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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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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정신으로 걸었는지 허니는 알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방 안에 혼자 있으면 더욱 깊은 자책감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대신 허니가 선택한 것은 발걸음이 닿는 대로 걷는 것이었다. 몸이라도 정신없게 만들어서 복잡한 머릿속을 조금이라도 비워야 할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서 자꾸만 후회가 밀려왔다.

말하지 말걸. 조금만 더 참을걸. 어차피 여기 몇 개월이나 있으면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야기를 꺼냈을까.

만약에, 정말 만약에 게일이 허니의 말을 믿어줬다면. 그래서 게일이 허니에게 그의 상황에 대해 더 질문을 했다면. 사실 그런 가정을 해도 허니는 할 말이 없었다. 게일이 그 어떤 질문을 해도 허니는 제대로 된 대답을 줄 수 없었으니까.

막상 이 일의 당사자임에도 허니는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어떠한 이유로 갑자기 뜬금없이 과거로 오게 된 것인지, 그리고 돌아가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 어떤 것도 확실하게 아는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게일에게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많은 것을 바래서 그에게 말을 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냥, 알아만 달라고. 자신의 상황이 이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그 어떤 이유도 없이, 아니 어쩌면 허니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이곳에 떨어졌듯이, 또 어느 날 갑자기 그 어떤 이유도 없이 미래로 돌아갈수도 있다고. 그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허니는 그냥 그 사실을 게일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과거에 와서도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이제서야 아니라고 허니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게일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누가 믿을까. 막상 이런 일을 당한 허니조차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꿈이 아닐까 의심을 했고, 나중에는 거짓말이라며 현실 부정을 했다. 이곳에 오고 난 몇 주 후에서야 겨우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했던 허니였다.

그래, 허니도 그렇게 오래 걸렸는데. 게일이라고 다를까. 

허니는 머리로는 게일을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마음 속에서는 자꾸만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조금만, 조금만 믿어주지. 그렇게 매정하게 가지 말고 속는 셈이라도 치면서 말을 조금만 더 들어주지.

괜히 어린애 같은 치기 어린 마음이 자꾸만 허니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머리를 비집고 나왔다.




-




발걸음이 닿는대로 왔더니 결국 도착한 곳이 부대였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허니는 영국에 온 이후로 임무를 나갈 때를 제외하면 부대 밖으로 나갈 일이 잘 없었다. 나온다고 하더라도 부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술집 정도가 허니의 최대 행동반경이었다.

쉽게 말을 하면 딱히 갈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휴가 동안에 지내려고 잡아두었던 숙소는 들어가기 싫었고, 결국 온 곳이 부대였다.

허, 익숙한 부대 입구의 표지판을 본 허니의 입에서 작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이것 봐라. 결국 허니는 아직도 이곳에 속해있지 못 했다. 차라리 이곳이 영국이 아니라 미국이었으면 달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타지라서 허니가 갈 곳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허니의 시간대가 아니라서 갈 곳이 없는 것인지.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뭐가 됐든 지금의 허니는 자꾸만 자신이 이곳에 맞지 않는 퍼즐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허니는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막사로 향했다. 딱히 생각을 거쳐서 나온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조금이라도 자신이 익숙한 곳에 가서 빨리 눈을 감고 더이상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꿈 속을 헤매고 싶었을 뿐이다.

겨우 막사에 도착해 자신의 침상에 누운 허니는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하지 못 하고 그냥 눈을 감았다.

이 모든 게 악몽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 눈을 뜨면 이 악몽이 끝나있으면 좋겠다. 내일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게일과 마주 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곳에 떨어진 첫 날 이후에 하지 않았던 기도를 오늘에서야 다시 입에 담은 허니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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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허니, 주말동안 휴가 아니었어요?"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온 허니를 마주한 커트가 질문했다.

커트와 함께 나란히 앉아 식사 중인 존의 모습을 본 허니는 아차 싶었다. 저 둘을 피하고 싶어서 일부러 식사 시간이 거의 끝날 때 쯤에야 느즈막하게 나왔는데, 오히려 저 둘을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심지어 이미 아침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인 탓에 식당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허니는 커트와 존에게서 떨어져 앉고 싶었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오히려 지금 둘에게서 멀리 앉으면 그게 오히려 '나 지금 무슨 일 있소' 하고 광고나 하는 꼴일 것만 같았다.


"...어, 맞아."


허니가 묘하게 커트의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대답을 했다.

커트는 그런 허니의 태도를 눈치 채지 못 한 것 같았지만 그의 옆에 앉아서 조용히 베이컨을 씹던 존은 달랐다. 그는 허니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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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은?"
"예?"
"같이 나갔잖아. 같이 복귀했어?"


존의 질문에 허니가 잠시 침묵하다,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저만 복귀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존은 그런 허니의 대답을 듣고 시선이 가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분명 알아챘겠지. 허니가 속으로 생각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존은 분명 전 날 저녁 게일과 허니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허니는 필사적으로 존의 시선을 무시했다. 아무리 장난을 좋아하는 존이라고 하더라도, 허니에게 대놓고 물어볼 정도로 배려가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허니 또한 그런 존을 알았다. 어차피 허니가 먼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그 또한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럼 허니도 오늘 같이 임무 가요."
"야, 커트."
"아, 아직 휴가 중이라 싫으려나."


갑작스러운 커트의 제안에 존의 미간이 잔뜩 찡그려졌다. 그리고 그를 말리듯한 말까지 꺼냈다.

임무? 커트의 말에 허니의 고개가 살짝 갸웃했다. 허니는 아직 오늘 임무에 대해 들은 것이 없는 탓이었다.

그런 허니의 모습을 커트는 관심이 있다고 해석한 것인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임무 별 거 없어요. 멀리 가는 것도 아니라서 오후 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걸요?"


커트의 말이 그야말로 과장임을 허니 또한 알 수 있었다. 그야 지금이 벌써 9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다른 의미로는 그만큼 가까운 임무라는 소리였다.


"커트."
"왜요, 나도 다른 사람보다 계속 같이 비행했던 허니랑 가는 게 더 편하단 말이에요."
"허니는 아직 휴가 중이잖아. 그 정도는 배려해줘야지."
"아니 뭐, 허니가 싫다 하면 더 말은 안 할게요. 허니는 어때요?"


존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조금은 혼을 내듯이 커트에게 말을 했지만 커트는 제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당사자인 허니가 싫다 하면 더 이상 강요는 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똑부러지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아빠와 아들같은 모습이었다.


"갈래요, 허니?"


커트가 재차 허니에게 질문했다.

허니는 잠시 고민했다. 물론 존의 말대로 아직 휴가 중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부대까지 돌아와버린 마당에 딱히 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시 런던 시내로 나가자니, 그것 또한 조금 이상한 것도 같았고 부대 내에 남아서 시간을 죽이자니 그건 그것 나름대로 끌리지 않았다. 오히려 임무를 위해 대원들이 다 나가고 난 부대가 조용해지면 허니는 또 혼자 겨우 떨친 걱정들과 복잡한 생각들 속에 혼자 남게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한 허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그래 뭐. 가자."


허니가 담백하게 대답했다.


"아싸!"
"허니, 진짜? 다시 생각해 봐."


그리고 그런 허니의 대답을 들은 두 남자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커트는 자신의 부기장을 되찾아 좋아했고 존은 사뭇 걱정스러운 얼굴로 허니를 말렸다.

그런 둘을 보며 허니는 그저 어깨만 한 번 으쓱하며 괜찮다고 존에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래, 차라리 임무라도 나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임무를 하는 도중에는 머리 속이 시끄러워질 일도 없을테니까.




-




그리고 허니는 이륙하고 정확히 세 시간만에 그런 선택을 한 과거의 자신을 욕 했다.

망할. 젠장. 양 옆,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서 터지는 대공포를 보며 허니의 입에서 자꾸만 욕이 흘러나왔다.

쉽기는 뭐가 쉬워. 조금은 원망스러운 마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또 동시에 마음 한 켠에서는 이런 임무를 커트 혼자 보내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해야할 지 확실하지 않았다.


"버블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아군의 땅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 좀 찾아봐!"
"네, 알겠습니다 대위님!"


무전을 통해 다급하게 외치는 허니의 목소리에 반대편의 조셉이 대답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허니와 커트의 비행기는 더 이상의 비행은 불가능이었다. 당장만 해도 날개 하나는 걸레짝이나 다름 없었고 연료 탱크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방법은 하나다. 지금이라도 최대한 가까운 아군의 땅으로 가서 착륙을 해야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독일군의 상공이었다. 여기서 비상탈출을 하면 곧바로 수용소 행이다.


"122 방향으로 향하십시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조셉의 목소리에 커트가 핸들을 돌리려 할 때였다.


"젠장! 반대편 날개도 대공포에 맞았습니다!"


그 외침과 함께 비행기가 한쪽으로 확 기우는 것을 느끼며 허니는 생각했다.

아, 어제 저녁에 역시 게일에게 그 얘기를 하지 말 걸 그랬다.




-




숙소로 도착한 게일은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지만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당연했다. 어떻게 잠에 들 수 있을까. 

허니의 말이 충격이었냐고? 아니, 당황했다는 말이 더욱 어울릴 것 같았다.

거절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허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단순한 거절의 말이 아닌, 조금은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미래에서 왔다고? 1959년에 태어났다고? 설마, 그런 말을 정말 믿기를 바란걸까. 게일은 조금 어이가 없어져서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이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아무리 거절을 하고 싶어도,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다른 말도 아닌 미래에서 왔다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소리를 허니가 했을까.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했다. 날짜도 묘하게 구체적이었다. 1950년대, 라고 두루뭉실하게 말하지 않고 1959년이라고 콕 찝어 이야기한 것도 이상했다.

뿐만 아니라 원래 살았다는 년도를 이야기 할 때도 그랬다. 1980년대가 아닌 1986년. 특정한 의미가 있는 숫자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1943년에 살고 있는 게일은 그 숫자에 설사 큰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알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허니는 원래 특이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침대 위에 나타난 여자. 존과 게일이 입고 있는 것과 다른 복식의 옷차림.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허니는 자신이 미합중국 해군 소속이라고 밝혔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군번, 소속, 직급 같은 이야기들에는 막힘이 없었으나, 존과 게일이 알아본 바로는 허니 비 카잔스키라는 이름을 가진 이도, 해군에 속한 파일럿 중 허니가 알려준 군번을 가진 이도 없었다.

그래, 그때까지만 해도 존과 게일은 허니가 스파이가 아닐까 의심을 했다. 수상한 것 투성이었으니까.

하지만 또 막상 폭격기를 비행하는 법을 알려줄 때 보면 누가 봐도 비행기를 처음 몰아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새로운 기종의 비행기인 탓에 기본적인 조작법을 헷갈려하는 것을 빼면 허니의 모습은 베태랑 파일럿이었다.

묘하게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래, 허니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 와서 생각해도 그렇고 조금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허니에 대해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던 게일의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허니는 존과 게일에게 심문을 받던 그 날, 그 날의 날짜를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정확한 날짜를 매번 기억해내지 못 한다고 하더라도, 년도까지 기억하지 못 하는 일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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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게일의 머릿속에서 뭔가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정말 설마. 허니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나?

그저 자신을 밀어내기 위해 뱉은 말이 아니었나?

게일의 그런 의문을 떠올릴 때 쯤에는 이미 시침이 9를 지나가고 있었다.




-




허니와 대화를 해야겠다. 게일의 머릿속에는 딱 그 생각만이 가득했다.

확실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으나, 게일은 허니에게서 더 설명을 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게일은 침대에 누워있던 제 몸을 일으키고 문 밖으로 나왔다.

문제는 허니가 어디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걸음이 닿는대로 일단 달렸다.

처음 확인한 곳은 게일과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허니의 숙소였다.

방문을 두드리기 전, 게일은 잠시 망설였다. 이렇게 찾아온 자신을 허니가 안 만나주면 어떡하지. 혹시라도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내 게일은 손을 움직여 가볍게 노크를 했다.

몇 번 더 방문을 두드렸지만 방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 없었다.

게일의 미간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설마 어제 저녁에 안 들어왔나?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게일의 발걸음이 아까보다 더욱 빨라졌다.

어제 허니와 함께 갔던 곳들을 하나 하나 다시 가 봤지만 그 어디에서도 허니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존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들렀던 보틀샵, 허니에게 줄 스카프를 샀던 가게, 저녁을 먹었던 레스토랑, 타워 브릿지, 공원, 강 주변. 그 어디에도 허니는 없었다.

런던 시내를 얼마나 뒤지고 다녔을까, 머리가 잔뜩 헝클어지고 이마가 땀으로 젖을 때 쯤, 게일의 마음 속에는 자꾸만 불안이 피어올랐다.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허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면 어떡하지? 물론 허니도 한 명의 군인이기에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게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불안감과 마음 속에 들었다.

이제는 어디로 가서 허니를 찾아야 할 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허니가 갈 봤을 법한 곳은 이미 게일이 다 들렀기 때문이었다.

숨 가쁘게 달리던 게일의 발걸음이 뚝 멈춘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일은 이내 딱 한 곳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벌써 부대로 복귀한 것일까?

그리고 이렇다 할 결론이 나기도 전에 게일의 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발 허니, 부대에 있다고 해줘. 속으로는 작은 기도를 하며.




-




게일이 숨 가쁘게 달려 부대에 도착할 때 쯤에는 머리 위로 비행기들이 복귀하는 것이 보였다.

오늘 임무가 있었나? 게일은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보통 임무들은 아무리 대대장이라고 하더라도 당일에서야 보고가 들어왔고 게일은 어제부터 휴가였으니, 오늘 임무에 대해 아는 정보가 있을리가 만무했다.

게일은 제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수를 세었다.

11기. 처음 임무를 나갈 때 몇 기나 나갔는지는 몰랐지만 분명 저것보다는 많이 나갔을 것을 게일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복귀를 하는 비행기들의 모습 또한 멀쩡한 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웠다. 총에 맞아 잔뜩 구멍이 뚫려있었고 어떤 비행기들은 엔진이 한 개만 돌아가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게일이 활주로에 도착했을 때 쯤, 그는 잔뜩 지친 얼굴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존의 얼굴을 보자마자 게일은 발걸음을 그에게로 돌렸다. 만약 허니가 정말 부대로 복귀를 했다면 그 누구보다 존이 더 빨리 알아챘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야 존은 게일과 허니가 함께 휴가를 받았다는 것을 알아챈 그 순간부터 게일을 놀리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었으니까.


"이건 소령님!"


게일이 존의 이름을 부르려 입을 열었지만 누군가가 그보다 한 발 빠르게 존을 불렀다. 게일의 반대편에서 존을 부른 당사자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존과 함께 이번 임무에 참가하지 않았는지, 낙하산을 입지 않은 채의 해리였다. 해리는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존은 그런 해리가 그에게 무슨 질문을 하려는 것을 이미 알았는지 한 손으로 해리를 저지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크로즈, 나중에. 나 지금 조사 받으러 가야 해."
"아니, 버블스는 어떻게 된 겁니까!"
"크로즈."


존의 제지하는 손을 무시한 채로 해리가 다시 질문을 하자 존이 다시 한 번 그에게 경고를 하듯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해리는 그런 존의 경고에도 다시 입을 열었다.


"낙하산은요. 낙하산은 못 보셨습니까? 조금이라도 얘기해주세요. 디키는요? 커트 중위님은요?"
"크로즈."


존이 다시 한 번 해리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아까보다도 목소리가 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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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대위님도 탈출 못 하셨습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이어지는 해리의 질문에 존과 해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게일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지금 뭘 들은거지. 게일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래, 제 귀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해리의 입에서 허니의 이름이 나올리가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게일의 입에서는 착실히 질문이 튀어나왔다.


"뭐?"


그리고 게일의 목소리에 그를 등지고 있던 존의 몸이 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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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임무에 나갔었어?"


그 질문을 들은 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존, 아니지?"
"...조금 이따 조사 끝나고 이야기 하자."


나지막하게 대답을 한 존은 이내 게일의 어깨를 한 번 툭 쳤다.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게일은 결국 존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트럭을 타고 자리를 떠날 때 까지도 두 다리가 땅에 박히기라도 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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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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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엇갈리다니 ㅜㅜㅜ .. 허니랑 커트 안전하길 ㅜㅜㅜ
[Code: 441c]
2024.04.12 23: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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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으아ㅏ 어떡해 허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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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38
ㅇㅇ
허니랑 커트 무사해라 제발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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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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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허니랑 커트 제발 안전해라ㅠㅠㅠㅠㅠㅠㅠ오해도 풀어야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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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48
ㅇㅇ
어쩐다냐 돌아와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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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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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게일 어쩌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커트랑 허니 제발 무사해ㅠㅠㅠ 허니 갑자기 원래 시간으로 가버리진 않겠지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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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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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너무명작이에요붕붕이울어요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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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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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또 엇갈리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 무슨 일이야 도대체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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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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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무사히.. 있어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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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0: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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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ㅐㅐㅐㅐㅐㅐ ㅠㅠㅠㅠㅠ 미틴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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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0: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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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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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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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게일 속 타겠는데..?ㅠㅠㅠㅠㅠㅠㅠ 찌찌 아프지만 아픈 것도 조아... 센세 오늘도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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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0: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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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ㅜㅜㅜㅜㅜ 살아돌아와서 재회해줘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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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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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ㅜㅜㅜ으아아아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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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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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발 허니야 커트야ㅜㅜㅜㅜㅜㅠ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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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2: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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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야ㅠㅠ커트야ㅠㅠ버블스ㅠㅠㅠ돌아와ㅠㅠㅠㅠㅠ 허니 말을 이제 들어줄 수 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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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2: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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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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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5: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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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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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6: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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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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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7: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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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세의 정성스러운 글에 온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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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8: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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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이렇게 엇갈리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허니랑 커트 대원들 다 무사해야 하는데ㅠㅠㅠㅠㅠㅠ
[Code: acff]
2024.04.21 04: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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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친 상황급박한데 애들은 구르는데....나는 너무 재밌다 어떡하지....?센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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