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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20:39
오늘도.. 김...
왜 길지...? 진짜 나도 모르겠음...
걍 또 오지게 구구절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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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로 돌아가는 길은 소란스러웠다.

커트와 존은 안 그래도 잔뜩 취했는데 거기에 신이 나, 돌아가는 내내 환호와 함께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복싱 연습을 했다. 나머지 대원들은 그런 커트와 존을 보며 비슷한 반응들을 보였다. 

누구는 허공에 같이 주먹을 휘둘렀고 또 누구는 허니가 뭉개버린 영국군의 코를 봤냐며 소리치는 이도 있었다.

정작 허니는 그런 대원들보다 두어 발자국 뒤에서 천천히 걸어갔다. 마치 지금 대화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닌 것 처럼.

게일은 그런 허니와 발걸음을 맞추며 걸었다. 아무런 대화도 없이 걸었지만 잔뜩 신이 나 소리를 지르듯이 대화를 하는 다른 대원들 덕에 조용하지는 않았다.


"인용구는 언제 생각해 낸 거야?"


게일이 허니에게 질문했다.

아까 허니가 뱉었던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쏜다.' 라는 인용구는 게일의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다. 왜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허니의 이름과 유사한 '벌'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게일의 질문에 허니는 어색하게 웃으며 검지로 제 관자놀이를 살짝 긁었다. 조금 양심에 찔려왔다. 자신이 만든 인용구는 절대 아니고 이미 말 그대로 유명한 인용구를 가져다 쓴 것 뿐이었다. 문제는 그 인용구가 유명해지는 것이 지금이 아닌 60년대라는 것이지.


"제가 생각해 낸 건 절대 아니고... 그냥... 그 전 부대에 있을 때 동료들이 저 놀릴 때 자주 썼던 인용구예요."


조금 고민을 하던 허니가 그렇게 대답을 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하는 성격의 허니가 한 번씩 냄비처럼 확 끓어오를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같은 부대의 동기나 선배들이 허니를 놀리기 위해 썼던 인용구였다.

그때는 자신이 그 인용구를 직접 뱉을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는데. 사람 일은 정말이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고 허니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허니의 대답을 들은 게일은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그 전 부대. 허니는 자신이 있던 전 부대에 대해 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뭐, 이미 새로운 부대에 들어왔고 거기서 잘 적응하고 있는데 굳이 전에 지내던 부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을까... 싶기는 했다.

그럼에도 게일은 조금 두려웠다. 지금 자신들이 속해 있는 부대는 생존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기로 유명한 제 100 폭격전대였으니까.

허니가 한 번도 티를 낸 적은 없었지만, 혹시나 허니가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게일은 허니에게 물었다.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어디로요?"
"그전에 있던 부대로 말이야."


허니가 전에 지내던 해군은 어떠한 모습인지 게일은 알지 못 했다. 아무리 해군 소속 파일럿이었다고 하더라도 공군인 게일은 그 모습을 제대로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사실 허니의 옛 부대가 지금 이 전쟁 속에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 했다.

무의식이나 다름 없게 튀어나온 질문이었다.

흠, 게일의 질문에 허니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했다. 게일은 그런 허니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 긴장을 했다. 그러다가 다시 게일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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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


게일의 질문에 허니가 잠시 고민했다.

돌아가고 싶냐고? 그 질문이 과연 어디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 허니는 확실하지 않았다. 

만약 허니가 살던 1986년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보는 것이면 당연히 그렇다. 큰 이유는 없었다. 아무리 허니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그 흔한 혈육 하나 없는 신세라고 하더라도, 그 누가 자신의 시간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일단은 인생의 모든 기록이 지금이 아닌 그 시간대에 남아있었다. 그 시간대의 허니 비 카잔스키는 태어난 날짜도, 졸업한 초중고에 대한 기록도 다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지만 만약 부대만을 다시 옛 부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았다.


"글쎄요. 딱히 돌아가고 싶지도,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지 않지도 않아요."


허니가 담담하게 게일에게 대답했다.

그래, 딱 그 말이 맞았다.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돌아가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그 전 부대 사람들은 당연히 그리웠다. 항모에서 같은 방을 쓰던 대원들,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던 선배들. 고작 5주밖에 함께 하지 않았던 탑건 동기들까지도 그리운데 어떻게 그립지 않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원래 군인이란 그렇다.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오면 따르는 것이 원칙이었고 그렇기에 허니가 이 부대에 속해있는 것이 윗선의 명령에 따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불만도 크게 없었다.


"뭐, 지금은 또 지금 나름대로 좋은 상사 만났으니 된 거 아니겠습니까."


허니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희미한 미소.

허니의 대답에 게일의 마음 속에 알 수 없는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허니를 따라 미소를 지은 게일이 허니의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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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은 상사가 더 열심히 해야겠네."
"엑, 소령님 말고 버키 소령님 말 한건데요."


어쭈. 허니의 이어지는 장난스러운 말에 게일이 이제는 손에 힘을 더 주고는 머리를 더 거칠게 헝클이기 시작했다.

악! 하는 허니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게일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지금은 이 정도 대답이면 충분하다. 게일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허니가 영국 공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줬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부대 내에 퍼졌다. 심지어 이번에는 허니도 그 사실을 알게 되어버렸다. 

모를 수가 없었다. 이제는 허니와 어느정도 친해진 350대대의 대원들은 물론이거니와 허니와 크게 친하지 않은 다른 대대의 대원들까지 와서 그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거기서 멈췄으면 다행인데, 바로 전 주에 새로 온 신병들 사이에서도 허니의 말이 돌기 시작했다.

영국 공군의 코를 뭉개버린 허니 비 카잔스키 대위.

그리고 허니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소문은 눈두덩이처럼 불어나 영국 공군 세 명의 코를 한 번에 뭉개버린 전설의 허니 비 카잔스키 대위가 되어있었다.

하, 허니는 한숨을 쉬었다. 영국 놈들 입막음을 시키면 뭐 하나, 우리 부대 내의 꼬맹이, 커트의 입단속을 시키는 걸 잊었다. 작은 실수를 했을 뿐인데 그것이 이렇게나 크게 돌아왔다.

결국 오늘도 왜인지 선망의 눈으로 허니를 바라보는 신병들의 시선을 허니는 애써 무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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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한테도 빨리 별명을 지어줘야겠어."


자꾸만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허니를 바라보는 신병들을 피해 부대 구석 쯤에 앉아있던 허니를 찾아 온 존이 말했다.

갑작스러운 존의 말에 허니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이 인간이... 할 일이 없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 가만 생각해보면 어느 날 갑자기 대대장으로 강등됐다며 위로해달라고 별로 슬퍼보이지도 않는 얼굴로 다가오던 날 부터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긴 듯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말을 하면 허니는 존이 왜 여기에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지프를 타고 지나가던 존과 게일은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허니를 보더니 갑자기 지프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그 이후부터 허니의 양 옆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세상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허니의 별명에 대해 고민을 했다.

아, 정정하겠다. 허니의 별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은 존 뿐이었다. 게일은 존의 말에 대충 대꾸를 해주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허니, 그 뭐냐. 뭐라고 불렸다고 한 거 있지 않았어?"


존이 순간적으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손 하나를 허공에 열심히 저으며 허니에게 질문했다.


"콜사인이요?"
"어어, 맞아. 뭐라고 불렸다고 했지?"


꽤나 오랜만에 꺼낸 대화 주제였다. 허니는 자신의 콜사인에 대해 존과 게일에게 딱 한 번 얘기했던 기억이 있었다. 바로 1943년에 처음으로 눈을 떴던 그 날.


"...호넷이요."


그 단어를 이야기를 하는 허니의 입 안이 뭔가 까끌거리는 기분이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입에 담아보는 단어였다. 아니, 사실 기간으로 따져보자면 고작해야 몇 달 동안 사용하지 않은 단어인데, 그 단어를 쓰지 않았더니 벌써 제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설마 이름이 허니 비 카잔스키라서 호넷이야?"
"맞을걸요."


허니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허니 비라는 이름 말고도 허니의 콜사인이 호넷인 이유는 더 있었다. 그야 다름 아닌 거친 허니의 비행 스타일 때문이었다.

뭐, 지금이야 전투기가 아닌 폭격기를 몰고 있고, 허니는 아직 커트의 부기장이었기에 크게 티가 나지 않을 뿐이었다. 그리고 허니는 그 사실을 존에게 알려 줄 마음이 요만큼도 없었다.

알려줬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존이 허니의 설명을 듣고 나면 또 이걸 얼마나 놀려먹을지. 굳이 어렵게 상상하지 않아도 충분히 미래가 눈 앞에 그려졌다.


"와... 안 돼. 그렇게 대충 지은 별명을 붙여줄 순 없어."


왜인지 모르겠지만 허니의 말을 들은 존은 더욱 의지를 불태웠다. 조만간 제대로 된 별명을 가지고 오겠다며 혼자 고민에 고민을 하는 존을 보던 허니는 시선을 돌려 게일을 쳐다봤다.

저거 말려야하는 거 아니냐는 의미로 쳐다 본 것이었는데, 게일 또한 굳이 허니가 말로 하지 않아도 이해를 한 듯 했다.


"내가 벅이 된 걸 보면 모르겠어? 아무리 말려도 버키는 너한테 별명 하나 지어줄걸."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대답을 하는 게일을 보며 허니는 고개를 조용히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




존의 고민은 다 쓸모없는 고민이었다는 것을 허니는 느꼈다. 왜냐하면 어느 날 부터인가 허니는 부대 내에서 두 가지의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술집에서의 사건이 금방 조용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허니의 생각에 반해, 그 소문은 꽤나 오래 이어졌다. 심지어 허니가 말했던 그 인용구까지도 부대 내에 퍼졌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허니는 과연 이게 맞는 일인가... 잠시 고민했다.

허니가 사용했던 인용구가 실제로 존재하는 말이기는 했지만 뭔가 남의 것을 베껴다 쓴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큰 잘못은 아니었지만, 뭔가 자꾸만 허니의 마음 속에서 죄책감이 피어올랐다.

어쨌든 그 인용구의 영향이 상당했는지, 부대 내에서는 자꾸만 그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니는 당연하게도 자신의 이름과 그 인용구 덕에 '호넷'이라는 별명을 다시 얻었다.



다른 소문은 역시나 지금까지 제대로 고쳐지지 못 하고 있는 착륙 탓이었다.

이 곳에서 몇 달이나 있었음에도 여전히 허니의 착륙은 보통 공군들의 착륙처럼 얌전하지 못 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역시 옛말에 틀린 말 하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륙할 때까지만 해도 오늘 착륙은 제발 얌전하게 해보자, 하고 마음을 먹어도, 결국 내려올 때는 무의식 중에 항모에 착륙을 하듯 하는 모습 탓에 허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아직도 착륙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못 했다.

그 탓일까, 몇 몇 사람들은 허니를 이제 '네이비'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전 해군 소속 파일럿, 현 공군인 허니에게 네이비라는 별명이라니.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과연 두 개의 별명 중에 뭐가 더 마음에 드냐고 하면 허니는 잘 모르겠다.

호넷과 네이비. 허니에게 벌써 별명이 두 개나 생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존은 자신이 너무 늦었다며 머리를 붙잡고 절규했다.

물론 그 절규도 얼마 오래가지는 않았다. 허니의 별명의 어원을 전해들은 존은 결국 세상 신중하게 고민하더니 허니를 호넷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쪽과 합세했기 때문이다.




-




조금 여유가 있던 나날이 지나가고 다시 임무 날이었다. 

더이상 작전장교가 아닌 존은 자신의 대대를 이끌고 임무에 함께 참가했고 허니는 언제나와 같이 게일의 부대원으로서 커트와 함께 비행기를 탔다.

그나마 임무에서 선두를 맡게 되면 조금 더 쉬울까 싶었는데, 쏟아지는 대공포 사이를 비행하던 게일은 선두와 꼬리의 차이는 차악과 최악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아슬아슬하게 대공포 사이를 피해서 비행하고 있을 때, 게일의 무전 사이로 한 마디가 들려왔다.


"비딕이 당했습니다!"


다급하게 창가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게일이 방금 무전을 받은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커트와 허니가 타고 있을 비행기는 검은 연기를 뿜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커트에게서 무전이 왔다. 

대공포를 맞아 엔진 두 개가 손상되었다. 한 개가 더 손상될 것 같다. 속도를 낼 수 없으니 이탈해야 할 것 같다.

게일에게 보고를 하는 커트의 목소리에 한숨이 섞여있었다.

커트의 보고 내용을 존에게 전한 게일은 잠시 존에게서 다른 명령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아마 게일에게는 평생같이 느껴졌다.

차마 한 대대의 대장으로서 입 밖으로는 낼 수 없었지만, 존이 조금이라도 커트와 허니에게 있어 생존 확률이 높은 선택을 해주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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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페이서 리드. 전 대대는 속도를 낮춘다. 최대한 레드미트 3와 함께 동행한다."


존의 목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무전을 들은 게일은 깊게 안도했다.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대각선 윗쪽에 위치한 비행기를 확인했다. 

스코틀랜드에 도착할 때 까지만, 조금만 더 버텨주길. 제발.




-




커트와 허니의 비행기는 결국 부대까지는 함께하지 못 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비행기가 스코틀랜드까지는 버텨주었다는 것이다.

무언가가 터지는 굉음도, 불타오르는 불꽃도 없었다. 안전하게 착륙을 마친 비행기를 보고나서야 게일은 조금 마음을 놓았다.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다른 곳도 아니고 스코틀랜드니까. 아군의 땅이니까. 저기에 내리더라도 포로 수용소로 갈 리는 없을거야.

분명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을 한 것을 봤음에도 게일의 마음 속에서 자꾸만 불안감이 피어올라, 게일은 그것을 없애려 노력했다.

괜찮을거야. 내일 쯤이면 허니와 커트가 웃는 모습으로 복귀를 할 거야.

게일은 다시 한 번 속으로 되뇌였다.




-




어렵사리 스코틀랜드에 착륙을 하게 된 허니와 커트는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뒤늦게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오는 것은 둘 뿐만이 아니었다. 귓가의 무전에서도 여러 명의 한숨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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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허니랑 비행하면 안 되겠어요."
"뭐?"


갑작스러운 커트의 말에 허니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허니랑 비행하니까 착륙까지 허니 닮아가잖아요! 이게 뭐야!"


커트가 빽 소리를 지르며 한탄했다. 반대로 그의 말을 무전을 통해 들은 나머지 대원들이 깔깔 웃기 시작했다. 

커트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방금 커트의 착륙은 지금까지 그가 했던 착륙들 중 단연코 가장 거칠었다. 

물론 겨우 하나 남은 엔진과 급하게 시도한 착륙 탓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비행기 안에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커트는 소리를 계속 지르며 한탄했다. 그런 커트를 보며 허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었다.


"영광으로 알도록 해 커트. 원하면 내가 특별히 너한테 '네이비'라는 별명을 양도할게."
"그딴 거 필요 없어요!"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는 커트를 보며 허니는 깔깔 웃었다.

뭐가 됐든 일단은 살았다. 그리고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 같은 비행기를 탄 대원들 중에서도 조금씩 다친 사람은 있어도 죽은 사람은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




"벅, 괜찮아?"


바 테이블에 몸을 기대고 서 있던 게일이 존의 부름에 시선을 돌렸다.

사실 존이 부르기 전까지 게일은 누가 봐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임무 완수 기념 축하 파티가 한창 일어나고 있었다. 파티장을 가득 메우는 시끄러운 음악, 그 속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그리고 어지럽게 섞이는 말소리들까지. 

이렇게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어딘가 정신이 빠져있는 듯한 게일을 본 존이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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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어. 괜찮지. 그럼."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게일의 대답에 존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오늘의 임무는 지금까지 해냈던 그 어떤 임무보다 큰 성공이었다. 커트의 비행기 하나만 낙오가 되었고 모두 무사히 복귀했기 때문이다.

비록 커트와 그의 대원들이 부대까지 오지는 못 했지만 존은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이 착륙한 곳은 다름 아닌 스코틀랜드였다. 적군의 영토도 아닌데 걱정할 필요가 있을리가.

그 사실만으로도 존은 부대에 도착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게일 또한 자신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파티가 시작했을 때 부터,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게일은 조금 이상했다.

이것 봐. 지금도 이상하다. 평소 존이 눈을 가늘게 뜨고 게일을 쳐다보면 게일은 또 귀신같이 존의 눈빛을 눈치 채고 별 거 아니라는 말이라도 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게일은 여전히 정면만을 공허하게 응시한 채 콜라나 한 모금 더 마시고 있었다.

뭐지. 아무리 봐도 이상한 게일의 행동에 존이 다시 입을 열었다.


"클레븐, 이건."


하지만 존은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게일과 존의 반대편에서 걸어 온 마빈이 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너희에게 전화가 왔어."


그 말을 들은 게일과 존이 나란히 인상을 찌푸렸다. 전화? 그야말로 뜬금없는 말이었다.

둘의 표정이야 어쨌든 마빈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그저 바텐더가 전해주는 수화기를 받아 전화 교환원에게 자신이 지금 게일과 존과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할 뿐이었다.

게일은 여전히 조금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빈이 건네주는 수화기를 받아 자신과 존의 귀에 가까이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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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 벅!"
"커트?"
"벅! 나예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반가운 커트의 목소리에 게일과 존이 미소를 지었다.

커트의 목소리는 반가움에 가득 차 있었다.


"커트, 어디야?"
"음..."


게일의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한 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커트가 술에 취했는지 조금 꼬이는 말투로 수화기 건너 누군가에게 물었다.


"허니, 우리 어디 있는지 알아요?"
"몰라? 스코틀랜드 어딘가?"


허니, 그 이름에 게일의 몸이 조금 굳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익숙한 허니의 목소리에 마음 속에서 안도감이 퍼졌다. 

허니의 말이 정확하게 들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게일은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허니, 허니의 것이었다. 못 알아챌 리가 없었다.

허니의 대답에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커트가 웃었다. 커트 뿐 아니라 수화기 너머에서는 그의 대원들로 추정되는 웃음소리도 함께 터져나왔다.


"우리가 어디 있는지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괜찮아요. 여기 사람들도 영국 사람들을 싫어하긴 하는데, 나는 아일랜드인이라 좋아해요!"


고함을 치듯 말을 하는 커트의 말 너머로 반대편에서 '너 아일랜드인 아니잖아!'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게일과 존은 그런 커트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벅. 허니랑 통화할래요?"
"어?"
"허니! 네이비! 호넷!"


게일이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커트는 이미 수화기 너머로 허니를 부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을 하면 '허니'라는 이름을 부른 것은 딱 한 번이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네이비'나 '호넷' 또한 허니를 지칭하는 단어임을 게일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들어도 잔뜩 취한 것 같은 커트의 목소리를 듣던 게일은 그냥 됐다며 대답을 하려했다. 하지만 커트에게서 수화기를 건네받은 허니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여보세요? 게일?"


허니의 목소리에 순간 게일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항상 게일에게 소령님, 하며 깍듯했던 호칭이 사라졌다. 벅이라는 별명도 한 번을 부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허니가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자, 게일은 자신도 모르게 조금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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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허니. 괜찮아?"


물론 게일은 그 사실을 수화기 너머의 허니가 알게 하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게일의 모습에서 긴장하는 것 같은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요. 우리가 여기를 아주 그냥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도 다들 착하게 대해줘요."
"그랬어?"


수화기 너머의 허니가 꺄르륵 웃으며 게일에게 대답했다. 

허니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높아져 있었다. 대충 봐도 허니 또한 커트와 다를 것 없이 잔뜩 취한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게일은 그런 허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못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난장판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사과 잘 하고 와."
"네에."
"술도 적당히 마시고."
"네에, 아빠."


취한 탓에 말꼬리가 조금씩 길어지는 허니의 말투에 게일이 다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래, 그럼 어서 늦지 않게 복귀해, 허니."
"네에에. 최대한 빨리 갈게요."


허니는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취해가는 것 같았다. 아까보다도 더 늘어지는 말꼬리를 마지막으로 게일은 이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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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를 내려놓은 후에도 게일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었다.




"저기 아버님, 입꼬리가 귀에 걸리셨어요."


게일이 수화기를 내려놓기 무섭게 존이 놀리듯이 말했다. 그 말에 게일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어깨만 한 번 으쓱일 뿐이었다.


"아빠들은 딸이 생기면 딸바보가 된다던데. 설마 내 친구도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존은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젓고서는 술이나 한 잔 더 마셔야겠다는 말과 함께 바 테이블에 기대있던 몸을 일으켰다.

모두에게 즐거운 밤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




파티에서의 그 통화 한 통은 게일의 마음을 놓이게 하기 충분했다.

사실 게일은 저녁 내내 장교 클럽에 있었지만, 몸만 거기에 있을 뿐, 정신은 그곳에 있지 못 했다.

아마 그것은 게일 옆에 있었던 존 또한 어렵지 않게 알아챘을 것이었다. 파티 중간에 게일에게 괜찮냐며 물어오는 존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게일은 파티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는 말이 조금 더 옳을 것이다.

어렴풋이 허니가 안전하게 잘 있을 것을 알았지만, 동시에 불안했기 때문이다.

진짜 무슨 허니를 딸이라고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강가에 애라도 내놓은 것 같이 불안했다. 

그러다 허니와의 통화 이후로 게일은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래, 진짜 안전하게 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게일은 오늘 저녁 마음을 놓고 잠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빠르면 내일 쯤이면 허니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상에 누운 게일이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




편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던 게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깨어났다.

불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품에서 느껴지는 조금은 무게가 있는 무언가 때문이었다.

품에 안긴 무언가는 따뜻한 온기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코 끝을 간질이는 희미한 흙내음, 그리고 거기에 섞인 옅은 알코올 향까지.

뭐지, 뭔가 익숙한 촉감인데. 아직 떠지지 않는 눈을 감은 채로 게일이 잠시 고민했다. 이게 뭘까. 그러다가 이내 게일의 머릿속에 자신이 잘 때 무언가 품에 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게일의 눈이 확 떠졌다. 그리고 그가 덮고 있던 이불을 확 걷어냈다.

품 안의 존재가 무엇인지 알아채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푸르스름한 새벽의 빛이 시야를 완전히 차단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허니...?"


그리고 게일의 품 안에 안겨있던 것은 다름 아닌 제복을 입고 잔뜩 웅크린 채 잠에 들어있는 허니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999
2024.04.07 20: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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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늘도 정말 재밌다... 센세의 글을 읽을 수 있다니 난 정말 복받은 사람이야
[Code: 37e0]
2024.04.07 20: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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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이야센세..
[Code: 0a91]
2024.04.07 21: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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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이다... 어나더가 넘 기다려진다...
[Code: 2eef]
2024.04.07 21: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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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덕분에 행복해... 존잼...
[Code: e933]
2024.04.07 22: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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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취하면 텔포되나 ㅋㅋㅋ큐ㅠㅠㅠㅠ 오늘도 감사해 센세 …
[Code: 44a1]
2024.04.07 22: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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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점점 게일한테 스며드는거 좋다..
[Code: afa7]
2024.04.07 22: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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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제ㅏㄹ 팔만대장경만큼 써주라........... 너무 좋아 진짜
[Code: 358d]
2024.04.07 22: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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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만큼 무순 써줘 센세 길면 길수록 내 행복한 순간도 길어지니까......♡
[Code: 72d3]
2024.04.07 22: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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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허니 술 먹고 자면 텔포 되냐곸ㅋㅋㅋ 커트어리둥절 이름 하나 불렸다고 긴장하는거 키야
[Code: 5b60]
2024.04.07 22: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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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분위기 개좋아...근데 허니 혼자 오면 어캄ㅋㅋ큐ㅜㅠㅠ 커트야 그렇게 됐다
[Code: 1159]
2024.04.07 22:51
ㅇㅇ
ㅎㅎㅎㅎㅎㅎㅎㅎㅎ센세 최고 어나더!
[Code: 54d0]
2024.04.07 22: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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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이 뭐야....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햝으면서 읽었어 하 같은 한국말 하는데도 이 진심을 보여줄수 없어서 애가 탄다....존나 재밌어...제목 볼때마다 설레서 심장 부여잡고 들어와 한오백년 함께 하자 센세
[Code: 53d2]
2024.04.07 23: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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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야 너무 좋아 진짜
[Code: 8a10]
2024.04.07 23: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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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ㅜㅜㅠㅜㅜㅠㅠㅠ 셍세 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35d8]
2024.04.08 00: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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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다 그리고 나도 센세를 사랑해.........
[Code: d3ee]
2024.04.08 00: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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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술먹고 자면 텔포되는거구나
[Code: 4a43]
2024.04.08 0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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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요즘 센세의 무순만 기다려....
[Code: 4a43]
2024.04.08 0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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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좋은데 저걸 어캐 해결햌ㅋㅋㅋㅋㅋㅋㅋㅋ 센세 사랑해 매일 센세만 기다리고있어....
[Code: 4423]
2024.04.08 00: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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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허니 왜 자꾸 게일침대로 텔포하는뎈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어요 센세ㅜㅜ
[Code: 3344]
2024.04.08 00: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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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너무 재밌어 존잼이야 진짜....센세 사랑해
[Code: 0874]
2024.04.08 01: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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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설렌다아아아아 술먹고 침실로 텔포라니 ㅋㅋㅋㅋㅋ
[Code: e035]
2024.04.08 03: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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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서 너무 좋은데 센세 오늘도 덕분에 넘 행복해
[Code: 04e2]
2024.04.08 04: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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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정이 다 있냐고 ㅋㅋㅋㅋ 너무 재밌다 ㅋㅋㅋ
[Code: b6f9]
2024.04.09 07: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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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게일이라구 햇다
[Code: 0c34]
2024.04.09 21: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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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덕에 붕키 너무 행복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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