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7857338
view 604
2024.06.22 20:03

허니 비의 일기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이것저것 ㅇㅁㅈㅇ)(ㄴㅈㅁㅇ)

 

 

 

 

 

* * * * *

 

 

 

길었던 학기가 마무리되고 여름방학이 시작된 어느 날이었다.

 

-오늘 나도 사무엘 아저씨네서 일하고 오니까 먼저 가지 말고 기다려. 무슨 일 있음 연락하고!

-..알았어. 조심히 가.

 

브래드는 허니가 내리자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허니도 가볍게 손을 흔들고 늘 일하던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섰다.

 

등 뒤로 브래드의 차가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허니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만둔다니 너무 아쉽네. 허니 일 잘해서 나도 편했는데.

-죄송합니다. 여러모로 편의 봐주셨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허니는 꾸벅 인사를 하며 덧붙였다.

 

-그리고 저기.. 점장님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뭔데?

-여기 저 데리러 오는 남자애 아시죠?

-너 그 쌍둥이 오빠?

-네.. 오늘 저 데리러 오거든 제가 사정이 있어서 먼저 갔다고 해주세요.

-뭐 어렵진 않은데 니가 문자라도 보내두면 되지 않아?

-..아.. 제가 휴대폰을 잃어버려서요.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그랬구만. 답답하겠네. 알았어. 조심히 가고, 다음에 언제든 놀러와. 공짜 아이스크림 줄게.  

 

점장은 웃으며 허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일어섰다.

 

 

 

오늘은 허니 스스로 정했던 바로 ‘그 날’이었다.

 

 

 

 

 

* * * * *

 

 

 

 

 

허니는 집으로 돌아와 방 안에 앉아 울고 있었다.

떠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그 날이 되고 보니 너무나 두려웠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일까.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제 다시는 브래드를 만나지 못할지도 몰랐다.

제 욕심만 꺾으면, 이 마음만 모른 척하면 그냥 머물러도 되지 않을까?

떠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거였다면 지금까지 못했을 리 없었다.

 

허니는 다시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던 허니가 결심한 듯 번쩍 고개를 들었다.

브래드가 사무엘 아저씨네서 돌아오기까지는 앞으로 서너 시간 남짓이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온다해도 아마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

허니는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눈물을 닦고 입술을 꽉 문 채 트렁크에 그 동안 정리해둔 귀중품을 담고 옷가지를 차곡차곡 담기 시작했다.

옷가지와 당장 필요한 물품을 담고 트렁크를 닫은 허니는 휴대폰을 열어 노트에 필요한 내용을 옮겨적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기로 한 곳과 그 곳의 간단한 약도, 각종 연락처, 중요한 메모사항 등을 기록하고 휴대폰에서 삭제하기를 반복했다.

모든 걸 초기화하는 것이 빠르기야 하겠지만 차마 저장해둔 사진들을 보고서는 그럴 수 없었다.

허니는 저장된 브래드의 사진을 보고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언제 찍었는지 알 수 없지만 웃는 모습이 예뻐 제가 졸라 받은 사진이었다.

 

-브래드.. 브래드..

 

 

 

 

 

조금 뒤 겨우 준비를 마친 허니는 트렁크 하나에 백팩 하나를 짊어지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비록 도망치는 마음으로 떠나는 허니였지만 도망친다는 느낌을 주기 싫어 최대한 방도 정리해두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던 허니는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곤 책상 앞에 앉았다.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날 생각이었지만, 브래드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평소처럼 자신을 찾아 헤맬지도 모른다는 생각하니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면, 자신이 떠나는 이유인 이 마음을 고백하고자 한다면, 그건 지금밖에 없었다.

모든 이유를 담은 편지를 남기고 가면, 브래드도 자신이 보인 이 감정에 거부감을 가지고 찾는 걸 포기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펜을 집어든 허니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브래드에게.

 

 

 

브래드의 이름을 쓰자마자 다시 눈물이 흘렀다.

허니는 소매로 눈물을 쓱 닦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안녕브래드.

처음이기도,  마지막이 되기도 할 편지를 쓰려고 해.

 

 

허니는 쏟아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두서없이 써내려갔다.

눈물이 종이 위로 후드득 떨어졌지만 다시 쓸 수도, 그럴 시간도 없었다.

 

 

 

.
.
.

 모든 진심을 다해 너의 행복을 빌게.

..안녕.

 

 

허니는 엉엉 소리내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브래드.. 미안해..

 

 

 

 

 

잠시 후 허니는 반으로 접은 편지를 브래드의 방문 앞에 두고 그 위에 전원을 꺼둔 자신의 휴대폰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허니는 집을 떠났다.

 

 

 

 

 

* * * * *

 

 

 

 

 

-먼저 갔다구요?

-응, 휴대폰 잃어버려서 너한테 연락 못한다고 대신 전해달라던데.

 

브래드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신이 바래다 줄 때까지만 해도 허니는 멀쩡히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브래드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허니!!

 

브래드는 현관문을 열고 뛰듯 허니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의 방문 앞에 놓인 낯익은 휴대폰과 그 아래 잘 접혀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저것에는 어쩐지 달갑지 않은 것이 적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브래드는 불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휴대폰과 종이를 집어들었다.

휴대폰의 전원은 꺼진 상태였고 종이 윗면엔 허니의 필체로 자신의 이름이 씌여있었다.

 

 

[브래드에게.]

 

 

브래드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펼쳐보았다.

 

한 줄 한 줄 허니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브래드는 소리내 울기 시작했다.

 

허니가 급한 듯 휘갈겨 쓴 편지에는 브래드가 이제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제가 아끼던, 제가 아무도 모르게 숨기며 좋아했던 자신의 쌍둥이가 자신과 같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과

지금까지 브래드가 생각했던 허니의 오래 된 그 긴 터널이 바로 자신을 향한 마음 때문이었음을 깨닫자, 견딜 수 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허니..!

 

브래드는 편지를 움켜쥐고 뛰어나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지도 몰라.’

 

시동을 거는 브래드는 자꾸만 헛손질을 했고 악셀을 밟는 브래드의 눈 앞은 눈물로 가려졌다.

 

자주 가던 공원, 일하던 가게, 학교 근처 등 브래드는 샅샅이 허니를 찾아다녔지만 어디에도 허니는 없었다.

누구도 허니를 보았다는 사람 역시 없었다.

흔한 표현처럼 허니가 연기처럼 사라진 것 같았다.

 

허니가 두고 간 휴대폰 전원을 켜자 그 배경화면엔 허니와 브래드가 함께 공원에서 산책하며 보았던 장미 사진이 있었다.

비밀번호가 걸린 탓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브래드는 그 사진만으로도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브래드는 허니가 두고 간 휴대폰이 마치 자길 찾지말라 말하는 것 같아 답답함에 더더욱 미칠 것만 같았다.

 

-허니, 제발. 어딨어. 나도.. 나도 그랬어. 나도.. 나도 좋아해. 허니..

 

핸들에 기대 소리내 울며 허니를 찾았지만, 그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그 곳에 없었다.

 

 


KakaoTalk_20240622_195408585.jpg

 

 

 

 

 

* * * * *

 

 

 

 

당연하게도 브래드는 곧장 허니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허니의 가출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다들 브래드에게 짐작 가는 이유라도 있는지 물었지만, 진짜 이유는 아무래도 대답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소식 알게 되면 연락하겠다 했고, 누군가는 놀라며 브래드를 위로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아직 어리니 금방 돌아올거라 너무 걱정 말라고도 했다.

경찰에도 이야기했지만 그저 단순 가출이라 여긴 경찰은 알아보겠단 말만 심드렁히 늘어놓았다.

 

 

동네를 매일 샅샅이 뒤지고 매일 조금씩 더 멀리 나가 허니를 찾는 것이 브래드의 방학 내내의 일상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언제 허니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거실 소파에서 밤을 보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닫힌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고,

브래드는 허니가 정말로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로 떠났음을 알게 되었다.

 

 

 

 

 

* * * * *

 

 

 

 

브래드는 여름 방학이 끝나자마자 허니와 자신의 자퇴서를 나란히 제출했다.

새학기 첫날 오자마자 브래드가 자퇴서를 냈다는 이야기는 순식간에 퍼졌다.

 

-브래드, 허니 금방 돌아올거야. 성급하게 이럴 필요없어.

-..죄송합니다. 부탁드려요.

 

브래드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조금 쉰 듯한 목소리로 무겁게 말했다.

선생님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와 핼쑥해진 브래드의 모습을 번갈아보면서 인상을 썼다.

 

-한 달 유예기간을 줄게. 그 때까지 허니와 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때 수리할게.

 

브래드는 대답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교무실을 나왔다.

그 때 그 앞에서 기다리던 마이클이 브래드를 붙잡았다.

 

-임마, 갑자기 자퇴라니 무슨 소리야. 한 학기만 더 있으면 졸업인데.

 

브래드는 할 말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고 마이클은 섣불리 그만두지 말라며 말렸다.

 

-허니 금방 돌아올거야. 기다려봐.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순 없어.. 혹시나 허니 소식 알게 되는 거 있음 연락 줘. 간다.

 

브래드는 마이클에게 인사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브래드!!

 

누군가 뛰어오며 브래드를 불렀다. 사라였다.

 

-브래드.. 어떻게 된거야.. 너랑 허니.. 학교 그만둔다는 거.. 사실이야..?

 

브래드는 표정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술만 달싹였고, 브래드는 그런 사라의 어깨에 담담히 손을 얹고

 

-..잘 지내.

 

하는 짧은 말만 남기곤 그대로 학교를 떠나버렸다.

 

 

 

 

 

선생님이 주겠다고 했던 한 달의 유예기간이 넘어갔지만 허니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브래드가 허니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잠시 소문처럼 돌았지만 그 이후 누구도 둘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허니 비의 편지: https://hygall.com/596402344)

 

 

 

빵발너붕붕

 

 

14: https://hygall.com/597992419

 

2024.06.22 20:21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아 둘다 너무 마음아프다ㅠㅠㅠㅠㅠㅠ
[Code: 92cb]
2024.06.22 20:50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아 이렇게 된거였어 ༼;´༎ຶ۝༎ຶ༽
[Code: 9ad2]
2024.06.23 00:44
ㅇㅇ
모바일
이렇게 엇갈렸구나ㅠㅠㅠㅠㅠ브래드 억장 무너진다ㅠ 사라도 죄책감 오졌겠네ㅠ
[Code: a223]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