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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3 20:07
1. 샹크스의 독백이: https://hygall.com/565174713
2. 크로커다일의 사정이:https://hygall.com/565319296
3. 쥬라클 미호크의 시야가: https://hygall.com/565517430
4. 버기의 속사정이: https://hygall.com/565670486
5. 기분이 나쁜 샹크스가: https://hygall.com/565801012
6. 크로커다일의 격노가 : https://hygall.com/565924523
7. 다스 보네스의 의문이: https://hygall.com/566063671
8. 버기의 두려움이: https://hygall.com/566209514
9. 샹크스의 욕망이: https://hygall.com/566394690
10. 크로커다일의 도취가: https://hygall.com/566492743
11. 벤 베크만의 경멸이: https://hygall.com/56658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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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운으로 사황씩이나 된 이 광대, 버기는 울적하기 짝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장 보이기 싫은 모습을 가장 보이기 싫은 사람한테 보이고 말았으니까. 제 덩치 크고 위협적인 동업자가 근래 유난히 자신에게 무르다는 사실을 그 또한 당연히 모르지 않았다. 회의실로 부르던 것이 방으로 바뀌고, 저녁만이었던 것이 시간을 가리지 않았는데 모를 수가 있을까. 그러나 그렇게 된 지 한참이 지났어도 그는 그 사유를 알지 못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감히 예측할 생각조차도 못 해봤다는 게 제일 문제였으리라. 그는 여전히 모든 일이 일어난 이후 어두운 공간에서 마주했던 그의 얼굴을 잊은 적이 없었다. 이제껏 알았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잘나기도 잘났거니와, 날카롭기도 날카롭고 - 폭력적이기도 폭력적이었던 그의 그 수려한 얼굴을. 공포에 질려 덜덜 떨던 자신까지도.

그런데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지나치게 다정하게 굴었다. 역시 제가 규격 외라서 그런 걸까? 로저 해적단에서도 그랬는데, 심지어 이 길드에서도 그렇다고 여겨져서? 아아, 아니지. 자신은 처음부터 규격 외였다. 애초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자신에게 뒤집어 씌우고 도망칠 생각이었으면서. 그렇다면 왜? 곧 저를 버리고 도망칠 날이 오나? 어차피 원피스를 찾겠다고 우긴 것은 자신이었고 이 두 사람은 그것에 관심조차도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제 끝은 곧이구나. 쥬라클 미호크도 조용한 걸 보아하니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를 자꾸만 잠식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찮게 그와 밤을 보냈다. 그래서 이 광대는 결국에 제 스스로 결론을 내고 말았던 셈이었다. 나를 바닥으로 보는구나. 결국 원피스를 찾으러 샹크스가 출발했고 다른 사황 놈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꾸만 지각 변동이 일어났고 모든 것은 자신의 손아귀 밖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제 다른 동업자들이 자신을 빼놓고 말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결국 우연찮게도 전면에 선 것은 자신이었다. 버기는 이런 식의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포스럽고 불안했다.

그러던 와중의 제 동업자들은 어땠는가? 쥬라클 미호크는 제게 무심했고 크로커다일은 제게, 글쎄. 그는 제게 꽤나 다정했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처음 오는 섬에서 날씨를 예측하지 못해 찬 바람에 몸을 움츠리자 그의 상징과도 같은 털코트가 어깨에 얹혔다. 제가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먹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것도, 방향을 잃은 채로 입밖으로 나오는 모든 말들 - 그러니까 그의 입장에서는 시끄럽게 종알거리는 것도 전부 다 들어 주었다.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잔혹한 현실주의자로서는 꽤 이질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막의 왕은 이름값대로 누군가에게서는 생명을 뽑아내는 주제에 누군가에게는 자꾸만 다정을 불어넣었다. 심지어는 보석상을 찾아 반지를 제 손가락에 맞게 줄이는 것도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었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보고 숙덕거리는데도. 붉고 둥근 코라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가진 사황보다도 더 시선을 모아 끄는 그는 '크로커다일 경' 이었는데도. 그것이 이 망할 약자에게서 결국에 믿음을 불러내었다.   

이런 와중에 마주친 게 하필 샹크스였다. 그것이 그를 심히 우울하게 만들었다. 샹크스를 사랑했냐고? 우습게도 그랬다. 그는 존재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었고 모든 것을 누릴 만한 재능이 있는 남자였다. 애정이라는 개념을 알 때부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샹크스였다. 그 옆에 있는 것이 자신이라는 게 그의 오롯한 문제였으리라. 격이 맞지 않아, 그는 결국에 해적왕이 될 사내였으니까. 자신과 샹크스는 동년배였고 로저의 배에 오른 것도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의 존재가치는 그런 것에서 오지 않았다 - 무려 해적왕의 배였다. 샹크스는 그 괴물들 사이에서도 눈에 두드라지는 실력자였고 자신은 아니었다. 최약체의 바다라는 이스트블루를 벗어날 수 없을 만한 실력의 소유자였고 어떤 짓을 해도 바닥이었다. 심지어 제 동기는 비능력자고 자신은 악마의 열매까지 먹었는데도. 격차가 날이 갈수록 커질수록 샹크스의 존재가치는 더더욱 뛰었다.

- 아무리 자네라도 그렇지 저런 녀석은 왜 데리고 다니지, 로저?
- ... 그런 말 할 거면 꺼져, 배의 일원이다. 입을 가볍게 놀린 대가를 알겠지. 

모두가 그가 로저의 뒤를 이어 해적단의 선장이 될 재목이라고 평했고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표했다. '같이 동행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 자신이었다. 감히 누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그리하여 이 광대는 위험한 항로에 발을 들이기 전에 확신을 얻고 싶었다. 그와 샹크스 사이에는 비밀이 없었다 - 아니, 없었다고 생각했다. 제가 왕으로 점찍었던 남자는 해적왕이 되기를 거부했고 자신에게 많은 것을 감추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리고는 같이 가기를 청했고. '자신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자꾸만 감추면서. 그가 무엇을 감추는지 알 수 없기에 자신은 -. 나는 너에게 모든 것을 열었는데 너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면서 너를 사랑한다고, 자꾸만 자기를 믿어 달라고 말했다.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했을까. 떠나간 건 자신이었으나 자신을 버린 건 그였다. 그런데 네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데, 왜? 광대는 답할 사람도 없는 질문을 자꾸만 내뱉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기합리화라도 할 수 없으니까. 우습게도 자신에게 비밀이 없는 것은 동업자들 쪽이었다. 비록 '회의실'이라는 것이 무지막한 폭력을 동반할지라도 그들은 자신에게 감추는 것이 없었다. 회의에도 끼워주었고 알아야 할 정보도 꼬박꼬박 공유되었다. 회의실이 침실로 바뀐 날어도 정보는 모두 공유되었고 사막의 왕은 모든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해 주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늘 감추는 것이 적었으므로 그것이 샹크스와 그의 격차였다.

정박해 있는 배의 갑판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한숨을 내쉬던지가 어언 두 시간, 사업 때문에 자리를 비운 크로커다일과 미호크가 없는 지가 세 시간 쨰였다. 어느새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두건을 적시고, 얼굴로 흘러내리던 것이 눈물인지 비인지 구별하지 못할 즈음 -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 목소리, 설마. 익숙한 붉은 머리가 제 배 아래서 헤실헤실 웃으며 손을 흔들어댔다. 맙소사, 샹크스? 저러다가 제 동업자들이라도 만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아무리 샹크스라도 2:1은 무리였다. 저 미친 놈이, 정말로 죽고 싶나? 

- 버기! 여기야, 이쪽으로 와. 
- ... 샹크스. 너 술 마셨어?

응, 근데 한 번만 봐줘. 네가 먼저 그랬잖아. 응? 입술 위로 달라붙는 마른 입술이 열에 들떠 있었다. 조금 차이 나는 키 때문에 발꿈치가 들리면서 두 몸이 조금 더 가까이 붙었다. 뜨거워, 몸이 안 좋은가? 아까부터 그에게서 풍기는 열기의 냄새가 그를 섬찟 긴장하게 만들었다. 외팔잡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샹크스? 몸이 조금 더 가까이 붙고 - 그 순간 그가 한쪽 팔로 제 몸을 낚아채 입을 강하게 부딪혔다. 우습게도 20년이 흘렀는데도 바뀐 것은 없었다. 10대의 그 날과 30대의 지금,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성급한 입맞춤. 늘 당하기만 하는 자신도 그대로, 열을 품은 이 녀석도 그대로, 자꾸만 목을 타게 만드는 치명적인 갈증도 그대로. 상대는 한 팔이었고 자신은 두 팔이었는데도 힘의 격차는 무시할 수 없었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늘 자신에게 무엇을 감추었고 자신은 늘 그의 비밀을 쫓았다. 자신은 그의 인생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셈이었는데 그는 왜 여기에 있을까.   

- 나는 네가 해적왕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하고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 씹, 버기. 제발 좀 닥쳐.
- ....
- 난 너만 있으면 돼, 나는 원피스고 사황이고 그 뭣도 필요 없어. 너만 나랑 같이 가 주면 된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해?

비인지 모를 것이 얼굴을 다시금 타고 내리자 그가 속삭였다. 미안해, 버기. 화 내려고 했던 게 아니야, 응? 끌어안고 있던 몸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제가 무서워하는 티라도 내면 제 어린시절의 친우는 그저 손을 뒤로 든 채로 물러설 뿐이었다. 그래, 그게 너였다. 차라리 못되기라도 하면 마음껏 싫어하고 탓하기라도 할 텐데 저 남자는 그렇지도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빛나는 남자였으니까. 모두가 그를 사랑해 마지 않았을 테니까.

- 나는 네 이런 모습이 정말 싫어, 알아?

그는 그 '붉은 머리'였다. 그 누구도 건들 수 없는 붉은 머리, 사황의 자리를 가장 오래 지켜왔던 남자. 그런 남자가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다고 속삭이는데도 그를 사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것에서 우월감이라도 느끼는가? 아니. 비밀이 있는 한 그와 자신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사이였다,고 버기는 여전히 생각했다. 샹크스가 그것을 언제나 알아줄련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비가 그칠줄 모르고 자꾸만 내렸다, 누구의 속도 모른 채로. 

-
점점 산으로 가는 이 전개 어쩌냐... 주절주절이라 이해 안갈까봐 써놓기로 합니다. 
원작에서도 샹크스는 감추는게 많았고 둘이서 같이 해적하고 공동선장 하자고 해놓고 해적왕을 노리지 않겠다(=각자의 배로 원피스 찾으러 가자 해놓고 안 찾는다) 하면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던 거임 그래서 이 둘의 사이가 갈라졌고? 

버기는 약체고 샹크스는 세계관 최강자 중 한 명이라 어려서부터 두 사람은 계속 비교당했을 거임 로저 해적단 사람들이 비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비교를, 스스로 느끼는 점을 막을 순 없었겠지 버기는 자기가 약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음 그래서 샹크스와 함께 해적왕을 한다면 '너와 같이 가고 싶다, 나는 감추는 게 없다'는 걸 알고 싶었던 거임 그런데 샹크스는 늘 말하던 것과 다른 걸 말하면서 사유를 말하지 않네? 버기의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말했던 게 다 거짓이 되버리고 = 자기를 사랑한다고 했던 것도 거짓이 되버리는 거임 
 
그런데 반대로 크로커다일은 버기를 때렸으면 때렸어도 길드 형성 초반부터 회의에 껴주긴 했잖음 둘이 회의하는걸 들으면서 버기가 선수를 질러서 원피스를 찾으러 가게 된 거기도 하고? 그래서 크로커다일이 사랑에 빠져 다정해짐에 따라 버기는 크로커다일의 다정을 받아들이게 되는 거임 이 두 사람의 감정은 불같은 애정이던 샹크스와 다르게 오히려 동업자로 출발해서 신뢰가 기반이기 때문에. 

설명해야 하는 전개는 망한 전개다 이말... 습습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2023.10.03 20:13
ㅇㅇ
모바일
센세 하루종일 기다렸어 또다시 새로고침 하자마자 센세의 글이 떠서 너무 좋아서 목조르고 싶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캐해 진짜 찰떡이고 하루종일 얘네들이 머리속에서 둥둥 떠다녀서 무한 재탕중이야 센세는 그냥 천재야
[Code: dd5f]
2023.10.03 20:26
ㅇㅇ
내 센세 오셨다ㅠㅠㅠㅠㅠㅠ 아 버기가 왜 샹크스 아닌 크사장의 옆에 서길 택했는지 알겠어요 샹크스에게 바란 것은 거짓없음 그 거 하나였는데 그 신뢰 하나를 못 줘서 샹크스가 뒤쳐지네ㅠㅠㅠㅠ
[Code: f460]
2023.10.03 20:51
ㅇㅇ
모바일
센세 오셨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522]
2023.10.03 20:51
ㅇㅇ
모바일
는혜로운글 감사합니다
[Code: 4522]
2023.10.03 20:52
ㅇㅇ
모바일
센세의 글과 캐해는 정말완벽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522]
2023.10.03 20:53
ㅇㅇ
모바일
와 센세 기다렸어 버기 입장에서 크사장한테 마음 가는것도 이해된다ㅠㅠ
[Code: 2763]
2023.10.03 20:53
ㅇㅇ
모바일
최고야 센세.,.,.,,...
[Code: 0960]
2023.10.03 21: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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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미쳤어 🤦 😭
[Code: 2ec4]
2023.10.03 22:24
ㅇㅇ
모바일
센세... 최고애...
[Code: 260a]
2023.10.03 22:53
ㅇㅇ
모바일
망해???? 망해애애애ㅐ??? 센세 센세가 뭘알아 센세의 무순이라면 난 오올블루도 갈수도 있어...
[Code: 0c85]
2023.10.04 02:10
ㅇㅇ
모바일
버기 자낮 너무 찌통이야ㅠㅠㅠㅠㅠㅠㅠ 샹크스 큰일났다 갈길 존나 멀어보이는데 힘내라ㅠㅠㅠㅠㅠㅠㅠ 하필 또 비 오네 버기 천둥 무서워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오해 겹쳐진 삼각 존나 맛있다 사랑해 센세
[Code: 4a3b]
2023.10.04 08: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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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센세 발라티에 풀코스 미쳤다.. 버기 입장에서 듣는 샹크스와 함께할 수 없는 이유 존맛인데 너무 슬픔 버기야 무슨 선택을 하던 행복만 해라..
[Code: fe01]
2023.10.04 15:28
ㅇㅇ
센세 글의 묘사가 넘나 섬세해서 그리고 이전글부터 탄탄하게 서사 쌓아놔서 첨부설명 없어도 존나 안 헷갈리고 뇌에 다이렉트로 쏙쏙 들어오는데 무슨소리야!!! 너무 재밋어 ㅠㅠㅠㅠㅠ 왜 샹크스와는 함께 할수 없는지 버기만 알고 샹크스는 모르는 그 이유가 너무 찌통이고 다음 내용 보고싶어서 기절할거 같아요 센세
[Code: 5531]
2023.11.16 00: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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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버기 이해됨ㅠㅠㅠㅠㅠㅠ근데 샹크스 넘 맘 아프다ㅠㅠ
[Code: 7514]
2023.11.19 02: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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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걱정하지 마세요 설명 없어도 글에서 다 느껴져요ㅠㅠㅠㅠ 설명 있는 것도 너무 좋아요ㅠㅠㅠ 오늘부터 이게 공식이고 정사임
[Code: c8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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