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5710389
view 3363
2023.05.30 22:20
<아기곰 루>
bgsd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 오나더 
육나더 / 칠나더 / 팔나더 / 구나더 / 끝나더
<여우 행이>
bgsd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i16264176640.jpg
 

올해 에어쇼는 규모가 훨씬 커진 만큼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음. 당연히 루스터도 묘기 비행의 연습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만큼 자연스레 행맨과 함께 있을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지. 루스터는 그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마음 같아서는 행맨을 우선시하고 싶은데, 여우는 그것이 역으로 못마땅한 모양이었거든.

루스터가 "연습 시간을 줄여달라고 부탁해 볼까? 네가 기다리고 있어 일찍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면 부대에서도 양해를 해줄 거야."라고 말한 순간, 행맨이 앞발로 루스터의 코를 때리며 '캥캥' 화를 냈거든. 마치 '그런 식으로 대충 할 거면, 그 자리 나한테 주던가!'하고 화내는 것만 같아서 루스터는 아픈 코를 문지르며 "열심히 할게..."하고 답하는 것이 최선이었지.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훈련을 위해 루스터가 나갈 준비를 해. 부스럭대는 소리를 들은 것인지, 부스스한 몰골의 여우가 비척비척 거실로 걸어 나왔어. 여우는 짭짭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시더니 크게 하품을 했지. 여기저기 뻗쳐있고 눌려있는 털 때문에 여우의 몰골은 말도 아니었지만, 루스터의 눈에는 사랑스럽게 보일 뿐이야.

- 일어났어? 내가 깨운 거야?

루스터는 고개를 숙여 행맨의 털을 정리해 주듯 한 번 쓰다듬고는 정수리와 뺨, 콧등에 연달아 뽀뽀를 해주었어. 그러자 여우는 '킁'하고 작게 소리를 내더니 앞발로 제 얼굴을 문질러. 그리고는 루스터의 뺨을 한 번 핥고는 까만 코 끝을 루스터의 코에 꾸욱 눌렀어. 행맨이 여우가 된 이후로 쭉 루스터와 행맨의 아침 인사는 이런 방식이었음.

- 다녀올게, 행이.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뽀뽀를 하려고 다가가자 여우는 폴짝거리며 앞으로 쭉 내민 루스터의 입술을 피해 달아나. 그러더니 저 멀리 침대 뒤쪽에서 귀만 쫑긋 내민 채 '캐캐캥' 웃고 있어. 네가 기분 좋으면 그걸로 됐어. 루스터 피식 웃고는 상쾌한 기분으로 훈련을 하러 갈 거야. 


 

전투기에 올라탄 루스터는 계속해서 여우를 생각해. 지금 행맨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종종 그러했듯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루스터는 그를 위해 끝내주게 멋진 비행을 선보여야겠지. 루스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고, 완벽에 가까운 비행을 했어. 물론 행맨이 곁에 있었다면 '여전히 느려!'하고 딴지를 걸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야.

그렇게 루스터는 아침 훈련에 이어 에어쇼의 묘기 비행 연습까지 끝냈음.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날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직 하늘은 밝았지. 루스터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행맨에게 돌아가고 싶어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어. 그 폭신한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보드라운 배에 마구 뽀뽀를 해줄 거야. 행맨이라면 짜증을 내며 두 앞발로 루스터의 입술을 꾸욱 누르겠지만, 그 자그마한 앞발을 입에 넣어 장난도 좀 쳐야지.

루스터는 키득키득 웃으며 관사로 돌아가 문을 열었어. 일찍 돌아온 루스터를 보고 여우는 화들짝 놀라 제자리에서 점프를 할까?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안은 조용해. 깜짝 놀래키기 위해 집안을 둘러보면 붉은 털덩어리는 곧장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루스터는 살그머니 발소리를 죽여 이곳저곳을 찬찬히 살펴보았지. 침대 위? 없었어. 그럼 침대 아래? 그곳에도 없었어. 소파, 옷장, 쿠션, 테이블 아래, 커튼 뒤까지 꼼꼼히 찾아보았지만, 어째서인지 행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 행이? 제이크 나 왔어!

일부러 소리를 높여 그를 불러보아도 '캐캥'하는 목소리나 토도도독 가벼운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음. 어디서 잠든 것이 아닐까 덜컹거리며 서랍을 쳐보기도 하고 요란하게 문을 닫았다가 열어보아도 집 안에 흐르는 것은 고요한 정적뿐이야.

- 행이 어디 있어?

불안감에 다시 한번 행맨을 불러보며 몇 번이고 집 안을 돌아다니는데도 여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루스터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빠르게 뛰기 시작해. 어디로 간 거지? 어떻게 된 거야? 혹시 누가 몰래 들어와서 여우를 납치한 것이라면? 그런 생각까지 도달하자 루스터의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아. 뒷덜미를 잡아 올리면 그 작은 여우는 아무 저항도 못한 채 쉽게 잡힐 거야. 하지만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루스터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어. 경찰에게 전화를 해야 할까? 아니면 매브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어쩌면 좋지? 그렇게 루스터가 창백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는 사이, 어디선가 ‘드르륵’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면 거실에 있는 창문이 아주 조금씩 옆으로 밀리더니 좁은 틈새로 여우의 길쭉한 주둥이와 까만 코가 안쪽으로 쑥 들어와.

- 행이!

루스터가 놀라 달려가면 행맨은 몸을 구깃구깃 억지로 쑤셔 넣듯이 창문의 틈새로 들어와. 털이 조금 헝클어졌지만, 여우가 몸을 부르르 떨자 원래의 형태로 돌아왔지. 그러더니 행맨은 ‘네가 왜 벌써 왔어?’라는 시선으로 루스터를 올려다보며 '캥'하고 짧게 소리를 내. 루스터는 그저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여우를 바라보았음. 설마 루스터가 훈련으로 관사를 비울 때마다 행맨은 이렇게 자유자재로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것을 반복했던 것일까?

- 너...대체 무슨 생각이야.

황당함 다음으로 밀려오는 감정은 분노였어. 루스터는 자신의 이마에 손을 얹고 짧게 심호흡을 했지만, 그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아. 루스터가 그러든 말든 눈앞의 여우는 더러워진 흙발을 매트 위에 슥슥 문지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었지.

- 밖은 위험하잖아. 넌 지금 작은 여우야. 그냥 동물이라고! 왜 멋대로 밖에 나가는 거야? 만약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랬어. 네가 평범한 야생동물인 줄 알고 누군가 신고했다면? 마취총을 맞아 잡혀가든 사냥꾼에게 총을 맞든 해서 더 이상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면 어쩔 생각이었냐고!

루스터가 울분을 쏟아내자 여우는 이쪽을 보고 눈을 깜빡여. 그러더니 '킁'하고 작게 코웃음을 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려버려. 그 태도가 묘하게 열받아서 루스터는 행맨의 뒷덜미를 잡아 들어 올렸어.

- 캐캐캥!

여우가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바둥거렸고, 루스터는 손에 힘을 줘 여우가 도망치지 못하게 했어. 거 봐. 이렇게 쉽게 잡힐 거면서 겁도 없이 왜 밖에 나가는 거야. 나는 아기곰이었을 때 얌전히 있었는데, 너는 왜 말썽을 일으키는 거야. 그렇게 루스터가 쏟아내면 여우는 또 뭐가 불만인지 꼬리를 부풀리며 씩씩대는 소리를 내. 

- 뭘 잘했다고 네가 화를 내? 

- 캐캥!

- 말대꾸하지 마. 반성해야 하는 건 너야. 내가 걱정할 거 뻔히 알면서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나갔다는 거잖아.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그걸로 됐다고 넘어갈 생각이라면 관둬!

루스터가 소리를 지르자 여우는 움찔해. 그리고 꼬리와 귀가 추욱 처졌어. 평소 같았으면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루스터는 잠시 망설이다가 행맨을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음. 그리고 그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와버렸지.

- 내일 아침에 꺼내줄 테니까 오늘 밤은 거기서 반성해.

- 캥!

여우가 낑낑대며 발톱으로 문을 박박 긁는 것이 들렸지만, 루스터는 이를 악물고 돌아섰어. 

루스터행맨

2023.05.30 22:25
ㅇㅇ
모바일
아이고... 루스터야 걱정하는 맘 아는데 그렇다고 애를 욕실에 가둬버리면 어떡하냐 나는 이거 아니라고 본다..... 차가운 욕실바닥에서 어케 자라고....밥은 주는거지....? 생각하다보니 화나네 아니 물론 행맨이 위험할 짓 하긴 했지만... 아니 근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Code: b717]
2023.05.30 22:30
ㅇㅇ
모바일
아이고 루스터야 너 지금 후회할짓 하는거다!! 너 곰돌이 됐을때 행맨이 널 을매나 사랑으로 키웠는데 너가 그러면 안된다아 욕실 바닥 그 차가운곳에...아이고 아이고 ㅠㅠㅠㅠㅠㅠ
[Code: 7902]
2023.05.30 22:34
ㅇㅇ
모바일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이 안 되는 게 답답해지네ㅠㅠ 루스터 심장 철렁 하는 것도 이해 가고, 정말 그저 심심했을 뿐이었대도 밖에 나가는 행여우도 그럴 수 있지 싶고ㅠㅠ
[Code: ca79]
2023.05.30 22:36
ㅇㅇ
모바일
ㅜㅜㅜㅜ루스터 마음은 너무 이해하지만...그치만 욕실에서 하룻밤은 너무했잖아ㅠㅠㅠㅠㅠㅠㅠ
[Code: e184]
2023.05.30 22:38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루스터 이해가지만,,,,, 행맨도 답답했겠지ㅠ흑흑 ㅠㅠㅠㅠㅠㅠㅠ
[Code: 0a89]
2023.05.30 22:40
ㅇㅇ
저 무단외출이 에어쇼 훈련하는거 보러 갔다온거면ㅠㅠㅠㅠ 욕실문 긁다가 발톱 상하면 더 마음 아파할거면서ㅠㅠ 그냥 꼭 안아주라ㅠㅠㅠㅠ
[Code: 5f57]
2023.05.30 22:59
ㅇㅇ
모바일
헐ㅠㅠㅠㅠㅠ
[Code: 6045]
2023.05.30 23:06
ㅇㅇ
모바일
그래도 행맨이잖아 안돼 ㅠㅠㅠㅠ 루스터야
행맨 상처받는다
[Code: f3cf]
2023.05.30 23:14
ㅇㅇ
모바일
다들 아이고 아이고 하는 와중에..
붕키는 업보쌓는 루스터보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Code: 2934]
2023.05.30 23:22
ㅇㅇ
모바일
루스터 너 후회한다 후회한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181]
2023.05.30 23:24
ㅇㅇ
모바일
아아 여우행맨 너무너무 사랑스러운데 루스터 그러지마라ㅠㅠ
[Code: e96c]
2023.05.30 23:32
ㅇㅇ
루스터도 겪은 게 있으니까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는 가는데 행여우 말도 좀 들어줘라ㅠㅠㅠㅠ물론 말이 안통하기는 하지만...대신 나중에 배에 마구 뽀뽀나 해줘ㅠㅠㅠㅠ
[Code: f1e6]
2023.05.31 00:54
ㅇㅇ
비행하면서도 행맨 생각하고, 돌아오면서도 놀래킬 거 생각하며 즐거워하고...이렇게나 사랑하는데ㅠㅠㅠㅠ집에 행여우 없어진 거 보면 당연히 심장 철렁할 수밖에 없겠지ㅠ 누군가 납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는 거 보면 밖에 나갔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것 같고..
[Code: 2124]
2023.05.31 00:55
ㅇㅇ
처음에는 행쪽이 여우 되서도 루스터 속썩이네 싶었는데 아직 왜 나갔는지도 모르고 루스터가 일단 냅다 혼낸 거라 마음이 편하지 않다ㅠㅠㅠㅠ
[Code: 2124]
2023.05.31 02:20
ㅇㅇ
모바일
아ㅠㅠㅠ 루스터 심장 떨어졌겠다 루스터 몰래 외출했다가 나쁜 일이 생기면 루스터가 구해줄 수도 없고 지금 행맨은 여우라 스스로를 지킬 수도 없으니까....그런데 무슨 일로 나갔는지 이번이 처음인지 그런 의사소통이 안되니까 대화로 풀 수가 없고...둘은 너무 잘 지냈었는데 결국 일이 생기는구나ㅠㅠ 잘 해결되어야할텐데ㅠㅠ
[Code: e75a]
2023.05.31 02:48
ㅇㅇ
모바일
행맨이 어디로 다녀왔던걸까 그래도 그렇게 위험한 행동은 안 했을텐데ㅠㅠ
[Code: d9f1]
2023.05.31 11:15
ㅇㅇ
모바일
혼 한번 나봐야됨 심지어 루스터가 걱정하는데도 코웃음친거잖아
[Code: 93d8]
2023.05.31 20:59
ㅇㅇ
모바일
춥고 어두운 곳에 행여우 혼자 두는 건 너무하잖아ㅠㅠ
[Code: 32d3]
2023.06.13 14:44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
[Code: 83f0]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