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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2 00:49
1. 샹크스의 독백이: https://hygall.com/565174713
2. 크로커다일의 사정이:https://hygall.com/565319296
3. 쥬라클 미호크의 시야가: https://hygall.com/565517430
4. 버기의 속사정이: https://hygall.com/565670486
5. 기분이 나쁜 샹크스가: https://hygall.com/565801012
6. 크로커다일의 격노가 : https://hygall.com/565924523
7. 다스 보네스의 의문이: https://hygall.com/566063671
8. 버기의 두려움이: https://hygall.com/566209514
9. 샹크스의 욕망이: https://hygall.com/566394690
10. 크로커다일의 도취가: https://hygall.com/56649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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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해적단의 이름은 당연하게도 선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푸른빛만 가득한 망망대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햇볕과 같은 불타는 머리색, 그것을 뒷받침하듯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 그러나 그 악조건에서도 반드시 살아남을 만한 강력한 실력과 굉장한 운을 가진 남자. 그 남자가 제 선장이자 빨간 머리 해적단의 우두머리 샹크스였다. 벤 베크만은 저보다 조금 앞서 있는 제 선장의 붉은 뒷머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미 30대가 훌쩍 넘어버린 남자에게 부선장을 해달라고 말하는 20대 초반의 어린 남자. 많은 사람들이면 코를 쳤을 일이었으나 벤 베크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 시기에도 샹크스는 그 누구보다도 리더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초반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나 야솝을 아이 돌보는 일이나 맡았다며 조롱해댔으나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제 선장은 늘 실력으로 입증하는 남자였으니까. 그리하여 벤은 늘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던 것이다. 자신은 빨간 머리 해적단의 부선장이라고.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많은 해적들이 그러하듯, 완벽해보이는 선장도 어딘가 하나쯤은 늘 결핍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거나, 보물을 얻은 날이면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를 않거나, 누군가의 것인지도 알지 못하는 비브르카드를 멍하니 바라보며 초조해 한다거나. 모든 것들이 벤 베크만의 이상 신호 탐지기를 울려댔으나 선장은 모든 걱정에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그 무엇도. 그러니 선원들도 더 이상은 묻지도, 대놓고 걱정하지도 못할 수밖에 없는 셈이었다. 그러나 10년을 넘게 동거동락한 사람들이라면 - 떄로는 모를 수가 없는 일들이 있었다. 눈을 다친 이후 단 한 번도 다치지 않을 것 같던 사내가 팔 한짝을 비우고 돌아와 배를 뒤집어놓았던 그 직후, 그는 누군가를 만난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타났다. 좌절한 남자의 얼굴을 하고, 시뻘겋게 부어오른 눈을 하고서. 다들 말하지 않았으나 모두가 그가 실연당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상대야 뻔했다 - 사장은 힘든 일이 있는 날이면 늘 품 안의 사진을 매만졌으니까. 어린 시절의 선장과 같이 있는 푸른 머리의 어린 아이. 벤 베크멘은 그 남자의 이름을 알지 못했으나 그 때문에 그들이 이 바다에서 1년을 넘게 체류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거절당한 선장이 돌아오고서 그들은 다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위대한 항로로 출발했으니까. 그리고 2년 뒤 임펠타운에서의 일이 있고서야 그 아이를 멀리서 잠깐 봤을 뿐이고, 그 후에 이곳저곳에 뿌려진 갱신된 수배지를 보고서야 그 남자의 이름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천냥광대 버기'. 천냥광대라, 우습게도 상황에 딱 걸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제 선장 인생의 주인공이었으니까. 그것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간에. 

벤 베크만은 그 익숙한 얼굴을 금세 알아보았다. 저 녀석 때문에 갑자기 방향을 틀자고 했군. 그는 여전히 제 선장 인생의 주인공이었다. 거절을 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것은 늘 선장에게 욕망의 대상이었으며 부족의 상징이었다. 애초에 얼굴을 알아본 것도 우스운 빨간 코 때문이 아니었다. 사진을 통해 눈에 익은, 꽤나 귀염상이었던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 무엇보다도 제 선장에게 저런 표정을 짓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뿐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산산히 조각난 얼굴, 바닥부터 무너진 것 같은 표정. 그를 알았던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에게 저런 표정을 짓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오래된 동료원인 자신들은 물론이거니와 저 맹렬한 눈에 상처를 남긴 강력한 적도, 샹크스의 팔 한 짝을 날려먹은 그 망할 꼬맹이조차도. 그리하여 벤은 그 남자가 누군지 뒷모습만 보고도 알았다. 제 선장만의 광대여야 했을 사람.
 
그 옆에 있는 것이 누군지는 모두가 알았다. 사막의 왕, 전 칠무해 크로커다일 '경'. 수배서로 볼 때도 꽤 미남자라고 생각했던 단단한 얼굴이 눈 앞에  수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에게 달린 그 수많은 이름값마냥 그는 꽤 이름을 날리는 남자였으나 - 벤은 그를 실물로는 처음 보았기에 잠시 눈을 감았다 떠야 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했으므로. 제 선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수려한 얼굴이 눈 앞에서 역하게 미소지었다. 모래로 대체하지 않은 한쪽 손의 갈고리가 이질적으로 반짝였다. 바다 한 가운데의 햇볕 아래서 보는 제 선장의 붉은 머리처럼. 그것은 분명히 시선을 잡아끌었을 텐데도 그는 살아남아 있었다. 그 무엇보다도 시선을 잡아끄는데도 그 무엇보다도 건재한 사람들. 그것이 그들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그렇다면 반대쪽은 어떠한가? 제 선장의 머리에서 시야를 옮겨갈 수 있을 만큼 붉은 코를 가진 남자는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저 돈 많은 대부의 고귀한 사모님이라도 된 것 같은 꼴이었으니까. 수배서와는 다르게 사진에서 보던 것과 같은 분장 없는 맨 얼굴, 크로커다일 경의 상징과 같던 고급스러운 털 코트, 손가락의 반지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딱히 정의하지 않아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지나치게 가까웠다. 제 선장만의 광대여야 했던 것은 이제 다른 누군가의 광대가 되어 있었다. 제 선장을 바닥부터 산산히 조각내고 상처내면서. 그리하여 벤 베크만은 그를 경멸했다. 애초에 저 광대가 사황씩이나 된 것은 세계정부가 경계하는 가장 위험한 축의 두 남자 - 크로커다일 경과 쥬라클 미호크-를 양쪽에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로스길드, 이름부터 그럴듯한 이 길드는 매번 새롭고 대단한 것들을 내어 놓았다. 그 사악한 전략은 전부 황제의 이름으로 승인되고 진행되었다. 그러나 저것이 황제의 모습이라고? 저것이 거느리고 있는 거라면, 그게 저런 모양이라면 제 황제는 저것보다도 더 대단하고 권위 있는 것을 내어줄 수 있었다. 그가 샹크스가 아니더라도 그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고. 제 3자인 그가 알 정도로 그 오랜 세월을 참고 인내해왔기 때문에. 

제 선장은 위대했고 누구보다 존경할만 했으며 사랑받아 마땅한,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 사막의 왕이 어떤 남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벤은 그를 모르니까. 다른 사람들이 그를 과하게 좋게 평가하는 건 알았지만 그건 동료로서의 평가가 아니라 '이용할 만한' 동맹으로서의, '견제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평가였을 뿐이었다. 그러니 벤은 제 선장의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제 선장을 동료로서, 더 나아가 가족으로서 평가했으니까. 공정하지 못한 평가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는 절대로 상처받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절과 상처뿐이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좌절까지.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로 멀어질 때까지 멍하니 쳐다보던 선장은 손바닥을 들어 제 얼굴을 강하게 쓸어내렸다.

- 가자, 벤. 우리도 물자를 좀 사야지. 여기 오래 머무를 건 아니니까.
- ... 괜찮은 건가?
- 괜찮지 않을 수가 있나?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저 녀석도 제 인생이 있고... 
- ... 원한다면 탈취할 수 있어.

아서라, 저 녀석은 크로커다일 경이라고. 네가 직접 무시할 전력은 못 된다더니? 그는 어느새 표정을 감추고 웃는 낯으로 말했으나 벤은 그 안에 숨겨진 것을 알았다. 상처와 고통, 슬픔과 외로움. 그렇기에 벤 베크만은 제 황제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제 황제만의 광대로 만들기 위해서, 상처입은 제 사자를 조금이라도 낫게 하기 위해서. 그는 사랑받고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으므로.

- 왜 날 보자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것도 샹크스의 이름으로.

그리하여 이 남자를 만난 것이다. 쥬라클 미호크, 미치광이 검사. 그가 제 눈 앞에서 저를 보며 주문받은 맥주잔을 들이켰다. 제 어린 선장은 길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더니 배에 들어오자마자 방에 들어앉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참이었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할 샹크스의 전보벌레로 동네의 조용한 선술집에서 만나자는 전보를 보냈다. 답은 없었으나 벤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는 나올 것이었다. 벤 베크만은 비록 그를 잘 알지는 못했으나 그가 제 선장에게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이었으니까. 그 치열한 나날들, 미치광이 같았던 잔혹한 승부수들. 절대로 답을 얻지 못했던 그 시간들. 수배지를 가져다 줄 정도로 제 선장을 떠본 남자라면 반드시 나올 것임을 벤 베크만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았다. 그리하여 제가 부른 약속시간에 맞추어 홀로 선술집에 나온 터였다. 그의 예측대로 검사는 단 5분도 늦지 않게 선술집에 나타났던 것이었고.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 

- 이번의 내 생일 파티는 선상에서 안 할 거야.
- ... 뭐?
- 내가 원했어. 버기에게 말했지 - 이번에는 시간이 충분하니 육지에서 하고 나아가지고.
- 그 이야기를 왜 나에게 하지?
- ... 너에게 하는 것 같아? 
- 뭐?
- 이 동네의 선술집에서 할 거란 뜻이야. 저녁 7시.

그러니 내 이름을 대고 들어오라고. 술은 잘 마셨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제 몸을 뒤로 돌렸다. 늘상 차고 다니던 큰 검은 들고 나오지도 않은 것을 벤은 그제서야 알았다. 그것이 저를 모욕한 셈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부선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쁜 발걸음을 놀렸다. 그는 우울과 슬픔에 빠져 술에 만취해 있을 제 선장에게 돌아가봐야 했다. 손이 많이 가기는 해도, 역시 샹크스는 사랑받아 마땅한 남자니까, 그는 10년을 넘게 욕망했던 것을 가질 권리도, 이유도 있었으니까. 

-
쓰다보니 진짜 와 둘 다한테 버기 줘야겠는데...
충성스러운 벤 베크만인데 결국 벤도 크로커다일을 '이용할 만한 남자'로 평가하는 아이러니고.. 둘 다 딱히 버기한테는 관심도 없다는 것이 제일 문제일 듯.

아주 늦게 말해주지만 서술 나오는 순서가 샹크스 - 크로커다일 -제 3자(미호크>다스 보네스>벤 베크만)> 버기의 순입니다.. 그래서 제 3자의 시선은 늘 좀 짧은 편임 다른 사람들은 내면 묘사가 장황해져서 길어지는 중이고..!  
아 그리고 제목 통일할걸ㅋㅋㅋ 늘 후회함 이번엔 무슨 단어를 써야 하나 겹치지 않게 써야하는데 습습  
늘 재밌게 봐줘서 감사합니다 퇴고도 없는 글인데ㅠ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2023.10.02 00: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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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자마자 뜬 첫글이 센세였어...이건 축복이야..
[Code: 0a84]
2023.10.02 00: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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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내센세랑 동접
[Code: a1d2]
2023.10.02 02: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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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밤 이글을보기위해 들어왔어요
[Code: f9be]
2023.10.02 02: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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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센세 너무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9be]
2023.10.02 02: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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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버기를미친듯이 원한다는거에서 좋아죽을꺼같아...둘다한테줘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9be]
2023.10.02 02: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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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좋다는말만 계속나와... 센세의글 완벽한 캐해 ㅜㅜㅜㅜㅜㅜ은혜로운글 너무나감사합니다
[Code: f9be]
2023.10.02 0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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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매일매일 써주니까 너무 좋다…이제껏 본 샹버기연성 중에 최고…진심 새 글 또 올라왔을까, 매일 새로고침하고 있어 ㅜㅜㅜ
[Code: 1dab]
2023.10.02 04: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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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수인 내센세... 최고의 추석이다...
[Code: ad6d]
2023.10.02 04: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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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하 좋다 좋아
[Code: 8c3a]
2023.10.02 04: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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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센세만이 나의 빛 추석 최고의 컨텐츠야..!!!
[Code: 6e5d]
2023.10.02 07: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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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세같살이 불가능해보이지만 세같살을 외치고 싶은 이기분 알아...?눈뜨자마자 센세가 와줘서 내 하루는 빛날꺼야ㅠㅠㅠㅠㅠㅠㅠ
[Code: 1db2]
2023.10.02 09: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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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나 진짜 센세 만나서 너무 행복한 거 알지? 이 금무순의 끝이 어딜까 나는 너무 궁금해....
[Code: d669]
2023.10.02 10: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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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크스를 괴롭게 하기 때문에 경멸하면서도 그런 샹크스 위해서 버기 빼앗아오려는 벤 존나 맛있다 센세가 쓰는 캐릭터들 다 너무 매력적이야ㅠㅠㅠㅠㅠ
[Code: cbc8]
2023.10.05 02: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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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샹크스 크로커다일 둘 다 공평하게 버기를 갖자
[Code: 55ad]
2023.11.16 00: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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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정말 사랑한다
[Code: 7514]
2023.11.19 0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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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 제 어린 선장을 얼마나 아끼고 위하는지 제 가슴이 다 절절해요ㅠ 상처 받은 샹크스 모습 보면서 제 가슴도 타들어가는데 센세는 언어의 마술사 아니신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87e]
2024.02.03 01: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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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 반으로 갈라서 양쪽 다 주자 버기는 반으로 갈라도 되니까
[Code: 0b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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