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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샌드위치 가게에서 나온 아이스와 매버릭은 거리를 걸으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이스는 이탈리안 브래드로 만든 브리스킷 샌드위치를 주문했고, 매버릭은 포카치아에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몇 가지 종류의 야채를 넣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매버릭이 추천한 가게의 브리스킷 샌드위치는 훌륭했다. 입이 짧고 까다로운 아이스도 인정할 정도였다. 그가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다고 감탄하자 매버릭은 의기양양했다. 

턱을 들고 으스대는 얼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 새치름한 입매, 갸름하게 휘어진 눈, 뺨이 동그랗게 올라붙어 반질반질했다. 아이스는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삶에서 가장 애틋한 순간을 떠올리노라면 곧바로 눈앞에 어른거릴 것이다.

오렌지빛 길을 지나자 네모반듯한 연회색 보도블록이 깔린 넓은 길이 나왔다. 고색창연한 거리에는 빅토리아 양식을 어설프게 모방한 가로등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거리로 비죽 고개를 들이민 철제 간판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스, 내가 그쪽으로 걸을게.”

매버릭이 불쑥 입을 열었다.

“뭐?”

아이스는 입을 훔치며 물었다.

“내가 차도 쪽으로 걷겠다고.”

매버릭은 몸을 휙 움직여 차도 쪽으로 서면서 아이스를 인도 안쪽으로 밀었다.

“난 차도 쪽으로 걷는 게 편해.”

아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매버릭을 도로 안쪽에 세웠다.

“정말 이러기야?”

매버릭이 발끈해서 외쳤다.

“응, 이러기야.”

두 사람은 서로 차도 쪽으로 걷겠다고 아웅다웅했다. 매버릭이 차도 쪽에 바짝 붙어서면 아이스는 한 발짝 앞으로 성큼 나아가 자신이 차도 쪽으로 걸었다. 그러면 매버릭이 또 아이스를 앞질러 자리를 바꿨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존심을 내세우며 다투는 와중에 서로 맨살이 스치는 간질간질한 감각을 즐겼다. 어쩌면 그렇게 서로 몸이 닿는 것이 좋아 남자의 자존심을 핑계 삼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치사한 자식. 네가 그쪽으로 걸어라.”

한참 동안 승강이를 벌인 끝에 지칠 대로 지친 매버릭이 볼멘 목소리로 말하며 터덜터덜 건물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짜증 내지 마, 매버릭. 네가 있어야 할 자리로 간 것뿐이야.”

차도를 쟁취한 아이스는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매버릭을 비스듬히 내려다보았다. 매버릭의 치켜 올라간 눈썹은 더욱더 성이 나서 꼬리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쓰라린 패배에 울분이 차오르는 것도 잠깐이었다.

매버릭은 멍하니 아이스를 올려다보았다. 아이스의 어깨너머로 보지는 거리의 풍경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평소에는 지루하다고 생각한 이 거리가 아이스와 나란히 걸으니 각별하게 보였다. 그는 이 고전적인 풍경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오래된 무성 영화의 한 장면을 오려낸 것만 같았다.

부끄러운 마음에 매버릭은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힐끔힐끔 아이스를 곁눈질했다. 아이스는 그런 매버릭을 보고 낮게 웃었다. 매버릭이 샌드위치를 먹을 때마다 뺨이 볼록해지는 게 재밌었다. 맛있는 모양인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이렇게 마냥 좋기만 한 시간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아니,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왜 자꾸 실실 웃어, 이 새끼야?”

매버릭이 다시 고개를 들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이스가 자신을 얕잡아보는 줄 알고 단단히 화가 났다.

“그냥.”

아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스레 대꾸했다. 일부러 눈을 끔뻑이며 여유를 부리는 그의 모습에 매버릭은 힘이 빠지고 말았다.

“바보 같아. 한심해.”
“그러는 매버릭 넌?”
“내가 뭐?”
“너는 왜 웃어?”
“네가 웃겨서.”

매버릭은 투덜거리며 먹다 만 샌드위치의 포장지를 주섬주섬 쌌다.

“더 안 먹어?”
“응, 배부르네.”

아이스는 무슨 까닭에서인지 떨떠름한 어투로 묻자, 매버릭은 홀쭉한 배를 문지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살이 찔까 봐 눈물을 머금으며 브리스킷 샌드위치를 포기하고 가벼운 걸 주문했는데, 그동안 굶고 지냈더니 위장이 줄어든 모양인지 금세 속이 더부룩해졌다.

“그럼 나한테 줘. 내가 마저 먹을게.”
“내가 먹던 건데 괜찮아?”

아이스가 서슴없이 손을 내밀자 매버릭은 깜짝 놀라 그만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정말?”

매버릭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스의 뜻을 재차 확인했다. 다른 사람이 입을 댄 음식을 개의치 않고 먹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매버릭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어.”

아이스는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게 말했다. 매버릭은 쭈뼛거리며 그에게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긴장한 탓에 힘을 잔뜩 준 바람에 희게 질린 매버릭의 손톱 끝에 아이스의 손끝이 스쳤다. 딱딱한 손톱을 지그시 누르는 손끝에 차마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샌드위치 포장지를 벗기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꼭 옷을 벗길 때 나는 소리처럼 들렸다. 아이스의 기다란 손가락이 포장지의 끄트머리를 잡아 벌리고, 섬세하면서도 망설임 없는 손길이 단숨에 포장지를 벗겨내 몸을 웅크리고 있던 샌드위치를 꺼냈다.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매버릭은 어금니를 맞물리고 마른침을 삼켰다. 자꾸만 머릿속에 야한 생각이 떠올라서 꼭 못된 짓을 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어른들이 알면 호되게 야단을 맞을 것이다. 너는 그런 짓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말이다. 방에 꼼짝없이 갇혀 어디 놀러 나가지도 못하고, 손이 퉁퉁 붓도록 성경을 필사하며 어른들만의 비밀스러운 행위를 넘본 잘못을 반성해야 할 것이 뻔했다.

“있잖아, 아이스. 아무래도 좀 그러니까 내가 먹던 곳 말고 반대쪽으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매버릭이 다급하게 입을 여는 찰나, 아이스는 그가 입을 댄 곳을 아랑곳하지 않고 덥석 베어 물었다.

“음.”

그리고 아이스는 보란 듯이 고개를 기우뚱거렸다. 한발 늦은 매버릭은 아이스를 향해 뻗은 손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파르르 떨었다. 돌연 가슴이 시큰거리면서 아랫배가 당기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은 건지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다. 그래서 무턱대고 울고 싶었다.

아이스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그는 씹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매버릭은 먹는다는 행위가 더 은밀하게 느껴졌다. 어쩐지 낯뜨거워서 고개를 돌릴까 하다가 자꾸만 호기심이 일어서 그러지도 못했다.

아이스는 그 자리에서 매버릭이 먹다 만 샌드위치를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매버릭은 아이스가 마지막 한 조각을 삼키는 순간 그의 툭 튀어나온 울대뼈가 움직이는 모습이 유독 인상적으로 보였다. 아이스는 빈 포장지를 반듯하게 접어 손에 말아쥐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때?”

매버릭은 떨리는 목소리로 모호한 질문을 던졌다.

“맛있어.”

아이스도 모호한 대답을 돌려줬다. 살짝 튀어나온 그의 도톰한 입술에 드레싱으로 뿌린 올리브유가 묻어 번들거렸다.

“아이스, 입에 올리브유 묻었어.”
“어디?”
“여기.”

매버릭은 자신의 입술 가장자리를 검지와 중지로 눌렀다.

“고마워.”

아이스는 엄지로 자신의 입술 가장자리를 쓱 훔쳤다. 매버릭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같은 기분을 느낀 아이스는 작게 헛기침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를 악문 그의 턱 근육이 움찔거렸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말소리,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정수리를 내리쬐는 강렬한 햇살, 턱 끝까지 차오른 열기, 자동차 경적,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소리, 어느새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과 무거운 한숨, 손목시계의 바늘이 째깍째깍 울리는 소리…… 어느덧 오후 4시였다.

“날씨가 정말 좋네. 걷기 좋은 날씨야.”

기나긴 망설임 끝에 아이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래된 거리는 그 세월만큼이나 길었다. 그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 길이 끝나면 잔불 같은 쑥스러움이 이내 사그라지고, 해가 저물면 대낮에 벌인 나쁜 짓도 어둠 속에 가려질 것이다. 

“아이스,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높은 곳이 어딘지 알아?”

갈림길에서 매버릭이 멈춰 서며 입을 열었다.

“산에 가고 싶어?”
“아니,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건 싫어.”

매버릭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산이 아니라면, 음…… 얼마 전에 완공한 U.S. 뱅크 타워가 제일 높다고 알고 있어.”

아이스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매버릭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복잡한 도시의 고층 빌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아이스는 이 변덕스러운 어린애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매버릭, 전망 구경하고 싶어?”
“응.”
“그럼 그리피스 천문대가 좋겠다.”

아이스의 말에 매버릭의 얼굴이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화색이 돌았다.

“바이크 말고 내 차로 가자.”
“모처럼 탔는데! 네 차 가지러 다시 호텔까지 가기 귀찮아. 그냥 내 바이크 타고 바로 가자.”
“내 차로 가.”
“……알았어.”

더 고집스레 버티리라 아이스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매버릭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전망이 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아이스는 시무룩한 매버릭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 * *


“와, 클래식.”

심심하다며 라디오를 튼 매버릭이 잔잔하게 깔리는 전주를 듣자마자 콧잔등에 주름을 잡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정면을 주시하며 핸들을 돌리던 아이스가 곁눈질로 매버릭을 힐끔 보며 입을 열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
“클래식 음악이 듣기 싫으면 다른 거 듣자.” 
“아냐, 괜찮아. 이참에 한번 감상해볼래.”

아이스가 라디오 채널을 돌리려고 손을 뻗자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매버릭은 자세를 바로 했다. 몽환적인 반주에 맞춰 소프라노의 청아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구름처럼 뭉클하면서 따스한 독특한 목소리였다. 매버릭이 소프라노라고 하면 떠올리는 높고 카랑카랑한 음색과는 사뭇 달랐다.

“이거 어떤 음악인지 알아?”

흥미가 생긴 매버릭은 이 아름다운 노래에 자신의 목소리가 훼방을 놓지 않도록 아주 작게 속삭이며 물었다.

“〈달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아리아야.”
“오페라야?”
“어,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어느 나라 말이야? 러시아 말인가?”
“체코.”

아이스는 고민 없이 즉답했다. 분명 오페라에 대해서 아는 게 많은 듯한데, 자신의 지식을 뽐내지 않고 질문에만 간결하게 대답하는 아이스를 보며 매버릭은 역시 스트라이커를 보고 그를 떠올린 것은 실수였다고 생각했다. 

매버릭이 정의하길 스트라이커 같은 남자들은 뽐낼 자리만 생기면 거들먹거리기 바빴고, 그럴 자리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남자인지 과시하는 족속들이었다.

반면에 아이스는, 톰 카잔스키는……. 매버릭은 생각을 관두고 일몰의 종착점에 다다른 지평선을 응시하는 아이스의 시선을 따라 그와 같은 곳을 응시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매버릭은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내쉰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노래 좋네.”
“마음에 들어?”

아이스는 매버릭 쪽으로 비스듬히 고개를 돌렸다.

“응, 이거 가사가 무슨 뜻이야?”

매버릭이 다시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어제만 하더라도 흐리멍덩했던 그의 눈동자에 총기가 떠오르는 순간이 애틋해서 아이스는 괜스레 콧잔등이 시큰거렸다.

“호수의 요정 루살카가 달에게 자신이 왕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전해달라고 기도하는 내용이야.”
“누가 부르는 건지도 알아?”
“목소리가 루치아 포프 같은데.”

아이스는 턱을 매만지며 드물게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그를 골려 줄 기회를 잡았다 싶어 매버릭은 씩 웃으며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같은데?”
“그렇게 좋아하는 오페라는 아니라서 잘 몰라. 목소리가 익숙한 건 루치아 포프는 좋아하는 소프라노인데다 워낙 유명해서 그런 거고.”
“이 오페라 별로야? 노래 좋기만 한데?”
“노래야 좋지.”

아이스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간신히 슬픔을 억누르는 듯한 괴롭고 무거운 얼굴이었다.

“근데 왜 안 좋아해?”

매버릭은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건 오페라 결말이…… 아니다, 나중에 얘기해줄게.”

아이스는 고민 끝에 말을 돌렸다. 그가 오페라 줄거리를 말하는 게 영 내키지 않는 듯해서 매버릭도 더는 집요하게 캐묻지 않았다. 물론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어느새 곡은 끝이 났고 이번에는 오페라의 아리아가 아닌 연주곡이 흘러나왔다. 아리아가 끝나며 매버릭의 궁금증도 끝났고, 시시때때로 바뀌는 그의 기분은 언제 즐거웠냐는 듯이 짜증스러워졌다. 

“……하여튼 재수 없는 자식. 모르는 게 없네.”

몸을 옆으로 틀며 혼잣말로 투덜거리는 매버릭을 보고 아이스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매버릭은 등을 돌리고 있어 자신이 얼굴을 완벽하게 가렸다고 착각했지만, 차창에 잔뜩 심통이 난 그의 얼굴이 어른어른 비쳤다.

“아이스, 너는 마이클 잭슨 모르지?”

이대로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던 매버릭은 몸을 휙 돌리며 물었다. 아이스는 뜬금없는 매버릭의 질문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마이클 잭슨 모르는 사람도 있나?”
“……알아?”
“응.”

김이 샌 매버릭은 도로 아이스를 등지고 차창에 머리를 쿵쿵 찧어대며 한탄했다.

“이것도 실패했네. 하.”

매버릭은 아이스라면 교양있는 체한답시고 대중가요와는 거리가 먼 고리타분한 일상을 보낼 줄 알았다. 음악을 좋아할 줄은 몰랐지만, 좋아한다고 해도 조금 전 들은 드보르자크의 오페라처럼 클래식이나 즐겨들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아이스는 자신보다 유행에 더 민감했고, 오히려 보편적인 사람들의 일상과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버니맨과 대화하며 주워들은 요즘 인기 많은 가수의 이름을 나열하며 아는 체 좀 해보려고 했다가 도리어 망신만 당했다.

잔뜩 실망한 매버릭은 몸을 꼭 공벌레처럼 동그랗게 말고 눈썹 앞머리가 서로 인사할 정도로 미간을 잔뜩 좁혔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아이스는 매버릭이 화를 내리란 걸 알면서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내려놓고 큰소리로 웃었다.

 
* * *


그리피스 천문대는 워낙 야경을 감상하기에 좋다고 정평이 나서인지 평일 저녁임에도 주차장이 꽉 차서 몇 바퀴를 빙빙 돌고 나서야 아이스는 간신히 자리를 찾았다. 그러고 나니 아쉽게도 가장 인기 있는 시간대인 일몰은 놓쳤지만, 덕분에 사람이 조금이나마 빠져나가 숨 쉴 틈이 생겼다.

낮에는 황량한 흙과 메마른 나무로 단조로웠던 정경이 해가 저물자 멀리 시내에서 불어오는 인공 구조물의 찬란함으로 물들었다. 천문대의 새하얀 벽 위로는 사람이 만들어낸 무수한 별빛이 쏟아져 밤의 아득한 푸른빛과 만났다.

한여름에도 고지대의 바람은 쌀쌀했다. 매버릭은 얇은 옷차림 탓에 으슬으슬 몸이 떨렸다. 그래서 팔짱을 끼고 닭살이 돋은 맨살을 쓸며 어떻게든 추위를 떨쳐내려고 몸을 한껏 웅크렸다.

“옷이 좀 작아서 움직이기 불편하다. 네가 대신 들어줘.”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아이스는 자신이 입고 있던 얇은 재킷을 벗어 매버릭에게 무심하게 내밀었다.

“남자가 고작 그런 걸로 엄살은.”

매버릭은 피식 웃으면서 아이스의 재킷을 어깨에 둘렀다. 아이스의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밴 옷은 눈물겹도록 따뜻했다. 꼭 그가 자신을 껴안고 있는 듯해서 매버릭은 괜스레 마음이 들떴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체온인지 모르겠다.

“전부 가족 아니면 연인뿐이네. 친구랑 올 곳은 아닌 것 같다. 여자들이면 또 몰라.”

몸이 따뜻해지니 점차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매버릭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젊은 연인과 아이의 목말을 태운 아버지, 새파란 풍선을 든 어린아이, 여전히 동심을 간직한 중년 부부를 눈에 담았다.

“야경 보러 오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렇지.”

아이스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희미하게 보이는 할리우드 사인을 가리켰다.

“낮에는 할리우드 사인도 잘 보여.”
“전에 와봤어?”
“응.”

언제, 누구랑? 매버릭은 그 질문을 속으로 삼켰다. 괜한 질문이다.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아이스의 주머니 속 반지 두 개가 목을 콱 조르는 듯만 했다. 도로 침울해진 매버릭은 고개를 푹 숙였다. 주변에는 온통 행복한 사람들 뿐이었다. 밤이면 나란히 침대에 누워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곧 사랑을 나눌 그런 사람들. 이곳에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 흉측한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전망 보러 가자.”

아이스는 자연스레 매버릭의 팔을 감싸며 그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놀란 매버릭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고개를 들었다. 아이스는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쑥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하고, 무어라 하나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천문대의 테라스로 향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LA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밤이 선물하는 황홀한 착각, 검푸른 망망대해에 황금빛 잔물결이 찬란하게 일었다. 괴로운 도시의 소음이 파도의 노랫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렸다. 

매버릭은 서늘한 바람의 반주에 맞춰 열창하는 높다란 건물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언제나 자신에게 무정했던 사람들이 그저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헬리콥터다!”

매버릭은 작게 반짝이는 하얀 점을 가리키며 외쳤다.

“어, 그러네.”
“전투기도 저렇게 낮게 날면 재밌겠지?”
“얼마나 더 사고를 칠 생각이야?”

아이스는 대번에 인상을 찌푸리며 따지듯이 물었다.

“언제 내가 낮게 비행하겠다고 했어? 그냥 재밌겠다고만 말했지.”
“시치미 떼기는. 네 속셈이야 뻔해.”

아이스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매버릭은 다시 야경을 감상했다. 도시는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며 여전히 힘차게 노래하고 있었다. 가슴이 시리도록 사랑스럽게. 매버릭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낮게 비행하는 하얀 점도 사랑스럽고, 황금빛 물결 아래에 헤엄치고 있을 사람들까지 전부 다 사랑스럽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매버릭, 위험해.”

아이스는 테라스 위로 올라서는 매버릭의 팔을 붙잡았다.

“아.”

불빛에 홀렸던 매버릭이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스는 또다시 가늠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의 긴박한 호흡이 매버릭을 다시 현실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매버릭은 자신이 몸담은 현실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곳에서 날아오르면 그저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데, 아이스는 괴로운 땅 위에 남으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놔, 카잔스키.”
“나랑 약속해.”

아이스는 더욱 강한 힘으로 매버릭의 손목을 붙잡았다.

“위험한 짓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아이스. 하지만…!”

매버릭은 글썽거리며 입을 열었다.

“약속해, 매버릭.”
“알았어. 이만 놔.”

아이스의 간절한 목소리에 매버릭은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매버릭은 멋쩍은 얼굴로 아이스의 재킷을 만지작거리며 사과했다. 아이스는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버릭은 주눅이 든 눈으로 아이스를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고르는 그의 모습을 보니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아이스를 화나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를 슬프게 할 생각도 아니었다. 미안한 마음에 심장이 욱신거렸다.

아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매버릭은 의기소침해져 그의 신발 뒤꿈치만 보며 따라갔다. 

곧바로 천문대를 빠져나온 아이스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성마른 걸음이 그가 단단히 화가 났음을 대신 말해주었다. 매버릭은 아이스가 차라리 욕이라도 실컷 하길 바랐지만, 그의 성격상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미그기와 교전하며 목숨이 위급해진 상황에서도 아이스가 내뱉은 욕은 ‘제기랄!’ 단 한마디였다.


풍요로웠던 환상이 깨지고 삭막한 주차장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온갖 자동차가 늘어선 주차장은 야경처럼 낭만적이지 않았고, 그저 차갑기만 했다. 그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캐딜락은 처량해 보이기까지 했다.

“있잖아, 아이스. 휴가 며칠 냈어?”

조수석 옆에 선 매버릭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주일.”

여기까지 오는 사이 그럭저럭 감정을 추스른 아이스는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매버릭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가족들이랑 어디 안 다녀와? 모처럼 휴가잖아.”
“사라가 아이 데리고 친정에 갔어.”

매버릭의 질문에 아이스는 가볍게 혀를 차며 둘러댔다.

“왜? 싸웠어? 아니면 어디 아파? 괜찮대?”

매버릭이 갈라진 목소리로 연달아 질문을 쏟아냈다.

“아니, 집에 일이 있거든.”

아이스는 이번에도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 넌…….”

매버릭은 다시 가슴을 졸이며 말끝을 흐렸다. 아이스의 휴가는 일주일. 그러니까 앞으로 6일이 남았고, 아내와 아이도 집에 없다고 하니 아이스는……. 

불쑥 든 기대감에 매버릭은 몸이 차가워졌다. 아니, 품어선 안 될 헛된 희망이다. 일찌감치 단념하려고 하는데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아이스가 매버릭의 어깨에서 흘러내린 재킷을 쥐며 더없이 자상하고 근사한 얼굴로 물었다.

“내일 시간이 어떻게 돼, 매버릭?”
“한가해.”

매버릭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얼른 대답했다.

“그럼 미라마 저수지에 보트 타러 가자.”
“난 배는 못 타.”

아이스의 제안에 매버릭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정색했다.

“모터보트 조종하자는 거 아니야.”
“배를 못 탄다고.”

매버릭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미첼, 진정해. 노 젓는 건 누구나 해. 정 불안하면 구명조끼를 입으면 돼.”

아이스는 매버릭이 무엇을 연상하며 두려움에 떠는지 알아차렸다. ‘그 사고’다. 구스를 데려간 그 사고. “미첼, 정 싫으면 오늘처럼 그냥 걷자.” 아이스는 매버릭을 이곳저곳 데려가고 싶었다. 그에게 남들처럼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매버릭의 이름을 부르며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투로 말했다.

“알았어. 보트 타볼게.”

매버릭은 고민 끝에 아이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잘생각했어. 재밌을 거야.”

이번에는 아이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응, 기대할게.”

매버릭은 조금 지친 얼굴로 말했다. 아이스는 그가 괜찮은지 꼼꼼히 확인한 다음, 자동차 열쇠를 챙겨 운전석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스, 왜 안 물어봐?”
“뭘?”

아이스는 차 문을 열다 말고 멈칫했다.

“알잖아.”
“그러니까 뭘?”
“나 잘린 거.”

매버릭은 조수석 문에 몸을 기대며 열없이 웃었다.

“어쩌다 교관직에서 잘렸냐고 안 물어봐?”
“네가 그 일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어지면 얘기하겠지. 내가 굳이 묻지 않아도.”

아이스는 일부러 무심하게 말을 이으며 문을 열었다.

“내가 얘기하기 싫어서 말 안 하면?”
“굳이 물어보지 않을 거야.”
“궁금해도?”
“그래. 네가 말하기 싫다면.”
“있잖아, 아이스.”

매버릭은 활짝 웃으며 친밀하게 아이스를 불렀다.

“응.”
“난 사실 마이클 잭슨이 누군지 몰랐어. 얼마 전에야 알았어.”

아이스는 매버릭의 유별난 시험에 통과했다. 매버릭은 그 보상으로 쓸쓸한 진실을 말해주었다.

“아는 노래만 끊임없이 반복해서 듣고, 아는 노래만 부르고…… 그것도 옛날 노래. 어렸을 땐 엄마가 매일 철 지난 노래만 온종일 반복해서 듣는 게 싫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러고 있네.”
“…….”
“내일 몇 시에 볼까?”

매버릭이 조수석 문을 열며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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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매브 아이스맨 매버릭
2024.03.30 01: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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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오셨다 ㅠㅠㅠㅠ 센세랑 동접이라니!!!!!!
[Code: 790f]
2024.03.30 01: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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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
ㅠㅠㅠ센세 개존잼이고 나 너무 슬픔ㅠㅠㅠㅠㅠㅠ센세 진짜 ㄹㅇ 천재
[Code: 629c]
2024.03.30 01: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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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가 어나더를 주셨어!!! 찌찌 뜯어질 거 알면서도 ㅈㄴ 기대되고 행복해 센세 사랑해 ㅠㅠㅠㅠㅠ
[Code: b4fd]
2024.03.30 02: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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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센세의 글을 읽으면 가슴이 설렘으로 벅차오르다가 슬픔으로 꽉 막혔다가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이었다가 아슬아슬 걱정이 들고 너무 쓸쓸해져 이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 ㅠㅠㅠㅠㅠㅠㅠ아이스와 매버릭이 서로 너무나 간절하게 닿고 싶어하는게 보이는데 그걸 또 죽을힘을 다해 참는게 보여서 너무 안타깝고 마음아파 ㅠㅠㅠㅠㅠ
[Code: b8bb]
2024.03.30 02: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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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는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삶에서 가장 애틋한 순간을 떠올리노라면 곧바로 눈앞에 어른거릴 것이다...매버릭은 자신을 밀어내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지쳤지만 이렇게 자신을 평생 애틋해할 아이스의 존재만으로도 땅에 발이 묶여 살아갈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스가 매버릭이 날지 못하게 날개를 꺾는 방법은 의외로 쉬울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이스의 그 마음을 그대로 매버릭에게 고백한다면 매버릭도 어쩌면 날개를 접을 마음을 들 수도 있지 않을까?
[Code: b8bb]
2024.03.30 02: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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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이 먹다 남긴 샌드위치를 먹어 치우는 아이스의 묘사는 적나라한 섹스보다 더 야하고 꼴린다 센세는 천재인가?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지? 일주일 휴가라는 말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매버릭은 너무 어린애처럼 솔직해서 예쁘고 또 애처롭다 6일간 둘의 데이트가 너무 기대돼 매버릭을 만나고 툭하면 웃음이 터지는 아이스도 이제야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계속되겠지 센세 어나더가 벌써 기다려져 센세 빨리와줘 ㅠㅠㅠㅠㅠ그리고 아맵 행복했으면...
[Code: b8bb]
2024.03.30 02:29
ㅇㅇ
매브도 아이스도 둘다 본인의 감정을 그대로 고백하지는 못하면서, 누구보다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서로를 신경쓰는 거ㅠㅠㅠㅠㅠ 이 간극이 더욱 마음 아프고 애절하게 느껴져.....
[Code: f8d8]
2024.03.30 02: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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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학식마냥 팔 스치는거 즐기면서 차도로 걷겠다고 아웅다운 하는거 보고 개저처럼 웃다가 맵이 남긴 샌드위치 먹는 아이스 너무 야해서 숨죽이다가 하 센세는 날 미치게 만들어
[Code: 5483]
2024.03.30 05: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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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이 남긴 샌드위치 하나 먹는거 뿐인데 섹텐이 줄줄ㄷㄷㄷ 미쳤다ㅠㅠㅠ센세는 천재야ㅠㅠㅠ 둘이 저렇게 서로 닿고 싶어하는데ㅠㅜㅜㅜ 아이스도 매버릭덕분에 진짜 웃음을 웃을수 있는거 같아서 아이스에게도 매버릭은 꼭 필요한 사람 같아ㅠㅠㅠ 둘이 사랑하게 해주세요 행복하게 해주세요ㅠㅠ
[Code: dc8c]
2024.03.30 08: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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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금 울어도 될까요 선생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얘네 왜 이렇게 애틋한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함께 보내는 일주일이 아이스랑 매브 남은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될것 같아…가장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간질간질하게 데이트 하는데 순간순간 너무 애틋하고 울컥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8a6]
2024.03.30 09: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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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너무 애틋하다ㅠㅠㅠㅠㅠㅠㅠ 이 일주일을 추억하며 남은 시간을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겠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080]
2024.03.30 16:06
ㅇㅇ
서로 차도 쪽으로 걷겠다고 아옹다옹하며 맨살 스치는 거 즐기는 모습이 10대 남자애들 같아 귀여워하던 것도 잠시.. 훅 들어오는 섹텐 🥵 매버릭이 먹다 남긴 토마토 모차렐라 포카차 샌드위치를 긴 손가락으로 포장지 쓱쓱 벗겨서 꺼내 먹는 아이스와 그걸 지켜보며 야한 생각 하는 매버릭 묘사가 웬만한 섹스 신보다 수십 배 더 야하고 꼴려 💦💦💦💦 햇빛 환한 오후에 길에서 너희 둘 진짜 🫣
[Code: 67e2]
2024.03.30 16:07
ㅇㅇ
슬라브 (Kazansky!) 신화 속 물의 요정 루살카를 소재로 한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1막에 나오는 아리아 “달에게 보내는 노래”를 루치아 포프의 목소리로 차 안에서 함께 듣는 아이스와 매버릭이라니 ㅠㅠ 앞 편에서도 그렇고 센세 선곡 안목 ㄹㅇ 미쳤다 👏🏻
호수를 지배하는 요정 보드닉의 딸인 물의 요정 루살카(매버릭)와 잘생긴 인간 왕자(아이스), 외국 공주(세라)가 나오는 스토리 전개와 특히 결말까지 이 셋에 대입해 보면 진짜 눈물 난다고 ㅠㅠㅠㅠㅠㅠ 아이스가 줄거리 설명해 주기 싫을 만해.. 나도 이거 들으면서 이번 편 읽다가 아이스매브 생각하고 찔끔 울었는데 😢
[Code: 67e2]
2024.03.30 16:08
ㅇㅇ
그리피스 천문대 야경 데이트 시작은 추워하는 매버릭에게 시답잖은 핑계 대며 자기 재킷 벗어 주고 팔을 감싸 품으로 당기는 아이스 너무 설레고 좋았지만.. 매버릭이 테라스 아래로 펼쳐진, 화려한 불빛으로 반짝이는 다운타운 LA를 보며 “가까이 가려고” 시도해서 화나고 슬픈 아이스로 끝나 버렸네 ㅠㅠ 그래도 감정 추스르고 내일 데이트 코스부터 제안하는 아이스 응원한다 ㅋㅋ 매브가 심적으로 준비되면 왜 자신이 탑건 교관직에서 잘렸는지 이야기해 주겠지..?
[Code: 67e2]
2024.03.30 16: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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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의 간절한 목소리에 매버릭은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이 문장이 너무나 다정하면서도 뭉클해
평생을 이렇게 땅으로 돌아왔을 매버릭
[Code: 3cf5]
2024.03.30 2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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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 뿐인데 처음으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야 ㅠㅠㅠ 이전까지 아이스 매브 둘 다 아슬아슬하고 마치 껍데기만 살아있는 무기질같은 느낌이었는데 만나고 비로소 살아 숨쉬고 있음이 느껴지고 둘이 뭔가 특별한 걸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적인 걸 하는 것 뿐인데 간질간질하고 애틋하다 ㅠㅠ
[Code: 9ed8]
2024.03.30 23: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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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브는 도약하려는 건데 아이스가 보기엔 추락하려 모습을 실제로 자기 눈 앞에서 보고 얼마나 서늘했을지 ㅠㅠㅠ 직접 그의 추락을 본 아이스가 어떻게 매브 날개를 부러뜨리고 땅에 붙여놓을지 ㅠㅠㅠ
[Code: 9ed8]
2024.03.31 14: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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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브도 아이스를 사랑하고 있구나 그런데 결혼했으니까 절대 인정하기 힘든 거야... 풋풋하게 썸타는데 왜 보고 있기 괴롭지ㅠㅠㅠ
[Code: 6d8b]
2024.04.06 0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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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브의 의기양양한 얼굴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삶에서 가장 애틋한 순간이라니...ㅠㅠ아이스는 어쩌면 이렇게 매브를 사랑할 수 있을까ㅠㅠ게다가 사랑하는 시선으로 묘사된 매브가 너무 애틋하고 아름다와서 벌써 심장이 아릿했는데 마치 베스트 파일럿 경쟁하듯이 서로 차도로 걷겠다는 두 사람ㅎㅎㅎ햐...이렇게 또 센세가 붕붕이 심장을 들었다놨다 하시는 구나ㅠㅠ그런데 말입니다 아니 길거리에서 샌드위치 먹는게 이렇게 야해도 되는겁니까ㅠㅠ와 이건 섹텐이란 말로도 부족해ㄷㄷㄷ먹다남긴 샌드위치 건낼때부터 >>>딱딱한 손톱을 지그시 누르는 손끝<<<<ㄷㄷㄷ 미친 눈 앞에 아이스의 긴 손가락의 손끝이 매브의 뭉툭한 손톱을 누르는 장면이 아이맥스로 펼쳐진다아아아아아
[Code: 7841]
2024.04.06 01: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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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포장지 벗기는 소리는 돌비로 들리지 말입니다ㅠㅠ>>>끄트머리를 잡아 벌리고 섬세하면서도 망설임 없는 손길이 단숨에 포장지를 벗겨내 몸을 웅크리고 있던 샌드위치를 꺼냈다<<<아니 이거 샌드위치 꺼내는거 맞아요?ㅠㅠㅠㅠ이거 그냥 매브 벗겨서 발라드시는 아이스맨이신데?ㅠㅠㅠㅠ와와 저 단어 하나하나가 야해서 미치겠다 섹스묘사는 단 1도 없는데 엄청 야한 씬 보고난 기분임💦💦💦💦당분간 샌드위치만 보면 얼굴 붉히는 붕붕이 되게 생겼음ㅠㅠㅠㅠ이미 섹텐에 정신이 혼미한데 입술에 올리브유ㅠㅠ거기에 각자 자기 입술을 문질렀을 뿐인데 왜 서로의 입술을 문지른 기분이 들까요?ㅠㅠ아니 그걸 넘어 진한 키스신 보고난 이 기분ㅠㅠ
[Code: 7841]
2024.04.06 01: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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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좋은데 오페라 결말때문에 싫다니ㅠㅠ싫어하는게 너무나도 이해가 가는데 현재 상황과 빗대어보니 더더욱...ㅠㅠ지난편부터 센세 선곡이 신들리셨다ㅠㅠ자신이 원하던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에 와서도 자신을 흉측한 이방인처럼 느끼며 침울해하자 매브를 품으로 끌어당기는 아이스...왠지 아이스는 매브 생각을 다 읽고 매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준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매브를 위해 데리고 간 곳에서 매브가 위험한 행동을 하려하니 아이스가 화를 낼 만도 하다ㅠㅠ게다가 자신을 새라고 생각하는 매브가 테라스 위로 올라갔을 때의 아이스의 심정이 어땠을까?ㅠㅠ하지만 바로 감정을 추스리고 다시 다정하고 근사하게 데이트 신청을 할 수 있는건 그것이 매브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겠지ㅠㅠ자신의 감정보다 항상 매브가 앞서는 아이스ㅠㅠ그리고 하나씩 자신의 슬픈 진실을 얘기해주는 매브ㅠㅠ진실을 얘기하면서 점점더 아이스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ㅠㅠ
[Code: 7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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