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9030896
view 9751
2023.06.19 01:43
첫사랑과의 재회는 영화처럼 아름답지 않았고, 소설처럼 애틋하지 않았다.
뭍에 나온 인어가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그리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은 동화속의 인어가 아니었고, 그는 더이상 허니만의 바다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허니가 돌아오는 것 또한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맑고 푸른 물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서 허니는 속절없이 가라 앉아있었다.
빙글빙글 웃고 있는 푸른눈을 허니는 신뢰할 수 없어졌다.
허니가 마주한 것은 어두운 곳에서 겹쳐진 두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허니는 제 자신도 답을 낼 수 없는 물음에 잠식되었다.
탐욕스러운 바다는 인어를 삼켜내고서야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억눌렸던 감정은 집채만한 파도가 되어 허니를 덮쳤다.
브래들리는 제가 내민 손을 잡은 이 인어가 너무도 가지고 싶어졌다.
브래들리는 역겨움에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분노와 배신감에 차오른 브래들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14.
명백한 패착이었다. 허니가 이렇게 진심으로 자신의 품을 벗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바빴어도, 자신이 직접 하나하나 챙겼어야했다. 작은 변화라도 기민하게 반응 했어야 했다. 브래들리는 안일하게 생각했던 지난날의 자신을 찢어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니 앞으로의 일을 제대로 정리 하는것이 중요했다. 로버트가 알게 된다면 분명히 싫어했을 일이지만, 브래들리는 그의 정보원을 이용하기로 했다. 평소 수업중에는 꺼두던 핸드폰도 주머니에 넣은채로 수업에 들어왔다. 분단위로 울리는 진동에 브래들리는 그동안 제가 놓친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모든 수업이 끝난 후에야 핸드폰을 열어 문자와 메일을 살폈다. 허니의 연인에 관한 사소한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의 출신지부터 부모님, 조부모님에 이르기까지. 허니보다, 어쩌면 션 본인보다 브래들리가 션에 대해 더 잘 알지도 모를 일이었다.
**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션은 좋은 학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시혜적인 그의 앞에 나타난 허니는 그야말로 새로운 자극과 다름 없었을 것 이다. 대학 교류 프로그램이 아니면 절대 만날 일 없던 두 사람이 만났던 것은 우연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달랐던지, 좋은 감정이 싹튼 것 같았다. 데이트라고 불릴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자주 붙어다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러던 중, 허니는 대도시로 취업을 하게 되었고, 같은 전공의 션과 같은 회사에 취업한 션과의 만남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우연같지도 않은 우연이 인연이라고 생각했는지 데이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관계가 발전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았다. 누가봐도 인연이었을 두 사람의 관계를 떠올리니 브래들리는 배알이 꼴렸다. 분명 허니는 자신의 것임이 분명했으나, 그 사이를 못참고 떠난 것도 열이 받았는데 그걸 낚아 챈 션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것을 훔쳐간 션은 마땅한 댓가를 치뤄야 했다.
온실속에서 자란 것과는 다르게 션은 의심이 많았고, 의외로 세상 물정에 밝았다. 어줍잖은 사업 아이템으로는 션을 꼬실수는 없었다. 그래서 브래들리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돈이 더 많이 들었다. 주변을 알음알음 꼬여낸 브래들리 덕에 션은 브래들리가 심어둔 사람들과 착실히 어울렸다. 모두가 션이 좋아하는 대화 주제로 이야기를 했고, 션의 취향대로 생활하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도박판은 어느새 크게 자랐고, 여느 도박쟁이들과 마찬가지로 션은 가정과 회사에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 비해, 허니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허니는 션의 인생에서 처음 만난 열등감 유발자였다. 허니는 이상하게 션과의 잠자리를 거절해왔고, 초반엔 기꺼이 받아들이던 션도 열등감이 생기고 난 뒤로는 허니의 그런 행동조차 아니꼽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션은 자꾸만 바깥으로 나돌았다. 브래들리가 붙여놓은 사람들과 잠자리를 갖는것이 일상이었지만, 성실한 허니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션과의 잠자리는 끝까지 거절했다. 허니의 마음이었기에 행동 보고만 받는 브래들리는 영영 알 수는 없었다.
자꾸만 자신을 거절하는 허니에 션의 열등감은 행동으로 터져나왔다. 그 날도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션이 허니를 껴안았고, 허니는 션을 거절했다. 술기운과 약에 취해 감정을 갈무리 하기 어려웠던 션은 정신이 나간 듯 허니를 강제로 안았다. 브래들리는 그 영상을 받아보고 손이 떨려왔다. 자신이 꾸민 일들로 발생한 결과였어도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션은 용서받기 어려웠다. 브래들리는 제 옆에 있는 허니가 너무도 아쉽고, 아득해서 손 하나 잡을때도 심장이 아파올 정도였다. 감히 저런 쓰레기 같은 남자가 자신의 허니를 산산조각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당장에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허니의 성격 상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허니에게 좋은 추억만 남겨둘 것이 뻔했다.
허니는 그를 가정성폭력으로 신고를 했으나, 무정자증인 션의 정액에선 DNA가 검출되진 않았다. 허니가 신고한 모든 것들이 무위로 돌아갔다. 결과를 받아든 션은 점점 거칠게 허니를 다루기 시작했다. 허니는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모든것이 브래들리가 놓은 덫으로 시작 된 일이었다. 브래들리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지만, 멈출 순 없었다. 천천히 선을 넘기 시작한 션은 결국 허니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다. 드디어 명확한 이혼 사유를 얻어낸 허니는 그 길로 변호사를 찾았다.
폭력의 정황이 너무도 명확했기에 허니의 이혼소송은 승소했다. 션의 대단한 집안은 그런 허니에게 평생을 먹고 살아도 충분한 돈으로 입을 막으려 했다. 그런게 없어도 허니는 입을 다물게 분명했지만, 더 많은 돈을 준다고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거금을 받아 든 허니의 표정은 허무함이 지배했다. 그리고 며칠 뒤, 허니가 떠났다는 보고를 받은 브래들리는 정보원들에게 평소의 3배의 돈을 챙겨주었다. 션을 정리하는 지시는 덤이었다. 자신의 것을 탐한 자는 죽음으로 갚아야 했다. 그것이 아니어도 인어의 연인은 죽음을 맞이해야했다. 제가 여태 읽어 왔던 동화는 언제나 그렇듯 잔인했으니까.
션의 마지막이 담긴 사진을 받은 브래들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정보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며 모든 정보들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허니에 대한 정보는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지만, 브래들리는 전처럼 초조하지 않았다. 갈 곳을 잃은 인어가 다시 찾을 곳은 제 품 밖에 없었으므로.
**
허니를 기다린지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브래들리는 착실히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만히 지켜보던 몰리와 그의 피앙세인 크리스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몰리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하는 크리스는 자신과 몰리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 브래들리에 어이가 없어 했다. 몰리에게 그 이유를 들어도 이해가 가질 않았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허니에 브래들리는 내심 자신을 먼저 찾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자신을 찾지 않는 허니에 브래들리는 속이 탔다. 몇 년을 참았는데, 그 짧은 며칠을 참질 못했다. 가까이 있을수록 속이 타왔다.
앨리와 마주친 그 카페에선 괜스레 심술이 났다. 앨리 쿠퍼라고 부르는 제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한 허니의 표정을 마주하고도 브래들리는 자신의 발언을 정정할 생각을 않았다. 멀리 달아나는 허니의 손을 잡아채고 싶다가도 심술이 났다. 도망가는 허니를 보던 앨리가 브래들리의 어깨를 툭 쳤다. 니가 기다리던 애 아냐? 브래들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
이 동네에서 허니를 찾아내는 것은 브래들리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인어는 바다를 잊지 못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바닷가를 찾은 브래들리는 빨간색 비틀과 저 멀리 앉아있는 허니를 발견했다. 천천히 다가왔던 허니는 잠깐 앉을래? 하고 물었다. 브래들리는 대답을 굳이 하지 않았지만,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 허니는 다시 돌아 바닷가로 향했다. 모래위에 털썩 앉은 허니는 왜? 할 얘기가 있어서 그 앞에 있던거 아니야? 앉아, 목 아파. 하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허니의 옆자리에 앉은 브래들리는 무슨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한참을 골랐지만, 마땅히 꺼낼 대화는 없었다. 허니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고 있었기에 허니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까진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이상했다. 그저 멍청이처럼 잘 지냈냐는 말이 다였다. 그러자 자조섞인 허니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 뭐. 보다시피. 소문 안났어? 나 인생 망해서 들어왔다고 소문 났을건데.”
그 망한 인생을 자신이 만든것임이 분명해서 브래들리는 시치미를 뗐다. 딱히. 난 소문 잘 몰라서. 브래들리의 말에 허니는 의심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푸스스 웃었다. 하긴, 넌 옛날부터 그랬지. 주변에 관심 없었잖아.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을 해야할까. 달빛 아래의 허니는 브래들리에게 큰 자극이었다.
“나 여깄는건 어떻게 알았어?”
“…그냥.”
“하긴, 이 동네에 마땅히 갈 만한 장소가 없긴 하지. 내 차가 워낙 눈에 띄기도 하고.”
고개짓으로 자신의 차를 가리킨 허니가 다시 브래들리를 바라보았다. 겨우 잘 지냈냐는 말 하려고 그렇게 내 차 옆에서 기다린건 아닐거고. 가볍게 웃음을 지은 허니와 눈이 마주친 브래들리는 다시 바닥으로 눈을 돌렸다. 그냥, 궁금했어. 뭐 하고 살았는지. 가볍게 숨을 내 쉰 브래들리는 이내 허니와 다시 눈을 마주했다.
“내가 찾아가면 문전박대 당할게 뻔했고.”
“….”
“그렇다고 허니 네가 우리집에 올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너랑 만날 곳이 카페 뿐일건데, 거긴 앨리가 있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앨리와 있었을 때를 꺼낸 브래들리에 허니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이 허니의 인생을 망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브래들리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이 정도의 미움은 만회할 수 있으니까. 허니는 기분이 상했는지 표정을 굳히고 날이 선 대답을 했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왜 궁금한데?”
“….”
“날 좋아해서 라고 말할거면 큰일날 소리고, 우리가 친구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썅년이었는데. 취향이 아직도 고약한가봐?”
아무리 예상을 했다고 해도, 허니의 입에서 듣는 날이선 말들은 언제나 타격이 컸다. 브래들리는 제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숨을 조금 거칠고 길게 내뱉었다. 허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브래들리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허니를 올려다보았다. 잡아야할까, 고민이 됐다.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사이는 이제 아닌 것 같다, 우리.”
“….”
“나는 얼마가 더 될진 몰라도 한동안 동네에 있을거야. 내 차는 어디서 봐도 눈에 띄니까 니가 알아서 피해. 뭐, 마주치게 되면 인사는 할게. 그렇지만 이렇게 밤 늦게 찾아오진 마. 인생 망해서 돌아온 주제에 유부남까지 꾀어내는 쓰레기까지 될 생각은 없으니까.”
“…허니 비.”
“여기 더 있고 싶으면 있어, 난 갈거니까.”
…가지마. 브래들리는 절박한 눈으로 허니의 손 잡았다. 제 옆에 있어도 잡히지 않는 허니에 목이 말랐다. 하지만 허니는 그 손에 더 이상 잡혀주지 않았다. 미안한데, 인생이 망했다고 불륜까지 갈 생각은 없어서. 다음엔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말자. 이 좁은 동네에서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브래들리의 손을 가볍게 떨쳐낸 허니가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허니가 떠난 자리에 홀로 남은 브래들리는 허공을 한 번 손으로 잡아냈다. 자신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갈 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한숨을 푹 내쉰 브래들리가 밝은 달을 바라보았다. 인어의 연인을 죽였지만 인간이 됐던 인어가 다시 제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 같았다.
----------------
흑막뿌꾸가 보고싶었어요.
겉으로는 초딩교사지만, 뒤로는 사람 조종해서 나쁜짓도 서슴치않는 그런 모습 ㅎㅎ...
분명히 혼자 생각했을땐 재밌었는데...?ㅎㅎ...
쓰고 나니까 노잼이라 ㅈㅅㅈㅅ
흑막뿌꾸가 별로 안보고싶었따면 ㅈㅅㅈㅅ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어도 ㅈㅅㅈㅅ..
요새 뿌꾸색창이 너무 따땃해서 등 지지고 누워있기 바빠서 ㅈㅅㅈㅅ,,
기다려주신 붕붕이들이 있으시면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읽어주시고 즐겨주시는 붕붕이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뿌꾸너붕붕
로켓너붕붕
뭍에 나온 인어가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그리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은 동화속의 인어가 아니었고, 그는 더이상 허니만의 바다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허니가 돌아오는 것 또한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맑고 푸른 물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서 허니는 속절없이 가라 앉아있었다.
빙글빙글 웃고 있는 푸른눈을 허니는 신뢰할 수 없어졌다.
허니가 마주한 것은 어두운 곳에서 겹쳐진 두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허니는 제 자신도 답을 낼 수 없는 물음에 잠식되었다.
탐욕스러운 바다는 인어를 삼켜내고서야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억눌렸던 감정은 집채만한 파도가 되어 허니를 덮쳤다.
브래들리는 제가 내민 손을 잡은 이 인어가 너무도 가지고 싶어졌다.
브래들리는 역겨움에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분노와 배신감에 차오른 브래들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14.
명백한 패착이었다. 허니가 이렇게 진심으로 자신의 품을 벗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바빴어도, 자신이 직접 하나하나 챙겼어야했다. 작은 변화라도 기민하게 반응 했어야 했다. 브래들리는 안일하게 생각했던 지난날의 자신을 찢어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니 앞으로의 일을 제대로 정리 하는것이 중요했다. 로버트가 알게 된다면 분명히 싫어했을 일이지만, 브래들리는 그의 정보원을 이용하기로 했다. 평소 수업중에는 꺼두던 핸드폰도 주머니에 넣은채로 수업에 들어왔다. 분단위로 울리는 진동에 브래들리는 그동안 제가 놓친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모든 수업이 끝난 후에야 핸드폰을 열어 문자와 메일을 살폈다. 허니의 연인에 관한 사소한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의 출신지부터 부모님, 조부모님에 이르기까지. 허니보다, 어쩌면 션 본인보다 브래들리가 션에 대해 더 잘 알지도 모를 일이었다.
**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션은 좋은 학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시혜적인 그의 앞에 나타난 허니는 그야말로 새로운 자극과 다름 없었을 것 이다. 대학 교류 프로그램이 아니면 절대 만날 일 없던 두 사람이 만났던 것은 우연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달랐던지, 좋은 감정이 싹튼 것 같았다. 데이트라고 불릴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자주 붙어다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러던 중, 허니는 대도시로 취업을 하게 되었고, 같은 전공의 션과 같은 회사에 취업한 션과의 만남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우연같지도 않은 우연이 인연이라고 생각했는지 데이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관계가 발전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았다. 누가봐도 인연이었을 두 사람의 관계를 떠올리니 브래들리는 배알이 꼴렸다. 분명 허니는 자신의 것임이 분명했으나, 그 사이를 못참고 떠난 것도 열이 받았는데 그걸 낚아 챈 션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것을 훔쳐간 션은 마땅한 댓가를 치뤄야 했다.
온실속에서 자란 것과는 다르게 션은 의심이 많았고, 의외로 세상 물정에 밝았다. 어줍잖은 사업 아이템으로는 션을 꼬실수는 없었다. 그래서 브래들리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돈이 더 많이 들었다. 주변을 알음알음 꼬여낸 브래들리 덕에 션은 브래들리가 심어둔 사람들과 착실히 어울렸다. 모두가 션이 좋아하는 대화 주제로 이야기를 했고, 션의 취향대로 생활하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도박판은 어느새 크게 자랐고, 여느 도박쟁이들과 마찬가지로 션은 가정과 회사에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 비해, 허니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허니는 션의 인생에서 처음 만난 열등감 유발자였다. 허니는 이상하게 션과의 잠자리를 거절해왔고, 초반엔 기꺼이 받아들이던 션도 열등감이 생기고 난 뒤로는 허니의 그런 행동조차 아니꼽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션은 자꾸만 바깥으로 나돌았다. 브래들리가 붙여놓은 사람들과 잠자리를 갖는것이 일상이었지만, 성실한 허니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션과의 잠자리는 끝까지 거절했다. 허니의 마음이었기에 행동 보고만 받는 브래들리는 영영 알 수는 없었다.
자꾸만 자신을 거절하는 허니에 션의 열등감은 행동으로 터져나왔다. 그 날도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션이 허니를 껴안았고, 허니는 션을 거절했다. 술기운과 약에 취해 감정을 갈무리 하기 어려웠던 션은 정신이 나간 듯 허니를 강제로 안았다. 브래들리는 그 영상을 받아보고 손이 떨려왔다. 자신이 꾸민 일들로 발생한 결과였어도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션은 용서받기 어려웠다. 브래들리는 제 옆에 있는 허니가 너무도 아쉽고, 아득해서 손 하나 잡을때도 심장이 아파올 정도였다. 감히 저런 쓰레기 같은 남자가 자신의 허니를 산산조각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당장에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허니의 성격 상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허니에게 좋은 추억만 남겨둘 것이 뻔했다.
허니는 그를 가정성폭력으로 신고를 했으나, 무정자증인 션의 정액에선 DNA가 검출되진 않았다. 허니가 신고한 모든 것들이 무위로 돌아갔다. 결과를 받아든 션은 점점 거칠게 허니를 다루기 시작했다. 허니는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모든것이 브래들리가 놓은 덫으로 시작 된 일이었다. 브래들리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지만, 멈출 순 없었다. 천천히 선을 넘기 시작한 션은 결국 허니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다. 드디어 명확한 이혼 사유를 얻어낸 허니는 그 길로 변호사를 찾았다.
폭력의 정황이 너무도 명확했기에 허니의 이혼소송은 승소했다. 션의 대단한 집안은 그런 허니에게 평생을 먹고 살아도 충분한 돈으로 입을 막으려 했다. 그런게 없어도 허니는 입을 다물게 분명했지만, 더 많은 돈을 준다고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거금을 받아 든 허니의 표정은 허무함이 지배했다. 그리고 며칠 뒤, 허니가 떠났다는 보고를 받은 브래들리는 정보원들에게 평소의 3배의 돈을 챙겨주었다. 션을 정리하는 지시는 덤이었다. 자신의 것을 탐한 자는 죽음으로 갚아야 했다. 그것이 아니어도 인어의 연인은 죽음을 맞이해야했다. 제가 여태 읽어 왔던 동화는 언제나 그렇듯 잔인했으니까.
션의 마지막이 담긴 사진을 받은 브래들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정보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며 모든 정보들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허니에 대한 정보는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지만, 브래들리는 전처럼 초조하지 않았다. 갈 곳을 잃은 인어가 다시 찾을 곳은 제 품 밖에 없었으므로.
**
허니를 기다린지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브래들리는 착실히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만히 지켜보던 몰리와 그의 피앙세인 크리스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몰리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하는 크리스는 자신과 몰리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 브래들리에 어이가 없어 했다. 몰리에게 그 이유를 들어도 이해가 가질 않았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허니에 브래들리는 내심 자신을 먼저 찾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자신을 찾지 않는 허니에 브래들리는 속이 탔다. 몇 년을 참았는데, 그 짧은 며칠을 참질 못했다. 가까이 있을수록 속이 타왔다.
앨리와 마주친 그 카페에선 괜스레 심술이 났다. 앨리 쿠퍼라고 부르는 제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한 허니의 표정을 마주하고도 브래들리는 자신의 발언을 정정할 생각을 않았다. 멀리 달아나는 허니의 손을 잡아채고 싶다가도 심술이 났다. 도망가는 허니를 보던 앨리가 브래들리의 어깨를 툭 쳤다. 니가 기다리던 애 아냐? 브래들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
이 동네에서 허니를 찾아내는 것은 브래들리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인어는 바다를 잊지 못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바닷가를 찾은 브래들리는 빨간색 비틀과 저 멀리 앉아있는 허니를 발견했다. 천천히 다가왔던 허니는 잠깐 앉을래? 하고 물었다. 브래들리는 대답을 굳이 하지 않았지만,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 허니는 다시 돌아 바닷가로 향했다. 모래위에 털썩 앉은 허니는 왜? 할 얘기가 있어서 그 앞에 있던거 아니야? 앉아, 목 아파. 하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허니의 옆자리에 앉은 브래들리는 무슨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한참을 골랐지만, 마땅히 꺼낼 대화는 없었다. 허니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고 있었기에 허니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까진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이상했다. 그저 멍청이처럼 잘 지냈냐는 말이 다였다. 그러자 자조섞인 허니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 뭐. 보다시피. 소문 안났어? 나 인생 망해서 들어왔다고 소문 났을건데.”
그 망한 인생을 자신이 만든것임이 분명해서 브래들리는 시치미를 뗐다. 딱히. 난 소문 잘 몰라서. 브래들리의 말에 허니는 의심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푸스스 웃었다. 하긴, 넌 옛날부터 그랬지. 주변에 관심 없었잖아.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을 해야할까. 달빛 아래의 허니는 브래들리에게 큰 자극이었다.
“나 여깄는건 어떻게 알았어?”
“…그냥.”
“하긴, 이 동네에 마땅히 갈 만한 장소가 없긴 하지. 내 차가 워낙 눈에 띄기도 하고.”
고개짓으로 자신의 차를 가리킨 허니가 다시 브래들리를 바라보았다. 겨우 잘 지냈냐는 말 하려고 그렇게 내 차 옆에서 기다린건 아닐거고. 가볍게 웃음을 지은 허니와 눈이 마주친 브래들리는 다시 바닥으로 눈을 돌렸다. 그냥, 궁금했어. 뭐 하고 살았는지. 가볍게 숨을 내 쉰 브래들리는 이내 허니와 다시 눈을 마주했다.
“내가 찾아가면 문전박대 당할게 뻔했고.”
“….”
“그렇다고 허니 네가 우리집에 올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너랑 만날 곳이 카페 뿐일건데, 거긴 앨리가 있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앨리와 있었을 때를 꺼낸 브래들리에 허니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이 허니의 인생을 망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브래들리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이 정도의 미움은 만회할 수 있으니까. 허니는 기분이 상했는지 표정을 굳히고 날이 선 대답을 했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왜 궁금한데?”
“….”
“날 좋아해서 라고 말할거면 큰일날 소리고, 우리가 친구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썅년이었는데. 취향이 아직도 고약한가봐?”
아무리 예상을 했다고 해도, 허니의 입에서 듣는 날이선 말들은 언제나 타격이 컸다. 브래들리는 제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숨을 조금 거칠고 길게 내뱉었다. 허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브래들리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허니를 올려다보았다. 잡아야할까, 고민이 됐다.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사이는 이제 아닌 것 같다, 우리.”
“….”
“나는 얼마가 더 될진 몰라도 한동안 동네에 있을거야. 내 차는 어디서 봐도 눈에 띄니까 니가 알아서 피해. 뭐, 마주치게 되면 인사는 할게. 그렇지만 이렇게 밤 늦게 찾아오진 마. 인생 망해서 돌아온 주제에 유부남까지 꾀어내는 쓰레기까지 될 생각은 없으니까.”
“…허니 비.”
“여기 더 있고 싶으면 있어, 난 갈거니까.”
…가지마. 브래들리는 절박한 눈으로 허니의 손 잡았다. 제 옆에 있어도 잡히지 않는 허니에 목이 말랐다. 하지만 허니는 그 손에 더 이상 잡혀주지 않았다. 미안한데, 인생이 망했다고 불륜까지 갈 생각은 없어서. 다음엔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말자. 이 좁은 동네에서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브래들리의 손을 가볍게 떨쳐낸 허니가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허니가 떠난 자리에 홀로 남은 브래들리는 허공을 한 번 손으로 잡아냈다. 자신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갈 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한숨을 푹 내쉰 브래들리가 밝은 달을 바라보았다. 인어의 연인을 죽였지만 인간이 됐던 인어가 다시 제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 같았다.
----------------
흑막뿌꾸가 보고싶었어요.
겉으로는 초딩교사지만, 뒤로는 사람 조종해서 나쁜짓도 서슴치않는 그런 모습 ㅎㅎ...
분명히 혼자 생각했을땐 재밌었는데...?ㅎㅎ...
쓰고 나니까 노잼이라 ㅈㅅㅈㅅ
흑막뿌꾸가 별로 안보고싶었따면 ㅈㅅㅈㅅ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어도 ㅈㅅㅈㅅ..
요새 뿌꾸색창이 너무 따땃해서 등 지지고 누워있기 바빠서 ㅈㅅㅈㅅ,,
기다려주신 붕붕이들이 있으시면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읽어주시고 즐겨주시는 붕붕이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뿌꾸너붕붕
로켓너붕붕
https://hygall.com/549030896
[Code: c9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