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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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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캐붕 ㅈㅇ
ㅇㅅ 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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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이 몇시간 붙어서 사과하고 달래줬는데 그렇게 쉽게 안 풀려야지. 단답으로 대답하긴 하지만 눈 마주치고 싶지도 않아하고 우울해보여서 사람 속을 태움. 장군은 이게 미안하고 마음이 안 좋은 동시에 부인이 이러는게 왠지 모르게 좋은 거임. 약간 본인을 가지고 노는 듯한 그 태도가 마냥 어려워하고 그런거 보다 좋다는 느낌. 저녁에 같이 밥 먹는데 먹는 둥 마는 둥 해서 이거 먹어봐라 저거 먹어봐라 하면서 간섭하는데 배 안고프다고 작게 말하는데 조그맣게 움직이는 입술이 너무 귀여운 거임.. 화난 사람 이렇게 귀엽게만 보는 것도 좀 미안하긴하지만 넘 예쁘다고 생각함 

침상 끝으로 가서 웅크리고 자는 거 쳐다보다가 잠 들자마자 장군이 슬금슬금 가서 자기 품으로 끌어 당겨서 안음. 이런 상황에 억지로 품을 생각은 당연히 없지만 살짝 미간에 인상 쓰고 잠든게 너무 조구맣고 귀여운거지 
함부로 만지고 그러면 깰까봐 쳐다만 보고 있는데 전부인을 닮았다고 또 생각함. 잠이 안와서 계속 얼굴 보고 있었는데 눈내리는거 올해 첫눈일거임
당연히 지금 부인은 전부인이 아닌데 홀린 것처럼 눈 구경하자고 깨움 죽기 직전까지 눈 내리는 거 보고 싶어했었으니까 홀린듯이 깨움. 
부인, 첫 눈이 오니 잠깐 눈 구경할까요? 하고 멍하게 깨웠는데 살짝 놀라서 깼다가 창밖으로 눈내리는 거 보고 좋아하겠지 
눈 부비면서 일어나서 쳐다보는데 장군이 털갖옷 걸쳐주고 손발도 다 덮이게 자기꺼 입혀줌. 그래놓고 업어주겠다는 거. 잠이 덜깨서 하자는대로 업혀 나가서 눈 구경하다가 와 왜이러고 있지.. 하고 뒤늦게 조금 부끄러워지는 거임. 그렇지만 기분 좋구.. 

장군이 부인 떨어질까봐 꽉 붙잡아서 업은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한참 동안 눈구경하다가 부인이 춥다 하니까 바로 안으로 데려감
화로 가져와서 빨갛게 된 얼굴이랑 손 녹여주고 안고 재우겠지 
아직 장군 좀 밉고 정 떨어진 거는 변하지 않았지만 다정한건 솔직히 좋긴함. 멱살 잡아서 엄청 놀랐지만 사실 뭐 때린 것도 아니고.. 오히려 친정에서 살땐, 특히 어릴 땐 툭하면 벌 받고 맞았으니까 이 정도는 여전히 잘해주는 축에 속한다는 것도 알고 있음. 
부인이 태어나서 누가 이렇게 업어주고 그런것도 처음이라 두근두근하겠지 

새벽에 괜히 깨웠으니까 늦잠자게 놔두고 정오가 다 되어서야 상 차려주는데 형님이 왔음 
동생 먹는거만 봐도 좋아가지구 자기는 먹지도 않고 옆에서 의제, 이거 먹어봐 하면서 자꾸 간섭함 
내 부인인데..(심술) 이런 표정이긴 하지만 자기가 잘한게 없어서 장군은 그냥 인상만 쓰고 있겠지 

그 하인들은 좀 당황스러운게 어제 장군이 분명 엄청 빡쳐보였고 부인이 그렇게 봉변을 당했는데 뭐 언질이 없는거임
보통 주인어른 빡치면 본부인 내팽겨치고 하인이나 첩 건드리는게 당연한 건데 장군은 여전히 부인만 저렇게 생각함
전부인에 대한 정이 보통이 아니라서 여태까지 독수공방 했다고 알고 있는데 왜 저렇게 부인에게 잘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고.. 부인 여전히 장군 형님 유모한테 애지중지 사랑받고 어제 조금 울었다고 다들 아프기라도 한 것처럼 귀하게 대해주고 있음 
탕약 먹일 때도 다들 떠먹이고 싶어하는 눈치라 부인이 그냥 좀 식힌다음에 한번에 마셔버리겠지 셋이 다 그러니까 부끄러운거

조금 쉬게 하고 같이 있다가 장군이 한참 고민하다가, 부인 데려다가 놓고 그냥 아무말 안하고 우울하게 앉아있으라고 하는거. 뭔소리지 싶으니까 자기가 생각하기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그 세 하인들을 불러다 놓음. 부인은 손난로 쥐여준거 쥐고 그냥 우울하게 앉아있음 사실 졸린건데 워낙 사연깊은 얼굴 가진 미인이라 

하인들이 오니까 장군이 불이났는데 왜 부인을 구하지 않고 먼저 자기를 불러왔냐고 물어보는 거지 
이건 잘못한거임 부인 역시도 주인인데, 집에 불이 낫는데 주인을 버린거니까 이거만해도 일단 중죄고. 전부인의 그림이 타고 있어서.. 하고 변명하자마자 장군이 너희같은 일개 하인이 전부인의 얼굴을 어떻게 알며, 그게 전부인의 초상인지 지금 부인의 초상인지 어떻게 알고 있냐고 물어봄
말이 안되는거지 전부인 생전에도 장군 직속 병사들 외에는 부인 얼굴 잘 몰랐음. 워낙 끼고 돌아서 미인이라는 소리만 퍼졌지 
하인들이 전부인과 지금 부인이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쳐도 그 장소에 전부인의 초상화가 있는 걸 알았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거고 
상식적으로 한번도 본적 없는 사람의 초상화다! 이게 아니라 자기들이 이미 알고 있고 눈 앞에 있는 사람의 초상화라고 받아들이는게 당연하잖음 

어버버 하고 있는 거 보고 장군이 사건의 전말은 정확히 모르더라도 자기가 잘못한 거 알고 표정 더 굳겠지 
이 하인셋은 친정으로 보내지도 않음. 유모에게 부탁해서 감시 받으면서 노동하되 주인 내외 물건엔 접근 자체를 못하는 쪽으로 빼버림. 

부인은 그냥 손난로 쥐고 있다가 어 그렇네..? 장군이 역시 전쟁하고 그런 분이라 영민하시군.. 똑똑하다.. 하고 멍하게 있었음
억울하긴 하지만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결국 바로 미안하다고 했고 자기 옆에서 안떨어지고 이러고 있는게 죽은 사람 그림보다는 자길 택했다는 거니까 오히려 마음은 조금 풀렸겠지 
웃어주거나 예쁘게 굴어줄 생각은 없지만

이것도 좀 이상하다고 느낌 원래 성격이 되게 조심스럽고 소심하기까지해서 남한테 화내는 건 정말 못하는데, 장군이 자기한테 이러는게 왠지 너무너무 서럽고 서운하고 기분 나쁨. 정말 이상하지만 장군이 자기한테 정말정말 잘해줘야 한다고 본인이 먼저 믿고 있는 그런 묘한 기분이었음
다른 생각에 빠져있다가 장군이 또 업어준다고 괜히 그럼
갑자기 뜬금없이 왜 업어주지? 라고 생각해놓고 거절 안하는거임. 업히는게 이렇게 좋은거라니 하면서 업히고 나서 장군이 얼굴 못보면 그때 혼자 조그맣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