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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22:01
내가 보고싶은 뇌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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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허니는 잠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그것은 허니의 기분 탓이 아니었다. 허니 본인은 물론이고 한 집에 함께 사는 게일, 심지어 부대 내의 대원들까지도 허니가 잠이 늘었다는 것을 알아챌 정도였다.

허니 본인도 왜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졌고, 몸은 물에 젖은 솜 마냥 힘이 쭉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장소도 상관 없이 머리만 어딘가 닿으면 자꾸만 조는 것이 일상이 될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저 오랜만에 부대에서 생활하게 된 탓에 피곤한 줄 알았다. 약 한 달 전, 상부에서의 제 100 폭격전대의 소집으로 인해 허니와 게일은 고향인 캐스퍼를 떠나 온 상태였다. 

굳이 따지자면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일종의 이사였다. 몇 개월을 지낼 짐과 함께 온 것이었으니까.

그래, 허니는 그저 그 탓에 피곤함이 쌓여 잠이 늘었는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증상이 꽤나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번은 커트와 둘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가 사무실에서 잠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약속도 지키지 못 했던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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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잠 못 잤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약속된 장소로 나오지 않은 허니를 찾아 직접 찾아온 커트가 허니에게 물었다. 커트의 미간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허니가 최근들어 자꾸만 조는 것을 커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제도 꽤 많이 잤는데."


그렇게 대답을 하는 허니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야 허니는 지난 며칠 동안 거의 집에 도착과 동시에 잠에 들었다. 

지난 주까지는 그래도 집에 도착하면 졸린 눈을 비비며 저녁 식사를 대충 입에 밀어넣고 잠에 들었던 것 같은데, 지난 며칠은 그럴 정신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 한 채로 소파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허니를 발견한 게일이 겨우 허니의 옷을 갈아입히고는 침대로 그를 옮겨주는 것이 지난 며칠 동안 반복이 되어버릴 정도였다.

허니의 대답에도 커트의 미간에 힘은 풀릴 줄을 몰랐다. 그 모습에 허니는 커트가 제 말을 믿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허니 지금 한 달째 이렇게 조는 거 알아요?"


소리를 빽 지르는 커트의 모습에 이제는 허니의 눈이 조금 커졌다. 한 달? 허니는 잠시 머릿속으로 자신이 이렇게 존 것이 얼마나 되었나 계산을 했다.

얼추 커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허니는 그리고 새삼 꽤나 오랜 기간 자신이 이렇게나 잠에 취해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몰려오는 잠을 막을 수가 없었다.


"불면증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치고는 저녁에도 너무 잘 자."


커트가 이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허니에게 질문했지만 허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부정했다.

불면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잠을 잘 잤다. 오히려 굳이 어떤 병에 더 가깝냐고 골라보라하면 불면증이 아닌 기면증에 더욱 가까울 것이었다.

허니는 그 말을 굳이 커트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괜히 그에게 더 걱정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나마 지난 한 달 간은 이렇다 할 비행 스케쥴이 없어 다행이었다.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 상황에 비행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아무리 허니가 아직 커트와 함께 비행을 하는 탓에 기장이 아닌 부기장의 신분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그 위험성은 허니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커트의 질문에 허니가 딱히 이렇다 할 대답이 없이 부정하자, 커트는 더 이상 허니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숨만 한 번 푹 쉬더니, 턱짓으로 문을 가르켰다.


"일단 점심이나 먹어요. 나 허니 때문에 배고프다구요."


커트가 작게 투덜거리며 허니에게 말했다. 입까지 삐쭉 내밀며 자신이 화가 났음을 표현하는 커트를 보며 허니는 조금 웃으며 알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피로가 많이 쌓여서 그런 거겠지.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허니가 제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을 애써 무시했다.




-




"허니 어디 아파?"


존의 질문에 게일의 시선이 존에게로 향했다.

게일은 저 멀리 커트의 손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한 허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커트 뒤를 따라가던 허니가 또 다시 하품을 크게 하는 것을 보며 걱정을 하고 있던 차였다.

최근 게일은 허니의 몸 상태에 대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는 허니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그의 몸 상태를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일은 허니가 어디가 아프다고 콕 찝어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게일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저 피곤한 탓이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던 허니의 수면 시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그래, 한 달 전과 비교해도 확실히 허니의 수면 시간이 길어졌다. 마치 꿈 속을 헤매는 사람같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허니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으니까. 미래에서 온 것도 그렇고, 언젠가 꿈 속에서 제 동기를 만났다는 경험까지 있었던 허니였다.

그 사실이 게일을 조금은 불안하게 만들었다. 물론 게일은 고작 허니가 얘기 해 준 단편적인 사실들밖에 몰랐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게일을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허니가 이러다 꿈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은 아닐까. 혹시나, 정말 혹시나 이러다가 허니가 다시 미래로 돌아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게일의 곁에 남을 것이라 이야기 했던 허니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허니의 의지와는 다르게 허니가 미래로 돌아가게 되어버린다면, 정말 그렇게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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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신혼 같네~"


존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그제서야 게일의 생각이 멈췄다. 존의 말은 조금은 짓궂었지만 게일은 딱히 반박하지 않고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차라리 존의 말대로라면 걱정이라도 안 할텐데. 자꾸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불안감을 어떻게 지워야 할 지 게일은 알 수 없었다.




-




"어라?"


허니는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뛰놀고 있는 어린 남자애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조금은 이상한 소리를 입 밖으로 뱉었다.

꽤나 오랜만에 꾸는 꿈이었다. 그것도 허니 본인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꿈. 

이런 꿈을 마지막으로 꾼 게 도대체 언제였더라. 허니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그래, 허니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더라면 과거로 다시 돌아온 그 날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억한 허니의 미간의 주름이 아까보다 더 깊어졌다. 왜인지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


해맑게 웃으며 허니를 엄마라 부르는 남자 아이를 보며 허니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허니의 앞에서 뛰노는 게일을 닮은 금발의 남자 아이. 저 아이가 누군지는 허니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미래의 제 탑건 동기, 수석 졸업생, 또는 제 아들, 톰. 

꿈에서 톰을 만났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꿈에서 톰을 만나는 날이면 그에 대한 대가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갑자기 시간대가 바뀐다던지...?

에이, 허니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설을 애써 무시했다. 아니겠지. 그래, 아닐거다. 톰을 꿈에서 마주친 적은 여러 번이었지만 그때마다 시간대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래, 아니어야 한다. 허니는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을 하며 애써 불안한 기분을 지워냈다. 그리고 이제는 허니에게 달려오는 아이를 가볍게 받아냈다. 


"엄마, 나 안 보고싶었어?"
"어?"
"난 엄마 너무 보고싶었어."


아직 아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어린 톰의 말투는 조금 어눌했다. 그리고 어린 톰은 허니의 품에 안겨 제 얼굴을 묻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아빠도 빨리 보고싶어."


톰의 말에 허니가 어떠한 대답을 할 기회도 없이, 허니는 꿈에서 깨어났다.




-




다행히도 허니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허니는 여전히 게일의 곁이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익숙한 게일의 얼굴을 마주한 허니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허니는 이내 다시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무슨 의미지. 꿈 속의 톰의 말을 허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야기를 하자면, 언제는 허니가 꿈 속에서 만난 톰의 말을 이해한 적이 있었던가. 그래, 항상 허니는 꿈 속에서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 채우다가 일어나는 것이 다반사였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허니는 별 생각 없이 아침 식사를 하던 도중, 그냥 게일에게 제 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게일, 나 어제 오랜만에 꿈에서 톰을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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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톰. 게일 또한 그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잊으려고 노력해도 잊을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언젠가 허니에게 들었던 그의 동기. 뿐만 아니라 어쩌면 미래에 허니와 게일에게 있어 더 큰 의미를 가질 이름.

하지만 게일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허니가 꿈 속에서 톰을 만난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로 갔었다는 것이다.

겨우 잠재웠던 불안감이 다시 게일의 마음 한 켠에서 제 머리를 비집어 내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게일의 마음을 모르는 허니는 다시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응, 어제 꿈에 나와서 뭐라더라. 나랑 게일을 보고싶었대."


그리고 이어지는 허니의 말에 게일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던 불안감은 곧 의문으로 바뀌었다. 

톰이 허니를 보고싶어하는 것은 이해가 됐다. 그야 허니는 그의 동기였으니까. 그런데 왜 게일을? 톰이 애초에 게일의 존재를 아는 것부터가 조금 이상했다.


"무슨 의미인지 진짜 모르겠는데, 그냥 그랬다고."


그리고 이내 다시 포크로 스크램블 에그를 쿡쿡 찌르는 허니를 보며 게일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허니도 그 꿈의 의미를 모르는데, 게일은 더더욱 알 수 없었으니까.




-




"안 되겠어요 허니, 빨리 나와요."


또 다시 사무실에서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졸고 있던 허니를 발견한 커트가 단호하게 말했다.

커트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팔짱까지 끼며 허니에게 명령 아닌 명령을 하던 커트는, 허니가 여전히 반쯤 잠에 취해 몸을 일으키지 못 하자 이제는 허니의 양 겨드랑이 사이에 제 팔을 집어넣고 그의 몸을 일으켰다.

그런 갑작스러운 커트의 행동에 허니가 '으악' 하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항의를 해도 커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제 힘으로 끌고 가기 전에 빨리 두 다리로 걸으라며 허니를 혼내기까지 했다.


"어디 가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허니의 잠이 금세 달아났다. 그리고 허니가 커트에게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어보자 커트는 여전히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의무실이요. 허니 진짜 이렇게 잠 많이 자는 거 병이야."
"...그냥 많이 졸린 거 아닐까...?"
"그건 허니가 아니고 의무관이 판단할거고요."


허니가 작게 항의 아닌 항의를 했지만 이미 허니를 끌고 의무실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은 커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단호한 얼굴로 허니를 바라보며 문을 향해 턱짓을 하는 커트의 모습에 허니는 그의 말을 따라 의무실로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나 진짜 멀쩡한데..."
"의무실."
"응..."


계급으로 따지면 소령인 커트보다 더 높은 것은 허니였지만, 단호한 커트의 행동 앞에서는 계급도 다 소용없어지는 느낌이었다.




-




결국 의무실에 도착한 허니가 의무관의 앞에 앉아 자신의 증상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중간에 도망도 칠까 싶었는데, 커트가 정말로 허니가 의무실에 들어갈 때까지 따라왔기 때문에 불가능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혹시라도 허니가 도망갈까, 커트는 바로 문 밖에서 허니의 진료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일도 이 정도는 안 할 것 같은데... 허니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뭐,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커트는 허니를 걱정하는 마음에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을 알았으니까.


"저... 중령님, 조금 조심스럽습니다만..."


한 차례 허니의 이야기를 들은 의무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야, 나 죽을 병이야?"
"예?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자꾸만 뜸을 들이는 의무관의 모습에 허니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질문했다. 그리고 죽을 병이냐는 허니의 질문에 의무관은 지금까지 그가 말했던 그 어떤 것보다 빠르게 대답했다.


"그럼 뭔데요?"
"음..."


그리고 허니의 질문에 의무관이 다시 뜸을 들였다. 마치 단어를 고르듯, 눈알을 도록 도록 굴렸다.

그 모습을 보던 허니는 이제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뜸을 들이는지. 죽을 병도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말하기 어려울 필요가 있는가?


"성관계는 자주 하십니까?"
"그렇...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허니는 얼떨떨해 하면서도 착실히 대답했다. 조금 당황스러운 질문이기는 했지만 뭐가 됐든 의무관의 질문이니 진료에 필요한 질문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달거리는 언제셨습니까?"
"어..."


허니는 잠시 고민했다. 바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허니는 원래 크게 주기를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꽤나 규칙적인 주기를 갖고 있었기에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제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허니는 이번 달은 조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 하는 소리와 함께 허니가 의무관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못 하자,허니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의무관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트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쪽은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부대 밖에 있는 민간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임신... 이신 것 같습니다."
"어?"


'어어?' 허니의 입에서 자꾸만 바보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순간 허니는 꿈 속에서 제게 보고싶었다고 한 톰의 말이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




"뭐야, 왜 이제는 너까지 이래."


게일이 제 앞에 놓인 음식을 많이 먹지도 않고 이내 포크를 내려놓자, 존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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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네. 속도 좀 별로고."


그 말과 함께 게일이 제 앞에 놓인 접시를 식탁 안쪽으로 조금 밀어넣었다.

그런 게일의 모습을 본 존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요즘 들어 허니도 무슨 병 든 닭처럼 꾸벅꾸벅 존다 했는데, 이제는 게일까지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하다 말았다. 

존의 입장에서는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에게는 친한 친구들인데 둘이 나란히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으니 기분이 좋을리가.



"벅, 꿀벌 따라 너까지 그러면 어떡해."


그런 말을 하며 존이 게일이 조금이라도 더 식사를 하게 만들려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다시 포크를 들어보려 해도 게일은 이내 냄새가 별로라며 제 접시를 더 멀리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냄새? 게일의 말에 존이 게일의 접시를 들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도 특별한 것을 알아 챌 수는 없었다. 

어휴. 결국 존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허니가 괜찮아져야 게일도 괜찮아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문득, 아침에 커트가 허니를 끌고 의무실이라도 다녀와야겠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조금 이따 뭐가 문제인지 알겠네. 존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튼, 결혼을 했음에도 손이 참 많이 가는 부부다.




-




게일은 저녁 식사도 결국 거의 먹지 못 했다.

속이 울렁거린 탓이었다. 일을 할 때는 괜찮은 거 같았는데, 식사 시간이 되어 음식 앞에만 앉으면 자꾸만 속이 나빴다.

결국 게일은 아무것도 먹지 못 하고 또 다시 피곤하다며 눈을 비비는 허니를 데리고 관사로 향했다. 

그냥 오늘 속이 나쁜 것 뿐이겠지. 허니와 함께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면 괜찮아질 것이다. 게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 날 밤도 익숙하게 허니를 품에 안고 누워 잠에 들었다.




-




눈을 떴을 때, 게일은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게일의 기상 시간은 항상 일정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항상 아침 해가 아직 완전히 떠오르기 전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게일은 아침 햇살이 제 눈가를 간질이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품 속에서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어야 할 허니가 보이지 않았다.

게일은 순간 공포감이 제 몸을 사로잡는 걸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박차고 나갔다. 혹시나 허니가 먼저 일어나 거실에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게일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실은 텅 비어있었다.

온 집안을 뒤지고 다녀도 허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게일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정말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일까? 허니가 다시 미래로 가버린 것일까? 게일만 이곳에 두고?

게일은 몇 년 전, 언젠가 자신이 허니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혹시나 네가 다시 미래로 돌아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럼 남은 여생을 너와 함께 했던 과거를 다시 그리며 살아갈거야.'

이제서야 게일은 제 말이 거짓임을 깨달았다. 아니다, 만약 허니가 정말로 미래로 되돌아 간 것이라면, 게일은 자신이 매일은 이제 허니와의 과거를 다시 그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과거 속에 갇힌 삶일 것을 알았다.

허니와의 과거 속에 갇힌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고 그렇게 시들어버리는 삶. 그래, 분명 그런 삶일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게일의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정말, 정말로 허니가 자신을 두고 가버린 것일까? 천천히 두려움의 그림자 속에 게일이 잠식되어 갈 때 쯤, 게일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일? 괜찮아?"


언제 돌아왔을지 모르는 허니가 깜짝 놀라며 게일의 곁으로 다가왔다. 

게일은 그런 허니의 모습을 보자마자 허니를 제 품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퍼지는 온기를 느끼고 나서야 조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허니가 아직 제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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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다시 사라진 줄 알고..."


게일이 말 끝을 흐렸다. 하지만 허니는 굳이 그 문장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했다.

허니는 게일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의 등을 감싼 손을 천천히 토닥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일의 호흡이 안정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끼고 그의 품 안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며 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몰래 다녀오려고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가자고 할 걸 그랬네."


그 말과 함께 허니가 게일의 눈 앞에 무언가를 내밀었다.

흑백의 무언가. 자신이 뭘 바라보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던 게일이 미간에 힘을 잔뜩 주자, 허니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5주 됐대."
"...어?"
"게일, 우리 이제 부모야."


아까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말을 하는 허니의 모습에 게일은 잠시 허니의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듯, 몸을 굳혔다.

그리고 이내 허니의 말을 완전히 이해한 게일은 허니를 제 품 안에 깊게 끌어안았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몇 번이고 읊조리는 게일의 말을 들으며 허니는 그저 낮게 웃을 뿐이었다.








게일 사실 허니가 임신한거 알기도 전에 대신 입덧 한 거였는데 본인은 몰랐던 것 뿐...
그렇게 열린 게일의 입덧 헬게이트...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외전333
2024.04.24 2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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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앙ㅠㅠㅠㅠ 허니 대신 입덧하는 게일 ㄱㅇㅇ 허니 데리고 의무실 가는 커트도ㅠㅠㅠ 허니랑 게일이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 넘 좋아요ㅠㅠㅠㅠㅠ
[Code: 83e0]
2024.04.24 22: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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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오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e59]
2024.04.24 22: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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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탄생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진짜 외전 고마워ㅠㅠㅠㅠㅠ
[Code: d82d]
2024.04.24 22: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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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육아까지 가보자고ㅠㅠㅠㅠㅠㅠㅠ
[Code: f7c7]
2024.04.24 22: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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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센세가 연결임까지 주셨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f7d]
2024.04.24 2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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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ㅠㅠㅠㅠㅠㅠㅠ 외전까지 ㅜㅜㅜ 너무 감사해
[Code: e131]
2024.04.24 22: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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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ㅠㅜㅠㅠㅠㅜㅜㅠㅠ 평생 함께해
[Code: debf]
2024.04.24 23:10
ㅇㅇ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사랑해
[Code: b060]
2024.04.24 2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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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Code: 4e85]
2024.04.25 01: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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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요오오오옷 임출육 2부 가보자고
[Code: 1512]
2024.04.25 01: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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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애기는 어떻ㄱㅔ생기는 건데?? 😇
[Code: 5e48]
2024.04.25 01: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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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어나더추
[Code: d80c]
2024.04.25 02: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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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2부 가보자고..
[Code: 7bf5]
2024.04.25 07:40
ㅇㅇ
톰 하이~♪
[Code: 8ada]
2024.04.25 14: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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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다시 그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과거 속에 갇힌 삶일 것을 알았다<<<센세 감정선 섬세한거 좀 봐 크으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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