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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20:49
미안하다 오늘 퇴고 안 했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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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없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허니의 눈가를 간질였다. 허니는 그 햇살 탓에 눈쌀을 조금 찌푸렸다가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

제일 먼저 허니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게일이었다. 

분명 어제 새벽, 잠에 들 때는 허니의 품에 게일이 안겨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아침에 눈을 뜨니 이제는 허니가 게일의 품에 안긴 모양새였다.

허니는 게일의 품 안에서 빠져나오려했다. 하지만 허니가 꼬물거리자, 게일 또한 같이 조금씩 뒤척이기 시작했다. 

괜히 게일을 깨울까 두려웠던 허니는 결국 포기하고 게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또 이어질 행군을 위해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 군인이 와서 모두를 깨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허니는 게일의 일정한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자꾸만 머릿속에 톰의 말이 떠올랐다.

돌아갈 수 있냐면 돌아가고 싶냐고? 솔직히 허니는 아직도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물론 처음에는 돌아가고 싶었다. 집인데, 어떻게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모든 일에 역시 시간이 약인지, 아니면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말을 하듯이 허니도 그냥 적응이 되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또 이곳의 모든 것을 두고 가자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아쉬운 마음이 드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 또한 허니도 잘 알 것만 같았다.

허니는 괜히 시선을 끌어올려 게일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았다.

게일은 여전히 색색 숨을 내쉬며 잠에 들어있었다. 수용소에 오기 전에는 항상 그루밍을 열심히 하던 게일의 모습만을 마주하다가 잔뜩 흐트러진 그의 모습이 어쩐지 조금 귀엽게만 느껴졌다.

손을 뻗어 게일의 앞머리를 조심스럽게 옆으로 넘겼다. 

문득 허니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말 만약 허니가 1986년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면 게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더 나아가 톰은, 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솔직히 말을 하자면 허니는 아직도 톰이 정말로 제 미래의 아들일지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꿈이란 원래 그렇다. 일어날 가능성이 0에 수렴하더라도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꿈이었고 현실이 아니었다.

그래, 그럼 그건 그저 이상한 꿈이었을 뿐이라고 치부해보자. 그렇다면 톰이 보여주었던 그 사진 속의 게일과 허니를 닮은 누군가는 과연 누구일까? 더 나아가 어째서 허니와 톰의 성이 같을까?

어쩐지 모든 질문의 대답들이 허니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주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럼 다시 생각을 해보자. 만약 톰이 정말로 허니의 아들이 맞다면, 그리고 허니가 이곳에 남아있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톰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이내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에서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톰..."


그리고 허니는 톰의 이름을 작게 읊조렸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이름이 왜인지 낯설고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허니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다시 행군이 시작 되었다.

전 날 실내에서 잠에 든 것은 정말이지 사치였다. 아침부터 해가 진 저녁 이후까지 이어지는 행군을 하며 허니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진 이후부터는 기온도 떨어져 자꾸만 찬 바람이 허니의 옷깃 사이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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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이대로 계속 갈 거예요?"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 옷깃을 다시 메만지던 허니에게 커트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리고 그의 질문에 허니의 옆에 서 있던 게일까지도 커트를 한 번 바라보았다.

허니는 커트의 질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를 나타내기라도 하듯이 인상을 조금 찌푸리자 커트가 설명을 덧붙였다.


"존이랑 이야기를 좀 했는데, 도망치려면 지금 도망쳐야 할 거 같아요."
"도망치려고?"
"이대로 계속 가면 우리는 꼼짝없이 독일 안쪽으로만 들어가게 될 거라구요. 차라리 지금 도망치는 게 나아요."


목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말을 하는 커트의 행동에 허니도 따라 목소리를 죽였다. 

허니는 여전히 미간에 힘을 준 채 였다. 도망이라니, 허니도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리스크가 컸다. 눈발이 굵어 앞이 제대로 보이지않았고 저녁이라 해도 뜨지 않은 채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커트도 그렇고 허니도 그렇고 모두가 입고 있는 어두운 색의 겉옷이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허니는 커트를 한 번, 그리고 뒤에서 천천히 따라 걷는 존을 한 번 쳐다보았다. 행군 내내 둘이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니, 도망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만 같았다.


"커트 너, 지금 우리가 어디 있는지는 알아?"


그래, 문제는 그것 뿐이 아니었다. 운이 좋게 도망에 성공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어지는 행군 탓에 허니는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자살 행위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다. 이 날씨에 길이라도 잃고 고립이라도 된다면, 그야 말로 빠르게 죽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허니의 말에 커트가 대답을 하려 입을 열었다.


"P-51이다!"
"담배랑 횃불 다 꺼!"


하지만 커트의 말보다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외침이 더욱 빨랐다.

전투기가 행군열 위로 지나가며 총을 쏘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저마다 소리를 지르며 사방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허니는 그 인파에 쓸려 제 의지와 상관 없이 움직였다.

정신 없이 끌려가다 순간 허니는 강한 힘으로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내 허니는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굳이 시선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허니는 자신을 끌어안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허니.' 하고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익숙한 게일의 목소리였으니까.

게일의 품 안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별로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에 허니는 전투기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래서 저녁 행군은 안 된다니까!"


혼란스러움이 조금 가라앉는다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커트의 외침이 들려왔다.

허니와 게일의 고개가 동시에 소란의 출처를 찾아 돌아갔다.

커트는 잔뜩 화가 나 독일 군의 어깨를 밀치며 화를 내고 있었다. 저녁 행군은 위험하다고. 하마터면 아군에게 죽임을 당할 뻔 했다고. 

커트의 말이 틀린 것은 없었다. 그리고 허니 또한 그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저녁 행군은 위험한 것이 맞았다. 해가 뜬 대낮에도 전투기를 타고 있으면 땅 위의 사람들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제대로 볼 수 없는데 사방이 어두운 저녁에는 어떠할까.

하지만 커트의 방식은 잘못 되었다. 아무리 불만이 있고 허니가 그에 동의를 한다해도, 어쨌든 현재는 포로의 신분이었다. 검 한 자루 제대로 된 것 없는 상태에서 총을 가진 독일 군에게 반항해서 좋을 것 하나 없었다.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린 허니는 결국 게일의 품을 빠져나와 빠른 걸음으로 커트의 곁으로 다가갔다.

커트는 이미 다른 대원들의 손에 의해 독일군에게서 떨어진 상태였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커트."
"아군한테 뒤질 뻔 했잖아!"
"커트!"


허니가 커트의 팔을 잡아끌며 그의 이름을 소리를 치듯 부르자, 그제서야 커트의 시선이 허니에게로 돌려졌다.


"커트, 진정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커트는 분노 탓에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까처럼 독일군에게 당장이고 튀어나가 멱살을 잡을 것 같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이해해. 이해하니까 진정해."


허니가 커트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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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말이 맞아. 이대로는 안 돼."
"소령님."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존이 커트의 말에 거들었다. 그리고 허니는 그런 존에게 경고를 하듯이 말했다. 이해한다. 커트의 혼란도, 존의 분노도. 하지만 역시 그것을 이곳에 표출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존은 허니의 말에도 곧은 눈으로 그를 마주보았다. 마치 자신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만 같았다.


"커트, 진정해. 존 너도 그러지 마. 너희 마음은 우리도 이해하지만 이러다가는 너네가 나치 놈들의 총에 맞을까봐 두려워서 그래."


어느새 허니와 커트, 그리고 존의 곁에 다가온 게일이 허니의 편을 들어주었다. 

게일 나름대로 둘을 진정시켜보려 노력했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커트는 여전히 숨을 크게 몰아쉬었기 때문이다.


"허니, 난 진짜 이렇게 더는 못 해요."
"뭐?"
"나랑 존은 못 가니까 허니랑 게일도 정해요 이제."


최후 통첩이라도 전하는 듯한 커트의 말에 허니가 눈을 질끈 감았다. 큰일이었다. 커트와 존은 이제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분노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챌 수 있었다.

결국 한숨을 깊게 내쉰 허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알겠어."
"...허니."


게일이 허니를 말리려 그의 손을 잡으며 이름을 불렀다.


"나도 같이 갈게."


그래, 일단은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커트와 존은 뭐가 됐든 이 계획을 시행할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커트에게 같이 갈 수 없다는 말을 하면 정말 다 때려치고 뛰쳐나가 총에 맞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벅은요?"


허니에게 조금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커트가 이제는 게일에게도 질문했다. 게일은 그런 커트를 한 번, 그리고 허니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작게 한숨을 쉬더니 대답을 했다.


"알겠어. 나도 합류할게."


전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 도망 계획이 세워지는 밤이었다.




-




탈출의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이름 모를 어느 마을을 지나가기 시작하면서 다시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마을은 이미 한 차례 폭격을 당했는지 멀쩡한 건물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옷가지를 얻으려 대원들이 정신없이 뒤지고 있었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어요."


커트가 목소리를 조금 낮추며 말했다. 그리고 커트는 허니의 등을 살짝 밀었다.

그 행동의 의미를 허니 또한 모르지 않았다. 허니는 독일 군인의 눈치를 한 번 보고 이내 담벼락 위로 넘어갔다.

허니의 뒤로, 커트, 존이 따라 담벼락을 넘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인 게일의 차례가 되었을 때 였다.


"꼼짝 마!"


독일군의 외침과 함께 총성이 울려퍼졌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지만 허니는 담 너머의 상황은 볼 수 없었다.

순간 허니의 마음 속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게일만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 탈출 계획은 애초에 게일은 참가할 생각이 없었는데, 괜히 허니 때문에 게일 또한 하겠다고 말한 것을 허니는 모르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다시 넘어가서 게일을 보호해야 할까? 싶은 마음이 들 때 쯤, 게일은 이내 담벼락을 넘었다.


"뛰어!"


그리고 게일의 외침에 커트와 존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허니 또한 게일에게 잡힌 손에 힘을 쥐고 최대한의 힘을 내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의 성공이었다.




-




얼마나 걸었을까, 새벽의 해가 떠오르며 푸른빛이 숲 속을 채울 때 쯤에서야 허니와 다른 이들은 걸음을 멈췄다.

밤새 걸은 탓에 체력도 바닥이 났고 발도 다리도 모두 너무 아팠다. 마침 해도 떠오르기 시작해, 더 이동하는 것이 위험하다 판단하고 일행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허니는 게일의 옆에 나무에 기대 앉았다. 

오늘도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겠다. 어째 전 날 밤보다도 머리가 복잡한 기분이었다.

허니는 잠시 시선을 돌려 제 동료들을 바라봤다. 모두 피곤한 것은 같은지, 커트와 존은 벌써 일정한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 든 상태였다.

허니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쉬었다. 폐에 차가운 공기가 들어가자 그제서야 조금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주변이 조용해지니 아침부터 허니를 괴롭히던 고민이 또 다시 허니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솔직히 허니는 제가 이런 고민을 거듭하며 머리 아파하는 것이 옳은지도 몰랐다. 막말로 허니가 아직 1986년에 돌아갈 방법을 찾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허니는 착실히 고민을 해 나갔다.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올 때까지.

왜일까? 아마 허니는 그 이유가 톰의 알 수 없는 대답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 속의 톰이 과연 진짜 톰인지, 아니면 그저 허니의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톰의 모습을 한 무언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무언가 허니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의 말에 따라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방법 같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의문이 들었다. 정말, 만약 정말에 허니가 알던 제 동기 톰 카잔스키가 제 아들이라면... 허니가 1986년도로 돌아간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허니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결과는 별로 허니가 원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한순간에 자신이 사라지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내야 하는 삶이라니. 허니는 이미 그런 삶을 겪어보았다.

물론 허니의 사정과 톰의 사정이 같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허니는 시간대만 옮겨 와 자신의 대한 기록이 모두 말소가 되어버린 것이지만, 톰은 그냥 톰이라는 생명체가 사라지는 것이니까.

뭐가 되었든 허니는 그런 결과는 원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자신의 이기심에서 나온 선택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럼 여기에 계속 남아야 하는 것일까? 게일과... 가정을 이루고? 

그럼 여기서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게일은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일까? 물론 허니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게일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알았다. 

그렇다고 그게 게일과 허니의 관계에 이렇다 할 정의가 생긴 것은 아니다. 둘의 관계는 굳이 정리를 하자면 아직도 상사와 부하였다. 아니지, 이제는 둘 다 같은 소령일 뿐이다.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쪽만 결혼을 원한다고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허니는? 허니는 과연 게일과 결혼...까지 하고 싶은 것일까?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허니는 이내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고 끙, 하는 앓는 소리를 냈다. 

머리가 다시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아직 연애도 아닌데 뭔 결혼이야!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허니가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이 설원이나 다름 없는 독일 빠져나가 영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1986년이고, 톰의 존재고 자시고, 그런건 일단 영국으로 사지 멀쩡히 돌아간 이후에 걱정해도 될 일이다.


"잠이 안 와?"


낮은 목소리로 게일이 허니에게 물었다. 분명 그 또한 커트와 존과 다르지 않게 벌써 잠에 빠진 줄 알았는데, 게일은 목소리를 낮추며 혹시나 이미 잠에 든 커트나 존을 깨울까 조심스럽게 허니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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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오늘은 내가 빅스푼 해줄게."


그리고 게일이 장난스럽게 허니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게일은 가볍게 허니를 제 품 속으로 밀어넣었다. 허니가 게일을 안아줄 때는 힘겨웠는데, 그 반대의 입장이 되니 그림이 이제야 맞는 것 같았다.

게일은 정말로 허니가 해 준 그대로를 해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이제는 일정한 박자로 허니의 등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어쩐지 허니는 게일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정한 속도로 쿵, 쿵. 그 박자가 허니의 등을 토닥이는 그의 손과도 비슷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듣던 허니는 조용히 게일에게 말했다.


"게일, 난 사실 게일의 아들과 친구였어요."


폭탄과도 같은 말이었다.

말을 내뱉은 허니도 순간 당황했다. 왜 그런 말을 내뱉었는지 허니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분명 최근까지 허니는 게일에게 이 이야기를 해도 될 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게일에게 자신이 1986년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전할 때도 이 부분은 굳이 꺼내지 않았었다.


"뭐?"
"톰...이라고 저랑 같은 탑건 스쿨 동기였어요."


한 번 터진 말은 멈출 줄을 몰랐다. 품 속에서 허니를 조금 떨어뜨린 게일이 허니에게 마주하며 질문을 했다. 하지만 허니는 차마 그 시선을 마주할 수 없어 시선은 아래로 고정 시킨 채 말을 이었다.

그 와중에 톰의 성에 대해서는 허니가 게일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톰의 이름을 망설이듯 제 입에 담았다.


"분명 그냥 친한 동기였는데... 갑자기 최근에 꿈에서 걔를 다시 만나기 시작했어요."


게일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허니는 알 수 있었다. 분명 그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으리라. 누가 그렇지 않을까. 허니의 말은 두서가 없었고 정확하게 무슨 말을 전하고자 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나마 게일이 하나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허니의 꿈에 나타났다는 톰이라는 동기였다. 게일이 허니에게 미래로 다시 돌아간 적이 있느냐 물었을 때, 꿈인지 현실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동기를 만났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허니의 이어지는 말에 게일의 마음 속에서 잠들어있던 의심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설마... 걔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게일이 망설이듯이 질문했다.

사실 게일은 허니에게서 그 대답을 듣고 싶으면서도 듣고싶지 않았다. 만약 허니가 그렇다고 한다면 게일은 자신의 모습이 그야말로 우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래의 아들에게 사랑을 빼앗기는 아버지라니. 어디 가십지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모르겠어요..."
"..."
"돌아가면... 걔가 이제 존재하지 않을까봐 무서워요."


게일은 여전히 허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일은 더 이상 허니에게 질문을 할 수 없었다. 허니가 서러운 듯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결국 게일은 허니를 다시 제 품에 밀어넣고 천천히 손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일단... 일단 영국에 돌아가서 다시 이야기 하자."


그래, 일단은 영국에 돌아가서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았다. 게일도 다를 것 없었지만 허니는 힘든 행군과 이어지는 도망자 신세라는 스트레스로 힘들어보였다.

조금... 이따 이야기를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게일 또한 힘이들었으니... 지금은 허니의 말들을 온전하게 들어줄 수 없을 것 같아서 나온 결론이었다.

허니의 등을 토닥이는 게일의 손은 결국 그가 숨소리를 일정하게 내쉬며 잠에 들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




허니의 눈꺼풀이 무거웠다. 아마 잠에 들기 전에 눈물을 흘린 탓일 것이라 허니는 생각했다.

분명 눈을 뜨면 붕어같은 눈이 반기겠지. 이미 부어버린 눈을 보고 왜 그러냐고 커트나 존이 물어보면 뭐라 대답을 해야하지? 아무리 고민을 해도 딱히 떠오르는 변명이 없어 허니는 그냥 천천히 눈을 떴다. 


"어?"


순간 허니는 자신의 몸을 확 일으켰다.

눈을 뜨자마자 허니의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한 듯 낯선 공간이었다.

허니는 분명 전 날 밤, 숲속에서 노숙을 했다. 하지만 허니가 눈을 뜬 곳은 다름 아닌 침대 위였다.

설마 허니가 잠에 든 사이에 게일이나 다른 이가 허니를 옮겼나?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방 안의 풍경이 너무도 익숙했다.

뭐지. 여기가 어디지.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허니 방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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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넷! 마더 구스가 깨우러 왔는데, 이제 일어나야지!"
"구스?"


그리고 허니의 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다름 아닌 구스, 아니 닉 브래드쇼. 허니의 탑건 동기였다.

그제서야 허니는 자신이 누워있던 방이 어디인지 알아챘다. 탑건 졸업 직후, 받았던 임무. 인도양에서의 전투를 위해 승선했던 항공모함 내부에 위치한 허니의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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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 호넷 옷은 또 왜 저래?"


그리고 그 뒤에 따라들어오며 조금은 지저분한 허니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사람은 허니의 또 다른 동기이자, 탑건 차석이었던 매버릭, 즉 피트 미첼이었다.


"오늘... 며칠이야...?"


허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허니의 질문을 들은 닉과 피트의 미간에 곱게 주름이 잡혔지만 그럼에도 닉은 착실히 허니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8월 17일."
"년도는...?"
"어머, 호넷이 알코올성 치매가 왔나봐 맵."
"구스! 몇 년이야 오늘?"


허니가 호통을 치자 닉과 피트의 눈이 일제히 커졌다. 그리고 피트가 먼저 대답을 했다.


"1986년이잖아. 왜 이래 진짜?"


그제서야 허니는 자신이 1986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거짓말..."


허니는 운명의 장난질에 놀아날 뿐, 선택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2020
2024.04.18 20:51
ㅇㅇ
모바일
센세 분량 미쳤다 사랑햐!!!!!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봐야지
[Code: b8a5]
2024.04.18 20: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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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악!!!센세오셨다
[Code: c312]
2024.04.18 20:57
ㅇㅇ
모바일
센새 길면 길수록 붕붕이 행복해ㅠㅠㅠㅠㅠㅠㅠㅠ 허니 어떻게해 86년으로 돌아가버렸어ㅠㅠㅠㅠㅠㅠㅠ 과거는 어떻게 된 거지ㅠㅠㅠ
[Code: e162]
2024.04.18 21:07
ㅇㅇ
모바일
톰은? 존재할까?
[Code: 20d9]
2024.04.18 21:13
ㅇㅇ
헐!!! 뭐야!!!! 게일 어떡해!!!
[Code: d5e3]
2024.04.18 21:22
ㅇㅇ
모바일
뭐야ㅠㅠㅠㅠㅠㅠㅠㅠ 게일한테 허니 돌려줘여ㅠㅠㅠㅠㅠ 게일 솜씻너 되버려자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톰은 괜찮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오늘도 센세에게 감사하며ㅠㅠㅠㅠ 다시 정독하러 올라갑니다ㅠㅠㅠ
[Code: 3183]
2024.04.18 21:32
ㅇㅇ
모바일
헐 어케... 게일 어케 톰 어케.... 허니 어케........
[Code: 0bf5]
2024.04.18 21:36
ㅇㅇ
안돼 게일… ㅠㅠㅠㅠㅠㅠㅠ
[Code: 9474]
2024.04.18 21:38
ㅇㅇ
모바일
센세 와따!!!!!!!!!!!
오늘도 센세가 말아주는 진수성찬 뚝딱할게
[Code: 9a1a]
2024.04.18 21:41
ㅇㅇ
모바일
아니!!!!아니!!!갑자기!아니!!!!
[Code: 7826]
2024.04.18 21: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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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은 어캐 되는거지?? ㅠㅠㅠ 둘이 해피엔딩이었음 좋겠다 ㅠㅠㅜ
[Code: ce2b]
2024.04.18 21: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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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 왜 ㅠㅠㅠㅠㅠㅠ
[Code: 908e]
2024.04.18 21: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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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전개 도랐어 너무 재밌다ㅜㅜㅜㅜㅜ
[Code: 7c11]
2024.04.18 22: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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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센세 사랑해
[Code: 54eb]
2024.04.18 22: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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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한치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 허니 어떻게된거야 게일이랑 톰은 어떻게된거야 ㅠㅠㅠㅠㅠ 센세는 나의 영원한 도파민이야
[Code: 368c]
2024.04.18 22: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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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데 진행될수록 예측불가까지한 미친 필력 센세 감사합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Code: c964]
2024.04.18 22: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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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허어어어어얼!!!
[Code: c07a]
2024.04.18 22: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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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어어어어어ㅠㅜㅠㅠㅜㅠㅠㅜㅠ어케
[Code: 4993]
2024.04.18 23: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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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안돼!!!!!!!!!!!!!!!!
[Code: 1791]
2024.04.19 00: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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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ㅜㅜ
[Code: a178]
2024.04.19 0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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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어떻게 되는거야ㅠㅠㅠㅠㅠㅠ 허니야ㅠㅠㅠㅠㅠ
[Code: 2dd6]
2024.04.19 0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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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다ㅜㅠㅠㅜㅜ 둘이 영사해애애애애ㅐㅇㄱ
[Code: 2d8e]
2024.04.19 01: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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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된거야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
[Code: ec7a]
2024.04.19 02: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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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어떡해 시발 어떡해!!!!!!!!!!!!!!!!!! 멘붕왔을 게일이랑 존 커트생각하니 미치겠다…… 와…… 여기서 돌아갈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미친
[Code: d66a]
2024.04.19 06: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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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센세..???? 허니야 일단 톰 있는지 먼저 찾아봐 아이스맨이 아직 있으면 안심해도 돼 아니 이제와서 돌아와도 기뻐할 수가 없잖아..ㅠㅠㅠㅠㅠㅠㅠ 멘붕인 장면인데 왜 울거같냐 허니 다시 보내줘요 이럴 순 없어 센세!!!!!!! 안전해진 상황에 평화롭게 자고있는 게일 품에서 일오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그런거지 센세ㅠㅠㅠㅠㅠㅠ
[Code: 0390]
2024.04.19 23: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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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미쳣다.....
[Code: a8b9]
2024.04.19 23: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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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8b9]
2024.04.20 17: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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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ㅜㅜㅜㅜ
[Code: 6d39]
2024.04.20 19: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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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맞이 센세무순 정독하기 완료
[Code: a288]
2024.04.21 05: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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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전개미쳤다 진짜 이런 금무순 읽게해줘서 고맙고 사랑해
[Code: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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