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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00:39
1. 샹크스의 독백이: https://hygall.com/565174713
2. 크로커다일의 사정이:https://hygall.com/565319296
3. 쥬라클 미호크의 시야가: https://hygall.com/565517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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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저를 처음 보면 제 코 이야기부터 했다. 그 코, 진짜야 아니면 분장이야? 그런 취향이야? 애초에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가 왜 중요하지, 도대체 그런 취향이 뭐기에. 그리고는 직접 다가와 한 번 건드려보거나, 제 입에서 결국 자연적인 것이고 건강에 문제는 없다는 말을 듣고서야 물러섰다. 그리고는 나중에 뒤에서 말하는 것이다. 아 그, '웃기는 붉은 코'라고. 그래서 버기는 어느 순간부터 코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다고 표현해도 그때 뿐, 심지어 뒤에서 불러대는 것에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러니 그저 웃어 넘기고는 했단 이야기였다. 제가 기분이 나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저를 보고서도 코 이야기를 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면 - 그것이 샹크스였다. 나중에 우리가 해적단을 만든다면 해적단의 이름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는 한 순간도 고민하지 않았다. "붉은 머리와 푸른 머리." 그 앞에서 자신은 웃기는 붉은 코가 아니라 그저 파란 머리였다. 그가 오롯이 붉은 머리였던 것도 자신에게서만이었다면 - 자신은 그와 동행했을까? 선장이 죽던 그날? 이제 와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그 뒤에 자신을 붉은 코로 부르지 않았던 다른 사람이 제 동업자였다. 동업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만은. 덩치 큰 사막의 왕, '크로커다일 경'. 그는 우습게도 덜떨어지는 것들에게 관대했으며 무리에 어울리지 않은 외적인 것에게 너그러웠다. 저도 그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 그의 입에서 빠른 순간에 증명되었다. 그는 자신을 광대 혹은 버기로만 불렀다. 샹크스 다음이 크로커다일이라니, 제 신세가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참으로. 아니지, 우스운 것은 자신의 신세였다. 그가 자신에게 관대하게 대한다는 것은 자신이 덜 떨어졌거나 무리 밖의 것이라는 뜻이었으니까. 로저 해적단의 덜떨어지고 외적인 견습 선원, 그게 자신이었단 의미라는 것이지. 그러나 이 정도로 덜떨어진 존재도 그립고 무서워하는 것은 모두 그 안에 있었다. 선장이 죽던 날, 비가 억수같이 오고 천둥이 치던 날. 그래서 광대는 천둥이 치는 날을 죽도록 무서워했다. 제가 아버지처럼 여기던 사람의 죽음 그리고 제가 평생을 그리워하고 쫓게 될 것 또한 그 안에 있던 붉은 머리. 자신과는 다르게 '진짜로 그 안에 소속되었던' 것들. 우습게도 그를 버린 것은 자신이었다, 우습지. 그런 것으로 우월감이라도 느꼈던가.

- 쯧, 애도 아니고 해적이 천둥을 무서워해서야.

저도 모르게 자는 사이 또 눈물을 흘린 모양이었다. 눈 앞에 있는 너른 가슴팍이 머리를 더욱 세게 품에 안았다. 잘은 키스가 머리 위로 내렸다. 그와는 선을 넘은 지가 오래였고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사실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술에 많이 취했던가? 아팠던가? 내가? 그가? 그러나 확실한 것은 어느 새 사막의 왕과 자신은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고 배를 맞추었다. 일종의 유희거리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을 그렇게 경멸하던 자가 이렇게 군다고. 사랑없는 관계, 라고 부를 만한 일을 한 것이 그가 처음은 아니었다. 샹크스가 있었으니까. 사랑 없는 우스운 손장난, 짧고 건조한 입맞춤. 사랑이라고 부르기에 우습기만 한 어린날의 치기들. 어른들의 음료수를 훔쳐 마시고 낄낄대며 한 첫 키스, 옷 안으로 기어들어오던 차가운 손. 자는 척하는 제 얼굴을 몇 번이고 살피면서도 우습게도 끝까지 가지는 못하던 그 어리고 작은 손. 그러나 샹크스는 단 한 번도 그에게 이런 일을 해준 적이 없었다. 그를 버린 것은 우습게도 선장의 죽음 전이었기 때문에.

사실 모두가 모르는 일이지만 이 망할 길드가 창단되기 전, 샹크스가 팔을 잃고 난 후 - 두 사람은 이스트블루에서 재회한 일이 있었다. 아주 잠깐, 아주 잠깐. 모두에게 이것을 말한 적이 없던 것은 단순한 사유였다. 언급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기에. 그 붉은 머리는 원대한 꿈이 있었고, 자신은 그 원대한 꿈 안에 절대로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버기.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면, 한 쪽 팔을 흔들고 비어 있는 공간 - 본디 팔이 있어야 했을- 을 흔드는 그가 제 쪽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가 다가오는 그 모든 순간이 우습게도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그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것마냥. 제 시간을 지배했듯이. 한쪽 팔을 내보이며 그가 칭얼댔다. 내 팔 봐, 괴물이 먹어치웠어.   

- 의사한테 보이긴 한 거야? 너는 진짜, 예나 지금이나 무식해서는 - 
- 아팠어.
- 당연히 아프지 이 멍청한 놈아! 
- 호, 하고 불어줘. 예전에 네가 해줬잖아. 그러면 훨씬 덜 아플 것 같아.

손이 멈칫, 떨렸으나 망설이던 손은 어설프게 흉터가 남은 어깨에 다가가고야 말았다. 자신은 늘 그 앞에서 압도당하고야 마니까. 그리고 제 입술이 그 위로 내려붙었다. 두어번 성급하게 불자 차가운 손이 제 손 위로 겹쳐지고, 그가 손을 제 입술 근처로 끌어 잘게 입맞추었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 마치 그 위에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마냥. 손을 빼려고 하도 잡힌 손아귀의 힘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게 그와 자신의 격차였던 셈이었다. 붉은 머리와 푸른 머리? 아니, 우리 해적단의 이름은 그저 '붉은 머리'였을 터였다. 자신은 결국 그를 해적왕으로 인정하고 말았으니까. 

- 나랑 같이 가자, 버기. 
- .... 
- 기억나지 않아? 내가 청혼했었잖아. 

우습지, 자신은 늘 언제나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하랄것없이 흔들리고 마니까. 청혼이라니, 나를 사랑이라도 했다고? 그럼 너는 이렇게 굴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나도 이제 선장이다, 이 멍청한 놈아. 내 해적선을 버리고 어디로 가라는 거야? 그 말에 그가 싱긋, 웃었다. 그러면 네 해적선이 없어지면 되는 거야? 그래서 막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면 안 되는 거였던 걸까? 사실 지금도 답을 모르는 질문이었다. 그럼 기다려, 버기. 금방 돌아올게. 내가 저번에도 약속했잖아? 이렇게 지켰는걸. 우습지, 우습지. 네가 한 게 약속이었다니. 광대 분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 뒤로부터였다. 샹크스가 위대한 항로로 떠나버린 시기, 사람들은 다시 자신을 보고 코에 대해 물었고 - 이제 코가 아니라 머리에 대해서 말해줄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벌어진 모든 일들은 제 운명을 순식간에 뒤바꿔놓았다.

그리하여 광대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나서, 지독하고 위험한 바다 악어에게 제 옆자리를 허용하고 나서 그에게 반지를 졸랐다. 반지? 네가 낀 거 중에 아무거나 괜찮아. 그가 혀를 차면서도 하나를 빼내 주자 광대는 그것을 손가락에 끼워놓았다. 바다의 예비 왕이 입맞추던 네 번째 손가락에, 사막의 대부가 끼고 있던 것을. 이것이 그와 샹크스의 격차인 셈이었다. 

-
사실 모든 게 다 따라잡기는 아니었던 크로커다일과... 둘 다 몰랐지만 새삼 어떤 면에서는 크로커다일을 쫓아가게 되는 샹크스랄까.
크로커다일과 반지, 샹크스와 광대 분장 중에 뭐가 더 위험한가...  

근데 이거 진짜 왜보는..? 댓글과 개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와서 드는생각: 제목 통일할걸;;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2023.09.26 01: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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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내가 이거보려고 안잔게 분명
[Code: 1250]
2023.09.26 01:06
ㅇㅇ
모바일
센세 이 분위기 뭐야,,,축축한데 버석한 이거 뭐냐고....!!
[Code: 1250]
2023.09.26 02:05
ㅇㅇ
모바일
아 진짜 존나 재미있어요
[Code: a275]
2023.09.26 02:05
ㅇㅇ
모바일
늦은밤에 눈이떠진 이유는 이 완벽한걸 보기위함이아닐까??????
[Code: a275]
2023.09.26 02: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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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좋아서 죽을꺼같다ㅠㅠㅠㅠ
[Code: a275]
2023.09.26 02: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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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내가 이상한건가
버기 눈으로 보는 샹크스 너무 좋은데 왜 너무 좋아서 무섭지? ㄷㄷㄷ
[Code: 68b2]
2023.09.26 0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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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시발 센세 요즘 환절긴데 감기조심하세요 이 금무순을 오래오래 써주셔야죠... 시발 가지마 센세
[Code: 8770]
2023.09.26 0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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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오롯이 붉은 머리였던 것도 자신에게서만이었다면' '제가 평생을 그리워하고 쫓게 될 것 또한 그 안에 있던 붉은 머리' ㅅㅂ 미쳤다 미쳤어 샹크스가 반지 보면 어떻게 될까ㅌㅌㅌㅌㅌㅌ 크로커다일이 이길 가능성 절대 없다고 생각했는데... 버기가 천둥 무서워 하는 거 알고 있는 사람 크로커다일, 네번째 손가락 차지한 것도 크로커다일 근데 또 의미를 알고 있는 건 샹크스, 버기의 정체성 그 자체인 분장은 샹크스 때문인데 그걸 버기 밖에 몰라ㅌㅌㅌㅌㅌ
[Code: b44f]
2023.09.26 08: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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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발 어나더가 있었잖아?! 센세 나 다 읽으러간다
[Code: a622]
2023.09.26 18: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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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미친 미쳤다
[Code: 66d5]
2023.09.28 01: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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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크스 반지 보면 진짜 뒤집어지겠다 역주행하는게 또 꿀잼이네… 진짜 크로커다일 따라잡아야하는 샹크스
[Code: 9f87]
2023.11.16 00: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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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긴....재미있으니까 보지ㅠㅠ
[Code: 7514]
2023.11.19 02: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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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이 한번뿐이라니 말도 안된다 진짜ㅠㅠㅠㅠ 나 이 글을 읽으려고 안 자고 있었나봐
[Code: c8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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