻐근해지고 마음이 동하는 그런 냄새였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는 곧 알렉세이의 품에 안겨 헐떡이는 피트를 발견했다. ‘설마…….’ 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피트, 어디 다쳤습니까?”

톰이 알렉세이에게 물었다. 고저 없는 목소리였다.

“다친 데는 없다. 데려가서 네가 보살펴라.”

알렉세이는 피트를 톰에게 넘겼다. 톰은 어깨를 가볍게 흔들어 피트의 얼굴을 감싼 담요를 젖혔다. 아득한 한때를 헤매고 있는 피트의 얼굴을 보고 톰의 심장이 일순 멎었다. 그의 눈동자가 분노와 환희, 그리고 막막함으로 세차게 흔들렸다. 톰은 격양된 얼굴로 알렉세이를 쳐다보았다.

“피가 비쳤다는 건 역시 거짓말이었군.”

알렉세이는 톰을 스치며 낮은 목소리로 일갈했다.

“이 아비를 속일 생각 마라.”

알렉세이는 그렇게 경고하며 톰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당장에라도 으스러트릴 기세였다. 톰은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열기에 취한 와중에 피트는 톰의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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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 아직 덜 커서 165cm임
아이스가 이뻐해주고 잘 먹여서 더 클 예정

아이스매브 아이스맨 매버릭
2023.02.19 09: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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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Code: ab38]
2023.02.19 09:24
ㅇㅇ
모바일
하 센세 이거는 진짜 문학 아니냐고.....어떻게 어떻게 이러냐...진짜 내가 유목민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를 직접 읽는 기분이야 여기가 초원이고 여기가 유목민들이 사는 곳이다 센세 이렇게 대단한걸 쓰면 노벨 문학상밖에 답이 없어
[Code: 457d]
2023.02.19 09: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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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브 너무 사랑스러워ㅠㅠㅠㅠㅠㅠ 마지막에 아이스 보고 웃는 매브.. ㅁㅊ 심장 떨료ㅠㅠㅠㅠ 지금도 그렇지만 더 이뻐해줘라ㅠㅠㅠㅠㅠ
[Code: be42]
2023.02.19 10: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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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좋으면서도 머리아프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피트가 자기 완전 좋아하기 전까진 암것도 안한다했는데!!!
[Code: 1d43]
2023.02.19 13: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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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여기서 끊으면 어떡해 센세..........나 다음편만을 기다려 .......
[Code: a35f]
2023.02.19 20:57
ㅇㅇ
달기우는 밤이라니 너무 시적이야.. 이렇게 아름다운히트가있따니ㅣㅣㅣㅣㅣ 다시 처음부터 읽으러갈게 고마워센세ㅠㅠ
[Code: 6b36]
2023.02.24 09:59
ㅇㅇ
열일곱 애기매브 하 손목시려!!!!!!!!!!!!!!!!!!!!!!!!!!!1
[Code: 986a]
2023.02.24 10:00
ㅇㅇ
톰이랑 피트 뭘할지 개같이기대됨 잠깐 심호흡 좀 하고 읽어야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223]
2023.03.10 23: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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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알렉세이 으른이다 으른 든든함이 느껴짐ㅋㅋㅋㅋ 피트는 이제 잘 적응해 가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둘이 손 잡고 데이트도 하고 다니고 ㄱㅇㅇㅠㅠㅠㅜ
[Code: 778e]
2023.04.17 2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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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앙 165 ㅠㅠㅠㅠㅠ졸귀
[Code: 30d4]
2023.05.25 04: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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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기우는 밤이라니 표현이 너무 아름다워ㅠㅠ
[Code: da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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