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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4 00:04
1. 샹크스의 독백이: https://hygall.com/56517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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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광대의 역할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딱히 그럴싸하게 대답할 말은 없었다. 애초에 미스터 크로커다일은 애초에 성격상으로도 그랬고- 살아온 인생만 보더라도 한가하게 앉아서 서커스나 볼 여력은 없는 사람이었기에. 잃어버린 한쪽 손 위로 달린 갈고리가 바다에 반사된 햇볕을 받아 반짝, 빛나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바다는 빛을 반짝이게 하지, 마치 그 멍청한 광대와 신경 거슬리는 빨간 머리마냥. 그러나 오히려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잠시 눈을 부시게 하는 빛이 아니라 드넓은 바다임을 뱃사람인 연륜이 쌓인 그는 모르지 않았다. 멍청하고 어린 해적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높기만 한 현상금이 명예의 전부는 아닌 것마냥. 시선을 끄는 것은 의외로 빛나는 것과는 늘 따로 있지, 자주 마주하는 드넓은 망망대해가 늘 뱃사람의 시선을 잡아끌듯이. 광대는 빛나는 못해도 시선을 어떻게 끄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이제 쇼의 주인공 자리까지 꿰차고 이명으로 두 단어를 더 얻은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올 때가 언제였더라. 같은 외팔잡이더라도 빨간 머리의 영웅담에서 한 단계 내려와, 책사로서의 제 이야기로 내려왔던 시기가. 그걸 알려면 모든 걸 천천히 다 역으로 되짚어 보아야 했다. 이 무대의 주인공이 처음 시선을 끈 게 언제더라? 지휘실에서 다음의 거취 사업의 진행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주저앉았을 때? 직접 마을에서 멱살까지 잡고 끌고 온 의사놈이 조심스럽게 '어딘가 얻어맞은 것 같다'고 진단했을 때? 결국에는 스트레스 누적이라고 해서 없던 한치의 양심이 아팠을 적? 아니면 늘 얼굴을 덮고 있는 그놈의 지저분한 분장이 다 지워진지도 모르고 어린애처럼 제 침대에서 몸을 말고 있을 때? 폭풍우가 치는 밤 깨지도 못한 채 흐느끼는 걸 봤을 때?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는 걸 그도 알았다. 해적이 바다를 처음 본 날이 언제인지를 기억하지 못하듯이. 우습게도 자신은 사막 왕국 출신이면서 바다를 언제 처음 봤는지는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멍청해서 그래, 멍청해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정보들이 눈 앞에서 자꾸만 맴돌았다. 뇌를 끊임없이 학대해도 정보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둥둥 떠다니기만 했을 뿐이었다 - 스스로 똑똑한 편이라고 자부하지는 않았으나 이런 적은 처음이었으므로 크로커다일은 늘 이 기현상이 어려웠다.   

- 꼭 보호자마냥 구는군.

검사의 말도 그랬다. 아파서 앓아 누운 광대를 위해 의사의 멱살을 잡고 왔을 때, 남의 일을 말하듯이 뒤에서 속삭이는 낮은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것처럼 상이했다. 이 광대의 높고 시끄러운 목소리마냥 매일 듣던 것인데도. 저도 모르게 의아한 얼굴을 했는지 미호크가 몇 마디를 더 덧붙였다. 이게 그렇게까지 호들갑 떨 일인가? 하지만 자신은 아파본 일이 없는 걸. 가늠이 잘 가지 않는 일이라 불확실한 변수는 전부 제거하고 싶을 뿐인데. 그리고 습성대로 연기처럼 사라지던 놈의 그 말은 곧, 

- 꼭 연인처럼 구는군.

으로 바뀌어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쯤 되면 부인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이 광대가 언제부터 제 시선을 잡아끌었는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는 걸. 그 빨간 머리가 비극의 영웅이고 이 광대가 그것을 연기하는 연예인 쯤 된다면, 자신은 무엇쯤 되나. 비극을 쓰는 작가? 그랬다면 퍽이나 좋을 텐데. 빨간 머리를 영웅으로 만들더라도 죽여버리면 그만이니까. 비극의 주인공은 늘 그런 식으로 퇴장하잖아. 그러나 크로스 길드의 중역, '크로커다일 경'은 자신의 한계를 알았다. 자신은 비극의 작가까지도 못될 터였다. 한 무대 장치 조작자 정도 되겠지. 배우가 연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물론 그만큼이면 다행이고. 입에 문 시가가 위아래로 까닥였다.  

폭풍우가 격한지 배가 몇 번 출렁거리고 창 밖으로 빛이 번뜩였다. 그래서 어느새 제 침대를 차지하고 누운 긴 푸른 머리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느새 잔뜩 젖어버린 얼굴이 잠깐 비치는 빛으로도 눈에 확연했으니까. 나참, 어린애도 아니고 폭풍우 치는 소리에 무슨 악몽을 그렇게도 꾸는지. 저보다는 한참 작은 체구 때문에 품 안에 안기는 머리 위로 몇 번의 작은 키스를 내렸다. 그의 첫사랑이 그렇게 했겠거니, 생각되는 과정처럼. 꾸물꾸물 품 안으로 파고드는 걸 살펴보면 늘 만감이 교차하고 말았다. 이 녀석이 이 길드의 왕처럼 된 것은 그에게 처음에는 분노만을 안겨주었고, 다음에는 -. 이 조막만한 겁쟁이가 31억이라니. 미호크의 말마따나 문제가 생겨도 이제 어디 도망도 못 갈 테니 안심됐다가도, 누군가가 제가 없는 사이 이 얇은 목을 노리는 것을 생각하면 심장이 가파르게 뛰었다. 제가 19억, 미치광이 검사놈이 35억. 그런데 이 조막만한게 31억. 우습지, 조용히 산다는 놈들의 몸값이 30억을 훌쩍 넘고- 은근히 명예욕을 바라는 자신은 고작 20억을 못 넘었다. 이 멍청한 겁쟁이를 누가 지키나. 애초에 제가 만든 일이긴 했지만 우르르 제 쪽으로 돌아섰던 이 광대의 부하들을 생각하면 31억은 확실하게 과했다. 부하들을 못 믿게 만든 것도 자신이고, 길드에 끌어들인 것도 자신이고, 사황을 만든 것도 자신이고, 현상금을 올려둔 것도 자신인데 우습기 짝이 없지. 
 
시가를 끄고 바닥에 던져버렸는데도 재맛이 남았는지 입이 한없이 썼다. 이것도 운명일까. 물론 운명을 믿지는 않아, 자신은 늘 제 머리와 노력으로 모든 것을 바꿔왔으니까. 그러나 조용히 살겠다는 놈이 그 모든 우연으로 이만큼이나 모두의 시선을 잡아끌게 된 것을 보면 운명이라는 걸 믿고 싶어지기도 했다. 이 광대의 운명이 다른 외팔잡이가 아닌 - 이 외팔잡이기를 희망할 수도 있으니까.   
    
- ... 의외로 분장 안 한 게 더 예쁘네.
- 뭔 개소리야, 또?
- 네 머리 색, 사막에서 마주하는 오아시스 색이야. 눈동자는 - 그 옆에 서 있는 야자수 색이고.
- ... 멘트 구리네, 아저씨. 

연애 몇 번 안 해본 나이만 많은 해적놈이 무엇을 알겠냐만은,  그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사막 국가 출신이 아닌 자는 그 안에서 마주치는 오아시스가, 그 옆의 야자수가 얼마나 단 것인지를 알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그 말이 샹크스가 그에게 한 번 했던 말과 비슷하다는 것을 안 것은 우연찮은 일이었다. 그의 존재는 늘 자신에게 없던 호승심을 불러 일으키곤 했었다. 무엇이 됐든 자신은 처음이 아닐 테니까, 제가 하는 것은 '그가 이렇게 했겠거니' 하는 것을 쫓아가게 되는 과정일 테니까. 빨간머리를 죽이는 건 자신이 될 수 없어, 미호크도 아닐 터였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해군? 아니면 검은 수염? 하다못해 그 꼬맹이? 포니테일로 묶인 푸른 머리카락을 힘도 들어가지 않은 손으로 두어번 툭툭, 건드리며 그는 산발적으로 떠돌아다니는 정보들을 하나로 엮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나, 둘, 셋. 이제는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임을 모래의 왕은 본능적으로 알았으니까. 
 
-

아 진짜 개판 이번에도 뭐라는건지 알 수가 없네;; 
개인적으로 크로커다일버기의 맛의 핵심은 혐관도 혐관인데 크로커다일이 뭘 해줘도 샹크스의 '처음' 이라는 아성은 못 넘는다는데 있을 듯.. 뭘 시도해봐도 결국엔 '상크스랑 해봤던 것'일 테니까. 샹크스한테 버기가 바다라서 들이킬수록 갈증이 나는 첫사랑이라면, 반대로 크로커다일한테는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하는 오아시스같은 것, 그러니까 반갑고 자꾸만 들이키고 싶은 것인 거지. 비슷하면서 다른. 지금 현재를 가진 건 크로커다일이지만, 결국 둘은 비슷한 출발선에 있겠지. 그러나 실제로는 샹크스하고는 좀 다른 위치에 서 있다는 거. 뭐가 중요한가, 지금이냐, 처음이냐...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2023.09.24 00: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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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좋아!!!!!!!
[Code: 76cb]
2023.09.24 00:18
ㅇㅇ
모바일
진심 너무좋아서 죽을꺼같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6cb]
2023.09.24 00:18
ㅇㅇ
모바일
하 센세 캐해 너무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6cb]
2023.09.24 01:07
ㅇㅇ
모바일
아니 시발 센세.... 시발 이걸 제가 봐도 될까요 미친 너무 좋아서 입 틀어막고 봤어요... 센세 시발 영원히 어나더..
[Code: 6d10]
2023.09.24 04: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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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미미친ㅠㅠㅠㅠㅠ크로커다일버기라니 센세 미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존잼 ㅠㅠㅠㅠㅠㅠㅠ센세 억나더!!
[Code: 5350]
2023.09.24 12: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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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vs지금 이라니 진짜 난제다ㅜㅜㅜㅜ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둘다 존좋ㅜㅜㅠ
[Code: a321]
2023.09.24 15: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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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티에...
[Code: ed87]
2023.09.24 17: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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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Code: aae1]
2023.11.16 00: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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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샹크스 응원했는데 이거 보이까 크로커다일도 응원한다ㅠㅜ
[Code: 7514]
2023.11.19 02: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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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크스랑 크로커다일은 서로를 부러워할 것 같아서 더 미치겠어요 아 센세 사랑해요
[Code: c8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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