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11 / 12


 
녹슨




주차장에 차를 세운 아이스는 뒷좌석에 놓인 백팩을 챙겼다. 먼저 나와 기지개를 켜던 매버릭의 시선이 백팩에 꽂혔다. 매버릭은 아이스가 브리프 케이스도, 포셰트도 아닌 백팩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아서 웃음이 나왔다.

“무슨 짐이 그렇게 많아? 이사라도 가?”
“애가 태어난 이후로 이것저것 챙기는 게 습관이 돼서.”

매버릭이 농담조로 묻자, 아이스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 말에 매버릭은 순간 울컥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몰랐다. 아이스가 자신보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질투심을 느껴서인지, 아니면 가족에게서 그를 빼앗은 것만 같아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서인지. 

어쩌면 자신과 달리 좋은 부모 밑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사랑받고 자랄 아이스의 어린 아들을 질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라면 최악이었다. 변명할 여지도 없었다. 매버릭은 더더욱 화가 났다.

“좋은 아버지네.”

그런 자신이 혐오스러워서 매버릭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당겼다. 하지만 거짓말에 서툰 그답게 목소리가 떨렸고, 눈은 자기혐오와 분노로 그늘이 드리워졌다.

“글쎄, 내가 좋은 아버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스가 차갑게 말했다. 그는 모처럼 단둘이서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불쑥 현실을 일깨우며 찬물을 끼얹는 매버릭의 말에 화가 났다. 그러나 매버릭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자신과 같은 마음도 아니다. 순전히 자신에게 화가 났다.

“보트 빌리는 곳 어디야? 빨리 가자.”

매버릭은 어두워진 아이스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기 두려워 황급히 말을 돌렸다. 아이스가 또 왜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자기 딴에는 칭찬으로 한 말이었는데, 남의 가정사에 입을 댄다고 생각해서 화가 났으려니 했다.

자신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무엇이든 망치고 만다. 매버릭인 자신이 망친 것들을 곱씹으며 걸었다. 새하얀 물거품이 구스가 흘린 피로 붉게 번져 나가던 순간 휘몰아치던 두려움이 떠올랐다. 재판에서 구스가 사망한 사고는 기체의 결함 때문이라 판단했으므로 무죄를 선고받아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뒤로는 스트라이커처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매버릭, 왜 고개 숙이고 걸어.”

아이스는 내내 땅만 보고 걷는 매버릭에게 한결 누그러진 음성으로 말을 붙였다. 매버릭은 주먹만 꽉 쥐고 대답하지 않았다.

“내 얼굴 봐.”

아이스가 타이르는 투로 재차 부르자 매버릭은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아이스는 매버릭에게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넘겼다.

“아침부터 운전했더니 피곤하다. 가방 네가 들어.”
“뒤로 메도 돼?”

매버릭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어, 네가 편한 대로 해.”

아이스는 시원스레 대답했다. 매버릭은 가방의 어깨끈을 줄인 다음 뒤로 멨다. 언제 울적했냐는 듯이 환한 얼굴로 보트를 대여해주는 선착장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선착장에서 아이스는 2인용 보트 한 척과 구명조끼 두 벌을 빌렸다. “낚싯대는 생각 없으세요? 잘 잡히는 곳을 아는데.” 마이애미의 노을빛 머리카락을 지닌 직원이 하품하며 건성으로 물었다.

아이스는 매버릭의 의사를 물어보려고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매버릭은 구명조끼를 입느라 정신이 팔려 직원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었다. 아이스가 불러도 들은 채 만 채였다. 아이스는 “괜찮습니다.”하고 정중하게 사양했다. 직원은 더는 권유하지 않았다. 그는 숙취 때문에 어서 빨리 두 사람을 보내고 싶은 눈치였다.

“넌 구명조끼 안 입어?”

보트 위에 오르며 매버릭이 물었다.

“네가 일부러 보트 뒤집지 않는 한, 물에 빠질 일 없어.”
“안전벨트는 매라고 그렇게 성화였으면서.”

매버릭은 투덜거리면서 손에 든 백팩을 보트에 던졌다. 보트가 출렁거리면서 잔잔했던 수면에 물결이 일어났다. 아이스가 뒤이어 보트에 탔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았다. 직원이 연거푸 하품하며 보트를 고정한 밧줄을 풀었다.

물비늘이 부서지는 수면 위로 보트가 천천히 나아갔다. 매버릭은 긴장한 탓에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노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매일 그를 괴롭히던 강렬한 햇살이 잠잠했다. 그 덕분에 매버릭은 우울한 잿빛 풍경을 그대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흐린 하늘과 닮은 아이스의 눈동자도.

아이스는 자신을 따라 천천히 노를 젓는 매버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매버릭은 체구가 작아서 구명조끼 사이즈도 작았다. 아이스는 그의 헬멧을 몰래 안아보던 날이 떠올랐다. 품 안에 들어오던 작은 헬멧. 그보다 더 작은 새카만 머리. 지금 매버릭은 손을 뻗으면 당장 품에 안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매버릭, 받아.”

하지만 아이스는 매버릭을 끌어안는 대신에 백팩에서 워크맨과 테이프 하나를 꺼내어 그에게 무심하게 내밀었다.

“이게 뭔데?”
“믹스 테이프.”

아이스는 따끔거리는 눈을 비볐다. 세 시간은 잤을까. 라디오 채널을 전전하며 카세트테이프를 녹음하느라 간밤에도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심야 라디오 DJ들이 하나같이 향수에 젖어 옛날 노래만 선곡하는 바람에 그가 각오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요즘 인기 많은 노래 몇 곡 들었어.”
“이걸 언제 녹음한 거야?”

매버릭이 오른쪽 귀에 이어폰을 꽂으며 물었다.

“항모 가기 전에 녹음했던 거야.”

아이스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했다. 매버릭은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워크맨의 재생 버튼을 꾹 눌렀다. 심벌즈 소리가 쨍했다. 밉살스러운 정오의 햇살만큼이나.

“음질 좋네. 자주 듣진 않았나 보다? 항모에서 재밌는 일이 많았나 봐?”
“사내새끼들만 득시글거리는 곳에서 재밌는 일이 있어 봤자지.”

이죽거리며 은근히 자신을 떠보는 매버릭에게 아이스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래?” 매버릭은 건성으로 되물으며 반대쪽 귀에도 이어폰을 꽂았다.

두 사람이 탄 보트는 어느새 선착장에서 멀어져 저수지 한복판에 다다랐다. 한 칸짜리 대여소는 장난감처럼 보였고, 숙취에 시달리는 직원의 얼굴도 자연스레 그들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졌다. 그저 시간처럼 흐르는 보트에 몸을 맡긴 채, 매버릭은 가수도 제목도 모르는 곡을 어설프게 따라 흥얼거렸다.

저수지 한복판은 좀 쌀쌀했다. 매버릭의 손톱이 파랗게 떴다. 아이스는 백팩에서 얇은 담요를 꺼내 매버릭의 무릎 위에 덮었다. 매버릭은 담요 밑으로 워크맨과 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는 최신 가요를 공부라도 할 작정인지 단어 하나라도 놓칠세라 집중한 얼굴이었다.

“난 이런 곡은 별로다.”

매버릭이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좌우로 까딱였다.

“뭘 듣고 있는데?”
“너도 들어봐.”

매버릭은 이어폰 한쪽을 빼서 아이스에게 내밀었다. 아이스는 보트가 뒤집히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숙였다. 그의 숨결이 자신의 가슴께에 닿는 순간, 매버릭은 그만 이어폰을 놓치고 말았다. 아이스는 그의 손아귀에서 떨어져 미끄러지는 줄을 재빨리 낚아채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어폰에서 댄스 음악이 흘러나왔다. 얼마 전에 나온 글렌 메데로이스의 싱글이었다. 바비 브라운이 피처링을 해서 화제였던 곡으로 매버릭이 조금 전까지 들었던 구간이 바로 그의 랩이 나오는 구간이었다.

“매브, 시끄러운 걸 싫어해?”
“그런가 봐.”

매버릭은 이어폰을 마저 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스는 어리둥절했다. 일상으로 타고 다니는 바이크의 소음이며 전투기의 굉음까지 자장가처럼 여기는 매버릭이 시끄러운 음악이 싫다니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큰소리 내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거 말이지?”

아이스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을 말했다.

“아마도. 기계 소음이나 전투기 소음은 괜찮은데…….”

매버릭은 피곤한 얼굴로 말끝을 흐리다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귓가에 맴도는 소음을 완전히 떨쳐냈다. 그리고 다시 기운을 차린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보다 아이스, 어제 네가 알려 준 소프라노 있잖아.”
“루치아 포프?”
“응, 언제 그 사람 공연 보고 싶다.”

매버릭은 목소리만 아는 소프라노의 얼굴을 상상하며 말했다. 종소리처럼 맑고 산들바람처럼 따뜻한 목소리. 분명 미소가 사랑스러운 여자이리라. 손가락은 가늘고 섬세하고, 장밋빛 부드러운 뺨에…… 자신이 사랑해마지않는 것들을 떠올리자, 매버릭은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같이 보러 갈까?”
“같이?”
“응. 루치아 포프가 미국에 오면.”
“난 오페라 같은 거 하나도 모르는데 괜찮아?”

아이스의 제안에 기쁘면서도 매버릭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게 뭐가 중요해. 네가 보고 싶으면 보면 되는 거야.”
“가사도 모르는데?”
“브로슈어 나눠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아이스가 원래 이렇게 자상하게 웃는 사람이었던가. 매버릭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름만 아는 아이스의 어린 아들이 부러웠다. 질투는 아니었다. 세상에 그래도 외롭지 않고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는 아이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 아이가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지금 아이스가 자신한테 다정스레 말해주는 것처럼 누군가를 기쁘게 해줄 것이다. 그러면 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 또 생기니 더 좋은 일이고…….

“있잖아, 아이스.”
“응.”
“너랑 한가하게 시시덕거리는 것도 즐겁네.”

매버릭은 열없이 웃으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넌 애를 잘 다루는구나.”

그의 자조적인 말속에 어쩔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났다.

“결혼하면 역시 사람이 달라지나 봐.”

매버릭은 다시 노를 젓기 시작했다. 아이스는 자신에게서 멀리 달아나버린 매버릭의 자취를 더듬었다. 보트는 위태롭게 흔들렸다. 매버릭은 살아서는 갈 수 없는 먼 곳을 응시하며 묵묵히 노를 저었다. 의식이 점차 멀어지며 세상과 단절되려는 순간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아!”

매버릭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리자 놀란 아이스가 “왜 그래?”하고 걱정스레 물었다. 매버릭은 노를 내려놓고 왼손을 벌렸다. 중지와 약지 사이가 계속 따끔거렸다.

“가시가 박혔나 봐.”
“보자, 손 이리 줘.”

아이스는 말과 동시에 매버릭의 손목을 덥석 쥐었다.

“너 손이 왜 이렇게 뜨거워. 어디 아파?”

이번에는 매버릭이 화들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체온이 높아서 그래.”

아이스는 멋쩍게 말했다.

“정말 그러네. 나보다 몸이 뜨거운 사람은 처음 봐.”

매버릭은 달아올라 화끈거리는 귓바퀴를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아이스의 시선이 매버릭의 손톱 끝에 닿았다. 분홍색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짧게 깎은 손톱에 때가 끼어 있었다. 보트 바닥을 긁다가 낀 모양이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매버릭은 부끄러워하며 손가락을 오므렸다. 아이스는 매버릭의 손가락을 하나씩 천천히 펴며 엄지로 그의 손바닥을 문질렀다. 그러자 매버릭의 입꼬리가 움푹 들어갔다. 아이스의 손끝이 매버릭의 손가락 마디를 쓸었다. 그는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체온과 살갗의 촉감에 집중했다.

“손이 되게 크다.”

매버릭은 살갗 아래 보이지 않는 것, 아마도 자신조차 몰랐을 감정의 잔해를 파고드는 섬세한 손길에 시선을 빼앗긴 채 멍하니 말했다.

“그런가.”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아이스의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졌다. 하지만 그의 인내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밤중에 걸려온 매버릭의 전화를 받고 집을 뛰쳐 나가던 순간부터 그의 인내심은 사실상 바닥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스는 검지로 매버릭의 손가락을 더듬기 시작했다. 

“예쁘고.”

손끝에서 시작된 간질간질함이 신경을 타고 심장까지 거슬러 올라왔다. 미지근한 소양감은 가슴을 저미는 아릿함으로 바뀌었다. 매버릭은 그 기분 좋은 통증에 눈을 감으며 혀로 입천장을 쓸었다.

“남자 손이 예뻐 봤자지.”

아이스는 한숨을 삼켰다. 그의 단정한 손톱이 매버릭의 손가락 마디 주름진 홈을 꾹 눌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느다란 틈이 딱딱한 손톱을 삼켰다. 그 순간 아이스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며 전율이 일었다.

“정말 예뻐.”

매버릭은 침을 꼴깍 삼키며 다시 눈을 떴다.

“벌려봐, 매버릭.”

아이스는 매버릭을 지그시 응시하며 말했다. 매버릭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벌렸다. 아이스는 매버릭의 손을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겨 손가락 사이 물갈퀴처럼 붙은 얇은 피부를 유심히 살폈다.

“……보여?”
“아니, 깊숙하게 박힌 것 같은데. 아파?”

아이스는 매버릭의 손가락 사이를 살짝 누르며 물었다.

“응.”

매버릭은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핀셋으로 뽑아야 할 것 같다. 선착장으로 돌아가서 직원한테 빌리자.”

아이스는 여전히 매버릭의 손을 잡은 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못 참겠는데, 근질근질해서. 그냥 손으로 어떻게 안 돼?”
“손으로 무리해서 뽑다가 가시가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곪을 수도 있어.”
“괜찮아. 해줘.”

매버릭은 그렇게 말하고 심호흡했다.

“그랬으면 좋겠어?”

아이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매버릭의 마음을 확인했다.

“응.”

매버릭은 덤덤하게 말했다.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오래전부터 너무나도 기대한 나머지 막상 이 순간이 닥치자 기뻐할 힘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아이스에게 온전히 자신을 맡겼고, 아이스는 지금껏 몰랐던 매버릭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다. 매버릭은 몹시 가늘게 울고, 작게 기침하고, 기뻐하며 인상을 찡그린다. 그럴수록 아이스는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매버릭은 눈물이 찔끔 고이도록 이를 악물며 참았다.

“찾았어?”

한참 후, 기진맥진한 매버릭이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어, 찾았어.”

아이스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자 안간힘을 쓰며 새카만 점처럼 박힌 가시를 집었다.

“조금만 참아. 금방 뺄게.”
“응…….”

매버릭은 고개를 비스듬히 젖히고 눈을 감았다. 아이스는 단숨에 가시를 뽑아냈다.

“아.”

매버릭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눈꼬리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껴 눈을 감은 채 숨을 골랐다. 불안하게 흩어지던 숨소리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잠잠해졌다. 희게 질린 손가락에도 다시 피가 돌아 본래 색을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벌어진 채 가늘게 떨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 아이스의 손가락이 예고 없이 파고들었다.

“매버릭.”

아이스는 매버릭과 깍지를 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응.”

그를 올려다보는 매버릭의 눈동자가 작게 떨렸다.

“매버릭…….”
“…….”
“미첼.”
“…….”
“…….”

바람은 차가운데 손에서 축축하게 땀이 배어 나와 서로 살갗이 들러붙었다. 그들은 서로 침묵하는 행간 사이에 소리 내어 전하지 않은 말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망설이고 두려워하면서도 끝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몸짓과 기뻐하며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어깨, 괴롭게 부풀어 오르는 가슴의 먹먹함을 통해서.

“반지를 끼면 잘 어울리겠다.”

아이스는 자신의 손가락에 희미하게 남은 반지 자국과 그저 깨끗하기만한 매버릭의 손가락을 번갈아 응시하며 말했다.

“나더러 구속당하라고?”

매버릭이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

아이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매버릭은 입술을 축이며 웃기만 했다. 평소 그답지 않게 모호한 태도였다. 그제야 아이스는 깨달았다. 아직 뼈마디도 덜자란 이 미숙한 뜨내기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직도 제 마음을 몰라 외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만 뭍으로 돌아가서 좀 걷자.”

이대로 매버릭을 끌어안았다가는 그를 망가트릴 것 같아서 아이스는 죽을힘을 다해 그의 손을 놓았다. 매버릭은 말없이 처음 사과를 손에 쥐어 본 아이처럼 아직 아이스의 온기가 남은 손을 쥐락펴락했다.



-

아이스매브 아이스맨 매버릭
2024.04.07 15:41
ㅇㅇ
모바일
분위기 미쳤다ㅜㅠㅜㅜㅜㅜ먹다 남은 샌드위치 씬도 섹텐 미쳤었는데 가시 빼주는 장면...필력 미쳤어ㅜㅜㅜㅜ 저 둘 사이의 긴장감 도랐고 존나 야해서 내가 다 숨막힘 아이스가 서로 쌍방이였다는 걸 알았는데 이 다음에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 궁금하다 센세 어나더ㅠㅠ
[Code: 9b72]
2024.04.07 20:12
ㅇㅇ
모바일
맵이 자꾸 아이스 아들 생각하는 게 아무래도...아이스가 어떻게든 이때 맵을 제정신으로 돌려놓긴 했을 거 같은데 나중에 정신 맑아지고 자기 감정 자각한 맵이 자긴 이 추억으로 만족하고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다짐했을 거 같다ㅜㅜㅜㅜ 둘이 각자 길 가는 거 넘 슬퍼서 못볼거같아(그래도 다 보겠지만)
[Code: 2081]
2024.04.09 00:29
ㅇㅇ
단순 비극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현 시점 보면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는 걸 아니까 더더욱 캐들에게 허락된 저 제한된 시간과 기회의 애틋함이 읽으면서 그대로 느껴짐 근데 모처럼 둘이 만나서 가까스로 숨을 쉬는데 직전에 둘째 임신 설정이 나왔다는 게...이 시간마저도 위태롭게 만드는 듯 맵이 이걸 알게 되면 자기 감정 극렬하게 부정하면서 도망가버릴거같은데
너무 찌통이라 괴롭긴 하지만 정말 재밌어요 센세
[Code: d361]
2024.04.18 13:18
ㅇㅇ
모바일
미쳤어미쳤어 죽을 힘을 다해 놓았다… 이 말보다 절절한 자기고백이 또 있을까……. 마음을 참는 것 또한 순애구나 ㅜㅜ
[Code: 3e9b]
2024.04.19 12:05
ㅇㅇ
모바일
아 센세 아...ㅠㅠㅠㅠ너무 압도당해서 뭘 써야할지 모르겠고 그냥 눈물만 하염없이 나온다ㅠㅠ감정이 폭발하며 휘몰아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와 이건 정말 어마어마하게 압축되었다고 하나 둘의 감정의 크기는 엄청난데 그게 최소한으로만 드러나고 있어서 엄청 긴장되면서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ㅠㅠ처음 둘의 대화부터 심장이 저림ㅠㅠ그러고보니 매브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고 그 아버지의 그림자가 내내 따라붙었지 아버지의 부재로 아버지이슈가 생겨버린ㅠㅠ
[Code: a388]
2024.04.19 12:22
ㅇㅇ
모바일
그래서 아이스의 아들을 질투한 것일 수도 있고 바로 그걸 깨닫고 자기혐오에 빠지는 매브...ㅠㅠ좋은 아버지네라는 매브의 말이 결국 매브를 슬프게 하고 아이스를 화나게 했다는게 또 맴찢이네ㅠㅠ그 말에 아이스가 화가 난건 현실을 일깨운 것도 있지만 매브에게 다정한 아버지가 필요하고 그 비슷한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지만 아이스는 매브의 아버지같은 존재가 되고싶은건 아닐테니ㅠㅠ하지만 아이스가 화난 것 같다고 고개숙이고 주먹 꽉 쥐고 걷고 매브는 넘나 애 그자체...
[Code: a388]
2024.04.19 12:44
ㅇㅇ
모바일
왜 하필이면 저수지에서 배를 탈까 했는데 와ㅠㅠ이른 오전의 저수지 한복판이면 진짜 아무도 없는 완전 비일상적인 공간에 단 둘만 있게되는 거잖아ㅠㅠ센세의 큰그림에 붕팔이는 오늘도 감탄 또 감탄ㅠㅠ안는대신 워크맨과 테이프를 건내다니ㅠㅠ게다가 그건 밤을 거의 새가면서 일일이 녹음한거야ㅠㅠ키야아아아아 이게바로 아날로그 시대 사랑의 정수 그 자체다ㅠㅠㅠㅠ매브가 아이스 아들 부러워하는거 완전 붕팔이 눈물지뢰임ㅠㅠ아버지처럼 다정한게 아닌데ㅠㅠ애를 잘다루는게 아니라 매브를 사랑하는 거락우우우우우ㅠㅠ자기 감정도 몰라서 도망가서 외로워하지 마아아아아ㅠㅠ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지만 안지 못하고 이미 존재하는데 그 감정이 뭔지 몰라 외로워하고ㅠㅠㅠㅠ
[Code: a388]
2024.04.19 13:11
ㅇㅇ
모바일
샌즈위치에 이어 가시를 세상에서 젤 야한 소품으로둔갑시키는 센세 미치셨습니꽈?ㅠㅠㅠㅠ아니 그리고 언제부터 아이스 체온이 높았져? 매브와 같이 있어서 높아졌다는게 학계의 정설 아닌가요? 그리고 미치겠다 손톱 밑 분홍 속살 드러나는게 이렇게 야했다니ㅠㅠ와 손끝으로 손바닥하고 손가락 마디를 쓰다듬는게 베드신 백개는 합쳐논 것 만큼 야하다ㅠㅠ게다가 그 손길이 매브 자신조차 몰랐을 감정의 잔해를 파고든다니ㅠㅠ그리고! 가느다란 틈이 딱딱한 손톱을 삼켰다.<<<<<붕팔이 여기서 그냥 기절...이건 야하다 섹텐 이런 말로도 부족...이건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건데요?ㅠㅠ센세 혹시 손가락 묘사만으로 어디까지 야하게 쓸 수 있나 도전해보시는 건가요?ㅠㅠ센세때문에 붕팔이 손가락만보면 야한 생각하게 생겼음ㅠㅠ
[Code: acea]
2024.04.19 13:28
ㅇㅇ
모바일
그리고말입니다ㅠㅠ아니 저게 그냥 손가락 사이에 박힌 가시빼는거라고 누가 믿음?ㅠㅠ실은 1화에서부터 아이스매브 언제 베드인하나 기다렸는데 했네요 했어ㅠㅠ옷 다입고 서로 오직 진짜 손만 잡았는데 한건가요? 네! 한겁니다!ㅠㅠ 특히 대사들만 보면 미치도록 야하고 노골적임ㅠㅠ결국 깍지는 꼈는데ㅠㅠ이게 인내심이 바닥난 아이스가 최대한으로 한 스킨쉽이라니ㅠㅠ아이스는 매브를 미첼을 부르고 매브는 차마 부르지 못하고...그럼에도 축축이 배어나오는 땀과 몸짓과 먹먹함으로 서로의 말을 이해했다는게...ㅠㅠ"반지를 끼면 잘 어울리겠다.”<<<이거 프러포즈 아님?ㅠㅠ말로만하지말고 직접 끼워주면 안되나요?ㅠㅠ
[Code: acea]
2024.04.19 13:36
ㅇㅇ
모바일
매브를 망가트릴까봐 죽을 힘을 다해 손을 놓는 아이스와 처음 쥐어보는 감정을 아직 제대로 모르고 쥐었다폈다 하는 매브...ㅠㅠㅠㅠ마지막 문단까지도 붕팔이 심장이 아프다ㅠㅠ
[Code: acea]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