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0119529
view 21558
2024.04.06 22:29
오늘... 개김... 나도 왜이리 긴지 몰라...
걍 구구절절 존나 김...
중후반에 좀 빻은 소리 주의


111 222 333 444 555 666









치료가 끝나자 허니는 병원 밖으로 나섰다.

뒤에서 커트가 평소보다 조금 걱정이 담긴 얼굴로 허니에게 괜찮냐며 물어오자 허니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커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커트를 오래 안 것은 아니었지만 허니가 남긴 커트에 대한 감상은 아직 어린 대형견 같다는 것이다. 아마 오래 지나지 않아 많이 크겠지만 지금은 아직 작은 새끼 대형견. 특히나 허니를 누나처럼 따르는 모습을 보아하면 더욱 그랬다.

허니가 커트와 함께 병원을 빠져나오자,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존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이내 허니와 커트를 보더니 아까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


"허니, 게일 기분이 별로 안 좋아보이던데 왜 그런지,"


존은 질문을 끝맺지 못 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허니의 모습 탓이었다.

허니가 무스탕을 걸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는 탓에 그의 셔츠 목 주변에 피가 묻어나는 것을 잘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살갗에 상처가 났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붙여진 깨끗한 하얀색 거즈.

그 모습을 본 존의 입에서 '아.' 하고 작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존의 미간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허니를 마주치기 직전, 게일을 마주친 존은 그가 지금 잔뜩 화가 났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게일 녀석, 이름을 불러도 대답 한 번 안 하고 기분이 잔뜩 나빠져서는 가더니 이유가 바로 있었구만. 존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이 제 부하들을 끔찍히 아끼는 것을 부대 내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존 또한 그와 오랜 친구였으니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뭐, 솔직히 말을 하자면 매일같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쟁통에 자신의 부하를 아끼지 않는 상관이 어디 있겠냐만은, 게일이 자신의 부하들을 아끼는 것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남달랐다. 

그런 게일에게 있어 자기 손으로 직접 키운 허니가 다쳐왔으니... 뭐, 존은 거기서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재생다운로드Tumblr_l_33995182486614.gif

"딱 보니까 벅한테 이 얘기 안 했다가 들켰네."


게일의 친구 몇 년이면 이 정도는 자다가도 알아맞히는 간단한 질문이지. 존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허니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살짝 가르켰다.

존의 말에 허니가 '아.' 하고 작게 탄식을 하며 제 손으로 상처를 어렴풋이 가리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정곡을 찌른 것이 분명했다.

그런 허니를 보며 존은 작게 혀를 찼다.


"웬만하면 그냥 게일한테 가서 먼저 미안하다고 싹싹 빌어."
"..."
"지금 화 내는 것도 그냥 지 부하들 아껴서 그러는 거니까 괜히 상처받고 그러지는 말고."


그 말과 함께 존이 이내 허니의 어깨를 몇 번 쳤다.

이 정도면 대충 알아들었겠지.

솔직히 아무리 그래도 결국 게일이 제 부하에게 오래 시간에 걸쳐 화를 낼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존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러니 그런 생각을 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




후우, 게일이 길게 한숨을 뱉었다. 그 한숨이 어찌나 깊은지, 겨울이었다면 게일의 숨이 길게 뱉어지는 것이 눈에 보일 것만 같았다.

허니를 뒤로 하고 빠져나온 게일은 자꾸만 미간에 힘이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상황이 생각보다 나빴다. 그리고 그 상황을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조금 짜증이 났다.

보서의 동상도, 허니의 상처도 그렇다. 전쟁 중이니 부하들이 다치는 것은 당연했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그리고 게일의 능력만으로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어쩌면 짜증이 났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무능력함에. 남들이 아무리 비행을 잘한다고 치켜세워주고 좋고 뛰어난 상관이라며 말을 해줘도 천재지변과도 다를 것 없는 전쟁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그나마 위안을 삼은 것이 부하들의 생사, 또는 부상의 유무를 자신이 제대로 알고 그것을 관리함에 있어 상관으로서의 의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첫 임무부터 허니의 부상조차 제대로 알지 못 했다.

어떻게 보면 그냥 헛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자신도 부하들을 사지로 밀어넣고 있으면서...


"소령님."


점점 심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게일의 생각을 멈춘 것은 다름 아닌 허니의 목소리였다.

허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거칠었다. 허니 또한 그 사실을 알아챘는지, 게일을 부른 직후 크흠, 하고 한 번 목을 가다듬었다.

게일이 시선을 허니에게로 돌렸다. 허니의 표정은 아까와 다를 것 없이 담담했다.

허니는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 허니에 대한 이 평가는 단어는 같았지만,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 달라진 채였다.

해군, 공군, 육군 그 어디에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허니 비 카잔스키라는 이름. 하지만 비행 실력만큼은 절대 초심자의 것이 아니었다.

비행 스타일도 그렇다. 부하들은 챙기면서 자신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행동도 어떻게 보면 이제 막 입대한 신입의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게일이나 존처럼 어느정도 전투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것이었지.

그래서 오히려 대위라는 직급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소령님?"


허니가 게일의 생각을 끊고 다시 한 번 게일을 불렀다.

그제서야 게일의 시야에 깨끗한 거즈로 덮여진 허니의 상처가 들어왔다.


"군의관은 뭐래."
"별 거 아니,"

허니의 말이 중간에 끊겼다. 또 다시 별 거 아니라고 대충 둘러대려던 허니의 마음을 알아 챈 게일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허니를 쳐다봤기 때문이다.


"...지는 않지만 그래도 심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당분간 상처에 물 닿지 않게 조심하고, 목을 확 꺾는 것 같은 행동만 주의하라고 하셨습니다."


허니가 대답 중간에 노선을 틀어버린 것은 그의 생존 본능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게일의 표정을 보아하니 오히려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간다면 잔뜩 혼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허니는 저런 시선을 잘 알았다. 탑건 스쿨을 한참 다닐 때 엄마나 다름 없었던 구스에게 상처를 대충 넘기려다가 잔뜩 혼났기 때문이다.

뭐, 구스는 사실 허니나 매버릭에게 있어 정말이지 딱 엄마라는 단어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었다. 매번 임무 끝에 어디 다쳤는지 확인했고 이것 저것 우리를 챙겨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한 번은 허니가 다쳤는데, 그저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가 허니가 완전히 나을 때까지 혼이 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이럴 때는 그냥 빠르게 이실직고 하는 게 최고다. 어렵게도 깨우친 허니의 교훈이었다.


"그럼 다행이네."


게일이 낮게 대답했다.

그리고 게일은 천천히 허니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거즈로 덮혀있는 탓에 제대로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은 있었다.

결코 작지 않은 거즈의 크기, 아직 피가 얼룩진 셔츠깃, 심지어 제대로 닦아내지 못 한 피들이 허니의 턱선을 타고 얼룩덜룩하게 말라있는 것까지.

거기까지 본 게일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올려 허니의 턱을 잡고 살짝 들어올렸다.

갑작스러운 게일의 행동에 허니는 순간 몸이 굳었다. 그렇다고 상사의 손을 쳐낼 수도 없는 것이라 허니는 그저 눈알만 도록도록 굴리며 게일의 손이 이끄는대로 고개를 조금씩 돌릴 뿐이었다.

게일은 미간에 힘까지 줘 가며 허니의 상처 주변을 열심히 뜯어보았다. 

정말이지 이 작은 목에 상처가 날 자리가 어디 있다고, 허니 목에 위치한 꽤나 큰 거즈를 본 게일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자신이 힘을 주면 똑 부러질 것 같은 얇은 목에 이런 거대한 상처라니. 미간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후, 작게 한숨을 쉰 게일이 이내 허니의 턱을 놔주었다. 


재생다운로드Tumblr_l_172124105041629.gif

"그래, 당분간은 부하들도 좋지만 네 몸부터 챙겨."


평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리감 속에서 나긋하게 울려퍼지는 게일의 목소리에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긴장하는 것만 같았다.

이 남자... 사실 고향에 여자만 한 다섯 정도 있는 선수가 아닐까...? 

어째 이 상황 속에서 긴장을 하는 것은 허니 자신 뿐이라는 느낌에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




3주 정도 시간이 지나고 7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허니는 이렇게 긴 시간동안 자신이 이곳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것도 자신의 생일까지 지나고 말이다.

아무에게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흘 전은 허니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허니는 그 날이 되기 며칠 전부터 조금 긴장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일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특별한 날이었으니까.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예외가 조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날이 아닐까 싶었다.

그 사이에 임무를 몇 개 더 해내고 겨우 겨우 목숨만 붙여서 돌아오는 날들의 반복이 되었다. 그리고 막상 생일 날 당일에도 역시 익숙한 막사의 천장을 마주하며 눈을 뜨고는 허니는 한숨을 쉬었다.

1959년 7월 생의 허니가 43년으로 돌아와서 스물 일곱번째 생일을 지내게 될 줄 도대체 누가 알았을까.

허니 본인도 속으로 계산하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자신을 비웃었다.




-




"대위님 오늘 다같이 술 마시기로 했으니까 꼭 나와야 해요."


점심을 먹기 위해 천천히 식당 쪽으로 걷고 있던 허니에게 커트가 말했다.

지난 두 달 넘게 함께 지내면서 허니가 커트에 대해 알아챈 점은 커트가 술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사실 이건 커트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기는 했다. 존도 부대 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애주가였는데, 누가 그 아들 아니랄까봐 커트도 남달랐다.


"오늘 저녁?"
"예. 대위님 오늘은 진짜 저 안 봐드려요. 지난 몇 주 동안 다 빠지셨잖아요!"


아직 허니가 싫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혹시 허니가 거절을 할까 무서웠던 커트가 빼액 소리를 지르며 허니에게 떼를 쓰기 시작했다.

커트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 3주간 허니는 커트가 술을 마시러 나가자는 말을 할 때마다 거절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름 허니도 할 말이 있었다. 커트의 말에 좋다며 따라나갔던 첫 날, 허니는 바에서 게일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목에 아직 실밥도 풀지 않은 상처를 달고 술을 마시러 온 허니를 본 게일은 그가 바에 들어서는 것을 본 그 즉시 허니의 뒷목을 잡아채서는 부대로 함께 복귀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게일은 정말이지 눈에 불을 켜고 허니를 감시했다.

혹시나 허니가 바에 갈까, 술을 마실까. 부대 내에서 열리는 파티에서도 존과 대화를 하면서도 곁눈질로는 허니를 주시하고 있는지, 허니가 술 쪽으로 손을 뻗기만 하면 어디선가 귀신같이 나타나서는 술잔을 빼앗아 가는 날의 연속이었다.

이러니 지난 3주 동안 커트가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도 당연하게 거절을 할 수 밖에...

허니도 조금 억울했다. 이 나이 먹고 강제 금주라니. 스스로를 애주가라고 칭할만큼 술을 즐겨찾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술을 안 마신 적은 없단 말이다. 간이 아주 싱싱해지다 못 해 갓난 아기의 것이나 다름 없어졌을 것이라고 허니는 생각했다.

정말이지, 이쯤 되면 게일이 허니를 정말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까지 마음 속에서 피어올랐다.

그렇게 되면 이게 뭐야, 아이스맨이랑 남매인가.


재생다운로드Tumblr_l_80614415377163.gif

"허니 오늘도 안 가면 나 진짜 삐질거예요."


잠시 고민을 하던 허니의 생각을 끊은 것은 커트의 단호한 말이었다.

그 말에 허니가 잠시 고민했다. 생각해보면 최근 들어 게일의 감시가 조금 느슨해지기는 했다. 지난 3주 동안 게일의 무서운 감시 속에 허니가 거의 포기하고 바는 커녕 파티에서도 술을 안 마셨기 때문이다.

그래, 상처도 거의 다 나은 참이었다. 실밥도 벌써 2주 전에 풀었다. 덧대어놓았던 거즈까지도 이미 어제로서 다 뗀 상태였다. 

이쯤 되면 진짜 이제 괜찮겠지.


"알겠어 커트. 오늘은 갈게."
"진짜죠?"
"응, 언제 나갈건데?"
"저는 디키랑 좀 일찍 가기로 했는데, 허니는 좀 뒤에 와도 괜찮아요."


허니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커트가 눈에 띄게 신나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좀 진작에 같이 나가 줄 걸 그랬나. 조금 미안한 기분까지 들기 시작했다.


"저 대위님 올 때까지 기다릴거예요!"
"알겠다니까. 이따 봐."


커트는 갈 때까지 몇 번이나 허니에게 바의 위치를 설명했다. 그리고 드디어 허니의 반대편으로 가는 커트를 보며 허니는 오늘은 진짜 가서 얼굴을 비추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저녁 느즈막하게 허니는 부대를 빠져나왔다. 커트가 알려 준 바로 향하는 발걸음이 바빴다. 생각보다 이렇게 늦게 나올 생각은 없었는데, 손목 시계의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한 허니가 바쁘게 발을 움직였다.

바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허니와 같은 제복을 입고 바텐더에게 말을 하던 해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쪽으로 가까워질수록 멀지 않은 곳에서 모두가 모여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기에는 당연하게도 존과 커트가 앉아있었고 그리고 게일 또한 포함되어있었다.

이크, 게일의 모습을 본 허니는 빠르게 그를 등지고 해리를 마주보았다. 상처도 거의 다 나아서 이제는 당당하지만, 그래도 왜인지 잘못하고 있는 기분에 제 발이 조금 저린 기분이었다. 기왕이면 게일이 자신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알아차리면 하는 바램이었다.


재생다운로드cb72aa1629897a405f0726fbfa9dd4f4.gif

"어라, 허니 대위님 드디어 외출금지가 풀리신겁니까?"


허니를 발견한 해리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허니에게 질문했다.

해리의 질문에 허니가 살짝 어색하게 웃었다. 지난 3주 간 게일이 허니를 단속했던 것을 온 부대가 다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렇게까지 외출금지라고 부르며 놀리는 걸 보면 뻔했다.

허니의 반응에 다시 킥킥 웃던 해리가 바 테이블에 조금 기대있던 몸을 고쳐세우더니 허니에게 질문했다.


"안 그래도 타이밍 좋게 오셨네요. 지금 제가 모두에게 술 한 잔씩 사려고 하는데, 대위님도 하나 고르고 가십시오."
"아, 내 건 내가 사도 돼."


해리의 제안에 허니가 손을 앞으로 들며 거절했다. 모두에게 술 한 잔을 산다니, 이미 거기서 지출이 클텐데 굳이 자신의 술까지 사게 하고싶지는 않았다.


"에이, 부하가 사는 뇌물 정도로 생각하세요."


해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면 대위님 외출금지 끝난 기념 축하주?"


장난스럽게 말을 하는 해리의 말에 허니가 자신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여튼 군인들이 술을 마시기 위한 명분은 그 누구보다 잘 가져다 붙인다. 새삼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 허니였다.


"그럼 난 위스,"
"허니!"


오랜만에 위스키 마셔보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허니가 위스키라는 단어를 입에 제대로 담아보기도 전에 뒤에서 그를 부르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의 단호한 호통에 허니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몸을 바 테이블의 반대 방향으로 돌리니 역시 게일이 허니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재생다운로드img-23.gif

"술, 안 돼."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게일의 주변에 앉아있던 존과 커트가 배를 잡고 웃는 것이 보였지만 게일은 정말이지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허니의 목구멍 너머로 알코올 한 방울 넘어가지 못 하게 하겠다는 마음이 가득 담긴 게일의 시선에 결국 허니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진저비어로 마실게 크로즈."
"아이고... 외출금지만 풀렸지 알코올 금지는 아직 유효하네요."
"...그러게."


해리의 말에 후 하고 허니가 입바람으로 앞머리를 한 번 훅 불었다. 안타깝다는 듯 말을 하는 해리의 말투였지만 그의 표정 또한 웃음이 가득했다.

이것도 부대 내에서 며칠은 놀림감이 될 것을 뼈저리게 느낀 허니는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포기하면 편해...




-




"미군은 복지가 좋네요."


술은 안 된다는 게일의 말 이후로 어쩐지 허니의 어깨가 조금 축 쳐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허니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게일의 시선을 거둔 것은 다름 아닌 맞은편에 앉아있던 영국 공군의 목소리였다.


"우리 쪽은 저런 복지 없는데 말이죠."


맞은편에 앉은 영국 공군이 낮게 웃으며 하는 말에도 게일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영국 공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일은 조금 짜증이 밀려왔다. 아까부터 마주앉은 저 영국 공군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묘하게 알아듣지 못 하게 말을 하며 미군을 욕하더니 꼭 한 박자 늦게 설명을 덧붙여 듣는 사람의 기분을 더욱 나쁘게 만들었다.

폭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그랬다. 그래, 폭격에 대한 관점이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묘하게 무시하고 깔보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말일 것만 같았다. 갑자기 복지가 좋다는 말로 칭찬을 하는 듯 하다가 자세히 들어보면 그게 아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씀이시죠?"


게일보다는 영국군과 좀 더 가까이 앉은 잭이 되물었다. 잭 또한 게일과 다를 것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에 힘을 주고 있었다.


"저기 여자말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며 가르키는 영국군의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게일은 그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의 말을 알아들은 사람은 게일 뿐이 아닌 듯 했다. 게일을 포함한 그의 주변에 앉은 대원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군복을 입히겠다고 생각한 건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입니까? 아, 혹시 소령의 취향이십니까? 그렇게 안 생기셔서 꽤나 귀여운 취향을 가지셨습니다."
"..."
"애칭까지 허니라고 지어주시다니, 심지어 꽤나 아끼시는 모양이고."


영국군이 비릿한 웃음과 함께 말을 끝마칠 때 즈음엔 모두의 표정이 차게 식어있었다.

저 망할 놈 이름이 뭐더라. 게일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아까 이름을 소개했던 것 같았는데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젠장, 게일이 속으로 욕을 씹었다.

아니지, 순간 게일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저 망할 놈이 아니었다. 일단은 이 바 안에,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허니를 최대한 멀리 보내야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허니가 직접 듣게 할 마음은 게일에게 추호도 없었다.

시선을 돌려 아까 허니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허니가 아직 해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다행히 그가 직접 이 이야기를 듣지는 않은 것 같았다.

게일이 의자에서 한 번 고쳐 앉았다. 그리고 상체를 제 옆에 앉은 커트의 방향으로 숙였다.


재생다운로드83845184987db5941c2d954c2085d9d7.gif

"커트."


작게 커트의 이름을 부르자 그의 시선이 게일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게일이 허니쪽으로 턱짓을 했다.

커트는 눈치가 항상 빨랐다. 게일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챈 커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군복은 벗기기 너무 어렵지 않나?"
"자네 뭘 모르는군, 자고로 벗기기 어려운 옷일수록 더욱 재미가 더해지는 법인데."
"소령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동료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
"아니 근데 동양인이라니... 소령 취향 참, 특이하십니다. 아! 물론 존중합니다. 그럴 수 있지요."


허니를 향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게일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일단은 참아야했다. 괜히 큰 소란을 일으켜 허니의 신경이 이쪽으로 쏠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저 주둥이에 주먹을 쑤셔넣어주는 것은 허니를 다른 쪽으로 보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았다.

게일이 커트 쪽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지금 가서 허니를 다른 곳으로, 가능하면 부대로 데리고 들어가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커트가 게일의 눈빛의 의미를 알아채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일 때 쯤이었다.


재생다운로드0ff97ef6ca6e103480e6c51fd1909cc8.gif

"목들 좀 축이면서 대화들 나누세요!"


해리가 술잔이 잔뜩 담긴 쟁반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익숙한 목소리.


"진저비어, 여기 있습니다."


담담한 표정과 함께 진저비어가 담긴 잔을 게일에게 내미는 허니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내 허니가 자신의 몫의 진저비어를 챙겨들고는 커트의 옆의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망할, 게일의 입 안에서 욕을 씹어삼켰다.




-




군대에서 여자로 살아남는 것이란 생각보다 거지같다. 허니는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못하면 여자라서 당연히 못하는데 굳이 군대에 들어와서는 발목을 잡는다고 욕을 먹었고 잘하면 저 정도는 해야 군대에서 살아남는다며 무시를 당했다.

허니는 아직도 자신이 부대 내에서 유일하게 탑건 스쿨에 가는 것으로 차출되었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어떻게 잊을까. 온 부대가 난리가 났는데.

물론 오랜 시간 허니를 봐 왔던 선배나 동기들은 허니가 아니면 누가 가냐며 허니를 응원해주었다. 하지만 소수의 불만의 의견또한 당연하게도 터져나왔다.

원래 불만의 소리는 긍정의 소리보다 목소리가 큰 법이다. 그 사실을 허니는 군대에서 배웠다.

부대 내에 몇 안 되는 여자 중 하나인 허니가 탑건에 가는 것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대원들은 말도 안 되는 말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분명 상관이랑 잤을 것이다. 탑건 추천서를 위해 안 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뭐, 별로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지만 열심히도 퍼뜨리고 다니더라.

여자로서 군대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또 여기에 있다. 뭐만 하면 몸을 대줬다는 둥, 잤다는 둥, 헛소리를 그렇게 해댄다.


"무슨 대화 중이셨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일들을 하루 이틀 겪은 것도 아닌 허니 입장에서는 반대편에 앉은 영국 군인들이 하는 말에 눈 하나 깜짝이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미소를 살짝 지으며 물어오는 허니의 질문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영국군들인 것만 같았다. 잠깐 어... 하고 말을 고르는 것만 봐도 그랬다.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는 영국군들을 보고 있자니 허니는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뭐야, 앞에서는 한 마디로 못 할 거면서 꼭 뒤에서는 얘기한다. 아니 근데,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들으라고 한 얘기 아니었나? 목소리가 하도 커서 별로 숨기려고 노력도 안 한 줄 알았는데, 막상 허니의 앞에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 하는 모습이 그렇게 우스울 수 없었다.


"스포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지요, 레이디. 이쪽 존 이건 소령께서 야구를 즐겨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레이디. 그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허니의 제복 옷깃에 대놓고 허니가 대위임을 의미하는 뱃지가 달려있는데도 그를 대놓고 레이디라고 칭하는 것은 그야말로 명백하게 허니를 무시하는 의미였다.


"저희끼리 스포츠라도 하나 할까 하는데, 어떻게. 레이디께서도 참가하시겠습니까?"


두번째로 불리운 레이디라는 단어에 허니의 옆에 앉아있던 커트가 작게 '저 새끼가...' 하고 욕을 했다. 건너편까지 들리지는 않을터였지만 그의 바로 옆에 앉아있던 허니에게는 충분히 들릴 정도였다.


"무슨 스포츠를 하시려구요?"


허니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질문했다. 그러자 그런 허니를 본 영국군이 비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권투를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레이디에게는 너무 과격한 스포츠가 아닐까 싶네요."
"아, 권투라면 저도 조금 알아요."


허니가 양손으로 박수를 짝 치며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을 하는 허니의 모습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아니지, 허니는 맞는데 허니가 아닌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평소에 이름보다도 더 자주 불리는 '대위'라는 계급보다, 정말로 영국군들이 불러주었던 '레이디'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허니의 모습에 게일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저 일단은 저렇게 없는 꼬리를 살랑거리는 것 같은 허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하니 손에 힘이 자꾸만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레이디께서도 권투에 대해 아십니까?"


와중에 영국군은 멈추지 않고 허니를 계속해서 레이디라 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허니는 신경쓰지 않는 듯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럼요. 그 유명한 인용구도 아는걸요? 뭐더라... 나비랑... 벌이 나온 인용구였는데..."


허니가 잠시 고민을 하듯 손을 턱에 가져다댔다. 허니의 맞은편에 앉은 영국군들은 허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이내 그의 입에서 나비, 벌 따위의 말이 나오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 생각났어요."


그리고 허니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비처럼 날아올라,"


허니가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옮겨 자신과 대화를 나누던 영국군의 앞으로 다가갔다.


"벌처럼 쏜다."


그 말과 함께 허니의 주먹이 영국군의 코에 직격으로 꽂혔다.




-




순식간에 바 안이 시끄러워졌다. 게일의 양 옆에 앉아있던 커트와 존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다른 부대원들도 별로 다를 것 없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영국군들은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허니에게 맞은 군인은 코를 감싸고 고통의 신음을 흘렸고 그의 양 옆에 앉아있던 두 명은 다른 한 명의 상태를 살피려 노력했다.


"설마, 신사가 돼서 고작 레이디에게 맞은 걸 이야기 하고 다니진 않으시겠죠?"


조금은 가증스러운 말투로 말을 마친 허니는 이내 뒤를 돌아 눈이 마주친 게일에게 환하게 웃었다.

재생다운로드Tumblr_l_123492081231066.gif

그 얼굴을 마주한 게일은 결국 허니의 미소에 같이 따라 크게 웃었다.
















영국군에게 나쁜 마음 없습니다. 영국군 배역 맡으신 교주분들께도 아무런 악감정 없음 무조건 둘은 다른 별개로 생각해야함.
그냥... 끼워넣기 좋아서 한 것 뿐인데 문제되면 삭제함

하 난 이거 쓸 때 7화 정도면 끝나겠지 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888
2024.04.06 22:38
ㅇㅇ
모바일
끝이라니 끝이라니!!!센세!!!
억나더로 풀어써주세요
[Code: f14f]
2024.04.06 22:43
ㅇㅇ
모바일
이야 언젠간 한 번 저런 개소리 나올 거 같긴 했는데 허니 한 방 잘먹였다! 센세 개길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더더더더 길게 어나더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재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166]
2024.04.06 22:47
ㅇㅇ
모바일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허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쎜ㅋㅋㅋㅋㅋㅋ아 게일 허니 감싸고 도는 거 존맛이다ㅠㅠㅠㅠㅠㅠ
[Code: fd3a]
2024.04.06 22:57
ㅇㅇ
모바일
센세!! 쭉가시죠!!
[Code: 6296]
2024.04.06 23:11
ㅇㅇ
모바일
벌처럼 쏘는 허니빜ㅋㅋㅋㅋ 이름값하는구만ㅋㅋㅋㅋㅋ
[Code: 3568]
2024.04.06 23:21
ㅇㅇ
모바일
진짜너무재밌어센세
평생나와함께해
[Code: ed60]
2024.04.06 23:29
ㅇㅇ
모바일
아 ㅜㅜㅜㅜㅜㅜ 센세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Code: c51b]
2024.04.06 23:47
ㅇㅇ
모바일
하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엌ㅋㅋㅋㅋㅋㅋ
[Code: dc42]
2024.04.07 00:00
ㅇㅇ
모바일
간질간질 허다~!
[Code: 3f63]
2024.04.07 00:36
ㅇㅇ
모바일
무슨 쏘리야 센세
나의 엔돌핀이자 도파민 인 글을 더더 써주셔여...
[Code: c3f7]
2024.04.07 00:41
ㅇㅇ
모바일
벌처럼 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허니 개좋아ㅋㅋㅋㅋㅋㅋ 7화로 끝낼 생각을 하다니… 적어도 700화는 써야되는거 아니냐고
[Code: 517e]
2024.04.07 00:55
ㅇㅇ
모바일
내 센세 오셨다!!!!!!!!!! 센세 무순 발견할때마다 행복해ㅜㅠㅠㅜㅜ 진심 간질간질하고 존잼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4380]
2024.04.07 01:01
ㅇㅇ
모바일
진짜 역대급 존잼 텐션 미쳤네.....
[Code: 3f69]
2024.04.07 01:29
ㅇㅇ
모바일
진짜 미쳤다 센세 사랑해 진짜로 7화가 뭐야 10000화까지 써줘 제발.....
[Code: 9dd7]
2024.04.07 01:29
ㅇㅇ
센세 왜? 난 넘 좋은데
[Code: 98aa]
2024.04.07 02:56
ㅇㅇ
모바일
센세 나 오늘 마옵에 다 보고왔는데 오늘 어나더라니 센세의 강같은 은혜 빛같은 축복 아 아름다워라.. 진짜 너무너무 재밌어서 눈물나 허니한테 종종 탑건시절의 기억 드는것도 진짜 너무 좋아.. 좋다는 말 밖에 할수없는 내가 밉지만 센세 좋아 그래도..
[Code: 0d8a]
2024.04.07 09:59
ㅇㅇ
모바일
센세 사랑해
[Code: c573]
2024.04.08 23:24
ㅇㅇ
모바일
센세 ㅜㅜ 이글은 축복이야 ㅜㅜ 세상에 😭
[Code: 3152]
2024.04.09 07:02
ㅇㅇ
모바일
어림도 없는 거 너무 좋고요.. 센세 오래오래 함께 해..!!
[Code: 0c34]
2024.04.10 20:49
ㅇㅇ
모바일
케케케케케케ㅔ케 잘한다 허니야
[Code: 86c6]
2024.04.13 12:57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 자랑스럽다허니
[Code: 802b]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