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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7.


“매버릭.”

혼도는 어처구니없어 허탈한 눈으로 매버릭을 응시했다. 매버릭은 뻔뻔하게도 웃는 낯으로 도리어 반문했다.

“여자들이 내가 더 좋다는 걸 그럼 어떡해?”
“나 같아도 열받겠다. 내가 웬만해선 네 편을 들어주겠는데, 이건 그 불쌍한 친구들 편이야.”

혼도는 혀를 내두르며 안경을 벗었다.

“그래, 그때는 생일에 축하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쓸쓸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뭣보다 나는 오는 여자는 받아주고, 가는 여자는 붙잡지 않는다는 주의라서 덜컥 그랬지 뭐야. 게다가 예뻤다고, 그 여자.”

수줍게 미소 짓는 매버릭의 얼굴이 꿈속처럼 몽환적이었다. 혼도는 잠깐 넋을 잃었다.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시끌벅적한 주변이 조용해지고, 세상은 흑백으로 물들었다. 창밖을 내다보는 매버릭의 수척한 얼굴과 바깥 풍경을 담은 그의 초록색 눈동자만이 선명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혼도는 안경을 바로 썼다. 다시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주변의 소음이 점차 커지고, 세상은 다시 총천연색으로 물들었다. 혼도는 자신이 잠깐 다른 세상에 다녀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표정.”
“내가 뭘 어쨌다고?”

억울한지 눈을 가늘게 흘기며 되묻던 매버릭이 돌연 앓는 소리를 냈다.

“또?”
“어…….”

매버릭은 어깨를 뒤틀며 신음했다.

“안전벨트를 너무 꽉 조였나.”

혼도는 매버릭의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러니까 매버릭, 대체 날갯죽지랑 네가 시건방진 훈련생이 작업 걸던 여자 낚아챈 게 뭔 상관이냐고.”
“좀 더 인내심을 가져봐, 혼도.”

매버릭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번 환상통은 오래갈 모양이었다. 혼도는 마침 지나가는 스튜어디스에게 물 한잔을 부탁했다.

“그때 펍에서 만난 여자 이름이 신디였는데.”

매버릭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입을 열었다.

“귀엽고 재밌는 여자였어. 생기가 넘쳤지. 정말 밝은 여자였어. 같이 있으면 나까지 밝아지는 것 같았어.”

매버릭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때 만난 이후로 자주 연락했어. 저녁도 몇 번 같이 먹었고.”
“또 잘 안됐고?”

혼도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매버릭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거든. 아쉽게 됐지. 잘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뭐라 할 말이 없다.”
“결혼 생각했던 건 신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가만히 기억을 더듬는 매버릭의 얼굴이 서글펐다. 혼도는 펍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을 생각했다는 매버릭의 말에 놀랐다. 그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했던 그 어떤 말보다 놀라운 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혼도는 매버릭이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다. 차라리 매버릭이 자신은 사실 겁이 많아서 바이크를 타는 것도,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믿었을 것이다.

“뭘 그렇게 봐? 나라고 결혼 생각 안 해본 것 같아?”

매버릭이 그런 혼도의 생각을 눈치채고 볼멘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혼도는 목덜미를 긁으며 변명하듯이 말했다. 결혼과 매버릭.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단어다.

“이 여자랑 결혼하면 재밌겠다고, 아이도 가지고 남들처럼 사는 상상을 했었어. 패밀리 카로는 뭐가 좋을지 알아보기까지 했다니까.”

매버릭이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혼도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정말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구나.”
“주말에는 애들 데리고 교외로 드라이브 가고, 울타리에 페인트칠하고, 지하실 전구를 교체하고, 거미를 잡고, 아들한테 자동차 타이어 교체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같이 캐치볼도 하고, 이웃들을 초대해서 바비큐 파티도 하고…… 그런 삶을 꿈꾸기도 했어.”

애틋한 감상에 젖은 매버릭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초조했나 봐. 그때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결혼하기 시작해서, 이러다가는 진짜 나만 남겠구나 싶었거든. 워록도 그 무렵에 결혼했고 말이야.”
“그런 생각까지 했던 여잔데 왜 잘 안 된 거야?”

혼도가 조심스레 물었다.

“잘렸거든.”

매버릭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꼭 남의 일을 말하는 것처럼.

“교관직에서 잘린 거지 강제 전역당한 건 아니었잖아.”
“일이 있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무슨 일.”

혼도는 답답한 마음에 매버릭을 채근했다. 매버릭은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흉곽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 상태에서 매버릭은 숨을 참았다. “매버릭.”하고 혼도가 다시금 매버릭을 재촉했다. 매버릭은 터뜨리듯이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그는 조금 슬퍼 보였다.

“난 신디랑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니라.”
“딴소리하지, 또.”
“신디를 닮은 사람이랑 그렇게 살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어.”
“누구? 또 어떤 여잔데?”

매버릭은 대답 대신에 조용히 미소 지었다. 혼도는 매버릭이 이대로 사라질 것만 같아서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매버릭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그때, 조금 전에 혼도의 부탁을 받고 떠났던 스튜어디스가 물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매버릭은 스튜어디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물잔을 건네받았다.



8.


“아이스, 케이크 구했다!”

슬라이더가 커다란 케이크 한 판을 들고 개선장군처럼 위풍당당하게 휴게실에 등장했다.

“고마워.”

아이스는 읽고 있던 잡지를 덮었다.

승조원들이 너도나도 “케이크!”, “케”, “이!”, “크!”하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슬라이더에게 몰려들었다.

“슬라이더, 생일 케이크를 대체 무슨 수로 구했어?”

하드보일드가 케이크로 슬쩍 손을 가져가며 물었다. 슬라이더는 민첩하게 몸을 옆으로 비틀어 하드보일드의 더러운 손이 케이크를 침략하는 것을 막아냈다. 그는 아무도 케이크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아예 머리 높이 케이크를 들고 입을 열었다.

“조리병이랑 잠깐 한배를 탄 전우 간의 진솔한 얘기를 나눴지. 그 친구의 미래에 대해 조언해주기도 했고.”
“설마 애 잡은 건 아니지? 어리숙하게 생겼던데.”

하드보일드는 검지를 쪽 빨며 물었다.

“그럴 리가 있겠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니까.”

슬라이더는 시치미를 뚝 잡아뗐다. 그는 정말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어리숙한 조리병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조리병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이번 일에 달렸다는 말을 험악한 표정과 함께 덧붙이면서 말이다. 조리병은 슬라이더의 충고를 받아들여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생일 케이크에 빠져서는 안 될 스프링클까지 용케 구했다.

“난 아이스가 먹고 싶다고 하면 남극 한복판에서도 바나나를 구해올 수 있다고.”

슬라이더는 휴게실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 전리품을 내려놓으며 으스댔다.

“새끼, 허풍은.”
“정말이다.”

하드보일드가 피식 웃자, 슬라이더는 주먹질하는 시늉으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근데 오늘 누구 생일이야? 웬 생일 케이크? 아이스 생일은 아직 한참 남지 않았나?”

남들과는 다른 시간 개념의 소유자인 진저비어가 뒤늦게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조금 전까지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는 눈곱을 떼어내며 작게 하품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새하얀 생일 케이크. 두껍게 발린 아이싱 크림 위에 흩뿌려진 스프링클의 개수가 곧 어머니의 씀씀이자 마음이다. 케이크를 만든 조리병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아이싱 크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스프링클을 아낌없이 뿌렸다.

승조원들은 저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생일 케이크였다. 항공모함에서 생일을 맞이해봤자, 시큼한 땀 냄새와 데오드란트 냄새가 혼합된 비위 상한 냄새 나는 사내놈들과 맥주병을 부딪치며 고함을 지르는 게 다다. 케이크는 고작해야 손바닥보다 작은 컵케이크고, 그마저도 생긴 게 영 부실했다.

“그런 건 아니고, 오랜만에 먹고 싶어서.”

아이스는 칼로 케이크를 자르며 말했다.

“에이, 집 생각났구나?”

하드보일드가 아이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이죽거렸다.

“그래, 맞아.”

아이스는 씩 웃으며 슬라이더가 가지고 온 일회용 접시 위에 케이크를 덜어 승조원들에게 나눠주었다.

“이게 사회의 단맛이구나. 감동이다.”

케이크를 입에 넣은 페퍼가 주먹을 불끈 쥐고 전율하며 울먹였다.

“자식, 과장하기는. 누가 들으면 죄순 줄 알겠다.”

슬라이더가 웃으면서 페퍼의 어깨를 철썩 때렸다.

“우리가 죄수랑 다를 게 뭐가 있냐? 항모에 꼼짝없이 갇혀서. 하, 곧 돌아가는 줄 알고 설렜는데 보름이나 더 있어야 한다니, 씨발. 씨발. 존나 씨발. 존나게 씨발.”

페퍼는 휘청거리면서 억센 발음으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페퍼, 너 그러다가 조만간 미치겠다.”

하드보일드가 케이크 묻은 손가락을 빨면서 넌지시 말했다.

“모르지, 이미 미친 걸지도.”

진저비어가 냉소적으로 툭 내뱉었다.

“맞아!”

페퍼가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난 미쳤어! 씨발! 씨바아아알!”

페퍼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괴성을 질렀다. “누가 저 자식 좀 말려 봐.” 슬라이더는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씨발!” 

전날 통보받은 하선이 미뤄졌다는 절망적인 소식에 울분을 참지 못한 페퍼는 기어이 벽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그대로 벽에 머리를 쾅쾅 찧어대면서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페퍼는 집으로 돌아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매일 밤 침과 눈물로 베개를 축축하게 적셨다. 5일. 딱 5일만 더 버티면 드라이 시트의 포근한 향기가 진동하는 자신의 침대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끌어안고 잠들 수 있었다. 그런데 보름을 더 딱딱하고 비좁은 침대에서 삭막한 밤을 보내야 한다. 페퍼는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야, 인마!” 

놀란 슬라이더가 얼른 페퍼에게 달려가서 그를 붙잡았다. 페퍼는 살충제를 맞은 파리처럼 팔다리를 마구 허우적거리며 발악했다. 그런 페퍼를 진정시키느라 슬라이더는 진땀을 쏟아냈다.

“됐어, 슬라이더. 내버려 두고 그냥 와. 저러다 제풀에 지쳐서 나가떨어질 거야.”

하드보일드가 손짓하며 슬라이더를 불렀다. 슬라이더는 잠깐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페퍼를 그냥 놓아버렸다. 페퍼는 차가운 벽에 거미처럼 붙어 자해를 마저 했고, 더는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야, 우리 그냥 먹지 말고 그래도 생일 케이크인데 축하 노래 한 곡 부르자고.”

하드보일드가 눈을 반짝이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새끼야, 누구 생일이라고 노래를 불러?”

슬라이더는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며 지친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아이스를 힐끔 보았다. 아이스는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모호한 표정으로 묵묵히 접시를 비우고 있었다. 곧 슬라이더는 아이스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슬라이더는 가슴이 콱 죄어드는 것을 느꼈다. 아이스의 울적한 기분이 자신에게도 전염되는 듯했다.

“오늘 생일인 존 도 씨를 축하하면 되잖아.”

하드보일드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하여튼 저 새끼는 생색내는 거 좋아한다니까.”

누군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스, 네 생각은 어때? 괜찮지 않아?”

하드보일드는 아이스를 간절한 눈으로 응시했다. 만약에 아이스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갑판에서 뛰어내릴 기세였다.

“나쁘지 않네.”

아이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슬라이더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아이스를 계속 지켜보았다. 아이스는 자신을 향한 슬라이더의 시선을 느꼈지만, 아는 체하지 않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하드보일드가 우렁차게 선창했다. 승조원들은 다 같이 손뼉을 치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들 목소리가 커서 휴게실이 쩌렁쩌렁했다. 처음에는 존 도의 생일을 축하하다가, 곧 저마다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스도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소리 없이. 간절하게. 슬라이더는 아이스의 입 모양을 유심히 보며 그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승조원들의 열기에 희뿌연 수증기가 맺혔고, 공기가 탁하게 흐려져 아이스의 입 모양은 점차 흐릿하게 보였다. 

슬라이더는 아이스가 끊임없이 되뇌는 그 이름이 누구인지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확신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아이스가 아내 사라도, 그의 아들의 이름도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사실은 슬라이더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봐, 아이스.”

소란을 틈타 슬라이더는 아이스를 조용히 불러세웠다. 노래를 부르던 아이스가 입을 닫았다. 자신을 지그시 노려보는 공허한 그의 눈동자에 슬라이더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왜. 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해.”

아이스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슬라이더가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고 쭈뼛거리는 사이에 휴게실에 모스볼 무리가 성마른 발걸음을 앞세우며 들어왔다. 하나같이 성난 얼굴을 하고 들어온 그들은 불빛이 깜빡이는 후미진 자리를 차지하더니, 자기들끼리 무어라 쑥덕거렸다.

“저 새끼들 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슬라이더는 인상을 찌푸렸다. 모스볼은 팔짱을 끼고 껄렁한 자세로 앉아 발끝을 까딱거렸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슬라이더는 모스볼의 얼굴을 한 대 갈기고 싶은 걸 꾹 참으며 그를 견주어 보았다. 노랫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곧 서로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주변이 조용해졌다.

“모스볼, 잠깐 얘기 좀 하자.”

아이스가 모스볼에게 다가가 특유의 부드러운 말씨로 말했다. 모스볼은 픽 웃으면서 팔짱을 풀었다.

“무슨 얘기?”
“잠깐이면 돼.”

아이스는 빙그레 웃었다. 조금 전까지 아이스와 함께 노래를 부르던 승조원들은 놀란 눈으로 아이스와 모스볼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모스볼 무리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스가 직접적으로 모스볼에게 말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 *


아이스는 모스볼을 자신만이 아는 한적한 장소로 불러냈다. 미로처럼 복잡한 항공모함의 빈틈, 항공모함을 건조한 기술자들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공간. 벽은 칠하다 만 페인트가 녹슬어 벌레가 슨 것처럼 기포가 자글자글했고, 바닥을 고정한 볼트는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다.

“할 말이라는 게 대체 뭔…….”

자신의 아량과 힘을 과시한답시고 거들먹거리며 따라 나온 모스볼은 웃음기 사라진 아이스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모스볼은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을 말없이 바라보는 아이스는 자신이 아는 아이스가 아니다. 살의를 인내하는 남자가 서 있었다.

“카잔스키, 나는 네 말이면 죽는시늉도 하는 그 역겨운 추종자가 아니니까…….”

모스볼은 용기를 쥐어 짜냈다. 아이스는 잠자코 그가 하는 말을 들었다.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오늘은 매버릭의 생일이다. 매버릭이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던 날, 아이스는 한밤중에 그의 전화를 받았다. 매버릭은 술에 취한 목소리로 서글프게 말했다. “이제 내가 구스보다 나이가 더 많네. 내가 서른 살이 돼도, 마흔 살이 돼도, 구스는 영원히 스물네 살이겠지.” 그 말이 가슴에 박혀서 매년 매버릭의 생일이 다가올 무렵이면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졌다.

아마도 혼자서 촛불을 밝히고 있을 텐데.
나는 여기서 이 퀴퀴한 놈이랑 대체 뭘 하는 거지.
왜 이런 놈을 참아주고 있는 거지.
매버릭은 올해 스물여덟 살이다.
구스는 여전히 스물네 살이다.
그리고 나는.

모스볼이 계속해서 무어라 지껄였으나, 아이스는 그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모스볼이 핏대를 세우고 언성을 높여도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스는 미간을 짚었다. 모스볼이 지껄이는 말은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다만 그가 끊임없이 침을 튀겨가며 험악한 얼굴을 들이미는 게 불쾌했다.

내가 더 참을 필요가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아이스는 모스볼의 얼굴을 갈겼다. 모스볼의 앞니가 와지끈 부러지며 피가 쏟아졌다. 중심을 잃은 모스볼은 비틀거리며 얼굴을 감쌌다.

“카, 카잔스키. 너 이 새끼.”

모스볼이 아이스에게 달려들었다. 아이스는 몸을 젖혀 그의 주먹을 피했다. 모스볼은 또다시 균형을 잃고 꼴사납게 허우적거렸다. 아이스는 모스볼의 명치에 주먹을 꽂았다. 모스볼이 피가 섞인 토사물을 쏟아냈다. 아이스는 모스볼이 정신을 차릴 틈을 주지 않고 그를 걷어차서 쓰러트렸다. 쓰러진 모스볼을 몇 번 더 걷어찼더니, 그는 끄윽, 끅, 맥없는 소리를 내며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고통과 공포로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아이스는 그동안 억눌렀던 자신의 폭력성을 분출하며 희열을 느꼈다. 누군가를 짓밟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란 걸 진작 알았더라면 그동안 참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스는 그대로 모스볼의 몸 위에 올라타 그의 얼굴에 무자비하게 주먹을 가했다. 곧 모스볼의 얼굴이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올랐다.

제 밑에 깔려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스볼의 모습을 보니 아이스는 왜 신이 인간에게 감당하지 못할 시련을 주는지 알 것 같았다. 인간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는 게 재밌어서다.

모스볼은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그는 여남은 힘으로 바닥을 마구 치며 멈춰달라고 애원했지만, 아이스는 개의치 않았다.

아이스는 모스볼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그의 머리를 땅에 힘껏 처박았다. 모스볼이 쿨럭거리면서 기침했다. 그는 피범벅이 된 입을 뻐끔거렸다. 이제는 멈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스는 무시하고 모스볼의 머리를 두 차례 더 패대기쳤다.

모스볼의 머리는 연약했다. 아이스는 이것보다 더 작고 연약한 누군가의 머리를 떠올렸다. 새카만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눈앞에 어른거렸다. 얼굴은 자세히 떠오르지 않았다. 작은 헬멧을 썼던 걸로 기억한다. 그냥 눈대중으로 봐도 남들이 쓰는 것보다 훨씬 작은 헬멧이 신기해서 몰래 품에 안아봤었다. 헬멧은 차갑고 딱딱했지만, 그 작은 머리는 연약하고 따뜻할 것이다.

“톰!”

슬라이더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아이스는 멈칫했다. 한참이 지나도 아이스와 모스볼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슬라이더가 기어이 그들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맙소사.”

슬라이더는 바닥에 흥건하게 쏟아진 모스볼의 피를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아이스가 일을 낼 거라 예상은 했지만, 모스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슬라이더가 아는 아이스는 문제가 발생하면 대화로 해결하는 걸 선호하는 남자였고, 경고만으로 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 남자였다. 이렇게 까닭 없이 남을 곤죽으로 만들어놓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퍽! 아이스는 다시 모스볼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슬라이더가 황급히 달려와 아이스를 붙잡았다.

“톰, 이제 그만해. 이러다 진짜 큰일나.”
“슬라이더, 나는.”

아이스는 헐떡거리는 모스볼의 목을 조르며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 자식이 마음에 안 들었어.”

모스볼이 거품을 물었다.

“나프탈렌 냄새를 풍기고 다니잖아.”

아이스는 치를 떨며 말했다. 모스볼이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퀴퀴한 나프탈렌 냄새가 남았다. 그와 함께 다니는 데시컨트의 고약한 향수 냄새와 함께.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아이스는 비좁고 어두운 옷장이 떠올랐다. 더는 찾는 사람이 없어 썩어가는 옷가지의 처절한 냄새도.

“진정해, 제발. 톰, 이 새끼 죽어. 죽는다고!”
“이 자식 면상만 보면 꼭 옷장에 갇힌 기분이 든다고.”
“톰! 이 새끼만 죽는 줄 알아? 네 인생도 종 친다고! 제발 사라랑 앤디 생각을 해!”

아내와 아들의 이름을 듣자 아이스의 손아귀에서 힘이 풀렸다. 그 때를 틈타 슬라이더는 간신히 아이스를 모스볼에게서 떼어냈다.

“숨이 막혀서 돌아버릴 것 같아.”

제자리에 선 아이스는 핏발이 선 눈으로 모스볼을 노려보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모스볼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꽉 그러쥔 아이스의 주먹은 모스볼의 얼굴처럼 피범벅이 되어 너덜너덜했다.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아이스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 * *


웨슬리 뱅크스 대령은 미국인치고는 이례적으로 커피가 아닌 홍차를 즐겨 마시는 인물이었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그의 사무실은 오후 4시면 향긋한 홍차 향기가 진하게 풍겼고, 그 잔향이 남아 언제나 은은한 향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오늘 뱅크스 대령은 두 시간 전에 벌어졌던 ‘사고’로 인해 드물게 홍차가 아닌, 그의 수족인 잭슨 하사가 급히 가지고 온 커피를 연달아 두 잔이나 마셨다. 늦은 저녁 들이부은 진한 커피의 카페인 탓에 뱅크스 대령은 살짝 격양된 상태였다. 물론 사고의 여파 때문이기도 했다.

“담배 있나?”

사고의 관련 인물인 아이스를 호출하고 20분 동안 침묵하던 뱅크스 대령의 첫마디였다. 아이스는 즉시 담뱃갑을 꺼내 한 개비를 뱅크스 대령에게 건넸다. “불.”하고 뱅크스 대령이 짤막하게 내뱉었다. 아이스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뱅크스 대령은 후우, 소리를 내며 담배를 빨아들였다.

카페인과 니코틴. 청교도적인 삶을 고수하던 뱅크스 대령에게는 자극이 심했다. 속이 울렁거리는지 그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뱅크스 대령은 텁텁한 입안을 커피로 헹구어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이스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대령의 지시를 기다렸다.

“소어도 이번 일로 깨달은 게 있을 거다. 더는 예전처럼 설치지 못하겠지. 원래 평판이 좋지 못한 친구니까 뭐라 할 사람도 없다. 다행인 줄 알게.”

이윽고 대령이 오늘 사고에 대해서 말문을 열었다. 뱅크스 대령은 아이스가 모스볼을 일방적으로 폭행한 사건을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로 수습했다. 그리고 오늘 사고에 대해서 누구도 발설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모두가 예상했던 일이었다. 아이스는 뱅크스 대령이 아끼는 인재였고, 모스볼은 골칫거리였으니까.

“예.”

아이스는 딱딱한 어조로 대답했다.

“카잔스키, 자네 집에 혹시 무슨 일 있나?”

뱅크스 대령은 아이스를 위아래로 찬찬히 뜯어보며 물었다.

“집에는 아무 일 없습니다.”
“사라와는 잘 지내나?”
“예.”
“아들은 건강하고?”

뱅크스 대령은 한 모금 남은 커피잔에 담뱃재를 떨었다.

“예.”
“그런데 왜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뱅크스 대령의 직설적인 질문에 아이스가 움찔했다. 뱅크스 대령은 담배를 커피잔에 담근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스의 앞에 바로 섰다. 그리고 아이스의 왼쪽 가슴을 쿡 찔렀다.

“여기 말일세, 여기.”

아이스의 얼굴이 아주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설마설마했는데, 역시.”

뱅크스 대령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카잔스키 자네가 사춘기 애새끼처럼 끙끙 앓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살다 보니 참 별일이 다 있군.”
“…….”
“이보게, 톰. 사라는 예민한 여자야. 자네는 철저하게 감췄다고 자신하겠지만, 이미 알아차렸을 거야.”

뱅크스는 아이스의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말을 이었다. 자신이 아이스를 얼마나 아끼는지,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아주기를 바라는 의도에서였다. 

아이스는 뱅크스의 뻔한 수작이 거북했다. 하지만 자신이 어쩌겠는가. 자신은 뱅크스 대령이 지닌 권력의 절반도 가지지 못했다. 그럴듯한 계급을 달고 있지만, 전사하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무명으로 사라질 신세였다. 자신에게는 오늘의 사고를 직접 수습할 능력조차 없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아이스는 그 사실이 몹시 분했다.

“아직 아들도 어리잖나.”
“…….”
“밖으로 눈 돌리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이야.”
“…….”
“남자가 큰일을 하려면 옆에서 군말 없이 지지해주고 자식과 집안을 돌볼 아내도 필요하지만, 위로해 줄 여자도 필요하지. 현지처 여럿 두고 관리하는 것도 다 능력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거다.”
“대령님, 저는 그런 게 아니라―”

아이스는 뱅크스 대령의 오해를 해명하려고 입을 열었다.

“됐네. 굳이 해명할 필요 없어.”

뱅크스 대령은 손을 들며 차갑게 말했다. 아이스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뱅크스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스는 고개를 숙였다. 뱅크스의 한숨이 자신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자네는 알아서 잘할 거라 믿네. 하지만 지금은 가정에 충실하게. 내 말 명심해.”

뱅크스는 아이스의 어깨를 거머쥐며 그를 다독였다.

“……예.”

아이스는 힘없이 대답했다.

“이만 가보게.”
“예.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이스는 경례하고 뱅크스 대령의 사무실을 나섰다.

 
* * *


지칠 대로 지친 아이스는 황폐한 마음을 안고 돌아왔다. 자정이 가까워졌음에도 침실은 불이 훤하게 밝혀져 있었다. 아이스는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에 가슴이 따가워졌다. 그는 망설이다가 간신히 문을 열었다. 역시나 슬라이더가 자신을 기다리느라 잠들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슬라이더는 아이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됐어?”
“잘 끝났어. 없던 일로 무마될 것 같아.”

아이스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하아, 너 전역당하는 줄 알고 조마조마해서 혼났네.”

슬라이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걱정했어?”

아이스가 물끄러미 슬라이더를 바라보며 물었다. 감정이 조금도 담기지 않은 연기 같은 눈빛이었다. 손으로 붙잡으려고 애를 써도 흩어지고 마는 그런 눈빛. 기억도, 추억도, 현재도, 미래도, 전부 시간 속에 휩쓸려 사라지는 그런 눈빛.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당연히 걱정했지.”

슬라이더는 발끈해서 언성을 높였다.

“그래. 다 해결됐으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

아이스는 성가시다는 투로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아이스.”

조심스레 아이스를 부르는 슬라이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응.”

아이스는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이 무렵만 되면 사람이 이상해져.”
“내가?”

아이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반문했다.

“어. 왜 그러는데 대체?”
“답답해서.”
“뭐가?”
“보름이나 더 여기 있어야 한다는 게.”

아이스는 피식 웃었다.

“네가 그런 걸로 답답해할 인간 아니라는 거 내가 잘 안다. 그리고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잖아. 왜 얼버무려.”

슬라이더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이스는 대답하지 않고 고집스레 입을 다물었다. 입술 아래 근육이 툭 튀어나와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저럴 때면 아이스는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때려도 반응이 없다. 쇳덩이로 만들어진 인간처럼 말이다. 

오늘은 아이스의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숨겨진 그의 불안과 초조함을 알아내기에는 글렀다. 그가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간절히 찾던 그 이름도 알아낼 수 없을 것 같다. 슬라이더는 답답한 마음에 구불구불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트렸다.

“많이 아프냐?”

슬라이더는 아이스의 오른손에 시선을 돌렸다. 모스볼을 두들겨 패다가 손등과 팔뚝이 찢어지는 바람에 스무 바늘 넘게 꿰맸다.

“별로.”

아이스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리고 슬라이더가 봉합한 자리를 신경쓰는 게 거슬려서 소매를 내렸다.

“집에 가면 사라한테 뭐라고 말할래?”
“일이 있었다고 하지, 뭐.”

아이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슬라이더가 코를 훌쩍였다. 울먹이는 듯했다.

“왜 그래?”

그제야 아이스는 고개를 들고 슬라이더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콧잔등은 새빨갰다. 슬라이더는 민망한지 연신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울음을 삼켰다.

“그냥 우리 사이에 말 못 할 비밀이 하나씩 생기는 게 서운해서 그런다.”

슬라이더의 눈썹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덩치 큰 남자가 어울리지 않게도 어찌나 가련해 보이는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울음을 쏟아낼 것 같았다.

“네가 멀어진 것 같아.”
“슬라이더.”
“어…….”
“징그럽다. 그런 말 하지 마라.”
“사람이 기껏 진지하게 말하는데.”
“이거 봐, 소름 돋았어.”

아이스는 다시 소매를 걷어붙이고 슬라이더에게 팔뚝을 내밀었다. 그의 말대로 팔에 체모가 전부 곤두서있었고, 체모 틈으로 보이는 살갗에는 소름이 돋아있었다. 그것을 본 슬라이더의 얼굴이 화르르 달아올랐다. 귀와 목덜미까지 시뻘게졌다. 슬라이더는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대체 나한테도 말 못 할 일이 뭔데 그래. 말하면 안 되는 일이야?”

겨우 낯뜨거움을 수습하고 슬라이더는 다시 아이스에게 간절히 호소했다. 20대 청춘을 전부 아이스와 함께 보냈다. 하늘 위에서도, 땅 위에서도. 아이스는 자신의 자랑이었고, 그와 함께한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흙 아래 묻혀 먼지로 돌아가는 날에도 잊지 못할 그런 찬란함. 그러니 더더욱 아이스의 방황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그럼 힘들다고 푸념이라도 늘어놓을 순 있잖아.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서로 못 볼 꼴 봐도 눈 감아 줄 수 있는 게 친구잖아.”
“그래서 속이 후련해질 것 같으면 진작 했겠지. 답이 없는 일로 너까지 골머리 앓게 하고 싶진 않다.”

아이스는 고개를 돌려 서랍을 바라보았다.

“아이스, 내가 뭐 도와줄 방법이라도 없을까? 뭐든 말만 해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아마도.”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한 부치지 못한 엽서가 세월이 흘러 닳아 사라지는 날에. 아마도. 아이스는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러길 바라고. 아니, 그래야만 하고.”

아이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
 

* 모스볼(mothball) 좀약. 

* 데시컨트(desiccant) 건조제.


아이스매브 아이스맨 매버릭
2024.01.17 23: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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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와 동접! ㅌㅌㅌㅌㅌㅌㅌㅌㄷㄱㄷㄱ 설레는 가슴 부여잡고 감상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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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7 23: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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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도도 슬라이더도 모르는 사랑을 하고 있구나 세상에서 아이스와 매버릭 둘만 아는 사랑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애틋하고 절절하고 외로운 사랑을 하고 있어 그래서 지켜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걱정하게 만들어 이렇게 지켜만 봐도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아이스와 매버릭은 어떻게 그 긴 세월을 참아낸걸까 ㅠㅠㅠ
[Code: 6d2e]
2024.01.17 23: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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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에게 있었던 사건이 뭐였는지 무슨 이유로 교관직을 내려놔야 했는지 그 과정을 또 혼자 감당하고 겪어야 했을 매버릭이 너무 맘아파 시한폭탄처럼 위태위태해 보이는 아이스가 너무 걱정돼 둘이 그냥 사랑하며 행복할 방법은 없었던걸까? 센세 나 지금 울어 얘들 행복하게 해주세요 ㅠㅠㅠㅠㅠ
[Code: 6d2e]
2024.01.17 23: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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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센세 세헤라자데야?ㅠㅠㅠㅠ매브가 풀어놓는 이야기나 아이스의 시점이나 서로 평행선인데 그리움으로 닿아있는게 날 미치게해ㅠㅠㅠ센세는 천재야 사랑해
[Code: 1cbd]
2024.01.17 23: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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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마음이 있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 다 진짜 안타까움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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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7 23:06
ㅇㅇ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사랑이라 말할 수도 쉬이 나눌 수도 없어서 뭉그러진 마음을 끌어안고 그냥 그렇게 아쉬움과 답답함만 안고 불완전한 삶을 살아내는 두 사람이 너무 슬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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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7 23: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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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세헤라자데야???2222 ㅠㅠㅠㅠㅠ글에서 처연함과 애달픔 깊은 고독이 느껴지는 건 처음이야 ㅠㅠㅠ 신디가 아닌 신디같은 누군가와 일상을 꾸려가고 싶었던 매브와 입 밖으로 이름조차 내뱉을 수 없지만 뼈속 깊이 박힌 가시처럼 상흔이 남은 아이스라니 ㅠㅠㅠㅠ이게 탑건 1.5가 아니면 뭔데!!!!!
[Code: 6c17]
2024.01.17 23: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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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추천은 한번만 되는거냐 ㅠㅠㅠ대체 왜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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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8 00: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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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허 ㅠㅠㅠㅠ아이스랑 매브 둘다 공허하구나 ㅠㅠㅠ
[Code: b214]
2024.01.18 0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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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글 넘 매끄럽고 좋다 흑흑
[Code: b214]
2024.01.18 02: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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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브 헬멧 몰래 안아봤다는거 왤케 설레지
[Code: a288]
2024.01.18 04: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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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너무 힘들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a3e]
2024.01.18 09: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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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둘이 어떤 사랑을 한거에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a77]
2024.01.18 2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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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행복한 적이 있긴 있었겠지? 가슴이 먹먹하고 너무 슬프다ㅠㅠㅠㅠㅠㅠ
[Code: 7d54]
2024.01.23 14: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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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를 닮은 사람 아마 아이스겠지?ㅠㅠㅠㅠ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결혼까지 생각했다니ㅠㅠㅠㅠ결혼하고 어떻게 살고 싶어다는 말 하나하나가 찌통이다ㅠㅠ결국 저걸 아이스와 하고싶었다는 거잖아ㅠㅠ아마 매브도 결국 자기가 결혼하고 싶었던건 이미 가정이 있는 아이스란걸 깨닫고 아무하고도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먹지않은 것 같다ㅠㅠ어떤 여자라는 질문에 조용히 사라질 것 같은 미소로 대답하는 매브...ㅠㅠ저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평생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있겠지ㅠㅠㅠㅠ아니 그런데 눈에서 멀어졌는데 마음도 멀어지기는 커녕 더 커지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하나여ㅠㅠㅠㅠ
[Code: 2b8f]
2024.01.23 14: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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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케이크..ㅠㅠ명색이 생일 케이큰데 이렇게 슬플 수가 있는거임? 아이스도?ㅠㅠㅠㅠ어떻게든 바다 위에 떠있는 항모 위에서도 케이크를 구해와서 아무도모르게 소리없이 입으로만 되뇌이며 매브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아이스는 더 큰 슬픔과 끝도없는 자괴감에 빠졌던 것 같다ㅠㅠㅠㅠ모스볼은 그야말로 누구하나 걸리면 죽여버린다에 딱 걸려버린것 같고 아마 아이스가 저렇게 때릴 가치도 없다고 무시하며 지냈을텐데
[Code: 2b8f]
2024.01.23 14: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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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의 그리고 나는<<<이 뒤에는 이미 가정을 가졌고 매브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생일도 축하해주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내용이 함축되어 있을거라 생각해ㅠㅠ아마 아이스가 가장 참지 못하는 존재는 자기자신이 아니었을까ㅠㅠ단순히 모스볼이 꼴보기싫은 거였다면 몇 대 때리고 말았을텐데 진짜 죽여버릴 기세로 때리는 모습을 보면 자기파괴적으로 보일 정도야ㅠㅠ여기서 모스볼을 죽인다면 불명예 제대가 문제가 아니라 군사감옥에 가면서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건 안중에도 없을 정도로ㅠㅠ게다가 그 와중에도 매브를 떠올리다니...몰래 품에 안아본 작은 헬멧...사람을 죽일듯이 패면서도 로맨틱할 수 있는 거임?ㅠㅠ
[Code: 2b8f]
2024.01.23 15: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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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브한테 넌 우여매 했던 주제에ㅠㅠㅠㅠ알고보면 해군 최대 위험 요소는 아이스였다ㅠㅠ매브없는 아이스는 언제 전우를 죽여버릴지도 모르는 돌아버린 상태이니 해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걍 매브한테 아이스 줘버립시다ㅠㅠ그나저나 대령님 괜히 저 자리 앉아계시는게 아니네 그러면서 또다시 권력의 부족함을 느끼는 아이스 저 부족함을 곱씹으면서 기어이 최고 권력까지 올라간거구나ㅠㅠ슬라이더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그 감정, 그 비밀...ㅠㅠ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길 바랐고 또 그래야한다고 다짐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커지면서 아이스를 잠식해가고 있는 것 같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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