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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6 22:53
bgsd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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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리를 해서 그런 걸까. 행맨은 감기에 걸려 앓아누웠음. 전날 오후부터 으슬으슬 몸이 춥기 시작하더니 머릿속이 무거워지는 감각과 함께 열이 나기 시작한 거임. 대충 만들어뒀던 야채수프를 먹고 약까지 복용했지만, 눈앞이 핑 도는 게 상태가 영 좋지 않았음. 

그래도 곰이 된 루스터를 챙겨주는 것은 잊지 않아서 식사를 주고 이부자리를 정돈해 주고 잠깐 놀아주기까지 했음. 어차피 얘 앞에서 아프다고 말해봤자 뭘 알겠어. 뜨끈뜨끈 멍한 상태로 아기곰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행맨은 한숨 푹 자야겠다고 생각했지. '약도 먹었으니까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는 굉장히 안일한 생각이었음.

그날 밤, 행맨은 열이 40도까지 치솟았음.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정신이 혼미해졌지. 행맨은 자존심이고 뭐고 전부 내려놓은 채 훌쩍거리면서 울었어. 아픈데 혼자면 서럽다고 힘겹게 손을 뻗어보아도 그 손을 맞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말로 서글픈 일이었거든.

행맨의 흐릿한 시야 끝에서 갈색의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어. 고열 때문에 멍한 상태면서도 행맨은 그게 아기곰 루스터라는 것을 알아보았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엉덩이를 받쳐주면 루스터는 침대 위로 올라와 행맨의 품에 파고들어. 부드러운 털의 감촉에 위로가 되면서도 행맨은 아기곰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어.

- 루...미안...나 좀...쉬어야 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아기곰에게 그렇게 말하면, 루스터는 다시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건지 침대 시트를 꽉 붙잡은 채 꼬물꼬물 뒷다리부터 침대 아래로 내뻗어. 하지만 그 짤막한 다리가 곧장 바닥에 닿을 리가 있나. 허공에 붕 뜬 채 허우적대다가 발라당 넘어진 아기곰은 뒤로 데굴데굴 굴렀지.

놀란 행맨이 벌떡 몸을 일으킨 순간 고열 때문인지 그대로 앞이 새까맣게 변하더니 뭔가를 할 새도 없이 의식을 잃음. 그렇게 행맨은 한참을 어둠 속에서 헤엄치듯이 앓아눕다가 눈을 떴음. 그리고 거긴 병원의 침대 위였지. 행맨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고,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코요테와 눈이 마주쳤음.

- 하비...?
- 정신이 들어? 다행이다. 너 진짜 큰일 날 뻔했어.
- ...으음, 열이 조금 나긴 했지.
- '조금'이라고 하기에는 꽤 높았는데?

코요테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과로에 의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감기에 걸리니 상태가 더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 그리고 당분간은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며 의사를 대신해 말해주었어.

-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 부대의 소대원이 방 안에서 기절해 있는 너를 발견하고 구급차 불렀어.
- 그걸 어떻게 안 건데?
- 네 곰돌이가 힘낸 거지.
- 루스터가?

그제야 행맨은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어. 그러고 보니 루스터는? 아기곰을 혼자 집에 놔두고 왔다는 것이 걱정되어 행맨이 몸을 반쯤 일으키자, 코요테가 그를 말리듯이 어깨를 가볍게 눌렀음.

- 걱정하지 마. 걔는 부대 사람들이 잠깐 돌봐주기로 했어. 일단 치료도 받아야 해서...
- ...치료? 무슨 말이야. 걔 다쳤어?
- 너 쓰러진 거 보고 걔도 많이 놀랐나 봐. 누가 올 때까지 계속 발톱으로 문을 긁고 있었대. 그러다 보니까 발톱이 부러져서 다친 것 같은데 큰 상처는 아니야.

코요테의 말에 행맨은 심장이 철렁했음. 그 작은 아기곰이 낑낑대며 문을 긁어댔을 걸 생각하면 기특하면서도 너무 안쓰러운 거야. 갑작스레 행맨이 쓰러져서 얼마나 많이 놀랐을까. 행맨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것을 보고 코요테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어버렸어.

- 제이크, 너 진짜 모르겠어? 
- ...뭘?
- 루스터 말이야. 어떻게 아기곰이 사람 하나 구하겠다고 그런 짓을 해.
- ......
- 걔 처음부터 네 말 전부 알아듣고 자기 상황 이해했을 걸.
- ......

그 말에 행맨은 고개를 숙여 베개를 끌어안았어. 사실 행맨도 의심을 전혀 안 한 것은 아니야. '루'라고 부를 때마다 귀를 쫑긋하며 곧장 행맨을 바라보거나, 널브러져 자고 있다가도 '같이 씻을까?'라는 말에는 눈을 번쩍 뜨곤 했거든. 편히 자라고 깔아준 쿠션을 내버려 두고 침대 위에 기어올라오거나 종종 행맨의 품에서 칭얼대며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도 특이하긴 했지. 야생의 아기곰이 그 정도로 강아지처럼 행동할 리가 없잖아. 코요테는 그런 행맨을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어.

- 대체 뭘 한 거야, 제이크.
-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아...그 곰탱이 스스로가 귀엽다는 걸 알고 날 이용했어!
- 으음, 글쎄. SNS에 올렸던 사진들 보면 너도 꽤 즐긴 것 같던데...
- 하비!
- 미안해. 그래도 너네 정말 재밌게 잘 지내는 거 같더라.

행맨은 자신의 따끈따끈한 뺨이 아직 열이 완전히 내리지 않아 그런 건지, 루스터의 깜찍하고 요망한 연기에 속아 넘어간 것이 민망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음. 그저 퇴원 후에 다시 만날 아기곰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까 고민하며 작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지.



루스터행맨
2023.04.06 22: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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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귀여운 게 최고 무기라는 걸 알고 있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0edf]
2023.04.06 22: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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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읏ㄱㅇㅇ
[Code: 0ab5]
2023.04.06 22: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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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이 루라고 부를때마다 귀 쫑긋대면서 행맨 쳐다보는 것도 귀엽고 침대 밑으로 내려간다고 허우적대다가 발라당 넘어지고 데굴데굴 구른것도 ㄱㅇㅇ ㅁㅊㄷㅁㅊㅇ
[Code: 0ab5]
2023.04.06 23: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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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올때까지 계속 발톱으로 문을 긁고 있었대...ㅠㅠㅠㅠㅠㅠㅠㅠㅠ 루스터야ㅜㅜㅜㅜㅜㅠ
[Code: 5dec]
2023.04.06 2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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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몸이 작아서 행맨 도와주지도 못하고 많이 놀랐겠네ㅠㅠ
[Code: 8dcd]
2023.04.06 2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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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 루스터도 행맨 아픈 거 보고 많이 놀랐겠지 ㅠㅠㅠㅠㅠ 행맨 빨리 나아라!
[Code: bff8]
2023.04.06 23: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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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ㅠㅠㅠㅠㅠㅠ
[Code: 5031]
2023.04.06 23: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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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앙 곰돌루 침대 시트 꼭 잡고 다리부터 내린거 ㅠㅠㅠ 바둥바둥 털퍽 데구루르르르 했을 거 생각하니까 너무 귀여워 ㅠㅠㅠㅠ 다쳤다길래 뼈라도 부러졌나?! 했는데 박박 문 긁어서 손톱이 나갔구나 ㅠㅠㅠ 그것도 아깝고 안쓰럽긴하다....행맨 40도씩이나 올라서 돌봐줄 사람 없이 앓으면서 루스터 찾아서 속상해 했으면서 돌봐줘야하는 소중한 곰돌이 오자마자 티 안내고 달래는거 스윗하고 안타까워 ㅠㅠㅠㅠ 이제 다 들켰으니까 곰돌이 얼른 루스터로 돌아오고 둘이서 아픈 일 없이 행쇼하자 ㅠㅠㅠㅠㅠㅠ
[Code: b4a3]
2023.04.06 23: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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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 퇴원하고 아기곰 루스터 다시 보면 어떻게 행동할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ㄱㅇㅇ
[Code: 2dd7]
2023.04.06 23: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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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와중에 아기곰루 챙겨주고 잠 청하는거 너무 맘아파ㅠㅠㅠ 루스터는 행맨 챙겨주려고 한거 같은데 아파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미안하다는 것도..루스터 상황을 다 이해하면서도 자기 몸이 컨트롤 안돼서 행맨을 도와주기는커녕 뒤로 구르고 덕분에 행맨이 일어나려다가 기절했으니 얼마나 속상하고 충격일까 발톱 부러질때까지 문 긁는 심정 상상도 안된다 다른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ㅠㅠㅠ 행맨은 마냥 귀여운걸로 이용당한 생각만 하고 있어서ㅋㅋㅋ 둘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떨지 너무 궁금해
[Code: ca8a]
2023.04.06 23: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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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귀엽다는걸 알고 이용ㅋㅋㅋㅋㅋㅋㅋㅋㄱ아진짜 ㅈㄴ귀여워서 심장아파ㅠㅠㅠㅠㅠㅠㅠ
[Code: cc36]
2023.04.07 01: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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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 루가 행맨이쓰러져서 얼마나 놀랗을까ㅜㅜㅡ 근데 넘 귀엽다
[Code: 67b7]
2023.04.07 05: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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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스스로 귀여움 이용했어. ㅋㅋㅋㅋ
[Code: 2e87]
2023.04.07 16: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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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터 발톱 다쳤냐고ㅠㅠㅠㅠㅠㅠ행맨 아프다고 한 거 보면 진짜 다 알아듣고 있었단 건데 너무 기특하가ㅠㅠㅠㅠ
[Code: b1c0]
2023.04.07 19: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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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698]
2023.04.08 1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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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루스터 행맨 아픈데 아기곰 몸으로는 제대로 해줄수 있는게 없으니까 필사적으로 다른 사람 부르려고 문 긁었구나ㅠㅠㅠㅠㅠ루스터도 답답하고 슬펐을거같음ㅠㅠㅠㅠ발톱 부러디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문 긁는 아기곰 상상하니 찌통ㅠㅠㅠㅠㅠ행맨 그동안은 루스터를 진짜 곰돌이 취급하며 지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할까 궁금해요 센세ㅠㅠㅠ
[Code: a3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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