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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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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크로커다일의 사정이:https://hygall.com/565319296
3. 쥬라클 미호크의 시야가: https://hygall.com/565517430
4. 버기의 속사정이: https://hygall.com/565670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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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전사이자 알비다 해적단의 선장이었고, 버기즈 딜리버리의 수뇌부이자 크로스길드의 조직원인 쇠몽둥이 알비다는 제 손에 들린 다트를 몇 번이고 매만졌다. 오늘따라 이상할 정도로 목표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는 다른 조직원들이 제 눈치를 보는 것이 제 눈에도 명확할 정도로 잘 보여 더욱이 기분이 나빴다고. 근래 조직의 분위기가 영 최악이었다. 아니, '분위기가 좋았던' 적이 있긴 했나? 애초에 시작도 시작이었고 - 수뇌부부터가 구성이 저 모양인걸. 멍청한 저 광대를 제외하고서라도. 잔혹한 사업가라는 크로커다일, 남의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쥬라클 미호크. 저 미치도록 멍청한 구성에 사연이 그렇다쳐도 버기가 황제라니. 알비다는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혀를 크게 찼다. 하나, 둘. 이번에 던진 다트도 과녁의 중앙을 빗겨나갔다. 아, 제기랄. 알비다는 옆에 있는 시가를 집어들었다. 담배가 지독하게도 말렸다. 이스트블루에서 노략질이나 할 때는 담배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왜 해군 놈들이 시가를 그렇게 물고 다니는지 알 것도 같았다니까. 두 개씩이나 물고 다니는 그 웃기지도 않는 니코틴 중독 대령 놈을 포함해서.

- 알비다. 

그래, 왜 피는지 알겠다니까. 알비다는 제 옆에 앉은 익숙한 광대의 얼굴을 흘낏 쳐다보았다. 다트를 한 번 더 던지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손에 든 것이 없었다. 아오, 제기랄!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뭔데, 또? 제 오른편,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지겨운 바다가 시려울 정도로 푸르렀다. 오래된 듯한 붉은 빛 두건에 가려져 한 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머리를 상상으로 생각하게 만들면서. 이제 자신도 이 지경이라니. 이 망할 크로스길드를 휩싸고 도는 말도 안되는 것들이 모두를 괴롭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중병이었다니까.

- ... 누가 너한테 예쁘다고 말하고, 해달라고 하는대로 해주고, 선물도 사다 주면 그건 어떤 것 같아?
- 뭐가 어떻긴 어째? 호구 새끼지.

입을 꾹 다무는 걸 보면서 알비다는 괜한 심술을 부렸다 싶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안 좋았다고. 시가가 떨어졌는데 누군가는 배를 지켜야 하니 남으라는 말을 들었던 셈이었다. 교대로 내일 나가게 해준다고. 어제 크로커다일이랑 나갔다 오더니 뭐라도 있었나. 하긴 뭐라도 있었겠지. 그러니 그 미치광이가 피투성이가 되서 들어왔을 터였다. 저 정도 실력자를 저렇게 만들다니 뭐라도 한 걸까. 빨간 머리네 해적선도 이 근방에 있다는데 서로 주먹질이라도 했나? 이 녀석 하나 두고? 입에 물은 시가까지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받는 김에 크로커다일의 것을 하나 훔쳐냈더니, 제 것보다 훨씬 독한지 입에 물은 시가가 매웠다. 이 새끼는 이걸 어떻게 하루에 몇 개씩이나 피워대는 거지? 젊은 나이에 빨리 죽고 싶어 환장했나. 아니지, 그 정도 일 중독자라면 과로사가 우선이겠네. 아아 - 그것조차도 아니겠군. 이 광대 때문에 죽고 말 거야, 그 망할 호구는.

- 아냐, 나한테 -
- 너한테 뭐? 웅얼대지 말고.
- ... 사,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걸.
- 아니라고! 멍청하기는. 애초에 당신한테 마음이 없다면 그런 짓을 왜 하겠어? 선물 사다 바쳐, 구구절절 매달려. 그 두 놈이 타인한테 그럴 놈으로 보여? 
- 너 누군 줄 알고 하는 말이야?
- 너 빼고 다 알겠다, 이 미친! 너한테 마음이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라고. 연애 한 번도 안 해봤어?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대답이 없는 푸른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알비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멍청한 걸 어떻게 하면 좋지? 라고. 이런 것이 뭐가 좋아서 다들 그렇게 날뛰는지 그녀는 전혀 감조차도 잡지 못했다. 그 붉은 머리야 어린 시절에 어쩌고 뭐 그런 거라고 하니 그렇다치고, 천하의 크로커다일 경이 왜. 도대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들 뿐이었다. 해적의 일생이란 그랬다. 간계 없는 해적 없고 사연 없는 해적 없고 '이해 가는' 짓거리를 하는 해적도 없었다. 다들 자기만의 과거가 있고 계획이 있고 목표하는 바가 있었다고. 태어났는데 부모 없이 나 혼자인 것? 부모가 해적에게 죽는 거? 친구가 해군이나 천룡인한테 제지당하다가 사라지는 것? 해왕류에게 형제가 물려서 없어지는 것? 걔중에 하나쯤은 누구나 있는 스토리였다. 그게 없다면 그저 '뒤지게 운이 좋은 녀석'일 뿐인 셈이었다. 천룡인이 아니고서야 그건 거진 불가능하니까. 그게 이 세계니까. 알비다는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옆의 테이블에 지져 껐다. 제기랄, 위스키라도 새 거 달라고 하든가 해야지. 왜 대답이 없어, 망할 광대가. 그리고 알비다는 단 1분의 짧은 침묵 이후로 - 가장 기본적인 질문, 그것에 대한 힌트를 얻고야 말았다. 

- ... 할 필요가 딱히 없었지. 나한테는 해적왕이 있었으니까.

망할, 망할! 쓸데없이 로맨틱하기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제 머리를 쓸어넘겼다. 사랑이란 사람을 정말로 우습게 만들었다. 그것은 제 목숨을 위협했다가 원치 않게도 구해준 크로커다일 경이나, 온 바다를 주름잡고 다니며 해군까지도 겁먹게 만들었던 망할 빨간 머리 뿐만이 아니라 -  이 광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알비다는 한숨을 내쉬며 시가를 다시 지져 껐다. 역시나 이 광대가 뭐라고. 사실 아직도 명확한 답은 내릴 수 없었으나 알비다는 지금까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버기는 굳이 따지자면 뭐랄까, 사람을 꽤 끌어당기는 스타일이었으니까. 이스트블루에서 서로가 아무것도 아닐 때부터 알았던 사이였다. 실력도 없고 뒷배도 없으나 - 물론 그때는 사황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 같은 것도 몰랐던 데다 크로커다일이 얽히기 한참 전의 일이었고 - 자신을 내보이는 것에는 꽤 익숙한 녀석이었다. 당연하게도 그것이 그의 '생존 방식'이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지금에야 드러난 것이지만 해적왕의 배 출신, 해군이 그토록 노리는 빨간 머리의 '가장 소중한 것'. 그렇기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스트 블루에서만 노략질을 했어야 했겠으나, 그렇다고 해적질을 포기하기에는 그는 낭만이 있는 남자였다. 저렇게라도 해서 자신을 보호해야 했을 터였다. '그 빨간 머리'가 자신에게 돌아올 때까지. 그렇게나 죽고 못 사는 주제에 둘이 왜 갈라졌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사랑이란 사람을 우습게 만들었으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쇠몽둥이는 그를 싫어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비록 그의 부하들이 그를 구하려는 걸 말리고 그의 배를 끌어안기는 했어도. 그것은 끌어안아도 딱히 큰 이득이 없는 일이었다고. 저런 망할 겁쟁이들을 누가 좋다고 데리고 있는단 말이야. 도움이나 되나? 차라리 제 선장처럼 허세라도 잘 떨든가. 그리하여 알비다는 도망갈 계획이었다고, 일이 이렇게까지 꼬일 줄도 모르고. 당연히 크로커다일의 앞에서는 그의 원래 해적선 동료들처럼 공포에 질려 아무렇지 않은 척 할 뿐이었지만. 하지만 그는 제 앞에서 과한 모욕을 당하고 있는 최초의 동료를 저도 모르게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저 앞에서 저런 짓을 당하고 있는 것에는 제 한계에 부딪혀 그를 외면해버린 제 역할도 얼추 있음을 알았으니까.

그래서 알비다는 말해주기로 했던 셈이었다. 로그타운에서부터 같이 달려온 빚이었다. 더욱이 크로커다일이 그를 싸고 돌 때부터 그를 배신한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다고. 버기가 한 마디만 했다면 자신이나 옛 버기 해적단의 일원들은 한 방에 내일을 못 볼지도 몰랐다. '그를 배신했던'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그 모래의 왕은 배신을 가장 하등한 것으로 여겼다. 그의 최측근이 자신을 노려보던 시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에 알비다는 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이 정보는 너와 나의 목숨값.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빚진 게 없는 거야. 누군가가 너를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너는, '운 좋게도 사랑받는' 중이라고. 그렇다면 둘 중에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할까? 그녀는 해적이었으며 냉정한 계산가였으므로 - 그리하여 속삭여준 것이다. 크로커다일에게는 제 목숨을 빚진 셈이었으니까. 비록 그가 그것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 그는 너를 좋아해. 그러니까 잘 생각해 보라고, 둘 중에 누굴까. 빨간 머리인지 악어인지.

멍청하게 입을 떡 벌린 그의 손목에 걸린 팔찌가 햇볕을 받아 금빛을 내며 반짝였다. 마치 누군가의 손에 걸린 갈고리마냥. 그를 두고 일어서면서 알비다는 새 시가를 찾아 입에 물었다. 이것 또한 크로커다일의 것이니 독할 것임은 명백했다. 역시 새 시가를 사러 가야겠다니까, 이런 독한 걸 입에 물고 있고 말이야. 과연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기만 했던 자의 생명을 좀먹는 건 무엇일까, 시가일까 일일까 아니면 저 멍청한. 그리고 의외로 그것에 대한 답은 꽤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동네 선술집에서 누군가가 수군덕대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 그 '크로커다일 경'이?
- 그래, 이 동네에 정박한 다른 해적들이 여기서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고.

다른 해적? 당연히 빨간 머리를 말하는 셈일 터였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기에. 그리고 바로 다음 말이 그녀의 귀에 바로 와닿았다 - 그 자가 바로 그 대해적, '에드워드 뉴게이트'의 아들이라던데. 그렇다면 제 아비한테 덤비다가 팔이 잘렸단 말이야? 그런 셈이지. 이어지는 대화가 비밀스럽고도 여상스러웠다. 뭐라고, 망할! 자연스럽게도 알비다는 놀라움보다는 위기감을 느끼고야 말았던 셈이었다. 빨간 머리가 치사한 전법을 구사하고 있는 중이니까. 흰수염은 그 이름값만큼이나 적이 많았다. 지금이야 완전히 고꾸라진 상태지만 그가 바다에 군림한 시간은 길고도 길었다. 산하 선장들은 대부분이 죽거나 수감된 상태였으니 그들이 보복할 방법은 딱 하나, '단 한번도 드러난 적이 없는 그의 아들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해적에게서 왕국을 보호하며 뒤에서 음모를 꾸며대던 사막의 왕이라니. 못나서 제 아비에게 버림받고 손목이 잘린, 그리하여 위대한 항로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사막에서나 자리를 잡은 '사막의 왕'. 꽤나 그럴 듯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가. 반대여도 매한가지였다. 아버지에게 도전하여 결국 아비를 죽일 뻔 하고자 했던 자, 실제 제 아비가 죽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기력한 남자. 어떤 쪽이 되어도 그는 '죽어 마땅한' 자.

이렇게 되면 그녀는 당연히 모래의 왕을 지지해줄 수밖에 없다고, 쇠몽둥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금 전에 구매한 시가 상자의 입구를 매만졌다. 겨우 배를 빠져나왔는데 배로 돌아가 봐야 하는 일이 생긴 셈이었다. 그리고 머리를 스치는 것- '그 녀석'은 이것을 아나? 제기랄, 이번에도 배신할 수는 없었다. 주문한 데킬라를 마지막으로 한 잔 더 들이키며 알비다는 중얼거렸다. 역시, 자신은 버기를 미워할 수 없다고. 내세우는 거 밖에는 잘하는 게 없어도 모두를 홀리는, 그 망할 광대를. 이건 시가 한 통으로는 안 되겠는데. 그녀는 몸을 일으키고 제 몽둥이를 들고 나섰다. 제 첫 동맹, 징그러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그 광대에게 돌아가기 위해. 


어후 퀄이 오락가락..;; 문장이 그닥이라 글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 덧붙이지만

알비다도 비록 자기가 약했기 때문에 버기 해적단 멤버들이 임펠타운에 버기 구하러 가는 거 막았고 (물론 그 약체들로는 갈 방법도 없었던 것도 맞고) 버기 해적단 먹고 튈려다가 스모커한테 잡힐 뻔한 거 크로커가 끼어들면서 구해진 거잖음? 물론 크로커는 얘를 구할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알비다는 버기를 진짜 싫어하고 한 건 아니어서 최후의 순간엔 결국 그를 편들어주긴 할듯. 첫 동맹이었고 그에겐 미안한 것도 많으니까. 물론 그가 약했으니 이용대상으로 보긴 봤지만서. 그리고 기왕 그와 짝지어준다면 비록 의도치 않았더라도 제 목숨을 구해준 크로커다일쪽이 더 좋았겠지.

저 정도 퀄의 글로 설득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샹버기 크로커다일버기 
2023.10.08 01: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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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성실연재는 사랑이야...
[Code: 352d]
2023.10.08 01: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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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은혜로운글 감사해ㅠㅠㅠㅠㅠㅠㅠ
[Code: a31c]
2023.10.08 01: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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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의 캐해는 너무완벽해서 좋아 죽을꺼같음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31c]
2023.10.08 01: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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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사랑해ㅠㅠ진짜 한글자 한글자 아껴읽는다 글이 줄어드는게 아까워서 우는 내마음 센세는 몰라ㅠ아니 근데 버기 이 망충이를 어쩌면좋아 크로커 마음을 진짜 몰랐냐 온몸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얘를 어째ㅠㅠㅠㅠㅠ
[Code: be2d]
2023.10.08 02: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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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쩐다는 말밖에는..
[Code: ef32]
2023.10.08 04: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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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덕분에 매일매일 행복해...
[Code: 1f92]
2023.10.08 04: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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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말된다…
[Code: f902]
2023.10.08 05: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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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센세 덕에 하루가 행복해
[Code: fb96]
2023.10.08 08:15
ㅇㅇ
모바일
센세 센세 덕분에 하루하루가 행복해
[Code: eec5]
2023.10.08 1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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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알비다가 크사장 편을..! 아 이러면 이제 힘의 균형을 위해 누가 샹크스편을 들어줄지 너무 궁금해요ㅠㅠㅠㅠ
[Code: 0def]
2023.11.16 01: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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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설득력 있어
[Code: fa79]
2023.11.19 03: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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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의 글은 설득력 그 자체야 넘쳐 흘러서 단 한순간도 모자란 적 없어요ㅠㅠㅠㅠ 제 3자 입장에서 보니까 둘의 관계가 더 맛있어짐ㅠㅠㅠㅠㅠ
[Code: c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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