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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행맨이 목격한 것은 민원 접수 카운터 쪽에 기대 경찰관과 대화를 나누는 매버릭이었음. 혹시 심각한 이야기인가 싶어 서둘러 가보면, 행맨을 발견한 매버릭이 이쪽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

- 와줬구나. 고마워, 행맨. 아니, 여기서는 편하게 제이크라고 부르는 쪽이 낫겠지?

매버릭의 여유 넘치는 태도에 행맨은 되려 안심을 했어. 루스터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그런 반응을 보일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행맨은 흐트러진 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주위를 둘러보았음. 하지만 아기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 브래들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 아, 그게 말이지...

매버릭이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경찰관을 힐끔 쳐다보았고, 경찰관 역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경찰서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올려다봤음.

- 잠시 구금되어 있긴 했습니다만, 곧 나올 겁니다.
- ...그 애를 가둬둔 겁니까? 걔는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아요. 겉모습만 봤을 때는 놀랄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지도 않고 얌전합니다.
- 일단 겉모습이 문제였으니까요.
- 하지만 브래들리는...!

물론 경찰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한 것이겠지만, 행맨은 자기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 그렇게 반박했어. 아기곰 루스터는 두 발로 일어서도 행맨의 무릎에 닿을 정도의 크기란 말이야. 게다가 걔는 평범한 야생의 곰이 아니라 인간이었던 존재라고. 그들이 루스터가 어떤 곰인지 알든 모르든 행맨 입장에서 구금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함. 구속구를 채웠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차가운 유치장 안에서 작은 아기곰이 몇 시간이나 있었다는 뜻이잖아.

- 진정해, 제이크. 그 당시 걔는 신분증도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 않았거든. 신분증명 때문에 나한테 먼저 연락을 취한 것 같은데, 나도 전화받고 엄청 놀랐어. 흠, 그래도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걸 이룬 느낌? 말썽꾼 조카의 보호자 역할로 경찰서에 오는 것 말이야.
- .....?
- 아, 마침 저기 온다. 브래들리!

상황을 설명하는 매버릭의 이야기를 듣던 행맨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매버릭은 아기곰의 문제로 경찰서를 찾아왔다기보다 마치 '브래들리 브래드쇼'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한...

- 안녕, 자기야.
- .....!
- 음, 너무 갑작스러웠나? 서프라이즈?
- 이...나쁜 놈아...개같은...너...너...

행맨은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곧장 뒤돌아 봤어. 그리고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갈색의 눈동자를 보며 이를 악물고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렸지. 퍽, 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났지만, 눈앞에 있는 브래들리 브래드쇼, 더 이상 아기곰이 아닌 루스터가 꿈쩍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짓고 있음.

- 행이, 매브 삼촌 앞에서 그런 나쁜 말 쓰지 마.
- 응? 나는 괜찮은데. 충분히 욕먹을만한 상황 아냐?

매버릭이 카운터에 기댄 채 히죽 웃었고, 루스터는 눈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행맨을 끌어안아 주었지. 행맨이 무언가를 웅얼대며 계속 말하고 있지만, 그 목소리는 울음소리에 파묻혀서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루스터는 그런 행맨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달래주는 것이 최선이었음.

- 미안해, 제이크. 걱정 많이 끼쳤지? 바로 연락하고 싶었는데, 붙잡혀서 심문을 당하느라...
- 아무래도 거리 한복판을 알몸으로 돌아다니면 그렇겠지.
- 매브...!

루스터는 입을 비죽이며 작게 투덜댔음. 매캐한 연기에 눈을 뜨고 붉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았을 당시, 루스터는 심장이 철렁했지. 죽고 싶지 않다는 생존본능도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죽으면 자신의 소중한 애인이 얼마나 괴로워할지를 아니까 필사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거야. 짧은 앞발로 있는 힘껏 창문을 밀어 젖히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순간 세상이 빙글 돌았다는 건 루스터도 확실히 기억해. 

그리고 자신의 복슬복슬하고 뭉툭했던 앞발이 사람의 손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루스터는 곧장 근처의 공중전화박스로 걸어갔지. 행맨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거든. 두 발로 걷는 것이 너무 오래간만이라 휘청이며 이상한 자세로 걸었던 탓일까? 루스터를 수상하게 여긴 길거리의 청소부가 그를 경찰에 신고했음. 알몸도 문제였겠지만...어쨌든 경찰에 연행된 다음에는 신분증명을 할 수 없어서 매버릭에게 먼저 연락을 했고.

- 이 모습은 영원히 못 보게 될 줄 알았어.
- 제이크...
- 나는 각오하고 있었다고. 네가 그냥 곰으로 살더라도...평생 책임지고 살 생각이었는데...
- 응, 알아. 전부 기억하고 있어. 미안해...그리고 고마워.
- ...나쁜 자식. 뻔뻔하게 귀여움만 실컷 받고...
- 귀여움 받는 것도 꽤 즐겁더라. 그런데 나는 네 애인으로서 사랑받는 쪽이 더 좋아.
- ......

눈가와 코끝이 붉게 물든 행맨이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루스터를 바라봐. 올리브색의 옅은 초록빛 눈동자가 눈물 때문에 촉촉이 젖어있었지. 루스터는 그런 행맨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몇 번이고 속삭여 주었음. 매버릭을 포함한 경찰서의 경찰관들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건 한참 후에나 알았지만.

이후 루스터의 복귀는 빠르게 진행되었음. 몇 달간의 공백이 거짓말인 것처럼 루스터는 안정적인 비행을 선보였고, 그가 변함없이 엘리트 파일럿임을 증명할 수 있었지. 행맨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쭉 여기 있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조금 더 커다란 집을 구해서 동거를 하자고 당당히 요구했음. 루스터로서는 사양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 

아기곰 루의 SNS 계정은 비활성화되었고, 행맨은 아쉬워하며 아기곰 전용의 옷들을 차고 세일로 전부 내놓았음.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을 더 찍어뒀어야 했다고 말하는 행맨을 보며 루스터는 꽤 복잡한 심정이 들었음. 그래도 두 사람에게 작은 변화가 있었어. 루스터는 애교가 늘었고, 행맨도 종종 무의식인지 뭔지 루스터 머리카락을 아기곰 쓰다듬듯이 어루만지는 경우가 많아졌지. 행맨은 아직도 루스터를 통해 아기곰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루스터가 아기곰이 되었던 사건도 잘 해결되었으니 두 사람 모두에게 해피엔딩인 셈이지.



그러던 어느 화창한 오후.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루스터는 허겁지겁 복도를 달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어. 그리고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부대원의 얼굴을 마주했지. 땀을 뻘뻘 흘리며 눈은 휘둥그레 커져서,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뭐가 저리 급한 걸까 싶어.

- 무슨 일이야?
- 크, 큰일 났습니다! 세러신 소령님이...!

루스터는 그 말에 심장이 철렁했음. 비행 사고? 아니, 설마. 우수한 엘리트 파일럿인 행맨이 실수를 할리는 없어. 하지만 기체의 문제라던가 예기치 못한 버드 스트라이크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면? 루스터 겁에 질려서 심장 박동과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함.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기세로 몸을 일으키기까지 했지.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외였어.

- 세러신 소령님이 갑자기 여우로...!
- .....응?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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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기곰 루스터와 그런 아기곰의 귀여움에 푹 빠져버린 행맨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길어졌지?? 루스터라면 행맨이 갑자기 여우가 되어도 자신이 곰이었을 당시의 경험을 살려 정성스레 돌봐주고 예뻐해 주겠지. 불안하고 초조함을 느꼈던 행맨과 달리 루스터는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고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음. 아마 이쪽도 만만치 않게 행여우 귀여워하면서 사진 잔뜩 찍을 것 같은데, 얌전했던 아기곰 루스터와 다르게 행맨은 캥캥대면서 폴짝거리거나 몸 비틀어대서 잔상만 남은 사진 수두룩할 듯. 그리고 행여우도 몇 달 지나면 원래대로 뿅 돌아와서 둘이 평범하고 행복한 커플로 잘 지낼 거야. 해피엔딩 최고!ㅋㅋㅋㅋ다들 봐줘서 고마워!!



루스터행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