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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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이 여우가 되었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루스터가 어안이 벙벙해져 있자, 부대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해. 훈련을 마치고 전투기에서 내리던 행맨이 모두의 눈앞에서 갑자기 여우가 되었다고 함. 어쩐지 낯설지 않은 느낌에, 어느 전투기인지 물어보니까 루스터가 이전에 탔다가 곰이 되었던 기체랑 똑같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잖아. 내일이면 저주받은 전투기 같은 걸로 대서특필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루스터 이후로도 그 전투기를 탄 파일럿들은 많은데 왜 하필 행맨이?

어쨌든 루스터는 여우가 된 행맨을 보호하고 있다는 탈의실 쪽으로 한걸음에 달려 나갔지. 우리 제이크 어떡하지? 분명 겁에 질렸겠지? 바들바들 떨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충격을 받은 것 아닐까? 루스터가 아기곰이 되었던 것처럼 행맨도 작은 아기여우가 되었을까?


괜한 걱정이었지. 탈의실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든 워리어즈 부대원들이 박수를 치면서 즐겁게 소리 내며 웃고 있어.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붉은여우가 탐스러운 꼬리를 흔들며 제자리에서 폴짝거리고 있었지. '여우'라고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그 모습이야. 크기는...루스터 눈에는 작지만 아기 동물 같지는 않아.

- 제이크?

루스터가 이름을 부르자 여우가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그러더니 우다다다 루스터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와. 루스터는 조금 놀랐지만, 활짝 웃으며 두 팔 벌려 껴안아줄 준비를 했음. 사실 루스터는 행맨이 동물이 된다면 자존심 세고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고양이나 뾰족하게 가시를 세워대는 고슴도치로 상상했었거든. 여우는 TV의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이 전부인데, 저 여우가 행맨이라고 하니까 엄청 귀엽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해. 

루스터는 활짝 웃으며 여우 행맨이 제 품에 폭 안기기를 기대했어. 하지만 여우는 루스터 앞에서 딱 발걸음을 멈추더니 방금 전처럼 제자리에서 폴짝거리며 정신없이 굴어. 루스터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뻗자, 여우는 몸을 뒤로 빼고 우다다다 저편으로 재빠르게 도망쳤지.

- ....?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 루스터가 멍하니 눈만 끔뻑이니까, 여우는 '캐캐캥'하고 웃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뒷발에 힘을 준 뒤 앞발을 쭉 뻗어 몸을 납작하게 하고 기지개를 한 번 켰어. 그 모습을 본 주변의 파일럿들은 'Awww...'하고 동물 프로그램의 방청객 같은 소리를 내. 순간 여우가 우쭐대는 듯한 표정을 지은 것 같았는데 그건 루스터의 착각일까?

- 행이, 이리 와. 너 병원 가봐야 해.

루스터는 자신이 아기곰이었을 때를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음.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갑자기 동물이 되었으니 정밀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잖아. 하지만 행맨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루스터가 안아 올리려고 하자 날렵하게 쏙 빠져나가 꼬리를 흔들며 몸을 낮춰. 루스터가 그런 행맨을 붙잡으려고 팔을 내뻗으면, 행맨은 웃는 소리를 내면서 다시 도망치는 거야. 남들이 보기에는 술래잡기 놀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 잡았다!

그 짓을 몇 번 반복한 뒤에야 간신히 여우를 붙잡은 루스터는 붉은여우를 제 품에 안았어. 하지만 행맨은 붙잡힌 것이 싫었는지 몸을 뒤틀며 낑낑대는 소리를 내.

- 얌전히 좀 있어 봐.

원래 성격이 워낙 지랄 맞...아니, 제멋대로인 것도 있긴 하지만, 여우가 된 행맨은 정말 야생 동물처럼 다루기가 힘들었어. 루스터는 연신 몸을 비트는 여우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어디가 불편해서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부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탈의실을 나오는 동안에도 루스터와 행맨의 실랑이는 계속되었음. 행맨은 루스터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며 몸을 뒤집더니 까만 뒷발로 루스터의 턱을 투다다닥 걷어찼거든.

- 아야! 왜 이러는 거야, 제이크.

여우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운 채 양손으로 허공에 들어 올리면, 여우는 버둥대며 다시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 갑작스레 여우가 되어서 놀랐다고 하기에는 반응이 조금 심상치 않아.

- 어디 아파? 아니면...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거야? 그 생각에 루스터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지. 루스터가 아기곰이었을 때에는 행맨의 말을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어. 물론 의사소통 자체는 쉽지 않았지만, 그냥 육체가 곰이 된 것뿐이니까. 당연히 행맨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완전히 동물화가 되어서 루스터를 알아보지도 못 하는 것이라면?

루스터는 심호흡을 하고 여우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어. 올리브색이 섞인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점점 가늘어져. 그리고 이내 샐쭉 웃는 거야. 

...어, 잠깐?

- 행이, 너...지금 나 놀리는 거지?

루스터가 길게 한숨을 내쉬면, 여우는 다시 '캐캐캥' 웃는 소리를 내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그러더니 고개를 쭉 내밀어 촉촉한 까만 코를 루스터의 코끝에 가볍게 '콕' 눌렀다가 떨어져. 그 깜찍한 행동에 루스터 심장 부여잡고 싶은 것 꾹 참아내고 작게 앓는 소리만 냄.

어쨌든 이렇게 입장이 뒤바뀌니까 기분이 묘한 것은 사실이야. 행맨은...지금 자신의 상태를 완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아. 갑자기 여우가 되면 놀랄만도 한데 전혀 무섭지 않은 걸까? 행맨이 쉽게 기죽을 성격이 아닌 것도 있지만, 어쩌면 행맨은 루스터가 곁에 있다는 것을 아니까 안심하는 걸지도 몰라. 루스터가 곰에서 인간의 몸으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약 반대로 네가 동물이 되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하고 가볍게 질문을 한 적이 있거든. 그때 행맨은 여유롭게 씩 웃으며, '글쎄. 어차피 네가 나 돌봐줄 거 아냐? 만약 그렇게 되면 빚은 제대로 갚아, 루스터. 내가 얼마나 많이 고생했는지 알기는 해?'하고 가벼운 농담처럼 대답했었지. 그 빚을 갚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누가 알았겠어.

- ...으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루스터는 작게 중얼거리며 여우를 다시 품에 안고 부드럽게 털을 쓰다듬었어. 행맨 역시 길어봤자 몇 달 이내로 돌아오겠지, 뭐. 병원 검진이 끝나면 행맨에게 먹여야 할 것을 사야겠지? 여우는 뭘 먹더라. 그리고 나도 귀여운 옷 같은 거 사서 행이한테 입혀보고 싶은데...루스터 그런 생각하면서 여우와 함께 느긋하게 자신의 브롱코가 있는 곳으로 걸어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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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절 미안하다아아앜!!! 하지만 루스터는 한 차례 아기곰이 되었던 경험이 있으니까 좀 더 여유롭고 즐겁게 여우 행이를 돌봐줄 수 있을 듯. 행맨은 자기가 여우가 되었다는 걸 안 순간, 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살짝 실망한 것 외에는 놀라지 않았음!



루스터행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