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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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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은 잠시 이게 과연 현실인지 아닌지 고민했다. 설마 자신의 의식이 아직 꿈 속인데 이걸 현실이라고 착각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왜 가끔 있지 않은가, 정말 현실같은 꿈.

그래, 어쩌면 지금 게일은 그런 꿈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상황이 말이 안 됐다. 

아무리 게일이 방금 깬 탓에 정신이 아직 완전하게 맑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알았다.

분명 몇 시간 전, 스코틀랜드에 있다며 허니와 통화를 했는데, 지금 이곳에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다. 허니가 무슨 순간이동이라도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니까 게일은 당연하게도 지금 이 상황이 여전히 꿈이 아닐까 고민을 했다.

게일이 심각하게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을 나름대로 찾는동안 허니는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있었다. 색색거리는 숨소리, 한 번씩 움직이는 탓에 제복의 천끼리 맞물려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낡은 철제 침상이 끼익, 하는 소리를 냈다.


"으음..."


그리고 게일은 허니가 낮게 신음하며 몸을 살짝 움직이자 손 끝에 얽혀오는 허니의 머리카락에, 게일은 정신이 팍 드는 것을 느꼈다.

망할. 진짜 이게 현실인가?




-




게일은 일단 주변부터 살폈다. 섣불리 큰 소리를 내었다가 같은 막사를 쓰는 다른 장교들에게 이 상황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혹시라도 들키게 되면 문제 되는 것은 자신 뿐이 아닌 것을 게일은 잘 알았기 때문이다.

아직 밖은 푸르스름한 이른 새벽이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막사 안에는 게일 뿐이었다. 아니지,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게일과 그의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잠을 자는 허니 뿐이었다.

게일의 미간에 잠깐 힘이 들어갔다가 이내 풀렸다. 아직까지 막사가 비어있다는 말은 다른 말로는 아직도 장교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뜻이었다. 평소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겠지만 오늘만큼은 존의 그 엄청난 주량에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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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게일이 허니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 허니, 다시 한 번 불러도 허니는 미동도 없었다. 

색색 숨을 내쉬는 허니의 모습은 마치 아이같았다. 지금 상황만 아니었다면 게일은 그런 허니의 모습을 몇 시간이고 바라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언제 장교 중 하나가 저 문을 열고 들어올지 아무도 몰랐다. 

그랬다가는 문제가 아주 복잡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전에 허니를 깨워야 했다.



"허니, 일어나."


다시 허니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허니의 어깨도 살살 흔들었다. 

게일이 허니의 어깨를 흔들자, 그제서야 허니의 입에서 으윽,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조금 더 흔들자 천천히 허니의 눈이 떠졌다.


"소령님...?"


허니가 미간을 잔뜩 구기며 게일에게 질문했다.

소령님. 그 단어가 게일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 편으로는 안도했다. 그래, 게일을 저렇게 정직하게 직급으로 부르는 것을 보니 제 옆에 누워있는 것이 허니가 맞았다.

뭐가 됐든 일단 허니를 빨리 이곳에서 나가게 하는 게 제일 급했다. 상황에 대한 설명을 그 이후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게일이 허니의 상체를 일으키려 그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허니, 일단 일어나."
"소령님 맞아요?"
"응, 맞으니까 일어나자."


막 잠에서 깬 탓에 허니의 목이 잔뜩 잠겨있었고 동시에 발음도 뭉개졌다. 게일은 그런 허니를 보며 살풋 웃었다. 누구는 이렇게 마음이 조급한데, 아직도 반쯤 꿈 속을 헤매는 것 같은 허니의 모습이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허니를 살살 달래며 상체를 반쯤 일으켰을 때 쯤, 허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제..."
"응?"
"언제 스코틀랜드까지 오셨어요...?"


아이고야. 게일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직도 꿈 속을 애매하게 헤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깼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허니의 대답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잠꼬대였다.


"무슨 소리야 허니, 너 지금 영국에 있는 기지야."
"예?"


그리고 게일의 말에 갑자기 허니의 눈이 팍 떠졌다.

그 순간 허니의 동공이 바빠졌다. 천장을 한 번, 입구를 한 번, 그리고 눈 앞의 게일을 한 번. 그리고 이내 허니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아챈 것 같았다.


"예?!"


빽 소리를 지르는 허니를 보며 게일은 허니가 이제야 현실을 알아챘구나, 하고 생각했다.




-




그러니까 전 날 밤은 그야말로 고삐가 풀린 밤이었다. 허니는 전 날 밤을 그렇게 정의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설명을 하자면, 허니는 커트와 그 동료들과 함께 스코틀랜드 어딘가에 불시착을 하고 운이 정말 좋게도 좋은 동네 주민을 만났다.

자신의 집 앞에 있는 밭과 창고를 비행기로 다 부숴먹은 허니의 일행을 보고서 처음에는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이내 허니와 커트의 몇 마디에 그들의 발음이 영국의 것이 아닌 미국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 챈 후 부터는 태도가 아예 바뀌어버렸다.

원래 처음 만나는 사람과 친해지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을 욕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허니의 일행과 처음 만난 스코틀랜드 주민은 모두 영국인을 싫어했다는 것이다. 거기다 최근, 바에서 일어났던 일명 '허니의 영국 공군의 코뼈 부러뜨린 사건'은 허니와 그 일행을 바로 스코틀랜드 주민의 아군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로는 그야말로 술 파티였다. 

신이 잔뜩 나, 허니보다 더 앞장서서 그 날 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커트를 보고는 집주인은 더 신이 나서는 자신이 아끼던 술들을 죄다 내왔다.

허니도 당연히 술을 마셨다. 당연하지. 거기서 안 마시고 있는 게  더 이상했다.

거기다 허니는 최근 술만 마시려고 하면 귀신같이 알아 챈 게일이 제지를 하는 탓에 계속 술을 못 마신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 술은 잔뜩 있고, 게일은 없다?

그 이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 앞에 그려지는 이야기였다.

짧게 설명을 하자면 허니는 술을 잔뜩 마셨고, 잔뜩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잠에 들었다. 분명 잠에 들기 전에는 이미 거실 한 구석에서 먼저 잠에 든 대원들의 얼굴을 본 것이 허니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근데... 왜 지금 자신이 여기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것도 또 다시 게일의 침대 위에서 말이다.

뒤늦게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아 챈 허니는 지금 제 머리가 핑 도는 것이 과연 숙취 탓인지, 아니면 이 말도 안 되는 현실 탓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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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복귀한거야?"


게일이 허니에게 질문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들켰었다면... 허니는 그 상상만으로도 두통이 밀려오는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게일과 허니는 관제탑으로 나온 상태였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있을까 두려워 다른 대원들의 시선을 피할 장소를 찾다가 고른 장소였다.

이른 아침의 관제탑 주변은 고요했다. 허니는 텅 빈 활주로를 바라보다가 게일의 질문에 입술을 혀로 한 번 축이고는 대답했다.


"...기억이 안 나요..."
"뭐?"


허니의 대답에 게일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래, 어이가 없겠지.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만을 고하고 있었다. 허니도 진짜 모를 일이었다. 도대체 왜 눈을 뜨니 자신이 스코틀랜드가 아닌 영국의 공군 기지에 있는 것인지. 허니도 게일만큼이나 지금 해명을 바라고 있었다.

아니, 그나저나 설마 나만 왔나? 허니의 머릿속에 뒤늦게 의문이 피어올랐다. 어떻게 온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다른 대원들에 대한 걱정이 피어올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허니가 게일에게 커트와 다른 대원들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소령님, 저희 애들,"


하지만 허니의 말은 끝맺어지지 못 했다.


"클레븐 소령님! 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저 멀리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며 게일을 찾는 소위의 외침 탓이었다.

게일은 그런 소위를 한 번, 그리고 말을 끝맺지 못 한 허니를 한 번 쳐다보았다.

뭔가가 이상했다.




-




"교환원, 제 옆에 클레븐 소령님이 계십니다."


소위가 간결한 말과 함께 게일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그리고 게일은 그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대기 무섭게 익숙한 목소리가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벅! 큰일났어요!"
"커트?"
"나 맞아요. 근데 지금 큰일났다니까요?"


수화기 너머의 커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게일이 커트를 아는 동안 그가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목소리를 들은 게일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왜 그래, 커트."
"허니가,"
"..."
"허니 대위님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커트의 말에 게일의 인상이 더 찌푸려졌다.

장난인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은 지웠다. 아무리 그래도 커트가 이런 질 나쁜 장난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게일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통화의 내용이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다.

게일은 몸을 돌려 제 옆에 안절부절하며 서 있는 허니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커트, 허니는 여기 있어."
"예?"
"응, 아주 잘 있어 여기."


뭐라고요? 그 뒤에 이어지는 커트의 대답은 거의 외침이나 다름없었다.

그래, 장난은 아니다. 그랬다면 커트가 이렇게까지 놀라지도 않을테지. 게일은 그렇게 생각했다.




-




수화기를 내려놓은 게일은 해명을 바라는 듯한 얼굴로 허니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허니의 입에서는 바로 대답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허니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사실 제일 미칠 것 같은 것은 허니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다. 

솔직히 이야기를 하면 허니는 최근에 조금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 걱정을 하던 습관도 영국으로 넘어오면서부터 사라졌었다.

그래서 조금은 잊고 있었다. 가끔 이상하게 게일의 침대 위에서 자신이 눈을 뜬다는 것을.

최근들어 안 그런다 싶어서 이제는 아예 없어진 일인 줄 알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고 있다.

벌써 세번째였다. 1943년으로 오던 날, 영국으로 떠나던 날, 그리고 오늘.

도대체 뭐가 공통점인지 허니는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공통점이 뭐지.

그리고 순간 허니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술. 


"설마 나 술 마신 날마다...?"


허니의 혼잣말에 게일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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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커트가 비행기에서 내리기 무섭게 허니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왔다. 

커트의 얼굴에는 누가 봐도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표정은 허니의 얼굴으 보자마자 안도감으로 바뀌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커트의 모습을 보며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뿌듯함과 애틋함이 마음 속에서 피어올랐다. 미운 일곱살의 남동생같던 커트가 이렇게나 자신을 걱정해주다니.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아니! 이렇게! 가는게! 어디! 있어요!"
"악! 커트!"


물론 그 감동은 그리 오래 가지 못 했다. 커트는 허니가 제 팔 뻗는 거리 안에 들어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허니의 등을 사정없이 내려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커트는 단어 사이사이마다 손으로 허니를 때렸다. 

악! 하고 허니가 고통의 신음을 흘렸지만 커트는 그것이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어째 허니가 그 소리를 내뱉을 때마다 손의 힘이 더욱 강해지는 것 같았으니까.


"워워, 아들. 일단 진정하고."
"놔요. 오늘 허니 대위님 죽이고 나도 죽을거야."


상황을 지켜보던 존이 나서서 커트를 말려봤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그 틈을 타 허니는 빠르게 게일의 뒤로 숨어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었다.


"아니, 말이라도 하고 가든가! 혼자만 쌩 가는 부기장이 어디있어!"
"미안하다..."


허니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사실 허니도 억울했다. 아니 분명 스코틀랜드에서 잠에 들었는데 눈 뜨니까 영국일 줄 도대체 누가 알았겠냔 말이다. 허니 자신도 그런 일이 일어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럼에도 입에서는 착실히 사과의 말이 흘러나왔다. 이 와중에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이지 커트한테 오늘 등이 다 터질 것만 같았다.

허니의 얼굴이 울상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런 허니를 바라보던 게일은 이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너무 화내지 마, 커트."
"뭐야, 벅도 지금 대위님 편 들어요?"
"편 드는 게 아니고, 허니 잘못 아니니까 너무 뭐라 하지 말라고."
"왜 대위님 잘못이 아니에요. 벅이 뭐, 대위님 끌고 오기라도 했어요?"


빽 소리를 지르는 커트를 보며 게일이 한숨을 쉬 듯 숨을 고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응."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존에게 붙잡힌 팔을 떨쳐내려던 커트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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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데려왔으니까 너무 뭐라 하지마."


그리고 이어지는 커트를 달래는 듯한 게일의 말투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들은 제 귀를 의심한 사람은 분명 허니 뿐이 아니었다.




-




망했다.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짜 제대로 망했다.

게일의 말은 전혀 허니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뭐, 그 나름대로는 허니를 감싸주겠다고 그런 말을 한 것 같았지만 결론적으로는 별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커트의 분노를 더욱 크게 만드는 데에 한 몫 했다.

그래, 어쩌면 당연했다. 커트의 입장에서 게일은 스코틀랜드까지 와서 허니만 쏙 빼서 영국으로 복귀한 것처럼 보일테니까.

커트의 분노가 지금 남다르다는 것을 알아채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장교 클럽에서 허니의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그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 입에서 작게 한숨이 터져나왔다.

허니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냥 커트에게 가서 싹싹 빌까? 그게 가장 맞는 방법이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라고는 그것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래, 가서 그냥 빌자.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뭐가 됐든 가서 커트한테 빌자.

솔직히 허니도 자신이 어떻게 영국에 왔는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았다. 어렴풋이 술을 마신 날에 어떠한 이유로 게일의 곁으로 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예상은 했지만 확실한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커트에게 이렇다 하고 설명도 하기 쉽지 않았다. 맞다고 하더라도 그걸 커트가 믿어줄 지도 또 다른 이야기였다. 오히려 자신을 놀리는 것이냐며 더 화를 내지 않을까. 

그러니까 허니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가서 무작정 사과를 건네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일단은 빌자.

그리고 그 생각이 들어, 허니가 발걸음을 커트 쪽으로 옮기려했다.

갑작스럽게 귀가 아프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만 아니었다면 허니는 커트에게 다가가 사과를 했을 것이다.


"모두들 대피소로 움직여!"


잭의 외침에 허니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발걸음을 대피소 쪽으로 옮겼다.




-




폭격이 이어지는 모습은 마치 불꽃놀이 같았다.

그야말로 아이러니였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전쟁인데, 멀리서 보면 그렇게 잔인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대피소로 향하던 허니의 발걸음이 그 모습을 보고 멈췄다.

새삼스럽게 허니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다시 깨달았다. 그래, 허니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제 2 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1943년이었다. 

공군이라는 점이 이럴 때 보면 이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했다. 공군이라서 하늘 아래의 상황은 잘 모른다. 허니는 심지어 이곳에 와서 폭격기를 모는 파일럿이었기에 더 몰랐다.

물론 전투기들과 싸우는 일도 있었지만, 이곳에 오기 전처럼 전투기를 몰고 도그파이트까지 하는 일은 없었기에 묘하게 전쟁 중이라는 현실감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노리치를 공격하는 것 같네."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허니의 생각이 뚝 멈췄다.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는 게일이 제 턱을 돌담 위에 괴고 있었다. 


"그런 것 같네요."


허니가 담백하게 긍정했다.

게일은 그런 허니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마친 허니의 시선은 다시 폭격이 행해지는 곳으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빤히 쳐다보던 허니가 질문했다.


"소령님."
"응."
"소령님은 걱정 안 돼요?"


침묵을 깬 허니의 질문에 게일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걱정? 무슨 걱정을 말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 한 탓이었다.

그런 게일을 의문을 알아챘는지, 허니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전쟁이요."


딱히 더 설명하지 않아도, 게일은 허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했다.

솔직히 말을 하면 허니는 새삼 두려웠다. 전쟁은 두려웠고 사람의 목숨은 파리마냥 죽어나가고 있었다. 오늘은 노리치일지 몰라도 내일은 허니가 서 있는 이 곳이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여기서 죽게 되면 허니는 억울할 것만 같았다. 아직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가지도 못 했는데.


"전 가끔 두려워요."


여기서 죽으면 내 죽음을 슬퍼해 줄 친구도 없는데.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허니의 말을 게일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분명히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게일은 일단은 못 들은 척 하기로 했다. 허니의 목소리가 아주 작은 것이, 딱히 남이 듣기를 원해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대신 허니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나도 두려워."
"..."
"영국 놈들 말대로 대낮 폭격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는 생각도 해."


한 번도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은 진심이었다.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인 존에게마저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이유는 본인도 확실하지 않았다. 소령이라는 직급 탓일까. 부하들이 자신을 믿고 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그런 부하들 앞에서는 절대로 말 할 수 없는 진심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허니의 앞에서는 이런 말도 하고 있었다. 웃기지, 허니 또한 제 부하인데.


"그래도 해 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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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너도 내 곁에 있으니까, 할 수 있을거야."


그렇게 말을 하며 게일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걍 의식의 흐름이다...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1010
2024.04.09 0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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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씨몬~ 아니 커트 ㅠㅠ 웃프다.... 게일이 쏙 허니만 데리로 간 줄 알고..... 아들래미 손맛이 굉장히 매울 거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싹싹 빌자 허니야 ㅠ 허니 편 들어주고(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너도 내 곁에 있으니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거 진짜 으아아아아악 이마 개때리면서 읽어가지고 지금 퉁퉁 부은 거 같아 내 센세 진짜 사! 랑! 해! 센세 의식의 흐름에 동의하고 사랑하고 그냥 당신에게 흡수되고 싶습니다.
[Code: 429d]
2024.04.09 01: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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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화낼만하잖앜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아 그래도 잘풀어랔ㅋㅋㅋㅋㅋ
[Code: feee]
2024.04.09 01: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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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틐ㅋㅋㅋㅋㅋㅋㅋㅋㅋ봐줘라 원해서 간 게 아닌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0fad]
2024.04.09 02:04
ㅇㅇ
와 기능 좋다 술만 마시면 존편 귀가해ㅋㅋㅋ
[Code: 99b2]
2024.04.09 02: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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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다같이 있었는데ㅋㅋㅋ
[Code: 0edc]
2024.04.09 02: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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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주사가 자기 침대 찾아가서 자는 거라더니 어쩌다 과거로 와서 이젠 게일 침대로 (그것도 거리 상관 없이) 텔레포트 하게 된 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존잼이야ㅠㅠㅠㅠㅠ
[Code: 9cca]
2024.04.09 05: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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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싸랑
오늘도 와줘서 너무 고맙고 글자하나 하나에 소중히 읽고 있어 사랑래ㅜ센세
[Code: 1556]
2024.04.09 05: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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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Code: 1556]
2024.04.09 07: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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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오셨다!!
[Code: 7bb0]
2024.04.09 09: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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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Code: 1bcc]
2024.04.09 09: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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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글 보고 시작하는 하루 완벽하다
[Code: 89ac]
2024.04.09 11:15
ㅇㅇ
진짜 존잼... 센세가 복지다.. 아니 근데 허니 술만 먹으면 게일침대로 가는거 최고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effa]
2024.04.09 11: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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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재밌다...... 센세 둘이 아이스 낳고 육아까지 하는거 꼬옥 보여조야해...... 우리 토지만큼 억나더로 함께해
[Code: eb84]
2024.04.09 19: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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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내 성실수인 센세 움쪽움쪽
[Code: 082a]
2024.04.09 21: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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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우리 긴 여행을 하자구!!
[Code: a8d6]
2024.04.09 23: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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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허니 리스폰좌표가 게일 침대야???ㅋㅋㅋㅋㅋ
[Code: 8f36]
2024.04.10 00: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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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재밌다 이건 억나더각
[Code: 1a3a]
2024.04.21 04: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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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커트 인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게 더 상처라고욬ㅋㅋㅋㅋㅋ달라진 거라고는 한명이 아니라 두명한테 버려졌다는 거 뿐이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4e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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