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샹크스의 독백이: https://hygall.com/565174713
2. 크로커다일의 사정이:https://hygall.com/565319296
3. 쥬라클 미호크의 시야가: https://hygall.com/565517430
4. 버기의 속사정이: https://hygall.com/565670486
붉은 머리, 외팔잡이 사황 샹크스는 꽤나 무료했다. 그리고 기분이 나빴다. 단지 무료해서인가, 아니면 제가 손에 넣고 굴리고 싶어했던 것들이 전부 모래마냥 손 밖으로 빠져나가서인가. 사실 스스로도 알 길은 없었다. 그리하여 죄없는 부선장을 잡고 괜히 술이나 퍼마시는 중이었으니까. 벤, 벤, 벤. 제 말에 앞에 앉은 부선장이 미간을 구기며 이쪽을 쳐다보았다. 또 뭔데? 그래서 샹크스는 결국 입 밖으로 내지 말아야 할 말까지 했던 것이었다.
- 있잖아, 벤.
- ...응?
- 막연한 질문이긴 한데. 너는 내가 쥬라클 미호크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 내가 어떻게 알아? 심지어 장본인 두 놈 다 결론이 안 나서 한쪽 팔 잃어먹고서야 그만둔 거면서.
- 쥬라클 미호크를 이겨야 우리 보물을 찾을 거 아니야.
- ... 우리 사장은 사막의 왕은 아예 전력으로도 안 치는 모양이지요.
아하하! 역시 너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너무 잘 안다니까, 그래서 문제지. 제가 웃는 동작 때문에 비어 있는 코트의 공간이 바람에 펄럭거렸다. 원래 무언가가 있었어야 했던 자리,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 하나를 위해서 우습게 내주었던 것. 그것을 눈으로 쫓던 부선장이 혀를 차댔다. 질문 때문이었는지, 한쪽이 빈 팔 때문이었는지는 역시 모르겠다만. 도대체 그 꼬마 때문에 그게 뭐야? 우리가 바다에 빠졌으면 그런 짓거리 안했을 거면서. 무슨 소리야, 너네가 빠졌어도 그랬을걸. 이쪽 팔 하나는 너네 거라고. 반대쪽 팔로 잔을 들이밀자 그가 우습다는 얼굴로 잔을 부딪혀내었다. 팔 하나에 루피, 팔 하나에 빨간머리 해적단. 그렇다면-.
잔을 내려놓고 여즉 남아 있는 손을 들어 제 목을 두어번 쓸었다. 이제 내어줄 만한 건 이것뿐인게 문제였다. 그 군벌은 무서운 녀석이야, 알지? 힘이고 뭐고 그런 걸 다 떠나서 - 벤 베크만이 제 머리 옆쪽을 두어번 툭툭 두드렸다. 이거, 이게 평균 두 배 이상이야. 그 놈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거기에 쥬라클 미호크? 아무리 당신이라도 죽으려고 판을 까는 셈이야. 네가 그런 말 하니까 무섭네. 으스스하다고 같잖지도 않은 행동을 해보이자 그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는 대답했던 것이다. 그 우습게 생긴 빨간 코 때문에 그래? 그놈 때문에 이스트블루에서 1년이나 돌아다녔잖아. 불평하는 거야? 덕분에 좋은 걸 얻었잖아, 사황씩이나 된 어린 괴물 말야. 팔 한짝 팔아먹은 주제에 말이 많네, 선장은.
- 듣기로는 돈을 빌렸다던데.
- 돈?
- 꽤 큰 액수인 것 같더라고. 그 정도 깜냥으로 위대한 항로에서 살아남으려니 버거웠던 모양이지.
애초에 그 양반이 그 정도 액수를 빌려줄 생각을 했다는 것도 놀랍고 말이야. 도대체 뭘 보고? 그제서야 눈앞을 맴돌던 조각들이 맞춰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한 두어개긴 했지만. 아하, 그래서 그 매가 발톱까지 세우고 돌려주지 않겠다고 굴었나. 얼만데? 되묻자 제 부선장은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정보력은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돈을 빌려줬는데 얼만지는 말을 한 적이 없단 말이지. 오호라, '애초에 돈을 받을 생각이 없구만.' 구체적인 생각에 미치자 외팔잡이 사황은 길을 잃은 분노에 빠지고, 목을 쓸던 손이 그대로 제 목을 움켜잡았다. 이게 얼마라고? 40억? 얼마인진 몰라도 그 정도 돈이면 이자까지도 갚고도 남지 않나. 녀석은 칠무해였으니까 한 번 나를 생포했다고 하고 가두고 - 탈출하면 되는 거잖아.
제 움직임에 안주머니 속 안의 반지가 데구르르, 구르며 제 존재감을 과시했다. 네 번째 손가락, 입 맞춘 그 자리. 내 것이라고 불꽃과도 같은 낙인을 남겼으니 이 정도는 예물로 필요할 법했다. 어려서부터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었으니까. 이스트 블루에서 떠나기 직전, 으스대던 동네 해적에게서 빼앗은 물건이었다. 곱게 보내줄게, 대신 이건 내놔. 꽁지 빠지게 도망가던 모양새가 꽤 재미있었으므로 빨간 머리 외팔잡이는 반지를 소중하게 품에 제대로 넣었다. 열기 어리고 생각 없던 청소년기, 아무도 없던 갑판 위의 그날. '자는 척' 하는 녀석의 얼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 코만큼이나 시뻘겋게 달아오를, 이걸 받은 녀석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 벤! 전갈에게 전보 벌레로 전해, 얼마가 됐던 빚을 갚아줄 테니 황제를 돌려달라고.
- ... 뭐?
- 우리는 원피스를 챙기러 갈 거잖아? 그 녀석이 필요해.
- 뭔 소리야, 진짜로. 그 광대가 보물 지도라도 가지고 있어?
보물 지도를 가져다 주는 것은 늘 제 역할이었다. 그리고 화난 체 하다가 못내 소중하게 받아주는 것이 제 바다의 역할이었고. 그러니까 이제는 둘 다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다고. 선장이라서 함께 갈 수 없다기에 약해 빠진 그의 해적선을 날려버릴 셈이었는데. 그러나 운명은 늘 제 손아귀에서 원하는 대로 놀아주지 않았으므로 - 위대한 사황, 외팔잡이 빨간 머리는 전법을 바꾸기로 결심한 셈이었다. 부선장이 구시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돈은 어떻게 마련하게? 같은 질문은 없었다. 이것은 '빨간 머리' 해적단이니까. 역시 손이 많이 가네, 선장. 그럼, 그래도 한 번은 내 말대로 해줘도 되잖아? 그 말에 제 앞에 앉은 부선장이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그리고 말이야, '웃기게 생긴 빨간 코' 아니고- '파란 머리'야. 생긋 웃으며 돌아선 그의 눈 앞으로 너른 망망대해가 그를 반겼다. 이번에야말로 이름을 바꿀 때가 됐는지도. 빨간 머리와 푸른 머리 해적단. 역시, 이제는 목밖에는 걸 것이 없었다. 늘 무엇인가를 약탈하여 품어오는 것은 새빨간 불꽃의 일,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주는 것은 푸른 바다의 일. 그것은 늘 끝까지 유지되어야 했으므로 외팔잡이는 더 이상의 대답 없이 바다로 시선을 돌려내었다. 그것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했다 - 소멸과 죽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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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캐붕에 무내용에...
물론 버기가 빌린 돈이 작중에서 얼만지는 안나오지만... 크로커다일이 안 받고 용병단 편입한 정도로 퉁쳐줬으니 40억 당연히 안될듯?
크로커다일이 가만히 있을란지는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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