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36203773
view 3915
2023.04.08 22:57
bgsd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 오나더

rrEoog-022255.png

하루를 더 쉬고 나서야 행맨은 퇴원이 가능했음. 코요테가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그 제안을 극구 사양하고 행맨은 혼자 관사로 돌아갔음. 돌아가는 길, 평소였으면 '이거 루한테 사주면 좋아할 것 같다'라고 생각했던 간식들이나 귀여운 옷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음. 폰을 열면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둔 아기곰 루스터의 사진이 곧장 보여. 여전히 깜찍한데 행맨이 온갖 주접과 난리를 피운 걸 알면서도 뻔히 모른 척했다는 게 어이없었지. 아기곰을 둥기둥기하면서 귀여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웃기게 보였을까?

행맨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아기곰을 돌보고 있다는 부대 사람들에게 연락함. 부대 사람들이라고 해서 파일럿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돌봐주고 있었대.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식당 직원들이 아기곰에게 사과 주면서 예뻐해주고 있었음. 아기곰의 작은 손에는 붕대가 둘러져 있었고. 막상 그걸 보니까 짠해져서 행맨은 화도 내지 못하고 뚜벅뚜벅 아기곰에게 다가갔음.

저 멀리서 오는 행맨을 곧장 알아본 것인지 아기곰이 '꾸잉' 소리를 내면서 팔을 붕붕 휘둘러. 마음은 급한데 몸은 곧장 따라오지를 못해서 두 발로 서려다가 발라당 뒤로 넘어졌지만 말이야. 옆에서 직원들이 '어이쿠'하고 아기곰을 일으켜 세워줬고, 루스터는 팔을 휘적거리면서 행맨한테 오려고 해. 그 모습까지 봤는데 어쩌겠어. 

- 이 얄미운 곰탱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기곰을 들어 올려 꼭 안아줌. 루스터는 행맨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건지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 그리고 행맨의 목을 끌어안고 뺨에 제 얼굴을 마구 문질러왔어. 보드랍고 따끈한 아기곰의 체온에 행맨은 결국 촉촉한 까만 코에 입을 맞출 수밖에 없었지. 

전부 알고 있는 주제에 치사하고 비겁하고 괘씸해. 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런 상반되는 감정을 품은 채 행맨은 아기곰을 품에 안고 돌봐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어. 루스터에게 먹이라고 식당 직원들에게 사과도 몇 개 선물 받았음.

- 브래들리 브래드쇼, 너 언제까지 귀여운 척 연기할 거야?

관사로 돌아온 행맨이 루스터를 침대에 앉혀두고 말했지만, 루스터는 입으로 챱챱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갸웃하고 있어. 그냥 봤을 때는 사랑스럽지만, 사실을 알고 나니까 귀여움으로 상황을 무마하고 있다는 게 보여. 행맨이 손을 뻗어 아기곰의 볼살을 잡아 늘리는 시늉을 했어. 볼살이라고 해도 한 꼬집 잡힐 정도의 말랑함 뿐이지만.

- 너 다 알고 있잖아. 내가 널 얼마나 귀여워했는데, 그걸 얌전히 즐기고만 있었던 거야? 괘씸한 수탉 같으니라고.

하지만 아기곰은 '꾸잉?'하는 소리를 내며 행맨을 빤히 바라봐. 그것이 연기라는 걸 몰랐다면 행맨은 깜빡 속아 넘어갔을 거야. 이렇게 귀여운 척하면서까지 행맨에게 귀여움 받는 것이 좋았던 걸까? 물론 따뜻한 품에 안겨 뒹굴거리다가 얌전히 사과조각만 받아먹는 삶도 썩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애인이잖아. 나름의 위로일지는 몰라도 행맨은 아기곰의 애교가 필요한 게 아니야. 자신을 꽉 끌어안아줄 루스터의 단단한 팔과 따뜻한 품이 필요한 거지.

- 흠, 일단 이거 계속 입고 있어.

'행이의 아기곰'이라고 적혀있는 티셔츠와 아기곰 사이즈에 맞는 가죽 재킷을 루스터에게 입혀두었어. 겸사 초콜릿 상자의 포장용으로 쓰였던 붉은 리본을 아기곰의 귀 한쪽에 느슨하게 묶어두었지. 화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소박하지만, 그래도 행맨은 꽤 만족스러웠음. 그 광경을 바라보며 행맨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짐.

- 브래들리. 혹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방법 알고 있어?

행맨의 질문에 아기곰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어. 귀에 달아준 리본이 팔랑팔랑거려. 역시 알아듣고 있었구나 싶어서 행맨은 다시 한번 더 얄미운 아기곰의 뺨을 살짝 늘렸음. 하긴 원래대로 돌아오는 방법을 알았다면, 행맨이 아파 쓰러졌을 때 그대로 있지는 않았겠지 싶어. 행맨은 한숨을 내쉬고 잠시 생각에 잠김.

사실 돌아오는 방법은 간단한데 한 사람+한 마리가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이 아닐까? 딱히 동화 속의 이야기 같은 흐름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몰라 행맨은 아기곰의 뭉툭한 주둥이에 뽀뽀도 해봄. 역시 세상 돌아가는 거 쉽지 않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루스터는 꽤 기뻐하는 눈치였지만 말이야.

-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널 많이...아끼고 사랑해.

아기곰의 코를 가볍게 톡톡 치며 행맨이 웅얼거렸어. 뺨이 따끈따끈 달아올랐지만, 나름 용기를 내서 말하는 것이었음.

- 덩치만 커다란 내 수탉이 다시 보고 싶기도 한데...만약에 네가 평생 이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나는 너 포기 안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나중에 성장도 하려나? 곰 평균 수명이 어느 정도였더라...으음, 그건 깊게 생각하지 말자. 나중에 전역하고 나면 넓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게 좋겠지?

행맨은 루스터의 배를 가볍게 간질이며 미소 짓었어. 그 미소에 씁쓸함이 담겨 있다는 것을 루스터는 눈치챘을까? 아기곰은 앞발을 쫙 뻗었고 행맨은 그런 루스터를 마주 안아줬음. 그렇게 하루가 또 저물어가겠지.



루스터행맨
2023.04.08 23:00
ㅇㅇ
모바일
아이곰 육아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역시 인간 루스터가 필요하다 ㅠㅠㅠㅠㅠㅠㅠ
[Code: 32bc]
2023.04.08 23:01
ㅇㅇ
모바일
붕키 센세글 보는낙으로 하루하루 산다....너무 ㄱㅇㅇ ㅜㅜ
[Code: cbe6]
2023.04.08 23:08
ㅇㅇ
모바일
하 귀엽지만 이제 사람으로 돌아와라 루스터
[Code: cd04]
2023.04.08 23:17
ㅇㅇ
모바일
귀여워 휴… 귀엽다
[Code: 1ed9]
2023.04.08 23:28
ㅇㅇ
모바일
귀여워 ㅠㅠㅠㅠㅠㅠ
[Code: e4db]
2023.04.08 23:30
ㅇㅇ
모바일
행맨이 너무 반가워서 뒤로 발라당 넘어지면서도 행맨한테 가려고 손짓하는 루스터 ㅈㄴㄱㅇㅇ 챱챱소리내면서 고개 갸우뚱하는것도 ㄱㅇㅇ
[Code: ab56]
2023.04.08 23:35
ㅇㅇ
모바일
하 너무 귀여운데ㅠㅠㅠㅠㅠㅠㅠ루스터 나중에 자유자재로 변하명 넘 좋겠다ㅠㅠㅠㅠ
[Code: 761e]
2023.04.08 23:40
ㅇㅇ
모바일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에 안쓰러울 수도 있는걸까ㅠㅠ 행맨 보자마자 팔 휘두르고 일어나려다 발랑 넘어지는거 귀여운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루스터 마음을 생각하니까 안쓰럽고ㅠㅠ 단단한 루스터를 그리워하면서도 곰루라도 평생 포기 안한다는 행맨 너무 참사랑이다..루스터 속으론 어떤 생각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해
[Code: a7d4]
2023.04.08 23:49
ㅇㅇ
모바일
귀여움으로 상황을 무마하는 아기곰...ㅠㅠㅠㅠ너무 귀여운데 행맨이 너무 루스터를 그리워하는게 보여서 슬프다..
[Code: 4a66]
2023.04.08 23:55
ㅇㅇ
모바일
귀엽고....ㅠㅠㅠ 행맨이 루스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져서 짠해ㅠㅠㅠㅠㅠㅠ
[Code: c392]
2023.04.09 00:34
ㅇㅇ
모바일
이러다가 행맨한테 누가 찝적대기라도 하면 아기곰 어떻게 방어하려구그랭...ㅠㅠㅠㅠㅠ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건 너무 맛있겠지...
[Code: 6cdd]
2023.04.09 02:25
ㅇㅇ
모바일
하 너무 귀여워서 당뇨올것같아ㅠ
[Code: c9bf]
2023.04.09 03:33
ㅇㅇ
모바일
행맨이 쓸쓸해 하니까 맘이 아파ㅠㅠ 공감도 가는 게, 애기곰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워도 사람루스터처럼 여길 수는 없을 것 같음.. 어떻게 해야 사람으로 돌아올까. 애기곰 진짜 넘 귀엽지만ㅠㅠ
[Code: 3bb3]
2023.04.09 10:02
ㅇㅇ
모바일
행맨이 외로운건싫지만 아기곰 너무 귀여워 갖고싶어 ㅠㅠ
[Code: 26ae]
2023.04.09 15:06
ㅇㅇ
모바일
곰스터 넘 귀엽지만 이제 돌아와조ㅠㅠㅠㅠㅠㅠ 행맨 슬퍼 보여ㅠㅠㅠㅠㅠㅠ
[Code: 6bb7]
2023.04.09 22:36
ㅇㅇ
모바일
사과 먹고 뀨잉 하는 아기곰돌 귀엽고 사랑스러운데ㅠㅠㅠㅠㅠ행맨이 아는 루스터가 사라지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불확실함이 뭔가 슬프다ㅠㅠㅠㅠㅠㅠㅠ해결법도 아무도 모르고 행맨이 곰 수명 생각해보는게 담담하게 현실 받아들인거 같아서 찌통ㅠㅠㅠㅠㅠ
[Code: f6d8]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