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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1 20:45

허니 비의 편지 / 허니 비의 일기 / 1

(이것저것 알못ㅈㅇ) (이미지 출처: ㅍㅌㄹㅅㅌ)

 

 

 

 

*****

 

 

 

 

 

둘이서만 하던 등교길엔 이제 사라가 함께하게 되었다.

어쩐지 허니는 브래드와 사라 사이에 낀 느낌이 들었지만

어차피 같은 스쿨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에 따로 간다고 하기도 뭣했다.

허니 손을 잡고 걷던 브래드의 손은 이젠 사라가 잡고 있었고,

스쿨버스에선 브래드와 사라의 앞자리에 허니 혼자 앉게 되었다.

 

-‘그래, 이게 맞는거야’

 

허니는 혼자 곱씹으며 차창에 기대 짐짓 잠든 척 눈을 감았다.

 

 

 

 

 

* * * * *

 

 

 

 

 

콜록콜록

 

계절은 쨍쨍 볕이 뜨겁던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었다.

허니는 환절기 때면 자주 열감기를 앓았다.

 

-어째 이번엔 잘 넘어가나 했다.

 

브래드가 익숙한 듯 손을 올려 이마에 갖다댔다.

 

-열이 좀 있네. 체온 재보자. 학교 쉴래?

-약 먹을거야. ..옮으니까 떨어져.

 

허니는 체온계를 받아들고 슬쩍 몸을 돌려 물러났다.

 

-약 먹으려면 뭐 좀 먹어. 스프라도 만들어줄까?

-..됐어, 내가 알아서 먹을게.

 

허니는 잘게 기침하며 체온계를 혀 밑에 갖다댔다.

 

삑-

 

[37.6]

 

-..오빠나 나한테 안 옮게 조심해.

-체온은.

-37도 정도니까 딱히 쉬어야 할 정도로 아픈 건 아니야.

 

콜록거리며 자기 방으로 올라가는 허니의 뒷모습에 입술을 질끈 무는 브래드였다.

 

 

 


KakaoTalk_20240611_201955288_01.jpg

 

 

* * * * *

 

 

 

허니는 스쿨버스에 앉아 언제나처럼 차창에 기대 눈을 감았다.

요즘엔 의식적으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오늘은 약기운에 저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얕은 잠에 빠진 허니 곁에 털썩 누군가 앉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마에 얹혀지는 서늘한 손이 느껴졌다.

 

-‘브래드..’

 

-어머, 허니 어디 아파?

 

사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렸다.

브래드는 아무 말 없이 허니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었다.

 

 

 

 

 

* * * * *

 

 

 

 

 

카페에서 나온 쥰이 두 블록 떨어진 6층짜리 어느 건물로 들어섰다.

 

딩동♪

 

한참 후 “..누구세요?”하는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나야 허니.

 

 

 

 

 

* * * * *

 

 

 

 

 

-같이 가.

-사라랑 오늘 약속 있다며. 나 혼자 갈 수 있어.

 

수업이 모두 끝나고 복도에서 허니와 브래드는 가볍게 실랑이를 벌였다.

 

-아 그만 가라고오- 그 정도로 아팠으면 내가 먼저 부탁했을거야. (콜록콜록)

 제발 그냥 가 오빠. 사라, 얼른 가. 늦겠다. 빨리.

 

브래드 옆에서 브래드와 허니를 번갈아보는 사라는

브래드에게 그냥 허니랑 가라고도 떠밀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한참전에 예매해 둔 영화를 보러 가자고 재촉하지도 못했다.

브래드는 가만히 입술을 말고 허니를 쳐다보다,

 

-알았어. 그럼 버스 타고 가는 거 까지만 보고 갈게.

 

하고, 허니의 손을 잡고 학교를 나섰다.

 

 

 

 

 

* * * * *

 

 



KakaoTalk_20240611_201955288.jpg

 

 

 

 

허니는 문을 열고 쥰을 들였다.

그리고 비척비척 걸어 바닥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쥰은 현관문을 닫고 들어와 익숙한 듯 냉장고를 열어 물을 두 잔 따라 허니의 옆에 앉았다.

 

-좀 마셔.

 

쥰은 물 한 잔을 허니의 옆에 두고 자신도 한 모금 마셨다.

 

-허니.

 

쥰은 퉁퉁 부은 얼굴을 한 허니를 보며 인상을 썼다.

 

-이러고 있을거면서 왜 안 만날거라고 한거야?

 

허니가 힘없이 말했다.

 

-..이러니까 못 만나지..

 

쥰은 어이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둘이 뭐야? 지금 보니 둘이 표정이 똑같애.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는 허니를 보고 쥰이 덧붙였다.

 

-..그 사람이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어.

 

허니는 눈을 꼭 감았다.

 

-.. 너랑 다르지 않대. 그 말 해주고 싶어서 지금껏 찾았대.

 

허니는 쥰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허니 네가 제일 잘 알겠지. 그래서 둘이 뭐냐구.

 

허니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둘이 사귀었던 거, 맞지?

 

허니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니가 왜 이렇게까지 굳이 그 사람을 피하는지 잘 모르겠어.

 뭐 엄청 안 좋게 헤어지기라도 한거야? 잠수 이별 같은 뭐 그런 거?

 

허니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 에휴.. 그래 뭐 어찌됐든 다 이유가 있겠지.

 근데.. 허니 넌 아직 그 사람 좋아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래서 이렇게 눈물 찔찔 흘리고 있는 거 아니냐구.

-.. 쥰.

 

허니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 사람.. 어때 보여?

-뭐가 어때 보여? 너랑 지금 표정이 똑같더라니까.

 

쥰이 손가락으로 허니와 공중을 왔다갔다 가리키며 말했다.

 

-ㅎㅎ.. 안.. 똑같.. 을텐데..

 

허니는 고개를 무릎에 묻은 채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맞아..

-뭐가 맞아?

-그 사람.. 말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맞아..

-그치? 너 아직 그 사람 좋아하는 거 맞지? 하긴.. 좋아하니까 이러고 있지.

-..근데.. 좋아하면 안되는 사람이기도 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 있어.

 

쥰은 답답한 듯 물을 다시 들이켰다.

 

-쥰.. 나 너한테 처음 이야기하는 거야.

-어, 나도 처음 들어.

 

쥰은 물을 다시 두어 모금 마셨다.

 

-내가 그 사람 좋아한다는 거.. 이제까지 아무한테도 말해본 적 없어..

-…

-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잖아.. 그래서.. 일부러 도망 온거야. 여기로..

-뭐라고? 니가 지금 하는 말 하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야. ..그래서, 그게 되디?

-… 아니..

 

쥰은 허니를 휙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답 나왔네. 둘이 다시 만나봐.

-안돼.

-..자꾸 안된다는데 그 안될 건 뭐냐니까?

-…

-아오, 답답해.

 

쥰은 일어나 냉장고에서 빈 잔에 물을 다시 채워 허니를 마주보고 앉았다.

 

-그 사람이 뭐, 원수의 아들이라도 돼?

 

허니는 다시 입을 꾹 닫은 채 말이 없었다.

 

-아니, 원수의 아들이면 또 어때. 사람 마음이 딱 잘라 좋아해야지 말아야지 할 수 있어?

 그거 가능한 사람이 있긴 해?

 램프의 요정 지니도 사람 마음 어떻게 해달라는 건 소원수리 안된댔어.

-…

-에휴.. 그래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마. 나도 스무고개 그만 할게. 자, 어서 물 좀 마셔.

 

허니는 쥰이 건내 준 물을 조금 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쥰.. 니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몰라.. 너 없었으면.. 여기 생활이 더 힘들었을거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뭐. 빈털터리로 독립해서 자리 잡는 게 어디 쉽나.

 나 힘들 때도 니가 많이 위로해줬잖아.

 ..야, 그만 울어. 눈 안 따갑니?

-고마워.. 정말.

 

쥰은 허니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한팔로 어깨를 감싸안고 토닥였다.

 

-허니,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잖아.

 근데 그 중에 하나쯤 내 마음대로 하는 거, 그게 뭐 어때서.

 너 마음 가는대로 해.

 만나고 싶지 않으면 만나지 마. 안 만나도 돼.

 그치만 허니,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요만큼이라도 있다면.. 만나봐.

 그 사람이 말한 너랑 다르지 않다는 거..

 그 사람도 아직 너 좋아하고 있다는 뜻 아니야?

 

허니는 쥰의 무릎에 이마를 대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모르겠어.. 너무 겁나, 쥰.

 

쥰은 그래그래, 하며 허니의 어깨를 계속해서 토닥였다.

허니는 한참을 울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너도 잃을까봐. 겁나..

-갑자기 뭐래.

 

허니는 느리게 자세를 고쳐앉고 쥰을 바라봤다.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깨물고 한참을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는 허니를

쥰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쥰이 입술에 피나겠다, 하고 입을 떼려는 순간,

 

-그 사람..

-응.

-…나랑은 하나도 안 닮았지..

-응?

-그 사람이랑.. 나랑 똑같은 건.. 여기.. 왼쪽에 하나 있는 보조개.. 그것 밖에 없어..

 

허니는 힘없이 손을 들어 자기 왼쪽 뺨을 톡, 건드렸다.

쥰은 물을 홀짝이다 말고 그런 허니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야?

-… 그 사람..

-응

-… 내.. 쌍둥이 오빠야.. 그거 말곤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는.. 이란성 쌍둥이..

 

허니는 겨우 말을 마치곤 고개를 푹 숙이고 쥰의 곁에서 조금 떨어져 앉았다.

쥰은 놀란 표정으로 허니에게 말했다.

 

-쌍.. 둥이..? ㅇ.. 오빠라고..?

 

허니는 대답 대신 다시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아무 말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쥰도 마찬가지였다.

 

 

 

 

 

 

빵발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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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1 22: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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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세상에 어쩌냐 둘다ㅠㅠㅠㅠㅠ
[Code: 3368]
2024.06.11 2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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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 좋은 애 같다ㅠㅠㅠ둘이 타지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걸 보면 허니한테 힘이 되어줄 듯ㅠㅠㅠ털어놓을 사람을 잘 고른 것 같다ㅠㅠ
[Code: 31d6]
2024.06.11 23: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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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는 사라랑 뭘 하는 것도 결국에 허니가 시켜서 허니 말 잘 들어주려고 해주는 모양새네ㅠ 그마저도 허니가 아프면 본능적으로 집중하고ㅠㅠ태생적으로 로맨틱한 놈 후🚬
[Code: 31d6]
2024.06.11 23: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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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하나도 안 닮았는데 사랑해서 닮은 표정 짓는 브래드랑 허니...
심지어 쥰은 브래드 오늘 첨 봤잖아...그런데도 한 눈에 쏙 빼닮아 보이는 그 표정을 잡아냈다ㅠㅠ
얼마나 같은 사랑을 담고 있는 거냐 너네 둘 얼굴은ㅠㅠㅠㅠ
[Code: 31d6]
2024.06.12 03: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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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ㅜㅜ 왜 말해써ㅜㅜㅜㅜㅜ
[Code: 2801]
2024.06.13 00: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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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아 어떻게되려나 허니야ㅠㅠㅠㅠㅠ
[Code: 36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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