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0834410
view 38058
2024.04.13 19:15
오늘도... 고증 박살났다 미안하다...

111 222 333 444 555 666 777 888 999 1010 1111 1212 1313









존의 조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영겁의 시간같이 느껴졌다.

한 대대의 대장이며 소령이기까지 한 게일이 조사가 이루어지는 곳에 들어가도 사실 막을 자는 없었다. 그럼에도 게일은 차마 그 안으로 들어가 직접 이야기를 들을 자신이 없어 섣불리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이미 터질 것 같이 시끄러운 머릿속인데 그 안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받아낼 자신이 없었던 게일은 결국 존이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불안한 것은 게일 뿐이 아닌 듯 했다. 존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무섭게 달려와 질문을 쏟아냈던 해리 또한 게일의 옆에 서 잔뜩 울상인 얼굴로 조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일은 자꾸만 드는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뜯어냈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허니에 대해 긍정적인 소식이 가져왔으면 했다.


"벅, 크로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차례 조사를 마치고 나온 존이 게일과 해리를 불렀다.

존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얼굴 군데군데에는 피가 말라붙어있었고 잔뜩 헝클어진 머리가 얼마나 존이 정신이 없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를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었던 게일과 해리였지만, 막상 존이 나온 후에도 먼저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존의 입이 열리고 나올 말들이 두려운 탓이었다.


"낙하산 두 개 정도 펴지는 걸 봤다더라."
"..."
"버블스일 가능성도 있어. 허니는..."


한숨처럼 흘러나오는 존의 말이 끝맺어지지 못 했다.

하지만 굳이 존이 더 말을 하지 않아도 게일은 그 말 뜻을 어렵지 않게 이해했다. 보통 비상 탈출을 하면 파일럿은 가장 마지막으로 탈출을 한다. 그야 파일럿은 다른 대원들이 무사히 빠져나가기 전까지 비행기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를 해야 하니까.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존이 말하는 그 두 개의 낙하산 중 허니의 것은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재생다운로드Tumblr_l_71353021799862.gif

"미안하다."


존이 작은 목소리로 게일에게 사과했다.

숨이 턱 막힌 것만 같았다. 아까까지 시끄러웠던 게일의 머릿속도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




허니와 커트, 그리고 그 비행기에 탔던 대원들이 돌아오지 못 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일상은 변함없이 흘러갔다. 이미 죽어버렸거나 수용소로 잡혀간 대원들을 대신할 신병들이 계속 들어왔고 이전 임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마치 아무도 죽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 부대원들 사이에서 게일은 자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자꾸만 머릿속에서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떠올랐다. 

만약 그 날 저녁 허니를 혼자 두고 자신이 먼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면. 만약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부대로 돌아왔다면. 만약 허니의 말을 처음부터 믿었다면... 그랬다면 뭔가가 달라졌을까?

그래, 그랬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적어도 이렇게 죄책감에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후회를 해도 시간이 되돌아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게일은 자신이 시간을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챌 때마다 허니를 떠올렸다.

너는 시간을 되돌아왔다고 했는데. 그 방법이 어떻게 되었든 나에게도 방법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매번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해도 그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허니는 게일의 곁에 없다는 사실이 게일을 더욱 괴롭게 했다.




-




"벅.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해."
"뭘?"
"허니의 관물대 말이야."


존이 게일에게 담담하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그의 속 마저도 말이 아님을 게일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존의 눈가가 붉지 않았을 것이다.


"비딕의 관물대는... 내가 정리했어. 허니 것은 네가 하고 싶지 않을까 해서."


그제서야 게일은 왜 존의 눈가가 붉은지 알아챌 수 있었다.

비딕, 커트의 관물대를 존이 정리했다. 그 것이 어떤 의미인지 게일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존이 커트를 아들처럼 아끼는 것은 부대 내의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 아들같은 동료의 유품...일 수도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려니 속이 말이 아니었을테지.


"아직 집으로 보내지는 않을거야. 난 커트랑 허니가 돌아올거라고 믿어. 그래도 그걸 그대로 둘 수는 없으니까... 정리만 해두는거야."


존이 게일에게 강조하듯이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뭔가 게일은 마음 속에 자그마한 안도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 게일은 아직 미치지 않았다.

마음 한 켠에서 계속해서 허니와 커트가 다시 웃으며 되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것 또한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아니다. 또한 그런 미래를 그리는 것이 게일이 혼자가 아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게일은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




허니의 소지품은 정말이지 소박했다.

사람 하나가 살아가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물품이 필요한 법인데, 허니의 자리에는 살면서 꼭 필요하다고 말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있는 것이 없었다.

항상 허니의 머리를 단정하게 묶을 수 있게 도와주는 머리끈, 여분의 군복 등의 생필품들. 사치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잘한 물건들이 있을 법 한데. 허니에게는 그런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허니의 물품들을 하나 하나 관물대 속에 정리를 하며 게일은 또 다시 의구심이 마음 속에서 피어났다.

혹시 이렇게 물품이 적은 이유가, 허니가 자신에게 말했던 그 이유 탓일까?

어차피 자신은 이 곳에 속한 사람이 아니니, 많은 짐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낀 탓에 무의식에 나온 행동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게일의 생각을 듣고 말도 안 되는 비약이라고 부를 수 있었지만 게일은 어째서인지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개 있지 않은 허니의 물품을 정리하고, 이내 서랍의 손잡이를 당겼을 때 였다.

서랍 속에도 많은 물품이 담겨있지는 않았다. 들어있는 것이 없어 게일이 힘을 주고 서랍을 당겼을 때, 너무나도 쉽게 서랍이 열렸다.

하지만 그 안에 있던 물건은 조금은 낯선 것들이었다.

작은 사진 한 장과 부대 패치. 이렇게 나열을 했을 때는 이상한 것이 없었으나, 평생 본 적 없는 색감이 있는 사진과 이름 모를 부대의 인장이 수 놓아진 패치였다.

사진을 본 게일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게일이 지금까지 살면서 사진을 많이 본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그가 본 사진들은 모두 흑백이었다. 사진에 색감까지 넣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만 해 봤지 그것이 실제로 가능할 것인 줄 몰랐다.

65c4d96d0c65c4f77cabab6309277f26.jpg

같은 파일럿들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 속 허니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의 허니가 입고 있는 옷의 가슴팍에는 서랍에서 나온 패치와 같은 모양의 것이 수놓아져 있었다.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색을 가지고 있는 사진. 그 덕에 허니의 옆에 서 있는 남자의 머리칼이 금발이라는 것까지도 게일은 알 수 있었다.

여전히 게일이 사진의 존재에 대해 조금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쯤, 그는 사진을 뒤집어 보았다.


[Top Gun, 1986. 08.]


평소 급한 허니의 성격을 닮은, 조금은 날려 쓴 글씨체를 게일은 손끝으로 더듬었다.

처음 보는 색감이 들어간 사진. 그 속에 웃고 있는 허니와 그 뒤에 적힌 미래의 날짜까지. 그 모든 것이 마치 게일에게 허니의 말이 사실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네 말을 조금만 더 믿어볼걸. 그런 후회가 다시 게일의 마음 속에서 피어났다.




-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고 숨 가쁘게 달려갔고 허니와 커트, 그리고 그 일행들이 사라진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게일과 존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돌아오겠지. 빠르면 며칠, 늦으면 1년도 더 걸려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저 그들은 조금 늦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운이 정말 나빠 수용소에 있다고 하더라도 살아만 있어주기를 빌었다. 살아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또한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 사이 게일과 존은 꾸준히 임무에 나갔다. 특히 게일이 더욱 열심히 임무에 나갔다. 조금이라도 허니의 단서를 찾고 싶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았다. 허니가 살아있다는, 어딘가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그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게일이 임무를 나갈 때마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항상 허니의 침상 옆 서랍에서 발견한 사진, 또는 관물대에 들어가지 않은 그 사진이 있었다. 

탑건이 무엇인지, 그 속에 허니와 함께 사진을 찍은 다른 이들이 누구인지는 상관 없었다. 그저 그 속에서 웃고 있는 허니의 미소를 보면 그나마 게일은 힘을 낼 수 있었다.

오늘도 임무를 나가기 전, 조종석에 앉은 게일은 다시 한 번 사진 속 허니를 잠시 바라보았다.

재생다운로드IMG_9326.gif

조금만 더 기다려줘. 빨리 찾으러 갈게. 그리고 그때는 네 얘기를 제대로 들을게.

매일같이 허니에게 들리지 않을 말을 마음 속으로 전하는 게일이었다.




-




"야, 호넷."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였다. 눈을 감고 있던 허니는 아직 눈을 뜨기 전,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채려 노력했다.

호칭 또한 조금 오랜만에 듣는 것이었다. 폭격기를 몰면서도 주변에서 허니를 호넷이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자주 부르지는 않았다. 심지어 폭격전대 내에서의 허니의 별명은 아직도 통일이 되지 않은 탓에 꽤나 여러가지였다.


"호넷."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다시 한 번 허니를 불렀다. 마치 허니가 눈을 뜨고 자신을 마주할 때까지 부를 생각인 듯 했다.

그리고 허니의 이름이 세번째로 불리기 전, 허니는 이내 눈을 천천히 떴다.


재생다운로드3e67dd47bb923b6c5223918b2d1521d9.gif

"너 왜 여기 있어?"


눈을 뜬 허니가 마주한 것은 다름 아닌, 같은 탑건 스쿨의 동기이자 수석 졸업생, 그리고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톰 카잔스키였다.

그리고 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허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




뭐지. 잠에서 깨고 제대로 정신을 차린 허니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뭔가 이상하고 특이한 꿈을 꾼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길게. 

눈을 뜬 허니는 잠시 고민했다. 과연 어떤 것이 현실인지. 하지만 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뭘 고민한단 말인가, 27년 가까이 자신이 살아간 시대는 지금 제 앞에 톰이 서 있는 이 시대였다. 그러니 이것이 현실이다. 허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것이 현실일리가 없었다. 왜 그런 꿈을 꿨지? 허니가 잠시 고민했다. 


"야, 아이스. 나 너네 아버님 만나는 꿈 꿨다?"
"뭐?"
"웃긴 꿈이었어. 너네 아버님한테 폭격기 모는 법을 배우고 영국으로 넘어가서 나도 제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하는 꿈 꿨다. 웃기지."


허니가 낄낄거리며 장난스럽게 이야기 했다.


"네가 어제 너네 부모님 사진 보여줘서 그랬나봐. 그 사진 속에 있는 폭격기를 꿈 속의 내가 몰았잖아."


그렇게 말을 하는 허니의 목소리에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했다. 

직접 입으로 내뱉고 나니 더욱 웃긴 꿈이다. 허니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현실이 무슨 공상과학 소설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곳에 도착한단 말인가? 

하, 당분간 소설책 좀 자제해야겠네. 허니는 속으로 반성했다. 아니지, 이런 소설 어디 없으면 이걸 소설로 써서 일확천금을 노려볼까. 

허니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미래에 대한 포부를 그리고 있을 때에도 톰의 표정은 여전히 굳은 채였다. 그리고 허니는 톰의 표정이 굳어 있다는 사실을 한참을 웃다가 뒤늦게 발견했다.


"뭐야, 아이스맨. 설마 내가 네 부모님 꿈 꿨다고 해서 기분 나빠...?"
"..."
"야... 뭐 그런 걸로 기분 나빠하냐."
"..."
"...알겠어 내가 미안해. 놀리려는 의도는 없었고 그냥 그랬다고 너한테 알려주려는 것 뿐이었어."


허니의 말에도 계속 굳은 표정만 지은 톰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허니는 이내 그에게 사과를 건넸다.

정확하게 왜 톰이 기분이 나쁜 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허니는 사과를 했다. 자신이 1943년에 떨어졌었다는 이상한 꿈을 꾼 직후여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괜시리 허니는 제 탑건 동기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들과 별로 싸우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사과 쯤은 먼저 건넬 수 있었다.

하지만 허니의 사과를 받은 후에도 톰의 인상은 펴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내 다시 입을 열어 허니에게 말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어?"
"너 왜 여기 있냐니까?"


이제는 허니의 미간에 곱게 주름이 갔다.


"뭐?"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무슨 말이야. 여기가 내 시간대인데 내가 어딜 가."
"아니야. 그리고 그게 그 증거야."


그 말과 함께 톰이 손가락으로 가르킨 곳은 다름 아닌 허니의 목 주변이었다.

톰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허니는 그가 가르킨 곳을 따라 제 목 언저리로 손을 가져가 더듬거렸다. 그리고 이내 허니의 손가락에 부드러운 촉감의 천이 걸렸다.

그리고 허니가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채기도 전에 톰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러니까, 빨리 돌아가."


그 말과 함께 톰이 허니의 어깨를 양 손으로 밀었다.




-




"헉."


허니가 숨을 크게 들이키며 눈을 확 떴다. 분명 침대에 누워있음에도 허니는 땅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든 탓이었다.


"허니, 정신이 들어요?!"


허억 허억, 호흡기를 통해 허니가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자신도 모르게 다시 목 언저리를 더듬거렸다. 그리고 꿈 속에서 느꼈던 그 부드러운 천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굳이 시선을 끌어내려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게일이 선물해 준 스카프였다.

숨을 몰아쉬는 허니를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커트가 허니에게 달려와 그의 안색을 살폈다. 

그제서야 허니의 시야에 커트와 버블스가 들어왔다. 그리고 아까 톰과 대화를 나눌 때보다 조금은 옛날식의 가구들도 눈에 들어왔다.

아, 1943년이다. 게일이 있는 시간대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허니의 마음 속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확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기억을 다시 더듬어보면, 임무 중 버블스의 안내대로 허니와 커트는 비행기의 방향을 급하게 틀었다.

당장 추락해도 놀랍지 않은 비행기를 몰고 어떻게 비행을 했는지 사실 지금도 허니는 의문이었다. 정신이 없는 통에 존에게 무전조차 칠 겨를도 없이 비행을 했고 겨우 영국 땅에 비행기를 착륙 시켰다.

정말 이게 바로 천운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 천운일까 싶었다.

레겐스부르크 임무를 끝내고 알제리로 끌고 간 비행기가 차라리 비행기 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걸레짝이나 다름 없는 비행기, 그걸 이끌고 영국까지 겨우 한 복귀, 내려오지 않는 착륙 바퀴에 버블스가 알려준 방위가 조금만 더 틀렸다면 그야말로 바닷속에 빠져버렸을 것이었다.

겨우겨우 동체 착륙을 끝내고 비행기 밖으로 나온 대원들 중 다행이도 목숨을 잃은 이는 없었다. 다친 사람은 있었지만, 그나마 내린 곳이 영국이었으니 허니와 다른 대원들은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시라도 빨리 부대로 복귀해야지. 그런 생각이 허니의 머릿속에 들었던 것 같다. 일단 다친 부대원들의 치료가 끝나는대로 다시 복귀를 해야겠다. 

분명 거기까지 생각을 했었는데...


"그랬는데 갑자기 허니가 쓰러져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내가?"
"네! 어디 크게 다쳤나 싶어서 화들짝 놀랐는데 다친 곳은 없고. 그 와중에 허니는 갑자기 전원이 꺼진 사람마냥 픽 쓰러지고. 근데 또 한 달 동안 안 일어나고!"


커트가 소리를 빽 지르며 허니에게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듣던 허니는 순간 이상한 단어가 자신의 귓가를 스쳐지나간 것을 알아챘다.


"잠시만 뭐라고?"
"예?"
"나 얼마나 누워있었다고?"
"한 달이요."


담백하게 대답을 하는 커트를 보며 허니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부대에는 연락했어? 우리 살아있다고?"
"여기 부대에는 전화기가 없다고 해서 일단 편지를 썼어요. 버키의 앞으로 보냈는데, 바쁜지 아직 답장은 없어요."


커트의 대답에 그나마 허니의 마음이 놓였다. 그래, 그나마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연락을 했다니 다행이긴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허니는 새삼 놀랐다. 분명 톰과 대화를 하는 꿈을 꾼 건 고작 길어야 한, 두 시간인 것 같았는데 여기서는 한 달이나 지났다니.

이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런 비일상에 적응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




재생다운로드Tumblr_l_81457513375696.gif

"버블스! 허니 대위님! 커트 중위님!"


영국 공군이 제공해 준 트럭을 타고 부대에 도착하기 무섭게 해리가 대원들에게 달려오며 이름을 불렀다.

누가 가장 친한 친구들 아니랄까봐, 해리는 트럭에서 내리기 무섭게 조셉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내 그를 위아래로 살피며 어디 다친 곳이 없는지 눈으로 열심히 훑었다.

한참을 조셉을 살피던 해리는 이내 커트와 허니에게로 눈을 돌렸다.


"진짜 갑자기 돌아오셨다는 말 듣고 얼마나 놀라서 뛰쳐나왔는지 아세요? 저 급하게 달려나오다가 하마터면 이 나이 먹고 계단에서 구를 뻔 했잖아요."


약간은 과장된 몸짓을 하며 넘어지는 척을 하는 해리를 보며 허니와 커트가 킥킥 웃었다. 

잠시 웃던 허니가 이내 뭔가 해리의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크로즈, 놀랐다고?"
"당연하죠. 꼼짝없이 죽었거나 수용소에 들어간 줄 알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다는데, 어떻게 안 놀라요."


허니의 말에 대답을 하는 해리를 보며 허니와 커트의 미간에 나란히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해리에게 커트가 다시 질문했다.


"내가 우리 다 살아있다고 편지 했는데?"
"예? 언제요?"
"임무 있었던 날에서 이틀 정도 지나고?"
"...저희는 받은 게 없는데요?"


난감하다는 듯이 대답을 하는 해리를 보며 커트가 손바닥으로 제 이마를 탁 쳤다.

어휴 그럼 그렇지. 놀랍지도 않았다. 전쟁 중에 아무리 적십자가 편지를 열심히 배송한다고 해도 그게 멀쩡히 전달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허니는 해리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돌아오셨으니 너무 다행입니다. 특히 허니 대위님과 커트 중위님이 돌아오셨으니 350대대의 대원들이 정말 기뻐할 거예요."


350대대. 그 말을 듣자 허니와 커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전쟁 속에 있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대감이 생겨버린 것이 분명했다.

동시에 허니의 마음속에서는 조금 걱정도 피어올랐다. 아무래도 게일과의 마지막 만남에서는 그리 좋게 헤어진 것이 아니기는 했으니까.

그래도 한 달만에 만났으니, 그 어색했던 상황을 조금 두루뭉실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허니는 그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린 거, 그냥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는 그 이야기를 모르는 척 넘어간다고 해도 허니는 괜찮을 것만 같았다. 그것이 만약에 게일이 원하는 바라면, 허니 또한 그에 따를 의향이 있었다.

350대대에 대한 이야기에 커트와 허니의 얼굴이 밝아진 것을 확인한 해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이건, 클레븐 소령님들의 빈 자리가 컸는데, 허니 대위님이라도 계시니..."
"뭐?"


해리의 말을 끊고 허니가 질문했다. 그리고 해리는 그제서야 아차 싶었는지, 한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무슨 소리야, 크로즈. 제대로 설명해."
"..."
"명령이야, 크로즈."


단호하게 허니가 말을 하자 해리가 안 그래도 잔뜩 억울한 듯 내려가 있는 눈썹을 더 끌어내리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며칠 전 임무에서 이건 소령님과 클레븐 소령님께서 실종되셨어요... 다른 대원에게서 들은 바로는 이건 소령님네 비행기에서는 낙하산을 몇 개 봤고, 클레븐 소령님의 비행기는 대공포를 직격으로 맞으셨다고..."


끝맺음에 가까워질수록 해리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허니는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빌어먹을 전쟁. 허니와 커트가 살아돌아오니, 그 목숨과 맞바꾸기라도 하듯이 게일과 존의 행방이 이제는 묘연했다. 그 사실에 허니는 어이가 없어져서 웃음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미안하다 오늘 진짜 역대급으로 고증 망한 것 같다... 흐린눈 해줘...ㅠㅠ

마옵에너붕붕 벅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1515
2024.04.13 19:21
ㅇㅇ
모바일
내센세 제목만 보고 개같이 헐레벌떡 뛰어왔어요
[Code: 3317]
2024.04.13 19:23
ㅇㅇ
모바일
ㅑ아니ㅣ
[Code: 842f]
2024.04.13 19:25
ㅇㅇ
모바일
아니 센세 제목 보고 진짜 밑볼처럼 개뛰아왔어 하...... 이렇게 또 엇갈리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이렇게 애틋해져야 사랑이 더 깊어지겠지? 벌써 둘이 어떻게 재회할지 궁금하고 넘 좋아서 미치겠다 내센세 영원히 함께하자 절대 못. 가.
[Code: 842f]
2024.04.13 19:33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95b]
2024.04.13 19:45
ㅇㅇ
모바일
또 엇갈렸어ㅠㅜㅠㅠㅠㅠㅠㅠ빨리 만나서 대화 해야하는데ㅠㅜㅜㅠㅠㅜㅠ
[Code: 5f9d]
2024.04.13 19:49
ㅇㅇ
모바일
엇갈리다니!!! ㅠㅠㅠㅠㅠㅠㅠ
[Code: 514d]
2024.04.13 20:08
ㅇㅇ
모바일
와센세미칠거같아 초록창이면 쿠키결제라도 하고싶은 기분이야 센세때문에 살아 요새.. 허니가 돌아왔는데 어딜갔니 얘들아ㅠㅠㅠㅠ 돌아와 ㅠㅠㅠㅠ
[Code: 9fa9]
2024.04.13 20:14
ㅇㅇ
모바일
아ㅠㅠㅠㅠㅠㅠㅠㅠ돌아와라 게일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537]
2024.04.13 20:18
ㅇㅇ
하 얼른 허니랑 게일 만나야 하는데 ㅠㅠㅠㅠㅠ
[Code: ff66]
2024.04.13 20:29
ㅇㅇ
모바일
허니 무의식 속인건가.... 아님 카잔스키가 뭘 알고 잇는건가... 궁금해요 센세 허니랑 동료들 무사해서 다행인데 ㅠㅠㅜㅜ 이제는 게일이랑 존이 ㅠㅠㅠㅠㅠㅠㅜ 둘도 무사해라 제발 ㅠㅠㅠ
[Code: 4e3b]
2024.04.13 20:30
ㅇㅇ
모바일
센세이건명작이에요
[Code: 954c]
2024.04.13 20:31
ㅇㅇ
모바일
허니랑 커트랑 다 살아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톰 뭘 아는 거야 돌아가라고?????? 존하고 게일 아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너무너무 재밌어요 진짜 센세는 천재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7f8]
2024.04.13 20:55
ㅇㅇ
모바일
센세 제목보고 숨 가다듬고 눌렀어요ㅠㅠㅠㅠㅠㅠ 게일이 이제 허니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었는데ㅠㅠㅠㅠㅠ 허니에게 허니 원래 시간대의 사진이 있었다니ㅠㅠㅠㅠ 겨우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다시 엇갈리다니 안타까워요ㅠㅠ 그래도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ㅜㅜㅜㅜㅜㅜㅜ 커트도 버블스도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876]
2024.04.13 21:01
ㅇㅇ
모바일
살아있어서 다행이야ㅜㅜㅜ그치만 엇갈리다니 아악ㅜㅜㅜ
[Code: 4b2d]
2024.04.13 22:50
ㅇㅇ
모바일
끄아아ㅏ아ㅏㅏ아아ㅏ ㅠㅠㅠ 일대일 트레이드도 아니고 이게무슨 ㅠㅠㅠ 뿌이아아악 아이스는 ㄷ중간에 뭐지!??! ㅠㅠ 사후세계잉가ㅜㅠ
[Code: a2d8]
2024.04.13 22:51
ㅇㅇ
모바일
아아ㅠㅠㅠㅠ 또 엇갈렸어ㅠㅠㅠㅠㅠㅠㅠ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 이제 허니가 게일 찾으러 가려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커트도 버블스도 무사해서 다행이다…
[Code: 62db]
2024.04.13 22:59
ㅇㅇ
모바일
으아아아아아 ㅜㅜㅜㅠ 부디 살아있어줘 제발 재회해서 알콩달콩 ㅜㅜㅜㅜㅜ
[Code: 973b]
2024.04.13 23:13
ㅇㅇ
모바일
내센세 성실수인이라 언제나 사랑해 ㅜㅜㅜㅜㅜㅜㅜ
[Code: 681b]
2024.04.13 23:01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 버블스도 살아있고 커트랑 허니도 무사하고ㅠㅠㅠㅠㅠ 게일이랑 존도 무사하겠지..? 흐어어 센세 사랑혀
[Code: da5c]
2024.04.13 23:26
ㅇㅇ
모바일
톰,저번에도 그렇고 뭘 아는것같어 ㅠㅠㅠ
[Code: bb0e]
2024.04.13 23:50
ㅇㅇ
모바일
으아ㅏㅏㅏㅏㅠㅠㅠ 아니 근데 톰 뭐야 아아ㅏㅏ 센세 어나더ㅜㅠ
[Code: b83a]
2024.04.14 00:05
ㅇㅇ
아이스맨은 뭘 알고 있나보다..
[Code: 2dc9]
2024.04.14 00:27
ㅇㅇ
모바일
센세 존잼이야
[Code: 3f78]
2024.04.14 00:46
ㅇㅇ
모바일
톰은 허니가 엄마인거 알고있나보네ㅠㅠ 그래서 다시 아빠한테 돌려보낸거냐ㅠㅠㅠㅠ
[Code: f91c]
2024.04.14 01:43
ㅇㅇ
모바일
내 센세가 성실수인이라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
[Code: 701e]
2024.04.14 05:27
ㅇㅇ
모바일
아이스는 아네... 와 너무 궁금해 센세ㅠㅠㅠㅠㅠㅠ
[Code: 42c1]
2024.04.14 10:19
ㅇㅇ
모바일
센세 이건 대작이에요!!!
[Code: d364]
2024.04.14 12:51
ㅇㅇ
모바일
와진짜 소름돋앗어..
[Code: aa05]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성인글은 제외된 검색 결과입니다.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