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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20:04

허니 비의 편지 / 허니 비의 일기 / 1 / 2 / 3 / 4 / 5 / 6 / 7 / 8

 

(이것저것 ㅇㅁㅈㅇ)(ㄴㅈㅁㅇ;)

 

 

 

 

 

* * * * *

 

 

 

 

무표정하던 사라의 얼굴이 조금씩 찡그려졌다.

 

-사라, 무슨 소리야. 내가.. 뭐?

-곰곰이 생각해봤어. 브래드랑 나 사귀기 이전의 니 모습이랑 그 이후의 니 모습 말야.

 뭐, 너 나름대로는 숨긴답시고 혼자 그렇게 울고 불고 했겠지 싶은데.

 그치만 허니, 나 그런 눈치도 못챌만큼 멍청하지 않아.

 니가 아무리 아니라고 하기엔 그 동안의 니 모습이 너무나 짝사랑하는 누군가의 모습 그 자체였거든.

 ..하. 설마 했는데. 진짜 설마 했는데. 지금 니 반응 보니. 역시 그렇네. 그랬었네.

 

사라는 그 말을 마치고 허니가 붙잡을 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갔다.

 

-사라!

 

허니는 사라를 쫒았다.

 

-사라. 아니야. 아니라고.

 

허니는 사라를 붙잡아 돌려세웠다.

 

-내 말 안 들려? 아니라고 사라.

 

사라는 붙잡힌 팔을 내려다보더니 허니를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라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그래. 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니까? 설마설마 했다고.

 생각해봐. 세상에 누가 친오빠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어?

 그런데 말이야. 니가 이제까지 내 앞에서 보여준 행동들, 그 화장실에서 울고 불고 토하는 그 모습 말이야.

 내 입장에서 보면 누가 봐도 이루지 못할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모습 그 자체로 보이던데..?

 그래, 자꾸 아니라고 하니까, 그럼 하나 더 물어보자.

 매번 그렇게 애달파 곧 죽을 것 같이 울던 이유가 그럼, 내가 말한 그 이유 말고, 뭐가 있는데? 말해봐.

-사라.

 

허니는 마땅한 변명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마음이 조급했다.

 

-내가 니네 오빠랑 사귀면서 어떻게 지내는지 단 한 번이라도, 지나가는 말로라도 물어본 적 있어?

 내가 너한테 혼자 주절거린 거 말고 니가 먼저 물어본 적 있냐고. 너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돌아서서 울기 바빴잖아.

 넌 브래드만 보니까,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넌 안중에도 없었잖아.

 

사라는 허니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근데 좀 더 잘 숨겨보지 그랬어. 좀 더 모르게, 잘 좀.

 

사라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떨면서 허니에게 쏘아붙였다.

 

-지금 넌 내가 얼마나 비참한 기분이 드는지 상상도 못할거야.

 

허니는 패닉에 빠졌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사라!

 

하지만 사라는 허니의 말을 잘랐다.

 

-지금 니가 보이는 이런 반응도 그냥 나한텐 확신만 줄 뿐이야.

 진짜 아니라면 니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되는지 잘 생각해봐.

 더 붙잡지 마. 불쾌하니까.

 

사라는 허니를 두고 휙 자리를 떠났다.

 

 

 

허니는 지금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아니라고 사라에게 앵무새처럼 말했지만 그 말 말고는 할 수 없었다.

정말 아니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지?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했지?

어떤 태도? 무슨 태도? 뭘 생각해보라고..?’

 

허니는 갑작스러운 혼란스러움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 * * *

 

 

 

 

 

수업이 끝나고 사라가 있는 곳으로 온 브래드가 허니를 찾았다.

 

-어? 허니는?

-..조퇴했어.

-조퇴했다고? 혼자?

-응.

-나한텐 왜 말 안했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프거나 그래 보이진 않았는데? 무슨 일인데?

-나야 모르지. 내가 허니 돌보는 사람은 아니잖아?

-..뭐야, 분위기 왜 이래? 허니랑 싸웠어?

-뭐가?

-아니 지금 너 말하는 게 둘이 싸운 거 같이 그렇게 느껴지는데.

-글쎄. 이걸 싸웠다고 봐야하나.

-왜. 둘이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이제 모르는 척 그만 하기로 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너한테도 하나 물어보자.

 

사라는 표정없이 브래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브래드, 나 니 여자친구야? 아님 니 동생 친구야?

-갑자기 이건 무슨 질문이야? 지금 우리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거 맞아?

-브래드, 나 얼마나 좋아해?

-사라, 지금 나 갈피를 못잡겠어. 무슨 소리야 계속.

-대답해봐.

-사라.

-..하.. 진짜..

 

사라는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내가 니 여자친구가 맞긴 하냐 물어보는데, 왜 빈말이라도 그렇다 바로 대답 못해줘?

 넌 이렇게 날 앞에 두고 왜 항상 허니만 찾아?

 허니는 왜 그럴까, 허니 앞에선 그러지마, 왜 허니 얘기만 해?

 쌍둥이라서 그렇다고? 옛날부터 그래왔다고?

 그래서? 지금은? 나는? 난 니 머릿속에 있긴 해? 마음속에 있긴 해?

-…

-..브래드 넌 몰라. 걔가 얼마나 음침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쌍둥이들은 마음도 잘 통한다는데, 너넨 그런 마음은 안 통하나봐?

 

브래드는 인상을 쓰고 사라를 쳐다봤다.

 

-사라. 말 조심해.

-이것 봐. 지금도! 지금도 허니 이야기에만 너 반응하잖아.

-사라, 지금 대화에 내가 알 수 있는 건 니가 허니한테 화가 났다는 거 정도 밖에 없어.

 내가 모르는 거 같으면 알려라도 주고 그런 소릴 하던가.

 밑도 끝도 없이 그런 기분 나쁜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말해주면? 내가 이러는 거 너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넌 내가 아니라 허니를 이해하려 들 걸?

-그럼 이유도 모르고 허니 험담을 그러려니하고 듣고 있으란 소리야?

-내가 말 안하는데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줄 수 있잖아..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허니 말고.. 그냥 나를 먼저 한번쯤 생각해줄 수 있잖아..

 

사라는 손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동문서답 같은 사라의 말에 브래드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크게 쉬면서도 울고 있는 사라를 가볍게 안았다.

그러나 사라는 그런 브래드를 뿌리치면서 말했다.

 

-니가 그렇게 궁금해하는 이유? 차라리 나만 알면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 알기라도 하면.. 너나 걔나 끝이야.

 

브래드는 팔짱을 끼고 사라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 오늘 좀 이상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보다 너희 둘이 더 친하게 지내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야?

 그래, 싸울 수 있지. 친구끼리 매번 어떻게 좋을 수 있겠어.

 근데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나한테 이런 식으로 화풀이하는 것도, 허니더러 음침하다느니 험담하는 것도 딱히 좋아보이진 않는데.

 

사라는 주먹을 쥐고 브래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관두자 사라. 이유도 모르고 이런 실랑이하는 거 싫다.

 

그러자 사라가 눈물을 글썽이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너 좋아한다는 건 나도 진짠데. 나도 너 진짜 좋아했어.

 

사라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소리만 했다.

 

-허니한테 난 브래드 피트 여자친군데.. 브래드 너한테 난 허니 비 친구네. 하.. 너희 둘.. 진짜..

 

사라는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래 관두자. 브래드. 다 관둬.

 근데 말이야. 넌 나한테 그만하자, 가 아니라 미안하다고 해야 해.

-사라.

-그리고.. 언젠가 지금 내가 느끼는 비참한 기분, 너희들도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어.

 

사라는 거칠게 눈물을 닦고 그대로 뒤돌아서 가버렸다.

 

브래드는 입술을 깨물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

 

 

 

 

 

똑똑

 

-허니? 들어간다?

 

집으로 돌아온 브래드가 허니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허니의 방은 비어 있었다.

 

-조퇴했다더니 어딜 간거야.

 

허니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는 꺼져 있는 상태였다.

브래드는 허니가 일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보았지만 오늘은 근무날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돌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저기, 혹시나 허니 여기 들르거나 하면 제가 걱정한다고 연락 달라고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럴게요.

 

브래드는 가게 밖으로 나와 입술을 깨물고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좀처럼 허니가 갔을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브래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브래드는 초조하게 거실을 돌아다니며 현관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녁 시간을 훌쩍 넘어 이미 어두운 밤이었다.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할 때쯤 현관문이 조용히 열리고 닫혔다.

 

-허니!

 

허니는 브래드를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2층으로 움직였다.

브래드는 그런 허니를 붙잡아 다그치기 시작했다.

 

-너 오늘 조퇴했다며. 지금까지 어디 있다 온거야.

-…

-허니.

-몸이 안 좋아서. 그냥 바람 좀 쐬고 왔어. 이거 좀.. 놔줄래? 쉬고 싶어.

 

허니는 브래드를 쳐다보지도 않고 브래드에게 잡힌 팔을 빼내서 계단을 올랐다.

허니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방문을 걸어잠궜다.

방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브래드가 뒤를 쫓아가 문을 두드렸다.

 

-허니 문 열어.

-…

-이 문 다 부시기 전에 열어.

 

허니는 그제서야 문을 열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멀쩡한 문을 왜 부셔. 쉬고 싶다는 사람한테 왜 그러는거야.

-뭐냐고. 무슨 일인데. 몸이 어디가 안 좋은데. 너 아파도 굳이 조퇴 안하잖아

-오늘은 그냥 조퇴했어.

-그러니까 무슨 일이냐고.

-하.. 그만해.. 그냥 좀 놔둬주라.

-사라랑 심하게 싸운거야?

 

허니는 사라의 이름을 듣자 흠칫 놀라는 듯 했지만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나 좀 쉴게. 부탁이야.

 

허니는 다시 방문을 닫고 문을 잠궜다.

브래드는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하아..

 

한참을 허니 방문 앞에서 팔짱을 끼고 노려보던 브래드는 혀를 쯧, 하고 차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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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는 침대에 털썩 앉아 기대고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최근 들어 허니는 자신과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늘상 나누던 대화가 끊긴지도 오래였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던 것도 이젠 모르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허니는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라 선을 그어버렸고,

브래드를 자꾸만 밀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무슨 이야기라도..’

 

정말로 오늘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하루였다.

그리고 방과 후 사라가 울면서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 니 여자친구야? 아님 니 동생 친구야?’

-‘브래드, 나 얼마나 좋아해?’

-‘브래드.. 넌.. 날 좋아해?’

 

브래드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

 

이런 식의 질문은 흥밋거리로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놀거나 이용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나 들을 법한 소리였다.

 

-‘걘 왜 그렇게 확인하려고 하지? 충분히 표현하지 않았었나..?’

 ‘사라에게 좋아한다고 얼마나 말했었지?

 ‘난.. 사라를 좋아하는 게 맞나?’

 ‘좋아한다면 왜 표현하지 않았지? 좋아하지 않는다면 난 왜 사라를 만나고 있지?’

 ‘그런 감정도 확실하지 않은데 난, 어쩌다.. 사라랑 사귀게 됐지?’

 

 

 

 

사라 좋은 애야’

‘둘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허니..’

 

또 다시 올라온 옅은 짜증.

 

-‘뭐지. 대체 뭐지’

 

브래드는 손톱을 깨물고 한참을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리고 순간 손톱을 물어뜯기를 멈추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미친..’

 

브래드의 머리속에는 수많은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사라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며 눈을 피하던 허니.

사라와 함께 있을 때면 자리를 피하는 허니의 뒷모습.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니의 눈물을 보게 되던 날들.

 

오늘의 안부가 궁금한 사람,

보이지 않으면 걱정이 되는 사람,

울거나 웃는 이유가 궁금한 사람.

 

 

그 모든 것의 끝에 있는 건,

허니였다.

 

-‘하.. 씨발..

 

브래드는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가린 채 닫힌 자신의 방문 너머 허니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쓰레기 새끼.. 맞잖아..’

 

브래드는 사라가 아닌,

자신의 쌍둥이 동생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빵발너붕붕

 

 

10: https://hygall.com/597571767

 

2024.06.18 20: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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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브래드 이렇게 자각하는구나...!
[Code: 0443]
2024.06.18 21:06
ㅇㅇ
모바일
아 세상에 자각했네 브래드ㅠㅠ
[Code: cdc9]
2024.06.18 21:12
ㅇㅇ
모바일
오시발드디어...!!!!! 브래드가 모든 단서를 되짚어보고 자기 마음을 깨달았구나ㅠㅠㅠㅠ
[Code: e9c2]
2024.06.18 21:14
ㅇㅇ
모바일
그래도 사라 남한테 얘기 안 하네ㅠㅠㅠ속이 뒤집힐만 하지...근데 진심 허니는 니네 다 최대한 피해다녔다고 어쩌겠냐 얘 진짜 최선을 다했는데ㅠ 걍 지 맘도 모르고 너랑 사귄 브래드랑 헤어져야지...
[Code: e9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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