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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19:34

허니 비의 편지 / 허니 비의 일기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이것저것 ㅇㅁㅈㅇ)(ㄴㅈㅁㅇ)

 

 

 

 

 

* * * * *

 

 

 

 

 

따뜻했던 계절은 어느 새 바람이 후덥지근해지고 있었다.

 

허니와 브래드는 브래드의 차를 타고 등교하는 중이었다.

브래드는 더 이상 스쿨버스에 타지 않았다.

허니와 아무렇지도 않게 나란히 앉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허니는 그저 자신이 도중에 어디로 숨을까봐 등하교를 같이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브래드.

-..응.

-나.. 아르바이트 시간 더 늘렸어. 니가 얘기하래서..

-응, 알았어. 맞춰서 데리러 갈게.

 

브래드는 딱히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곤 운전에 집중했을 뿐이었다.

전엔 오른손으로 허니의 손을 잡아오던 브래드였지만 최근엔 그러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저 기어봉에 얹혀진 손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었다.

허니는 최근 들어 브래드의 태도가 묘하게 달라졌다고 느꼈지만,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피곤함이겠거니 여겼다.

 

 

브래드는 이제 의식적으로 주먹을 꼭 쥐고 다녔다.

혹여나 허니의 머리카락이라도 만지게 되면 저도 모르게 또 그 머리카락에 입을 맞출까봐,

손이라도 잡게 되면 그대로 끌어당겨 껴안아 버릴지도 몰랐다.

자신이 이전엔 무슨 정신으로 허니의 손을 그렇게 꼭 쥐고 다녔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브래드는 자신의 감정이 저도 모르게 드러날까 주먹을 꼭 쥐었다 폈다 하며 정신차리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자신은 그저 허니의 곁에 있기만 하면 되었다.

 

 

 

 

 

* * * * *

 

 

 

 

 

-수업 마치고 기다려. 혼자 가지 말고. 알았지? ..먼저 들어가. 너 교실 들어가는 거 보고 갈거야.

 

허니는 별 다른 대답없이 교실로 쌩하니 들어가버렸다.

브래드가 가볍게 한숨을 쉬고 돌아서는데 마이클이 어깨를 툭 치며 인사했다.

 

-천하의 브래드 피트도 이제 보통 사람이 되었구만?

-뭔 소리야.

-니 동생이랑 이제 손 안 잡고 다니잖아. 이제야 뭔가 보통 형제들 같다 이 말이지.

-시끄러.

-뭐 그래도 여전히 다른 애들보단 우애가 좋으시지만?

 

브래드는 제 속도 모르고 낄낄대는 마이클을 떼어내고 자기 교실로 들어갔다.

 

 

 

 

* * * * *

 

 

 

 

허니는 제 자리에 가방을 두고 언제나처럼 수업 전까지 있을 요량으로 화장실로 가려던 참이었다.

 

-허니.

 

사라가 허니에게 말을 걸어왔다.

허니는 얼어붙어 그대로 사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얘기 좀 해.

 

허니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사라는 허니를 지나쳐 먼저 교실 밖으로 걸어 나갔고 허니도 그 뒤를 쫓았다.

 

 

 

 

 

-언제까지 그럴거야?

 

사라는 건물 뒷편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 허니를 등진 채 서서 물었다.

 

-언제까지 매번 나 피해서 화장실에 숨어 지낼거냐구.

-…

 

사라는 크게 한숨을 내쉬곤 조용히 말했다.

 

-니가 브래드.. 좋아하는 거, 나 말 안 해. 딱히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

 그런 거 말하고 다닌들 나한테 좋을 게 없잖아.

 난 니 그 감정 때문에 나한테 무심했던 너한테 더럽게 서운했고 그래서 미웠을 뿐이야.

 ..그렇다고 니가 브래드에게 가진 감정을 이해한단 뜻은 아니야.

 여전히 이해 못하겠고, 앞으로도 이해할 순 없을거야.

 

허니는 눈을 꼭 감았다.

 

-이건 혹시나 말하는데, 내가.. 브래드랑 헤어진 건..

 너 때문이 아니라 브래드 걔 때문이었어. 오해하지마.

 그리고, 기왕 미워하게 할거면 널 제대로 미워할 수 있게나 해주던가..

 니가 매번 그렇게 화장실에 숨어서 피해 다니면,

 그 이유 뻔히 아는 나는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거 같잖아.

 너한테 미안하다고 해야할 것 같잖아.

 

사라는 조금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허니도 조용히 따라 울었다.

 

-미안해.. 사라..

 

사라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허니에게 말했다.

 

-다시 너랑 이전처럼 지내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그냥, 너나 브래드나 나한텐 이제 없는 사람이야. 이제 나한테는 없는 사람..

 너랑 브래드 각각 다른 이유로 없는 사람이 됐어.

 그러니까 부탁이야. 너도 나한테 죄책감 심어주는 그런 짓은 그만해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허니는 가만히 서서 눈물만 흘렸다.

 

-너 할 이야기 없으면 그만 갈게.

 ..이제 그만 피해다녀. 자꾸 어디로 숨지 말고.

 

사라는 뒤돌아 허니를 지나쳐 교실쪽으로 사라졌다.

곧 수업 종이 울릴 것이다.

허니는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울고 있었다.

 

허니는 사라에 대한 미안함과 제 친구에게 들켜버린 자신의 비밀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자신이 감당해야 함을 잘 알았다.

 

 

 

 

 

* * * * *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브래드가 허니에게 물었다.

 

-오늘 아르바이트 없지? 저녁 먹고 같이 바람쐬러 갈래?

 

허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원에 장미가 가득 피었더라구. 그거 보러 가자.

 

브래드는 늘 그렇듯 싱긋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더 이상 허니에게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허니와 브래드는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저녁을 챙겨먹고 함께 산책을 나섰다.

브래드와 허니는 손은 잡지 않은 채 한발짝 떨어져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브래드는 반팔 티셔츠 차림의 허니를 보고 물었다.

 

-해 더 떨어지면 아직은 좀 쌀쌀한데.

-괜찮아. 이 정도면 딱 걷기 좋아.

-그런가? 아무튼 일년이 내내 이런 계절이면 좋겠다 그치.

 

허니는 별 다른 대꾸 없이 제 발 끝 앞만 보며 걸었다.

 

 

 

브래드가 말했던 곳엔 정말 흐드러지게 장미가 피어 있었다.

쨍한 빨간 꽃은 짙은 초록의 잎사귀와 함께 갈색 담장을 따라 줄지어 피어있었다.

 

-예쁘다.

 

허니가 장미를 쳐다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그치. 오길 잘했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잖아.

 

브래드는 제 선택에 의기양양해하며 허니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고마워.

 

허니와 브래드는 장미꽃이 핀 담벼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허니, 넌 여름방학 때 뭐할거야?

-.. 넌?

-난 아마 사무엘 아저씨네서 일 돕지 않을까 하고 있어. 학생이 공부한단 소리는 안하고 큰일이다. ㅋㅋㅋ

 

브래드는 과장되게 이마를 한번 짚고는 웃었다.

허니는 그런 브래드를 바라보며 그냥 조용히 따라 웃을 뿐이었다.

 

 

 

해가 떨어지고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밤바람이 조금 쌀쌀해졌다.

허니가 자기도 모르게 팔을 감싸자 브래드가 걸치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거봐. 해 지면 쌀쌀하다니까.

 

브래드는 허니에게 자신의 셔츠를 입혀주었다.

허니는 손사래를 쳤지만 브래드가 조금 더 강경했다.

어정쩡 브래드의 셔츠를 걸쳐입고 서서 제 손 한참 아래에 오는 브래드의 셔츠 소매를 바라보았다.

 

-너무 큰데..

 

브래드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표정이 굳어지더니 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냥 입고 집까지 가면 되겠다.

 

허니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브래드의 셔츠에서 풍기는 브래드의 체취가 너무 따뜻한 나머지 자기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브래드도 제 셔츠에 마치 푹 둘러싸인 듯한 허니를 보자 뒷덜미가 뜨끈해졌다.

마치 자기가 허니를 껴안고 있는 것 같아서.

 

둘은 각자의 붉어진 얼굴을 숨기느라 서로 붉어진 얼굴은 보지 못했다.

허니도 브래드도 정말 일년 내내 이 계절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 *

 

 

 

 

각자만이 아는 아슬아슬한 하루는 허니에게도 브래드에게도 계속되고 있었다.

서로 조심하고 숨기느라 둘 중 어느 누구도 은연중의 불안함의 이유가 서로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허니는 브래드 몰래 귀중품을 한구석에 모아두었다.

결심 선 그 날, 이 곳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허니는 그것을 볼 때마다 스스로 정한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최대한 별 다를 일 없는 일상을 보내는 듯 지냈다.

최대한 그런 모습을 보여야 했다.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어제와 같은 날이 오늘도 이어지는 데자부와 같은 매일이 이어지는 것 처럼.

허니는 사라의 눈치를 보며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로 숨지 않았고, 브래드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숨으려 하지 않았다.

최대한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 했다.

이제 남들 눈엔 ‘새학년 되더니 말수 적어진 허니 비 피트’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반면 브래드는 조금은 제 모습을 찾은 듯한 허니의 모습에 안도하고 있었다.

허니를 찾으러 다니는 시간도 줄었고 무엇보다 전처럼 혼자 울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줄었다.

오래 전부터 허니가 지나오던 긴 터널의 끝이 드디어 보이나보다, 다행이다, 생각했다.

자기만 조심하면 다시 예전처럼 허니와 잘 지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빵발너붕붕

 

 

13: https://hygall.com/597857338

2024.06.21 20:06
ㅇㅇ
모바일
내센세가 성실수인이라 정말 기절할 것 같아
[Code: 3071]
2024.06.21 20: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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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담담한 일상을 가장한 이별이 다가왔구나ㅠㅠㅠㅠ 허니는 친구도 잃고 가족도 잃고 사랑도 잃었네 이제 그러지 말자ㅠ
[Code: 3071]
2024.06.21 22:11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사라가 아주 못된 마음 먹은 게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ㅠㅠㅠㅠㅠㅠㅠ아 브래드허니 우짜냐ㅠㅠㅠㅠ
[Code: 5a30]
2024.06.21 22: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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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ㅜ아 어떡해 둘다 곧 이별이라는게 너무 심란하다
[Code: 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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