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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13.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해군기지.

기나긴 항해를 마치고 귀환한 병사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물보라처럼 일어났다. 무지갯빛 물보라에 네온처럼 알록달록한 깃발과 풍선, 그리고 손수건이 흩날렸다.

하선한 아이스는 물보라 속에서 꿈의 결정을 찾는다.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에 그가 찾던 꿈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교각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머리카락 색이 밤하늘처럼 짙었다. 아이스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자석처럼 끌려갔다. 꿈도 그에게 다가왔고, 사람들과 건물의 그림자가 벗겨지며 짙은 머리카락은 정오의 모래사장처럼 금빛으로 빛났다. 

꿈속에 관념으로 남은 얼굴 대신에 현실의 익숙한 얼굴이 아이스를 향해 미소 지었다. 두 살배기 어린 아들을 품에 안은 사라가 가까이 다가오자 아이스의 가슴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곧 지독한 자괴감과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톰!”

사라는 열띤 얼굴로 아이스를 불렀다. 아이스는 능숙하게 자상하고 헌신적인 남편의 얼굴로 사랑스러운 아내를 끌어안았다. 사라는 아이스의 뺨에 입 맞추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이스는 그녀의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보고 싶었어.”

사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나도.”

아이스는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빠.”

요즈음 말문이 제법 트인 앤드류가 아이스에게 팔을 뻗으며 어리광을 부렸다. 아직 어린데다 기질이 예민한 아이라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소음에 살짝 겁을 먹은 눈치였다.

“어디 보자.”

아이스는 사라에게서 아들을 건네받고 조심스럽게 아이의 엉덩이를 팔로 받쳤다. 앤드류는 얼른 아이스의 목에 팔을 감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이는 아주 작게 훌쩍거렸다. 자신의 품에 안긴 이 작은 아이가 자신을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아이스는 애틋한 마음이 일어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

“몇 달 사이에 많이 무거워졌네.”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누구 닮았는지 몰라. 당신은 입이 짧은데 말이야.”

사라는 칭얼거리는 앤드류를 다시 품에 안았다.

“항모에서 지내는 동안 별일 없었어?”
“응. 집은?”

사라의 질문에 아이스는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다 잘 지냈어. 아버님 어머님도. 그런데 당신, 연락 한 통 안 했다며? 어머님이 섭섭하다고 성화가 나셨어.”
“어머니께서 당신더러 뭐라고 하셨어?”

아이스는 대번에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아니야, 그런 거. 내가 안부 전화 먼저 했어. 이런저런 얘기 하던 중에 농담조로 당신 얘기하신 거지 날 나무라신 거 아니야.”

사라는 반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아이스는 낮은 음성으로 되뇌며 혀를 가볍게 찼다.

아이스는 한숨을 삼켰다. 가슴 졸이며 조마조마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라의 시선이 곤혹스러웠다.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투정 부리는 아이를 얼른 챙기는 것이며, 자신과 부모와의 갈등을 어떻게든 완화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사라는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 원만한 삶을 살아왔으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을 겪어온 여자였다. 학업에 대한 고민, 교우 관계, 외모에 대한 고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그런 시련들 말이다. 전통적이고 화목한 가족상을 자연스레 체득한 그녀는 자신의 부모와 형제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보다 가족을 위했다. 

그녀와 교제를 시작하면서 아이스는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다들 사라처럼 완벽한 여자는 없을 것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아이스의 엄격한 부모마저 사라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그녀를 가리켜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게 단정하고 책임감 있다고 말했다.

그런 까닭으로 아이스는 모두가 인정하는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기에 사라보다 더 좋은 여자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라에게 청혼했고, 그녀와의 결혼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지만 그는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허덕였다.

꿈의 바다에서 가정으로 돌아왔다. 짧은 휴가 동안 이제 자신은 믿음직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충실해야 한다. 아이스는 다시금 한숨을 들이마시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당신, 손이 왜 이래?”

사라가 아이스의 상처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걱정스레 물었다.

“아, 일이 좀 있었어.”

아이스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사라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아이스는 사라의 가냘픈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를 제품으로 끌어당겼다.

“별일 아니야. 걱정하지 마.”

 
* * *


“……아이스랑 포켓볼 내기로 쏠쏠하게 재미 봤다 이거야! 덜떨어진 자식들이 돈 죄다 잃어서 씩씩거리는 꼴이란. 하, 곱씹을 때마다 뿌듯하다니까.”
“뭐야, 자기. 내가 보고 싶어서 죽겠다면서 잘만 지냈잖아?”
“아니야, 클라라! 그럴 리가. 날 못 믿겠어?”
“항모에서 즐겁게 지낸 것 같은데?”
“매일 너랑 우리 하퍼, 라일리 생각에 베개를 축축하게 적셨다고.”
“정말?”
“그럼. 정말이고 말고.”

기지 근처 단골 식당에서 슬라이더와 클라라 부부는 그들의 사랑을 과시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연스레 그들의 두 딸을 돌보는 건 아이스와 사라의 일이 되었다. 하퍼와 라일리는 아이스를 잘 따랐다. 심지어 슬라이더의 말보다 아이스의 말을 고분고분 들을 정도로 말이다.

“우리 공주님, 오늘 아빠랑 말 한마디 안 하네. 아빠가 뭐 섭섭하게 한 거 있어? 아니면 속상한 일이라도 있어?”

아내와 한껏 기쁨을 발산하고 나니, 이제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슬라이더가 하퍼의 뺨에 묻은 토마토 소스를 냅킨으로 닦아주며 물었다.

“남자 친구가 생겼거든. 이제 아빠는 관심 없다 이거지.”

클라라는 피식 웃으며 맥주를 마셨다.

“뭐라고? 어떤 자식이야.”

슬라이더는 발끈해서 이를 갈며 물었다. 

“존? 찰리? 아니면 트리스탄? 트리스탄 그 자식이지? 어? 빌어먹을, 그 애 아버지는 재수 없는 놈인데! 하퍼, 트리스탄은 절대 안 돼. 차라리 찰리, 아니다…… 넌 아직 어려. 남자 친구를 사귈 때가 아니라고. 아빠 말 잘 새겨들어라, 우리 공주님. 남자는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야, 하퍼.”
“자기, 진정해. 애들 소꿉장난이잖아.”

클라라는 노발대발해서 쉬지 않고 열변을 토해내는 슬라이더를 달랬다.

“소꿉친구가 부부 되는 거 한순간이다?”

슬라이더는 속에서 열이 차오르는지 클라라가 건넨 물컵을 단숨에 비웠다. 그래도 홧홧한 속은 가라앉지 않았다. 딸이 자신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머리끈에 달린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딴청을 피우자, 다급해진 슬라이더는 아이스에게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아이스, 하퍼한테 뭐라고 말 좀 해봐. 하퍼가 네 말은 잘 듣잖아.”
“무슨 말?”

아이스는 슬라이더가 꼴사나운 모습으로 매달리는 게 우스워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허락할 때까지 남자 친구 사귀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벌써 이러면 나중에 프롬은 어쩌려고? 하퍼한테 파트너 신청하는 애들을 다 총으로 쏘기라도 할 거야?”
“어, 할 수만 있다면!”
“그래, 어디 해 봐. 나한테 꼭 알려주고. 구경하게.”

아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슬라이더를 약올렸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 슬라이더는 다시 물컵을 비웠다. “하여튼 유난 떨기는. 진정해, 인마.”하고 아이스가 말하자 슬라이더는 그를 흘겨보며 무어라고 작게 투덜거렸다.

잔뜩 열받은 슬라이더가 하퍼를 들들 볶거나 말거나, 세 사람은 여름철 정원을 관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지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사가 이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주문한 디저트가 차례차례 나왔다. 아이들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슬라이더는 체리 한 알을 올린 초콜릿케이크, 클라라는 닥터 페퍼로 만든 아이스크림 플로트, 그리고 아이스와 사라는 커피와 브라우니였다.

“참, 좋은 소식이 있어.”

사라가 기지개를 켠 다음 말했다.

“무슨 소식?”

아이스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나 임신했어.”

사라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사라! 맙소사!”

아이스보다 슬라이더가 한발 앞서 감탄사를 터뜨렸다.

“정말 축하해.”

이어서 클라라가 자신의 두 손을 맞잡으며 진심으로 사라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사라는 두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했고, 아이스는 의중을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따뜻하고 단단했지만, 회청색 눈동자는 차갑고 예리했다.

“아이스, 넌 했다 하면. 어?”

슬라이더가 케이크 위에 올려진 체리를 집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라, 몇 개월이야?”
“4개월이야.”

클라라의 질문에 사라는 조금 전처럼 차분하게 대답했다. 클라라는 안정기에 접어들어서야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알리는 점이 사라답다고 생각했다.

“톰 카잔스키, 바쁘게 살았구나.”
“기분 나쁘게 이죽거리지 마라.”

슬라이더가 키들거리며 시비를 걸자, 아이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이스는 눈을 내리깔고 브라우니 위에서 애처롭게 녹아내리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시선을 고정했다.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 더는 예전 같지 않은 것. 되돌릴 수 없는 것. 머릿속에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툭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사라, 기쁜 소식을 안겨줘서 정말 고마워.”

이내 아이스는 복잡한 심경을 뒤로하고 사라에게 좋은 남편으로서 따스한 미소를 보냈다.

“나야말로 또다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줘서 고마워, 톰.”

사라는 조심스레 아이스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끝이 그의 약지에 닿았다. 사라는 아주 천천히 체온에 미지근하게 달아오른 반지를 문질렀다. 그리고 살짝 긴장한 눈으로 아이스를 응시하며 넌지시 물었다.

“난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톰, 당신 생각은 어때?”
“아들이든 딸이든 건강한 아이면 족해.”

아이스는 차갑게 대답했다. 일순 사라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내내 자기들끼리 떠들던 슬라이더와 클라라가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을 알아차리고 입을 다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식탁을 내리눌렀다.

“당신 말대로 딸이 좋을 것 같다. 앤드류도 여동생이 생기면 기뻐할 거야.”

아이스는 아차 싶어서 얼른 덧붙여 말했다.

“맞아, 사라를 닮은 딸이 태어나면 분명 예쁠 거야.”

슬라이더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 이어서 클라라까지 “응, 딸이면 하퍼랑 라일리가 입던 옷 중에 괜찮은 거 자기한테 줄게.”하고 나선 덕분에 얼어붙은 분위기가 한결 나아지며 아까의 침묵은 잠깐의 헤프닝으로 무마되었다.

 
* * *


여자들이 긴밀한 대화를 나눌 동안 아이스와 슬라이더는 식당 밖으로 나와 건물 뒤편에 있는 흡연 구역으로 향했다. 조금 전에 다녀간 사람이 남긴 담배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이스는 바지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거꾸로 뒤집었다. 부스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이스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그를 따라서 담뱃갑을 꺼내던 슬라이더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담배를 도로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말했다.

“나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
“다녀와.”

아이스는 고개를 까딱였다. 슬라이더는 빠른 걸음으로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아이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꺼풀 아래 거리의 잔상이 흐린 얼룩처럼 번졌다. 여름의 녹음과 새카만 그림자, 혀끝에 맴도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달콤함. 그는 어느 촌스러운 고아를 떠올리고 있었다. 걸핏하면 자신의 신경을 건드리던 그 애처로운 얼굴을 말이다. 아이스는 지금 이 어지러운 일탈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이스는 입에 문 담배를 버렸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슬라이더가 재떨이에 버려진 말짱한 담배를 보고 아이스에게 물었다.

“뭐야. 담배 안 피웠어?”
“둘째도 생겼다니 이참에 끊을까 싶어서.”

아이스는 태연하게 둘러댔다.

“얼마나 갈지 두고 볼게.”

슬라이더는 코웃음 치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는 손으로 담배를 가려 바람을 막았다. 곧 불이 붙었고 슬라이더의 뺨이 홀쭉하게 들어갔다.

“참, 아이스. 매버릭과 요즘 연락하나?”

연기를 내뱉으며 슬라이더가 물었다.

“아니.”

아이스는 일부러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좀 소원해졌어.”
“하긴, 결혼하면 아무래도 환경이 바뀌니까. 결혼 안 한 상대한테 집안 얘기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애 키우는 얘길 해봤자 어떻게 공감하겠어. 지루하기만 하지.”

슬라이더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버릭 얘기는 갑자기 왜?”
“듣기로는 그 자식이 말이야…….”

아이스의 질문에 슬라이더는 시원스레 대답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뭔가 내키지 않는지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아이스는 드물게 초조해졌고, 무한한 줄로만 알았던 그의 인내심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왜 말을 하다 말아.”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다던데.”

슬라이더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죽었나?”

아이스는 애써 침착하게 되물었다.

“아니, 아니! 죽기는 누가 죽었다고.”

슬라이더는 펄쩍 뛰며 말했다. 슬라이더가 전한 매버릭의 소식에 아이스는 모스볼을 두들겨 팰 때와 같은 충동이 일어났다.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눈에 밟히는 것을 전부 망가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그는 자신이 지금껏 이루어낸 것과 앞으로 이루어야만 하는 목표를 상기하며 가까스로 충동을 억눌렀다.

“왜 떨어진 거야. 누가 밀기라도 했나?”
“아니. 누가 걔를 밀 수 있겠어.”

아이스의 질문에 슬라이더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퉁명스레 내뱉은 말이었으나 그 말속에 애틋함이 묻어났다.

“그럼?”
“자기 스스로.”

슬라이더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수로 발을 헛디딘 건지 아니면…….”
“…….”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대. 그놈은 운 하나는 끝내주는 놈이잖아.”
“…….”
“아무튼 그 일 때문에 교관직에서 잘렸나 봐. 아마 앞으로 다시 교관이 되긴 힘들 거야.”

슬라이더는 담배를 마저 피웠다. 그동안 아이스는 머릿속으로 무의미한 숫자를 나열하며 들끓는 감정과 자신을 분리하려고 애를 썼다.

“모르지, 진짜로 떨어진 건지 아닌지는.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니까. 근데 교관직에서 잘린 건 사실이야.”

재떨이 쪽으로 걸어가며 슬라이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스는 여전히 숫자를 세고 있었다. 슬라이더가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꼭 물속에 잠긴 기분이었다. 기억을 나열한 책이 물에 젖어 서서히 그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좌절감과 절망감이 우그러진 종이 위에 떠 올랐다.

“아무튼 매버릭은 입에 바른 소릴 못하고 들이받길 좋아하는 놈이잖아. 한 번 꽂힌 일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고. 눈앞에 보이는 것에 몰입해서 입신은 생각도 하지 않아. 분명 이번에도 상관한테 밉보였겠지.”

슬라이더가 한숨 섞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 탑건 지휘관이 내가 알기로는 아마 니들 중령일 거야.”
“…….”
“그 인간 깐깐하기로 유명하대. 매버릭이랑은 상극이지.”
“…….”
“아이스.”

슬라이더는 내내 침묵하는 아이스의 어깨를 붙잡으며 그를 불렀다.

“괜찮나?”

슬라이더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이스를 보며 물었다.

“괜찮고말고.”

아이스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흩어졌다.

“나쁠 일이 뭐가 있겠어?”

아이스는 시선을 돌려 먼 곳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는 숨이 끊어지도록 달려도 닿을 수 없는 머나먼 이상향을 갈망하고 있었다. 일그러진 아이스의 얼굴에 순간 슬라이더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 세상의 모든 절망과 고통을 떠안는 형벌을 받는다면 바로 저런 얼굴일 것이다.



14.


반듯하게 닦인 도로를 주행하는 80년식 회녹색 캐딜락 세빌은 우아하면서도 유려한 생김새와는 달리 디젤 엔진 특유의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서쪽 하늘에서 노을이 지고 있었다. 거리에 주홍빛 우울이 짙게 깔렸다.

운전대를 잡은 아이스는 룸미러를 힐끔거리며 뒷좌석에 자리한 사라와 앤드류를 살폈다. 앤드류는 자동차의 진동을 자장가 삼아 곤히 잠들었고, 사라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만약에 둘째가 딸이면 앤드류가 쓰던 물건은 못 쓸 테니 새로 사야겠다. 내일 백화점에 가자. 가는 김에 당신 옷이랑 구두도 좀 보고.”

집까지는 10마일…… 머릿속으로 앞으로 남은 거리를 가늠하며 아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아까 전 식당에서 사라를 불안하게 만든 것을 염두에 두며 그녀의 기분을 달래주고자 했다.

“뭐가 그리 급해? 아직 태어나려면 한참 남았는데. 그리고 앤디가 쓰던 물건 중에 쓸만한 건 다시 쓰면 돼.”

헛된 시도는 아니었다. 미소를 되찾은 사라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아이스에게 핀잔을 줬다. 아이스는 속으로 안도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래.”
“그리고 아직 딸인지 아들인지 모르잖아. 딸이었으면 하는 건 순전히 내 바람이고.”
“그럼 기분 전환 삼아서 백화점에 다녀오자.”

아이스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틈틈이 룸미러에 비친 사라의 얼굴을 확인했다.

“내일 하루는 푹 쉬는 게 어때? 그간 고생했잖아.”
“고생은.”
“백화점은 언제든지 갈 수 있잖아.”
“쉬는 것도 마찬가지야.”
“당신은 쉴 줄을 몰라. 그러다가 병이라도 나면 어떡해? 나랑 앤디는 당신만 바라보고 사는데.”

사라가 눈을 크게 뜨며 그녀답지 않게 귀염성 있는 말투로 말하자, 아이스는 대답 대신에 낮게 웃었다. 자신만 바라보고 산다는 사라의 말이 기쁘고 뿌듯하면서도 무겁다. 

땅거미가 지며 사라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아이스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녀의 얼굴에 짙게 깔린 어둠이 말하지 못한 진심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오랫동안 떠나왔던 집이 가까워졌다. 한적한 이 동네는 아이스가 승선하기 전과 달라진 것이 조금도 없었다. 전형적인 중산층의 주택가로 숨이 막힐 정도로 정돈된 아름다운 뜰과 흠집 하나 없이 단정한 낮은 울타리, 그리고 새하얀 인도 위를 우스꽝스럽게 미용한 개들이 턱을 치켜들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아이스는 속도를 줄였다. 집이 코앞이지만, 반가운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염탐하기 좋아하고 쑥덕거리길 좋아하는 이웃들과 부대끼며 좋은 사람 행세를 해야 할 앞으로의 나날을 떠올리니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톰, 무슨 일 있었는지 정말 말 안 해줄 거야?”

그때, 사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 걱정거리 안겨주고 싶지 않아.”

아이스는 무심코 퉁명스레 대꾸했다.

“아이도 생겼는데, 마음 편히 지내야지.”
“톰, 무리하지 마.”

사라는 아이스의 어깨로 손을 뻗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스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더없이 온화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당신 피곤해 보여. 잠깐이라도 고민을 내려놓는 게 어때?” 
“…….”
“당신이야말로 내 걱정하느라 억지로 마음 쓰지 마. 나 이런 걸로 서운해하는 여자 아니야. 오히려 당신이 고민거리 때문에 전전긍긍하면 더 신경 쓰여.”

최악이다. 아이스는 더는 사라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그녀의 다정한 위로에 자신이 얼마나 가증스럽고 형편없는 인간인지만 분명해졌다. 좋은 아버지와 남편은커녕, 우울을 퍼뜨리는 병균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 * *


자정을 막 넘긴 시각, 아이스는 서재 문을 조용히 열고 복도로 나왔다. 그는 아래층에서 잠든 사라와 앤드류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와 부엌으로 향했다. 아이스는 싱크대의 간접등을 켠 다음,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나서야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물이 끓어오르기를 기다리며 아이스는 어슴푸레한 주변을 살폈다.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한 살림살이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찬장에 그릇과 컵 역시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신혼살림으로 장만했던 흰색 머그잔에도 그 흔한 커피 얼룩 하나 없었다.

아이스는 캐모마일 티백을 찾았다. 때마침 주전자가 쉭쉭 거리며 물이 다 끓어올랐음을 알렸다. 아이스는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머그잔에 부었다. 캐모마일 향기가 잔잔히 퍼지며 심란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졌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대체 이 시간에 누가.’하고 생각하며 아이스는 서둘러 전화기가 고정된 기둥으로 팔을 뻗었다.

―카잔스키.

우는 듯 웃는 듯 가파르게 떨리는 높다란 목소리가 카잔스키라고 말했다. 변성기가 지났음에도 어설픈 구석이 남은 안타까운 목소리. 아이스는 하마터면 전화기를 떨어트릴 뻔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고정하고 숨을 골랐다. 피로와 곤혹스러움, 부끄러움이 한순간에 달아났다. 그의 의식은 온통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 집중됐다.

―저기, 나…….
“알아.”
―어?
“안다고, 매버릭 너라는 거.”

아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매버릭이라는 이름을 오랜만에 불렀다. 정말 오래간만에.

―어떻게 알았어? 아, 내 목소리 기억해?

매버릭이 웃으면서 물었다.

“넌 내 이름을 부르기 전에 작게 기침해.”

아이스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자신을 부를 때 매버릭의 습관. 1986년의 여름, 서로 데면데면했던 시절에 어색함을 떨쳐내거나 얕잡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시작했던 것이 그의 그림자처럼 고착되었다. 그리고 아이스는 매버릭의 그 습관을 좋아했다. 그에게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였다.

“아주 작게.”
―…….
“…….”
―미안해. 이 시간에 전화해서. 자고 있었을 텐데…….

매버릭은 말을 돌리며 사과했다.

“괜찮아. 깨어 있었어.”

아이스는 그가 전화를 끊을까 봐 황급히 말했다.

―……항모에서 내렸지?
“그래, 어제.”
―응.

매버릭은 그렇게 대답하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흐느끼는지 숨소리가 거칠었다.

“매버릭, 잠깐 볼까?”

아이스는 매버릭의 울음 속에 빈틈으로 파고들었다. 충동적으로 꺼낸 말이 아니었다. 이 순간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이성적이었으며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수화기 너머 촌스러운 얼굴을 만나기를 강렬하게 원했다.

―어?

매버릭이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직 미라마지?”
―응.
“지금 바로 출발하면 한 시간 뒤에는 도착할 거야. 좀 더 걸릴 수도 있고.”
―지금 여기로 오겠다고?
“멜스 드라이브인에서 보자. 어딘지 알지?”

아이스는 매버릭이 달아날 틈을 주지 않고 밀어붙였다. 잠깐도 안 된다. 눈을 깜빡이는 그 잠깐의 시간만 줘도 매버릭은 언제 자신을 찾았냐는 듯이 멀리 떠나버릴 것이다. 매버릭을 붙잡기 위해서는 매버릭처럼 생각하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응, 알아.
“거기서 기다려. 바람이 쌀쌀하니까 차가운 음료 말고 따뜻한 음료 주문하고.”
―알았어. 기다릴게.

매버릭은 얼떨결에 아이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아이스는 곧바로 자동차 열쇠를 챙겼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고 손에 땀이 배어 나와 열쇠가 자꾸만 미끄러졌다. 간신히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아이스는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사라.”
“이 시간에 어딜 가는 거야?”

거실 벽에 기댄 사라가 팔짱을 낀 채 고저 없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잠깐 친구를 좀 만나고 오려고.”
“친구 누구?”

사라의 질문에 아이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누구랑 통화하는지 들었어.”

사라는 전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작게 기침하는 사람. 맞지?”

기이할 정도로 침착한 사라의 태도에 아이스는 숨이 턱 막혔다.

“다녀와.”
“…….”
“나처럼 이해심 많은 부인을 둬서 행복하지, 당신은?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 밤에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고 말이야.”

사라는 아이스의 어깨 위로 손을 올리며 농담조로 말했다. 보기 드문 그녀의 짓궂은 얼굴에 아이스는 사라는 예민한 여자이니 조심하라던 뱅크스 대령의 충고가 떠올랐다.

“사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아이스는 사라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며 입을 열었다.

“톰.”

사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이스의 말을 잘랐다.

“변명 안 해도 돼.”
“분명히 말해둘게, 사라. 매버릭과 나 사이엔 아무런 일도 없었어.”

아이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활화산 같은 뜨거운 감정과는 무관하게 떳떳했다. 사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남편은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얼마나 신실한 사람인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렇기에 지금 잠깐 그를 놓아주는 것이다.

“알아.”
“순전히 나 혼자서 잠깐……. 관두자.”

아이스는 착잡한 심정에 입맛을 다셨다.

“톰.”
“응.”
“아직도 그 사람이 아름답고 신선한가 봐.”

사라는 서글프게 미소 지었다. 그 얼굴은 아이스가 지금껏 본 그녀의 모습 중 가장 아름다웠다.

“모르겠어.”

아이스는 허심탄회하게 지금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실은 이제 얼굴도 가물가물해. 안 본 지 한참이나 됐잖아.”
“잘 다녀와. 운전 조심하고.”

사라는 아이스의 어깨를 다독인 다음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

“도착하면 연락할게.”
“알았어.”

사라는 현관문에 서서 집을 떠나는 아이스를 배웅했다. 차고를 빠져나온 차가 도로로 진입하고,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점멸하고, 요란한 엔진 소리가 희미해질 때까지 그 자리에 오도카니 서서,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은 바로 이 아늑한 집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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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매브 아이스맨 매버릭
2024.03.23 01: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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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 드디어 아이스등장 ㅠㅠㅠ!!!!!! 센세 선개추드세요 ㅠㅠㅠㅠㅠㅠㅠ
[Code: f285]
2024.03.23 01: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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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가 제일 강하다 아이스조차 이 생활을 못견뎌하는데..... 아이스가 매버릭에게 반한 이유가 있었어 뭔가 은연중에 위험을 갈구하는 성격이 맵과 닮았어 아이스는 그걸 미래를 위해 눌러참는다는 점이 다르지만.. 어떤 방식으로 터질지는 모르겠네 선상에서 가차없이 폭력을 휘둘렀던것처럼..... 참 복잡하다 복잡해 매브 곁엔 아이스가 있어야되고 아이스한테도 매브가 필요한데 ㅠㅠ 그렇담 사라가 안타까워서.... ㅠㅠㅠㅠ 맵한테 전화온걸 빌미로 일단 밀고나가는 아이스 이제까지 연락안하고 어떻게 버텼나 싶다 ㅠㅠㅠㅠㅠ 하 진짜 스크롤 줄어들어가는게 넘 아쉬웠어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285]
2024.03.23 01: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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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을 하다 말아.”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다던데.”

슬라이더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죽었나?”


이 대화에서 느낀건데 매브가 정말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아이스 진짜 침착하게 돌아버렸을것같아서 무섭다...... 관련된 사람 다 찾아내서 똑같이 만들어놨을것같애......
[Code: f285]
2024.03.23 01: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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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가 오셨어!!! 센세 사랑해 ㅠㅠㅠㅠㅠㅠ이제 정독하러 간다 ㅌㅌㅌㅌㅌㅌㅌ
[Code: 8a42]
2024.03.23 0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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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ㅠㅠㅜㅠ아이스랑 사라는둘째까지 가졌구나ㅠㅠ매브는 여전히 저렇게 불안정하고 아이스의 마음속에는 활화산같이 뜨거운 마음이 있는데ㅠㅠㅠ둘이 만나서 무슨얘기를 할까ㅌㅌㅌㅌㅌㅌ센세 사랑해
[Code: 3717]
2024.03.23 01:38
ㅇㅇ
와 대박이다. 숨도 안쉬고 읽어내렸어 인물들 감정선이 생생하게 느껴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라가 보는 매버릭은 아름답고 신선한 사람이었구나
[Code: a48f]
2024.03.23 01: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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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삶을 그냥 버티듯 살고 있구나 그래서 너무 슬프고 먹먹하다 가슴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야 매버릭이 아이스에게 연락을 했다는건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몰렸다는 뜻일텐데 또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니겠지 ㅠㅠㅠㅠㅠ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뛰쳐나가는 아이스도 끝의 끝까지 몰려있기는 마찬가지같다
[Code: 1d61]
2024.03.23 01: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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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와 매버릭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게 더 서로를 정신적으로 갈망하고 절대 끊어지지 않을 질긴 인연으로 묶여있는 느낌이야 서로 함께 할 수 없어서 삶 자체가 무너져가는 게 보여서 차라리 그냥 둘이 자고 보통 사람들처럼 일탈을 즐기다가 서서히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특히 매버릭에게는 함께 몸과 마음을 나눌 가족이 절실해 보이는데 그 외로움을 아이스는 채워줄 수 없잖아 너무 슬프다 ㅠㅠㅠㅠㅠㅠ
[Code: 1d61]
2024.03.23 02: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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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디어 아이스가 매버릭과 만난다 드디어ㅜㅜㅜㅜ
[Code: a7e4]
2024.03.23 02: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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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도 매버릭도 숨이 턱 막힌 것 같다ㅠㅠㅠㅠ
[Code: ccd8]
2024.03.23 02: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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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는 정말 강하구나 다 알고서도 그를 잠시 매브에게 보내주고, 아이스마저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상을 선상에 있어서 혼자였을텐데도 버텨내다니 아이스는 사라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감당할 수 있는, 지극히 화목화고 원만한 가정에서 자라난 화초같은 여자라고 생각했겠지만 누구보다 심지가 강한 사람이네 아 센세 어쩜 인물들이 이렇게나 살아숨쉬는 걸까 ㅠㅠㅠㅠㅠㅠ
[Code: e11f]
2024.03.23 02: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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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에게 매브는 그 여름을 기점으로 꿈의 결정, 이상향이기 때문에 현실과는 맞닿을 수 없는 존재구나ㅠㅠㅠㅠ매브에게 아이스는 한때 삶을 함께 꾸려가고 싶었던 ㅠㅠㅠ 쌍방인데 진짜 처절할 정도로 쌍방인데 이렇게 매마르고 건조할 수가 있냐고ㅠㅠㅠ 마른 장작이 불에 잘 탄다더니 ㅠㅠㅠㅠ 그래 일단 만나서 ㅠㅠㅠㅠㅠ 어름아 매브 상태 좀 봐라 ㅠㅠ
[Code: e11f]
2024.03.23 0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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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브 떨어졌단 소식에 세상 절망과 고독 모두 가진 얼굴 숨기지도 못하고, 하선하고 쉬지도 못했는데 매브 전화 한 통에 손 떨어가면서 만나러 가고 ㅠㅠ 아이스 콜드 노 미스테이크인 톰 아이스맨 카잔스키의 이성은 언제나 매버릭 앞에서 무너지고 끊임없이 갈망하게 되는 관계성 미쳤다고 ㅠㅠ
[Code: e11f]
2024.03.23 05: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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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아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이스 너무 불쌍해ㅜㅠㅜㅜ 그냥 매브랑 함께하라고 ㅠㅠㅠㅠㅠㅠㅠ
[Code: 2134]
2024.03.23 06: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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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잠깐 그랬다는거보면 아이스는 매버릭의 마음은 눈치 못챈걸까ㅠㅠㅠ 쌍방인데 쌍방이 아닌 짝사랑이구나ㅠㅠㅠ 매버릭의 마음까지 눈치채면 잘 참고 있던 아이스는 또 어케할지 기대?걱정?도 되고ㄷㄷ 세 사람중 사실 아이스가 터졌다하면 제일 걷잡을수 없는 성격같... 전화 대화가 너무너무야ㅠㅠㅠㅠ매버릭 놓칠까봐 안절부절하는 아이스 심리가 한방에 느껴져서 암튼 센세 다음편 숨참고 기다릴게 대존잼ㅠㅠ
[Code: b8c0]
2024.03.23 07: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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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행복해보여서 찌찌 다 갈려.. ㅠㅠㅠㅠㅠ
[Code: 7f77]
2024.03.23 07: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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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라도 아이스에게 전화할 수 밖에 없는 매버릭도
그런 매버릭을 간절하게 붙잡는 아이스도
보내주는 사라도
다 너무너무 슬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e32]
2024.03.23 12: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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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ㅠㅠㅠㅠㅠ사랑해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
[Code: 0cce]
2024.03.23 12: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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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세상의 빛이고 소금이십니다
[Code: 96ec]
2024.03.23 18: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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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찌찌 터진다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f2f]
2024.03.24 1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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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ㅌㅌㅌㅌ 개맛도리
[Code: 5d1c]
2024.03.24 20:48
ㅇㅇ
캐딜랙 서빌 2세대 이거 아이스와 찰떡으로 잘 어울리는, 당시 캐딜랙 라인업에서 가장 작고 가장 비쌌던 예쁜 차 ㅠㅠ 시그니처인 날렵한 버슬백 후면 디자인, 긴 후드와 짧은 트렁크, 디젤 엔진(품질은 안 좋았지만..)을 장착한 최초의 미국 차종 ㅋㅋ
[Code: 2b64]
2024.03.24 20:50
ㅇㅇ
아이스는 “모두가 인정하는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해 세라에게 청혼했고, 둘의 결혼 생활도 표면적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그 이면은 조마조마 불안한 분위기.. 둘째 임신 4개월에 접어들었다는 세라의 말이 아이스에게 진심으로 기쁜 소식이 못 되고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 더는 예전 같지 않은 것. 되돌릴 수 없는 것. 머릿속에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툭 끊어지는 기분”을 유발했던 이유가, 비록 가능성 0퍼센트에 수렴하는 허황된 꿈이지만 아이스는 그의 의식 한구석에서 매버릭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평행 세계를 주기적으로 상상해 와서 그런 것 아니었을까.. 이제 둘째 아이가 생기면 그런 것도 더 이상 못 할 정도로 현실(본인의 가정)과 이상(매버릭에 대한 사랑, 꿈) 사이 간극이 수천 km 더 멀어졌으니 ㅠㅠ 자신을 계속 배려하고 걱정해 주는 세라에 대한 자괴감, 수치심은 점점 쌓이고..
[Code: 2b64]
2024.03.24 20:51
ㅇㅇ
이 무순 속 아이스매브가 쌍방이지만 아이스도 매버릭도 상대방을 향한 본인의 갈망, 갈증이 일방적이라고 생각해서 괴로워하니 더 안쓰럽고 마음 아프다.. 한밤중의 재회로 둘이 양방향 감정인 것을 빨리 확인하길 ㅠㅠ
[Code: 2b64]
2024.03.25 20: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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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아이스 이 매친자야...ㅠㅠㅠㅠ 이넘의 아이스는 항모에서 하선한 이후 단 일분일초라도 매브 생각 안했던 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걍 숨쉴때마다 매브 생각했던 것 같다ㅠㅠㅠㅠ아니 항모에서도 내내 매브만 생각했을 듯ㅠㅠㅠㅠ그러니 마중나온 사라를 매브로 착각했겠지ㅠㅠㅠㅠ아니면 간절한 바람이 눈을 멀게 한거거나ㅠㅠㅠㅠ매브 생일 때 같이 있어주지 못한걸로도 엄한 모스볼을 죽도록 팼는데 매브가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스의 심정은?ㅠㅠㅠㅠ아...나붕이 다 절망스럽고 고통스럽다ㅠㅠ 무의미한 숫자만 나열하며 간신히 감정과 자신을 분리하는 것만 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자괴감이 폭발했을지ㅠㅠㅠㅠ
[Code: 7cbd]
2024.03.25 2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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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좋은 차에 아름다운 부인과 아들을 태우고 백화점 쇼핑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도 이토록 불안하고 공허할 수 있는 거임?ㅠㅠ이 불안함은 "전형적인 중산층 주택가"인 아이스의 집에 도착할수록 더 고조되는 것 같다ㅠㅠㅠㅠ정말 그림같은 이상적인 중산층 가정의 모습인데 아이스를 끝없는 불행과 불안과 자괴감에 빠트리는 무저갱같아ㅠㅠㅠㅠ그 와중에 사라의 위로는 아이스가 여기서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서도 안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아이스를 괴롭게 하는 것 같다ㅠㅠ
[Code: 6276]
2024.03.25 21: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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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던 그 타이밍에 운명처럼 울리는 전화라니...ㅠㅠ만약 매브가 전화를 저 때보다 빠르거나 늦게 걸었으면 아이스가 못받을 수도 있는거였잖아ㅠㅠ시간도 시간이고 매브 성격에 몇번 더 울렸으면 끊어버렸을 것 같은데ㅠㅠ"넌 내 이름을 부르기 전에 작게 기침해"<<<<<심장 떨려서 벌통 백바퀴 돌고옴 ㅠㅠ작게 기침하는 매브나 그 특징을 머릿속에서 수백번은 떠올렸을 아이스나... 이거 사랑고백이죠?ㅠㅠ매브에게 틈을 주지않고 만나자고 밀어붙이는데 항모에서나 내려서나 내내 생기없이 입력된 값으로만 움직이던 아이스가 비로소 살아 숨쉬는 것처럼 보였음ㅠㅠ그런데 항모에서 내린 당일 한밤중에 다른 이를 만나러 가는 남편을 보내주는 사라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물론 매브에게 가려는 아이스는 신조차도 못막았을테지만ㅠㅠ"순전히 나 혼자서 잠깐..."<<<이거 짝사랑이라고 고백하는 건데ㅠㅠ 변명조차 못하고 드물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게 매브에 대한 진심이 아플 정도로 느껴진다ㅠㅠ
[Code: 6276]
2024.04.04 12:02
ㅇㅇ
묘사 미쳤...겉으로는 항모에서 오랜만에 내려서 친한 가족들끼리 모이는 편안하고 따뜻한 자리인데 스릴러보다 더 무서운 긴장이 흐름ㅠㅠㅠㅠㅠ슬라이더-클라라 부부랑 아이스-사라 부부 온도차 너무 심하게 나서 보는 내가 더 조마조마하고...아이스가 전화받는 순간은 몇 번을 읽어도 기절할 거 같아 ㅠㅠㅠㅠㅠㅠ
[Code: 3b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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