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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00:51

1. 샹크스의 독백이: https://hygall.com/565174713
2. 크로커다일의 사정이:https://hygall.com/565319296
3. 쥬라클 미호크의 시야가: https://hygall.com/565517430
4. 버기의 속사정이: https://hygall.com/565670486
5. 기분이 나쁜 샹크스가: https://hygall.com/565801012
6. 크로커다일의 격노가 : https://hygall.com/565924523
7. 다스 보네스의 의문이: https://hygall.com/566063671
8. 버기의 두려움이: https://hygall.com/566209514
9. 샹크스의 욕망이: https://hygall.com/566394690
10. 크로커다일의 도취가: https://hygall.com/566492743
11. 벤 베크만의 경멸이: https://hygall.com/566586263
12. 버기의 우울이: https://hygall.com/566879057
13. 샹크스의 고통이: https://hygall.com/567070549
14. 크로커다일의 위험이: https://hygall.com/567350565
15. 알비다의 조언이: https://hygall.com/567549263
16. 버기의 위로가: https://hygall.com/567611959
17. 샹크스의 미소가: https://hygall.com/567862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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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분도 아니고 온 몸이 삐거덕거리는 느낌은 오래간만이라, 크로커다일은 제 뻑뻑한 눈을 두어번 더 깜빡였다. 오늘이 며칠이지,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사고가 제대로 돌지 않았다. 아파, 온통 머리가 울리고 식은땀 때문에 등쪽이 축축했다. 이 정도로 몸이 완전히 무너진 것을 느꼈던 적은 아주 오래간만이라서, 그는 막연하게 온 몸을 확인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잘 붙어 있는'지 봐야 했으므로. 왼 손의 갈고리를 제외하고서는 다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아픈 건 어느 쪽인가, 총을 맞은 곳? 졸려버린 목? 짙고 흉한 흉터가 남은 얼굴? 잘려버린 왼쪽 손목? 술을 진탕 퍼먹은 다음 날처럼 울려대는 머리? 하다못해 상처인가 아니면 마음인가. 그리고 그제서야 느낀 것이다, 제 품 안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걸. 그것도 꽤 부피감이 큰 것이. 그리고 그것이 손을 들어 제 머리를 쓰다듬었다 - 손을 잃고 마음도 잃었던 그 날의 누군가처럼.

- ... 이봐. 
- 어, 크로쨩! 일어난 거야? 
- ...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꾸물거리며 대답을 망설이는 입술이 온통 시선을 잡아끌었다. 무슨 말을 할까. 그에게는 거절이 익숙했다 - 그는 늘 그런 삶을 살아왔기에. 애초에 본인부터가 그러했다. 거절을 당하는 것에 익숙했으니 거절하는 것조차도 익숙했으니까. 그러나 그 순간 그는 그것이 제가 익숙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임을 희망했다. 늘 속 안에 묻어두기만 하고 꺼내보지 못한, 막연하게도 원했던 것이기를. 그리고 그 입 안에서 나온 것은 그의 마음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무려 25년 만이었다- 25년이라고. '그'가 죽은 이후로 그 어떤 사람도 해낼 수 없던 것을, 이 포니테일을 한 광대가 해냈다는 것을 크로커다일은 믿지 못했다. 제 마음은 늘 일방통행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버지에게도, 그에게도, 동료라 믿었던 사람들에게도, 이 광대에게도. 누군가의 죽음 이후 완전히 닫아버린 마음에 틈이 생겨 자꾸만 그를 모래 아래로 끌어내렸다. 항상 남을 파묻던 곳에 자신이 끌려들어가는 감각이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선명했다. 그럼에도 몸은 춥지 않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남들보다 한 단계 낮은 체온이라 이런 시기면 늘 몸이 차가웠는데 오늘은 미적지근했다. 몸끼리 맞닿은 곳에서 따듯한 온기가 올라와 모든 것을 끌어안았으니까. 아픔도, 추위도, 상처도, 체온도, 하다못해 열기까지도. 제 몸에서 나는 열 때문인 줄 알았는데 무언가 다른 것이 그를 끌어안은 셈이었다. 고통도 기억도 아픔도, 차마 감추고 말하지 못한 애정까지도. 외부에서 다가오는 모든 환경에 체온까지 영향을 준다니, 자신은 이름값만큼이나 진정한 변온동물인 셈이었다. 
 
- 아프진 않지?
- 그런 것 같군.
- 다행이네, 역시 비가 왔으니까.
- ... 그래.

아파? 제 아비도 단 한 번을 물은 적이 없던 것을 다른 사람이 물었다. 그 얼굴 뒤로 누군가가 보여서 - 이 위대한 사막의 왕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그는 의식이 없었으므로 날씨에 대한 걸 기억할 리가 만무했다. 비가 왔다니. 역시 제가 부재한 사이 악몽을 꿨던 걸까. 그렇다면 '악몽을 꾸는 날이면 제 품이 생각난다고' 이해해도 되는 걸까? 그는 늘 기대하지 않는 것을 배우고 훈련해 왔으나 이 망할 광대는 늘 기대하지 않는 법을 무너뜨렸다. 처음으로 겪는 일에 그는 면역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건데도 그를 자책하게 만들었으니, 그것이 얼마나 독할지는 늘 예견되어 있던 셈이었다. 그럼에도 모래의 왕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건 몰랐다. 처음으로 겪는 일에는 늘 면역이 없으니까. 그리하여 사막의 대부는 그가 차고 있는 팔찌의 보석에 가볍게 입맞추었다. 선물을 착용했음에 감사를 표하듯, 미래에 대한 기도를 내리듯 - 폭풍이 오는 날 옆에 있어줬음에도 입맞춰주지 못했으니까.  

- 아, 일어났나.

밖에서 걷는 소리가 들리고, 곧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익숙한 남자였다. 쥬라클 미호크, 마지막 남은 제 동업자가 이 쪽을 보고 중얼거렸다. 황제. 선원들이 당신을 찾더군 - 이번 일로 다들 동요하고 있으니 가서 잠재워주는 게 좋겠다. 다들 너를 제일 따르니까. 그리고 그가 제 눈을 흘깃 살피고 나머지 말을 이었다. 내가 시도했지만 내 말은 잘 믿지 않으려고 하거든. 그 말에 품 안의 것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머물렀을 뿐일 텐데 몸을 일으켜 나가는 그 모든 순간이 아쉽다고 생각한다면, 제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 천천히 일어선 광대가 제 몸을 빠져나가고, 겉옷을 걸쳐 입고, 다른 동업자를 스쳐 지나가는 그 모든 순간이 느릿하게 흐르고 - 그 억겁과도 같은, 그러나 반대로 짧기만 한 그 시간이 제 흐름대로 지나가고 있는지 사막의 대부는 늘 의심해야 했다. 제가 아파서 그런 걸까? 아니면 억울한 걸까? 체온을 떨어트릴 그 다정함이, 따듯함이 손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망할, 총에 맞더니 뇌까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지. 그 몸이 문 밖을 나서고, 익숙하지만 싫은, 그러나 '필요한' 대화가 몇 마디 오갔다. 몸은 어떤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뭐 그러한 것들이.   

- 마을을 뒤집어 엎었는데도 자네를 습격한 놈이 누군지 아는 놈이 없어.
- 그렇겠지. 애초에 그 인물이 누군지 구분은 했고?
- ... 자네의 능력은 워낙 특이하니까,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지. 

아하, 그랬다. 악마의 열매 능력자라도 자신마냥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놈은 별로 없었다. 모래의 특성일까, 크로커다일이라는 사람의 특성일까. 아무리 고민해봐야 대답은 후자라는 것을 그는 늘 알고 있었다. 악마의 열매 능력은 쓰는 사람을 따라가는 법이니까. 스스로에 대한 지독한 혐오감과 으스댈 만한 자부심을 함께 곁들이게 만드는 그의 능력은 늘 그런 식으로 동작했으므로.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줌과 동시에, 망할 흔적을 찾아 저를 쫓아온 적을 같은 꼴로 만들어두는 것으로. 상대가 멋들어진 콧수염을 한 번 쓸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 다른 해적단 놈들이 술집에서 떠들어대는 걸 본 놈들이 있다더군.
- '다른 해적단?'
- 그래. 그래서 다들 빨간 머리의 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

크로커다일은 스스로도 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비록 같은 걸 두고 경쟁하는 사이더라도 그 녀석은 그럴 위인은 아니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 녀석이 '제 존재의 이유'를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웃기지도 않는 에드워드 뉴게이트가 그것을 알려주었다고? 그럴 리가 있나! 흰수염은 기본적으로 아이에게 친절했으나 누군가에게는 아니었다. 자신의 아버지라는 걸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는 남자가 그에게 자신의 아이가 망할 크로커다일 경이라고 알려줬단 말인가? 제게 도전해서 손을 뺏긴 남자가 제 아들이라고? 그럴 확률은 바닥에 가까웠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 죽기 전에 회개라도 할 모양이었나 보지. 사막의 대부는 조용히 혀를 찼다. 그럴 리가 없었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았으니까. 그가 회개를 할 위인이라니. 그랬다면 죽기 전에, 해군이 부리는 멍청하고 더러운 악수에 '제가 인정한' 아들이 속아넘어가 자신을 죽이기 전에 그랬어야 했다.

- 저 아이는?
- ... 우리 선원이지. 견습 선원.
 
크로커다일은 그 어린 시절 제 아버지의 덩치 뒤에서 숨어 그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배의 선원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그 망할 위인이 남의 배 아이를 귀여워했던 만큼 그 배의 어른들도 자신을 귀여워했으니까. 그는 아버지가 저를 그저 견습이라고 부르는 날이면, 매질이 가혹했음에도 그의 선원들이 저를 쳐다보지 않던 날이면, 제게 다가와 초콜렛을 내밀던 그 배의 어른을 기억했다. 그들 뒤에 숨어서 얼굴을 내밀던, '초콜릿의 본래 주인이었을' 저보다 몇 살은 어려보였던 붉은 머리와 푸른 머리까지. 누군가와 달리 사랑을 많이 받은 티가 났기에 다리 너머로 빼곡히 내미는 얼굴이 역했고, 그렇기에 기억하지 않으려 애썼기에 얼굴이 흐릿했다. 해군 놈들이 그가 그 배의 선원이었다고, 빨간 머리 사황을 막연하게 대할 수 있다고 떠들어댄 일이 아니라면 전혀 몰랐으리라. 과거는 늘 흐릿했다. 차라리 빨리 잊는게 그에게는 이득이었다. 역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사랑에 빠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 어차피 전부 다 예전의 일이었다. 제게 다정했던 몇 안 되는 입이, 그 얼굴이 이스트블루의 작은 마을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그날 끝장난 버린 일들. 비가 눈 밑으로, 얼굴로 흘러 내리던 그 날. 어차피 다 예전의 일이라니까.

-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 이 상황에서 상륙해 있는 건 무리다. 자네가 그러고 있는 동안 나랑 저 광대 둘이서 그 배의 선원을 전부 상대하는 건 무리야. 
- ... 자네도 범인이 빨간 머리가 아니라는 걸 알지 않아?  
- 알아.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목숨을 걸고 도박할 상황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보물을 찾겠다고 했으면 해결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나도 자네에게 기대하고 있다네, 자네가 나에게 기대한 것처럼. 망할 능구렁이 같으니. 구시렁대며 시가를 입에 물자 날렵한 손길이 입에서 다시 시가를 빼내어갔다. 자네는 스스로가 환자라는 인식이 좀 있어야 할 텐데. 목에 걸고 있는 작은 칼로 시가를 베어낸 그가 잘게 잘린 시가를 테이블 위의 재떨이에 털어내었다. 제기랄, 사업적 동업자 이상 동료 미만의 관계가 된 이 구조가 크로커다일은 이상할 정도로 불편했다. 그는 매번 홀로 머물렀으니까. 그는 늘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래로 벽을 쌓고 그 안에서 웅크렸다 - 가족이라는 걸 만들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저부터가 가족에게서 버림받았으니까. 제 생명을 빨아들이는 모든 것들이 제 옆에 머무르고자 하는 누군가를 위협하고 공격하고 아프게 했던 나날들. 결국엔 생명을 잃은 동료를 제 손으로 파묻으면서 묻은 생각을 했었던가? 사막의 왕이라는 지지부진한 호칭에 등극한 남자에게도 순진했던 날은 있는 법이었다. '다시는 누구를 믿지 않겠다'고 생각했던지도. 
   
- 자네가 시가도 피나?
- 아니라는 걸 자네가 더 알겠지.
 
예상했던 대로 제 배 안에 도둑이 있었다. 누굴까? 광대는 아니었다. 그는 시가를 피지 않았고 - 이제 다른 동업자도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그 놈이 시가 박스 안에 함정으로 넣어둔 서류 하나를 들고 갔을 터였다. '누굴까?' 그 놈이 분명히 제가 흰수염의 아들이라는 거지 같은 운명을 퍼뜨리고 다녔을 테지. 애초에 통을 열자마자 제 시가가 반쯤 줄어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막의 대부는 누군가가 제가 넣어 둔 서류를 함께 들고 떠났을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시가는 꽤 예전부터 조금씩 줄어 있었으니까. 모래의 왕은 절대로 져줄 생각이 없었다 - 평생을 죽음의 위기에 쫓겨온 그는 꽤 눈치가 빠른 남자였으므로.

-
아니 크로커한테 서사주다보니 흰수염을 너무 쓰레기 만드는데ㅠ 흰수염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설정해 놨는데 크로커 시점으로 도니까 설명할 길이 없네... 언젠간 있겠지... 참고로 초콜렛을 준 건 레일리랍니다. 따닷한 부선장님.
진심 캐해가 산으로 간다 산으로가... 이거 언제 끝내지..?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2023.10.12 01: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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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서와
[Code: 1a98]
2023.10.12 01: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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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센세의 캐해는 완벽하니까 오다만큼 연재해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a98]
2023.10.12 01:09
ㅇㅇ
내 센세 오셨다ㅠㅠㅠㅠㅠㅠ 센세 왜 끝낼 생각을 해ㅠㅠㅠㅠㅠ 그럼 못 써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알비다 클났다
[Code: 5435]
2023.10.12 01: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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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센세 덕분에 오늘도 행복해.... 크사장 쓰담쓰담해주고싶다.....
[Code: c31e]
2023.10.12 0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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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짱.. 상처난 악어라... 더욱.. 맛나다...
[Code: 8f01]
2023.10.12 0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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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 내가 이걸 보려고 안잤구나 ㅠㅠㅠㅠ센세 최고,,
[Code: 2cfc]
2023.10.12 01: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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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셨다ㅠㅠㅠㅠㅠ크로커 진짜....어떡하냐 버기를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모른대ㅠㅠㅠㅠㅠ미친 진짜 어쩌냐 중증이다 중증..받아본적 없는 순수한 애정을 주는 사람ㅠㅠ근데 센세 끝낸다니 무서운 말 하지마ㅠㅠㅠㅠ캐해가 산으로 가다니 말도안됨 감정선 진짜 섬세하단말야ㅠㅠ오래오래 함께해요 센세ㅠㅠㅠ
[Code: 37d0]
2023.10.12 09: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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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은혜롭다
[Code: 4f38]
2023.10.12 11:00
ㅇㅇ
모바일
센세 시발 우리 완결까지 함께 하자... 시발 센세 가면 싫어...
[Code: 49ea]
2023.10.12 12: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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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마야 알비다 무슨짓을 한거야…
[Code: 9478]
2023.10.14 23: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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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늘도 은혜롭게 정주행을 했어 이건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의 바이블이니까 너무 좋은 글 써줘서 정말 고마워
[Code: 3e02]
2023.11.16 0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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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까지 계산했다니 버기를 가질만하다
[Code: fa79]
2023.11.19 03: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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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평생 함께 하면 안 될까
[Code: c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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