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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00:41
1. 샹크스의 독백이: https://hygall.com/565174713
2. 크로커다일의 사정이:https://hygall.com/565319296
3. 쥬라클 미호크의 시야가: https://hygall.com/565517430
4. 버기의 속사정이: https://hygall.com/565670486
5. 기분이 나쁜 샹크스가: https://hygall.com/565801012
6. 크로커다일의 격노가 : https://hygall.com/565924523
7. 다스 보네스의 의문이: https://hygall.com/566063671
8. 버기의 두려움이: https://hygall.com/566209514
9. 샹크스의 욕망이: https://hygall.com/566394690
10. 크로커다일의 도취가: https://hygall.com/566492743
11. 벤 베크만의 경멸이: https://hygall.com/566586263
12. 버기의 우울이: https://hygall.com/566879057

재생다운로드Film Red (15).gif

제 오랜 짝사랑은 더럽고 치졸했다. 아니야, 그것은 짝사랑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형태였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가 있나? 샹크스는 그것을 감히 사랑이라고 부르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다. 그것은 보다 원초적인 것에 가까우니까. 굳이 다른 단어를 찾는다면 욕망이 제일 가까우려나. 거절당한게 한 두 번도 아닌데 왜 이번의 거절은 힘든 건지 그는 차마 알지 못했다. 정확히는 깊이 생각할 힘조차도 없었다. 이번엔 뭐가 다를까. 아아 그래, 네 옆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는 게 달랐다. 크로커다일 경, 해적 주제에 배도 아니고 킬러 조직을 가지고 있는 그 남자는 두 번이나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제 세상까지 친다면 세 번이나. 백안에 가까운 회색 눈동자는 잿빛을 띄었다 - 그가 입에 물고 있는 시가의 재만큼이나 수많은 것들을 그 아래로 묻어버리면서.

제 해적선 안으로 어떻게 돌아왔는지 알 길이 없었다. 부선장이 코옆에 있으니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게 다였다. 빈 공간이 펄럭이며 코트가 나부꼈다. 비가 올련지 먹구름이 자꾸만 바람을 불렀다. 근해의 주인에게 한 팔을 바쳐 모두의 눈을 의심케 한 실력자는 처음으로 제 양팔이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 두 팔이면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꾸만 제게서 멀어지는 발걸음이 아팠다. 꼬마를 구하기 위해 이걸 내버린 걸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는 늘 모든 걸 후회하게 만들었다. 입을 가볍게 놀린 것들을 살려보낸 것도, 몇 번이고 져준 것도, 더 일찍 사랑을 고하지 않은 것도, 비가 오던 그날 어떻게든 낚아채지 않은 것도- 모든 것이 그의 앞에서는 후회였다. 단 한 번을 되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제 처절한 인생까지도.

- 두목, 이 정도까지는 살 필요 없어 보이는데. 우리 남은 것도 있고-
- ... 아, 그래? 많아?
- ... 많지, 엄청.

정말로 어떤 정신으로 배까지 돌아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익숙한 환경에 놓이자 마음이 조금 풀어진 것도 같았다. 그러니까, 누구마냥 여직 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보물들 사이에서야. 방문을 굳게 닫아걸고 방 안에 쌓아둔 독주를 들이켰다. 이것도 너를 위해서 남겨둔 거였다. 헤어진 것이 20대 초반이었으므로 그와는 술 대작같은 건 해본 일이 없었다. 어른의 음료수, 금단의 것. 로저가 몇 번 줘 보라고 웃어대도 절대 안 된다고 인상을 쓰던 레일리의 눈을 피해 간신히 훔쳐낸 그것. 이걸 왜 먹지? 호기롭게 훔쳐내서 기세 좋게 들이킨 것까지는 좋았으나 곧 알코올 특유의 씁슬하고 역한 맛이 입을 때렸다. 초콜렛이나 훔쳐 먹던 아이들에게는 꽤 어려운 '어른의 맛'이었다. 저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버기는 곧잘 마시는 것 같았다. 그런대로 괜찮은데? 쓰다고? 어린 녀석. 모든 것이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결국 제 것까지 조금 더 마시고 코만큼 새빨개진 얼굴이나 - 그만큼 붉은 입술이. 제 마음도 그런 색일 것임을 어린 샹크스는 그만큼이나 붉은 머리로 확신했다. 시선이 부딪히고 입술이 맞닿았다. 그날 버기는 샹크스가 뭍에서 사다 준 붉은 색 두건으로 머리를 가리고 있었으므로 - 첫키스의 추억은 오롯하게 붉은 빛이었다. 어두운 밤이라 색채라고 보이는 것은 별빛 뿐이었는데도 샹크스는 그날을 붉은 색으로 기억했다.당연히 다음날 레일리에게 된통 혼나는 바람에 경계가 삼엄해져, 그 뒤로는 딱히 둘이 술을 마셔본 일이 없지만 -  샹크스는 버기와 헤어지기 직전까지 단 한번도 술이 맛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른들은 왜 이게 맛있다고 할까? 그러나 이제 그는 알았다. 그것은 눈물과 재의 맛이었다. 마음이 타고 고통이 쌓였을 때나 느낄 수 있는 맛. 샹크스는 제 마음에 재를 탄 그 순간부터 술을 좋아했다.

- 두목! 나와서 뭐 좀 먹어봐, 배 안 고파? 맥주만 먹으면 속 버려!

럭키 루가 몇 번 방문을 두드리는 것 같다가 대답하지 않자 다시 세상이 고요해졌다. 이렇게 많이 마셔본 적이 없어서 어지럽기만 하고, 세상이 빙빙 돌았다. 그 뒤로 무슨 정신이었는지는 완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나는 건 하나, 제가 웃기지도 않는 붉은 코를 따라한 크로스길드의 배 앞에서 버기를 불러댔던 것 뿐. 위험한 행동인 건 알았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과 별개로, 쥬라클 미호크는 제가 단 한 번도 승부를 낸 적이 없는 인물이었는데도 자신감이 솟구쳤다. 술이란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갑판 위에서 흘러내리는 비를 맞으며 바다를 멍하니 쳐다보는 시선이 텅 비어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게 나였으면 좋겠는데. 수영하고 연관된 거였어도 좋을 터였다. 그것조차도 자신하고 연관되어 있으니까. 그의 모든 것은 자신과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외팔잡이 사황은 확신했다 - 묻지 않아도 알아, 제 것도 그러하니까.    

- 샹크스, 너 맥주병이구나!

버기는 수영하는 걸 꽤 좋아했다. 그가 저보다 앞서는 몇 안되는 것 중의 하나가 수영이었고 버기는 그것을 꽤 좋아했다. 그가 으스대고는 하면 샹크스는 입을 삐죽대고는 했었다. 수영은 '그가 버기에게 져줄 필요가 없는 몇 안 되는 일'이었기에 그것이 차라리 더 솔직한 것이었는데. 조금 더 같이 나다녀 줄걸, 칭찬도 가득 해 줄 걸, 대단하다고 말해줄 걸. 악마의 열매를 먹은 후에는 그것조차도 잃어버리고 말았으니까. 제 잘못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나 되돌아보면 가득히 남는 것은 후회뿐이었다. 모든 것이 그의 앞에서는 후회였다, 좋았던 순간도 나빴던 순간도 기억하고 싶었던 순간도. 아이러니하게도 후회가 가득해도 잃어버리고 싶은 순간은 없었다는 것조차도. 또다시 고백한 사랑이 거절당하는 순간에도 그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못내 기꺼웠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걱정해줘. 나를 생각했다고 말해줘. 해적왕이라고, 그런 건 필요 없어. 그런 건 제 인생에 없는 것이었다. 아아, 이 순간도 뒤돌아보면 후회로 가득할까? 분명히 그럴 거라는 걸, 입을 맞추며 외팔잡이는 확신했다. 제 것과 다르게 체온이 잔뜩 식은 입술이 그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었으니까. 
 
역시 배로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동안 딱히 아픈 적도 없었는데 비를 맞고 서 있어서였는지 열이 자꾸만 올랐다. 가족도 첫사랑도 모두 잃었던 그날처럼. 열이 많이 나네, 두목. 춥진 않고? 침대에 웅크려 누워 혼고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혼고, 혹시 브랜디 있어? 아까 마시던 거 마저 마시고 싶어. 그건 두목이 다 비웠잖아. 애초에 열이 많이 나는데 무슨 브랜디야, 두목. 좀 더 자는 게 좋겠는데. 악마의 열매 능력자도 아니어서 평생을 모를 그 기분을, 마음이 물에 잠겨들어 수압에 내리눌리는 그 기분을 온몸으로 느끼며 붉은머리 선장은 브랜디를 생각했다. 그리하여 샹크스는 깨달았던 것이다. 버기는 마음에 재를 탔던 거라고, 어른의 체험을 하던 그 날에도. 모두의 공포와 존경을 사는 빨간 머리 해적단의 붉은 머리 선장은 고열 속에서도 제 마음을 내리누르는 푸른 바다를 생각했다. 온통 푸른빛이던 섬, 저보다 한참 앞서 그 안에서 반짝이는 푸른빛 머리. 그리고 그것을 탐욕스럽게 비춰내던 짙고 붉은 햇살까지도. 그것은 고열 속에서 끝없이 반복되었다 - 이 지독한 꿈의 주인인 선장과 함께 자리를 비웠던 벤 베크만의 귀환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할 여력조차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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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 달아주는거 너무 고맙게 보고 있습니다... 매번 무순 쓸 적마다 심리묘사를 길게길게 쓰는 게 버릇이 되어 너무 구구절절 샹크스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분량이 오락가락하네...짧았다 길었다가 하는군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2023.10.05 01:01
ㅇㅇ
모바일
센세 사랑해... 매일매일 센세를 기다려...
[Code: 3ac4]
2023.10.05 01:16
ㅇㅇ
모바일
센세가 짱이야
[Code: 6e47]
2023.10.05 02:11
ㅇㅇ
모바일
센세 사랑해 센세가 하는 캐해가 너무 찰떡이라 좋아
[Code: f30c]
2023.10.05 03:13
ㅇㅇ
모바일
버기편 보면 버기가 안쓰럽고 그러다가도 또 샹크스 보면 샹크스...크로커다일 보면 또 크로커다일이...정말 둘 다 공평하게 버기를 가져야겠다 버기야 그렇게 됐다 아뮤튼간에
[Code: 374a]
2023.10.05 03: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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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작과 함께 하는 삶.... 센세 저는 너무 행복해요
[Code: c79b]
2023.10.05 03: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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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크스 짝사랑도 너무 눈물난다 한번도 되돌려받지 못한 짝사랑ㅠㅠㅠㅠㅠㅠㅠ 샹크스가 한번만 조금만 솔직했으면 이지경까진 않왔을텐데ㅠㅠㅠ 대화를 하란말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b21]
2023.10.05 06: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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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검색했을때 센세 글이 나오면 이제 너무 좋아서 심장이 존나 뛰어서 죽을것 같아 존나 심호흡 한다음에 떨리는 손으로 클릭하는 이 마음 센세가 알지 모르겠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빗속에서 드라마처럼 키스갈기더니 왜 필름 끊겼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도 너무 기대되서 죽을것 같아ㅠㅠㅠㅠㅠㅠㅠ
[Code: 6640]
2023.10.05 1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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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는 로저 처형된날 이후로 비오는날 악몽꾸고 샹크스는 그때도 열병앓았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바보들 서로 좋아하면서 지독하게 돌아가는 바보들ㅠㅠㅠㅠㅠㅠㅠ
[Code: 25f3]
2023.10.05 13: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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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없으면 나 이제 죽을거같아
[Code: 0b1e]
2023.10.05 19: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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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개좋아,,, 최고야,, 짜릿해,,,
[Code: 5255]
2023.10.05 23: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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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던가?! 싸라해!!!!!!!!!!! 영 원 히 함 께 해 ❤️
[Code: 894f]
2023.11.16 01: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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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이면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눈물 터진다ㅠㅠㅠ
[Code: fa79]
2023.11.19 0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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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심리 묘사 최고예요 센세의 글을 읽지 않은 내 모든 순간을 후회할 정도로
[Code: c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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