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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원의 결혼식에 참석한 행맨은 신랑, 신부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음. 결혼식은 밝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행맨도 그 행복에 휩쓸리듯 웃는 얼굴로 함께 즐길 수 있었지. 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시작되자 한 비질란테 부대원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행맨에게 다가왔어.

- 세러신 소령님, 정말 오래간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버지니아에 계실 예정이십니까?
- ...뭐, 그렇지. 이제 '임시'라고 할 것도 없군.

행맨은 부대원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금방 눈치챘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면서까지 계속 곰이 된 루스터를 돌보며 지낼 예정인 걸까 궁금한 것이겠지. 실제로 얼마 전에 정식으로 전출 신청을 하고 캘리포니아에 있던 자신의 짐들을 전부 챙겨 왔거든. 완전히 지상직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지만, 루스터를 두고 떠날 수는 없어 중요한 임무에서 자연스레 배제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음.

- 저는 그 곰...브래드쇼 소령님도 오늘 같이 오실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 아무래도 결혼식에 곰을 데려오는 건 좀...
- 다들 기뻐했을 거예요.

걔는 구경거리가 아니야. 행맨은 그렇게 내뱉고 싶은 것을 꾹 참아내며,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한 채 무신경하고 호기심 많은 부대원을 바라보았음.

- 오늘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잖아. 우리 귀여운 루가 관심을 독차지하면 안 될 일이지.
- 음, 그럼 지금 그 곰...브래드쇼 소령님은 다른 분들과 같이 계시는 겁니까?
- 아니, 혼자 집 지키는 중.
- 어? 그래도 되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루스터를 평범하게 아기곰 취급하고 있는 것 같았음. 행맨은 그 점이 조금 씁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지. 지난 몇 달간 루스터는 해군 파일럿 루스터가 아닌 아기곰 루스터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으니까 말이야.

- 본인이 그러고 싶다는데 어쩌겠어.
- 펫캠이라도 설치해 두는 게 어떻습니까? 하루종일 집을 비우더라도 그렇게나마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 ......

행맨은 루스터를 펫 취급하지 말라고 곧장 반박할 수 없었어. 아주 잠깐이지만, 행맨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 진지하게 생각했었거든. 그것이 루스터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생각이어도 어디까지나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인간'이었음. 지금 곰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를 확인하고 감시할 필요는 없는데, 무심코 자신조차 루스터를 평범한 동물처럼 여긴 것 같아 행맨은 자괴감을 느꼈지. 

피로연이 끝나고 해가 저물 무렵에야 행맨은 관사로 돌아올 수 있었음. 많은 사람들이 루스터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가십거리에 불과하겠지. 루스터는 행맨의 소중한 애인이잖아.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맨 앞에서 루스터를 그런 취급하고 있어.

이렇게나 속상할 때, 루스터는 항상 행맨을 꼭 끌어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주곤 했음. '괜찮아, 행이. 내가 있잖아.'하고 귓가에 속삭이면, 행맨은 그 품에서 어리광을 부리듯 얌전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어. 비록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루스터가 해왔듯이 행맨이 아기곰을 꼭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생각이었음. 그걸로 자기 자신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관사에 가까워질수록 뭔가 이상했음. 어수선하게 사람들이 밖으로 모여들어있고, 저 멀찍이서 경광등이 번쩍거리는 것이 보여. 행맨의 심장도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불길함이 온몸을 엄습해 와. 밖이 어두워져서 몰랐나 봐. 하늘로 올라오는 까만 연기를 본 행맨은 차에서 내려 곧장 달리기 시작했지.

붉은 화마가 루스터와 행맨이 거주하고 있는 관사 건물을 삼키고 있었고, 집안을 가득 채운 검은 연기가 창문과 문에서 끊임없이 새어 나와. 대체 언제부터 화재가 일어난 것일까? 소방관은 루스터를 구조했을까? 행맨은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기곰을 데리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아. 소방관에게 물어봐도 아기곰에 대한 것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 

그 말을 들은 즉시 행맨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음. 하늘 위에서는 그 누구보다 냉철한 해군 파일럿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판단력이 완전히 흐려져 앞뒤 가릴 상황이 아니게 된 거지. 행맨이 불타고 있는 집안으로 뛰어들어가려던 순간, 현장통제를 하고 있던 소방관이 그를 붙잡아 말렸어. 행맨은 있는 힘껏 몸을 뒤틀며 브래들리가 저 안에 있다고 빨리 구해야 한다고 소리를 내질렀지.

그리고 약 30분이 지나서야 화재는 완전히 진압되었음. 화재 원인은 전기합선으로 추측된다고 함. 행맨은 멍하니 새까맣게 된 관사 건물을 바라보았어. 행맨의 부탁에 몇 번이고 소방관이 집안 곳곳을 탐색했지만, 아기곰은 찾을 수 없었다고 함. 만약 아기곰이 연기를 피해 옷장 안으로 들어가거나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면? 그래서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면? 그 작은 몸이라면 연기를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이었을지도 모르지. 행맨은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집안을 돌아다녔음.

- 루...어디야...? 브래들리!!

수북하게 쌓인 잿더미를 손으로 파내며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어. 어떡하지. 집을 비우면 안 됐어. 루스터가 고집을 부려도 구내식당 사람들에게 아기곰을 돌봐달라고 부탁해야 했어. 행맨은 눈물로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음. 평생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바보같은 거야.

경찰과 소방관이 절차상 필요한 질문을 몇 개 던지고, 행맨은 멍하니 넋을 놓은 채 대답을 했음. 그리고 임시로 배정받은 관사에서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되었지. 행맨은 아기곰이 어딘가로 대피했을 거라고 굳게 믿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루스터행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