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37767133
view 3621
2023.04.16 23:13
bgsd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 오나더
육나더 / 칠나더 / 팔나더
경찰에 실종신고 접수를 해볼까? 루스터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불타버린 관사 근처에서 계속 기다려볼까? 아니면...혹시 모르니까 야생동물보호센터를 알아봐야 하나.
행맨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음. 밤을 새우고 날이 밝아져 오는데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거야. 사실 불타버린 관사 근처로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았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상황. 발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게 될까 봐 두려웠거든.
행맨은 눈을 질끈 감고 그냥 이 모든 것이 전부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 꿈에서 깨어나면 지금 누워있는 침대 옆에 루스터가 있고, 대체 무슨 꿈을 꾸었길래 식은땀을 그렇게 흘리냐면서 루스터가 행맨의 이마를 닦아주는 거지. 그리고 행맨이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고 투덜대면, 루스터가 달래듯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
- 브래들리...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 행맨은 손등으로 자신의 눈꺼풀을 꾹꾹 눌렀음. 루스터가 아기곰이 된 이후로 행맨은 스스로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 감정 표현에 솔직해진 만큼 흐트러진 감정을 쉽게 수습할 수가 없어. 내가 이렇게 나약했었나? 차분하게 앞으로의 대책을 생각해야 하는데 현실 도피나 하고 있잖아. 그리고 행맨은 한 박자 뒤늦게 깨달음. 내가 얘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사랑하는구나. 제이크 세러신이 행맨으로서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무너져도 상관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음. 이른 새벽. 이 시간에 전화가 오는 일은 거의 없는데 이상한 일이지. 행맨은 심장이 빠르게 쿵쾅거리고 손끝이 덜덜 떨렸지만, 차분하게 전화를 받았음. 어쨌든 지금 당장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라 뭐라도 손에 쥐고 싶은 심정이었지.
- 여보세요? 전화받았습니다.
- 행맨? 혹시 자고 있는데 깨웠어? 사실 어젯밤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전화번호를 찾느라 한참 걸렸거든.
- ...매버릭?
- 아, 미안.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거는 게 아니어서 놀랐겠구나. 어제 관사에 화재가 났다며.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거지?
매버릭이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걸까 행맨은 숨이 턱 막혀오는 것을 느껴. 혹시 루스터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전화를 한 것일까? 지금 아기곰의 보호자는 행맨이니까 말이야.
- 네, 다친 곳은 없습니다. 매브, 사실 지금...
- 이런, 뒤에 줄 서 있는 사람이 노려보기 시작했어. 전화 사용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러는 걸까.
- ......
- 아, 이러려고 전화한 게 아닌데. 으음, 여기가 어디더라? 문자로 주소를 보내줄게. 지금 경찰서에 있거든.
- 네...?
행맨은 매버릭과의 통화를 끝내고 재빨리 차키를 챙겼음.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무언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 매버릭 말로는 루스터가 거기 있대. 다친 곳 없이 무사하다고까지 했어. 전화를 길게 하지 못해서 상황은 정확히 모르지만, 분명 매버릭이 '경찰이 브래들리를 발견해서...'라는 말을 했어. 다행이다. 루스터는 무사해! 행맨은 기쁨과 흥분감으로 가득 차는 기분으로 차에 올라탔음.
- 속 썩이는 거나 잘하는 얄미운 곰탱이...알록달록한 꽃이 잔뜩 달린 형광색 수영복을 입혀버릴 거야. 수영모자도 세트로 해서!
행맨은 일부러 투덜거리면서 운전하겠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엑셀 밟고 제한 속도 넘기면서 운전할 것 같았거든. 내심 행맨은 다행이라고 생각함. 아기곰이 되었어도 루스터는 변함없이 엘리트였던 거지. 아마 불이 나기 시작할 무렵, 곧장 탈출부터 한 것이 아닐까? 혼란스러운 화재 현장에서 벗어났지만, 안전하게 쉴 장소를 못 찾은 게 분명해. 그러다가 외부인이나 루스터를 모르는 사람이 아기곰을 발견하고 놀라 경찰에 신고를 했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
어쩌다가 매버릭에게 먼저 연락이 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루스터가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어. 행맨은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기로 함. 펫캠은 당연히 설치할 생각 없음. 매번 루스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으니까, 최대한 함께 다니는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했지.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전역 신청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만약 행맨이 더 이상 행맨이 아니게 된다면, 그건 자신의 실책이나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길 바랐거든. 그리고 그것이 루스터를 위한 일이라면 행맨은 후회하지 않아.
행맨은 경찰서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렸어. 루스터 역시 행맨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겠지? 이번에도 그 짧은 앞발을 휘적이며 두 발로 아장아장 걸어올까? 행맨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아기곰이 있을 경찰서의 문을 힘껏 밀어젖혔지. 돌아가는 길에 루스터를 위해 사과와 연어라도 사는 게 좋을까 생각하면서 말이야.
루스터행맨
육나더 / 칠나더 / 팔나더
경찰에 실종신고 접수를 해볼까? 루스터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불타버린 관사 근처에서 계속 기다려볼까? 아니면...혹시 모르니까 야생동물보호센터를 알아봐야 하나.
행맨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음. 밤을 새우고 날이 밝아져 오는데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거야. 사실 불타버린 관사 근처로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았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상황. 발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게 될까 봐 두려웠거든.
행맨은 눈을 질끈 감고 그냥 이 모든 것이 전부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 꿈에서 깨어나면 지금 누워있는 침대 옆에 루스터가 있고, 대체 무슨 꿈을 꾸었길래 식은땀을 그렇게 흘리냐면서 루스터가 행맨의 이마를 닦아주는 거지. 그리고 행맨이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고 투덜대면, 루스터가 달래듯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
- 브래들리...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 행맨은 손등으로 자신의 눈꺼풀을 꾹꾹 눌렀음. 루스터가 아기곰이 된 이후로 행맨은 스스로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 감정 표현에 솔직해진 만큼 흐트러진 감정을 쉽게 수습할 수가 없어. 내가 이렇게 나약했었나? 차분하게 앞으로의 대책을 생각해야 하는데 현실 도피나 하고 있잖아. 그리고 행맨은 한 박자 뒤늦게 깨달음. 내가 얘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사랑하는구나. 제이크 세러신이 행맨으로서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무너져도 상관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음. 이른 새벽. 이 시간에 전화가 오는 일은 거의 없는데 이상한 일이지. 행맨은 심장이 빠르게 쿵쾅거리고 손끝이 덜덜 떨렸지만, 차분하게 전화를 받았음. 어쨌든 지금 당장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라 뭐라도 손에 쥐고 싶은 심정이었지.
- 여보세요? 전화받았습니다.
- 행맨? 혹시 자고 있는데 깨웠어? 사실 어젯밤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전화번호를 찾느라 한참 걸렸거든.
- ...매버릭?
- 아, 미안.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거는 게 아니어서 놀랐겠구나. 어제 관사에 화재가 났다며.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거지?
매버릭이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걸까 행맨은 숨이 턱 막혀오는 것을 느껴. 혹시 루스터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전화를 한 것일까? 지금 아기곰의 보호자는 행맨이니까 말이야.
- 네, 다친 곳은 없습니다. 매브, 사실 지금...
- 이런, 뒤에 줄 서 있는 사람이 노려보기 시작했어. 전화 사용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러는 걸까.
- ......
- 아, 이러려고 전화한 게 아닌데. 으음, 여기가 어디더라? 문자로 주소를 보내줄게. 지금 경찰서에 있거든.
- 네...?
행맨은 매버릭과의 통화를 끝내고 재빨리 차키를 챙겼음.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무언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 매버릭 말로는 루스터가 거기 있대. 다친 곳 없이 무사하다고까지 했어. 전화를 길게 하지 못해서 상황은 정확히 모르지만, 분명 매버릭이 '경찰이 브래들리를 발견해서...'라는 말을 했어. 다행이다. 루스터는 무사해! 행맨은 기쁨과 흥분감으로 가득 차는 기분으로 차에 올라탔음.
- 속 썩이는 거나 잘하는 얄미운 곰탱이...알록달록한 꽃이 잔뜩 달린 형광색 수영복을 입혀버릴 거야. 수영모자도 세트로 해서!
행맨은 일부러 투덜거리면서 운전하겠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엑셀 밟고 제한 속도 넘기면서 운전할 것 같았거든. 내심 행맨은 다행이라고 생각함. 아기곰이 되었어도 루스터는 변함없이 엘리트였던 거지. 아마 불이 나기 시작할 무렵, 곧장 탈출부터 한 것이 아닐까? 혼란스러운 화재 현장에서 벗어났지만, 안전하게 쉴 장소를 못 찾은 게 분명해. 그러다가 외부인이나 루스터를 모르는 사람이 아기곰을 발견하고 놀라 경찰에 신고를 했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
어쩌다가 매버릭에게 먼저 연락이 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루스터가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어. 행맨은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기로 함. 펫캠은 당연히 설치할 생각 없음. 매번 루스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으니까, 최대한 함께 다니는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했지.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전역 신청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만약 행맨이 더 이상 행맨이 아니게 된다면, 그건 자신의 실책이나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길 바랐거든. 그리고 그것이 루스터를 위한 일이라면 행맨은 후회하지 않아.
행맨은 경찰서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렸어. 루스터 역시 행맨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겠지? 이번에도 그 짧은 앞발을 휘적이며 두 발로 아장아장 걸어올까? 행맨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아기곰이 있을 경찰서의 문을 힘껏 밀어젖혔지. 돌아가는 길에 루스터를 위해 사과와 연어라도 사는 게 좋을까 생각하면서 말이야.
루스터행맨
https://hygall.com/537767133
[Code: 10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