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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2 22:45

 Guy of Gisbourne53.jpg


미모의 스봉티지


리처드 잔망티지 생축하개!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s://bgmstore.net/view/Qdw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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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는 문득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나는 조금 전까지 네드와 존 포터군과 함께 있었는데?


의아함이 잠시 머리를 스쳐갔지만 그것도 정말로 잠시였다.
잘 일으켜지지 않은 몸을 낑낑대며 겨우 일으켜 자신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머물기를 좋아하는 작은 방은 기스본 성이 곧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고, 매일같이 이 곳으로 말을 타고 찾아오는 아버지를 제일 먼저 볼 수 있는데다가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면 어머니를 늘 자신을 부르곤 했으니까.


가이, 어서 이리 오렴. 아버님께서 오고 계신단다.


가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조근조근 높지도 낮지도 않고 나른한 음성은 마치 잠자리에서 흥얼거리며 불러주는 자장가를 닮았고,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가이는 늘 편안함을 느꼈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이후에야 어머니가 몸이 약해서 쉬이 피곤하기 때문에 늘 나지막하고 조근조근 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속이 상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음성은 늘 가이에게 있어서는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좋은 추억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음성이 귓가에 들리자 가이는 심장이 강하게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고 몸이 각인된 기억대로 기스본 성을 향해 난 창문이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쩐지 등 뒤에서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지만 그건 나중에 확인할 일이었다.
지금은 먼저 어머니를 만나야 했다.
늘 아파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침대나 휴식용 의자에 누워만 있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의 추억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나, 실수도 하고 실패도 했지만 여기까지 성장했어요. 나보다 나이도 여덟 살이나 어린 꼬마에게 어이없게 본딩된 이후로 내 인생이 변했어요. 지금은 왕비님의 친구이기도 하고 교사이기도 해요. 그리고 기사단에서 행정과 회계 업무를 보고 있어요. 기사단장님의 아들녀석인 조지와는 이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요. 아참, 더 놀라운 소식이 있어요. 사실 저 그 꼬마와 결혼해서 지금 애가 셋이예요! 앞으로 두 명은 더 낳을 계획이고요. 그 꼬마가 누구냐면요, 어머니도 잘 알고 계시는 북쪽 아미티지 후작 가문의 리처드 크리스핀 아미티지 후작님의 아들이예요. 놀랍게도 그 분이 오메가셨고, 페이스 용병단의 단장이 본딩 알파라지 뭐예요? 정말로 길고 신기한 이야기지만 어머니께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제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요!


가이는 솔직히 어머니의 얼굴은 초상화로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곱살 아직은 어린 나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사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창가에 손을 얹은 채 창 밖을 바라보다가 자신을 바라보던 광경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환한 빛이 어머니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버지가 늘 너는 어머니를 닮았다고 했기 때문에 거울을 보면서 어머니의 모습을 짐작할 뿐이었다.


어머니-


귓전에 들리는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 이 지역에서 전해져오는 민요를 들으며 이제 두어걸음만 더 가면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잡을 수 있겠다고 여긴 순간.


가이는 자신이 월렛 성이 세워진 깎아지른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음을 깨달았고, 겁이 더럭 나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소리를 질러도 지르지 않은 듯 자신의 목소리조차 귀에 들리지 않았다.
매달리는 것 조차도 힘이 들어서 주변을 둘러볼 수도 없었고, 기어올라가려고 해도 점점 힘이 빠져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게 원래의 내 운명이 아니었을까? 버둥거리다가 결국 죽는 것. 반역을 꾀하던 영주는 결국 참수형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나 역시 죽음으로 끝날 운명이었던게 아닐까? 저 위에는 왕실의 기사단이 포진해 있고, 나는 그들을 피해 이 곳으로 도망쳤다가 발을 헛디뎌 이렇게 된게 아닐까?


직감적으로 절벽의 아래에 페이스 용병단이 주둔해 있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리처드를 위해 왕실의 편을 들고 있을테니 반역자인 자신의 편을 드는 것은 안될 일이니까.


그러니 그냥 여기서 떨어져서 편해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나온 길을 돌이켜 바라보면 정말로 길고 힘든 여정이었다.
성장하고 나서도 계속 자신을 좋아해 줄 리가 만무한 꼬맹이를 아무런 기약도 없이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지랄맞게 힘들었던 히트 사이클을 견디는 것도.
오메가라는 이유로 수도에서 다른 귀족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며 가지고 놀아도 좋을 대상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꼬맹이는 나에게 질려버릴거라는 불안감을 안고 그 꼬맹이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에 대해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아비 모를 아이를 낳았다며 귀족들의 수치이자 남창이라고 욕을 먹는 것도.
그 와중에도 벤자민의 일로 인해서 심각하게 불안정해지고 살벌해져가는 그 꼬맹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불안감은 감추어두고 태연한 척 했던 것도.


그러니 그냥 여기서 떨어져서 그 힘든 미래를 경험하지 않는 것이-


점점 손가락이 미끄러지고 힘에 겨워져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양 팔을 누군가가 꽉 붙잡았다.
네드?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 둘이 눈 앞에 보였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다친 곳은 없나, 가이 기스본? 다 괜찮으니 이제 안심하게나.


여우 새끼야, 어디 다친데는 없냐?


생각해보면... 가이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의지하고 기대었던 것은 에드워드가 아니었다.
그건 에드워드의 부모이자 자신의 부모이기도 한 두 사람이었다.
아플 정도로 꽉 움켜쥐고 단단하게 버티며 끌어올려주려고 노력을 하는 두 사람.


그제서야 가이는 자신을 향해 던져진 밧줄도 볼 수 있었고, 두 사람의 뒤에서 어서 올라오라고 응원을 하는 조지와 진도 볼 수 있었다.
내 꼬맹이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깨달아졌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있는 꼬맹이 녀석은 자신을 구출하는 일을 방해하는 적들을 처리하느라 가까이에 오지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자신의 안전을 바라며 목숨을 내걸고 날뛰고 있다는 사실을.


리처드와 리 두 사람과 조지와 진까지 합세해서 자신을 끌어올려주려는 일을 즐겁게 느끼던 가이는 문득 자신의 오른쪽 다리가 무진장 무거워졌다는 것을 깨닫고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윗!?


집에 돌아오면 늘 코알라처럼 달라붙던 자세 그대로 윗이 달라붙어 있었고, 윗을 잡은 윗만한 꼬마가 보였다.
가이는 직감적으로 그게 존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존과 꼭 닮은 꼬맹이가 또 매달린 것을 보고 그건 루카스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꿈이라서 그런가? 그렇게 느끼며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을 멍하니 내려다보는 사이에 루카스의 다리를 잡은 아이 몇이 더 보였다.
윗과 닮은 아이도 있고, 존과 닮은 아이도 있고... 하여튼 이놈의 존잘 유전자는 어딜 가지 않는군! 낳는 보람이 있어!
이제는 이 모든 상황이 코메디의 한 장면이 되어가는 꿈의 끝자락에서 가이는 줄줄이 사탕으로 매달린 아이들 중 한 아이가 예쁘게 차려입은 여자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눈을 둥그랗게 떴다.


여자아이!? 여자아이!? 레알진짜리얼리 여자아이야!? She펄! 내 꼬맹이가 개만 쳐다보면 어쩌라고!? 아니, 그보다 꼬맹이 하는 짓을 보면 걔가 과연 시집은 갈 수 있을까!?


절벽 위로 끌여올려진 이후에 줄줄이 사탕으로 딸려올라온 아이들 중 여자아이는 과연 누구를 닮은건지 확인하기 위해 허둥거리며 노력했지만 귀청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존의 우렁찬 목소리에 놀라 결국 잠에서 깨버렸다.




"......왜 꿈 속에서도 존내 크게 우는거냐고... 나를 닮아서 존내 미인이 될게 뻔한 이 자식아..."


아련하고 포근한 추억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치닫다가 개그로 끝난게 어쩐지 자신의 삶과도 꼭 닮았다고 생각하며 깨어나서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벽난로의 불꽃만 바라보던 가이는 한참 후에야 느릿하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왜인지 아직도 오른쪽 다리가 무거운 기분이 들어서 바라보자 두꺼운 담요가 뭉쳐져서 다리를 휘감고 있었고, 그게 꿈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서 조금 신경질이 났다.
게다가 네드는 코빼기도 안보이고!!! 그럴 때는 쨘☆ 나타나서 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고 절벽 따위는 가볍게 쓩~ 올라가야 롸정상 아니야!?


꿈 때문인지 대단히 피곤해서 가지고 왔던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한참동안 불을 쬐며 겉보기만으로는 대단히 아름답게 벽난로 앞에 앉아있던 가이는 곧바로 성질머리는 미모만큼이나 더러운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놈의 꼬맹이는 하여튼 분위기 하나만큼은 더럽게 없다니까!? 이럴 때는 곁에 있다가 그윽한 눈빛으로 걱정해주면서 꼭 안아줘야 맞는거 아냐!?"


이놈의 댕댕이 자식이 또 어딜 간거야!? 하여튼 댕댕이 버릇은 초장에 고쳐야 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니까!?


세상에 나쁜 댕댕이는 없다지만 눈치 없는 댕댕이는 있는 법! 가이는 이놈의 댕댕이 볼따구를 밀가루 반죽하듯 꼬집꼬집주물러주겠다고 결심하며 성의 여기저기를 찾다가 다시 지하실로 내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존 포터는 횃불을 들고 불안한 듯 우물을 쳐다보고 있었고, 에드워드는 옷만 남겨둔 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존 포터의 발치에는 몇 개인가의 돌조각들이 보였는데 물투성이인 것을 보니 아마도 우물 속에서 채취해 온 것 같았다.
우물과 금이라는 연관성을 생각해보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인지라 가이는 에드워드에게 내심 고마워하면서 다가갔고, 이제나 저제나 에드워드가 나올까 포절부절하던 존 포터는 가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애절하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기스본 경, 제발 에드워드 좀 말려주세요!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도 쉬질 않고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이놈의 댕댕이 자식... 내가 깨어나기 전에 뭔가 성과를 이루고 싶어서 댕댕거리다가 포터군에게도 걱정을 끼치는구만.


가이는 포절부절하는 존 포터를 달래준 뒤에 우물 곁에 가서 앉아 바닥의 돌조각들을 집어들었다.
어쩐지 꿈 속에서 에드워드가 끝까지 그 잘생긴 상판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분명히 이 바보 댕댕이는 자신의 손이 피로 물든 것을 신경쓰고 자신과 아이들이 겁을 먹게 될가봐 곧바로 달려오지 못하고 멀찍어서 안전을 지켜본 이후에야 열심히 씻고 빨고 닦고나서 댕댕거리며 다가올테니까. ...늘 그랬으니까.


월렛 가문의 금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서 가이는 펜리 상단의 직원들을 통해 금광석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다.
펜리 상단과 거래하는 작업장과 공방을 통해서 정제되지 않은 금광석의 모습을 구분하는 방법도 배웠고, 금을 정제하는 방법도 구경을 한 적이 있었다.
물과 이끼 투성이인 돌조각들을 모아 밝은 곳으로 가서 확인을 해보려던 가이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올라온 에드워드가 우물 외벽에 몸을 기대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 넌 항상 그렇지.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칠까봐 늘 노심초사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지. 그 광경을 보는 사람이 어떤 심정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존 포터가 포절부절하며 걱정을 했던 것이 이해가 갈 정도로 새파랗게 질린 입술과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보자 그렇게까지 하지 말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가이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책임감이 강한데다가 조상들의 유산을 찾고 싶어하는 자신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어하는 에드워드의 심정을 생각하면 저 정도의 정성은 기꺼이 받아들여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야단맞을 것을 예상한 댕댕이 같은 표정으로 저러고 바라보면 혼을 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고! 무엇보다도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저런 존잘 면상에 대고 어떻게 화를 내!? 게다가 축축하게 젖으니까 존내 섹시해!


물 속이 아무리 따뜻하다고 해도 역시 오랫동안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연신 잠수를 해댔으니 몸이 멀쩡할 리는 없었다.
존 포터가 수차례나 그만 하라고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장시간 우물 내부를 조사했기 때문에 분명히 말려달라고 부탁을 했을테고, 왜 자꾸 걱정을 시키냐며 혹시나 화를 내지 않을까 싶어서 눈치를 살살 보는 모습은 보는 입장에서도 대단히 속이 상할만한 일이었다.


걱정을 할 건 뻔하지만 그래서 잠이 든 사이에 잠수를 해댄거고, 하루라도 빨리 황금의 우물에 대한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고 싶었는데...


가이가 다가오자 집안을 잔뜩 어지르고 주인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댕댕이상으로 눈치를 살살 보던 에드워드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가온 가이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주기 시작하자 슬그머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야단도 치지 않았고 볼따구를 꾹 잡고 잔소리를 늘어놓지도 않았지만 그 파란 눈동자에 담긴 감정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으니까.


"미안해, 내일은 오빠가 보는데서 살필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늘은 월렛 성에서 머물기로 했기 때문에 셋이 우물을 살피는 사이에 사냥꾼의 아들이 준비해 준 저녁 식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말은 안해도 지칠대로 지쳐버린 에드워드는 조금 싱거운 수프에 소금을 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수저를 뜨는 둥 마는 둥 식탁에 앉은 채로 졸기 시작했다.
존 포터는 에드워드가 그렇게까지 지친 기색을 보이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계속 살피고 있었고, 가이는 그런 존 포터의 심정을 눈치 빠르게 알아채고 에드워드를 편하게 쉬게 하기 위해 서둘러 식사를 마친 후 부축해서 응접실로 향했다.


"천천히 먹고 쉬어, 포터군. 그리고 자네도 여러모로 고생 많았네. 이쪽 복도의 오른쪽으로 가면 침실이 여러 개 있으니까 마음에 드는 방에서 자면 돼."


내 알파는 내가 챙긴다! 아이를 낳느라 강해진 팔뚝 힘으로 거의 에드워드를 끌다시피 한 가이가 꽤나 다정한 미소를 지어주며 식당 바깥으로 사라지자 사냥꾼의 아들은 존 포터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가이 기스본 경은 성격이 아주 괴팍하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걸? 솔직히 내가 본 다른 귀족들에 비하면 오히려 우리 같은 평민들에게도 무척 자상해."


에드워드가 만든 음식이 역시 제일 맛있어- 사냥꾼의 아들이 상처받을까봐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던 존 포터는 빙긋 웃으며 단호하게 말을 해주었다.


"기스본 경에 관한 소문은 전부 거짓말이예요. 저 같은 농노 꼬마에게도 친절하시고 글도 가르쳐주셨어요. 게다가 월렛 가문처럼 신실하고 존경스러운 가문의 후손이신데 나쁜 분이실리가 없잖아요? 오메가에 몰락 귀족이라며 나쁜 대우를 많이 받아서 잠시 좋지 못한 선택도 하셨다고 들었지만 지금은 왕비님의 친구이시기도 하시다구요. 에드워드는 기스본 경께서 타락했다가 다시 돌아온 천사 같은거라고 하셨어요. 입이 거친건 아름다운 장미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돋쳐 있는 가시 같은거라고도 하셨고요."


...아니, 그건 그냥 성격이 더러운 것 같은데...?


가이 기스본=가시돋친 장미 공식을 가지고 있는 에드워드의 영향력 덕분에 마찬가지로 자신감 있게 말을 하고 있는 존 포터는 나아중에 사실을 알고 너무나도 순진해 빠진 자기 자신에 대해 좌절을 경험할 예정이긴 했지만;;;
어쨌든... 사랑에 빠진 댕댕이 녀석에게 제대로 세뇌당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냥꾼의 아들은 이 순진해 빠진 소년에게 조금쯤 동정심을 품게 되었고, 나중에 존 포터의 가정을 돌보아주곤 했으니 역시 좋은게 좋은거... 맞겠지?


"가이 오빠를 걱정만 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해."


"말을 할 기력이 있으면 밥을 먹으라고."


따뜻하게 데운 포도주를 입가에 대주자 홀짝 받아마시고 가이의 무릎을 벤 채 누운 에드워드는 따뜻한 가이의 체온을 기분좋게 느끼며 누운 채로 아직도 서늘하게 식어있는 듯한 볼을 부비댔다.


"거기 성감대야. 서지도 못할 정도로 피곤하면 자극하지 말라고."


"그런가?"


대뜸 꺼낸 섹드립에 피곤에 쩐 목소리로 대꾸를 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이리저리 제멋대로 뻗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자 웃음기 섞인 장난이 돌아왔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나도 거기가 성감대인데."


"그래? 자꾸 만지면 서겠네?"


졸리면 머리만 땅에 대고 자던 것 답게 피곤에 쩔어 있으면서도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몸이 완전히 따뜻해진 것 같지는 않았다.
추위도 모르고 눈밭을 헤매고 댕댕거리며 돌아다니는 건강체질이지만 장시간의 잠수는 정말로 힘들었을테니까.
너무 힘이 들면 되려 잠이 쉽게 오지 않았으니 에드워드도 그랬던게 아닐까 싶어서 애처로운 마음에 서늘한 볼을 쓰다듬어주자 자신의 손에 볼을 부비는 것 역시도 애처로웠다.


"내일 날이 밝으면 저거 살펴볼거지? ...꼭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졸음에 겨워서 반쯤 풀어진 말투로 웅얼거리가 가이는 대답 대신 에드워드의 볼을 살짝 꼬집어주었다.
에드워드가 이렇게까지 노력해주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정말로 더 바랄게 없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제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깊이 들었다.


"꼭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네드, 나 아까 꿈을 꿨는데 꿈 속에서 후작님과 단장님이 나왔어. 아, 조지 녀석과 진도. 다들 내가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도와주고 있더라고. 꿈 속이지만 난 내가 정말로 행복한 놈이라고 느꼈고, 그건 황금보다도 훨씬 소중하고 귀한 보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 아, 더 웃긴건 내 다리에 애들이 줄줄 매달려 있지 뭐야? 게다가 젠장, 존 그 자식은 왜 꿈 속에서도 우렁차게 우는거냐고!"


에드워드는 졸음에 겨운 눈을 꿈벅거리다가 몸을 움찔움찔 움직여서 모로 누워 벽난로를 바라보던 몸을 바로 하고 가이를 바라보았다.
벽난로의 은은한 불빛인데다가 너무 피곤해서 시야도 흐렸지만 지금 가이가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고, 그래서 꿀 떨어지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줄 수 있었다.


"그러면 윗은 양 팔다리로 오빠에게 매달려 있었겠네?"


"상상하는 그대로야. 단장님은 꿈 속에서도 나보고 여우 새끼라고 하더라니까?"


"다친데는 없냐, 여우 새끼야? 이러셨겠네?"


리의 이십 년 전 모습과 존똑이었다는 얼굴로 저렇게 말을 하자 가이는 진짜로 리가 저렇게 말을 해주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로 예쁘고 화사하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응, 진짜로 그랬어. 갑자기 후작님과 단장님이 보고 싶다. 그렇지?"


"...응... 나중에 여기에 초대해서 함께 이 앞에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맛있는 것도 먹고... 누나랑 형이랑... 아, 조지 형도 초대하고... 그 때는 소린하고 스란두일 형도 함께 초대하면 재미있을거야... 에스텔도 오고... 음, 또..."


저러다가 수도의 모든 거주민들을 죄다 초대한 기세네- 평범한 가족 모임을 졸지에 대규모 파티로 만들어버리는 댕댕이 성격의 위엄도 지금은 탓하고 싶지 않았다.
어찌보면 에드워드는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된 자신 때문에 더욱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게다가 그런 행동이 자신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그래, 다들 초대하면 재미있을거야. 아참, 그리고 아까 꿈 속에서 내가 진짜 반가운걸 봤거든? 내 다리에 윗이 매달린 다음에 존, 그리고 그 다음에 루카스가 매달려 있었는데 그 뒤로 또 애들이 줄줄 매달려 있지 뭐야? 깜짝 놀라서 봤는데 그 중에 분명히 여자애가 있었어. 예쁜 드레스를 입은 여자애 말이야!"


졸려서 감기기 일보 직전이던 눈이 왜 갑자기 반짝거려지는건지?
딸 이야기에 갑자기 눈이 번쩍 떠진 에드워드의 반응에 흠칫 놀란 가이는 갑자기 이놈의 댕댕이가 자신의 손을 덥썩 잡고 하는 말에 저도 모르게 더듬거리고 말았다.


"얼굴 봤어!? 오빠 닮았지!? 분명히 가이 오빠를 닮았을거야! 오빠를 닮아서 절세 미녀였을거라고!"


아니... 얼굴을 못봤... ...저기, 그보다 나는 조낸 활달하던 네디를 꼭 닮은 딸이 더 좋은데? 존내 커엽고 예뻤다고!


"가이 오빠를 닮아야 가슴도 크고 이쁠거라고! 절대로! 절대로 나를 닮으면 안돼! 비극적인 절벽일게 분명하단 말이야!"


갑자기 긴 다리를 바둥거리던 에드워드는 이내 지친 듯 축 늘어진 채로 절벽 안돼... 절벽만은 안돼... 그건 너무나도 잔혹한 비극이야... 모태 절벽 결사 반대! 중얼거리다가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이놈의 댕댕이가 예전부터 여장을 하면 절벽인게 서럽다고 댕댕거리더니... 그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아쉬웠던 모양이네. 아니, 그보다 넌 사내녀석이라고. 이 바보 댕댕아!


쿨쿨 잠이 든 에드워드의 코를 잡아서 한 차례 꼬집어 준 가이는 이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새 까칠하게 수염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얼굴을 한 차례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 네드. 너를 닮은 미인이라면 절벽이어도 뭐든지 용서가 되니까 말이야. 그래도 딸네미 예쁘다고 나보다 더 좋아하면 절대로 용서 못해. 알았지?"








ㅅㅍ 아닌 ㄱㅅㅍ


☆꿈☆은☆꼭☆이☆루☆어☆진☆다☆
☆칼☆페☆니☆아☆절☆벽☆아☆님☆


2017.08.22 22:51
ㅇㅇ
교주님 생일이라 센세가 내게 오셨나봐요 선물 주시려고
[Code: 84d2]
2017.08.22 23:02
ㅇㅇ
모바일
허미 센세가 돌아오신거 실화냐 허미
[Code: daf1]
2017.08.22 23:22
ㅇㅇ
내센세 오셨다!!!! 센세 항상 제가 어릴적에 씽크빅을 안해서ㅠㅠㅠ 댓글을 꼬박꼬박 달지는 못하지만 항상 잘 읽고 있어요ㅠㅠㅠㅠㅠ
그런데 [70]편 링크가 잘못걸렸어요(소곤) 누르면 69편이.. [번외]편부터 쭈욱 링크가 잘못걸린듯 한데 지금 수정하면 조회수랑 추천수 다 리셋될테니 그냥 다음에 올리시는 편부터 수정하시는게 좋지 않을까요..ㅠㅠ 여튼 진짜 꾸준히 연재해주셔서 감사해요 센세ㅠㅠ
[Code: bf51]
2017.08.23 00:35
ㅇㅇ
모바일
센세?센세에요?믿을수없어아니 너무좋아서요 센세 사랑해요 이제 어디가지마요
[Code: a80e]
2017.08.23 01: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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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미 이게 먼일이당개 꿈은 아니겄개? 볼 꼬집어보니 아픈거 봉게ㅜㅜ 꿈 아니개. . . 센세 어디갔다 이제오는겨 목 빠져 죽는줄 알았당개ㅜㅜ
[Code: e31e]
2017.08.23 01: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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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진짜 깜짝 선물인듯ㅜㅜ 종나 아껴읽어야지. . .
[Code: e3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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