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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5 00:47
1. 샹크스의 독백이: https://hygall.com/565174713
2. 크로커다일의 사정이: https://hygall.com/565319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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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광대가 뭐라고. 미호크에게 광대는 즐거운 유희거리였다가, 골치였다가, 이제는 다시 유희거리가 된 일종의 -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조용하고 무료한 인생에 끼어든 이벤트,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에 생겨 시선을 잡아끄는 '점' 같은 녀석. 그저 내버려두었더니 어느새 너무 커져버린, 몸 어딘가에 생긴 점 같은 녀석. 그러나 이것은 저 스스로 신경을 쓰기보다는 제 동료들이 더 신경을 쓴다는 것에서 훨씬 사정이 나빴다. 애초에 그들은 명백하게 볼 수 있고, 자신은 제대로 인지할 수 없는 범위에 생겼다는 게 더 불편할 지경이었으니까. 동료들이 그에게서 자신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언제더라?
  
- 너, 버기랑 일하지?  

그래, 그 망할 붉은 머리. 망할 꼬맹이 말고는 세상 만사에 관심도 없는 것처럼 굴던 그 나태한 시선이 제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 꼬맹이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 반가움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운 것. 무언가를 욕망하는 눈동자, 그리고 '제 것'을 요구하듯이 당당한 태도.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어 그 쪽을 빤히 쳐다보자 내뱉어지는 말은 다른 것이었다.   

- 버기 일 잘 하지?
- ... 사업 파트너에게는 각자의 영역이 있는 법이지. 
- 그래, 그렇겠지. 그래도 언젠간은 돌려주지 않을래? 그 녀석하고 같이 가기로 약속했으니까.  
- ... 누군가가 지키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약속이라고 하는가. 
- 내가 한 팔이 없어도 끝을 볼 줄 모르는 건 아닌데, 미호크. 

망할, 도대체 그것이 뭐라고. 어느새 보이지 않는 분노를 거둔 외팔잡이가 제 쪽으로 다가와 등을 툭툭 쳤다. 그리고 예와 같이 나른하게 내뱉었다. '언젠가는' 이야. 지금 돌려달라는 것도 아니잖아. 나는 미리 말해주는 거야, 누구랑 다르게 센스가 좀 있는 편이잖아? 윙크까지 하는 모습이 여상스러워서 더 얄미웠다. 뭘까, 내가 모르는 것이. 크로스 길드의 동업자들 중에서 전략을 세우는 것에 가장 가까운 것은 크로커다일이지 제가 아니었다. 계획 운용을 살피는 건 광대였고 실행이 거진 제 몫이었다. 그런데 그 날카로운 동업자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데, 그게 무엇일까? 저는 왜 돌려달라는 말에 저런 반응을 보였는가. 모든 것이 산발적으로 의문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애초에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 저 외팔잡이 사황과 저들의 광대가 무슨 관계였는가, 였을 텐데도. 서로의 동료가 되는 걸 거절했던 사이가 이제 와서 '돌려달라'고? 제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먼저 앞서 나아가는 망토가 휘날리고, 한 팔이 제 쪽으로 들어올려졌다. 늘 그렇듯이 저보다 먼저. 그때부터 그것이 시선을 잡아끌었던 것도 같았다. 그랬더니 이 꼴이 다 우습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광대가 아팠을 때도 그래, 제 동업자의 태도는 우습기 짝이 없었다. 작은 마을 유일의 의사가 멱살까지 잡혀 끌려와 덜덜 떨었다. 도대체 저 광대에게 언제부터 그렇게 신경을 썼었나. 제가 왕이 되지 못했다고 그를 폭행한 주제에 이제 와 자신은 마치 다르다는 것마냥 구는 것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고. 그러면서도 자신도 진료를 보러 그의 방 안으로 같이 들어서고 만 것이었다.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인데도. 광대의 본 스타일하고 다르게 삭막한 무채색으로 가득한 방. 덩치 큰 동업자의 시선이 한 쪽의 책장에 머물렀다. 책꽃이 위에 무엇이라도 있었나? 시선이 따라가자 멈춘 것은 - 한  쪽 구석에 박혀 있던 액자 속 어릴 적 사진. 머리를 길게 기르지도 않았고, 화장도 하지 않았고, 순진해보이기만 하는 그때의 얼굴. 그리고 그 옆의 비슷한 느낌을 주는 붉은 머리. 뒤에 서서 인기척을 내지 않고 동업자를 빤히 쳐다보자 물고 있던 시가를 든 채로 한숨을 내뱉은 그가, 사진을 들어 제 모피 코트 안으로 숨겨넣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고 만 거지, '보호자처럼 구는군.' 어리둥절해 보이는 시선은 의미를 영 모르는 것마냥 굴었으나 미호크는 알았다. 이것은 변화를 의미하고 있었다, 극단의 안정이라고 불렸던 세발잡이 구도의 붕괴를. 

그리하여 쥬라클 미호크는 늘 그것이 불만이였다. 다들 저것이 뭐라도 되는 것마냥 구니까. 소중한 것마냥,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마냥. 저 주제를 모르는, 비겁하고 간악하고 약한 것이. 모래의 왕이 그를 결국 침대로 들였을 때도, 겁에 질려 방 안에서 훌쩍이던 광대가 어느새 덩치 큰 동업자의 손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때에도,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날이면 광대가 어련히 크로커다일의 방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 자신을 알았을 때에도.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비록 우연에서 결정된 일이긴 했다만 그들 모두의 인생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래의 왕은 어느새 광대가 위험한 일을 신경질적으로 꺼렸다. 그는 여전히 좋은 수완가였으나 한쪽으로는 눈을 감아버렸고, 광대를 새장 안에 가두려고 들었다. 마치 도플라밍고처럼. 그러나 그것은 물이었고 동강나는 괴물이었으므로 새장 안에 가두어질 수 없는 것임을, 이미 그 샹크스조차도 실패했던 것임을 그는 몰랐을까?  

매의 눈은 이 상황이 신경질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목에 걸은 칼을 빼들어 손아귀 안에서 굴러내렸다.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다면 현상금을 크로커다일에게 걸어두었어야 했을 텐데. 문제가 생긴다면 저와 크로커다일을 '거느리고' 있는 사황 광대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우고 도망갈 요량이었는데 이제 그렇게 될 턱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굳이 저 멍청하고 간악한 놈을 선장으로 둘 이유가 있겠냐, 이말인 것이다. 후, 그는 문득 제 덩치 큰 동업자가 입에 물고 있는 시가가 탐이 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문득 웃음을 터트리고 마는 것이다. 바다 속의 악어라니. 우연이겠지만 사막의 왕의 이름에 딱 걸맞는 처우가 아닌가. 거기에 그 위를 떠나지 않고 돌고 있는 매인 자신도 그러하고. 그래, 해군의 현상금 측정은 틀린 듯 정답에 걸맞았다. 결국에 그가 우리를 '거느리게' 된 것은 맞으니까. 다만 매의 눈, 이 쥬라클 미호크를 거느리게 된 것이 아니라 빨간머리 외팔잡이 샹크스를 거느리고 있는 거지만. 바다가 그 안에 무엇을 삼키고 있는지는 바다만이 알았다. 때로는 크로커다일이었다가, 때로는 뜨거운 불이었다가, 때로는 해풍이었지. 이번에 해풍이 불면 살아남는 것은 무엇인가. 쥬라클 미호크는 심심하고도 무료한 제 인생에 새롭게 즐겨볼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득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제 숙명의 라이벌에, 이 어리석은 동업자들을 비롯하여 - 그 어린 검사, '롤로노아 조로' 까지 포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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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어쓰네... 퇴고도 거의 안해서 노잼일텐데 이걸 봐주네...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기이한 이들의 관계.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2023.09.25 00:53
ㅇㅇ
모바일
내가 센세를 보려고 안잔거였구나ㅠㅠㅠㅠㅠ
[Code: e7df]
2023.09.25 00:58
ㅇㅇ
모바일
개존잼
[Code: c4c9]
2023.09.25 00:58
ㅇㅇ
모바일
너무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4c9]
2023.09.25 00:58
ㅇㅇ
모바일
센세 진짜 미쳤어요 ㅠㅠㅠㅠㅠㅠ
[Code: c4c9]
2023.09.25 0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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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미친 내센세 왔다
[Code: 75bf]
2023.09.25 21:57
ㅇㅇ
모바일
아니 시발 센세.... 입틀어막고 소중히 보았어요... 센세 시발 완결까지 포에버
[Code: 31a6]
2023.09.25 22: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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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오져요 센세...
[Code: e2da]
2023.11.16 00: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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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런 시선까지 센세는 천재야
[Code: 7514]
2023.11.19 02: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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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무슨 일이야 내가 이걸 그냥 읽을 수가 없다 센세 계좌 불러 빨리ㅠㅠㅠㅠㅠ
[Code: c8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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