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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23:50
찐막이다! 길다! 다들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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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항상 제 어머니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을 했냐고 물어본다면, 톰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냥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그가 알았던 것이다. 

그게 비단 제 어머니인 허니가 제 아버지인 게일보다도 계급이 높다든지, 3살 연상이라든지, 아니면 그저 톰에게 있어 하나뿐인 제 어머니이기 때문이라든, 하는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또 누가 톰에게 왜 허니가 특별한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톰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게일의 행동 때문일 수도 있었다. 게일은 언제나 허니를 아꼈다. 그 누구보다 허니를 챙겼고 어쩌면 본인보다도 허니를 아끼고 사랑했다. 그래, 어쩌면 그런 게일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도 몰랐다.

또 다른 이유는 어쩌면 톰이 어릴적부터 허니를 만나는 꿈을 꿔서 그럴 수도 있었다.

사실 그 꿈들은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꿈들이었다. 그저 톰은 뛰어놀고 허니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톰을 지켜보는 꿈. 그럼에도 다름 꿈들에 비해 톰의 기억 속에 더욱 강하게 남아있는 꿈. 

그래, 정확하게 '왜'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톰은 항상 알고 있었다. 허니는 특별한 사람이다. 




-




"엄마, 이게 뭐예요?"


톰이 10살이 되었을 때, 안방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진 한 사진을 보며 톰이 허니에게 물었다. 

언젠가 허니가 게일이 선물했다고 말해준 진녹색의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있던 허니가 '응?' 하고 의문을 표하다가 이내 톰이 가르킨 사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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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으로 된 액자 속에 들어있는 특이한 사진이었다. 찍은 지 시간이 지났는지 조금 낡았지만 동시에 최근 것 같아보였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었는데, 그 중간에는 누가 봐도 지금보다 조금 더 젊은 시절인 것 같은 허니의 얼굴이 있었다.


"엄마가 예전에 탑건 스쿨 졸업할 때 찍었던 사진이야."
"탑건이요?"
"응."


그 말과 함께 허니는 톰을 제 품에 안아 번쩍 들어올렸다. 그 덕에 톰은 까치발을 들고 서 선반 위에 있던 사진을 겨우 바라보던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더 편하게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비행을 아주 아주 잘하는 해군 파일럿만 갈 수 있는 곳이야."
"해군? 엄마 아빠는 공군 아니에요?"


톰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톰은 아직 어린 탓에 공군과 해군의 차이를 크게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둘의 단어가 다르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의 의미를 알아챈 허니는 킥킥 웃으며 톰에게 대답했다.


"맞아. 엄마 아빠는 공군이지. 근데 엄마는 옛날에 해군이었거든."


허니의 말에 톰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 행동의 의미가 톰이 허니의 말을 다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었고 오히려 그냥 습관적으로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허니는 그런 톰의 시선을 다시 사진 속으로 돌렸다. 


"이게 엄마야."


허니가 사진 속의 유일한 여자 파일럿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하자 톰의 얼굴에 미소가 띄었다.

역시, 엄마가 맞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편하게 사진을 볼 수 있는 탓에,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 그리고 엄마 옆의 조금 뚱한 얼굴의 남자. 그리고 그 반대편에 금발의 남자.


"어? 이건 아빠예요?"


톰이 허니의 옆에 서 있는 금발의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물었다. 어쩐지 그 남자의 얼굴이 게일과 닮았다고 톰이 생각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게일과 다르게 생겼으면서도 닮았다. 

사진 속의 남자를 가르키고 허니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톰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 들었다.


"아니, 저 사람은 아빠가 아니고 엄마랑 제일 친한 친구야."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허니가 대답을 하자 톰의 시선이 허니에게로 닿았다. 

친구? 허니의 친구라면 톰도 몇 명 알고 있었다. 놀러올 때면 항상 손에 선물을 가득 들고 오는 커트 삼촌이나 존 삼촌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이었다. 자주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로지 삼촌, 해리 삼촌, 버블스 삼촌도 있었고 허니나 게일의 손을 잡고 톰이 부대에 놀러가게 되는 날이면 마주할 수 있는 잭 삼촌이나 드마르코 삼촌도 톰이 생각하는 허니의 친구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얼굴들이 떠올랐지만 그 중 허니가 말 한 제일 친한 친구라는 사람의 얼굴과도 같은 얼굴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제일 친한 친구' 그 단어가 어쩐지 톰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허니는 친구가 많았다. 그리고 톰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허니와 가장 친한 친구는 분명 자신인 줄 알았단 말이다.


"엄마... 나랑 제일 친한 거 아니에요?"


조금 망설이듯이 톰이 허니에게 물어보자, 허니가 이내 깔깔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어찌나 크게 웃던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니는 제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톰에게 대답했다.


"그럼, 우리 톰이랑 제일 친하지 엄마는."


그리고 허니가 톰의 이마에 몇 번 얕은 키스를 하고는 다시 말했다.


"우리 톰이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지."




-




"아빠, 엄마가 비행을 아주 아주 잘하는 파일럿만 갈 수 있는 탑건이라는 곳에 갔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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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날 저녁, 저녁 식사를 마치고 피곤해보이는 허니 대신 뒷정리를 하던 게일의 옆을 쪼르르 따라다니던 톰이 말했다.


"아빠도 거기 갔었어요?"
"음... 아빠는 못 갔지."
"헐, 엄마가 아빠보다 비행 잘해요?"


정말이지 순수한 톰의 질문에 게일은 순간 소리를 내어 짧게 웃었다.

톰의 눈은 약간의 충격과 감탄이 섞여있었다. 지금까지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비행을 잘한다고 따져본 적이 없었지만 그 순위를 이렇게 나누게 될 줄은 몰랐던 탓이었다.


"응, 엄마가 아빠보다 비행 잘해."
"우와..."


게일의 말에 톰이 감탄했다.

사실 탑건이라는 것 자체가 해군 파일럿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고, 무엇보다 탑건이 만들어진 것이 1969년이었으니 게일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게일은 굳이 그 이야기까지 톰에게 하지는 않았다. 뭐, 허니가 더 좋은 파일럿이라고 알려주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고 게일은 생각했다. 허니는 확실히 뛰어난 파일럿이었다. 탑건을 졸업한 것이 그에 대한 증거이기도 했지만, 사실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게일은 허니를 직접 가르쳐 봤으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도 엄마같은 파일럿 될래요!"


톰이 이제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도 엄마처럼 탑건 갈래요!"


한 번 더 강조하듯이 말을 하는 톰을 보며 게일은 톰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어쩐지 그런 톰을 바라보는 게일이 조금은 쓴 웃음을 짓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게일은 톰이 해군이 되는 것이 싫은 것일까? 그런 의문이 톰의 머릿속을 채웠다. 해군과 공군의 차이조차 제대로 알지 못 했지만, 그것이 게일을 기쁘게 하지 않는다면 톰은 굳이 그 길을 갈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톰이 다시 입을 열어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톰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지는 못했다. 톰에게 눈을 맞추며 말을 나긋하게 말을 하는 게일의 목소리 탓이었다.


"그래, 꼭 엄마랑 같은 탑건에 가자."




-




"아버지, 저 해사에 합격했어요."


말을 꺼내는 톰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톰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기분을 대변이라도 하듯, 톰의 손이 잔뜩 떨리고 있었다. 톰은 그런 제 손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뒷짐을 지고 게일의 앞에 서 있었다.

혹시라도 게일이 싫어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기는 했지만, 게일은 톰이 해군이 되는 것을 그리 기뻐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으니까.

공군 사관 학교가 아닌 해군 사관 학교를 지원한 데에는 톰 나름대로 몇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물론 공군 사관 학교에 갔다면 톰은 분명 편했을 것이다. 톰의 부모인 허니와 게일이 다름 아닌 별을 단 장교들이었으니까. 승진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고 어쩌면 공군 사관 학교에 입학부터 그 누구보다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톰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해군 사관 학교를 고른 것이었다. 

누군가는 톰에게 인생 참 어렵게 산다고 욕을 할 지도 몰랐다. 심지어 혹시나 '클레븐'이라는 제 원래 성씨를 쓰다가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갈까 두려워 허니의 결혼 전 성씨인 '카잔스키'를 사용했다.

여기까지 일을 만들고 나니, 톰은 조금 게일의 반응이 두려웠다.

물론 게일은 톰에게 윽박을 지른다거나, 손찌검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톰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톰이 두려운 것은 혹시라도 이런 제 행동들 탓에 게일이 자신에게 실망을 할까, 아니면 상처를 받을까 두려웠다.

게일은 대답 없이 조용했다. 그 탓에 톰의 얼굴이 점점 더 숙여지고 있었다.


"톰."


그리고 이내 긴 정적을 깨고 게일의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려왔다.

게일은 어느새 톰의 앞에 와 서 있었다. 그리고 톰 또한 그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의 시야 안에 게일의 구두가 들어와 있었으니까.


"축하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톰의 고개가 들렸다. 그의 시야 안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게일의 얼굴이 들어왔다.


"해군 파일럿이 될 거니?"
"예... 그게 목표입니다."
"그래, 열심히 하고."


그렇게 말을 하는 게일의 손이 톰의 어깨를 몇 번 토닥였다.


"이제 네가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구나."
"부탁이요?"


조금은 뜬금없는 게일의 말에 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부탁 말입니까?"


게일이 한 번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젠가 허니가 길을 헤매고 있으면, 네가 도와주렴."
"예?"
"나에게로 허니가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단다."


게일 특유의 나긋하고 낮은 목소리로 이어지는 그 말을, 톰은 게일의 서재 밖으로 나올 때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톰은 그저 일단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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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 말을 이해하는 날이 올 거야."


그렇게 설명을 덧붙이는 게일의 말대로 될 것이라고 믿으며.




-
 



톰이 게일의 말을 이해하는 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니, 사실대로 말을 하면 톰은 게일의 말을 조금 잊고 살았다.

하루하루가 정신 없이 흘러갔다. 해군 사관 학교를 졸업했고 갖가지 훈련을 받으며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꿈꿨던 파일럿이 되었고 더 나아가 좋은 기회로 부대 내에서 단 두 명만 갈 수 있다는 탑건 스쿨에 갈 인물로 차출되었다.

탑건 스쿨에 도착하자마자 톰은 조금은 귀찮은 질문세례에 시달렸다.


"너 혹시 여동생이나 누나 있냐?"
"아니, 외동인데."
"어? 너 호넷이랑 남매 아니야?"


몇 번이고 반복된 이 질답에 톰은 미간에 힘을 주었다.

탑건에 도착하기 무섭게 몇 번이고 들었던 콜사인이었다. 호넷.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탑건 동기였지만, 벌써부터 질리도록 들어버린 이름이었다.

도대체 호넷이라는 애가 누군데 자꾸 자신과 남매가 아니냐며 물어보는 것인지. 동기들 탓에 톰은 조금은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할 때 쯤이었다.


"어? 네가 아이스맨이구나?"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가 톰의 귓가에 닿았다. 그 목소리의 출처를 찾아 몸을 돌린 톰은 순간 시야에 들어온 얼굴에 몸이 굳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나서 반가워. 호넷이야. 주변에서 하도 너랑 가족이 아니냐고 물어봐서 슬슬 궁금해지던 차였는데."
"..."
"너도 카잔스키라며? 나도 카잔스키야. 허니 비 카잔스키."


톰이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아도 제 말을 해맑게 이어가는 허니를 보며 톰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확실하지 않았다.

제 어머니의 결혼 전 이름을 가지고, 제 어머니의 젊을 적 얼굴을 빼닮은 모습으로 톰 앞에 서 있는 동기.

그때, 톰은 잊고있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아주 어릴 적, 아직 톰이 안방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올려진 사진조차 제대로 볼 수 없을정도로 작았을 때의 기억. 허니가 톰에게 자신 또한 탑건 출신이라고 말해주었던 그 날의 기억.

왜 그 기억이 제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톰 본인도 모를 일이었다. 심지어 제 앞에 있는 동기는 어머니와 동일 인물도 아닐텐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쩐지 톰은 웃으며 손을 내미는 제 동기가 어쩐지 제 어머니와 겹쳐보이는 것만 같았다.




-




탑건 스쿨에서 지내는 5주 동안, 톰은 자꾸만 드는 기시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호넷과 허니가 다르게 보이겠지, 싶었는데 오히려 호넷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허니와 동일인물처럼 보였다. 

특히나 사소한 행동들에서 호넷과 허니는 같은 인물처럼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꼭 커피 한 잔을 마셔야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다든지, 포크를 쥐는 손 모양, 어색해질 때면 검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 주변을 긁적이는 행동 등. 모두 허니가 하는 행동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톰은 제 어머니인 허니의 착륙이 떠올랐다.

허니의 착륙은 특이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유명했다. 어찌나 유명한지, 톰이 아주 어릴적부터 부대에 놀러가면 허니와 친했던 삼촌들이 허니의 착륙에 대해 한 마디씩 했다. 


"톰, 너네 엄마 한때 별명이 '네이비'였다는 거 아냐?"
"왜요?"
"착륙을 아주 그냥 온 활주로를 다 긁으면서 했어. 자고로 공군이라면 그렇게 착륙하면 안 돼."


그 말과 함께 커트 삼촌이 낄낄 웃으며 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해군과도 같은 착륙. 어쩐지 이상한 말이라고 톰은 생각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호넷의 착륙마저도 예전에 봤던 허니의 착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호넷과 허니가 아무리 저렇게 닮았다 하더라도, 둘은 동일 인물일 수 없다. 

톰은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가설을 애써 무시했다.




-




5주 간의 탑건 스쿨이 끝났다. 뿐만 아니라 인도양 위에서의 임무 또한 마쳤다.

전 날 저녁, 분명 다같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축배를 들었던 인물 중 하나인 호넷이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보이지 않았다.

뭐지, 톰이 미간을 찌푸리며 의문이 들었다. 물론 항공 모함은 넓었고 그저 톰이 호넷을 발견하지 못 했을 뿐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톰은 왜인지 마음 한 켠에 드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호넷을 찾아 항공 모함 안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내, 항상 호넷과 붙어다니던 닉과 피트의 곁에도 호넷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본 톰이 둘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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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넷은 어디갔어?"
"엉?"
"호넷 말이야. 호넷."


톰이 다시 한 번 강조하듯 호넷의 이름을 부르자, 닉과 피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몰라?"
"뭐? 왜 몰라."
"뭐, 걔가 애도 아니고 우리가 매번 알 수는 없지."


익숙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을 하는 닉을 보며 톰의 미간이 아까보다 더 깊게 패였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일단은 넘기기로 톰은 생각했다.

그래, 어쩌면 그냥 방에서 더 자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전 날 저녁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셨으니까. 오후에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톰은 마음 속에서 드는 묘한 기분을 애써 무시했다.




-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톰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묘하게 호넷을 기억하지 못 했다. 아니, 호넷이라는 동기를 기억하기는 했지만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게 이야기를 하려 하면 다들 '그랬었나?' 하는 말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톰이 조금이라도 호넷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하면 다들 결국 '아니, 그거 말고 내 얘기 좀 들어봐' 따위의 말로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마치 호넷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하려 하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대화를 방해하려는 것만 같았다.

결국 안 되겠다는 기분이 든 톰은 이내 호넷의 방으로 향했다.

솔직히 아무리 같은 동기라 해도 이렇게 방을 함부로 찾아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 쯤은 톰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톰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일단은 호넷의 얼굴을 봐야했다. 벌써 이틀 째 호넷의 얼굴을 보지 못 했다.

그리고 이내 호넷의 방 앞에 도착해 방문을 연 톰은 텅 비어있는 방 안을 보며 몸을 굳혔다.

방 안은 정말이지 깨끗했다. 그 어디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임시로 배정받은 항모라 하더라도, 사람이 살기 위해 기본적인 물품은 필요한 법인데, 호넷의 방 안에는 그 누구도 살지 않았던 것처럼 깔끔했다.

자꾸만 톰의 머릿속에서 밀어냈던 가설이 제 존재를 톰에게 알렸다.

그래, 톰은 어릴 적부터 제 어머니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 이유가 허니와 지독하게도 닮은 호넷과 관련이 있을까?




-




톰이 제 부대로 돌아갈 때까지 호넷의 행방이 묘연하자, 결국 톰은 자신도 모르게 인정했다.

어쩌면, 어쩌면 정말로 호넷이 제 어머니와 동일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퍼즐처럼 딱 맞아들었다.

언젠가 해군 파일럿이었다는 허니,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1969년에서야 설립이 되었다는 탑건 출신이라고 알려준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톰이 아직 10살이었을 때 봤던 안방 침대 옆 테이블 위의 사진. 그와 똑같은 사진이 이제는 탑건 스쿨을 졸업한 스물 일곱의 톰의 손에 들려있었다.

그래, 호넷은 허니였고 허니가 호넷이다. 그리고 톰이 제 아버지라고 착각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제 자신이었다.

호넷이 어디로 갔는지 톰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후, 톰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음 번에 부모님을 뵐 때면 첫만남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다.




-




호넷은 간간히 톰을 찾아왔다.

그때마다 톰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쩐지 호넷이 행복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톰의 기억 속의 허니는, 제 어머니는 항상 행복해보였다. 제 아버지인 게일의 곁에서 항상 소녀같은 미소를 지으며 하루하루에 감사했다.

하지만 호넷은 달랐다. 어쩐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고 톰이 호넷에게 여기가 아닌 게일이 있는 시간으로 돌아가라고 말을 할 때면 분노와 짜증이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럼에도 언젠가 게일의 부탁을 기억한 톰은 호넷을 게일에게로 돌려보냈다. 당황스러워하는 호넷을 뒤로 하고 억지로 돌려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호넷을 돌려보내고 나니, 톰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호넷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사실, 호넷은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것일까? 어쩔 수 없이 과거에 갇혀 살아가게 된 것은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톰은 조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자신도 모르게 호넷의 행복이 아닌 자신만을 생각하고 호넷을 과거로 돌려보낸 것이 아닐지.




-




호넷을 다시 만났을 때, 톰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호넷은 과거에 남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래로 되돌아가고 싶냐고 톰이 물어보면 호넷은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호넷의 그런 행동이 톰 때문일 것이었다. 적어도 톰은 그렇게 믿었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났다. 호넷이 지내는 그 과거에서의 시간 또한 톰이 있는 곳과 비슷하게 시간이 흘러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톰은 호넷이 어느정도 마음을 정할 수는 있을 정도의 시간이라 믿었다.

호넷의 몸에 남은 상처들만 봐도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얼굴 곳곳이 남아있는 흉터같은 것들은 특히나 호넷이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 호넷은 자신의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오고 싶어한다.

그런 생각을 한 톰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막상 호넷에게는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말했지만, 톰은 호넷이 자신의 앞에서는 입이 찢어져도 본심을 말하지 못 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톰은 제가 알아서 먼저 손을 쓰기로 했다. 

게일에게는 미안했지만, 심지어 호넷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톰은 자신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호넷을 희생시키며까지 남아있게 되면, 톰은 오히려 허니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세번째로 호넷을 마주했을 때, 톰은 그야말로 당황했다.

그리고 호넷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톰을 더욱 당황시켰다.


"내가 원해서라고. 내가, 게일과, 또 네가 있는 미래를 원해서야."
"..."
"게일과 너. 그 무엇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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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단호하게 말을 하는 호넷의 말투가 허니의 말투와 겹쳐들려왔다. 어째서일까, 아무리 동일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톰이 기억하는 허니의 모습은 지금 제 앞에 서 있는 호넷과 조금 달랐다. 


"그러니까 우리는 미래에서 보자.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럼에도 계속해서 말을 잇는 호넷의 말은 마치 지금의 허니가 톰에게 해주는 말처럼 들렸다.


"네."


그렇기에 톰은 제 볼을 감싸오는 호넷의 손길을 느끼며 대답했다.


"미래에서 뵐게요, 어머니."




-




톰은 천천히 눈을 떴다. 

톰의 시야에는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어릴적에 살았던, 지금은 항군 모함을 타고 군생활을 하느라 잘 오지 못 하던 캐스퍼의 본가.

조금은 낡았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고 있는 그 따스한 집을 바라보다 이내 대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방금 마주한 호넷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허니가 나왔다.


"톰."


허니가 해맑게 웃으며 톰의 이름을 불렀다. 그 미소만큼은 호넷의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톰은 생각했다.


"돌아온거야?"


'어디에서' 돌아왔다는 말은 없었지만 톰은 허니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톰은 긍정의 의미로 허니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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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녀왔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진짜 찐막이다! 게일허니톰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아라! 다들 여기까지 함께 달려줘서 너무너무너무 고마웠다!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2024.04.26 23: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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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동안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1b3]
2024.04.26 23: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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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기 누워서 정주행해야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허니랑 게일이랑 톰이랑 다들 행복해서 너무 다행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1b3]
2024.04.26 23: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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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888]
2024.04.27 00: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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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행복한 토요일을 맞이하게 해줘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ff9]
2024.04.27 00:13
ㅇㅇ
센세는 정말 천재야
[Code: 25df]
2024.04.27 00: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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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완벽해ㅠㅠㅠㅠㅠㅠ 고마워ㅠㅠㅠㅠ
[Code: aaae]
2024.04.27 00: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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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셍세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297]
2024.04.27 0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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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ㅜ 센세는 갓벽해!!!!
[Code: 4615]
2024.04.27 00: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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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용두용미 갓벽 그자체다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보고 싶을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753]
2024.04.27 00: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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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고마워ㅠㅠㅠㅠㅠㅠ 모든 게 갓벽했고 보는 내내 행복했다ㅠㅠㅠㅠㅠ
[Code: ea0d]
2024.04.27 01: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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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 진짜.. 이런 사랑이어딨냐고 이 가족 너무 사랑이 가득하다 마지막까지 갓벽했다 센세ㅜㅜㅜ 너무너무 잘봤어 고마워!!!
[Code: 5f44]
2024.04.27 01: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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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완벽하다..너무 재밌었고 행복했어요 센세!! 고마워요!!!ㅜㅠㅜㅠㅠㅠ
[Code: 8f2c]
2024.04.27 01: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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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한 이야기였다ㅠㅠㅠㅠㅠ
[Code: fbd8]
2024.04.27 01: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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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도 허니와 게일만큼 헤맸던 과정이 있었구나 ㅠㅠ 와 진짜 존잼이었어 센세ㅠㅠ
[Code: ccc3]
2024.04.27 02: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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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사랑해♥
[Code: 47cf]
2024.04.27 02: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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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톰 까지 이렇게 완벽하게 풀어줄 수 있는거야? ㅠㅠ 톰과 허니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인거구..호넷은 사라졌지만 결국 가장가까이에 있는....ㅠㅠㅠㅠㅠㅠ 몰라 그냥 울래ㅠㅠㅠㅠ 사랑해 센세 ㅠㅠ
[Code: 4e7d]
2024.04.27 03: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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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ㅠㅠㅠㅠㅠㅠㅠㅠㅁㅊㄷ
[Code: 79fd]
2024.04.27 03: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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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진짜... 진짜로 어휘력이 부족해서 이 느낌을 표현 못하지만 진짜 짱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외전까지 이렇게 기가 막힌 맛일수가 있냐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덕분에 행복했어 센세ㅠㅠㅠㅠㅠㅠㅠ
[Code: 4584]
2024.04.27 04: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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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Code: 454b]
2024.04.27 17: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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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끝이지만 또 들고와도 환영이야 센세...
[Code: b290]
2024.04.27 17:59
ㅇㅇ
중간에 게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호넷이 톰이 성인이 되기 전에 죽은건가 했어 ㅠㅠㅠㅠ 다행이다 다행이야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외전까지 마무리 지어줘서 고마워
[Code: 4645]
2024.04.27 20: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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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끝까지 써줘서 고마워ㅠㅠㅠㅠ
[Code: 8ae7]
2024.04.27 20: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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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가수ㅜㅠㅠㅠ센세 고마워요ㅜㅜ
[Code: 8c05]
2024.04.28 00:22
ㅇㅇ
레전드 ㅠㅠㅠㅠㅠㅠ아니ㅠㅠㅠㅠㅠㅠㅠ근데 끝은 안되는ㄷㅔ 센세ㅠㅠㅠㅠㅠㅠㅠ가지마
[Code: 8412]
2024.04.28 03: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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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 ㅈㄴ 갓벽ㅠㅠㅠ 첫편부터 정주행하면서 전편 싹 다시 보니까 허니 꿈에 톰이 나타나서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 이유가 게일 부탁 때문인거, 톰이 클레븐이 아닌 카잔스키 성 쓰는 이유, 톰이 공군 아닌 해군 온 이유까지 야무지게 떡밥 회수하고 센세 최고 ദ്ദി*꒦ິ⌓꒦ີ)
[Code: 02e3]
2024.04.30 13: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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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ㅠㅠㅠㅠㅠㅠ꽉 닫힌 해피엔딩이라 진짜 행복하다ㅠㅠㅠㅠㅠㅠ사랑해 센세
[Code: fc5a]
2024.05.03 00: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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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야아아아 정주행 끝내주게 했어 센세 사랑해....잊지않고 복습할거니까 절대 삭제ㄴ 덕분에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어 고마워 사랑해 ଘ(੭ˊᵕˋ)੭❤️
[Code: 784c]
2024.05.06 16: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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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거야........ ㅜㅜㅜㅜ
[Code: 8a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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