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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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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허니의 입에서 망설이는 듯한 말이 흘러나오자 게일의 심장이 아까보다 더 세차게 뛰는 것 같았다.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간적으로 게일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것 하나 뿐이었다. 그래서 길게 생각 할 틈도 없이 게일의 입이 다시 열렸다.


"사실 곧 존의 생일이거든."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다른 이야기에 허니의 표정이 조금 미묘하게 바뀌었다.


"생일 선물을 사 줘야 하는데... 떠오르는 게 없어서. 허니 네가 날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조금은 망설이듯 내뱉은 말이었다. 게일은 그 말이 제 입에서 모두 나온 후에야 후회가 조금 밀려왔다. 이렇게까지 티가 나는 변명도 없을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존과 게일이 서로 가장 친한 친구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 부대 내에 없는데. 그런 존의 생일 선물을 같이 골라달라며 허니에게 부탁을 하다니.

게일은 속으로 자신을 계속해서 자책했다. 조금만이라도 티가 덜 나는 변명을 했어야 했는데. 게일이 필사적으로 제 입술을 씹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을 때, 허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제가 도움이 될까요?"


허니가 어색하게 제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대답을 했다. 

그것을 본 게일은 아직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빠르게 대답했다.


"응. 당연하지."
"..."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거야."


게일이 몇 번이고 허니의 말에 긍정했다.


"...그럼 저도 이번 주말 휴가 신청 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거짓말같이 달콤한 말이 게일의 귓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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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고마워."


그제서야 게일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게일은 속으로 존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원래는 선물이고 뭐고 별로 생각이 없었지만 휴가에서 복귀할 때 쯤에는 그에게 값비싼 술이라도 사다줘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벅, 들어봐."


휴가를 나가는 날 아침, 필요한 짐을 조금 챙기던 게일의 옆에 다가 온 존이 말했다. 사실 짐을 챙긴다고 거창하게 말은 했지만, 딱히 챙길 것이 많지 않았다. 그래봤자 고작 2박 3일짜리 휴가였으니까.

존의 말소리에 게일은 시선을 끌어올려 존을 한 번 찾아보았지만 그 시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내 다시 손을 움직여 짐을 챙기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허니와 부대 입구 앞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존은 그런 게일의 반응에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마치, 네가 듣든 듣지 않든 나는 계속 말을 하겠다는 것만 같았다.


"내가 분명 친구한테 휴가를 다녀오라고 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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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얘가 갑자기 여자랑 같이 휴가를 다녀온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존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질문하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미소가 가득했다.

이내 짐을 다 싼 게일이 고개를 다시 들어올려 존을 마주했다.

존은 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게일이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게일이 어떠한 조금이라도 부정하는 듯한 대답을 내놓으면 그 말에 반박할 말을 백 가지는 준비해 둔 상태였다.

후, 하고 게일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존을 가만히 쳐다보던 게일이 무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뭐 어떻게 생각하긴 어떻게 생각해."
"어어? 무슨 대답이야 이건?"
"그 친구 응원이나 하고 부대에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넌."


그리고 그 대답과 함께 게일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씨익 웃었다.

예상하지 못 한 게일의 대답에 어어? 하고 조금은 멍청한 소리를 뱉는 존을 뒤로 하고 게일은 이내 막사를 빠져나왔다.

부대 입구로 향하는 게일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




이게 과연 맞는 일인가... 게일과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걸어가면서도 허니는 그런 고민을 했다.

며칠 전 저녁, 파티에서도 알아챌 수 있듯이 부대 사람들이 게일과 허니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같이 휴가까지 맞춰서 나간다니. 아무리 바보라도 이 행동이 그 소문을 죽이는 데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은 잘 알았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게일의 제안에 긍정했는지, 아직도 허니는 모를 일이었다.

홀렸나? 그래 어쩌면 홀린 것일 수도 있었다. 원래부터 잘생긴 얼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것만큼 가장 현실성 있는 가설이 없을 것이라고 허니는 생각했다. 

탑건 스쿨을 다닐 때도 그 잘생기기로 유명했던 매버릭과 아이스맨 사이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허니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때는 잘생긴 얼굴에도 끄떡 없는 강력한 허니 비 카잔스키였지만 지금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래, 홀린 것이 분명하다.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은 불쌍한 듯한 눈으로 허니를 바라보는 게일의 표정을 어떻게 거절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냥 잘생긴 얼굴에 넘어간 것 뿐이다. 허니는 머릿속에 각인을 남기듯 다시 한 번 되뇌였다. 그래, 이 모든 일의 원흉은 게일의 잘생긴 얼굴이다. 절대 절대 다른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허니, 오래 기다렸어?"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별로 먹히지도 않는 것 같은 자기 세뇌를 반복하고 있던 허니를 멈춘 것은 다름 아닌 게일의 목소리였다.


"아, 아뇨.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습니다."


허니가 양 손을 흔들며 아니라는 것을 강력하게 표현했다.

그런 허니를 보며 게일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 그럼.' 이라고 말을 하는 그 목소리마저도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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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갈까 이제?"


그렇게 말을 하며 게일이 허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허니는 잠시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인지 고민이 됐다. 설마, 잡으라는 건가?

그리고 허니가 이내 조심스럽게 게일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려놓자 게일은 허니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았다.

이거... 진짜 맞아...? 허니의 머릿속이 다시 잔뜩 혼란스러워지는 것만 같았다.




-




존의 선물을 고르는 것은 정말이지 빠르게 끝났다.

애초에 부대에 나오면서부터 게일은 존의 선물을 이미 다 정한 상태였다. 허니의 손을 잡고 보틀샵으로 향하는 게일의 발걸음이 너무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럴거면 자신이 왜 따라나왔나, 하는 의문이 들 때 쯤에서야 게일이 허니에게 말했다.


"존이 술을 좋아하니까 괜찮은 거 하나 사주려고 하는데, 나는 술을 모르잖아. 허니가 고르는 거 도와줄래?"


조금은 난감한 듯,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게일의 모습에 허니가 그제서야 아, 하고 탄식했다.

하긴, 게일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부대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술에 대해 잘 모를 수 밖에.

막상 또 게일에게 임무를 받아 술을 고르려니 허니는 자신이 아는 최대한의 정보를 꺼내와서는 게일에게 이것저것 추천을 하기 시작했다. 

이 술은 오크향이 강하고, 이 술은 조금 무겁다. 허니는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리고 그런 허니의 설명을 주의깊게 듣던 게일은 이내 흠, 하고 몇 초 정도 고민을 하더니 허니가 추천해 준 것 중 가장 비싼 것을 골랐다.

보틀샵에 들어와 술을 고르고 결제를 하는 데 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허니는 너무도 속전속결로 끝난 존의 생일선물 고르기에 이럴거면 자신이 굳이 나올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계산을 끝낸 게일은 허니의 표정을 보더니 그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덕분에 잘 고를 수 있었어. 고마워 허니."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뭐... 도움이 됐다니 된 거겠지...? 허니가 추천해 준 위스키가 담긴 봉투를 받은 게일을 보며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




"저거 마음에 드나보네."


게일이 보틀샵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던 허니가 옆 가게의 쇼윈도를 통해 보이는 스카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던 허니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게일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마음에 들면 사지 그래?"
"아니에요. 사서 뭐 해요. 어차피 맨날 군복인데."
"군복이랑 같이 하면 되지. 나도 자주 스카프 하잖아."


오늘도 했는데, 라고 말을 하며 게일은 자신의 옷깃을 조금 아래로 당겨 그 속에 숨어있던 스카프를 허니에게 보여주었다. 


"음... 역시 괜찮아요."
"왜? 허니랑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너무 비싸요."


허니의 말에 그제서야 게일의 시선이 아래 적힌 가격표로 향했다.

가격표를 본 게일의 미간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물론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허니 말대로 너무 비싼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령인 게일과 대위인 허니의 월급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위의 월급으로는 못 살 정도는 아니었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게 말을 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허니의 모습을 보며 게일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게일이 그것을 티내지는 않았다.

오늘은 허니와의 데이트니까. 기왕이면 기분 좋게 보내고 싶었다.

대신 게일은 허니를 뒤따라 가기 전에 허니가 빤히 바라봤던 스카프를 한 번 더 눈에 담았다. 짙은 녹색의 스카프. 아무리 봐도 허니의 검은색 머리와 잘 어울릴 것 같이 생긴 것이었다.




-




"그나저나 허니의 생일은 언제야?"


보틀샵을 나오고 길을 따라 조금 걷다가 게일이 허니에게 질문했다.

사실 이게 궁금했었다. 막상 허니의 생일이 언제인지 물어보고 가능하면 그 날에 맞춰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물어야 할 지 조금 망설여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존의 생일은 좋은 핑계였다. 특히나 그의 생일 선물도 막 산 직후였으니, 지금만큼 허니에게 생일에 대해 물어보기 좋은 날이 언제 또 있을까.


"전 7월이에요."
"뭐?"
"여름에 태어났습니다."


게일이 되물어보자, 허니는 게일이 마치 7월에 어느 계절에 속해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부가설명을 덧붙였다.


"아니, 허니. 이미 지났잖아?"
"네."


허니의 대답이 너무도 담백했다.


"왜 말 안 했어?"


게일이 질문했다. 7월이라면 이미 게일과 허니가 영국으로 온 이후였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어색할 때도 아니었고, 허니가 새로운 기종의 폭격기를 익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던 나날도 아니었다는 말이다.

물론 전쟁 중이라 정신이 없기는 했어도, 게일에게 자신의 생일 정도는 말을 해 줄 수 있는 때 였다.


"굳이... 얘기해서 뭐 해요."


집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허니는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래, 한 때는 그 생일 날에는 집에, 아니 허니의 시간대인 1986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또 굳이 자신의 입으로 떠벌리고 싶지는 않았다. 1959년 생의 허니가 1943년에 스물 일곱이 되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니의 시큰둥한 반응에 게일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서운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생일인데도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은 허니에게 느끼는 서운함이 아닌, 특별한 날에도 자신이 허니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지 못 했다는 사실에 대한 짜증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한 게일은 이내 허니의 손을 다시 잡았다.


"난 궁금해, 허니."
"..."
"가능하면 생일도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이미 지나버렸네."


허니와 눈을 맞추며 말을 하는 게일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쉬운대로 이번 휴가라도 재밌게 보내자."


그렇게 말을 하는 게일이 환하게 웃자, 허니도 이내 조금은 어색하지만 따라 웃었다.




-




그 이후로 허니와 게일은 런던 이곳 저곳을 누볐다.

눈에 띄는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서 구경을 했고, 그 유명하다는 템즈강을 따라 걸으며 런던의 랜드마크인 타워브릿지도 구경했다.

시간은 생각보다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조금 걷고 조금 구경하고 길거리 음식도 조금 사먹고 했더니 벌써 저녁 시간이었다. 

저녁은 게일이 미리 알아놓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를 했다.

'와인이라도 한 잔 마실래?' 하고 게일이 물었지만 허니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야 허니는 아직도 금주 중이었으니까. 또한 괜히 술을 마셔 휴가까지 나온 게일의 옆에서 아침에 눈을 뜨는 바람에 그의 휴가를 망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는 소화도 시킬 겸, 게일과 허니는 다시 템즈강을 따라 산책을 했다. 웬만한 성인 남녀라면 저녁을 먹은 후에는 바로 향했겠지만, 둘 다 술을 안 하기에 나온 결정이었다.

강을 따라 천천히 걷다가 빅벤이라는 종이 있다는 웨스트민스터 궁전이 나올 때 쯤, 허니와 게일은 발걸음을 멈췄다. 

가을이 된 탓에 밤바람이 선선했다. 허니는 그런 바람을 맞으며 생각보다 너무도 고요한 런던을 눈에 담았다.

그래, 런던은 고요했다. 정말이지 지금 이 나라가 독일과 전쟁을 4년째 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다. 그것도 제 2 차 세계대전을 말이다. 


"허니."


강 건너 멀리 향해있던 허니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게일의 목소리였다. 허니는 그런 게일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허니는 제 목에 무언가가 감싸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 이거."


허니가 제 시선을 끌어내려 목에 감긴 부드러운 천을 바라보았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까 낮에 허니가 쇼윈도 너머로 봤던 그 진녹색의 스카프였다.

이게 왜 여기에? 허니가 당황한 눈으로 게일을 바라보자 게일이 살풋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 허니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아니,"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줘."


그렇게 말을 하는 게일의 목소리가 나긋했다.


"너무 과분해요..."


허니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무 과분했다. 그게 딱 맞는 표현이라고 허니는 생각했다. 

그러자 게일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스카프 값으로 소원 들어줘."
"소원이요?"


소원이라는 말에 아래로 향해있던 허니의 시선이 확 치켜세워졌다. 마치 뭐든 말만 하라는 듯한 허니의 눈빛을 게일은 마주하며 조금 웃었다. 


"이름 불러줘."
"예?"
"소령님 말고, 게일."
"그게 다예요?"
"응."


사실 게일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다시 '소령님'으로 돌아간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분명 전에 술에 취해 통화를 할 때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게일이라고 불렀는데, 허니는 술에서 깨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의 호칭을 다시 사용하고 있었다.

술에 취했을 때만 나오는 호칭인가... 게일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름 한 번 들어보겠다고 허니를 다시 취하게 만들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건 게일의 욕심이었다.

스카프 값은 핑계다. 어차피 허니에게 선물로 주려 산 것이니 돈이야 받지 않아도 된다. 


"알겠어요."
"..."
"...게일."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들린 제 이름에 게일은 이내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졌다.

이름 하나 불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만족감이 피어오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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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은 이제서야 그 만족감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허니."


게일이 낮게 허니를 불렀다. 허니는 게일의 팔이 제 허리를 조심스럽게 감싸오는 것을 느꼈다. 

순간 허니의 몸이 조금 굳는 것이 게일에게도 느껴졌다. 그런 허니의 반응에 게일은 자신도 모르게 살풋 웃었다. 이런 허니의 반응까지도 귀엽다고 느끼다니. 이 정도면 중증이 아닐까, 게일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게일이 이내 허니의 몸을 조금 더 자신에게로 당겼다. 둘 사이에 아주 작은 틈만 남을 정도로.

조금 더 허니의 허리를 잡아끌까, 게일이 그렇게 고민을 할 때 쯤 허니의 손이 게일을 조금 저지했다.


"게일."
"응, 허니."


허니에게 대답을 하는 게일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다정함, 만족스러움, 그리고 부드러움.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있었다. 입가에 걸린 미소마저도 게일의 기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직... 제가 얘기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말... 유효해요?"


조금은 망설이는 듯이 말을 하는 허니의 말에 게일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야말로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채는데에도 조금 시간이 걸렸다. 뜬금없는 말이었으니까. 

잠시간의 정적이 찾아오고, 곰곰히 생각을 하던 게일의 머릿속에 드디어 한 가지가 떠올랐다. 레겐스부르크 임무 직전, 안개 속에서 허니와 자신이 나누었던 대화. 결국 임무 재개를 명하는 초록색 신호탄이 올라간 탓에 끝까지 나누지 못 한 그 대화.


"응. 나는 언제나 네가 얘기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때와 같은 게일의 말이었다. 꽤나 오랜만에 내뱉는 말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전혀 퇴색되지 않은 채 였다.

그런 게일의 대답을 들은 허니는 숨을 고르듯 깊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내 게일에게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사뭇 진지하게 말을 하는 허니의 모습에 게일까지도 조금 긴장을 했다.


"저는... 저는 1959년에 태어났어요."
"뭐?"


이제는 게일의 미간에 곱게 주름이 잡혔다. 

허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알 수 있었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이야 저게. 지금이 1943년인데, 자신이 1959년에 태어났다니. 말의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았다.

게일의 의문을 표하는 말에도 허니는 다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원래 1986년에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지 1943년에 떨어진 거예요."


허니가 이곳에 온 지 반 년 쯤 되어서야 처음으로 남에게 뱉어보는 고백이었다.




-




그러니까 허니가 이 말을 꺼낸 것은 어디까지나 게일을 위한 일이었다.

그래, 허니도 바보가 아니었다. 게일이 자신을 아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전까지는 그저 부하로서 아껴주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 게일과 함께 돌아다니며 허니는 게일이 부하 이상으로 자신을 아끼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부드럽게 허니의 허리를 감싸오는 게일의 손길. 그런 손길을 받았는데 어떻게 허니가 모를까. 모른 척 조차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허니는 그런 게일에게 계속해서 제 비밀을 감추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지금 말을 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는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게일이 더 이상 허니에 대한 감정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 듯한 지금, 이 이상 미룰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급하게 뱉어낸 말이었다.

난 당신처럼 지금 시간대의 사람이 아니야. 미래의 사람이지.

폭탄처럼 뱉어낸 말에 허니와 게일의 사이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정적이 길어질수록 허니는 자신이 더욱 긴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라도,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게일이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허니의 머릿속을 가득 메울 때 쯤, 게일의 입술이 열렸다.


"허니, 혹시."
"..."
"내가 이러는 게 부담스러워서 이러는거야?"
"아니예요!"


허니가 다급하게 부정했다. 전혀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그냥, 게일에게 이제는 비밀을 이야기 해야할 것만 같아서 이야기를 한 것 뿐.


"차라리 싫다고 말을 하지 그래, 허니."
"아니, 그런 게 진짜 아니에요."


허니가 몇 번이고 부정했지만 그 말이 게일의 귀에 닿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게일의 발걸음이 허니에게서 몇 걸음 더 멀어졌기 때문이다.

마른 세수를 한 게일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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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까지는 못 데려다주겠다. 미안."


그 말과 함께 게일은 이내 뒤를 돌아 허니에게서 멀어졌다.



아, 말하지 말걸. 순간 허니의 마음속에 후회가 밀려왔다.










데이트도 한 편만에 끝내버리고 싶었다...
소령님 자기 대차게 까인 줄 알고 있음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1313
2024.04.11 2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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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그거아니야 오해 풀어༼;´༎ຶ ۝ ༎ຶ༽ 너네 좋았잖하... 센세 오늘도 재밌다 최고야
[Code: 65d8]
2024.04.11 23: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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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엄청 설레다가 갑자기 오해가ㅠㅠㅠㅠㅠㅠㅠ 소령님 조금만 더 허니 얘기 들어주세요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존이 놀리려고 준비하는 거 받아치는 게일 진짜 상남자다 멋있어ㅎㅎㅎㅎ
[Code: 647e]
2024.04.11 23: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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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 성실수인 내센세ㅠㅠㅠㅠㅠ 아 너무재밌다 게일 불도저네
[Code: 7cc1]
2024.04.11 23: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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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최고야
[Code: 83db]
2024.04.11 23: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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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 게일 ㅜㅜ 허니 이야기 사실이야 ㅜㅜ 거짓이 아니라고ㅜ
[Code: 10d1]
2024.04.11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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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겎다........ 너무 좋아서 이마 개때렸음 센세 하ㅠㅠㅠㅠㅠㅠㅠ 내 센세 최고다
[Code: 03eb]
2024.04.11 23:41
ㅇㅇ
못받아들이는게 당연하긴 한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엇갈리는거 짜릿하고 꼴리고 좋긴 한데..!!!! 하 얼른 서로 꽁냥하는 거 보고 싶지만.. 좀 더 오해하는거 보고 싶고!!!!!! 센세 하고 싶은거 다해!!!!!!!!!!!!!!!!!!!!!!!!!!!1
[Code: 7f17]
2024.04.11 23: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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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 ㅈㄴ좋아!!!!!!
[Code: fa0a]
2024.04.11 23: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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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키스할 각이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왜ㅠㅠㅠㅠㅠㅠ왜그래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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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00: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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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쒸바 존나설레 센세가 나붕이 매일을 살아가는 이유야 물론 이해못하겠지 속상하겠지 하지만아름다워 하지만 둘이사랑했음좋겠어 하지만!!!! 센세사랑해
[Code: 6734]
2024.04.12 0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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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갑자기 미래에서 왔어요 하면.... 아니 그래도...,
[Code: 5ea3]
2024.04.12 00: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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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령님 까인거 아니라고요 ㅠㅠㅠㅠ
[Code: ae9e]
2024.04.12 0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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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ㅠㅠㅠㅠㅠㅠㅠㅠ 게일도 이해되고 허니도 이해되고.... 진짜 너무너무 재밌어.. 부지런한 센세덕분에 매일 행복하다ㅠㅠㅠㅠ
[Code: 7d8b]
2024.04.12 00: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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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으아아아아악!!!!!!!!!!!!! 약간 찌통이긴하지만 오늘도 최고다......
[Code: 3131]
2024.04.12 00: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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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센세 너무 좋아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ㅜㅜ게일 가지마ㅜㅜㅜㅠㅠㅠㅠㅜㅜ 찌통..
[Code: 1d4e]
2024.04.12 01:21
ㅇㅇ
허니 당장 술마셔 ㅠㅠㅜㅜ 흑흑ㅠㅠ
[Code: 9d89]
2024.04.12 02: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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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허유ㅜㅠㅠㅠㅠㅜㅠㅜㅠ근데 게일 입장도 이해됨..얼른 오해 풀었으면..
[Code: ceca]
2024.04.12 0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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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ㅠㅠㅠㅠㅠ하 근데 진짜 데이트 부분 ㄹㅇ 간질거려ㅠㅠㅠㅠㅠ요즘 매일매일 센세 무순 기대하면서 살고있어 존나 재밌고 설레.......
[Code: 5955]
2024.04.12 04: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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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상한 거절방법이라 생각했을것같아ㅠㅠㅠㅠㅠㅠ게일
[Code: 2215]
2024.04.12 04: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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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니 진짜라고 믿어조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e0c]
2024.04.12 08: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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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 ㅜㅜㅜㅜ 오해야 오해라고! 센세 다음편에서 오해풀어줘요오 어나더어
[Code: f12e]
2024.04.12 18: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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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너무 재미있다......
[Code: 0287]
2024.04.12 23: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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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오해풓어제발그런거아니야!!!!!!!!!
[Code: 4864]
2024.04.13 00: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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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술마시자 ㅠㅠㅠㅠㅠ
[Code: 0665]
2024.04.21 04: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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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아아아ㅏㄱ 알콜텔레포트하자ㅏㅜㅜㅜㅠ
[Code: 4e3e]
2024.04.22 01: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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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야!!!!!!ㅠㅠㅠㅠㅠㅠ 짠내나는데 존잼이에요
[Code: c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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