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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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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하딩이 널 찾아."


다소 충격적인 해리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일 시간도 채 갖지 못 한 허니에게 잭이 다가와 말을 했다.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을 하는 그를 보아하니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호출이지. 허니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허니는 일단은 발걸음을 옮겼다. 뭐가 됐든 상사의 명이었으니.




-




"이게 뭡니까?"


하딩의 사무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하딩이 허니 쪽으로 밀어준 계급장 배지를 본 허니가 질문했다.

조금은 반항적인 허니의 질문에 하딩의 눈썹이 조금 들썩거렸다. 어떻게 보면 감히 대위 따위가 대령에게 뱉기에 어울리지 않는 어투였다.

허니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딱히 정정하지 않았다. 클레븐과 이건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위라더니... 상사한테 반항적인 저 행동까지 빼다박았구만, 하딩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작게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소령 계급장."


꽤나 담백한 하딩의 대답에 순간 허니는 '아니, 그건 저도 보면 압니다.' 하고 짜증을 낼 뻔 했다. 허니가 군대에 하루 이틀 몸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계급장 정도는 읽을 줄 알았다.

금색의 낙엽 모양 계급장 배지. 바로 소령을 의미하는 계급장. 그리고 허니의 질문은 왜 그것을 자신에게 내미는 것이냐는 의미였다.


"허니 비 카잔스키. 이제 자네는 대위가 아닌 소령일세."
"예?"
"전시 중이니, 절차는 그냥 간단하게 하고 넘어가자고."


그 말을 끝으로 하딩이 두꺼운 시가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찰칵거리며 켰다.

시가에 불이 붙고, 하딩이 그 시가를 한 번 깊게 빨았다가 다시 숨을 뱉을 때까지 허니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또한 아무 움직임도 없이 책상 위에 올려진 배지만을 노려보고 있자, 하딩이 피곤한 듯 손으로 눈썹을 몇 번 문지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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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들었겠지만, 게일 클레븐 소령이 지금 실종 상태야. 그리고 350대대의 대장이 필요하지."
"..."
"자네가 이제부터 그 대장이야."


하딩의 이어지는 설명에 허니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왜 저입니까? 드마르코는요?"


그래, 허니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제 100 폭격전대에 대위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허니가 유일한 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면 허니가 언급한 드마르코도 있었다. 드마르코는 허니보다 더 오래 폭격전대에 있었으니, 사실 승진의 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그였다. 허니가 아니라.


"드마르코도 클레븐과 같이 실종 상태야."


그리고 하딩이 이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허니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하자, 하딩이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350대대장을 할 만한 인물이 자네밖에 없어."
"..."
"다음 임무부터 대대장 회의에 자네도 들어와."


몇 가지 더 설명을 마친 하딩은 재떨이에 시가를 몇 번 툭툭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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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봐."


그 말을 끝으로 허니는 결국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하고 책상 위에 올려진 계급장 배지를 집어들고는 하딩의 사무실을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




승진이 이렇게까지 기쁘지 않을수가 있을까. 손에 배지를 쥔 채 허니가 그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이야기를 하면 승진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그리고 허니가 대위가 될 때까지 항상 승진을 하면 기뻤다. 허니 뿐 아니라 주변의 동기들도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함께 기뻐해주었다.

그래, 분명 그랬는데. 이런 상황에서 소령으로 진급이라니. 전혀 기뻐할수만은 없었다.

자꾸만 게일의 얼굴이 떠올랐다. 당신이 여기 없어서 내가 소령이 됐어. 그리고 당신의 자리를 물려받았어.

괜히 만약이라는 가정이 머릿속을 채웠다. 만약 게일이 이곳에 있었다면 허니가 지금 이 시기에 소령이 되었을까? 그리고 350대대의 대장이 되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차라리 대위로 남는 한이 있어도 게일이 이곳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허니, 하딩이 뭐래요?"
"나 이제 소령이래."
"예?"
"그리고 350대대장이래."
"예에?!"
"축하한다 커트. 너 이제 나랑 같이 리드기 타야 해."


폭탄처럼 터진 허니의 대답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허니에게 다가와 질문을 했던 커트의 눈이 커졌다.

이런 대답을 예상한 것은 전혀 아니었을텐데, 커트는 허니의 대답에 잠시 말을 고르듯이, 어... 음... 어... 하는 소리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이내 박수를 작게 치며 허니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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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일단 축하해요 허니. 이유가 어찌됐든 승진은 승진이잖아요."
"그냥 운이 좋은 놈이 승진한거지."
"그런 말 말고요, 허니."


커트가 어색하게 허니의 어깨를 몇 번 토닥였다.

사실 커트도 허니의 생각과 별로 다를 것 없을 것이었다. 안 그래도 제 100 폭격전대 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계급 높은 사람은 실력이 아닌 운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허니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렇게 공감하지 못 했다. 아무리 운이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오래 살아남는 데에는 그만한 실력 또한 뒷받침 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상 허니가 그 입장이 되어 소령이라는 계급까지 달고 나니, 실력이 아닌 운으로 계급을 따낸다는 말을 이만큼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우리 클럽에 가요. 내가 축하주라도 살게요."
"...난 그냥 관사로 갈래."


별로 술을 마시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허니는 결국 커트의 제안을 거절하고 제 관사로 향했다.




-




하여튼 속도 하나는 빨랐다.

하딩과의 대화가 얼마 걸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허니의 물품을 정리해 둔 관물대를 장교 숙소로 옮겨두었다는 말을 해 준 해리의 말에 허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 빨리 옮겨놓지 않아도 대대장 안 해먹겠다며 때려치지도 않을 건데, 왜 이렇게 급하게 해치우는지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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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허니 대위, 아니 소령님의 관물대는 클레븐 소령님이 직접 정리하셨어요."


장교 숙소로 허니를 안내해 준 해리가 허니에게 설명했다. 


"게일이?"
"...네. 원래는 그 관물대를 허니 소령님네 집으로 보낼까 했는데, 클레븐 소령님이 그러지 말라고 하셔서 못 보냈기도 하고요."


해리의 말에 허니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짐을 집으로 보낸다니. 그 말이 왜인지 허니는 조금 웃겼다. 그야 허니는 이 곳에 집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으로서는 부대가 집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도대체 어느 집에 보내려고 한 것인지. 그 생각에 허니는 작게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무릎을 조금 굽히고 앉아 관물대를 열었다. 그 속에는 게일의 성격만큼이나 반듯하게 각이 잡혀진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허니는 관물대 속을 바라보면서 새삼 자신의 짐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왜인지는 자기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속에 물건들을 눈으로 훑다가 허니는 이내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크로즈, 내 물건들 중에 사진 없었어?"
"사진이요?"
"응. 원래 내가 서랍 안에 이거랑 같이 있었는데."


이거. 라고 말을 하며 허니가 들어올린 것은 다름 아닌 부대 마크가 수놓아진 패치였다. 


"말씀드렸듯이 클레븐 소령님께서 정리하신 것이라... 저는 정리된 관물대만 전달 받았을 뿐, 열어본 적이 없습니다."


해리는 허니의 말에 난감한 듯 눈썹을 조금 내리며 대답했다.

해리를 딱히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허니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원래 시간대의 흔적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다 문득 허니에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일이 그 사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다행일 것 같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그런 기분이었다.


"저... 허니 소령님."
"응?"
"그래서 말인데... 클레븐 소령님의 관물대를 이제 슬슬 치워야 해서요."


해리가 망설이듯 말했다. 


"그래, 내가 정리할게."
"감사합니다."
"본국으로 돌려보내지는 마. 게일은 돌아올거니까."
"..."
"분명 돌아올거야."


허니가 꽤나 단호하게 말을 하자, 해리는 별로 자신 없는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게일의 소지품을 관물대에 집어넣으면서 찬찬히 살핀 그의 물건 중에 허니의 사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어쩌면 이게 잘된 일인지도 몰랐다.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원하는 자신의 시간대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몰랐다. 그럼에도 예전의 흔적을 손에서 놓지 못 한 채 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된 거 차라리 허니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 오히려 게일이 갖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진이 그 어떤 상황에서 게일이 부대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다면, 허니는 오히려 고마울 것만 같았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한 허니는 이내 게일의 물건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언젠가 게일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것을 본 손목시계였다. 앞 유리는 잔뜩 금이 가 있었고, 그 탓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시침이 멈춰 시간마저도 더이상 흐르지 않는 시계였다. 그리고 허니는 그 시계를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이건 빌리는 것이다.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허니에게도 무언가가 필요했다. 무너지지 않게 버티게 해 줄, 힘들 때마다 당신이 곧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줄 무언가가.

그런 생각을 하며 허니는 정리가 끝난 관물대를 닫았다.




-




세상은 생각보다 누군가를 배려 해주지 않는다. 그 상황이 전쟁 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허니는 그것을 새삼스럽게 그것을 느꼈다.

망할 놈의 전쟁. 망할 놈의 대대장. 허니가 속으로 욕을 씹었다. 

허니가 부대에 복귀 하고 대대장이 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허니는 그 한 달을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이야기를 하면 허니는 대대장이라고 해봤자 별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임무를 할 때는 제일 앞장 서야 했고, 간부 회의에 먼저 들어가 임무 브리핑을 받고, 그 정도 일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이외에는 대위 때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허니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허니는 산더미 같은 일 속에 빠져 아침이 저녁인지, 저녁이 아침인지 모를 정신으로 매일을 보냈다.

그 덕에 게일의 실종에 대해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변명같이 들릴지도 몰랐지만 정말 그랬다.

그나마 게일이 생각날 때 쯤에는 새삼 그가 도대체 어떻게 대대장을 했는지 경의로움까지 마음 속에 들었다. 

괜시리 한 달 휴가나 다름 없는 명분으로 옥스포드에 간 해리가 부러웠다. 나도... 나도 보내줘... 비록 부대로 복귀 하기 전에 한 달이나 침상에 누워있던 허니였지만 어느새 그 사실을 잊었는지 그냥 쉬고만 싶었다.

다 때려칠까. 다 때려치고 그냥 술이나 마시고 게일이 있는 곳으로 갈까. 정말 바쁘고 힘든 날에는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대공포까지 직격으로 맞은 게일의 비행기였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꼼짝없이 즉사를 했을 것이라 믿었지만 허니는 아직도 그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니 허니가 이대로 술이라도 마시고 잠에 들면 분명 허니는 게일의 곁에서 눈을 뜰 것을 알았다. 정말 진짜 그렇게 해버릴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허니는 매번 그럴 때마다 주머니에 찔러넣어뒀던 게일의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뭐가 됐든 게일이 아직 부대로 복귀하지 못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용소에 포로로 잡혀있다든지, 아니면 프랑스 레지스탕스에게 도움을 받아 어렵게 탈출을 하고 있다든지... 하는 이유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갑자기 알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난 허니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래도 가끔은 게일이 너무 보고싶었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가 멀쩡하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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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소령님."


한 손에는 오늘도 언제나 마시던 진저비어를 들고 장교 클럽 구석에 있는 쇼파에 몸을 묻고 있던 허니가 누군가의 부름에 의해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에는 몇 달 전, 신병으로 들어왔던 로젠탈이 서 있었다.

로젠탈이 제 100 폭격전대에 온 것은 약 2달 전의 일이었지만, 사실 허니가 그를 제대로 만난 것은 고작 2주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야 로젠탈이 자대배치를 받아 영국에 막 왔을 때 허니는 약 한 달 동안 꿈 속을 헤매고 있었다. 또한 허니가 부대로 돌아왔을 때는 로젠탈이 실전에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너무 많은 동료들을 잃어 요양 차원에서 쿰 하우스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허니와 로젠탈이 직접 얼굴을 마주한 것은 몇 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허니에게 누구보다 예를 갖추고 따랐다.


"응, 로지. 무슨 일이야."


허니가 피곤한 눈가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로젠탈에게 질문했다.


"저... 다름이 아니고, 내일 임무가 25번째 아니십니까?"


그리고 그 질문에 허니의 손가락이 뚝 멈췄다.

그래, 사실 내일 있을 임무는 허니에게, 그리고 허니와 같이 비행기를 타는 대원들에게 중요한 임무였다. 그 유명한 25번째 임무였으니까.

모두가 원하고 또 모두가 원하지 않는 25번째 임무. 집으로 가는 표를 확실하게 쟁취 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그만큼이나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어야 하는 것이었다.


"응, 맞아."


로젠탈의 질문에 허니가 담백하게 대답했다.


"본국으로 돌아가시니 좀 힘이 나시겠습니다."
"아, 난 안 돌아갈거야."
"예?"


담백한 허니의 대답을 들은 로젠탈의 미간에 힘이 잡혔다.

뭐, 놀라운 반응도 아니었다. 모두가 원하는 25번째 임무에 도달한 두번째 사람. 두 달 전, 처음으로 25번째 임무를 완수하고 그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었던 두번째 사람이 바로 허니였으나, 허니는 금의환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하고 있었다.

그런 로젠탈의 반응을 본 허니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로젠탈이 다시 물었다.


"어째서요?"


로젠탈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의문이 담겨있었다. 그런 눈을 바라보며 허니는 진저비어를 한 번 홀짝였다. 뭐, 이유야 뻔했다. 그리고 아마 허니를 조금이라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선택의 이유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직 찾아야 할 사람을 못 찾았거든."
"예?"
"응, 그래서 아직 못 가."


그래,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게일을 못 찾았으니까. 물론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허니가 돌아갈 집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정도의 이유 뿐이라면 아마 허니는 망설임 없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집이야 구하면 된다. 이곳에서 생활한 지 벌써 꽤 지났고 허니도 돈은 계속 벌고 있었다. 그러니 본국에 돌아가 허니가 민간인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얘기를 한다면, 그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허니는 갈 수 없었다. 아직 게일을 찾지 못 했다. 괜시리 주머니에 넣어둔 게일의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내일은, 내일은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같이 허니가 속으로 비는 닳고 닳은 바램이었다.




-




"술, 드시겠습니까?"


게일의 맞은편에 앉은 독일 장교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질문했다.

평소 술을 즐겨하지 않는 게일이었기에 술에 대해 빠삭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그가 봐도 꽤나 값 나가보이는 유리병에 담긴 술을 들어보이며 질문을 하는 독일 장교는 게일이 대답을 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 게일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그 유리병을 다시 원래 있던 곳에 내려놓았다.


"술을 즐겨하지 않으신다더니, 정말이시네요."
"..."
"담배도... 안 좋아하시고."


독일 장교는 담담하게 말을 하며 앞에 놓인 서류 파일을 천천히 펼쳐냈다.

게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게일의 행동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독일 장교는 딱히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게일은 속으로 한숨을 삼켜냈다. 포로 수용소에 이렇게까지 오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결과가 이것이었다.

그러니까 게일은 임무에서 대공포를 맞았다. 그것도 직격탄으로. 그 이후로는 폭풍과도 같은 기억 뿐이었다.

겨우겨우 대원들에게 비상 탈출을 명하고, 게일 또한 비행기가 땅에 처박히기 직전에서야 탈출을 할 수 있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서도 착륙 지점이 어디인지 알아차릴 새도 없었다. 과연 이 곳이 아군의 땅인지, 아니면 적군의 땅인지.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채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게일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 와 땅에 두 다리가 닿기도 전에 독일어를 사용하는 주변 농부들이 게일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모든 것이 차례대로 일어났다. 독일 주민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독일군에 연락을 취해 게일을 연행하도록 시켰고 게일은 도망을 칠 겨를도 없이 끌려와 지금, 이 독일 장교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독일 장교는 큰 책상을 끼고 게일과 마주 앉아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게일 클레븐 소령. 군번은 284638. 와이오밍 주, 캐스퍼 출신이시죠."


게일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독일 장교는 예의바른 말투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결혼은... 제가 알기로는 안 하셨고."
"..."
"아, 하고 싶은 분은 있는 것 같으시던데."


독일 장교의 말에 여전히 게일의 반응은 없었다. 어차피 저 말들은 그저 게일에게서 그 어떠한 작은 반응이라도 얻어내려고 뱉어내는 말들임을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허니 비 카잔스키... 대위였죠?"


몇 번을 꿈 속에서도 그리워했던, 그 이름을 입에 담는 독일 장교의 행동에 순간 게일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조심스럽다는 듯이 이름을 읊는 그 행동마저도 가증스러웠다. 

독일 장교는 지금까지 반응 한 번 없던 그에게서 변화가 보이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옅게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
"생사라든지, 행방이라든지..."


독일 장교의 말이 이어질수록 게일의 미간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그의 겉옷 주머니에 잠들어있는 허니의 사진을 쥐고 있는 손까지도 힘이 들어갔다.

저 말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게일은 잘 알았다. 그럼에도 궁금했다. 어떻게 궁금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너에 대한 이야기인데.

게일이 욕을 짓씹듯이 제 입술을 씹자, 독일 장교는 아까보다 더 크게 미소를 지으며 게일의 눈을 바라보고 말했다.


"정보 교환을 합시다. 소령님은 당신의 나라에 대한 정보를, 저는 허니 비 카잔스키 대위에 대한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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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악마의 속삭임이나 다름 없는 유혹이었다.















게일 군번 키보드 샷건 쳐서 만든 숫자임. 아무 의미 없음.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1616
2024.04.14 16: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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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요요오옹오오오옷!!!!! 내 센세 성실수인이라 행복하다...선설리 박고 정독하러 간다... 센세 사랑해
︵‿︵(´ ͡༎ຶ ͜ʖ ͡༎ຶ `)︵‿︵
[Code: 5585]
2024.04.14 16: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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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 내센세오셨다!!!!!!
[Code: f299]
2024.04.14 16: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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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 수용소에 있구나!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Code: 6fbc]
2024.04.14 16: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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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미쳤다
[Code: 9452]
2024.04.14 17: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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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ㅜㅜㅜㅜㅜㅜ 사랑해 ㅜㅜㅜㅜㅜㅜㅜ
[Code: da12]
2024.04.14 17: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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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이 애절하다 흐어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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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17: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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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ㅠㅠㅠㅠ 얼른 허니랑 만났으면...
[Code: 3174]
2024.04.14 17: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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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ㅠㅠㅜ 게일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ㅜㅜ
[Code: badf]
2024.04.14 18: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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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아아ㅏ앙 울센세 오늘 빨리 오셨다 !!!
풍악을 울려라!!!!! 깨깽 지이지잉 삐리리리리~~~

오늘도 너무 최고였어...
[Code: 48bb]
2024.04.14 18: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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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 살아있어서 진짜 다행..
[Code: 8177]
2024.04.14 19: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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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미쳣다
[Code: a3dc]
2024.04.14 19: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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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믿었어 그런 미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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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19: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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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 수용소 갔구나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서로의 물건 갖고 있는 거 넘 애틋하다 ㅅ뷰ㅠㅠ
[Code: 482f]
2024.04.14 20: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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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미친미친미친 아 근데 진짜 솔깃하겠다 ㅠㅠ 하..... 마음 찢어져요 센세
[Code: eaa3]
2024.04.15 0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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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술 왕창 먹어서 텔포탔음 종겟다...ㅎㅏ 아닌가ㅜㅜ그럼 둘다 수용소겠구나 어케만나지ㅜㅜ
[Code: 0735]
2024.04.15 01: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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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게일 우짜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fb3]
2024.04.15 01: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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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서로가 보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거…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04a]
2024.04.15 0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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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진짜대단하다 텔포를 참다니... 센세 나한텐 이 글이 드라마 본편이야......
[Code: e0af]
2024.04.15 05: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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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요 센세ㅜㅜㅜ
[Code: 1553]
2024.04.15 06: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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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너무 안타깝다ㅠㅠㅠㅠㅠㅠㅠ빨리 만나야할텐데ㅠㅠㅠㅠㅠㅠㅠ
[Code: fd47]
2024.04.15 12: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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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탈도 나왔구나..하 너무재밋다ㅠㅠㅠ
[Code: 3c77]
2024.04.15 18: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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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정주행하는게 개재밌다
[Code: 95a9]
2024.04.15 18: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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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게 말고 데!!!!! 존잼이라 흥분했네...
[Code: 95a9]
2024.04.15 20: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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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줘
[Code: b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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