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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0 23:10
bgsd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 오나더 / 육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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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가 아기곰이 된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고, 행맨은 루스터가 원래대로 돌아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어. 활발하게 업로드를 했던 아기곰 루스터의 SNS도 가끔 근황을 알리는 용도로 전환했지.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지낸 것은 아니고, 지금의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새로운 방안들을 찾아내는 중이었음.

아기곰 루스터가 행맨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원활한 것은 아니었거든. 평소에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내젓는 걸로 충분하긴 했지만, 가끔 답답할 때가 있었음. 태블릿 PC의 자판 화면을 보여주며 단어를 입력하도록 가르쳤지만, '곰손'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거겠어? 루스터는 신중을 기하며 알파벳을 누르려고 했지만, 옆에 있는 글자들까지 같이 누르는 바람에 제대로 된 단어를 완성하지 못했어. 수동으로 움직이는 위자보드 같은 것을 준비하더라도, 그 곰손으로는 한 문장 만드는데 반나절이 걸리겠지.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려 준비한 것이 강아지용 녹음벨이었음. 버튼을 누르면 녹음되어 있는 말이 나오는 것 말이야. 루스터가 필요로 할 법한 단어를 대충 선정해서 녹음을 해두었는데, 행맨 입장에서는 이게 꽤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어.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음.

- 루, 아까부터 왜 그래? 나 지금 서류 작업 때문에 바빠.

행맨이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아기곰이 어수선하게 행맨 발 근처를 얼쩡거려. 행맨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그제야 루스터는 녹음벨이 있는 곳으로 쪼르르 가서 버튼을 누르는 거지.

- "제이크" "밥" "배고파"
- 아, 벌써 그럴 시간이 되었네.

행맨이 냉장고에서 루스터가 먹을 음식들을 꺼내는 동안, 아기곰은 "밥" 버튼을 연타하면서 행맨을 기다리고 있었지. 가끔 늦은 밤 행맨이 침대에서 책을 읽을 때, 바닥에서 뒹굴거리던 루스터는 그런 행맨을 보고 또다시 버튼을 눌러.

- "제이크" "루" "졸려"
- 먼저 자도 되는데 왜 기다리고 있었어. 이리 와.

뒤뚱뒤뚱 걸어오는 아기곰에게 손을 뻗어 안아준 뒤 행맨은 루스터를 침대 위로 올려 제 옆에 눕히겠지. 이쯤 되니까 애인이랑 사는 건지 반려곰을 기르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행맨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음. 지금의 행맨으로서는 루스터가 "아파" 버튼을 누를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거임. 

아기곰은 행맨의 품에 안겨 쌕쌕 숨을 고르게 내쉬며 잠들었어. 행맨은 잠든 루스터의 보드라운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읽던 책을 덮어두고 불을 껐음.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그려지던 루스터의 본래 모습이 점점 흐릿해져 가는 것만 같아서 행맨은 조금 서글픈 기분이 들었어. 연애하면서 사진이랑 영상 더 많이 찍어둘걸 뒤늦게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지. 얄밉게 너는 내 꿈에서도 잘 안 나오네...행맨은 속으로 투덜대면서 천천히 잠들었음.

다음날 아침, 행맨은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했음. 비질란테의 부대원 중 한 명이 결혼을 하게 되어서 하객으로 참석하게 되었거든. 행맨은 넥타이를 매면서 녹음벨 앞에 앉아있는 아기곰을 바라봤지.

- 정말 혼자서 집 지키고 있을 수 있겠어? 구내식당 분들께서 언제든지 돌봐줄 수 있다고 그랬는데.
- "괜찮아"
- 식사랑 간식은 소파 옆에 둘게. 태블릿 PC 충전도 해뒀으니까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전화해. 단축번호 버튼 뭘 누르든 나한테 연결되게 해 뒀어. 전화하면 곧장 관사로 돌아올 테니까 걱정 마.
- "고마워"

행맨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음. 근무를 했을 때는 고작 반나절 정도였지만, 오늘은 거의 하루종일 집을 비워야 했으니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루스터 본인이 고집스럽게 혼자 집 지키고 있겠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지.

- "제이크"
- 응?

행맨이 다시 고개를 돌려 아기곰을 내려다보면 루스터는 앉아있는 자세 그대로 춤이라도 추듯이 몸을 들썩였어. 그러더니 버튼을 하나 눌렀음.

- "사랑해"

그리고 고개를 들어 행맨을 올려다봐. 반짝거리는 갈색 눈동자 속에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행맨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음.

- ....한 번 더 눌러줘.
- "사랑해"

행맨은 녹음벨을 녹음할 당시 "사랑해" 버튼을 만들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었음. 하지만 지금 루스터가 그 버튼을 사용하는 걸 보니까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비록 루스터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이 조금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말이야. 행맨은 조금 기운을 내 루스터에게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다정한 키스를 남기고 집을 나섰음.



루스터행맨
2023.04.10 2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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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씌 넘 귀여운데... 혼자있는거 왤케 불안하냐ㅠㅠ 아기곰 루스터랑 행맨 행복만 하라구ㅠㅠ
[Code: 7c07]
2023.04.10 2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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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ㅠㅜㅠㅠ졸라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눈물나ㅠㅠ
[Code: 0c89]
2023.04.10 23: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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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말 듣는 행맨도 섭섭하겠지만 본인 목소리로 들려줄 수 없는 루스터 속은 얼마나 답답할까 ㅠㅠㅠㅠㅠㅠㅠ
[Code: 0b3a]
2023.04.10 23: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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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이나ㅠㅠㅠㅠㅠㅠ진짜 너무 그립겠다ㅠㅠㅠㅠ귀여운데 슬퍼
[Code: 89ed]
2023.04.10 23: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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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기곰 루를 더 보고싶은 맘과 그만 돌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박터지는 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커여우면서 짠해
[Code: 36a5]
2023.04.10 23: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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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아가곰 루 너무 귀여운데... 얼른 어른 루스터로 돌아와서 행맨 안심하게 해줬으면 좋겠고... 아니 근데 아기곰스터 루 너무 귀여우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809]
2023.04.10 23: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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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누르면 i love you 하는 아기곰 완전 인형 그 자체 아니냐 ㅠㅠㅠㅠ 하 곰손 꼬물꼬물하면서 답답해 할 것도 버튼을 착착 뽀르르 딸칵딸칵 누를 것도 생각하니까 넘 귀엽고 좋은데 점점 행맨의 루스터가 흐려지는게 ㅠㅠㅠㅠㅠㅠ 근데도 여전히 '사랑해'하는 행맨의 루가 남아있다는게 날 울게 해 ㅠㅠㅠㅠㅠㅠㅠ 어엉어아유유ㅠㅠㅠㅠㅠ 루스터야 집에 혼자 남았으니까 이제 마늘이든 쑥이든 뭐든 많이 먹고 사람으로 변하자 ㅠㅠㅠㅠㅠ
[Code: 655e]
2023.04.10 23: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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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오면 사람으로 변해있어라ㅠㅠㅠ 그리고 너네도 결혼 갈겨
[Code: ff2c]
2023.04.10 23:46
ㅇㅇ
모바일
버튼 누르는거 미친 귀여움이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8d6f]
2023.04.10 23:52
ㅇㅇ
모바일
벌써 시간이 몇 달이나 지나다니ㅠㅠ 둘 다 속으로는 얼마나 힘들겠어...
[Code: 667d]
2023.04.11 00: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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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 빨리 사람으로 돌아와서 루스터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해줘
[Code: 97f1]
2023.04.11 0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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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오래 가네 ㅠㅠㅠㅠㅠ 아기곰 루스터 귀엽지만 이제 돌아와 ㅠㅠㅠㅠㅠㅠㅠ
[Code: 4f0c]
2023.04.11 0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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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버튼 연타하는 거ㅋㅋㅋㅋㅋㅋ보고 귀여워서 웃었는데 사랑해 보고 지금은 운다ㅠㅠㅠㅠㅠ 사랑한다고 하는데 아기곰 형태잖아.. 너무너무 귀엽고 애틋하지만 연인 사이의 교감처럼 느껴지진 않아ㅠㅠ 사랑한단 말이 오히려 더 슬퍼ㅠㅠ
[Code: 2c55]
2023.04.11 01: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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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이나 지났다니ㅠㅠ 애인의 원래 모습이 점점 흐려져가는 행맨도 곰의 육신에 갇혀있는 루스터도 너무 안타까워ㅠㅠ 사랑해 버튼 누른 아기곰루 눈에 애정이 가득하다고 하니 진짜 더 안타까워ㅠㅠ 사랑한다는 말 애인에게서 듣고싶을텐데ㅠㅠ 버튼 누르면 흘러나오는 녹음벨 말고 본인이 직접 말해주고싶을텐데ㅠㅠ
[Code: d984]
2023.04.11 03: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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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터랑행맨 애틋해ㅜㅜㅜㅜ
[Code: 985a]
2023.04.11 07: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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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진짜 곰스터나 행맨이 적응해가면서도 그 현실이 슬플것같아서 같이 맘아파하고 걱정돼ㅠㅠㅠㅠㅠㅠㅠ 곰스터도 곰스터지만 행맨도 어딘가에 기대고싶어지지않을까ㅠㅠㅠㅠㅠㅠㅠㅠ 본인목소리로 들어야하는 연인의 사랑고백이지ㅠㅠㅠㅠ
[Code: 922e]
2023.04.11 07: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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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쓰다 눌렷네.. 본인 목소리로 들어야하는 연인의 사랑고백이 진짜 넘 서글프고 속상할거같음ㅠㅠㅠㅠㅠㅠㅠ
[Code: 922e]
2023.04.17 2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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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
[Code: 99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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