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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6:40
허미 벌써 11나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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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딱 뒤지는 줄 알았어요."


이마 위로 흘러내린 피를 닦아내며 말을 하는 커트를 존과 잭이 나란히 바라봤다.

쓰고 있던 모자를 커트가 벗어내자, 그제서야 그 안에 숨어있던 상처가 눈에 띄었다. 커트의 머리카락에 여전히 조금 가려져 있는 탓에 상처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피가 계속 나는 것은 아니었다. 상처가 생긴 지 조금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커트는 제 상처 쪽으로 대충 손가락을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전투기가 12시 방향에서 막 총을 쏘는데 순간 머리에 뭘 맞았잖아요. 허니, 나 뭐에 맞았어요?"
"몰라... 나도 못 봤어..."


잔뜩 열심히 설명을 하던 커트가 허니에게 질문했지만, 허니는 한숨을 쉬듯 대답했다. 대답할 기력이 없는지 손 또한 허공에 조금 휘휘 젓고 있었다.

게일은 그런 허니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옅게 걸려있었지만, 어쩐지 조금 힘겨워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어쨌든 그래서 정신을 잃었잖아요. 하마터면 다 죽을 뻔 했는데, 허니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던 커트는 이내 옆에 서 있던 허니를 가르켰다.


"대위님이 우리 다 살려서 데려 온 거 아닙니까! 저 걸레짝이나 다름 없는 요새를 끌고!"


이제는 요새를 가르키는 커트의 손가락을 따라 허니와 게일을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커트의 말마따라 요새는 정말이지 걸레짝이나 다름 없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가득했고, 뒷부분 꼬리는 박살이 났으며, 저 날개로 도대체 하늘에는 어떻게 떠 있었는지 의문일 정도였다.


"다 도착해서는 연료도 다 떨어진 상황이었는데, 허니가 착륙까지 완벽하게 했다니까요."


마치 집에 있는 강아지라도 자랑을 하는 듯한 커트의 모습에 존과 잭은 낄낄 웃었다.

그리고 둘의 그런 모습을 본 커트는 뿌듯하기라도 했는지 이제는 허니의 뒤에서 양 팔을 잡고 앞 뒤로 흔들며 더욱 자랑하기 시작했다.

커트가 양 팔을 잡자마자 허니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게일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발견했다. 아무리 봐도 어깨의 상처가 아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 커트. 잠깐..."


허니가 작은 목소리로 커트를 말리는 듯 한 말을 뱉었다. 하지만 이미 존과 게일의 사이에서 자랑스럽게 웃고 있는 커트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이제는 게일의 미간에도 조금 힘이 들어갔다. 커트가 허니를 정말로 다치게 할 의향이 있어 하는 행동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허니의 표정이 영 좋지 못 했다. 아무래도 슬슬 커트를 말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게일이 둘에게로 손을 뻗었을 때 였다.


"아이고, 이젠 진짜 못 버티겠다."


그리고 이내 허니가 내뱉은 나직한 말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허니!"


앞으로 고꾸라지는 허니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받아 낸 게일의 외침만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정적을 메웠다.




-




흐엉엉. 허니헝어엉. 죽으어엉 안 돼어어엉엉!

허니의 귓가에 사람이 말이 맞는지 의심이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니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허니가 목소리까지 기억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냥 잠에 든 것 뿐이야."


아까와는 다른 낮은 목소리가 달래 듯이 말을 했다. 아, 이 목소리 또한 허니가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허니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낮고 깊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하나 뿐이었다.


"사람이 잠을 자는데 이렇게 안 일어나는 게 말이 으헝어어엉어엉!"


처음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이 결국 문장을 끝맺지 못 하고 다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어째 아까보다 더 큰 것만 같았다. 

살짝 머리가 울리는 것 같아 허니가 미간에 조금 힘을 주었다.

눈꺼풀이 너무도 무거웠다. 이제 슬슬 눈을 떠야 할 것만 같은데, 눈꺼풀 위에 누가 돌덩이라도 얹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어렵사리 눈을 뜬 허니의 시야에는 의무실처럼 보이는 곳 안에 조금 초췌한 얼굴의 게일과 댐이라도 터진 것 같이 눈물을 쏟아내는 커트가 들어왔다.


"허니, 정신이 들어?"


허니가 먼저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눈을 뜬 것을 본 게일이 질문했다.

커트는 그렇게도 눈물을 잔뜩 흘리다가도 어떻게 게일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허니가 누워있는 침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기 위해 의자를 끌어왔다.


"허니!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아니 난 허니가 그렇게 크게 다친 지 몰랐지! 아프면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요. 난 또 허니가 내가 아직도 허니한테 화가 난 줄 안 채로 죽...죽... 으허어어어어어엉."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던 커트의 말은 결국 제대로 끝맺어지지 못 했다. 허니가 죽은 줄만 알았다는 말을 내뱉을 때 쯤에는 차마 그 단어를 입에 담을 수가 없었는지 다시 눈물을 빽 쏟았기 때문이다.

그런 커트의 뒤에 서 있던 게일은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그야 게일은 커트가 허니가 일어나기 전까지 눈물 콧물 다 빼고 있던 것을 제일 가까이서 보고 있던 사람이었으니까.

마치 친누나를 잃어버린 남동생같은 모습이었다. 몇 번이고 게일의 옆에서 허니에게 화를 낸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을 했었다. 커트가 흐지부지 넘기고 있는 탓에 아예 말도 섞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허니와 화해를 하지 못 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그리고 허니도 커트가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말을 이해한 듯 했다. 링거를 맞고 있는 손을 어렵사리 커트의 쪽으로 뻗고 있었으니까.


"...미안."
"허니가 왜 미안해요! 내가 더 미안해!"
"아니... 스코틀랜드에서..."
"됐어! 빨리 낫기나 해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커트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와중에 조금은 째려보는 듯한 눈으로 허니를 바라보며 '한 번만 더 사과했다가는 가만두지 않겠다.' 라고 말을 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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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우리 부대 공식 남매 드디어 화해 했어?"


그리고 뒤늦게 의무실로 들어 온 존이 그런 커트와 허니를 보며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나서야 허니는 잔뜩 긴장했던 몸이 조금 풀리는 걸 느꼈다. 방식이야 어떤 식이 되었든, 일단은 잘 해결되었다. 

허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




허니까지 눈을 뜨고 바로 며칠 후, 제 100 폭격전대의 생존자들은 모두 제 12 공군의 도움을 받아 영국으로 복귀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허니가 기절 해 있던 시간은 고작 반나절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알제리에 도착한 후, 몇 시간 후에 제 12 공군이 구조대를 이끌고 왔다. 그리고 그 상태로 부상자들과 함께 허니가 옮겨지고 치료를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두어 시간 정도 허니가 병상에 누워있었을까. 생각보다 금방 일어나지 못 하는 허니를 보며 커트가 발을 동동 굴리다가 이내 눈물을 쏟아낸 것이었다.

커트는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이 조금 창피한 듯 했다. 특히나 커트와 허니의 비행기를 타는 다른 대원들이 제일 신나서 커트를 놀리는 탓이 컸다.

그런 대원들을 보며 허니는 그저 중간에서 깔깔 웃었다.




-




가을이 오면서 더위도 한 풀 꺾였다.

제복 셔츠만 입고 돌아다니던 가벼운 옷차림은 이내 그 위에 얇은 자켓을 걸칠 정도로 날이 선선해졌다.

그 사이에는 역시 허니는 임무의 반복이었다. 알제리에 가는 길에 어깨를 다친 탓에 조금 쉴까도 싶었지만 어차피 부기장인데 굳이 싶은 마음에 임무를 매번 나가기도 했다.

그런 허니의 모습을 본 게일이나 커트는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허니의 앞에서 대놓고 뭐라 말을 하지는 못 했다.

커트야, 아무리 디키가 비행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합을 맞춰 온 허니가 훨씬 편한 것은 당연했다.

게일은, 허니를 말리고 싶어 윗 선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보기도 했지만 이내 부족한 대원의 수 탓에 기각을 당해버린 것이다. 

결국 둘은 허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대신 얼굴과 어깨의 상처의 실밥을 풀 때까지는 게일이 나서서 허니를 싸고 돌았다.

그 덕에 부대 내에서 게일은 허니의 아빠 자리를 더욱 견고하게 굳혔다.

어째서인지 게일은 별로 기뻐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지만 말이다.




-




파티 덕분에 부대 내가 잔뜩 소란스러웠다.

사실 파티야 거의 매일같이 장교 클럽 안에서 열리는 일이긴 했으나, 오늘의 파티는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파티였기에 규모도 더 컸고 사람들의 기분 또한 더욱 좋아보였다.

비행기에 오르는 대원이라면 25번의 임무를 마치면 미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의 꿈의 숫자였다. 스물 다섯.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티켓. 그것도 금의환향이었으니, 누가 원하지 않을까. 

그런데 드디어 피의 100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별명이 붙은 제 100 폭격전대에서 25번의 임무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 글렌 소령이 나왔다. 그야말로 모두가 그를 향해 존경과 부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쳐다봤다.

물론 그것은 이 곳에 집이 있는 다른 대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고향인 캐스퍼도, 와이오밍도 이 곳에 여전히 있었지만 정작 허니의 집은 이곳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허니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몇 몇 신병이나 다른 대원들이 허니가 벌써 스물 한 개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사실을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허니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이 전쟁 속에서 계속 남아있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만약 제대를 하게 되면 과연 어디로 가야 할 지 허니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진짜 어떡하지. 만약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여기에 계속 남아있게 되면... 어떡하지? 

새삼 두려워졌다.




-




"허니 대위님!"


파티장 한 쪽을 통해 걸어가고 있던 허니의 발걸음을 멈춘 것은 다름 아닌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였다.

허니는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대위님!"


해맑게 웃으며 허니를 부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적십자에서 파견되어 부대에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있는 헬렌이었다.

사실 허니가 헬렌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섞은 것은 고작 임무 전후로 그가 나누어주는 커피를 받을 때 뿐이었다. 군인이 아니라서 그를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고, 그냥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부대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진득하게 말을 섞을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허니의 일상은 항상 정신 없었다. 처음 보는 비행기의 조작법을 한 달 내로 익혀야 했고, 그 이후는 정신 없이 임무를 나갔다.

뿐만 아니라 헬렌은 어떻게 보면 허니보다도 바쁜 사람이었다.

헬렌은 부대 내에서 이미 유명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그에 어울리는 화사한 미소. 그리고 어느 대원에게나 살가운 성격. 그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식의 부대 내의 파티에서는 헬렌은 많은 대원들에게 둘러쌓여 있느라 바빴다. 

그에 반해 허니는 파티가 있을 때마다 초반에는 남들과 섞이기 힘들어 구석에서 음료만 조금 마시다가 자리를 뜨거나, 커트와 친해진 이후에는 커트나 게일, 또는 존과 함께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헬렌과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할 기회는 정말이지 적었다.


"앉으세요!"


헬렌이 허니에게 제 옆에 빈 자리를 권했다. 허니는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일단은 의자에 앉았다. 저렇게도 티 없는 얼굴로 웃는 사람에게 거절을 하는 것도 맞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거 있으세요?"


허니가 자리에 앉으며 질문하자,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헬렌을 포함한 다른 여자들이 꺄르륵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허니만 이해하지 못 해 어색하게 눈알만 굴리고 있자, 헬렌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허니 대위님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불렀어요."
"예?"
"허니 대위님도 친한 여자 친구들 만들어서 좋고, 우리도 친한 대위님 만들어서 좋고. 일석이조 아닌가요?"


환하게 웃으며 말을 하는 헬렌을 보며 허니는 과연 방금 그 말이 맞는 말인가 잠시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헬렌은 이미 부대 내에서 유명했다. 굳이 허니까지 세지 않아도 그는 이미 많은 대원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뭐, 나쁜 의미로 권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기에 이내 허니는 헬렌과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대위님, 술 안 드세요?"


이번에는 허니의 맞은편에 앉은 다른 여자가 허니가 앉으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 둔 잔을 보고는 질문했다.

그 질문에 허니 또한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잔들을 한 번 바라보았다. 모두들 제각각 술을 한 잔씩 마시고 있는 상태였다. 마티니, 진, 등등. 오직 허니의 잔에만 콜라가 담겨있었다.


"얘는, 너 몰라? 클레븐 소령님이 허니 대위님 술 못 마시게 하는 걸로 유명하잖아."
"그거 아직도 유효한 거 였어?"


허니가 이렇다 하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맞은편에 앉은 여자들끼리 이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었다.


"아, 그건 아니고... 그냥 술이 안 끌려서요."


더 무슨 말이 나오기 전에 허니가 먼저 대답을 했다.

한 때 게일이 허니가 술을 마시지 못 하게 하긴 했지만 그건 벌써 몇 달 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때는 허니의 상처 때문이기도 했고.

지금이야 목에 상처도, 얼굴과 어깨의 상처까지도 이미 다 아문 상태였기에 게일이 허니에게 술을 마시는 것으로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허니는 사실 지금 금주 중이었다. 사실 지금 뿐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스코틀랜드에서 잠에 들었는데  영국에서 눈을 뜬 그 날부터 시작이었다.

처음 시작을 했을 때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술을 한 번 더 마시고 확인을 할 수는 없어 대신 허니가 택한 것은 반대인 금주였다.

그리고 허니의 가설을 뒷받침을 하 듯, 지금까지 허니가 게일의 침대에서 눈을 뜬 적은 없었다. 


"근데, 저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네?"


허니의 옆에 앉아있던 헬렌이 허니 쪽으로 몸을 숙이며 조금은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질문했다.

그런 헬렌의 모습에 허니 또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춰 대답을 하고 있었다.


"게일 소령님이랑... 무슨 사이예요?"
"예?"


허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헬렌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허니의 질문에 무슨 의미인지 알지 않냐는 듯, 허니의 어깨를 한 번 툭 쳤다.

이런 질문, 분명 언젠가 한 번 들었던 거 같은데. 허니가 미간에 살짝 힘을 주며 고민했다.

그래 맞아, 예전에 아직 커트랑 지금처럼 친하기 전에 허니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왜 하필 게일인지. 허니는 잠깐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어... 아빠와 딸?"
"어머? 대위님 농담도!"


허니의 대답에 헬렌이 깔깔 웃었다. 그리고 그런 헬렌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허니였다. 농담... 아닌데...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리며 허니가 앉아있자, 깔깔 웃던 헬렌의 웃음이 잦아들었다.


"설마... 대위님 진심으로 하시는 말이세요?"
"네, 맞는데요..."


허니의 대답에 어쩐지 자신이 없었다. 허니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 맞았지만 눈을 잔뜩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묻는 헬렌의 태도에 조금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설마 허니와 게일이 연인이라 오해한 것인가.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말했듯이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인데, 그런 그림을 그리기는 아주 쉬우니까.


"말도 안 돼."
"왜요...?"
"전 당연히 두 분이 연인일 거라..."


헬렌의 말이 중간에 뚝 끊겼다. 뭐지? 갑작스러운 그 행동에 허니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왜 헬렌이 말을 하다 만 것인지, 허니는 어깨를 감싸오는 손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허니."
"소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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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거, 더 필요 하지 않아?"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질문을 하는 게일의 모습을 보며 허니는 순간 왜 헬렌이 그런 오해를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게일은 잘생겼다. 그 사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거기다 부하를 아주 아끼는 상관이었다. 그리고 허니는 그의 부하 중 하나였다. 지금 그의 행동만 봐도 그렇다. 어깨를 감싸오는 부드러운 손길, 따스한 미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야말로 연인의 얼굴이었다.

그런 게일을 보며 허니는 일단은 지금은 그와 거리를 두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말에 괜찮다며 말을 하려했다.


"허니 대위님, 목이 많이 마르신가봐요! 벌써 콜라를 다 드셨네!"


그렇게 말을 하며 허니의 앞에 놓여있던 잔을 저 멀리 치워버리는 헬렌만 아니었다면 허니는 그 테이블에 남아있었을 것이다.

예? 하고 허니의 입에서 조금 멍청한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없는 듯 했다.


"그럼 가자."


웃으며 허니의 손을 잡아 자리에서 일으키는 게일의 모습도 그렇고 허니의 뒤에서 엄지를 들어올리는 헬렌과 다른 여자들도 그렇고, 허니만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예?

허니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




"하실 말씀 있으세요?"


바에 도착하기 무섭게 허니가 게일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 허니를 보며 게일이 살풋 웃었다.

하여튼 이럴 때 보면 허니는 정말이지 딱 군인이었다. 모든 부름에 용건이 확실하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 부터 군인 그 자체였다.

뭐, 어떻게 보면 게일이 상관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위쪽에서 허니를 슬슬 소령으로 승진을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게일이 허니보다 높은 직급이었으니까.

게일은 바로 허니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바텐더를 불러 콜라 한 잔과 허니가 좋아하는 진저비어 한 잔을 더 시켰다.

그리고 바텐더가 음료를 내 올 때까지 기다리던 게일이 이내 입을 열었다.


"존이 나더러 휴가를 좀 다녀오는 건 어떠냐고 하더라고."
"이건 소령님이요?"
"응, 아직 확정난 건 아닌데. 하딩 대령이 허락해 줄 것 같기는 해."


게일이 허니의 질문에 긍정했다.

허니는 그런 게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니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부대는 게일과 존을 주축으로 돌아가는 부대다. 그렇기에 항상 둘의 존재가 중요했다. 실질적으로 부대 내에 없다고 하더라도, 둘의 생존이나 또는 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대원들에게 있어 사기에도 중요했다.

그랬기에 게일은 부대 내에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때도 이런 저런 고생을 한 것을 허니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한 대대의 대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부대 전체의 정신적 지주로서.


"좀 쉬고 오시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런던인데, 놀 것도 많겠죠."
"응."
"이건 소령님은 같이 안 가세요?"
"응, 아무래도 대대장 둘이나 휴가를 쓰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아."


담담하게 게일이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런 게일의 대답에 허니가 '아.' 하고 작게 탄식했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무래도 전쟁 중에 대대장이 둘이나 부대를 비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님은 대령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주말 동안에 이건 소령님이 쓸쓸하시겠네요."
"에이, 오히려 아들이랑 노느라 더 신나지 않을까."


이어지는 게일의 대답에 허니가 조금 크게 웃었다.


"커트가 오랜만에 효도하는 주말이 되겠네요."


허니가 꺄르륵 웃으며 대답을 하자 게일은 잠시 그런 허니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히려 허니 네가 외로운 거 아냐? 커트는 아빠랑 노느라 바쁠텐데."
"뭐... 딸내미 그렇게까지 외톨이는 아닙니다. 아마..."


게일의 말에 대답을 하는 허니의 말투에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허니의 말을 듣자마자 이번에는 게일이 크게 웃었다.

솔직히 게일이 저런 걱정을 하는 것도 놀랍지는 않았다. 허니가 부대 내에서 꽤나 유명하게 이름을 날리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허니와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커트, 그리고 같은 비행기를 타는 대원들 중 디키나 몇 정도. 

이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적잖아? 허니는 눈알을 도로록 굴리며 자신의 친구라 부를만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세어보다가 생각보다 너무 적은 숫자에 오히려 당황했다.

탑건 시절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했지만 허니는 나름 탑건 스쿨의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단 말이다.

역시 처음이 중요한 거 였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남들과 조금 벽을 친 탓에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허니는 새삼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혼자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허니를 가만히 바라보던 게일이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나랑 같이 갈래?"
"예?"


게일의 질문에 허니가 다시 질문으로 되물었다.

그리고 게일은 그런 허니가 이번에는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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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에, 나랑 같이, 휴가 내고 런던 구경하러 갈래?"


데이트야. 마음 같아서는 그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게일은 그 말만큼은 꾹 참았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허니의 모습을 마주한 게일은 자신의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메 드디어 데이트 신청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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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6: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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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제목보고 미트볼 처럼 달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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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6: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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왐마야~~~ 둘이 데이트해라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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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7: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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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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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7: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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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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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7: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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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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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7: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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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허니!!! 데이트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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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7: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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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ㅏㄱ 너무좋아 게일도 떨려서 말 끊어한거아냐 아아아아아아아악 미치겠어 너무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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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7:59
ㅇㅇ
모바일
왐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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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8:06
ㅇㅇ
허니야 제발 가ㅠ ㅠ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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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9: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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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드디어!!!!!! 사겨라 짝 사겨라 짝!!! 허니야 데이트가서 이것저것 하고와!!!! 게일 고백갈겨라!!!!! 센세 사랑해
[Code: 051b]
2024.04.10 21: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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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상에 너무 설레네ㅠㅠㅠㅠㅠㅠ
[Code: eaf0]
2024.04.10 2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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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이!!!!!! 트!!!!!!!! 으아아아 도파민 폭발한다
[Code: 82ae]
2024.04.10 21: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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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악 노빠꾸 소령님 미쳤다
[Code: 1fbf]
2024.04.10 21: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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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렛츠고 킵고잉!!!!!!!!!!!!!!!!!!
[Code: 2601]
2024.04.10 21: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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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데이트지ㅠㅠㅠㅠㅠㅠㅠㅠ 데이트 당장 해줘 제발 제발 제발 센세 사랑해
[Code: 2601]
2024.04.10 21: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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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센세 사랑해
[Code: 0a2f]
2024.04.10 22: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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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나 오늘 센세 빨리 왔었네..

캬.. 필력이 죽여준다..
[Code: c23a]
2024.04.10 23: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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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발개설레 가보자고!!!!!!!!!! 드디어!!!!!
[Code: cb47]
2024.04.10 23: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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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 다 너무 매력적이야 하 너무 좋아..
[Code: 6496]
2024.04.21 04: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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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2ㅜㅜㅜㅜ
[Code: 4e3e]
2024.04.10 2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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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이야 이건 꼭 가야한다.
[Code: cb2a]
2024.04.11 00: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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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드디어!!!! 미치겠다 진짜
[Code: 6e1b]
2024.04.11 02: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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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데이트야
[Code: b993]
2024.04.11 03: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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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설레 미치겠다...가보자고
[Code: c6e5]
2024.04.11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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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디어!!!
[Code: 805c]
2024.04.11 05: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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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갈래요
[Code: d4be]
2024.04.11 14: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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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붕 너무 좋아서 지금 커트 우는 것처럼 운다ㅠㅠㅠㅠㅠㅠㅠ 으허엉헝
[Code: 1e51]
2024.04.11 21: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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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Code: 3ca7]
2024.04.13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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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ㅠㅠㅠㅠ데이트 ㅠㅠㅠㅠㅠㅠ드디어 ㅠㅠㅠㅠㅠ
[Code: 5b38]
2024.04.21 04: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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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약!!!!!데이트!!!!!!세상에 드디어ㅜㅠ
[Code: 4e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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