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box/title.png)
허니 비의 편지 / 허니 비의 일기 / 1 / 2 / 3 / 4 / 5
(이것저것 ㅇㅁㅈㅇ)(ㄴㅈㅁㅇ;)
(*시간대나 시점이 왔다갔다해서 ㅁㅇ;; 헷갈린다면 그건 그냥 곶손인 나붕의 탓임)
(약간의 펄럭 패치?)
* * * *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허니는 곧장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브래드는 뒤따라 올라와 방문을 두드렸다.
-허니, 왜 그래. ..화났어?
허니는 방문을 등지고 서서 왼뺨에 손을 댄 채 숨을 몰아쉬었다.
-…
-허니?
-..그래 화났다!
허니는 방문을 홱 열어제꼈다.
-그네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허니는 빼액 소리를 질렀다.
-그냥 곱게 말로 해, 말로!
허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씩씩거리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부르던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야!
브래드는 버럭 화를 내는 허니에게 조금 놀란 듯 하더니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넌 왜 그렇게 나한테! 굳이! 굳이! 니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건데!
그리고 허니와 브래드는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듯 쳐다봤다.
결국 허니가 먼저 브래드의 시선을 피하며
-사라한테나 실컷 들어.
하고 방문을 닫아 버리고는 달칵, 문을 잠궜다.
허니는 자신이 억지 부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브래드가 애써주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삐뚤어진 서운함만 쏟아냈다.
-..알았어.
브래드는 그 말만 남기고는 계단을 내려가버렸다.
허니는 브래드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방문에 기대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불현듯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미쳤어.. 미쳤어.. 허니 비..
브래드에게 내 보인 건, 질투였다.
분명 이것은 브래드의 곁에 있는, 사라에 대한 질투였다.
마치 이제껏 꼭꼭 막아둔 댐이 터진 것처럼 브래드와 사라의 모습이 허니의 머릿속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늘 먼저 제 손을 잡아오던 손과
그 손을 잡고 있는 사라.
항상 다정히 물어오던 그 목소리와
그 목소리에 답을 하는 사라.
장난스럽게 내 볼을 두드리던 손길과
그 손에 뺨을 부비는 사라.
자신을 들여다보던 그, 파란 눈,
그리고 그 눈을 사랑스럽게 마주치는 사라의 얼굴.
허니는 자신은 영원히 서지 못할 자리에 선 사라를 질투했다.
고개를 흔들며 지우려 해보았지만 그럴수록 또렷해지는 둘의 모습이 허니는 괴로웠다.
또한, 오랫동안 그럴 리 없다 모른 척 부정해왔고,
그저 애써 치기어린 약간의 설레임과 애틋함으로 인한 서운함이겠거니 포장해왔던 자신의 그 감정은
결국, ‘사랑’이었다.
..허니는 브래드를 사랑하고 있었다.
허니는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리자마자 스스로를 견딜 수 없었다.
너무나 무섭고 수치스러웠으며 역겹고 또 혐오스러웠다.
더불어 허니는 너무나 괴로웠다.
도저히 이 감정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닮은 구석이라곤 왼쪽에 하나씩 나눠가진 보조개 밖에 없는,
자신의 쌍둥이 오빠가 그 상대라는 것이 허니는 너무 괴로웠고, 두려웠다.
자꾸만 커지는 울음소리에 허니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음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입을 꼭 틀어막았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구역질이 멈추지 않았다.
허니는 그 날 밤 차마 드러내지 못한 울음에도 결국 목이 쉬어버렸다.
* * * * *
다음 날, 브래드와 사라는 수업 후 학교 근처 패스트푸드 점에서 나란히 앉아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러다 불현듯 브래드가 사라에게 물었다.
-사라.
-응.
-나한테 오빠라고 부를래?
사라는 브래드의 말에 깔깔 웃었다.
-브래드, 뭐래는거야~ 나랑 너 동갑이거든?
사라는 브래드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웃었다.
-오빠 소리가 듣고 싶어? 너 생일이 언제더라?
-아직 좀 더 있어야 돼.
-그럼 더 안되겠다~! 난 이미 지났거든~
사라는 브래드의 팔짱을 끼며 몸을 기댔다.
브래드는 사라에게 잡혀있지 않은 팔로 콜라를 쪼록 마셨다.
-근데 말야.
브래드가 턱을 괴고 가벼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허니는 왜 굳이 이제 와서 오빠라고 부르는거지? 어차피 쌍둥이면 동갑이잖아?
-…
-여태까지는 이름 잘만 불러놓고는.
사라는 천천히 팔짱을 풀었다.
-그게, 왜?
브래드는 빨대를 입에 물고 사라를 바라보았다.
사라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허니한테는 너, 오빠 맞잖아.
사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허니가 뭐라고 부르던 간에 넌 브래드 피트이고, 허니의 오빠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잖아?
브래드는 사라에게로 몸을 틀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 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진지해?
-너네 둘, 유별나게 친했다는 거 알아.
-…
-근데, 보통은 안 그래.
-…
-걔 가끔 이상한 거 알아? 니 얘기만 하면 괜히 딴청만 피우고 말 돌리고. 사람 무안하게 군다구.
걔가 뭐라고 부르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내버려 둬. 신경쓰지마.
브래드는 가만히 그런 사라를 쳐다보다 가볍게 웃었다.
-보통은 어떤데?
-뭐가?
-아니, 보통은 안 그렇다며. 보통은 어떻냐고.
-몰라서 물어?
-응, 몰라서 물어.
브래드는 표정을 굳히고 사라를 바라봤다.
-사라 너 주변엔 죄다 형제자매 가족들끼리 싸우는 사람들만 있나 봐?
사라는 브래드를 똑바로 쳐다보며 브래드, 하고 불렀다.
하지만 브래드는 아랑곳않고 사라를 보며 말했다.
-허니랑 나, 쌍둥이거든. 알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같이 있었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쭉 같이 있었단 소리야.
내가 내 손가락 발가락 자각하기도 전부터 곁에 있는 사람.
그래서 좀 더 친하고, 그래서 좀 더 의지할 순 있잖아?
다른 가족들은 서로 어떻게 지내지는 잘 몰라.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사실 그거야말로 나랑 아무 상관없잖아.
브래드도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 사라를 쳐다봤다.
사라 역시 한쪽 입술을 살짝 깨물고 브래드를 꼿꼿하게 쳐다봤다.
잠시 후 브래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어깨를 으쓱 들어보였다.
-하.. 그냥 여지껏 안 하던 걸 하니까 신경이 쓰였어.
그래, 니 말대로 뭐라 부르던 상관없지. 내가 너무 그 말에 막 사로잡혀 있었나봐.
브래드는 사라의 뺨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
-니가 그래도 허니랑 친하니까 혹시나 요즘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나 물어본거야.
사라는 “몰라”하곤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브래드는 테이블을 가볍게 정리하고 일어섰다.
-이제 그만 가자. 데려다줄게.
브래드는 사라를 데리고 가게를 나왔다.
* * * * *
허니는 오늘도 혼자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소파위에 쪼그리고 앉아 티비를 틀어두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화면엔 브래드가 좋아하는 농구 경기가 나오고 있었다.
-‘브래드 말이야, 눈부시지 않니?’
사라의 경쾌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허니는 팔로 자기를 감싸며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아.. 제발..’
허니는 볼 안쪽을 꽉 씹었다.
브래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부터 허니는 브래드를 떠올릴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브래드를 좋아하는 자신이 안타까웠던 것이 아니다.
반대로 그를 좋아하는 자신이 역겹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나면 볼 안 쪽을 씹었다.
눈물이 나는 건 그저 깨문 그 볼이 아파서라고 생각했다.
눈물이 나는만큼 피가 맺히도록 볼을 씹었고, 그건 자학도 뭣도 아닌 혐오스러운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웅크린 채 훌쩍이던 중이었다.
조용했던 집에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허니는 허겁지겁 눈물을 닦고 티비 채널을 돌리는 척 했다.
브래드가 소파에 앉아 있는 허니를 보고 다가와 조금 떨어져 앉았다.
-불 좀 켜고 있지. 어두운데서 티비 보면 눈 나빠진다~
브래드는 언제나처럼 말을 걸어왔다.
-.. 늦었네.
허니는 브래드를 쳐다보지 않은 채 겨우 남아있던 울음을 삼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먼저 잔다, 하고 2층으로 올라가려고 일어섰는데 브래드가 붙잡았다.
-뭐야.
브래드가 허니를 올려다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 울었어?
허니는 그런 브래드를 쳐다보지 못하고 다시 볼을 씹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브래드가 일어나 허니의 팔을 붙잡고 끈질기게 눈을 맞춰왔다.
-왜, 허니. 응? 무슨 일인데.
허니는 질끈 한 번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겨우 브래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브래드의 손을 살며시 떼어내며 조금 힘겹게 입을 떼었다.
-브래드.. 나한테 이러지 마.
허니는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지 않으려 애썼지만 제대로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우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서둘러 계단을 올랐고, 브래드는 조금 멍한 듯 그 자리에 서서 허니의 뒤를 눈으로 쫓았다.
빵발너붕붕
7: https://hygall.com/597274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