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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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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캐붕 ㅈㅇ
ㅇㅅ ㅈㅇ


부인이 사랑한다고 말해주진 않았지만 장군은 뭐 바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별말 안함. 자기한테 예쁘게 굴어주는 걸로 됐지. 따지고 보면 본인이 원수인거임 본인만 아니었어도 죽지 않았을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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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내고 있는데 형님이 찾아올 듯. 사람이 원래도 동생한테 항상 져주고 살았고 저번엔 나름 극심하게 한번 덤벼 본거임. 아예 반항도 안하고 그렇게 가버렸으니까 형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인게 당연했음 그래서 결국 온 거 
형이 오는 걸 바라지는 않았을거임 형님이 지금 상황을 몰랐으면 좋겠어서.. 물론 보고싶은 마음이야 당연히 있었지만.. 오자마자 좋아하는 음식 잔뜩 가져와서 내려놓고 선물도 바리바리 싸들고 오고, 동생이 원래도 섬세하고 그래서 좋아했던 꽃이랑 그런게 세밀하게 수놓아진 휘장 같은 것도 막 꼼꼼하게 챙겨왔음. 여기는 춥고 가물어서 예쁜 화초 같은 게 없단 말임 
형이 머리좋고 섬세해서 자기가 딱 보고 좋아할만한 거 다 선물해주니까 마음도 약해지고 그래서 막 모질게 가라고도 못함. 형이 막 아직도 화났냐고 때려도 된다고 하는데 아이도 가졌는데 자기가 그렇게 철 없는 줄 아냐면서 막 심술부림.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그래도 아직 형에게는 그저 말 안 듣는 애기동생 수준 

장군은 하도 부인 얼굴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지금 틱틱거려도 형이 보러 와서 신난게 티가 나는 거. 장군이랑 형님이랑은 그렇게 막 날 세우는 사이도 아닐뿐더러 무인이라 성격이 좀 비슷한데가 있어서 빨리 가까워짐.. 그도 그럴게 둘 다 애 옆에서 안 떨어지려고 하니까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음. 식사때도 같이 먹자고 찾아와서 너무 당연하게 이거 먹어보라고 이것도 고향에서 가져온거라고 반찬 챙겨줌. 손 불편한 거 아는게 싫어서 쳐다만 보고 있으니까 형님이 눈치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미안해서 먹어보라고 자연스럽게 입에 넣어주는 거지. 살짝 거절하는 척만 하고 받아먹는데 익숙한 음식 먹으니까 좋아서 기분 좋은 티가 남. 형님도 신나서 먹여주고 장군도 옆에서 이거 좋아해? 하고 신기해하면서 먹어봄 

장군이랑 좋아해서 계속 붙어있긴 하지만 형님이 동생 품에 끼고 키웠다 보니 취향은 귀신같이 맞춰줌 
아직 삐져서 모르는 척 하고 싶은데 자꾸 힐끔힐끔 눈가게 하는 거지. 딱 좋아할 거 같은 그림 가져다가 앞에다 펼쳐버리니까 눈을 못 떼고 우와.. 하고 쳐다보고 옷이랑 신발 이런 거 다 좋아할만한 걸로 쥐여주니까 흥 한번 입어주지 하면서 슬그머니 입꼬리 올라감 
성인되고 혐성을 몸주신 삼고 나서는 이러지 못했는데 동생이 구마가 되어버렸으니 형님 입장에서는 신나는거임 다시 귀여운 동생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결혼하고 철이 든건가 그렇게 생각함 

원래 동생이 하도 하고 다니는 짓이 쉴드 불가라 약먹여서 시집 보내는 거 찬성 쪽이긴 했음. 물론 부모님 결정이라 본인이 끼어들 수 없는 것도 맞았지만.. 마르고 조그만 몸에 배만 통통하게 나와서 뒤뚱뒤뚱 걸어다니는게 너무 안타깝겠지. 그나마 장군이 체면 무시하고 엄청 잘해주고 아껴줘서 한시름 놓긴 함. 자기 동생은 아무튼 사랑 많이 받고 행복해야하니깐
무리해서 온 일정이라 오래는 못 있고 걱정도 되고 해서 밤에 잠도 못자고 돌아다니는데 장군이 무슨 이불 덩어리 같은 걸 안고 지나감. 잘 보니까 동생 둘둘 말아서 안아준거임. 밤에 눈온다고 설경 구경할거라고 고집 피우니까 감기 들면 안된다고 애지중지 그렇게 이불에 꽁꽁 싸서 안고 다닌거지. 둘이 달빛 잘 받는 곳에 앉아서 눈 구경하고 있으니까 유모가 따듯한 차도 가져다 주고 셋이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함. 근데 아무리 봐도 동생은 그냥 좋아보이는데 유모랑 장군 표정이 마냥 밝은 건 아니라서 조금 석연치 않다고 느껴지는 건 있겠지 
하긴 동생 몸이 저렇게 작고 말랐는데 애 낳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 정도로 넘어감 

더 오래 있고 싶지만 일정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아이 낳을 쯤에 또 보러 오겠다고 잘 먹고 살 쉬라고 계속 걱정해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서신으로 알리면 보내주겠다고 하고 아프지 말라고 걱정하고 왜 답장은 안하냐고 막 얘기하는데 그냥 웃고만 있음. 손 붙잡으니까 살짝 아래로 내려서 흉터 감추고 임신하면 관절이 부어서 글쓰고 그런 섬세한 일 하는게 힘든 것도 몰랐냐면서 뭐라하겠지.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잘 쉬라고 신신당부하고 돌아서는데 형님도 몸 조심하고 건강하라고 착하게 인사해서 막 가슴팍 부여잡게 만듦. 귀한 동생이라 어릴땐 정말 자기가 안고 업고 다녔는데.. 나중에 몸이 나아지고 나면 형님이 예전처럼 매일 업어주겠다하니 혼인한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냐고 웃고 넘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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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아기한테 자기 흔적을 남기지 않는게 장군 뜻이라고 오해했었지만 고민하다보니까 그게 맞는 거 같음
서로 뜻이 맞고 계처 집안에 새어머니 노릇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자기 존재를 아예 다 지워버리고 그 사람을 친모로 여기고 크는게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더 낫다고 생각하겠지. 구마되고 나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과거에 참 좋은 사람이 아니었고 그래서 자기가 깨끗하게 세상에서 사라지는게 아이를 위해서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 
자기가 할말인가 싶다가 유모랑 장군이 알아서 하겠지 싶음 어차피 사라지고 나면 남는게 없으니까 

나중에 유모한테 내 옷은 다 내꺼니까 꼭 나 묻을때 같이 묻어 달라고 욕심부리는 거처럼 말했지만 유모는 그 속 다 알았음 
유모가 부인을 생각하고 아끼는 건 당연한데, 원래 장군도 거의 혼자 키운 유모니까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을거임. 저번에 한 얘기도 있고 해서 장군을 잘 길러낸 것처럼 작은 도련님도 잘 키워낼테니 걱정말라고 한마디 해주겠지 

장군은 만사 제쳐두고 그냥 부인이랑만 붙어 있으려고 함. 정말 정말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면 손 안대고 부인 옆에 꼭 붙어서 수발들어줘야함
오히려 본인은 이제 이렇게 여기저기서 챙겨주고 하고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잘지내는데 장군은 잠도 거의 못자고 챙겨줘서 한번은 뒤에서 안은채로 잠깐 졸았음. 가만히 안긴채로 조용히 기다리고 깨서도 그냥 갑자기 좀 울적한거임. 여러가지 일 들 중 하나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오랫동안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었는데 

뒤에서 안은 채로 부인 손 잡고 조용히 쓰다듬고 있을거임 마음은 항상 우는 데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 이 상황이 오래 가지 못할 거 같아서 슬프고. 조용히 있다가 살짝 고개 들어올려서 눈 마주치더니 아무말 안하고 어깨에 기댐 
사실 자기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어차피 살아남지 못하겠지만 이 삶에 매달리게 될까봐 그게 무서운 거겠지 더이상 좋은 집안의 귀한 도련님도 아니고 손조차도 제대로 쓸 수 없음. 지금 잘해주는 건 맞지만 처음 들어와서 기반을 닦지 못했으니 집안 내에서도 입지는 없는거나 마찬가지임. 거기다 원래 성격이 그렇게 유순하지 않은데 처음에 그렇게 모욕적으로 대해지고 무시당하고 했던 거 때문에 장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엔 가고 싶지도 않겠지 몸이 굳음 저번에도 목소리만 듣고도 그렇게 얼어붙었잖음

지금 좋게 지내고 행복한 거 다 시한부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함
그래서 사랑하는데 지금이 행복한데 그렇지만 여기서 더 오래 살고 싶은 생각조차 없는 거지. 지금 행복조차도 시한부라 자기랑 같이 죽을거임 
처음부터 시작이 그렇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아쉽다고 생각하면 끝도 없잖음. 돌아 앉더니 조용히 웃는거. 장군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한번 안아보고 싶은데 배가 너무 나와서 마주 안기도 힘들다고 허탈하게 웃는거지. 결국 장군이 옆으로 조금 움직여서 옆에서 안아주는데 아기가 발로 퉁퉁하면서 정말 내가 애기니까 예의상 한번 차준다 하는 느낌으로 건드림 
둘다 놀라서 마주보다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