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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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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캐붕 ㅈㅇ
ㅇㅅ ㅈㅇ


유모는 형님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세상에 부인한테 마음쓰는 사람 장군이랑 형님, 유모 이렇게 셋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적어도 셋은 여기 있음. 와중에 형님은 미칠 노릇일거임 집안에서는 애가 죽었다는 거 믿지 않고 속임수를 쓰고 도망간거라고 알아서 잘 살고 있을 거라는 식으로 아예 안 믿음 설득도 포기하고 장군이랑 둘이 넋놓고 며칠 지내고 겨우 받아들임 동생이 떠났다는 거 
아기봐서 좋긴 했지만 조금 아쉽긴 하겠지 토실토실하고 건강하지만 어떻게 된게 동생을 조금도 안 닮았음. 닮은 구석이 전혀 없지만 그래도 동생이 낳아주고 간 조카니까 잘 돌봐주겠지 

당연히 몇년 동안 장군 정신을 아예 못 차림 
아침에 일어나서 멍하게 있다가 자기가 안고 있어야 할 부인이 없으니까 부인? 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가 천천히 현실 자각함. 처음엔 울었고 이 후엔 울지도 않고 멍하게 같이 쓰던 침소 바라보면서 조용히 서있음 현실이 받아들여질때까지 
이걸 매일 하는거임 아침에 잠깐 일어나서 부인이 죽었다는 걸 망각하고 있는 순간이 그나마 위로가 되는 짧은 순간이었음

거의 3년을 이렇게 지내고 아이는 잘 자랄거임 입덧 빼고는 뱃속에 있을때부터 무던하고 얌전한 애라 그냥 그렇게 큼
장군도 깨닫겠지 얘가 본인 판박이라는 거. 부인을 닮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부인 생각 밖에 못했을거고 어쩌면 이게 나은 가 싶기도 함. 좋은 부친이긴 한데 천성적인 무뚝뚝함이 있어서 좀 더 부드럽고 적극적으로 관심 표현하는 외숙부한테도 정 많이 주겠지 
형님도 바쁜데 일년에 두 번 정도는 먼길와서 조카 꼭 보고감 

유모는 자기까지 그러면 집안 건사가 안되니까 억지로 정신차리고 살았을거임. 3년 좀 지나고 나서 애초에 부인 납치했던 쪽이랑 다시 문제 생기는데 장군이 이번엔 아예 전멸 시켜버림. 수하들도 장군이 부인 보내고 많이 괴로워한 거 알고 부인이 단명한 것에 대한 지분은 모두 나눠가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됐음
복수를 했다고 응분을 갚았다고 자기들 끼리는 그랬지만 장군은 그저 허무했음 뭐 이런다고 간 사람이 돌아오진 않으니까 다만 부인이 겪은 고통이나 그런 걸 생각하면 저 쪽이 살아있는게 가끔 너무 화가 났던거겠지

4년 차 부인 제사 지내던 날에 장군이 하루종일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향 올려놓고 꿈쩍을 안해서 설득하던 유모가 갑자기 떠올림. 부인이 태우라고 했던게 뭐지? 하는 거 
원랜 부인이 자기 옷도 다 태우고 자기꺼 다 치우라는 식으로 부탁했는데 장군이 손도 못대게 했으니까
풀어봤더니 부인 초상화라 유모도 오랜만에 부인 생각함. 그때 울었던게 아이한테 자기 존재를 지우려고 그런거구나 싶어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겠지. 와중에 그림은 너무 잘그려서 부인이 살아있는 거 같을 듯 뺨 조금 만져보다가 저러다 죽게 생긴 장군에게 가져다줌 
몇년 동안 딱히 살아도 산거 같지 않던 장군 눈에 다시 초점 잡혔던 순간일거임 함부로 만져보지도 못하고 그림 펼쳐놓고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아들 안고 들어와서 네 모친이라고 예쁘지 않냐고 함. 아기가 그림에 손대고 망가트릴까봐 유모도 장군도 긴장했는데 워낙 얌전한 아기라 그냥 배시시 웃었음 마치 자기 모친 얼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림 걸어놓고 부인이 살아있다는 듯이 지내는게 장군이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음 
하인들도 운 좋으면 한번씩 그림 보는데 하긴 부인이 예쁘긴 예뻤지 하면서 고개 끄덕끄덕함 

나중에 형님이 또 조카보러 왔다가 이 그림보고 장군이랑 싸움 났을 듯 자기가 형이니까 그림 하나는 가질 자격이 있다면서 둘이 진검 대결함
유모가 달려와서 아니 미쳤냐고 그림 인장보고 화공을 찾아서 똑같은 걸 그려달라고 하면 되지 왜 칼을 빼드냐고 하니까 둘다 아 그러면 되는 군.. 하고 바로 진정함 
이 지역에 화공이 많은 게 아니라서 바로 찾아냈겠지 화공은 그 부인 죽었다는 말에 알고는 있었지만 씁쓸하게 여겼음 
안 그래도 부인이 혹 다시 오실까 싶어서 자기가 따로 그려놓은거 완성하지 못한 거 까지 보여주는데 장군이랑 형님이랑 둘다 자꾸 소유권 주장함 화공이 다시 그려준다고 해도 싸움을 멈추지 않았음 약간 원본과 보정본의 느낌인거지 

사실 부군은 장군인지라 형님이 우길수는 없는거라서..
나중에 딜 하는데 어떻게 하냐면 동생 열 여섯-일곱 사이의 그림을 하나 주고 원래 태우라고 했던 그림 중 하나를 획득함 
그렇게 대강의 평화를 찾고 며칠 북적하게 지내고 또 고요해지겠지. 보고 싶어서 미치겠는거임 그림은 그냥 그림이고 마음에 있는 그리움은 꺼낼 수도 없는거니까 
장군 혼자 생각하기에 부인이 죽는 날까지 부군이라고 부르지 않았는데 원망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함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장군도 이성적으로는 언젠가는 후처를 들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생각이고 마음이 정리되지 않음
몰랐겠지만 이거 배경이 선협이라 또 한 100년 지날거임 유모한테도 잊혀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유모도 그말 들으면서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음 



그러는 사이 아들은 알아서 잘 자랐고 족자 속의 모친을 보면서 부친이 다른 사람과 재혼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해함. 그림 보정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모친이 저렇게나 예뻤다고 하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싶고 둘이 그렇게 정이 깊었다니 뭐.. 
장군이 원래도 무뚝뚝하고 부인 잃고 나서 마음에 구멍 뚫린탓에 살뜰하게 보살피진 못했지만 아들은 그냥 뭐 그러려니 함 첩을 수십명 들이고 자식 여럿보고 방치하는 부친들도 많은데 장군 정도면 대단한거임 자기한테도 잘하고 본업도 잘하고 거기다 외숙부도 종종 찾아와서 아껴주고 하니까 
모친을 알 기회가 없었다는게 아쉽지만 자기가 태어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잘못되셨다고 하니 아무래도 자기 탓인 것 같아서 그렇게 막 꼬치꼬치 캐묻기도 마음이 좋지 않았음 

인간 기준으로 아들 십대 초반 정도 됐을 땐 나가서 친구도 사귀고 그렇게 됨 가족은 둘 뿐이고 그나마 유모가 챙겨주지만 항상 좀 애정결핍이 있었는데 이걸 친구들로 채우겠지 
장군은 자기한테 없는 사교성을 가진 아들을 신기하게 생각함 처세는 모친에게서 받은거지만 장군은 그걸 알 기회가 없었으니까 모름. 글 읽는 친구들도 무예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집에 데려와서 놀 정도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누가봐도 귀엽게 생긴 애인데다가 아주 어릴때부터 음인으로 발현해서 쟤랑 혼인하려고 저러나 싶었음.

전혀 관심 없었는데 친구랑 아들이 마주 앉아서 과일차 마시는거보고 한참 동안 부인 생각하고 있었음. 그때 입덧이 심해서 아무것도 못 먹었으면서 과일은 잘 먹고, 자면서도 사과 쥐고 잤던거 생각하니까 마음이 미어지는데 그 와중에도 귀여웠던게 생각나서 조금 웃게되는거
아들이 원래 모친 입맛을 타고나서 예전에 부인이 좋아하던 음식 잘 먹는데 친구도 그럴 듯. 아직 어린 애들 둘이 마주 앉아서 과일차 홀짝 거리고 있으니까 귀여워 보이기는 함. 
그 친구가 엄청나게 부인을 닮지는 않았는데 그냥 그 마르고 작다는 거 자체가 부인을 조금 떠올리게 하긴 함 혹시 이게 취향인건가 그 취향을 아들이 배웠나 하고 고민하고 그랬던거임 아들은 평인인데 나이가 아직 어리니 앞으로는 모르는 거기도 하고... 일단 음인이니까 혹시 마음이 있어서 가깝게 지내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어색해하면서 제일 친하기도 하고 집안에서 그다지 아껴주지 않는 애라 그러는거라는 거지 
똑똑하고 착한데 정실이 낳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애정을 별로 못 받는다함 그 집안이 음인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아서 엄격하게 대하고 그런다고. 장군부는 권세가 있으니까 집에서 구박 받을까봐 자꾸 데리고 나와서 종종 장군부에서 재우기도 함. 집안이 아주 큰 집안은 아니라서 아들이 얼굴 한 번 비추면 굽신굽신 하면서 애를 내줌
사정이 안됐다고는 생각함 다만 장군이 워낙 잘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냉정해서 관심이 없는거지 그래도 아들이 아끼는 친구라고 하니 종종 얼굴보면 인사 받아주고 그러겠지 유모는 원래 사람 돌보는게 일이라 그 친구 되게 귀여워함 
애가 마르고 작아서 신기할거임 말썽부리게 생겼는데 의외로 예의도 알고 얌전하기도 하고. 장군부가 넓고 자유로워서 친구들 자주 데려오고 재우고 하는데 그러라고 하겠지. 다만 부인방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고.. 그림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거나 혹은 향 올린 곳에 손만 대도 장군이 네 친구들 목을 다 잘라버릴 거라고 진심을 담아 말함 

아들이 모친을 닮진 않았지만 어쨌든 평생 잊지 못할 부인이 남기고 간 자식이니까 장군은 아직 어린 아들이 전장에 나가고그런걸 바라지는 않음 무예는 열심히 가르침 그저 실전 투입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함 그래서 본인이 더 바빠질 듯 아들은 그냥 집에서 공부나 하라고 하고 본인이 전장에 나가고 하니 아들이랑 얼굴을 많이 못 봤음 혹시나 삐뚤어질까 걱정했는데 부친이 자기를 위해서 그러는 것도 알고, 그 친구가 집안에서 좋지 못한 대접을 받는거랑 비교가 되니까 아들도 아버지가 애쓰는 거 알고 

이렇게 변방이랑 집 오가면서 또 한참동안 바쁘게 지냈음. 당연히 부인은 잊지 못할거임 몸이 아무리 곤해도 

이러다가 형님이 또 아들보러 왔는데 묘한 소식을 듣게됨 그때도 아들이랑 아들친구 같이 있었다는데 얼굴 보자마자 같이 놀아주고 말도 태워주고 궁술도 가르쳐줬다고 하더니 장군이 돌아오기 전에 며칠 장군 부에서 지내고 떠나기 전에 아들 친구 집 찾아가서 술 한잔 올리고 의형제를 맺었다는 거임
형님도 동생한테나 말랑말랑하지 평소에는 장군만큼이나 무뚝뚝한 사람인데 이유도 없이 그럴리가 없잖음 
몇년만에 집에 돌아가서 아들 만나고 하는데, 친구가 가까이 오니까 이유를 알겠는거 장군은 부인 어릴때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열여섯일곱쯤 되니까 형님이 가지고 있던 그 족자랑 얼굴이 닮았음. 부인도 크면서 얼굴이 많이 달라진 경우라서 유추를 못함 
크면 더 닮아질까 고민하긴 했지만 장군은 얘가 부인이 아닌 걸 아니까 대용으로 생각하는 건 안될일이라고 생각하겠지. 잘해주면서도 항상 거리둘듯 혹시나 자기가 미쳐서 집착하게 되면 그거만큼 나쁜 일도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닮았다는 걸 인지하고 나니까 신경은 쓰임
처남이 의형제 삼았다면 결국 가족이니까 장군부에서 편하게 지내라고 말은 해줌 거기다 애도 워낙 착하고 그래서 본인도 마음이 가는 건 있긴하니까 그렇지만 더 칼같이 거리둘듯 장군에게 있어서 부인을 닮은 사람과 부인은 다른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