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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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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의 재회는 영화처럼 아름답지 않았고, 소설처럼 애틋하지 않았다.

뭍에 나온 인어가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그리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은 동화속의 인어가 아니었고, 그는 더이상 허니만의 바다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허니가 돌아오는 것 또한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맑고 푸른 물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서 허니는 속절없이 가라 앉아있었다.

빙글빙글 웃고 있는 푸른눈을 허니는 신뢰할 수 없어졌다.

허니가 마주한 것은 어두운 곳에서 겹쳐진 두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허니는 제 자신도 답을 낼 수 없는 물음에 잠식되었다.

탐욕스러운 바다는 인어를 삼켜내고서야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10.
소일거리였던 학교도 그만 둔 허니는 인생의 두번째 갈림길에 서 있었다. 이 곳에 머문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갔다. 새로운 삶을 이 곳에서 시작해야하는지 아니면 다시 원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커리어를 이어가야할지 허니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허니는 예전부터 스스로에게 느꼈왔지만, 성실한 일꾼타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뭘 하고 싶은건지 생각해보면 마땅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 나이에도 진로 걱정을 해야하나. 허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새 학기를 시작하며 복학한 매튜의 자리는 재수생인 루카가 채웠다. 이 동네 애들은 어찌나 붙임성이 좋은지, 어김없이 허니와 친해진 루카가 한숨을 쉬는 허니의 앞에 앉았다. 허니, 무슨 문제 있어요? 요새 맨날 노트북 앞에서 한숨만 쉬는 거 같은데. 루카의 말에 허니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나도 진로 고민중. 허니의 말에 루카가 심각하게 봤다. 아니, 그 나이에도 진로 고민이 있어요? 


“그래. 어때, 인생의 쓴맛이 좀 느껴져?”
“우우. 그럼 허니도 카페같은건 어때요? 아니면 음식점이나.”
“내가 그 쪽엔 재능이 없어.”
“그럼, 원래 전공은요?”
“여기에선 딱히 필요가 없어보이고.”
“저랑 같이 대학 다시 가실래요?”
“…학비는 뭐 조상님이 대주시니? 우리 부모님 등골은 이제 더 이상 나올 척수액도 없단다.”


아 엄청 까다롭네. 아니면 쿠퍼쌤처럼 교육 전공 하시는건 어때요? 나름 평생 직장인데. 루카의 말에 허니가 인상을 썼다. 넌 나같은 선생한테 니 애 맡기고 싶냐? 허니의 말에 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좀 그럴지도…. 루카는 제 말에 동의를 해주는 것이었지만, 은근히 기분이 나빴는지 발끈한 허니가 아니, 너는 브래들리한테 배웠으면서 왜 그래? 내가 걔보단 낫지. 하며 루카에게 짜증을 냈다.


“에이, 그래도 좀 다르죠.”
“뭐가 달라. 걔가 더 양아친데.”
“그래도 쿠퍼쌤은 친구같은 ‘선생님’ 인데, 허니는 그냥 ‘친구’같은 선생님일거 같아요.”
“…걔가?”


루카의 말에 허니는 흠, 하며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데…. 허니가 입을 삐죽 내밀자 루카는 꺄르르 웃었다. 뭔가, 그래도 선생님은 어른 같은 느낌이 있어요. 아무래도, 캄파나씨를 챙기는거 보면 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고. 루카의 말에 응? 하며 허니가 의문을 표했다.


“캄파나가 누군데?”
“어? 허니는 본 적 없어요? 그럴리가.”
“처음 듣는 성씨 인데….”
“아, 앨리씨 몰라요? 진짜?”


어리둥절하게 묻는 루카에 허니가 어? 하며 깜짝 놀랐다. 왜, 왜 캄파나야? 허니의 말에 이번엔 루카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아부지가…캄파나셔서? 멍청하게 대답하는 루카에 허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앨리…랑 브래들리랑… 결혼한 거 아냐?”
“…에?”
“아니, 둘이 같이 산댔는데….”
“아니 허니, 대체 어느 나라에서 살다 온거에요? 같이 살면 결혼한거에요?”
“….”
“쌤 미혼인데.”
“….”
“허니랑 쌤이랑 친구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것도 몰랐어요? 둘이 안 친했네, 그쵸?”


꼬치꼬치 캐묻는 루카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그리고 멍청하게도, 두 사람의 입으로 직접 결혼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는걸 깨달았다. 허니는 항상 브래들리와 관련된 일이라면 냉정한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뒤이어 자신이 제 멋대로 판단하고 착각하여 브래들리에게 던진 모든 말들이 떠올랐다. 창피함으로 얼굴에 열이 올랐다. 눈을 한 번 질끈 감아낸 허니가 비틀비틀 일어났다. 어, 가게요? 안 친했냐는 말이 그렇게 충격이었어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루카의 말에 허니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


차를 몰아 시 외곽으로 향하던 허니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멍청한 허니비. 어떻게 같이 산다는 말을 내 멋대로 해석할수가 있어? 너도 하우스메이트 정도는 있었잖아! 이마를 몇번이고 핸들에 쿵쿵쿵 찧은 허니가 흐어엉…. 하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쪽팔려서 이제 앨리 얼굴 어떻게 보냐. 물론, 앨리는 모르겠지만. 아…. 몰리가 앨리네 카페 가자고 할게 분명한데…. 중얼중얼 거리며 머리를 쥐어 뜯는 허니는 제 옆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으악 하며 펄쩍 뛰었다.


“미안해요. 놀랄 줄 몰랐어요. 허니가 너무 이상하길래….”
“…아, 앨리.”
“괜찮아요?”
“그, 그럼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걱정스러운 눈의 앨리가 허니를 보고 있었다. 잘됐다. 그럼 신상 쿠키 맛좀 봐줄래요? 너무 많이 구웠거든요. 따뜻한 초대에 허니는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에서 봐요. 총총총 발랄하게 제 차로 가는 앨리에 허니가 하, 진짜 인생은 내 편이 아니구만. 하며 한숨을 쉬며 시동을 걸었다.


*


졸지에 카페 오픈에 오게 된 허니는 괜스레 미안함에 앨리를 돕겠다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앨리는 허니의 도움을 극구 사양하다가 그럼 오늘 틀 LP좀 골라줄래요? 하며 한쪽으로 몰아냈다. 한쪽에 놓인 상자에 가득 쌓인 LP들에 허니가 진지하게 커버를 확인했다. 오래된 노래들 사이에서 그나마 아는 이름을 발견한 허니가 조심스레 판을 꺼내 턴테이블 위에 올렸다. 


“브래들리한테 들었어요, 둘이서 이렇게 커버만 보고 노래 듣는걸 즐겨 했다면서요.”


딱 맞게 준비가 끝났는지 차와 쿠키를 내오는 앨리에 허니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락방에서 자주 놀았어요, 거기가 아지트였거든요. 허니는 앨리의 맞은편에 앉으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것도 들었어요. 씩 웃는 앨리에 허니는 어디에 눈을 둘 지 몰라 찻잔의 손잡이만 만지작 거렸다. 그러자 제 앞에 앉은 앨리가 큭,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허니는 참, 듣던대로에요. 앨리의 말에 허니가 …에? 하며 고개를 반짝 들었다.


“허니, 뭐 할 말 있죠?”
“…아.”
“브래들리가 그랬거든요. 허니씨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오히려 딴 곳을 봤다고.”
“….”


앨리의 말에 허니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저, 죄송해요. 대뜸 건네는 사과에도 앨리는 뭐가요? 하며 상냥하게 물어왔다. 제가…, 착각을 좀 해서…. 말 끝을 흐린 허니는 겨우 문장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브래들리랑… 결혼을, 한 줄 알고….”
“푸하하. 그게 미안해요? 왜 미안해요. 브래들리가 잘못했지. 물론, 저도 말 안했지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 허니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괜히 앨리한테 모질게 군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해요. 손바닥 안에서 웅얼거리는 사과에 앨리가 허니의 손을 잡아 내렸다. 사과는 브래들리가 해야죠. 물론 저도 미안해요. 난 브래들리가 금방 말할 줄 알았는데…. 제가 나서서 저 결혼 안했는데요. 하기가 좀 그랬어요. 이해해줘요. 앨리의 말에 허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에, 허니가 궁금해 할 만한 이야기 해줄게요. 내가 왜 브래들리랑 알게 됐는지.


“사실 저는, 브래들리를 10년 전에 알았어요. 허니는 알고 있을건데, 브래들리한테 형이 있었잖아요.”
“아, 로버트…였나, 뭐 그런 이름이었던거 같은데.”
“맞아요, 밥.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그이 덕에 만났어요, 브래들리랑은. 바비가 사고사를 당하면서 장례식을 치뤄야하는데,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거든요. 그 당시에 제 주변에는 이런 일을 같이 감당해 줄 사람도 없었고, 그렇다고 바비와 절친한 이들이 있던것도 아니었거든요. 또, 정식으로 결혼을 한 건 아니었어서 그가 산 집이며, 차며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결혼식을 앞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사고를 당할줄은 몰랐어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죠. 그래서 정신없이 울고 있는데, 그 때 나타난게 브래들리였어요. 그에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 어릴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아무튼, 갑작스런 상실로 말 까지 잃은 저를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제 형이 남긴 유일한 사람이 저라서 그런지, 여기로 데려와서 같이 살게 됐어요. 공부를 병행하면서 아픈 사람을 돌보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을건데 말이에요.


“그러면서 들었어요, 허니씨와 어떻게 만났고 뭐하고 놀았고 이런거요.”
“….”
“다락방에서 자주 듣던 LP들은 다 밥의 컬렉션이라고 하더라고요.”
“어쩐지…. 좀 올드하다고 하면 형 취향이라면서 우겼는데….”


그이가 좀 그랬어요. 평소에도 옛날 감성의 노래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허니의 신랄한 평가에 앨리가 꺄르르 웃었다. 아무튼, 브래들리는 저한테는 은인이고 가족이에요. 사랑하지만, 그런 종류의 사랑은 아니죠.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본 적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앨리의 말에 허니가 입을 꾹 다물었다.


“잘 생각해봐요, 허니도.”
“…뭘요?”
“뭐든지요. 이제 다 알았잖아요.”
“….”


앨리의 말에 허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더 앉았다가 가도 돼요? 허니의 물음에 앨리가 환하게 웃으며 그럼요.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허니는 복잡한 제 미래설계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긴 것 같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앞으로 내가 뭘 할지도 모르겠는데, 브래들리까지 신경쓰면서 살아야한다고? 허니는 차라리 다시 도시로 돌아가 영영 바다를 보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이 동네를 떠날 시기가 찾아 온 것이었다. 


다시는 바다 근처엔 얼씬도 않을거야. 허니는 핸드폰의 지도앱을 키고 바다와는 먼, 그리고 이 동네와도 먼 곳을 찾았다. 그러면서도 브래들리와 자신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잃어본 적 있다는 앨리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브래들리에게 소중한 것이 자신임이 분명했지만, 허니는 그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서로가 없던 13년도 잘 버텨온 그와 자신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것이다. 대충 몇개의 도시를 추린 허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앨리, 고마웠어요. 저 이제 가볼게요.”
“벌써 가요?”
“네. 덕분에 맛있는것도 먹고, 생각도 잘 했어요. 다음엔 제가 저녁 살게요.”
“어머, 안 그래도 괜찮은데.”


아니에요, 조만간 초대 할게요. 허니는 이 동네를 다시 떠나기 전에 꼭 대접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물론, 앨리는 모르는 일이겠지만. 사회인의 미소를 장착한 허니가 고개를 까딱하고 가게 입구로 돌아섰다. 모던함과 포근함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진한 녹색의 문을 여니 건물 입구부터 카페 입구까지를 잇는 온실이 나왔다. 색색의 장미들이 진한 향을 뿜으며 화려하게 펴있었다. 이 겨울에 장미를 볼 수 있다는게 어디야. 허니는 사방에 피어있는 장미를 돌아보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여기도 곧 떠날거니까, 많이 찍어둬야지. 온실에도 나오는 노래들을 들으며 허니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꽃대를 들춰가며 살피던 허니는 갑작스레 열리는 건물 출입구에 깜짝 놀라 손가락을 찔렸다. 아! 자신도 모르게 나온 소리에 아직은 차가운 밤 바람을 달고 들어온 누군가가 성큼성큼 다가와 허니의 손을 잡아챘다. 괜찮아? 익숙한 목소리에 허니가 고개를 들었다.


“이걸 왜 만져, 장갑도 안끼고.”
“….”
“보고싶었어, 허니.”


순간, 마주친 두 눈에 허니와 브래들리는 서로를 온전히 담았다. 그리고 허니는 여태 브래들리를 피해 다녔던 지난 몇 주의 노력이 전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내가 영영 이 바다를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억눌렸던 감정은 집채만한 파도가 되어 허니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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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워요…. 뿌꾸는 유부남이 아니었습니다! 와! ㄴㅇㄱ!
이미 눈치 챈 붕붕이가 있으시다면 박수와 환호를 드립니다 ㅊㅊ!
그냥 삽질하는 너붕붕이 보고 싶었을뿐….
이런걸 이렇게 길게 노잼으로 싸서 ㅈㅅㅈㅅ….
혹시나 불륜일까 기대했던 붕붕이가 있었다면 그 또한 ㅈㅅㅈㅅ….

상단에 붙여진 chet baker의 I fall in love too easily 는
허니픽의 카페 브금이라고 생각해주시면 ㄱㅅㄱㅅ….

노잼인 글을 재밌게 읽어주시고, 기다려주신 붕붕이가 있으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뿌꾸너붕붕

로켓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