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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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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캐붕 ㅈㅇ
ㅇㅅ 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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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시달리고 장군이 이제 요양모드로 다시 돌아섰을거임. 일단 애가 더이상 감당을 못해서 자꾸 혼절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미량이지만 피봐서.. 몸 상하게 하려는 생각은 진짜 없었어서 늦게라도 씻겨주고 옷 잘 입혀서 이불 덮어주고 재뭤음. 반나절 넘게 자고 일어나더니 여전히 비틀거리고 정신을 못차리는 거지.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거 보고 물 먹여주고 말 걸어보고 하는데 너갱이가 없음. 장군을 조금 무서워하기 시작하고 주눅 든데다 열나고 하여간 상황이 좋지 않았음
부부가 신혼방에 콕 박혀서 나오지 않으니 유모는 어휴 좋은가보다 했는데 좋은건 장군이었고 사경 헤메는 새신부보고 인상 찌푸릴듯. 중간중간 장군이 씻겨줘서 뽀둥하긴한데 안색도 창백하고 색색 거리면서 숨 내쉬는 것도 힘들어보임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놨냐고 뭐라고 하고 챙겨주는데 장군이 안쓰러워 하면서도 애를 좀 귀여워하긴 함. 곱게 잠들어있는데 머리칼 헝크러진거 정리해주고 얼굴 쓰다듬으면서 씩 웃음 
유모는 왠지 먹이를 노리는 짐승 같아서 두려울 거임 안주인 들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장군이 아주 뼈채 씹어 먹을 기세임... 

거의 하루를 꼬박 잠들어 있다가 멍하게 깨어나서 알아서 씻음 친정에서도 하인을 부리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 치장은 할 줄 아니까. 그러고 유령처럼 전부인 위패랑 초상화 모셔둔 곳에 가서 향 올리고 멍하게 있겠지 
슬픈거는 지금 장군이 잘해주지만 본인을 자기로 인식한 태도와 전부인으로 착각할때 태도를 자기 눈으로 봐서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아직도 전부인 너무 사랑해서 여전히 애절하고, 막 부서질 것처럼 조심스럽게 대하고 애타고 그런 거 본인한텐 없음 
장군 그냥 좋아만 할때는 잊지 못하는 분이 있다는 건 오히려 괜찮았음. 그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같이 지내면서 마음이 깊어질수록 장군 마음에서 전부인과 본인의 경중이 같을 수 없다는 생각에 침울해지는 거. 처음엔 우울하게 앉아있다가 나중에 그냥 기분이 나아짐. 뭐.. 혼인하고 방치하는 거 보다는 지금이 낫지 않나? 몸이 좀 힘들긴 하지만 장군은 무관이라 체력이 좋은 건 당연하니까 어쩔 수 없지 하면서 혼자 합리화하고 기분 괜찮아짐 
애초에 장군이 여기 데려와서 말했잖음
닮지 않았으면 혼례도 없었겠지.. 하고 생각하고 

주섬주섬 안방 들어가니까 장군이 어디갔었냐고 웃으면서 먹을 거 챙겨줌. 밖에서 사온 음식인데 달콤하고 부드러운 거랑 딱 봐도 장군이 좋아할 거 같은 육고기랑 섞여있을 거임. 근데 얘가 안 가리고 다 잘먹는거 전부인은 입덧 때문에도 그렇고 원래 살던 곳이랑 여기랑 음식이 많이 달라서 잘 안먹었는데 새부인은 가리는 거 없이 잘 먹음. 입도 조그만게 오물오물 잘먹는게 귀여운 거 
전부인은 자기 때문에 몸이 상해서 늘 병약하고 힘들어 보였는데 새부인은 지쳐서 좀 시들시들 하지만 피부색도 맑고 홍조도 살짝 올라온게 병색 없이 예쁜 얼굴이라 감회가 새로움

종일 비실비실 졸고 쉬었지만 그래도 자기 체력의 한계가 넘어서까지 괴롭힘 당하고 지쳐가지고 열도 좀 나는데 저녁에 약 가지고 오더니 떠먹여줌 
이게 막 사람이 너무 좋아서 나오는 반응이라기 보다는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어서 민망하다는 얼굴로 받아먹긴 함.. 신기한건 맞는데 입이 너무 작고 얼굴도 조그맣고 그래서 그게 신기한거임 
먹는 약만 하루 세번이라 둘째날 부터는 좀 싫어하는 티가 날 듯. 몸에 힘 하나도 없고 여전히 허리 아래는 웅웅 울리는 수준이라 주는대로 받아먹긴 하지만 아무도 무슨 말 안했는데 본인 생각으로는 안태약 같은 거라고 생각함 아무래도 아이를 낳는게 중요하니까 그렇겠지 생각하는거 
장군이 또 달려들면 너무 아플 거 같아서 걱정했는데 며칠 가만히 기다려줬음. 침상에서도 항상 안아주고 되면 옆에서 약도 먹여주고 하면서 다정하긴 진짜 다정한 거 

유모는 새부인이 엄청 참하다고 느낌.. 전부인은 약간 세상을 체념해서 느껴지는 그런 허탈감이 많았는데 새부인은 예전부터 느꼈지만 사람이 그냥 얌전함. 집에서 하도 치이고 살아서 그런가 포기도 빠른 편이고 상황을 그냥 받아들임 
지금도 장군이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울고 불고 하기보단 그냥 어쩔 수 없지.. 하고 그러려니 받아들이는게 눈에 보이겠지 
장군이 아직 전부인을 잊지도 못했고 새부인을 통해서 전부인을 보는 것도 알고 또 지금 상황만 보면 남들 보기에는 좀 가혹하게 구는 거는 맞음. 몸생각 안하고 달려들어서 이렇게 사람을 너덜너덜하게 하면 어떡함 좀 배려 없는거지 
그런데도 별 불만없이 얌전히 앉아있으니까 애가 착해도 너무 착하다 그렇게 생각하구
그래서 본인이 잘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함. 유모도 예전에 근거없이 사람 나쁘게 봐서 전부인 단명하는데 일조했으니 이번엔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이 막 편한 상황이 아니지만 그래도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편하게 사는데 일조하고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