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3868123
view 3442
2023.05.20 22:42
<아기곰 루>
bgsd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 오나더
육나더 / 칠나더 / 팔나더 / 구나더 / 끝나더
<여우 행이>
bgsd
행맨이 여우로 변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흘렀음. 루스터는 아기곰으로 변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의 처리와 필요한 물건들의 준비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 우선 행맨의 휴가를 대신해서 신청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소식을 알렸어. 루스터가 그동안 쌓아온 신뢰 덕분일까? 그 누구도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고생이다, 너도...'라는 말을 해왔지.
병원에서의 검진결과도 아무 이상 없었기 때문에, 루스터는 여우를 위해 닭고기와 딸기를 사 왔음. 잡식이라고 해도 행맨은 입맛이 까다로우니까 조금 걱정했지. 루스터가 곰이었을 때에는 주로 연어를 먹었지만, 식단에 불만은 없었어. 몸이 변하는 만큼 입맛도 그 동물에 맞춰 변하는 것일까? 그냥 '질린다'는 개념이 흐릿해지고 배고픔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게 되거든. 물론 '맛'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어서 행맨이 종종 간식처럼 챙겨주던 사과는 별미로 느껴졌지.
처음 루스터가 닭가슴살이 담긴 접시를 가져왔을 때, 행맨은 조금 시큰둥한 반응이었어. 킁킁 냄새를 맡더니 '이게 전부야?'라는 듯이 루스터를 빤히 바라보았지. 하지만 행맨은 접시를 밀어내거나 먹지 않겠다고 시위를 하지는 않아. 여우가 된 이후로 곧장 병원에 가고 검진을 하느라 기운을 많이 빼기는 했을 테니까 말이야. 다행히도 행맨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었어. 여우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 '앙냥냥냥'소리를 내며 먹는 것에 집중해. 루스터는 옆에서 심장 부여잡고 또다시 앓는 소리를 냈지.
그것뿐이겠어? 반려동물용품 샵에서 샴푸도 사고 빗도 사고 귀여운 옷도 사 온 루스터는 잔뜩 들떠 있었지. 여우가 된 애인이 사랑스러운 것도 있지만, 이렇게 직접 돌봐주는 것이 은근히 즐거움. 행맨이 아기곰이 된 루스터를 정말 귀여워하고 예뻐하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아. 그때의 아기곰이 그냥 곰이 아닌 '루스터'였던 것처럼, 이 여우도 '행맨'이라는 것을 아니까 더 특별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거야. 루스터가 직접 손으로 여우에게 딸기를 먹여주는데, 얌전히 하나씩 받아먹는 것을 보고 찔끔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니까?
우선 여우를 목욕시키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음. 따뜻한 물을 욕조에 조금 채운 다음에 행맨을 조심스레 그 안에 넣어주었지. 혹시 날뛰면 어쩌나 싶었는데 여우는 얌전했어. 루스터가 조심스레 샴푸로 거품을 내고 몸을 복복복 문질러줘도 행맨은 하품을 한 번 할 뿐, 루스터의 손길에 편하게 몸을 맡기고 있었지. 멋대로 몸을 만지면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봐. 아니면 그만큼 행맨이 루스터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몰라. 물로 거품을 헹구고 나면 거기에는 홀딱 젖어 홀쭉해진 여우가 있어. 루스터는 작게 킬킬 웃으며 그런 행맨의 콧등에 입을 맞추었음.
- 감기 걸리니까 빨리 털 말리자.
루스터의 말에 여우는 '푸르르르'하는 소리를 한 번 내더니 몸을 부르르 떨며 물기를 털어내려고 해. 여우를 품에 안고 욕실에서 나와 헤어드라이어로 털을 말려주면, 노곤해진 여우는 납작 엎드린 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함. 그런 행맨을 자신의 무릎 위에 얹고 루스터는 빗으로 털을 빗어주었지. 고롱고롱 고양이가 낼 법한 소리를 내면서 행맨은 얌전히 지금을 즐기고 있어.
하지만 고생길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지. 마냥 예쁜 여우 행이지만, 유독 옷 입는 걸 싫어하는 거야. 몸에 무언가를 걸치는 것이 싫은 걸까?
- 행이, 제발. 딱 한 번만.
루스터가 카우보이 모자를 쓴 병아리 패턴이 그려진 옷을 들고 다가가자 여우는 캥캥대며 저 멀리 도망쳐. 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로 싫어하는 게 보여서 루스터는 조금 시무룩해짐. 혹시 옷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싶어서 무난하게 커플티로 입으려고 준비한 작은 하와이안 셔츠를 꺼냈음. 하지만 그냥 꺼내기만 했을 뿐인데, 여우는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 버려. 침대 밑으로 까만 코가 삐죽 튀어나온 게 보여서 루스터는 다시 심장이 녹아들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음.
그렇다고 여기에서 포기할 루스터가 아니지. 행맨이 푹 잠들었을 때, 몰래 입혀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어. 루스터가 아기곰이었을 때는 무엇을 입히든 얌전히 있었잖아? 그러니까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루스터는 여우한테 깜찍한 옷을 입히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음. 그렇게 자고 있는 행맨에게 조심조심 옷을 걸쳐 입히려는 순간, 여우는 슬쩍 눈을 떴지. 그리고 루스터가 들고 있는 옷과 루스터를 번갈아 보더니 뒷발로 루스터의 뺨을 '뾱' 걷어찼어.
- ...어렵네.
다시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린 행맨을 보고 루스터는 한숨을 내쉬었음. 루스터의 뺨에는 여우의 발자국 모양대로 꾸욱 눌린 자국이 남아있었지. 하지만 언젠가 기회는 있을 거야. 반드시 입히겠어! 루스터가 그런 결심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중이라는 것도 모른 채, 여우는 다시 하품 한 번 쩌억 하고 몸을 동그랗게 만 채 잠들겠지.
루스터행맨
bgsd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 오나더
육나더 / 칠나더 / 팔나더 / 구나더 / 끝나더
<여우 행이>
bgsd
행맨이 여우로 변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흘렀음. 루스터는 아기곰으로 변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의 처리와 필요한 물건들의 준비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 우선 행맨의 휴가를 대신해서 신청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소식을 알렸어. 루스터가 그동안 쌓아온 신뢰 덕분일까? 그 누구도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고생이다, 너도...'라는 말을 해왔지.
병원에서의 검진결과도 아무 이상 없었기 때문에, 루스터는 여우를 위해 닭고기와 딸기를 사 왔음. 잡식이라고 해도 행맨은 입맛이 까다로우니까 조금 걱정했지. 루스터가 곰이었을 때에는 주로 연어를 먹었지만, 식단에 불만은 없었어. 몸이 변하는 만큼 입맛도 그 동물에 맞춰 변하는 것일까? 그냥 '질린다'는 개념이 흐릿해지고 배고픔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게 되거든. 물론 '맛'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어서 행맨이 종종 간식처럼 챙겨주던 사과는 별미로 느껴졌지.
처음 루스터가 닭가슴살이 담긴 접시를 가져왔을 때, 행맨은 조금 시큰둥한 반응이었어. 킁킁 냄새를 맡더니 '이게 전부야?'라는 듯이 루스터를 빤히 바라보았지. 하지만 행맨은 접시를 밀어내거나 먹지 않겠다고 시위를 하지는 않아. 여우가 된 이후로 곧장 병원에 가고 검진을 하느라 기운을 많이 빼기는 했을 테니까 말이야. 다행히도 행맨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었어. 여우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 '앙냥냥냥'소리를 내며 먹는 것에 집중해. 루스터는 옆에서 심장 부여잡고 또다시 앓는 소리를 냈지.
그것뿐이겠어? 반려동물용품 샵에서 샴푸도 사고 빗도 사고 귀여운 옷도 사 온 루스터는 잔뜩 들떠 있었지. 여우가 된 애인이 사랑스러운 것도 있지만, 이렇게 직접 돌봐주는 것이 은근히 즐거움. 행맨이 아기곰이 된 루스터를 정말 귀여워하고 예뻐하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아. 그때의 아기곰이 그냥 곰이 아닌 '루스터'였던 것처럼, 이 여우도 '행맨'이라는 것을 아니까 더 특별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거야. 루스터가 직접 손으로 여우에게 딸기를 먹여주는데, 얌전히 하나씩 받아먹는 것을 보고 찔끔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니까?
우선 여우를 목욕시키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음. 따뜻한 물을 욕조에 조금 채운 다음에 행맨을 조심스레 그 안에 넣어주었지. 혹시 날뛰면 어쩌나 싶었는데 여우는 얌전했어. 루스터가 조심스레 샴푸로 거품을 내고 몸을 복복복 문질러줘도 행맨은 하품을 한 번 할 뿐, 루스터의 손길에 편하게 몸을 맡기고 있었지. 멋대로 몸을 만지면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봐. 아니면 그만큼 행맨이 루스터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몰라. 물로 거품을 헹구고 나면 거기에는 홀딱 젖어 홀쭉해진 여우가 있어. 루스터는 작게 킬킬 웃으며 그런 행맨의 콧등에 입을 맞추었음.
- 감기 걸리니까 빨리 털 말리자.
루스터의 말에 여우는 '푸르르르'하는 소리를 한 번 내더니 몸을 부르르 떨며 물기를 털어내려고 해. 여우를 품에 안고 욕실에서 나와 헤어드라이어로 털을 말려주면, 노곤해진 여우는 납작 엎드린 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함. 그런 행맨을 자신의 무릎 위에 얹고 루스터는 빗으로 털을 빗어주었지. 고롱고롱 고양이가 낼 법한 소리를 내면서 행맨은 얌전히 지금을 즐기고 있어.
하지만 고생길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지. 마냥 예쁜 여우 행이지만, 유독 옷 입는 걸 싫어하는 거야. 몸에 무언가를 걸치는 것이 싫은 걸까?
- 행이, 제발. 딱 한 번만.
루스터가 카우보이 모자를 쓴 병아리 패턴이 그려진 옷을 들고 다가가자 여우는 캥캥대며 저 멀리 도망쳐. 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로 싫어하는 게 보여서 루스터는 조금 시무룩해짐. 혹시 옷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싶어서 무난하게 커플티로 입으려고 준비한 작은 하와이안 셔츠를 꺼냈음. 하지만 그냥 꺼내기만 했을 뿐인데, 여우는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 버려. 침대 밑으로 까만 코가 삐죽 튀어나온 게 보여서 루스터는 다시 심장이 녹아들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음.
그렇다고 여기에서 포기할 루스터가 아니지. 행맨이 푹 잠들었을 때, 몰래 입혀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어. 루스터가 아기곰이었을 때는 무엇을 입히든 얌전히 있었잖아? 그러니까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루스터는 여우한테 깜찍한 옷을 입히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음. 그렇게 자고 있는 행맨에게 조심조심 옷을 걸쳐 입히려는 순간, 여우는 슬쩍 눈을 떴지. 그리고 루스터가 들고 있는 옷과 루스터를 번갈아 보더니 뒷발로 루스터의 뺨을 '뾱' 걷어찼어.
- ...어렵네.
다시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린 행맨을 보고 루스터는 한숨을 내쉬었음. 루스터의 뺨에는 여우의 발자국 모양대로 꾸욱 눌린 자국이 남아있었지. 하지만 언젠가 기회는 있을 거야. 반드시 입히겠어! 루스터가 그런 결심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중이라는 것도 모른 채, 여우는 다시 하품 한 번 쩌억 하고 몸을 동그랗게 만 채 잠들겠지.
루스터행맨
https://hygall.com/543868123
[Code: 3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