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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20:32

허니 비의 편지 / 허니 비의 일기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이것저것 ㅇㅁㅈㅇ)(ㄴㅈㅁㅇ)

 

 

 

 


KakaoTalk_20240620_202053142.jpg

 

 

 

 

* * * * *

 

 

 

 

 

조금은 위태로운 듯한 매일이 느릿느릿 이어지는 날들이었다.

사라는 더 이상 저 두 사람과 엮지 말라는 은연의 포고를 주변인들에게 공공연히 해두었고,

그래서인지 어쩐지 조금 변한 듯한 셋의 분위기를 다들 모르는 척 하게 되었다.

 

허니는 사라의 눈에 띄지 않도록, 그리고 최대한 브래드와 마주치지 않도록 자꾸만 어디론가 숨으려 했고,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브래드는 그런 허니를 찾아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마치 어릴 적부터 꼭 붙잡고 다니던 손을 이젠 놓쳐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도 일러두었건만 결국 먼저 하교한 허니가 집에 없자 오늘도 브래드는 허니를 찾아 나섰다.

 

이리저리 동네를 돌아다니며 찾아다니다 둘이 종종 가던 공원에서 허니를 찾을 수 있었다.

브래드는 천천히 허니에게 다가갔다.

허니는 예전 그 그네에 앉아 발을 까딱이며 그네에서 흔들흔들 앉아있었다.

 

-그네, 밀어줘..?

 

허니는 머리 위에서 들리는 브래드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깜짝이야.

-오고 싶으면 말하지. 같이 오게.

-..그냥, 혼자 있고 싶었어.

-..방해했어 나?

 

허니는 조용히 아무 말이 없다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브래드는 걸음을 옮겨 허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허니의 무릎에 팔을 괴었다.

 

-그네 타면 맨날 니 뒤에서 밀어주기만 했지 앞에선 너 제대로 본 적이 없네.

-..앞에 있음 다치니까 그렇지.

 

브래드는 하핫, 하고 웃었다.

 

-누가 모르냐. 그네 타는 척 나 걷어차게?

 

허니는 웃음을 터트리는 브래드를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너 그네 타는 거 좋아했잖아. 그냥, 막상 좋아하는 그 얼굴은 본 적 없다 싶어서.

 

허니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브래드는 괴었던 한쪽 팔을 들어 조심스럽게 허니의 뺨을 만졌다.

 

-예전엔 더 자주 웃었던 거 같은데.

 

허니는 가만히 자기 무릎에 놓인 브래드의 다른 팔을 바라볼 뿐이었다.

 

-허니, 여전히 다 지겨워..? 아직 아무것도 얘기하고 싶지 않아..?

-…

-그래.. 혼자 있고 싶고 숨어있고 싶으면 그래도 돼.

-…

-그럼 오늘처럼 이렇게 찾아내면 돼. 내가.

-..

-귀찮아도 좀 참아. ..나는.. 지겨워하지 말고.

 

브래드의 조금 떨리는 목소리에 허니는 고개를 들었고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는 브래드를 보았다.

파란 눈이 조금 흔들리는 듯 보였다.

허니는 자기 뺨에 얹힌 브래드의 손을 가만히 잡고 조용히 말했다.

 

-..너야말로.

 

브래드는 손에 움찔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작게 속삭이는 허니의 입술을 바라보다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그네 밀어줄게.

 

브래드는 서둘러 일어나 허니의 등 뒤에 섰다.

 

-줄 잘 잡아.

 

 

 

 

* * * * *

 

 

 

 

 

함께 공원에서 돌아와 별말 없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둘은 서로에 대한 생각으로 오히려 조금 심란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한참을 침대에 쪼그리고 앉아 생각에 빠졌던 허니는 협탁의 조명 하나를 어둡게 켜두고 누워 눈만 깜빡이던 중이었다.

 

 

 

 

똑똑

 

-허니.

 

브래드였다.

허니는 재빨리 문을 등지고 누웠다.

 

-..들어갈게

 

곧 조용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브래드의 발소리 뒤로 다시 조용히 문이 닫혔다.

하지만 브래드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는 듯 했다.

등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있는 브래드에게 허니는 온 신경이 쏠렸다.

하지만 그저 눈을 감고 꼼짝도 않은 채 누워 자는 척 했다.

브래드는 한참을 그렇게 아무 말이 없었다.

 

-허니..

 

들릴 듯 말 듯 잠긴 듯한 목소리로 허니를 한 번 불러보곤 브래드는 다시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허니는 이불을 꼭 말아쥔 채 천천히 브래드가 나간 문을 돌아보았다.

요즘 브래드가 자신이 어딨는지 자꾸만 확인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겨워서 혼자 있고 싶고 숨어있고 싶으면 그래도 돼.’

그럼 오늘처럼 이렇게 찾아내면 돼. 내가.’

 

허니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브래드의 그 다정함을 곱씹었다.

이 곳을 떠나려는 제 발목이 베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 * *

 

 

 

 

똑똑

 

-허니.

 

브래드는 자신이 요즘 허니의 안부를 지나치게 확인하려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랬다. 분명 아까 함께 귀가했음에도 문 너머에 허니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들어갈게

 

브래드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허니는 잠든 듯 규칙적으로 등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보였다.

브래드는 방문에 등을 기대고 살며시 앉아 지그시 허니의 등을 바라보았다.

 

-‘씨발.. 미친거지. 브래드 피트.’

 

아까 공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팔에 닿던 허니의 작은 무릎과 손에 만져지던 말랑한 뺨.

자신의 손 위에 겹쳐지던 허니의 손.

 

‘..너야말로’

 

그리고 제 손에 닿던 허니의 숨결.

 

아직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허니를 앞에 두고

제 손에 허니의 숨결이 닿자 자기도 모르게 입을 맞출 뻔한 미친 자신이 떠올랐다.

얼굴을 쓸며 속으로 욕설을 집어삼킨 브래드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브래드는 이를 꽉 깨물었다. 울컥 눈물이 솟았다.

잠들어 돌아보지 않는 허니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미친 새끼야..’

 

브래드는 고여있던 눈물을 닦았다.

 

-허니..

 

들릴 듯 말 듯 잠긴 목소리로 브래드는 허니를 한 번 불러보았다.

허니는 역시나 깨지 않았고, 그대로 천천히 일어나 문을 닫고 나갔다.

 

허니가 깨지 않은 것이 다행일지도 몰랐다.

만약 허니가 깨기라도 했다면 브래드는 아마 참지 못하고 좋아한다 고백해 버렸을 것이다.

 

 

 

 

 

* * * * *

 

 

 

 

 

요즘 허니의 습관은 통장의 잔고 확인이었다.

대부분의 수입을 모아두고 있었지만 이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출발하기엔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점장님께 부탁해 일을 더 늘려야겠다 생각을 했다.

그렇게 조금 더 하다보면 어쨌든 두어달은 견딜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했다.

특히 브래드에겐.

 

 

 

 

 

* * * * *

 

 

 

 

며칠 후 브래드는 저녁 늦게 전화 한 통을 받고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말했다.

 

-허니, 나 사무엘 아저씨네 잠시 다녀올게.

-이 시간에..? 급한 일 있으시대?

-응 사람 손이 많으면 좋은 일인가 봐.

-그래.. 다녀와.

 

브래드는 허니를 가만히 쳐다보며 말했다.

 

-어디 나갈 생각하지 말고 집에 있어. 알았지?

-..어두워서 못 나가. 걱정 말고 다녀와.

 

브래드는 허니에게 약속을 받아내고 집을 나섰다.

허니는 브래드가 요즘 제 걱정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기에

그 날까진 더 이상 웬만해선 필요 이상의 걱정을 끼치지 않기로 했다.

 

허니는 거실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무료하게 티비를 틀었다.

티비에선 시시한 웃음소리만 넘쳤다.

 

 

 

 

 

새벽녁이 가까워서야 돌아온 브래드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허니는 거실 소파에 기대 잠들어있었다.

조용히 다가간 브래드는 허니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언제 잠들었는지 자신이 온 줄도 모르고 깊게 잠들어 있었다.

 

 

 

 

 

‘허니랑 나는 원래 하나였어요! 쌍둥이는 그렇대요!’

 

저와는 하나도 닮지 않은 쌍둥이였지만 제 동생 허니는 정말 예뻤다.

사람들이 너희는 사이가 참 좋네, 라는 말을 할 때마다 이렇게 예쁜 아이와 원래는 하나였다는 것이 기뻐 어디든 자랑하고 싶었다.

나중에 조금 더 커서 자신들은 이란성 쌍둥이라 원래 하나일 순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턴

‘허니랑 나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계속 같이 있었어요! 쌍둥이라서요! 그래서 그래요!’

하고 허니와 자신의 특별한 사정을 자랑하곤 했다.

 

브래드와 허니는 왼쪽 뺨에 보조개가 하나씩 있다.

브래드는 말할 때도 웃을 때도 패이는 보조개였지만, 허니는 꼭 웃어야만 폭 패이는 보조개였다.

브래드는 그런 허니의 보조개를 볼 때마다 허니가 행복해하는 거 같아 덩달아 자신도 기뻤다.

 

언제부터인가 그 보조개를 자주 볼 수 없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일었지만,

허니가 지나는 이 터널이 어서 끝나서 이전처럼 예쁜 보조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새근새근 잠든 허니의 얼굴을 곰곰이 들여다보던 브래드는 허니의 어깨를 감싸듯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럽히지 않게 넘겨줄 요량이었다.

가만히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던 브래드는 자기도 모르게 그 머리카락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순간 스스로에게 놀라 허니의 머리카락을 놓고 입을 틀어막았다.

 

-‘이 미친 새끼가...’

 

브래드는 이를 까득, 갈았다.

이래선 안됐다. 이래선 안되었다.

 

브래드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천천히 심호흡하며 일어섰다.

 

-..허니, 일어나.

 

브래드의 목소리에 허니가 눈을 끔뻑거리며 일어났다.

 

-어.. 언제 왔어?

-왜 여기서 이러고 자. 올라가서 자.

-응. ..언제 잠들었지..?

 

졸음이 가시지 않는지 하품을 하는 허니를 데리고 위로 올라간 브래드는 방 안으로 허니를 밀어넣었다.

 

-어서 다시 자. 깨지 말고.

 

허니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방문을 닫았다.

브래드는 닫힌 허니의 방문에 잠시 머리를 기댔다가 입술을 깨물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크게 숨을 몇 번 들이쉬던 브래드는 다시 이를 까득, 하고 물었다.

 

 

 

그리고 한 손을 들어 있는 힘껏 제 뺨을 내려쳤다.

 

짝!!!

 

 

-..쓰레기같은 새끼.

 

 

 

 

 

빵발너붕붕

 

 

12: https://hygall.com/597757607

 

2024.06.20 2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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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내 센세가 온 것 같았어...!
[Code: 28b3]
2024.06.20 2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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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샤발ㅠㅠㅠ사라 은은히 주변에 눈치줘서 은따시키는 것도 아니고 못되게 굴지 말라고ㅠㅠ
브래드랑 허니는 참는 모습도 비슷하네...허니는 볼을 씹고 브래드는 입술을 씹고ㅠ
[Code: 28b3]
2024.06.20 20:41
ㅇㅇ
모바일
안타까운데 더해줬으면ㅜㅜㅜㅜ
[Code: 3b05]
2024.06.20 22:14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얘들아 얘기했었어야지 나 진짜 운다 정말 ༼;´༎ຶ۝༎ຶ༽
[Code: 37e0]
2024.06.20 23: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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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ㅠㅠㅠㅠㅠㅠ마음아파ㅠㅠㅠㅠㅠㅠㅜㅠ
[Code: 2d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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